동네에서 발견한 미래 - Meet the Local (2021.8)

동네에서 발견한 미래
Meet the Local 

취재 신은지, 한성옥, 이상진

붉은 벽돌 벽이 이어지는 포근한 골목길을 지나 저녁마다 주민들로 북적거리는 슈퍼, 단골만으로 영업이 되나 싶은 작은 서점까지.
숨을 고르고 주변을 천천히 되짚어보면 보이지 않던 소중한 것들이 나타난다. 

당연하고 평범하기에 더욱 견고한 풍경이 삶을 지탱해왔음을 문득 깨닫는다.

이제 우리는 동네로 돌아간다.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요즘, 사람들은 조금 불편하고 느릴 지언정 깊이 들여다볼수록 매력적인 로컬에 흠뻑 취했다. 코로나19로 활동이 제한돼 이러한 경향이 짙어졌다고 하나 로컬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콘텐츠 과잉 공급의 시대에서, 오히려 긴 시간을 거치며 삶이 자연스럽고 진솔하게 깃든 작은 지역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로컬 문화는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경험과 가치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공산품과 달리 지역성을 담은 제품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익숙하고 작은 대상에서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또 한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도 로컬의 인기에 힘을 불어넣으며, 삶 자체가 하나의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작용해 완성한 콘텐츠일수록 사람들의 마음에 편안히 다가간다. 한편 각 자치단체에서도 로컬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지역 문화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자 한다. 사회 구조적으로 접근했을 때에도 로컬의 활성화는 각 지역의 내실을 다져 성장하게 할뿐 아니라 이는 전체 사회의 활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 브랜드 역시 몸집을 작게 줄여 지역의 맥락을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결부해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려 노력한다. 그러나 분명 로컬이라는 키워드는 만능이 아니다. 특히 로컬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가공해 전개되는 것이나 그렇다고 로컬 자체를 일종의 콘셉트로만 삼거나 단순한 트렌드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위험하다. 로컬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지역의 이야기가 스며든 결과여야 하며 건강한 로컬 생태계를 위해 상생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필수다. 로컬이 아무리 외연을 확장한다 한들 궁극적으로 향해야 할 곳은 지역 내부다. 지역의, 지역을 위한, 지역에 의한. 본질을 잃지 않으며 내일로 나아가는 동네의 모습이 우리의 일상을 더욱 단단하게 한다. 이번 테마에서는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성을 가치 있게 받아들인 다양한 프로젝트와 로컬 콘텐츠를 기획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지속 가능한 로컬 문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공간의 올바른 방향성을 고민하며 우리 동네의 미래를 그려보자.




Read the Background
LOCAL ISSUE

#도시재생 #리노베이션 #지역 자산 #보존
지속 가능한 도시를 고민하다

사람들이 떠나 죽어가던 도시가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도시를 지탱하던 산업이 지고 쇠락하는 도시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고민돼 왔는데, 건물을 허물어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보다는 그곳에 얽힌 추억과 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공간에 지역이 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자적인 문화를 이루기 위해 역사적 자산을 활용한 공간 계획이 이루어진다. 기존에 있던 건물의 틀이나 자재를 사용하거나 특별한 개조 없이 공간을 가꾸어 도시의 부흥기를 계승하고 옛 동네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중 버려진 공장이나 창고를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시간의 흐름이 묻어나는 인더스트리얼 분위기와 동네의 새로운 문화가 만나 여행자의 발길을 이끌고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제 일상 가까이에 마주한 오래된 공간은 추억을 간직한 채 자신만의 정체성을 견고히 다지며 동네의 얼굴이 된다.

#복고 #뉴트로 #아날로그
누군가의 추억, 우리 모두의 향수

현실이 힘겨울 때마다 기억 속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들. 철없이 뛰어다니며 골목을 누비거나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칭찬을 들었던 어린 시절의 풍경이 마음을 다독인다. 이처럼 과거 시절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때로 시대를 가리지 않고 확장되는데 할머니가 어린 시절을 보냈을 듯한 오래된 가옥의 일상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 새로운 문화가 충돌하던 개화기의 고풍스러운 풍경까지, 다른 누군가의 추억임에도 왠지 모를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뉴트로의 유행은 시기가 조금 지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과거 요소를 오늘날로 끌어오는 흐름은 아직 건재하다. 고즈넉하고 넉넉한 품으로 감성을 자극하며 꾸준히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지역과 얽혀 의미를 더하며 아날로그에 대한 갈망으로 수렴한다. 고즈넉한 동네의 한 공간을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과거의 향수를 좆는 심리와 유사할 때가 있다. 시절이 켜켜이 쌓인 삶의 총체는 한 지역에 고스란히 깃드는데 여러 시대를 거쳐오며 형성된 지역 문화와 그 흔적이 남은 공간, 그리고 환경에서 안락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런 모습은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한 현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시간을 되돌리게 하는데, 삶에 적절한 속도를 부여하고자 하는 마음을 동반해 아날로그적인 가치에 대한 로망을 성장시킨다. 과거 한때 그랬듯 조금 불편하더라도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교환하고,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며 작은 단위의 삶을 꿈꾸는 일은 현대인에게 왠지 모를 낭만으로 다가온다.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인 #창의성
생명을 불어넣는 이야기의 힘

