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치유하는 공간
Spa
에디터 이석현, 최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인식이 아닐까 싶다. 특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질병에 대한 인식은 드라마틱하게 변화했다. 범 세계적으로 신체적 전염병이 유행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 수가 대폭 증가하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그와 동시에 주목받고 있는 공간이 바로 스파다.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스파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사료에는 몸이 아플 때 온천을 찾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실제 혈액순환 및 신경, 근육의 피로 회복, 통증 감소와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정신 건강에도 스파는 효과적인데 장난스러운 말로 우울함을 수용성이라 말할 만큼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 가벼운 목욕을 하면 피로감과 우울감이 씻겨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다양한 대학에서 실제로 물소리를 듣는 일, 물 근처에 머무는 일만으로도 기분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연구팀은 따뜻한 물로 하는 목욕이 심부 체온을 높여 생체 시계를 정상화한다는 추적 연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각 문화별로 다양한 모습의 스파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1인 세신숍을 비롯해 에스테틱과 결합한 자기관리 느낌의 스파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해외에서는 목욕이라는 점에 집중해 물의 종류나 온도를 세분화한 온천이나 다채로운 종류의 사우나, 마사지나 미식과 결합한 종합 프로그램 등을 제안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스파를 만나보자.
평화롭고 세련된 안식처
Mu Feng Yue Hot Spring Hotel
에디터 이석현
Design Team / STUDIO A+
Location / 산시성 펑시 신도시, 중국
Total Floor Area / 3,440㎡
Site Area / 10,005㎡
중국 산시성 펑시 신도시에 위치한 무펑웨 온천 호텔(Mu Feng Yue Hot Spring Hotel)은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도시의 번잡함에서 조금 떨어진 고요한 휴양지로 떠오르고 있다. 호텔은 도시 생활과 자연이 완벽하게 융합되어 투숙객에게 평화롭고 세련된 안식처를 제공한다. 이곳에 채택된 건축 방식은 자연과의 조화와 주변 환경에 대한 사려 깊은 적응을 강조하여 소박한 외관과 풍부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무펑웨 온천 호텔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공간을 재정의하고 연출하는 벽의 전략적 배치를 통해 만들어진 환경을 갖는다. 벽은 공간 경험을 접고 펼치며 ‘환경’을 더 큰 맥락과 통합한다. 현지 상황에 맞게 설계된 움푹 들어간 안뜰은 건물이 대지로부터 유기적으로 솟아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풍부한 흙색과 목재 질감의 노출 콘크리트 등의 소재를 선택하여 주변 환경의 자연스러운 색조를 보완한다.
주요 특징으로는 미묘한 ‘라이스 페이퍼 랜턴’이 매달린 티 룸, 반사되는 수영장, 경사진 수면, 선에서 영감을 받은 오렌지색 유리 파빌리온이 있으며, 모든 것이 호텔의 신비로운 매력을 더하는 데 기여한다. 3,440㎡의 무펑웨 온천 호텔은 6개의 고급스러운 객실과 객실마다 전용 실내 수영장을 갖추고 있으며, 전용 샤워 시설과 라운지를 갖춘 8개의 야외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다. 고급 레스토랑과 찻집에서는 현지의 맛을 전문으로 선보인다. 1만 5㎡ 규모의 대지 면적에 정원, 수경 시설, 잔디밭, 계절별 꽃과 바다를 포함한 넓은 레이아웃을 갖추고 있다. 호텔은 도심 속 오아시스에서 평화와 여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는 도시 펌프장과 지하 2층에 매설된 배전 시설을 훌륭하게 통합했다. 건물은 부지의 제약으로 기존 구조물 위에 건설되었다. 건축가는 지하 1층부터 건물 기능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양쪽의 녹지 경사면을 통해 지상과 연결된 성큰(Sunken) 마당을 만들기 위해 경관을 독창적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개발업체의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대지의 자연조건을 깊이 존중하고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공기 순환을 개선하고 실내 미기후를 조절하기 위해 스마트하게 열리는 온도 감지 채광창을 갖추고 있어 공공 공간에 수직 자연 채광을 불어넣는다. 일련의 광 유도 튜브는 햇빛을 낮은 층으로 보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녹지가 풍부한 옥상은 공기를 정화하고 빗물을 활용하여 실내 공간에 에너지 절약과 냉방을 제공한다. 환경친화적인 설계는 지속 가능한 건축을 위한 노력을 반영하여 장기적인 운영 비용을 크게 절감한다.
