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이란 무엇인가 - Social Movement of Design (2013.06)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이란 무엇인가
Social Movement of Design



진행 / INTERNI & Decor 편집부
글 / 허혜림

현재의 기업과 디자이너는 자신의 이윤 추구나 아름다움의 가치를 위한 심미적 관점에 머무르지 않으며, 보다 다양한 디자인 소비층을 아울러 널리 사회를 이롭게 하기 위한 한층 거시적인 측면의 시민문화로서의 디자인, ‘사회적 디자인’ 을 추구해 간다.

“그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적 디자인(Social Design)’ 을 기사화 해보자” 라고 호기 있게 이번 특집 기획 기사 주제를 정하고 난 뒤, 조사를 할수록 넓어지는 사회적 디자인의 그 광범위함에 놀라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디자인은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 시킨다’ 라는 목적에서 일반 상업 디자인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그간 디자인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소외된 사회적 약자’ 를 위한 정신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이 내재되어 있다는 데에서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다시 윤리적 디자인, 사회공헌 디자인,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 등 미처 용어가 분명하게 규정되지도 않은 채 사회 각 분야로 퍼져 나가고 있다. 특히, 21세기의 사회가 수직적 권력에서 수평적 권력으로 이양되면서, 비주류의 사회집단뿐 아니라 주류를 이루는 사회구성원들이 점차 미래 사회에 대한 그동안의 심각한 우려들이 점차 현실로 드러날 수 있음을 자각하고, 스스로 동의를 넘어선 참여를 이끌고 있다. 이렇듯 사회구조와 구성원들 간의 자각적 반성이 주축이 되어 사회적 디자인의 참여라는 능동적 움직임을 확산시켜 갈수록 디자이너의 역할과 책임 또한 막중해지기 마련이다. 이에 ‘과연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인테리어, 건설사, 제품, 학계 등 디자인의 다양한 범위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아로파 Aropa』


글 / B613 DESIGNTEAM·정기태 소장
얼마 전 SBS 창사특집 대기획 ‘최후의 제국’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아누타섬의 작은 공동체는 문명과 동떨어져 ‘실천적인 사랑’ 이라는 뜻을 담은 ‘아로파’ 의 가치관을 가지고 삶의 행복을 서로 공유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돌아보니, 급속도로 발전하는 자본주의 문명 속에서 주변을 둘러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각자의 살길을 모색하는데 급급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현실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나눔을 통해 서로의 격차를 극복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재능기부’ 가 이러한 실천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기존의 없던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해 봤습니다. 즉, ‘재능기부’ 라는 것은 5명에게 돌아갈 수 있는 삶의 여유와 행복에 대한 혜택을 디자이너의 역량과 노력으로 10명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재능기부’ 가 순수성을 떠나 이익 추구를 위한 목적으로 일회성으로만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디자이너 스스로 명확한 가치관을 가진 상태에서 자발적인 참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작은 나눔은 디자이너 자신에게도 행복을 경험하게 하며,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를 힐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제안하게 된 디자인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놀이문화로써 혜택을 줄 수 있는, 이동이 가능한 ‘조립식 실내스케이트장’ 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나눔을 통한 혜택을 준다면 그들이 자라면서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동이 가능한 ‘조립식 실내스케이트장’ 은 저예산으로 지을 수 있도록 ‘폐드럼통’ 을 이용했습니다. 조립과 해체, 이동이 가능하므로 다양한 지역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실내 수영장으로도 가능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폐드럼통을 이용하여 기둥을 구축하고 보강프레임을 연속적으로 연결하여 그 위에 경량지붕을 앉히면 완성되는 구조이고, 유리대신 부착식 비닐을 통해 창의 역할과 동시에 투명성이 확보되도록 디자인 되었습니
다. 또한 사이트는 각 지역의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관공서 여유 부지를 이용하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많은 대중들이 사용하는 공공디자인의 질적인 향상도 필요하겠지만 우리의 나눔이 필요한 이웃을 위한 디자인 개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며, 이에 제안하는 ‘조립식 실내스케이트장’ 이 아이디어에서 멈추기보다는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현실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수평적 관계의식이 만들어내는 ‘공감’과 ‘소통’의 마을 만들기』