이야기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이는 반대로 말했을 때 이야기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돌멩이라도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가지면 요즘 사람들은 기꺼이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볼 의향이 있다. 이야기는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흔들어 대상과 관계를 형성하게 만들며, 무엇이든 대체품을 구하기 쉬워진 현대에서 독자적인 개성을 부여하는 장치다. 스토리텔링과 선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 로컬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역사·문화적 맥락을 지닌 로컬은 태생적으로 소비자들이 푹 빠져들만한 매력을 지녔다. 그리고 가치와 특성에 맞춰 개성과 이야기를 부여하면서 그 매력을 확장하면 로컬은 하나의 콘텐츠로 재탄생해 더욱 의미 있다. 이제 소비자는 못난이라는 별명을 붙인 B급 상품이나 판소리를 듣고 자란 인삼 등 정감 가는 기획을 찾아 나선다. 특히 한 개인의 삶까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이야기로 여기며 지역의 소소한 요소조차 관심 있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더 다채로운 로컬 콘텐츠를 이끌어내는 발판이 된다.

#체험 #소통 #배움
보고 듣고 느끼며 체득하는 라이프스타일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만이 온전한 삶의 일부로 남는다. 단순한 정보 수집에서 나아가 몸과 마음으로 겪으며 배우는 일은 대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길이다. 가만히 앉아 전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시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이들이 몸의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고 단 한번의 소중한 경험을 찾아 떠난다. 범람하는 온라인 콘텐츠 사이에서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나타나고 사라질 이미지가 아닌, 더 진정성 있는 가치를 추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지역적 가치를 다채롭게 엮어 체험 요소를 숙명처럼 받아들인 로컬 콘텐츠는 현대인의 갈망을 넘치게 충족한다. 보여주기식의 관광 코스에서 벗어나 농산물을 함께 수확하고 특산물을 활용한 쿠킹 클래스나 공방을 체험하며 지역 작가와 예술 세계를 공유하는 등 작아서 더 특별한 경험 요소를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하는 로컬 체험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생생히 느끼게 만들며, 나아가 로컬 생산자와 소비자가 경제·문화적으로 상생하며 건강한 선순환을 이루도록 돕는다.

#가치 소비 #윤리 #친환경
나만의 ‘진짜’를 찾아서

가격, 품질, 디자인 등 소비를 할 때 주로 고려하던 요소에 ‘가치’ 라는 새로운 이름이 나타났다.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을 살 때 그 안에 담긴 가치까지 고려한다. 불공정한 기업 활동에는 불매 운동으로 맞서고 선한 행보를 보이는 기업의 제품은 기꺼이 구매한다. ‘가치 소비’ 라는 새로운 소비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은 기존 시장의 제품에서 로컬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된 친환경이 로컬 제품과 연관성이 높다.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면 탄소발자국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농산물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금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며 재투자되도록 이끌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부분도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간다. 이에 생산자 역시 지역 농산물에 관한 직거래 장터, 식당, 캠핑장처럼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을 선호하는 흐름은 근방에서 재배한 밀이나 홉으로 맥주를 빚는 양조장처럼 지역 재료를 활용한 2차 상품 개발로 이어지며 지역 내 생산 체인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 지역만의 식품이나 상품을 찾아온 소비자를 겨냥해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로컬 제품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마을 공동체가 탄생해 지역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룬다.

#코로나19 #지역의 재발견 #동네 여행
가까이 있는 일상의 소중함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꾸어 놓았지만 그중에서도 주목할만한 부분은 먼 곳으로만 향했던 우리의 시선을 가까운 곳으로 돌려놨다는 점이다. 먼저 해외 여행이 차단되면서 국내 여행이 급부상했는데, 예전부터 주요 여행지로 꼽혔던 도시의 인기도 여전하지만 자신과 더 가까운 장소를 새롭게 찾아 나서는 경향이 눈에 띈다.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여행지 대신 가깝고 한적한 곳에서 여유를 즐기길 원하는 것이다. 일상생활 역시 근거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을 피해 동네에서 사람을 만나고 쇼핑하고 여가를 즐기며 지역에서의 삶이 재발견된다. 대형마트나 쇼핑몰 대신 마을의 작은 상점을 돌며 장을 보는데 지역 화폐 활성화가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실었다. 지역 농산물 직매장 역시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베드 타운이 생활 터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으며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역 주민 간의 유대감도 깊어져 삶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INTERVIEW with
마을을 살리는 로컬 콘텐츠의 시작