영웅의 모험을 품은 스파
Bathhouse Flatiron
에디터 최지은
가장 미국스러운 스파는 어떤 모습일까. 로크웰그룹(Rockwellgroup)은 국제적인 스파 브랜드 배스하우스(Bathhouse)의 뉴욕 플랫아이언(Flatiron) 지점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미국적인 스파 경험을 재정의하고자 했다.
Design / Rockwellgroup
Location / 미국, 뉴욕
Area / 3,252㎡
Photograph / Adrian Gout, Emily Andrews
로크웰그룹은 가장 미국적 스파 경험과 배스하우스가 지향하는 바를 통합해 플랫아이언 지점에 색다른 콘셉트를 제안했다. 바로 히어로, 영웅적 서사를 입힌 것이다. 고난을 이겨내고 금의환향한다는 보편적인 영웅 서사를 따와 탐구, 결정적 정점에 대한 도전과 모험, 이를 통한 성장과 변신, 집으로의 회귀에 이르는 과정을 공간에 녹여냄으로써 고객이 스파를 통한 회복의 길을 걷도록 계획했다. 이때 몰입도를 더욱 높이고자 석재 중심의 어두운 자재 팔레트 위로 빛과 그림자를 극적으로 활용했는데 다양한 조도와 각도, 색의 조명이 회복을 향한 여정을 차분히 이끈다.
배스하우스 플랫아이언은 지상 1개 층과 지하 2개 층을 사용한다. 처음 1층 로비를 통해 입장하면 실제 암석이 연상되는 커다란 리셉션 데스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두 가지 타입의 트래버틴 패턴으로 마감한 리셉션 데스크가 차분한 베이지 톤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벽과 천장을 따라 검은색 포털이 전면에 조명을 비추며 어두운 동굴이 연상되는 중앙 끝의 계단으로 발걸음을 이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라커룸이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듯 낮은 조도와 어두운 마감재, 물 웅덩이처럼 은근히 퍼지는 실루엣의 조명이 어우러져 확실한 전환감을 전한다. 독특하게 라커룸은 관리실이나 스파 룸이 아닌 카페 및 라운지와 바로 연결된다. 검은색 포털을 지나 라운지에 도착하면 라커룸과 같은 디자인 언어를 공유하며 석제 벤치를 기반으로 친밀한 클러스터를 형성함으로써 여행을 떠난 듯 편안한 휴식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게 유도했다.
한 층 아래는 온천 수영장을 비롯한 다양한 스파 시설를 위한 공간이다. 지하 1층과 마찬가지로 모든 공간의 조도가 낮아 차분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가장 첫 공간인 온천 수영장은 여러 개의 풀을 중심으로 주변을 가열된 검은 돌, 터키식 목욕탕 벤치, 다양한 종류의 사우나가 둘러싼 구조를 띤다. 각 풀 위로는 피라미드 형태의 천장 구조물을 정방향, 또는 역방향으로 올려 재발견된 문명의 잔재와 같은 인상을 남겼다. 사우나는 반야, 건식 사우나, 적외선 사우나, 스팀 룸까지 네 종류가 마련되었으며 그중 의식용 사우나라 부르는 건식 사우나실은 중앙 히팅 시설을 계단식 벤치 좌석이 감싼 구조로 천장의 간접 및 다운 조명이 중앙 히팅 시설을 비춰 제단과 같은 인상을 준다. 솔송나무 패널을 수직으로 늘어뜨린 적외선 사우나는 숲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러시아식 사우나 반야(Banya)는 검정에 가까운 녹색, 보라색 슬레이트 타일과 검은 돌로 둘러싸인 가스 화로가 특징이며 하단 벤치에는 선형 조명을 부착해 편안한 이동을 도왔다. 트리트먼트 룸은 어둡고 압축된 복도를 통해 연결된다. 먼저 소금 풀과 트래버틴 패턴의 벽이 인상적인 작은 라운지를 지나게 되며 안쪽에는 성소처럼 연출한 스크럽 룸과 갈색의 온화한 분위기의 마사지 룸이 자리한다.
