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숨기고 드러내다 - A New Aesthetic Created by Structure (2023.11)

나누고 숨기고 드러내다
A New Aesthetic Created by Structure

에디터 이석현, 이은희

집의 구성 요소는 비슷한 양상을 띠지만 어떤 요소를 어디에 배치할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서 진화해간다. 거실을 얼마만한 사이즈로 만들지, 주방은 어디에 둬야 좋을지. 동선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벽을 세울 것인지 허물 것인지. 이미 정해진 구역 안에서 수없이 고민을 거듭한다. 더 라이프 스타일에 어울리는 공간, 더 편리한 공간, 더 클라이언트의 취향에 맞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독특한 구조의 공간이 생겨나기도 한다. 언뜻 낯설면서도 다양한 요청에 맞춰 변형시켜 더 편해진 데서 온 새로운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압구정동A아파트 48평형’은 공간을 리모델링하면서 천장의 단 높이를 변경하거나 기둥을 세워 공간을 효과적으로 분리하고 중문의 위치를 변경해 기존보다 더욱 넓게 느껴지는 공간을 완성했다. ‘Segle XX’는 단순한 공간을 기하학 도형을 활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나누고 하나의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끌어냈다. ‘Ovenecká 33’은 개방적이면서도 동시에 비밀 공간을 함께 담은 주거를 원하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거실 가까이에 벽과 기둥을 세우고 장식품을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을 탄생시켰다.



구축 아파트의 구조적 변신
압구정동 A아파트 48py

에디터 이석현

디자인 / 주식회사 무아공간
시공 / 주식회사 무아공간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면적 / 분양 면적-145.45㎡(44평) ㅣ 실사용 면적-158.67㎡(48평)
마감 / 천장-벽지ㅣ벽체-벽지, 필름(공용부), 벽지(각 방)ㅣ바닥-라미네이트 마루
사진 / 예병현

무아공간이 외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압구정동 A아파트를 리모델링했다. 현장은 1978년 준공한 압구정동 A아파트로 구축 아파트 구조의 특징인 거실과 식당, 주방 영역이 분리되어 큰 거실과 안쪽 깊이 위치한 동굴 같은 주방이 있고, 욕실이 있는 안방과 작은 방 2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44년 된 구축 아파트이자 탑 층에 위치한 이번 프로젝트는 설비상으로도 오랜 세월을 지나온 아파트라 천장 누수나 곰팡이 등 문제가 많았다. 이에 무아공간은 옥상 방수부터 바닥 난방까지 골조를 제외하고 집 전체를 새로 재탄생시켰다.

현관은 실사용 면적이 158.67㎡(48평)인 것에 비해 규모가 너무 작았고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방이 위치한 구조였다.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현관은 전체적인 무드를 모던하면서 시원하게 디자인하고 중문 위치를 앞으로 밀어내어 면적을 넓혔다. 기존 오른쪽 방과 공용욕실은 현관 영역에 속하도록 구조를 변경해 내실과 분리했고 왼쪽 방은 문의 위치를 옮겨 내실에서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서재 역할을 하는 멀티룸은 외국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작업해온 남편을 위한 공간이다. 외부 작업실 같은 공간을 원하는 남편에 맞춰 현관 오른쪽 방을 독립 멀티룸 공간으로 만들었다. 한쪽에 방음부스가 설치되는 멀티룸은 책상과 책장을 주문 제작해 독립 공간의 멋을 살렸다.

공용부는 전체적으로 베이지 톤과 다크한 마루의 조합으로 갤러리 같은 고급스러운 무드를 연출했다. 원목 색상이 주는 안정감 있는 톤 앤 매너의 구성이다. 거실은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서 거실에서 쉬고 있는 아내와 눈을 마주치며 인사할 수 있도록 현관이 보이는 쪽으로 소파를 배치했다. 대부분 눈에 보이는 기둥은 철거가 불가한 내력벽이어서 기둥을 최대한 활용해 TV 벽 양쪽 기둥을 기준으로 안쪽으로 공간을 내어 TV를 설치했다. 창밖을 보면서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원했던 남편을 위해 소파 옆 창가 쪽으로 작은 원형 식탁과 의자를 배치했다. 또한 창가 벽면에는 동경(브론즈경)을 부착해 차경 효과를 주고 공간감을 확장했다.