epigram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여러 프로젝트를 선보여왔다. 브랜드의 철학에 대해 설명해달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epigram은 매일 아침 옷을 입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에서 영감을 얻고 즐거움을 느끼는 소소한 경험에 주목한다. 이 경험이 모여 우리의 삶을 풍성하고 의미 있게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심플하고 편안한 옷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제안하며, 그 과정에서 가치 있는 소비 방식을 고민하면서 로컬을 비롯한 다양한 큐레이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올모스트홈 스테이의 기획 배경과 그 목적은 무엇이었는가.
매 시즌 지방 중소도시 한 곳과 상생을 지향하는 epigram의 ‘로컬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지역에서 살아보기를 제안하는 집처럼 편안한 스테이 공간이다.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지역의 가치와 멋을 직접 체험하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epigram이 전하려는 일상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 또 도시 생활자와 로컬 라이프가 자연스럽게 조우하는 공간으로 자리하도록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먹거리나 물건에 epigram의 감각을 더해 새롭게 알리는 일도 이어가고 있다.

올모스트홈 스테이는 하동, 청송 등 소비자에게 다양한 지역을 소개해왔다. 로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무거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로컬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지역 소도시의 공통 문제가 인구 소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해마다 그 지역이 늘어나는 상황이 무척 안타깝다. 완벽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시 단위의 큰 도시보다는 군 단위의 작은 도시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으며 스스로도 그 지역을 공부해가며 이야기를 전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지역의 예상치 못한 매력을 발견하게 될 때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임에도 모르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처럼 지역의 숨은 이야기를 관찰자의 시각에서 끌어내되 너무 어렵지 않게 전달하고자 한다.

진행해온 다른 로컬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2021년 S/S 시즌에 처음 선보인 로컬 푸드 리패키징은 지역 먹거리와 물건에 epigram의 감각을 더해 진행된 프로젝트다. 옥천 농가에서 키운 제품으로 만든 로컬 푸드가 epigram과 만나 새로운 옷을 입었는데, 용암사 일출, 부소담악, 둔주봉 한반도 지형, 금강 등 옥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래픽화한 패키지를 제안했다. 리패키징한 제품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해 타 지역 사람들이 옥천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경험하게 했다. 이 밖에도 로컬마켓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브랜드의 공간 프로젝트인 올모스트홈 카페에서는 로컬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하는 지역의 먹거리로 개발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어딜 가도 로컬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로컬 콘텐츠가 계속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많은 이들이 로컬 콘텐츠에 매료된 것은 여러 활동이 제약됐던 코로나19 이후의 유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편안한 여행지나 자연 속에서 힐링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들의 인식이 성장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전에는 콘텐츠를 수용하는 방식이 다소 소모적이었다. 어딘가에 방문한 뒤 인증샷을 남기는 행동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진실성과 진정성에 관심을 기울여 경험 자체가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가치있는 로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람들의 인식을 더욱 성장하게 만들고 싶다.

로컬 콘텐츠를 진정성 있게 기획하는 방안은.
같이 발전하고자 하는 상생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시즌에 따라 로컬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로컬 콘텐츠 개발의 방향성을 제안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지 주민이 스테이 운영 방식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젊은이들을 타겟팅하는 패키징 디자인을 기획하는 등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프로젝트에서 빠져나온 이후에도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건강하게 연결해주려 한다. 이처럼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감춰져 있던 매력을 발굴해내고 해당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중소도시에서 컨택이 오기도 하지만 진행 기준은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인가’ 이다. 우리는 브랜드 스토리를 지역과 풍성하게 연계하고, 지역은 숨겨진 매력을 끌어올려 지역 활성화의 구심점으로 삼는다. 서로 가치를 충족하는 상생의 관계다. 일례로 지진 이후 여행객이 줄어든 경주를 촬영 장소로 삼거나 근현대사의 장인 광주의 광주비엔날레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한 바 있다.

지역과 협업하는 만큼 굉장히 다각도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것 같다. 원활히 소통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당연한 말일 수 있겠지만 지역을 굉장히 많이 방문한다. 지역을 실질적으로 관찰하고 지역민과 이야기를 풍부히 나누기 위해서다. 마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알아가며, 젊은 크리에이터를 만나면 협업을 제안하기도 하고 다채롭게 커뮤니케이션한다. 단 한 지역을 대표하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속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가면 느낄 수 있는 세세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자 애쓴다. 그렇게 공부하고 취재해 한 프로젝트를 끝낸 후에는,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상과 비교할 수 없는 풍성한 삶의 모습과 아이덴티티가 그 지역에서 느껴진다.