본질에서 찾은 해법
건강미 청담
에디터 최지은
까다로운 문제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갔을 때 해법이 나오고는 한다. 건강미 청담은 본질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상반되는 개념을 녹여낸 스파다.
디자인 / 스튜디오 아이엠에이·이호용, 박상은, 권오성
시공 / 스튜디오 아이엠에이·이호용, 박상은, 권오성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162길 43
면적 / 320㎡
마감 / 천장-페인트 I 벽체-필름 및 텍스처 페인트 I 바닥-타일
사진 / 최용준
공간 디자인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합의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이를 반영한 디자이너의 제안 사이에서 수많은 조율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이번 건강미 청담 프로젝트는 여수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파&에스테틱 ‘건강미’가 서울에 첫 지점을 오픈하는 과정이었기에 보다 섬세한 의견 조율이 필요했다. 건강미는 한옥의 정취가 가득한 공간을 원했는데 디자인을 전담한 스튜디오 아이엠에이는 이미 자리잡은 브랜드의 완성된 모습은 보여주되, 현대적 감각을 적절히 가미해 수년이 지나도 고루해 보이지 않을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에 스튜디오 아이엠에이가 찾은 방법은 본질이었다. 재료의 본질과 형태의 본질을 적용함으로써 무게감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예스럽지만 구식이 아닌, 차분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공간을 완성했다.
건강미 청담은 2층과 3층, 총 두 개 층에 걸쳐 있으며 전체적으로 정제된 한국적 미감을 물씬 풍긴다. 기존 건물 안에 전통의 느낌을 가득 담아내고자 본질의 재료인 나무, 돌, 빛에 초점을 맞춰 내부 마감재를 계획했다. 목재의 결이 느껴지는 필름과 한옥의 흙벽 질감이 느껴지는 텍스처 페인트로 벽체를 마감했으며 문살이 연상되는 격자무늬와 칸살, 주춧돌이 연상되는 석제 오브제와 달항아리 등이 고즈넉한 풍경을 그린다. 동시에 소재 간의 톤을 맞추고 형태를 담백이 다듬었다. 이때도 형태의 본질인 점, 선, 면에 집중했다. 점과 같은 원형의 포인트를 가구, 선반에 담는가 하면 시선이 멈추는 가구, 오브제를 점으로 여겨 곳곳에 시선을 멈출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하고 선은 복도로, 점과 선이 중첩된 공간을 면으로 상정해 부딪힘 없이 조화로운 공간을 완성했다.