글 /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실내건축학과·이현수 교수
여러 채의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있다. 그러나 이 마을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이 아니라, 비교적 경제 사정이 넉넉치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곳의 동네마을 길은 폭이 좁아 차량통행이 원활하지 않고 더군다나 좁은 길에 주차가 되어있어 소방차량의 접근도 불가능하며 응급 시 앰뷸런스가 환자를 태울 수도 없다. 마을은 경사지가 많아 겨울철에는 통행이 어렵고 미끄러지는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비탈길 밑에 있는 계단은 운전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계단 밑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쓰레기를 투기하는 사람도 있어 마을에 악취를 풍기기도 한다. 노후되었지만 그래도 골목골목 길을 다니다 보면 아파트 주거 단지와는 남다른 맛이 있다. 이처럼 노후화된 마을을 조금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고자 하는 의식이 마을의 주민들 사이에 싹트고 있다. 어떤 특정 한 사람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아름답고 깨끗하게 정리가 잘 된 마을을 만들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활발히 참여하여 서로 의논하고 소통하며 하나하나 마을을 만들어 나가는, 다시 말해, 주민이 마을 만들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디자인을 통상 우리는 ‘사회적 디자인’ 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사회와 달리 감성사회로 표방되는 정보화 시대에 있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 자기의 의견이나 존재감을 나타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민이 주도하되 전문가의 도움을 더해 하나의 마을 디자인을 완성해내는 개념은, 바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신이다. 여기에서 전문가로서의 디자이너가 가진 사회적 책임과 의무, 내지는 윤리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디자인의 역사를 거슬러 살펴보면, 대부분 소수의 엘리트가 주도하는 디자인이 주를 이뤄온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엘리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디자인은 그 공간 속에서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배려했다기 보다는, 디자이너 자신의 작품 내지는 디자이너의 가치나 철학 등을 표현하는 것에 머물렀던 경향이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자기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고객이라고 볼 수 있는 사용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사회적인 디자인을 위해서 첫 번째로 필요로 하는 디자이너의 능력은 ‘공감능력’이다.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은 배려이고, 나눔이다. 즉, 사회적 디자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지는 마을 만들기를 함에 있어 디자이너가 첫 번째로 가져야 할 마음자세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성찰인 것이다. 그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고 보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사용자의 감정을 이입하여 그 사람들의 삶에 담긴 고통과 불편함을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사람들의 심리와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서 이뤄낸 수단으로 우리는 ‘소통능력’ 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소통을 통해 사람들을 이해함으로써 그네들이 하고자하는 일을 돕고, 또 전문가로서 아름다운 삶의 공간과 디자인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일도 디자이너의 역할일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가 행복에 있음을 직시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사회적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구성원들의 참여도를 이끄는 일은 매우 중요하기에, 이 같은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기반인 소통의 리더십이 필연적으로 뒤따라야만 한다.
더불어, 사회적 디자이너는 ‘정체성 부여’ 의 덕목 또한 명심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마을에 정체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산새마을에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새’ 라는 마을의 축이 되는 소재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에 하나의 이야깃거리 안에서 마을의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꿈을 갖고 살 수 있도록 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인 것이다. 이처럼, 마을 만들기를 위한 사회적 디자이너의 덕목들은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균형감 있는 관계 조율에서부터 비롯된다. 즉, 디자이너와 사용자를 비롯해 연계된 모든 사람들이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파트너로서 인식될 때, 이들 모두는, ‘공감’ 하고 ‘소통’ 하는 사회적 디자인의 열쇠를 쥐게 될 것이다.