 로컬마켓, 옥천 

Design / epigram
Photograph / 이제민(Lee Jemin)

epigram의 올모스트홈 경리단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지난 5월 팝업 스토어 ‘로컬마켓, 옥천’ 이 진행됐다. 고향을 떠날 마음으로 살기보다 굳게 뿌리내린 삶을 만끽하는 이들이 많은 옥천에 주목한 기획으로, 로컬 라이프를 사랑하는 이들의 포근한 작은 도시와 그 정서를 대도시 사람들이 공감하길 바랐다. 옥천의 다양한 농가공품과 브랜드 굿즈를 만날 수 있는데 옥천살림 협동조합에서 엄선한 농산품을 소개할 뿐 아니라 일부 패키지를 새롭게 디자인해 옥천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했다. 마마리마켓의 송하슬람 셰프가 직접 만든 도시락, 아티스트 김건주 작가와 옥천을 모티브로 협업한 피크닉패드, 지역 정취가 느껴지는 쑥부쟁이와 복사꽃을 표현한 의류 등도 선보였다. 아울러 공간 역시 지역 고유의 풍경과 느낌을 색으로 표현해 상징적 아름다움을 갖췄으며, 외벽과 창에는 지역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일러스트를 입혀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다.



 올모스트홈 스테이 

Operate / epigram
Photograph / epigram

epigram이 진행하는 올모스트홈 스테이는 지방 소도시의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집처럼 편안한 공간에서 머물며 체험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새로 짓거나 완전히 리모델링하는 대신 활성화되지 못한 지역 공간을 선정하고 최소의 변화만 주어 브랜드 감성을 담아낸 점에 주목할 만하다. 또 현지의 자연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면서 지역 정취가 깃든 사진을 액자로 전시해 지역성을 녹여냈다. 이처럼 호텔처럼 호화롭지 않아도 소박한 디테일을 아름답게 살린 공간이 젊은 세대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지역을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도록 환대한다. 한편 공간뿐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사람에도 초점을 맞춰 진행한 점이 인상적인데,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과 공간을 만들어가며 더욱 적극적으로 지역과 소통하고자 한 것이다. 이 밖에도 공간 내에 epigram 의류와 액세서리를 전시해 브랜드 스토리를 이어가며 큐레이션한 로컬 마켓 상품을 함께 두는 등 지역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게 했다.

Local Keyword_마을이 주는 선물
지역 자연과 현지 주민의 마음이 깃든 웰컴 기프트와 페어웰 기프트를 통해 여행지의 경험을 일상으로 확장하게 했다. 하동에서는 쌀과자와 녹차, 군청의 협조로 진행한 녹차씨를 선물하며, 현재 운영 종료된 청송과 고창에서는 특산물로 만든 강정과 지역 컬러를 입은 노트를 제공한 바 있어 더욱 뜻깊다. 또 정갈한 조식과 자연을 빌려 온 소담한 피크닉 영역 등 투숙객을 소중하게 맞이하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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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거리에 깃든 지역 문화를 재생하다

로컬 문화를 공유하는 영도 봉래시장의 아레아식스(AREA6)를 기획했다. 이 공간을 기획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된 도시재생사업이 그 시작이었다. 이를 통해 로컬 소상공인이 함께하는 프리마켓인 M마켓, 창업 브랜딩 교육인 르봉브랜딩학교 등 도시재생사업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이어가고자 했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아레아식스는 로컬 아티스트와 장인의 진심이 담긴 활동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이다. 이들의 제품을 가까이 보고 느끼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WSL라운지, 송월타월, 취프로젝트 등 아레아식스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모여 있다. 어떤 기준으로 입점 업체를 선정하는지 궁금하다.
정식 오픈 전까지 다양한 업체와 만나며 협업 접점을 찾아왔다. 삼진어묵처럼 로컬에서 성장한 스토리를 가진 곳,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차별화된 포인트를 가진 소상공인, 새로운 시도로 지역을 알리는 로컬 브랜드, 마지막으로 로컬 편집숍까지 크게 다섯 가지 카테고리를 바탕으로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있다.

지역적 가치를 원활히 수용하기 위해 주력한 점이 있다면.
이곳은 봉래동의 오래된 시장으로, 삼진어묵을 포함해 성실두부, 옛날국수, 남해상해 등 작은 제조 공장 겸 가게들이 만남의 장소로서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 왔다.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삼진어묵은 비영리법인 삼진이음을 만들어 2015년부터 삼진어묵영도본점 주변에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온 바 있다. 무엇보다 무형의 가치를 보여주는 장인들에게 집중했다. 그 사업이 바로 대통전수방 프로젝트로, 장인과 청년, 창업자를 연결하는 작업과 다양한 브랜딩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과 활동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아레아식스는 이 중심에서 플랫폼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는 지역에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관계 맺기를 중요한 가치로 보고 지속하는 작업을 수행하려 한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로컬 플랫폼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관계성 회복이다. 아레아식스 플랫폼의 탄생이 단번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5년간 누적된 시간과 사람들 간 관계성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지역 주민이 먼저 격려와 기대를 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에는 봉래시장 상인분이 우리 공간에 ‘봉래시장가는길’ 이라는 간판을 하나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얘기를 들은 우리는 바로 위치와 디자인을 잡기 시작했다. 이처럼 즉각적인 의견 수렴과 실천이 관계성 구축의 기본인 것 같다.