건강미 청담의 시작점인 2층은 고객을 맞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간이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널찍한 리셉션 데스크가 방문객을 반기며 우드 톤 데스크 양옆으로 선 형태의 장식 선반을 길게 세우고 짙은 우드 톤 대기 좌석을 두어 전통 분위기를 담백하게 이어갔다. 대기 좌석 옆의 칸살 도어는 상담실로 이어지며 상담이 끝난 후에는 복도 안쪽의 베드룸에서 원하는 관리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상담이 끝났음에도 빈 베드룸이 없을 경우에는 복도 가장 안쪽에 마련된 별도 휴식 공간에서 다과와 함께 대기할 수 있다. 이곳은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으며 편안한 소파 좌석과 목제 펜던트, 예술 작품을 걸어 우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내부 계단을 통해 이어지는 3층은 테라피에 집중하는 영역인 만큼 2층에 비해 차분한 색감이 특징이다. 무늬목, 타일, 벽체까지 전체적으로 톤을 눌러 보다 고요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조명 역시 2층은 4,000K, 3층은 3,000K로 색온도를 낮췄다. 복도를 따라 베드룸이 이어진 구조를 띠며 석제 오브제와 격자 패턴의 천장 장식, 대나무를 그린 바리솔 조명 등으로 한층 심화한 분위기를 펼쳤다. 3층에서 가장 특징적인 공간은 스파 룸으로 안쪽에서부터 샤워, 환복, 스파, 마사지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 동선을 계획하고 격자 패턴의 원형 창을 비롯한 예스러운 작품들로 전체 디자인 언어를 이어갔다.
차분한 휴식의 공간
Naz Spa
에디터 최지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 스파.
브라질의 나스 스파(Naz Spa)는 약해진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휴식처다.
Design / TRAAMA ARQUITETURA
Location / 브라질리아, 아자 술, 브라질
Area / 80㎡
Photograph / Júlia Tótoli(표시한 사진 외), Edgar César
최근 몇 년 간의 경험을 통해 약해진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에 등장한 나스 스파도 이러한 치유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기에 주목할 만하다. 클라이언트인 데카(Deca)는 이곳이 모든 연령대가 접할 수 있고 사람 사이 관계를 변화시킬 공간을 원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돌봄이라는 콘셉트를 가져왔다. 디자인을 담당한 트라마 아르키테투라(TRAAMA ARQUITETURA, 이하 트라마)는 사람들이 신체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자부심과 그 과정에 동반되는 보살핌을 원한다고 여겼기에 돌봄이 태도, 책임, 다른 사람과의 관계, 환경, 나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공간을 구상했다. 그렇게 도출한 스타일이 바로 일본과 스칸디나비아다. 두 국가 특유의 차분하고 온건한 재팬디(Japandi)와 휘게(Hygge) 스타일에 부족한 듯 하지만 내면의 깊이가 충분한 와비사비(わび-さび) 스타일을 더해 평온함을 전달하는 공간을 완성한 것이다.
문을 열면 베이지와 우드 톤의 공간이 방문객을 안온히 맞이한다. 전체 콘셉트의 메인은 물이다. 물은 고대인들이 물을 건강 개선과 질병 치유의 원천이라 여겼던 모습과 나스 스파가 지향하는 보살핌의 가치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물이기 때문으로 내부 벽면을 모두 둥글게 아울러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널찍한 대기 공간을 시작으로 옆에는 족욕 공간이, 안쪽에는 본격적인 스파를 위한 욕장이 마련되어 있다. 대기 공간과 족욕장은 서로 완전히 개방된 구조를 띠는데 패브릭 소파와 우드 암체어, 러그 등의 건식의 보드라운 촉감이 강조된 대기 공간과 달리 족욕 공간에는 자갈, 흙, 라탄 등 전혀 다른 자연의 소재를 활용해 통일감 있지만 풍성한 공간감을 만들었다.