『Time qulity』


글 /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임태희 대표

현업과 대학 양단에 서 있는 나는, 대학 강단에 서면 어떻게 멋진 디자인을 할 것이냐가 아니라 우리들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자고 학생들에게 힘주어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 특집호의 ‘Social design’ 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무엇입니까?라고 하는 매우 구체적인 숙제를 받고서야 비로소, 이제까지 학교에서 이야기 했던 대체적인 것들은 매우 피상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두에 미리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디자인 그 중에서도 나의 작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환경과 공간에 관련된 디자인에 있어서 이 숙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아직도 나는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상적인 방향에 대한 나의 논리나 형태를 이야기 할수는 있지만, 리얼한 세계에 있어서는 실천이라고 하는 중요한 존재 방식이 있기에 피상적인 나의 단상들이 무척 부끄럽게 여겨졌다. 물론 분명한 방향 제시와 더불어 그에 따른 확신을 가지기에는 더 긴 수행의 길을 걸어야 하는 터이다. 하지만, 오늘이라고 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Social design’ 을 정리해보라는 오늘의 숙제는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디자이너의 ‘디자인 기부’ 나 ‘공공 디자인’ 에 대한 결과물이 내가 할 수 있는 해답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인 기부’ 나 ‘공공 디자인’ 이 더 많이 확산되길 바라고, 기회가 될 때마다 나 또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나는 이것이 ‘Social design’ 의 전부인 것처럼 치부되는 우리네 현실에 대해서는 내심 불편함이 있다.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으로 재능기부를 이야기 하곤 한다. 전문가들의 능력을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여서 그것이 기부라고 일컫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내용의 질적인 것과는 상관없이 경제적인 환산 그것만이 사회적 공헌의 답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공 디자인’ 으로 불리우는 많은 디자인의 일부가 조급하게 계획되어서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하는 사회에 대한 공헌은 재능기부나 환경 혹은 공공 디자
인으로 일컬어지는 물질적인 세계는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 시간에 대한 질적인 보상, 그것이야 말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하나의 ‘Social design’ 이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나 디자인도 빠른 속도로 급성장 해 온 한국은, 새로운 가치 창출에는 가치를 두는 한 편,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많은 부분 잃어버린 것 같다. 요즘 들어 역사적인 가치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전통에 대한 가치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전통적인 건축물에 대한 관심은 물론 보존하려는 행정적인 지원도 많아 졌지만, 한옥의 경우에는 재현 한옥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보존의 대상, 혹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전통은 역사적인 가치나 건축적인 가치에 국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동네 어귀를 걸으면서 느꼈던 고즈넉함이나, 커다란 나무밑에서 평상을 두고 어슴프레 저녁 무렵에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저녁 풍경, 빼곡히 밀도는 높았지만 종기종기 비슷한 스케일의 집이라고 하는 단위체가 모여 있는 동네라고 하는 단위가 주는 공간감 등 우리의 감각과 추억, 그리고 정서야 말로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 속에 존재하는 리얼하면서도 가슴 저린 기분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의 디자인이 언제나 쿨하고 스타일이 좋은 세련됨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쩐지 촌스러운 동네 어귀와 같은 정감도 아련하게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dining 61’ 은 그런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했던 신선한 감각은 아직도 새롭다. 광화문 번화한 대로 사이로 접어들어 신문로 좁은 길로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평평하고 아늑한 골목길이 편안한 기분을 가지게 했다. 구불한 길을 돌아 작은 경사면 위에 서있던 오래된 집 한 채가 풍기는 그 촌스럽지만 정겨운 미학이라고 하는 것이 내게 주었던 예민하고 촌스러운 감각으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몇 개의 계단을 오르고 나면 이제는 구할 수도 없는 촌스러운 타일들이 집 전체를 덮고, 이층의 베란다에 서면 옆집 지붕을 내려다보는 동네만이 가질 수 있는 풍경…이것들을 지키고 더욱 인상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집’ 이라고 하는 원래의 이 사이트의 팔자를 존중하고, 오래된 재료에 시간적 경과를 존경했다. 그리하여 오래된 집에 덧붙인 재료는 숨기지 않고 노출시키는 디자인으로 진짜와 가짜를 솔직하게 노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디자이너의 사회에 대한 공헌에는 새롭게 무언가를 플러스 시키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기분을,내 욕망을 마이너스 시키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땅이,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역사를 존중하고 이어가고 지키는 것, 그래서 디자인이 튀거나 주목받지 않아도 좋은 것, 디자인과 관계에 더없이 겸손해 지는 것, 혹은, 만약 가능만 하다면, 내가 디자인한 새로운 공간이 먼 훗날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지게 되어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것,
혹시라도 두 눈이 감겨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순간까지라도 나는 의미를 가지고 싶다.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정림이 꿈꾸는, 더불어 함께 하는 세상』


글 / (주)정림건축 책임임원단·임진우 부사장
<부산 출장길>
부산 행 KTX에서 매거진을 넘기다가 우연히 봄에 대한 기사가 눈길을 끌기에 무르익은 봄에 대한 감상에 빠져있을 즈음에 김편집장으로부터 원고 청탁 전화를 받았다.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정림에서 근무하는 동안 공공에 대한 기여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 왔는가에 대한 성찰을 이번글을 통하여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실마리를 어디서 풀어가야 할까를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벚꽃처럼 무르익은 시절을 지나는 봄의 풍경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상생과 공존의 가치추구>
최근 들어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변화되고 또 강조되고 있는데 그 키워드 중 하나가 ‘상생’ 또는 ‘공존’ 이라는 말이다. 이는 그간 ‘최대이윤 창출’ 이라는 깃발을 세우며 내달려온 기업들이 21세기를 맞으면서 지속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소통과 교감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의 감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했고, 극대화하는 ‘이윤’ 대신 사회로부터 받는 ‘존경과 사랑’ 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궤도 수정을 하게 했다. 이러한 기업의 방향전환을 정부 측에서 앞장서서 촉구하기도 했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상생협력위원회’ 나 ‘동반성장위원회’ 를 만들어 상생협력을 강조해왔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인 상생협력 기업문화를 자발적으로 확산하길 기대하며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환경문제와 윤리문제까지 확대 거론되면서 이제 개인이든 기업이든 간에 개인주의적 편익에 따른 가치추구와 소비생활에서 소외계층과 사회 불평등 같은 사회문제를 인식하면서 상생과 공존의 가치로 전환하여야 건강한, 그리고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건축디자인과 공익성>
내가 속한 정림건축은 올해로 46년을 맞이하며, 나는 26년을 함께 해왔다. 비교적 이직률이 높은 건축설계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장기근속의 이유 중 하나는 정림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건강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공간환경을 만들어 더불어 사는 세상과 함께 한다’ 라는 정림의 미션이 우리 정림구성원들의 존립이유이며, 이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반세기 동안 사회와 더불어 동반성장을 추구해왔다. 건축디자인의 속성 상, 하나의 건축물이 완공되는 순간 개인의 자산인 동시에 사회적 공공자산의 성격을 갖게 되므로, 우리가 디자인하는 일이 공공성을 담고 있으며 그 때문에 건축사에게는 직업윤리가 한층 더 강조된다. 건강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일이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는 첫걸음이기에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공성을 만족하는 설계안을 도출하기 위해 우리는 뜨거운 논쟁을 하기도, 많은 밤을 새우기도한다. 프로젝트에 있어서 사업성과 공익성은 늘 대립적인 관계로 시작하지만 프로젝트를 마감할 때 즈음이면 그 두 단어가 미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게 되는데, 특히 병원이나 관청, 공항, 대형 쇼핑몰처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해야 하는 시설을 디자인할 때가 그러하다. 따라서 윤리적 건축은 공공성 자체가 사업성에 도움을 주게 될 때 더욱 빛이 난다.