부산은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로컬 브랜드와 공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두드러지는 부산의 로컬 브랜드나 공간의 경향성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부산은 두 가지 트렌드가 섞여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프로젝트의 볼륨으로 보면 그랜드함과 코지함, 콘텐츠로 보면 탈경계와 지역성이 동시에 혼합된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지역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부산’ 스러움을 더 좋아하는데 이것은 그 어디서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망미동의 비온후 책방에 주목하고 있다. 여행, 도시, 그리고 주변의 커뮤니티를 아울러 가치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자연스러운 요소가 부산답다고 본다.

로컬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다른 지역이 있다면.
전공이 근대건축 보존활용 분야이다 보니 평소에도 항만과 도시 형성에 관한 자료를 많이 보는 편인데, 최근에는 항만을 끼고 있는 지역에 관심이 간다. 근대항만 도시의 특징을 분석하고 목포, 마산, 구룡포, 방어진 등 수산을 비롯한 근대 물류 산업과 배후 제조업의 연결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아카이빙은 지역을 만들어가는 주요 소스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 점에 주의를 기울이려 한다.

지역에 기반을 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만큼 로컬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식도 자연스레 변화했을 것 같다. 최근 추구하는 방향성과 집중하는 분야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리가 가장 크게 바라보는 이슈로는 로컬 크리에이터, 제조기반향토기업, 소상공인들의 리브랜딩을 꼽을 수 있겠다. 아울러 1백 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운영해오면서 로컬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요한 것은 혼자의 힘보다 협력과 네트워크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이를 어떻게 실천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아레아식스(AREA6)의 설계를 담당했다. 설계 시 주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아레아식스는 지역전통시장과 낡은 집을 주제로 오랜 시간 삼진이음과 협업한 프로젝트다. 지역 소상공인의 거점이자 주민의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공간으로 초점을 맞췄다. 대지는 1백 년 전통을 지닌 봉래시장 내 노후 주택이 밀집한 장소였다. 건축주는 도시재생 관점에서 기존 지역의 의미를 보존하기 원했으며, 이는 ‘건축은 결국 옛것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 라는 우리의 건축 신념과 일치했다. 이에 설계는 주택, 골목길, 마당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골목 영역이 가진 옛 형태와 빈집 여섯 채가 자리하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이를 둘러싸는 모습으로 3층 건물을 세웠다. 또 닫힌 부분을 넓은 중정으로 열어두고 지역 주민, 상인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건축은 결국 옛것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 라는 신념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모하는 오늘날 더욱 주목해야 하는 가치가 아닌가 싶다. 특히 지역적 측면에서 ‘옛것을 존중하는 건축’ 은 어떠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는가.
‘옛것을 존중하는 건축’ 은 장소가 가지는 가치를 이해하고 기존의 것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장소성과 시간성을 간직하게 된 공간은 그 자체로 창의적이며 흥미롭고 지속 가능한 건축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낡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존중했을 때 오히려 새로움이 돋보이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기존 공간을 재해석하고 재활용한다는 점을 볼 때 도시재생과 재생건축의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지역성이 깊이 깃든 공간은 어떤 점에서 중요한가.
사람들이 기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으며 지역에 맞는 환경과 정체성이 조성된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지역성을 반영하는 공간은 주변 맥락과 환경, 기존 건물을 담아내고 장소가 가지는 의미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례로 현재 부산의 옛 모습을 간직한 영도는 예술인이 모여든 중앙동과 동광동 인쇄 골목을 비롯해 주변에 문화 공간이 확장되는 중이다. 또 쇠퇴한 항구였던 기장군은 개성 강한 카페 건물이 들어서면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이렇게 성립된 공간 정체성은 지역성을 더욱 풍부하게 반영하는 건축으로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넓혀갈 것이다.

로컬 공간은 다양한 상황과 관계자를 고려해야 하기에 기획이 결코 쉽지 않겠다. 지역 기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로컬 프로젝트는 다양한 환경에서 출발해야 하기에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 원주민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며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문화성과 역사적 가치 등을 충분히 받아들인 후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공간을 사유화하지 않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방문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레아식스처럼 로컬 브랜드, 지역 장인과의 협업과 커뮤니티가 원활히 작동하는 공간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부산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는 중이라고 알고 있다. 부산에서 가장 매력적인 지역·공간적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부산이 고향이라 영도의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 영도의 바다, 전통시장, 오래된 주택과 골목길까지. 특히 부산대교를 건너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영도의 바다는 부산 바다의 대명사인 해운대의 현대적 풍경과 확연히 다르다. 바지선과 어선, 바다가 뒤섞인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매력적이어서인지 봉래동 부둣가의 창고군 일대는 인스타 핫플레이스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들었다. 최근 영도는 부산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며 기존 공간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문화 공간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아레아식스 

Architect / 건축사사무소가가호호
Planner / 삼진이음
Constructor / (주)대정건설
Location / 부산광역시 영도구 태종로105번길 37-3
Area / 541.83㎡
Photograph / 이한울(LEE HANUL)