족욕 공간 뒤로는 청각적 효과를 위한 커다란 도자기와 천장에서 내린 수도꼭지가 자리한다. 이곳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떨어지는데 공간 전체에 물소리를 퍼뜨림으로써 청각적인 이완을 의도했다. 대기 공간 측면에는 마사지 등의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베드가 마련되어 있으며 뒤편에는 욕조와 스탠딩 샤워기, 커다란 세면대가 있는 본격적인 스파 공간이 자리한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욕조 공간은 석제 파티션을 한 겹 더 세웠으며 모두 밝은 톤의 석재를 사용해 온건하고 차분한 휴식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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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공간
Spa
에디터 이석현, 최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인식이 아닐까 싶다. 특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질병에 대한 인식은 드라마틱하게 변화했다. 범 세계적으로 신체적 전염병이 유행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 수가 대폭 증가하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그와 동시에 주목받고 있는 공간이 바로 스파다.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스파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사료에는 몸이 아플 때 온천을 찾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실제 혈액순환 및 신경, 근육의 피로 회복, 통증 감소와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정신 건강에도 스파는 효과적인데 장난스러운 말로 우울함을 수용성이라 말할 만큼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 가벼운 목욕을 하면 피로감과 우울감이 씻겨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다양한 대학에서 실제로 물소리를 듣는 일, 물 근처에 머무는 일만으로도 기분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연구팀은 따뜻한 물로 하는 목욕이 심부 체온을 높여 생체 시계를 정상화한다는 추적 연구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각 문화별로 다양한 모습의 스파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1인 세신숍을 비롯해 에스테틱과 결합한 자기관리 느낌의 스파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해외에서는 목욕이라는 점에 집중해 물의 종류나 온도를 세분화한 온천이나 다채로운 종류의 사우나, 마사지나 미식과 결합한 종합 프로그램 등을 제안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스파를 만나보자.
평화롭고 세련된 안식처
Mu Feng Yue Hot Spring Hotel
에디터 이석현
Design Team / STUDIO A+
Location / 산시성 펑시 신도시, 중국
Total Floor Area / 3,440㎡
Site Area / 10,005㎡
중국 산시성 펑시 신도시에 위치한 무펑웨 온천 호텔(Mu Feng Yue Hot Spring Hotel)은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도시의 번잡함에서 조금 떨어진 고요한 휴양지로 떠오르고 있다. 호텔은 도시 생활과 자연이 완벽하게 융합되어 투숙객에게 평화롭고 세련된 안식처를 제공한다. 이곳에 채택된 건축 방식은 자연과의 조화와 주변 환경에 대한 사려 깊은 적응을 강조하여 소박한 외관과 풍부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무펑웨 온천 호텔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공간을 재정의하고 연출하는 벽의 전략적 배치를 통해 만들어진 환경을 갖는다. 벽은 공간 경험을 접고 펼치며 ‘환경’을 더 큰 맥락과 통합한다. 현지 상황에 맞게 설계된 움푹 들어간 안뜰은 건물이 대지로부터 유기적으로 솟아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풍부한 흙색과 목재 질감의 노출 콘크리트 등의 소재를 선택하여 주변 환경의 자연스러운 색조를 보완한다.
주요 특징으로는 미묘한 ‘라이스 페이퍼 랜턴’이 매달린 티 룸, 반사되는 수영장, 경사진 수면, 선에서 영감을 받은 오렌지색 유리 파빌리온이 있으며, 모든 것이 호텔의 신비로운 매력을 더하는 데 기여한다. 3,440㎡의 무펑웨 온천 호텔은 6개의 고급스러운 객실과 객실마다 전용 실내 수영장을 갖추고 있으며, 전용 샤워 시설과 라운지를 갖춘 8개의 야외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다. 고급 레스토랑과 찻집에서는 현지의 맛을 전문으로 선보인다. 1만 5㎡ 규모의 대지 면적에 정원, 수경 시설, 잔디밭, 계절별 꽃과 바다를 포함한 넓은 레이아웃을 갖추고 있다. 호텔은 도심 속 오아시스에서 평화와 여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는 도시 펌프장과 지하 2층에 매설된 배전 시설을 훌륭하게 통합했다. 건물은 부지의 제약으로 기존 구조물 위에 건설되었다. 건축가는 지하 1층부터 건물 기능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양쪽의 녹지 경사면을 통해 지상과 연결된 성큰(Sunken) 마당을 만들기 위해 경관을 독창적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개발업체의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대지의 자연조건을 깊이 존중하고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공기 순환을 개선하고 실내 미기후를 조절하기 위해 스마트하게 열리는 온도 감지 채광창을 갖추고 있어 공공 공간에 수직 자연 채광을 불어넣는다. 일련의 광 유도 튜브는 햇빛을 낮은 층으로 보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녹지가 풍부한 옥상은 공기를 정화하고 빗물을 활용하여 실내 공간에 에너지 절약과 냉방을 제공한다. 환경친화적인 설계는 지속 가능한 건축을 위한 노력을 반영하여 장기적인 운영 비용을 크게 절감한다.