<공유가치의 실천>
설계안에도 공공성과 사업성의 조화가 필요하듯, 기업이 사회와 함께 동반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공유가치가 중요하며 탁상 앞에서의 사유나 구호, 또는 이념보다는 작은 실천이 더 중요하다. 건축인들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는 ‘대한건축사협회’ 나 ‘한국건축가협회’ 에서도 크고 작은 행사와 모임들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정림건축도 역시 설립 이후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해왔으며 건축설계를 통한 사회봉사와 재능기부로 이러한 공유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며 이제는 건강한 사내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사회공헌 사례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운동’ 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가난을 극복하고 자립의 삶을 살아가기 원하는 홈파트너들을 위해 만들어진 해비타트 운동을 2002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매년 무상설계와 현장인원 파견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설계와 시공감리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기에 정림이 할 수 있는 적절한 자원봉사 프로젝트이다. 3년 연속 목천과 수원 현장을 나 역시 직접 체험해보았는데, 땀방울의 가치와 보람이 전달되는 감동의 현장이라서 그런지 약간의 중독성마저 느껴진다. 지금은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연예인들까지 합세하여 많은 홍보가 되어 있다.

2. 정림문화재단
정림문화재단은 정림건축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정림건축 설립자의 유지에 따라 정림 지분의 10%를 출연하여 설립된 공익재단법인으로 건축을 통한 사회봉사, 건축과 문화예술의 교류, 건축의 대중화 활동들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를 테면 미래 건축가 발굴을 위한 ‘정림건축 학생상’ 을 비롯, 건축계의 소통을 위한 ‘건축신문’ 을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또한 건축과 문화에 대한 토론장 ‘포럼 앤 포럼’ 을 주최하고 어린이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건축교육의 장 ‘새싹꿈 건축학교’ 와 ‘푸른꿈 건축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창의적 사고와 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건축의 특성을 통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넓혀 나가고 있다.

3. 매칭펀드
정림 임직원들이 매년 말 사내바자회를 통해 물품을 기증하고 온라인과 현장경매를 통해 기부금이 모금되면 회사가 총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매칭펀드로 기증하여 기부하는 방식으로 회사와 직원이 함께 자발적 참여의식을 갖게한다. 이렇게 모금된 기금은 종로구청 사회복지과에 전달되어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누어지기도 하고 월드비젼같은 NGO단체, 또는 태안유류오염사고, KBS 수재의연금으로 전달되거나 쓰나미피해를 입은 지역에도 기부해 왔다.

4. 1사1촌
2008년부터 경북 상주에 위치한 봉강 팜스테이 마을과 1사1촌 결연을 맺고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기업과 농촌이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개화시기에는 인공수정으로, 수확기에는 배를 수확하는 행사를 중심으로 과실을 수확하는 기쁨 뿐 아니라 부족한 농촌일손을 돕는 의미도 되새긴다. 정림 가족에게는 무공해 농촌체험의 기회를, 농촌에는 생활의 활력을 제공하여 실질적인 농촌사랑운동으로 발전하는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5. 각종 나눔 프로젝트 사례
1) 10년 전쯤, 민간사업으로 추진된 평양과학기술대학교 마스터 플랜과 13개 대학건물을 무상으로 설계했고, 이를 위해 설계팀이 직접 방북하기도 했다. 현장조사 후 인프라가 절대 부족한 북한의 현실을 설계에 반영하면서 2년 반 만에 사업을 성공리에 수행하고 지금은 완공되어 우수한 인력들을 배출하고 있다.