영도 봉래시장 인근에 자리한 아레아식스(AREA6)는 로컬을 밝히는 아티장(Artisan) 골목이라는 콘셉트로 계획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아티장은 프랑스어로 장인,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의미하는데,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 장인이 함께 활동하는 동시에 봉래시장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마치 동네 아지트처럼 지역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공간을 의도했다. 특히 시장 뒤쪽에 있던 6채의 작은 집과 주변 골목길의 특징을 구조와 볼륨에 반영해 공간이 동네에 친근하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건물은 분동형 공간으로 이루어진 1층과 ㄷ자형으로 중정을 둘러싼 2층으로 구성된다. 곳곳을 열어 어디서든 외부와 연결되며 내부는 자연 채광과 환기가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 아울러 층별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계획했는데 우선 1층은 작은 점포 9개를 분산 배치해 지역 내 젊은 장인의 작업장으로 조성했으며, 2층은 공예와 차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방과 카페, 공유 오피스가 자리한다. 3층은 옥상정원과 세미나실이 있어 휴게와 각종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역할 한다. 이 밖에 프리마켓, 차회와 전통자수 등의 원데이 클래스처럼 다양한 체험활동뿐 아니라 로컬을 키워드로 한 세미나, 로컬 뮤지션의 공연, 지역 작가의 전시 등을 진행하고 있다.

Local Keyword_마을의 구심점
아레아식스에서 중정은 봉래시장을 연결하는 골목길이자 주민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하는 어울림 마당이다. 점포 역시 이를 중심으로 배치했는데, 전면은 혼잡한 외부 풍경을 정돈하고자 창을 최소한으로 낸 반면 내부는 중정쪽으로 큰 창을 내 마당에서 일어나는 행사를 공유하게 했다. 한편 로컬 편의점과 협업해 필름카메라 자판기를 두는 등 중정을 통해 여행객의 니즈도 충족하도록 했다.




공존하는 이웃 동네

우리 동네와 이웃 지역이 모여 다채로운 색을 발산한다. 작은 규모의 로컬 공간이 연대해 지속 가능한 지역 생태계를 만든다.


 PORT TOWN 

Design / 블랭크 건축사사무소
Location / 전라남도 여수시 웅천남4로 17 2층
Area / 601.65㎡
Photograph / 문승규

여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다양한 로컬 브랜드가 모인 복합문화공간이 탄생했다. 여러 가치가 함께 성장하는 이곳에서는 전국 각지의 로컬 브랜드를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공존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로컬 터미널을 테마로 공간을 기획했는데, 각지의 사람과 물품이 모이는 터미널처럼 다양한 동네에서 온 로컬 브랜드를 바탕으로 카페, 마켓, 다이닝, 바 영역을 구성했다. 60m 길이의 좁고 긴 공간은 전국에서 큐레이션한 로컬 브랜드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도록 특별한 경계를 설정하지 않고 기둥과 바, 가구, 식물로 자연스럽게 분리했다. 막힘없는 동선이 만들어져 흐름을 따라 각 지역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제안하는 베이커리와 식사 등의 로컬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한편 장방형 공간에 연속적으로 나열된 기둥은 로컬 터미널의 이미지를 구체화한다. 복도 쪽 기둥은 묵직한 우드 톤을 사용해 안정감을 주고 창가 쪽 기둥은 흰색으로 여백을 주어 창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수 바다에 온전하게 집중하도록 했다. 아울러 바 구조물과 마켓 매대는 깔끔한 합판을 사용해 로컬 브랜드가 더욱 돋보인다.

Local Keyword_지역을 잇는 터미널
PORT TOWN은 마치 터미널처럼 로컬 콘텐츠를 통해 자원과 사람, 지역을 연결한다. 부여의 문화유산을 담은 공예품, 시흥에서 엄선한 로컬 푸드 등 각 지역에서 큐레이션한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구입하거나 공주에서 로스팅한 커피와 속초, 파주 로컬 브루어리의 특색 있는 맥주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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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깃든 이야기

지역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는 삶을 둘러싼 모든 요소에 깃들고 이 요소를 통해 사람들은 낯선 지역과 새로운 유대를 맺는다.


 the stone confectionery shop 

Design / EAT&ART TARO+Yagyug Douguten
Location / 160 Kasuganocho, Nara, Japan
Area / 103.10㎡
Photograph / Natsumi Kinugasa, Nara City Art Project Executive Committee

Yagyug Douguten이 디자인을 담당한 매장은 나라를 대표하는 가스가다이샤 신사로 가는 길목에 있는 찻집을 개조해 예스러운 분위기가 흐른다. 내부는 과자 교환 부스와 진열대 겸 좌석으로 구성된다. 방문객은 먼저 매장 안쪽의 부스로 가 자신의 추억이 담긴 돌을 건네고 돌처럼 생긴 과자를 받는다. 부스를 제외한 매장 전반은 원형 나무 선반과 이를 연결하는 격자형 지지대로 뒤덮여 있는데 원형 선반은 돌을 전시하는 진열대이자 손님이 과자를 취식하는 탁자가 된다.