영웅의 모험을 품은 스파
Bathhouse Flatiron
에디터 최지은
가장 미국스러운 스파는 어떤 모습일까. 로크웰그룹(Rockwellgroup)은 국제적인 스파 브랜드 배스하우스(Bathhouse)의 뉴욕 플랫아이언(Flatiron) 지점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미국적인 스파 경험을 재정의하고자 했다.
Design / Rockwellgroup
Location / 미국, 뉴욕
Area / 3,252㎡
Photograph / Adrian Gout, Emily Andrews
로크웰그룹은 가장 미국적 스파 경험과 배스하우스가 지향하는 바를 통합해 플랫아이언 지점에 색다른 콘셉트를 제안했다. 바로 히어로, 영웅적 서사를 입힌 것이다. 고난을 이겨내고 금의환향한다는 보편적인 영웅 서사를 따와 탐구, 결정적 정점에 대한 도전과 모험, 이를 통한 성장과 변신, 집으로의 회귀에 이르는 과정을 공간에 녹여냄으로써 고객이 스파를 통한 회복의 길을 걷도록 계획했다. 이때 몰입도를 더욱 높이고자 석재 중심의 어두운 자재 팔레트 위로 빛과 그림자를 극적으로 활용했는데 다양한 조도와 각도, 색의 조명이 회복을 향한 여정을 차분히 이끈다.
배스하우스 플랫아이언은 지상 1개 층과 지하 2개 층을 사용한다. 처음 1층 로비를 통해 입장하면 실제 암석이 연상되는 커다란 리셉션 데스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두 가지 타입의 트래버틴 패턴으로 마감한 리셉션 데스크가 차분한 베이지 톤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벽과 천장을 따라 검은색 포털이 전면에 조명을 비추며 어두운 동굴이 연상되는 중앙 끝의 계단으로 발걸음을 이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라커룸이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듯 낮은 조도와 어두운 마감재, 물 웅덩이처럼 은근히 퍼지는 실루엣의 조명이 어우러져 확실한 전환감을 전한다. 독특하게 라커룸은 관리실이나 스파 룸이 아닌 카페 및 라운지와 바로 연결된다. 검은색 포털을 지나 라운지에 도착하면 라커룸과 같은 디자인 언어를 공유하며 석제 벤치를 기반으로 친밀한 클러스터를 형성함으로써 여행을 떠난 듯 편안한 휴식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게 유도했다.
한 층 아래는 온천 수영장을 비롯한 다양한 스파 시설를 위한 공간이다. 지하 1층과 마찬가지로 모든 공간의 조도가 낮아 차분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가장 첫 공간인 온천 수영장은 여러 개의 풀을 중심으로 주변을 가열된 검은 돌, 터키식 목욕탕 벤치, 다양한 종류의 사우나가 둘러싼 구조를 띤다. 각 풀 위로는 피라미드 형태의 천장 구조물을 정방향, 또는 역방향으로 올려 재발견된 문명의 잔재와 같은 인상을 남겼다. 사우나는 반야, 건식 사우나, 적외선 사우나, 스팀 룸까지 네 종류가 마련되었으며 그중 의식용 사우나라 부르는 건식 사우나실은 중앙 히팅 시설을 계단식 벤치 좌석이 감싼 구조로 천장의 간접 및 다운 조명이 중앙 히팅 시설을 비춰 제단과 같은 인상을 준다. 솔송나무 패널을 수직으로 늘어뜨린 적외선 사우나는 숲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러시아식 사우나 반야(Banya)는 검정에 가까운 녹색, 보라색 슬레이트 타일과 검은 돌로 둘러싸인 가스 화로가 특징이며 하단 벤치에는 선형 조명을 부착해 편안한 이동을 도왔다. 트리트먼트 룸은 어둡고 압축된 복도를 통해 연결된다. 먼저 소금 풀과 트래버틴 패턴의 벽이 인상적인 작은 라운지를 지나게 되며 안쪽에는 성소처럼 연출한 스크럽 룸과 갈색의 온화한 분위기의 마사지 룸이 자리한다.