2) 경남 산청에 위치한 성심원은 과거에 한센병으로 격리된 삶을 살아가는 공동체 마을이다. 이 곳 전체마을의 리모델링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지원하고 이 중 ‘글라라의 집을’ 디자인하여 기부했다.

3) ‘서울시립 소년의 집’ 과 의정부에 위치한 정신지체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단체인 ‘나루터 공동체’ 의 교육동 역시 노후화된 시설을 개보수 설계하고 감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러한 나눔 활동이 사회공헌을 통해 기업윤리를 실천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직업의식을 함양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4) 장애인주택 개조사업은 2002년 한 시민단체의 주택개선사업에 정림 직원들이 하나 둘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고,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한 환경개선과 구조적인 문제해결을 통해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했다. 2008년에는 두 가구에 대한 사업비를 전액 지원했을 뿐 아니라 정림 E&C에서는 시공을 담당하는 등, 정림 가족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실현되었다.

<아쉬운 계절. 봄>

정림과 함께 해온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정림건축이 한국건축계의 리더기업으로 성장한 이유 중 하나는, 수많은 건축물들을 설계해오며 그 건축물에 사회성과 공공성을 함께 담으려고 노력한 선배들과 지금도 그 정신을 잊지 않고 혼신의 힘으로 디자인하고 있는 후배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입사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회사에서는 시니어그룹에 위치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프로젝트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사건과 사고들은 잠시일 뿐, 장기적인 안목에서 건축가가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는 일이 내 인생에 있어서 궁극의 가치로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앞에서 열거한 많은 사회공헌과 관련된 사업에 직접적으로 주도해오거나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해왔지만 아직 많이 부족할뿐더러 갈 길도 멀다. 아직도 이 사회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소외된 약자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주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나 역시 정림에 잠시 머물다 가는 삶이긴 하지만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며 마주한 아름다운 사연들은 향후 정림을 짊어지게 될 후배들에게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으로 전해지고 또 다양한 기회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우리는 사회에 빚을 지고 있고, 우리의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었으므로. KTX기차 안의 매거진에 봄날에 대한 감성적 기사가 내 마음을 대신 이야기하는 듯 하다.
“아름다워서 슬프고 찰나의 순간처럼 짧게 느껴져 허망한 봄날이 가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봄은 또 올 것이고 작년의 그 봄과 다르지만 다시 올 봄은 또 그대로 아름다울 테니까.

『 저소득층,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 디자인』


글 / 현대산업개발 상품개발본부·장경일 전무


-공익을 위한 디자인, 디자이너의 재능기부 등 상생의 가치실현을 위한 디자인 분야의 역할을 재정의 한다면?
소셜디자인을 ‘소통을 통한 사용자들의 참여와 동기유발에 의해 사회적 관계를 재정립하고, 현재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거나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솔루션을 구하는 프로세스’ 라 정의 한다면, 건축이 갖는 생활 밀착도나 사회적 영향력 및 한번 지어지면 쉽게 없앨 수 없는 건물의 지속성 측면에서 건축분야의 소셜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보금자리 주택으로 대표되는 임대주택 사업은, 심화되는 소득불균형으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택부분에서의 공익적 접근이었지만, 당초 취지대로 결실을 맺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보전해야 할 녹지의 용도를 변경하여 만들어진 싼 토지대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실제 사용해야 할 소외계층이 사용하지 못할 임대료나 분양가가 책정되는 사업 기획적 측면은 논외로 하더라도, 사용자들이 어떤 가족구성원으로
어떻게 생계유지를 하고, 어떤 시공간적 생활패턴을 갖고 있으며, 임대료 및 관리유지비는 얼마나 부담이 가능한지 등 보다 심층적인 타깃 분석을 통해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소셜디자인 측면의 고민과 해결방안의 제시가 부족하진 않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디자이너 뿐 만이 아니라, 디자인 평가자, 시공자, 발주처 모두가 사용자 입장에서의 공익적 마인드 강화가 필요할 것이나, 이러한 여러 분야의 의견을 조율하고 통합하며 최적의 솔루션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Creator로서 디자이너의 책임과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모쪼록 이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복합단지 개념의 행복주택은 이러한 소셜디자인의 근본적 목표인 상생의 가치실현이 구현될 수 있는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길 기대한다.