Local Keyword_지역의 상징을 이용한 체험
돌을 체험 콘텐츠로 변신시켜 방문객에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추억이 담긴 돌과 돌처럼 생긴 과자를 교환하면서 방문객은 돌을 이야기가 담긴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돌을 크기와 무늬가 다른 88개의 원형 나무 선반 위에 두어 돌을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했는데, 원형 선반이 탁자 역할도 해 손님들은 돌을 닮은 과자를 맛보며 돌에 얽힌 이야기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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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다시 쓰는 책

이야기를 통해 지역 풍경과 삶의 면면을 발화하는 책.
때때로 책이 모티브가 된 공간은 어떤 삶 속으로 들어가는 또 다른 길이 된다.


 The Onegin Bar 

Design / ONLY design
Location / Moscow, Russia
Area / 145㎡
Photograph / Sergey Krasyuk

러시아 근대 문학의 시초이자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열었다고 일컬어지는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Aleksandr Pushkin). 그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The Onegin Bar가 모스크바에 등장했다. 디자이너는 바가 들어설 건물이 오래전 푸시킨 친구의 아들이 거주한 아파트였다는 점을 테마로 확장해 푸시킨의 대표작 <예브게니 오네긴(Evgeny Onegin)>을 공간에 구현했다. 이 작품은 당대 러시아의 사회상을 생생히 묘사한 운문소설로 주인공인 오네긴은 방탕한 도시 생활을 즐기다 파티에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바는 ‘그가 도착하고 코르크가 날아간다’ 는 작품 속 구절을 중심으로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파티장 분위기를 구현해 입장하는 순간 마치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 느낌을 선사한다. 내부는 오래된 건물에 남은 시간의 흔적을 과감하게 드러내면서 현대적 감각을 더해 과거의 작품이 오늘날의 바로 되살아난 공간과 결을 같이한다. 벽 곳곳의 금, 무너진 석고, 옛 천장 장식 등을 살려 낡은 느낌을 펼치되 천장을 높이고 창문을 키워 개방감을 주었으며 금속 소재로 반전을 꾀했다. 차분한 회색이 공간 전반을 감싸 안았지만 시선을 휘어잡는 선명한 주황색, 독개구리의 피부처럼 알록달록한 얼룩무늬 소파, 장난스러운 소품 등을 세심히 배치해 오네긴의 자유분방한 성격과 파티장의 흥겨운 분위기가 살아났다.

Local Keyword_작품을 재현한 공간
19세기 러시아 사회를 그려낸 <예브게니 오네긴>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는데, 주인공 이름을 따 바를 명명했으며 파티 이미지와 주인공의 성격을 반영해 현란하고 유쾌한 공간을 연출했다. 크리스털 샹들리에에 샴페인 잔 4백여 개를 더하고 샴페인 병으로 테이블을 제작해 파티 콘셉트가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작품 속 구절을 표현한 네온사인으로 작품과의 연계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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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일상을 살다

지역 특성과 고유의 생활 방식을 반영한 전통 주거.
 대문을 여는 순간 지역의 삶이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한다.


 민규당 바이 버틀러:리 

Design / 버틀러:리
Location / 서울특별시 종로구
Area / 19.52㎡
Photograph / 버틀러:리

골목골목 작은 한옥이 늘어서 정겹고도 고즈넉한 마을 서촌. 이곳의 한옥은 1910년대 이후 지어진 개량 한옥이 주를 이루는데, 새로운 시대 앞에서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이던 전통 주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뜻깊다. 민규당 바이 버틀러:리는 오늘날의 도시 한옥을 선보여 서촌의 지역적 맥락을 이어가는 숙소다. ‘도심 속 오롯한 공간’ 을 주제로 한옥을 쾌적하게 매만지되 특유의 정서를 유지해 여유와 사색을 누릴 수 있는 안식처로 자리한다. 서촌의 다른 한옥들처럼 아담한 규모이지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객실과 툇마루가 있는 마당을 갖춰 온전한 공간을 선사하는데, 한옥의 특징을 섬세히 살리면서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내부는 침대만 둔 사랑방, 편백나무 욕조가 있는 욕실, 좌식 탁자가 있는 마루 등으로 구성했다. 전반적으로 하얀색을 주조로 하고 목재 가구를 배치해 한옥의 분위기를 뒷받침했으며 목재는 밝은 색감과 어두운 색감을 혼합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한옥의 정취를 살리고자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이 눈에 띄는데 창에는 전통 창살을 적용하고 침대맡 벽감은 전통 베개로 장식했으며 휴지에도 전통 문양이 들어간 목재갑을 씌워 사소한 부분에서도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Local Keyword_서촌의 시간
한옥의 호젓함을 담아내 도심 속 쉼표로 자리한다. 남쪽을 향한 마당에 대나무를 심어 툇마루에 앉으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햇살이 보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마음을 부드럽게 쓸어준다. 마루에는 좌식 탁자를 두었는데 통창을 내고 탁자 옆은 나무로 장식해 마당의 정취를 들여왔다. 다도 도구도 구비해 차를 음미하며 담소를 나누고 풍경을 완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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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하는 여행

어떤 여행은 삶을 바꾼다.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고 마음을 치유하며 지역에 숨을 불어넣는 것. 
여행자의 내면도 풍만하고 넉넉한 품으로 자라난다.