기존 주방은 거실과 이어진 식당을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어 그야말로 동굴 같은 공간이었다. 또한 조리대가 안쪽에 자리해 요리하는 가족은 거실에 있는 가족과 대면하기 어려웠다. 무아공간은 천장의 단을 내려 거실과 주방을 분리하고 구조 기둥을 활용해 좀 더 아늑한 식당 공간을 완성했다. 함께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부부를 위해 주방과 복도 사이 벽을 모두 철거하고 기존 식당 자리에 조리대와 싱크대를 설치했다. 현재 옮겨진 식당 공간과 주방 사이 벽은 구조 기둥이어서 변경하지 못했지만 구조를 역으로 활용해 기둥과 연결된 아일랜드를 제작하고 그 앞쪽으로 6인용 대형식탁을, 뒤편으로는 조리 공간을 배치해 부부가 함께 요리할 수 있는 대면형 주방을 완성했다. 과거 주방 자리에는 냉장고와 수납공간, 홈바 등 기능영역을 구성했다. 철거할 수 없는 구조 기둥 맞은편에 자리한 홈바는 상부에 오픈 선반장을 제작해 개방감과 장식적 효과를 준다. 홈바 오른쪽에는 보유하고 있는 예쁜 그릇을 전시할 수 있도록 유리 선반장을 디자인했다. 가장 안쪽에는 냉장고와 다용도실을 배치해 주방에서 부족한 기능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안방은 작은 드레스룸과 욕실이 있는 구조였다. 무아공간은 애매하게 작은 드레스룸을 철거하고 공간을 새롭게 조성했다. 부부에게 수면만 취하는 침실 영역보다 드레스룸과 욕실의 사용 중요성이 높다는 점을 반영해 침실의 크기는 줄이고 드레스룸과 욕실을 확장했다. 드레스룸 왼쪽 벽면을 모두 키 큰 장으로 설계하고 정면에 입식 화장대를 놓아 넉넉한 수납공간을 마련했으며, 지중해 유럽 마을 골목의 아기자기하고 빈티지한 무드를 표현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가는 문 양쪽으로 벽부등을 설치했다. 드레스룸과 안방의 벽 색상은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2가지 무드로 연출했다. 드레스룸은 노을을 연상케 하는 코랄빛 벽지를 적용했으며, 안방은 구름 질감의 수입 벽지를 적용해 또 다른 하늘을 연출했다. 넓게 확장한 안방 욕실은 2개의 세면대를 나란히 배치해 부부가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요구에 따라 샤워 공간, 세면대 공간, 욕조 공간을 모두 분리해 구성했으며 그린 톤의 화려한 대리석 타일과 무광 블랙 수전을 조합해 고급스럽지만 독특한 무드의 욕실을 연출했다.



공간의 기하학적 분배
SEGLE XX

에디터 이은희

Design / AMOO STUDIO
Location / 바르셀로나, 스페인
Area / 79.55㎡
Photograph / Jose Hevia

기나르도(Guinardo) 지역의 주거용 아파트 Segle XX는 두 면으로 자연광을 풍부하게 받아들이는 구조로 한쪽은 거리와 맞닿아 있으며 한쪽은 뜰과 닿아있다. 2층 내부로 들어가면 거주자의 취향에 따라 팝 콜라주 스타일을 적용해 부드러운 핑크색과 옐로우, 화이트 컬러로 어우러진 밝은 공간이 나타난다. 바닥엔 핑크색 테라초 타일을 깔아 레트로한 포인트를 줬다. 구조가 다소 특이한데 들어가면 가장 먼저 중앙 영역이 보이며 양옆으로 오른쪽에 거실-식당-주방으로 연결되는 낮 공간, 왼쪽에 침실 2개로 이루어진 밤 공간이 나타난다. 중앙 영역은 9개의 문을 통해 다른 공간과 연결되는 만남의 장소이자 수납을 위한 공간이며 동시에 서재 역할을 하는 다기능 공간이다. 현관문과 마주 보는 정면 벽에 있는 테이블이 가장 눈에 띈다. 벽 왼쪽에는 책장이, 오른쪽엔 창문이 있는데 그 앞에 여러 개의 도형을 이어 붙인 듯 독특한 모양의 테이블을 배치했다. 테이블 형태를 책장 쪽은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오도록 했으며 창문 쪽 테이블은 좀 더 창과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형태를 깎아냈다. 두 쪽 다 의자를 배치해 취향에 따라 앉아서 독서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의자는 주변 색감이 반사되는 메탈 질감을 활용해 주변의 파스텔 톤과 대비되는 질감을 빚었다. 나머지 벽 곳곳에도 수납장을 세워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오른쪽에는 세 개의 문이 있다. 하나는 주방으로 통하며 하나는 식당, 하나는 거실로 통하는 문이다. 문은 세 개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공간은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한 공간에 영역을 나눠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만든 것인데 공간에 따라 바닥 재질을 바꿔 영역을 구분했다. 거실과 식당은 바닥에 목제 마루를 깔아 여럿이 모여 모임을 가질 때 더욱 편안한 감각이 배가된다. 주방은 목제 가벽을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세워 공간을 삼각형으로 구획해 공간의 유연한 활용이 돋보인다. 가벽은 영역을 완전히 닫지 않고 일부 높낮이를 창처럼 낮춰 식당과 통하도록 했으며 끝부분을 열어 주방과 식당을 오갈 수 있다. 식당은 가벽 바로 옆에 6인용 테이블을 배치했으며 바로 옆에 거실이 이어진다. 거실에는 뉴트럴톤과 연한 노란색만을 활용해 편안한 바탕을 만들고 소파를 배치한 뒤 중앙 바닥에 얼룩젖소무늬 카펫을 깔았다. 밤 공간은 다른 공간과 달리 바닥에 마루를 깔고 가구도 페인트를 칠하지 않고 나무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목제 가구를 사용해 편안한 색감을 들였다. 천장과 벽, 침대 시트 등은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화이트 컬러와 핑크색을 사용해 통일감을 이룬다. 수납용 가구 일부에는 거울 소재를 활용해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를 만들었다.