-진정한 소셜 디자이너로서 지녀야 할 가치를 꼽는다면
첫째, ‘소외되고 어두운 곳을 볼 수 있는 눈’ , 경제적 논리에 의해 개발계획에서 배제되었던 소외계층이야말로 디자이너의 창의적 역량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며, 이를 통해 사회의 균형적 발전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다양하고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 요즘 경제학적으로 주목받는 빅데이터라는 개념 역시, 다양하고 무한한 네트워크상에서 공통된 소셜 아이덴티티의 목소리를 찾아내는 도구이듯, 디자인 역시 개인적 취향의 작품구현을 위한 디자인역량 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을 통해 조율해가는 프로세스가 더욱 중요한 분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발자가 아닌 사용자로서의 마음가짐’ . 사실,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진정한 클라이언트는 계약상의 갑인 발주자가 아니라 사용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요즘 사회지도층의 연이은 윤리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이런 일이 최근 들어 증가 했다기보다는 실시간 전파와 공유가 가능한 SNS 등의 비약적 기술발전과 그에 따른 소셜 파워의 강화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앞으로는 상품의 매출규모나 단기 이익보다는 사용상의 경험과 평판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따라서 기획 및 디자인 단계부터 최종 소비층인 사용자의 입장에 서서 지속적 상생과 공유가치의 향상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프로젝트 A. Culture Box>
배경 - 현대 사회에서 소득 구분에 의한 계층의 분화는 단순한 부의 쏠림을 넘어 문화적 체험의 기회 부여에서도 불균등한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사회 발전에 따른 문화 체험 욕구 증가와 더불어 진학,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써의 현실적인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지금, 저소득층의 정서적 치유와 문화적 체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아이디어 제안을 통해 사회전체의 공생 및 균형적 발전을 모색하고자 한다.

IDEA - 이번 아이디어의 시작은 공개 공지 등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환원에 대한 재구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실제 필요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공개공지를 조성하는 자금으로, 보다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 조성 방안으로 제안하는 것이 바로 ‘Culture Box’ 이다. 건설사(Kiosk)+지자체(운영, 관리)+통신사(통신망)의 물리적 Platform위에 미술관(전자미술작품공유)+학원(동영상강좌공유)+음악가(공연 : 재능기부)+영화관(영화상영) 등의 재능 기부 형식의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지역 문화 중심체를 형성하는 것이 주 골자이다. 입지는 공지 및 낙후 건축물 등 도시 슬럼화를 야기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여 지역 범죄 억제와 도심 재생성 유도가 가능하도록 선정한다. Kiosk 건립 시 지역 주민의 설계 아이디어 공모(+유명건축가 컨설팅 : 재능기부), 공사 참여 등을 통해 자신들을 위한 시설이 자신들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고려한다.

기대효과 - ‘빌바오 효과’ - 쇠락해가던 철강 공업 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 후 스페인의 문화적 자부심이 되었던 사례를 설명하는 단어이다. 문화를 제공하는 작은 지역 공동체가 당장 도시를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작은 씨앗들이 도시 곳곳에서 움튼다면 점층적으로 변화하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이라 생각하며 그 시작으로 ‘Culture Box’ 를 제안한다.

<프로젝트 B. Luggage Lift>

배경 - 눈 오는 날 높은 비탈길을 올라 본적이 있는가? 산동네라 불리는 비탈진 주거 공간은 저소득층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노년층의 세월의 무게까지 얹혀진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물리적인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다음의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IDEA - 비탈길에서는 자신의 ‘몸’ 뿐 아닌 ‘짐’의 이동이 굉장한 제약사항이 될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짐
이동을 위한 리프트를 제안하고자 한다. 골목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전신주 등의 수직 포스트를 모터 및 설비 공간으로 활용하고 안전을 고려한 저속형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한다. 전력은 전신주 상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을 활용하고 바닥에는 보다 원활한 짐 운반을 위한 경사면을 설치한다.

기대효과 - 짐 운반의 편의를 위해서 활용하는 것은 당장의 일차적인 효과가 될 것이다. 공사 물품의 운반 등을 위한 인프
라로의 활용 가능성은 향후 지역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 생각한다.