 산양정행소 

Design / 스튜디오 히치
Operate / 리플레이스
Location / 경상북도 문경시 산양면 불암리 64
Area / 329.56㎡
Photograph / 유지, 권도연, 스튜디오 히치

지역의 역사가 깊이 깃들어있던 공간이 문화로 소통하는 법을 배워 마침내 주민과 여행자를 잇는 장소로 거듭났다. 1944년부터 문경의 근현대사를 함께해온 산양양조장은 스튜디오 히치와 리플레이스의 손길을 거쳐 복합문화 공간으로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공간과 전시, 가구 디자인을 총괄한 스튜디오 히치는 독특한 지붕 구조와 목재 트러스, 전통 창호 등의 흔적을 살려 양조장이 간직한 건축적 가치를 극대화하면서도 지역사회를 위한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수용하도록 리모델링했다. 작은 방을 터 오픈된 다목적 공간과 옛 양조장의 역사를 추억하는 전시 영역을 마련했으며, 테이블 유리 안에 기존 소품을 전시하거나 가변적인 가구를 제작해 여러 이벤트를 고려하는 등 공간의 이야기를 확장했다. 이어 운영을 담당한 리플레이스는 지역명인 ‘산양’ 과 여행을 뜻하는 ‘정행’ 을 결합해 감성적이면서 지역친화적으로 계획한 산양정행소를 탄생시켰다. 또 새로운 관광인구를 끌어들이는 인구감소공모사업의 메인 콘텐츠로 설정해 지역과 상생하는 정체성을 강화했으며, 지역 식자재 기반의 F&B 콘텐츠를 다루는 산양제빵소와 지역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고 클래스를 운영하는 산양정행소로 공간을 구체화했다.

Local Keyword_동네 여행
작은 마을에서 마주한 방대한 여행의 시작. 문경산 농산물과 막걸리를 활용한 베이커리를 개발해 경제적 상생을 추구하는 동시에, 고령 예술가의 작품 전시, 클래스 운영 등 지역 작가를 지원해 문화적 상생으로 나아간다. 또 여행 지도와 자전거 대여로 지역을 탐험하게 만들며 마을 여행 패키지를 통해 동네 곳곳을 연결하고 리워드로 지역 농산품을 준비한 점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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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적인 마을의 하루

조금은 낯선 농촌에 마을을 경험하기 위한 발걸음이 찾아들었다.
 동네에 녹아들어 흙과 벼 냄새를 맡으며 소박하지만 충만한 하루를 보낸다.


 Dianjiang Bagu·Suji Hotel 

Design / 3andwich Design / He Wei Studio
Location / Chongqing, China
Area / 2,500㎡
Photograph / Jin Weiqi, He Wei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농촌 마을에 활기가 찾아왔다. 고요한 이곳에 들어선 호텔은 논을 일구던 마을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여행자와 주민이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이 됐다. 지역의 역사와 자원을 재탄생시킨 호텔은 산으로 둘러싸인 부지에 펼쳐진 말발굽 모양 논을 활용해 완성됐을 뿐 아니라 수확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로 농촌의 하루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논을 따라 걸으며 초록빛 풍경에 몰입하거나 심신을 가다듬고 내면에 집중하는 등 웰빙의 시간을 선사한다. 호텔은 B&B형 객실, 도서관과 야외 수영장, 레스토랑으로 이루어지며 각 건물은 경작지를 해치지 않기 위해 논을 감싸는 형식으로 분산 배치됐다. 대지에 흩어진 건물은 논과 어우러져 색다른 경관을 완성하는 동시에 시골 마을에 깊숙이 다가가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중 지역 전통 가옥의 지붕을 재해석한 도서관이 돋보인다. 도서관의 박공지붕은 양 경사면을 결합하지 않고 엇갈리게 걸쳐 독특하며 논을 향해 가파른 기울기의 면을 두어 시선을 이끌었다. 한편 레스토랑 건물은 논 아래쪽에 지은 후 지붕에 벼를 심어 주변과 어우러진다.

Local Keyword_농촌의 정취
호텔은 논을 바탕으로 건축, 자연, 인간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한다. 자연 본연의 상태를 보존하고 농촌의 유휴 자산을 호텔 디자인과 콘텐츠로 활용했는데 논에서 요가나 수확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색다른 지역 경험을 제공한다. 이 밖에 기존 연못을 활용한 수영장에서 벼의 향기를 맡으며 헤엄치거나 능선을 따라 낸 산책로를 거닐며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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