본질에서 찾은 해법
건강미 청담
에디터 최지은
까다로운 문제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갔을 때 해법이 나오고는 한다. 건강미 청담은 본질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상반되는 개념을 녹여낸 스파다.
디자인 / 스튜디오 아이엠에이·이호용, 박상은, 권오성
시공 / 스튜디오 아이엠에이·이호용, 박상은, 권오성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162길 43
면적 / 320㎡
마감 / 천장-페인트 I 벽체-필름 및 텍스처 페인트 I 바닥-타일
사진 / 최용준
공간 디자인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합의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이를 반영한 디자이너의 제안 사이에서 수많은 조율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이번 건강미 청담 프로젝트는 여수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파&에스테틱 ‘건강미’가 서울에 첫 지점을 오픈하는 과정이었기에 보다 섬세한 의견 조율이 필요했다. 건강미는 한옥의 정취가 가득한 공간을 원했는데 디자인을 전담한 스튜디오 아이엠에이는 이미 자리잡은 브랜드의 완성된 모습은 보여주되, 현대적 감각을 적절히 가미해 수년이 지나도 고루해 보이지 않을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에 스튜디오 아이엠에이가 찾은 방법은 본질이었다. 재료의 본질과 형태의 본질을 적용함으로써 무게감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예스럽지만 구식이 아닌, 차분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공간을 완성했다.
건강미 청담은 2층과 3층, 총 두 개 층에 걸쳐 있으며 전체적으로 정제된 한국적 미감을 물씬 풍긴다. 기존 건물 안에 전통의 느낌을 가득 담아내고자 본질의 재료인 나무, 돌, 빛에 초점을 맞춰 내부 마감재를 계획했다. 목재의 결이 느껴지는 필름과 한옥의 흙벽 질감이 느껴지는 텍스처 페인트로 벽체를 마감했으며 문살이 연상되는 격자무늬와 칸살, 주춧돌이 연상되는 석제 오브제와 달항아리 등이 고즈넉한 풍경을 그린다. 동시에 소재 간의 톤을 맞추고 형태를 담백이 다듬었다. 이때도 형태의 본질인 점, 선, 면에 집중했다. 점과 같은 원형의 포인트를 가구, 선반에 담는가 하면 시선이 멈추는 가구, 오브제를 점으로 여겨 곳곳에 시선을 멈출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하고 선은 복도로, 점과 선이 중첩된 공간을 면으로 상정해 부딪힘 없이 조화로운 공간을 완성했다.