『 사회적 가교역할을 하는 매개공간의 확충』


글 / IDAS 디자인·이동원 대표
‘디자인’ 의 사전적 정의는 의상, 제품, 건축 따위의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작품의 설계나 도안으로 정의하고 있고 이와 연장선상에서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연구 개발하는 전문가라고 단순히 풀이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술가와 디자이너를 분류하는 기준을 이러한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분류하는데 유럽에서도 디자인의 발전은 산업화의 흐름과 발맞추어 성장하였기에 그러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은 산업에 근간해서 그 기반을 다졌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기업제품의 이미지와 광고 등을 화려하게 꾸며주어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하여 매출 향상에 기여하는 일종의 상업적 측면만 부각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디자인이란 용어 자체를 받아들이는 느낌 자체를 자본주의적 논리로만 이해하기도 한다. 이처럼 일반 사람들이 바라보는 디자이너의 이미지는 차갑다. 그저 자본가의 돈을 받고 도안이나 설계를 해주는 직업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 나아가서는 푸르른 자연을 회색 빛 콘크리트로 뒤덮어 버린 환경파괴의 조연으로 낙인찍기도 한다. 이처럼 안타까운 오명을 받는 이유는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소홀히 해왔던 기존 디자이너들의 과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인지하고 발 벗고 나서는 디자이너들이 차츰 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재능기부인데 이를 통해서 본인의 역량을 공익을 위해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결국 일회성 이벤트처럼 한시적이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다수 디자이너들에게는 너무도 요원한 방법이다.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활동은 결국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한때 재능기부나 친환경 디자인 등의 시도와 노력을 해보았지만 이러한 한시적 이벤트가 아닌 좀 더 꾸준히 할 수 있는 거시적인 방법을 도출하고 싶었다. 결국 필자의 생각은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혹은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하는 매개가 되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입지가 높아질수록 자본가에 의한 대형 프로젝트를 접하면서 자본가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위치를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자본가들은 디자이너에게 상업적 가치를 높이는 데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디자이너의 설득을 통해 자본가들에게는 공간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지역을 위한 공공공간의 중요성을 설득하여 유동인구의 증가와 함께 자본가의 공간가치를 높일 수 있음을 설득하게 되면 점차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자신의 공간을 공용화하는 것에 많은거부감을 가졌다가도 한두번 경험을 통해 공공 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시너지를 만드는지 알게 되고 그것은 곧 큰 자본가들의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게 되며 디자이너는 쉽게 자신의 재능을 통해 얼마든지 더 큰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도시 중심상업지역의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부지의 신축 설계를 의뢰한 한 건축주는 최대의 면적과 이 지역에서의 시각적 차별화만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었다. 필자는 남들이 모두 자신들의 건물 1층을 모두 꽉 채워 상가를 두고 월세만을 고집할 때 우리는 1층의 1/3을 버리자는 권유를 했다. 그것도 지역 사람들이 이 길을 통해 주차장으로의 이동이 용이하도록 하여 지역 사람들의 편의를 더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모두 난색을 표했으나 필자의 지속적인 설득과 건축주의 신뢰로 실제 설계 시 반영하게 되었다. 그 결과 건축주 건물의 일반적인 지하공간은 보행자 통로와 함께 가치는 급상승했고 메인 보행자도로를 거치지 않고도 긴 상업건물들 사이에 있던 이 건물의 보행자 통로를 통해 유동인구는 증가했으며 자연스럽게 지역사람들의 편의를 제공하면서도 건물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었던 좋은 예이기도 하다. 이처럼 특정 공간을 버리는 것 같아도 디자이너들은 얼마든지 지역의 빼곡한 상업지구 건축물들 사이에서 몇 가지 좋은 제안을 통해 자본가들의 의식을 바꿀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가치는 지속적이어야 하며 꾸준히 큰 자본가를 통해 이루어져야 빠르고 더 넓게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디자이너는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좋은 매개로서의 역할을 디자이너의 사명감을 가지고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어차피 공간이든 제품이든 시각적인 부분은 예술성을 부여하여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느낌과 그 대상의 상황을 고려하여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미적인 작업들 이전에 사회적 참여로서의 디자인을 통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야 한다. 한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투명치과’ 의 경우도 이와 연장선상에 있는 계획된 디자인이다. 보통 한 건물을 통째로 설계하는 경우,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는 전 층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윤이 창출되는 상업적 공간으로 설계되길 바라지만 필자가 제안한 디자인은 사회적 공공재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복합적 공간이었다. 한두 층 정도를 일반 사람들이 자연스레 사용할 수 있게 카페테리아를 비롯한 휴식의 장소로 제공함으로써 치과와 사회와의 소통의 공간으로 부여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투명치과에 대한 고객의 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어 매출향상에도 기여하는 상생의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이 밖에도 청담동의 최고급 주거공간인 ‘피엔폴루스’ 는 라운지를 개방성 있게 디자인하여 일반 서민과의 괴리감을 좁히는 동시에 단순히 이 공간을 부의 전유물로만 사용하지 않게 설계했으며, 신사동 가로수길의 ‘쿤위드어뷰’ 는 동적인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강렬한 영상으로 사람들과의 소통에 주력하였고 단순한 멀티샵이 아닌 그 거리를 대표하는 감성적인 문화공간으로 디자인하여 가로수길에 부족한 쉼터로써의 사회적 역할을 하도록 디자인했다. 앞에 언급한 사례들처럼 굳이 재능기부나 단발적인 공익성 활동이 아니더라도 디자이너가 그 사회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디자인을 요청해 오는 클라이언트의 경우 아무래도 부가 축적된 자본가 집단이 많기 때문에 매출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사회적 환원의 성격으로 디자인하여 제안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하나의 디자인만 보면 비록 작은 움직임이지만 필자를 통해 지금까지 디자인된 공간들이 1,000여 개는 훌쩍 넘고, 앞으로도 그 이상의 공간을 디자인 할 것이기 때문에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가교 역할을 하는 매개체의 공간들은 더 확충될 것이다. 이와 함께 다른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해 준다면 그 수는 점차 늘어날 것이며 이는 곧 자본가와 일반 대중과의 괴리감을 없애는 소통의 창으로도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것은 그다지 거창한 것도, 그리고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저 매번 수행하게 되는 프로젝트들 마다 한줌의 모래 대신 한줌의 관심을 불어 넣으면 되는 것이다. 자본가를 설득하고 사회와 소통하며 대중에게 기여하는 그런 의미와 가치가 담긴 디자인이 풍성해질 우리사회를 꿈꾼다.
『U-HAUS』