나만의 비밀공간
OVENECKÁ 33

에디터 이은희

Design / Studio OBJECTOR
Location / 프라하, 체코
Area / 191㎡
Photograph / BoysPlayNice

거실과 주방, 화장실 같은 공간들은 명확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실제 공간에서 공간 사이의 경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지는 모호한 경우가 많다. 나아가 어떤 공간들은 거실이면서 서재가 되기도 하고 또 주방과 공간을 공유하기도 한다. 디자인을 맡은 스튜디오 오프젝터(Studio OBJECTOR)는 개인 공간과 공공 공간 사이의 경계를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개방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숨겨진 비밀 공간을 담은 집 오베네카 33(Ovenecká 33)을 디자인했다. 내부 색상은 천장과 벽, 바닥에 전부 콘크리트 자체의 색감을 그대로 남겨 차갑고 단정한 분위기가 풍긴다. 내부 구조는 T자 공간으로 현관을 따라 복도를 지나면 양옆으로 직사각형의 커다란 공간에 주방과 거실이 나타난다. 디자인팀은 주방 안쪽에 클라이언트가 원했던 비밀 영역을 만들었다. 콘크리트로 벽을 세우고 안쪽을 드나들 수 있는 수납 영역을 만든 것이다. 벽은 안쪽으로 오목하게 호를 그리듯 둥근 형태를 만들었으며 벽 표면에는 세모, 네모, 직사각형 등 다양한 모양으로 벽감형 선반을 만든 뒤 찻잔과 접시 등을 진열해 갤러리같은 분위기도 감돈다.

비밀 영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아일랜드가 자리한다. 아일랜드 아래에는 다양한 기하학 형태의 석재를 배치해 아기자기한 바닥을 만들어 거실과 영역을 구분했다. 아일랜드에는 조리가 가능한 가스 렌지, 개수대를 설치하고 바 체어를 함께 배치해 바 테이블처럼 만들었다. 아일랜드 앞에는 식사용 테이블을 따로 마련했는데 아티스틱한 감성의 테이블을 두어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주방을 지나 오른쪽 안쪽에는 벽에 소파를 배치해 아늑한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거실 맞은편 벽에는 따로 스튜디오 공간을 조성했다. 영역 사이에 커튼을 달아 필요에 따라 공간을 확장하거나 구분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스튜디오에는 가구를 많이 두지 않고 공간을 넓게 비운 뒤 1인용 테이블과 의자, 거울 등을 벽 근처에 간헐적으로 배치해 여유가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었다. 스튜디오 옆에 있는 문을 따라 들어가면 침실이 나타난다. 침실은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내장재를 마감하되 바닥은 마루를 깔아 온화한 기운을 더했다. 천장에는 커다란 펜던트 조명을 설치하되 색감은 뉴트럴 톤을 사용해 장식적이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공간과 공간 사이의 경계를 느슨하게 계획한 공간들과 다르게 화장실은 명확하게 공간이 구분되도록 디자인했다. 현관 왼쪽에 자리하는 화장실에는 목제 문을 달고 안쪽 벽에 매끈한 재질의 초록색 타일을 가득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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