건강미 청담의 시작점인 2층은 고객을 맞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간이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널찍한 리셉션 데스크가 방문객을 반기며 우드 톤 데스크 양옆으로 선 형태의 장식 선반을 길게 세우고 짙은 우드 톤 대기 좌석을 두어 전통 분위기를 담백하게 이어갔다. 대기 좌석 옆의 칸살 도어는 상담실로 이어지며 상담이 끝난 후에는 복도 안쪽의 베드룸에서 원하는 관리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상담이 끝났음에도 빈 베드룸이 없을 경우에는 복도 가장 안쪽에 마련된 별도 휴식 공간에서 다과와 함께 대기할 수 있다. 이곳은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으며 편안한 소파 좌석과 목제 펜던트, 예술 작품을 걸어 우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내부 계단을 통해 이어지는 3층은 테라피에 집중하는 영역인 만큼 2층에 비해 차분한 색감이 특징이다. 무늬목, 타일, 벽체까지 전체적으로 톤을 눌러 보다 고요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조명 역시 2층은 4,000K, 3층은 3,000K로 색온도를 낮췄다. 복도를 따라 베드룸이 이어진 구조를 띠며 석제 오브제와 격자 패턴의 천장 장식, 대나무를 그린 바리솔 조명 등으로 한층 심화한 분위기를 펼쳤다. 3층에서 가장 특징적인 공간은 스파 룸으로 안쪽에서부터 샤워, 환복, 스파, 마사지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 동선을 계획하고 격자 패턴의 원형 창을 비롯한 예스러운 작품들로 전체 디자인 언어를 이어갔다.
차분한 휴식의 공간
Naz Spa
에디터 최지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 스파.
브라질의 나스 스파(Naz Spa)는 약해진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휴식처다.
Design / TRAAMA ARQUITETURA
Location / 브라질리아, 아자 술, 브라질
Area / 80㎡
Photograph / Júlia Tótoli(표시한 사진 외), Edgar César
최근 몇 년 간의 경험을 통해 약해진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에 등장한 나스 스파도 이러한 치유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기에 주목할 만하다. 클라이언트인 데카(Deca)는 이곳이 모든 연령대가 접할 수 있고 사람 사이 관계를 변화시킬 공간을 원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돌봄이라는 콘셉트를 가져왔다. 디자인을 담당한 트라마 아르키테투라(TRAAMA ARQUITETURA, 이하 트라마)는 사람들이 신체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자부심과 그 과정에 동반되는 보살핌을 원한다고 여겼기에 돌봄이 태도, 책임, 다른 사람과의 관계, 환경, 나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공간을 구상했다. 그렇게 도출한 스타일이 바로 일본과 스칸디나비아다. 두 국가 특유의 차분하고 온건한 재팬디(Japandi)와 휘게(Hygge) 스타일에 부족한 듯 하지만 내면의 깊이가 충분한 와비사비(わび-さび) 스타일을 더해 평온함을 전달하는 공간을 완성한 것이다.
문을 열면 베이지와 우드 톤의 공간이 방문객을 안온히 맞이한다. 전체 콘셉트의 메인은 물이다. 물은 고대인들이 물을 건강 개선과 질병 치유의 원천이라 여겼던 모습과 나스 스파가 지향하는 보살핌의 가치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물이기 때문으로 내부 벽면을 모두 둥글게 아울러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널찍한 대기 공간을 시작으로 옆에는 족욕 공간이, 안쪽에는 본격적인 스파를 위한 욕장이 마련되어 있다. 대기 공간과 족욕장은 서로 완전히 개방된 구조를 띠는데 패브릭 소파와 우드 암체어, 러그 등의 건식의 보드라운 촉감이 강조된 대기 공간과 달리 족욕 공간에는 자갈, 흙, 라탄 등 전혀 다른 자연의 소재를 활용해 통일감 있지만 풍성한 공간감을 만들었다.
족욕 공간 뒤로는 청각적 효과를 위한 커다란 도자기와 천장에서 내린 수도꼭지가 자리한다. 이곳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떨어지는데 공간 전체에 물소리를 퍼뜨림으로써 청각적인 이완을 의도했다. 대기 공간 측면에는 마사지 등의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베드가 마련되어 있으며 뒤편에는 욕조와 스탠딩 샤워기, 커다란 세면대가 있는 본격적인 스파 공간이 자리한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욕조 공간은 석제 파티션을 한 겹 더 세웠으며 모두 밝은 톤의 석재를 사용해 온건하고 차분한 휴식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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