글 / (주)한성아이디디자인그룹·남천희 대표
국내 유니버설 디자인은 걸음마 수준으로, 그에 관한 주거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유니버설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2011년부터 일본 NODA사와 제휴하는 등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액티브 시니어와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편리하고 윤택한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인간공학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U-HAUS는 그 결과물로써, 기능뿐 아니라 인테리어의 미적 요소까지 고려해 디자인 및 과학, 자연의 조화를 이룬 공간으로 재창조하도록 돕는다. 이에 브랜드는 국내 실태에 맞춰 ‘Universal’ , ‘Healing’ , ‘Accessibility’ , ‘Usable’, ‘Sustainability’ 다섯 가지 키워드를 선정했다. 먼저, Universal은 노약자, 장애인뿐 아니라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디자인을 뜻한다. Healing의 경우, 공간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아 주는 ‘치유’ 개념을 디자인에 담은 것이며, Accessibility는 가족 구성원과 노약자의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접근성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또한 Usable은 가구 등 공간을 구성하는 제품 하드웨어를 맞춤 설계로 제공하여 사용 편리성을 도모한다. 마지막으로, Sustainability에서는 장기
적으로 생활 안정과 편리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거주자 생활패턴 및 동선을 고려한 맞춤 설계를 접목해 기능성과 편리성을 높이는 디자인적 특징을 갖출 수 있다. 또한 굳이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생활이 편리한 도심 속에서 고급 실버타운 수준의 인테리어를 구현하며, 원하는 공간만 모듈로 디자인해 효도 특화 상품의 패키지 형태로 제안 가능하다.
U-HAUS가 추구하는 디자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공평한 사용 (Equitable Use)
특정한 조건의 사람이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디자인
2. 사용 유연성 확보 (Flexibility in Use)
사용자의 다양한 개인적 기호 및 능력을 허용하는 디자인
3.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Simple, Intuitive Use)
사용자의 경험, 지식, 언어능력 등과는 무관하게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4. 쉽게 인지 가능한 정보 (Perceptible Information)
주변 환경이나 사용자의 감각적 능력과는 무관하게 필요한 정보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디자인
5. 오작동에 대한 포용력 (Tolerance for Error)
얘기치 않은 동작에 의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 디자인
6. 신체적 부담의 경감 (Low Physical Effort)
신체적인 부담을 최소화 하고 효율적이고 쾌적하게 사용 가능한 디자인
7. 여유 있는 공간의 확보
(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 사용자의 신체적 크기, 자세, 이동능력과 관계없이 쉬운 접근 및 조작이 가능한 적절한 크기 및 넓이를 확보한 디자인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여 아래와 같이 디자인을 구현한다.
첫째, ‘기능적 지원이 높은 디자인(Supportive Design)’ 으로 부엌 싱크대 및 계단 하단 부위에의 조명 설치 등 제품, 환경의 기능상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사용자 편의를 우선시 한다.
둘째, ‘수용 가능한 디자인(Adaptable Design)’ 에서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융통성을 지닌 디자인과 환경에 따라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수용 가능한 디자인(Adaptable Design)’ 이다. 디자인으로 높이 조절이 가능한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작업대, 세면대 등을 제안한다.
셋째는 ‘접근 가능한 디자인 (Accessible Design)’ 으로, 장애물이 제거된 상태로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이는 보행 보조기 사용자를 위한 넓은 출입문 혹은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통로의 턱을 없애거나 콘센트 위치를 높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끝으로, ‘안전한 디자인 (Safety-oriental Design)’ 을 통해 건강 및 복지를 증진시키고 물리적, 심리적 위험 요소를 자각한다. 대조적 색채와 패턴을 이용한 단차 표시, 둥근 모서리로 부상 최소화, 시청각적 표시기능을 갖춘 경보기 등으로 의미를 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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