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의 시작 - Pavilion (2022.5)

가능성의 시작
Pavilion

취재 최지은

전시회장의 화려한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파빌리온은 공간 디자이너의 색깔을 가장 많이 담은 건축이다. ‘나비’ ‘텐트’ 를 뜻하는 라틴어 ‘papilion’ 에서 유래해 일시적으로 설치했다 철거하는 가설 건물을 일컫는 만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한시성, 비교적 적은 제약으로 일반 건축에서 섣불리 도전할 수 없었던 아이디어를 마음껏 쏟아낼 바탕이 되어준다. 간단하게 설치하는 천막부터 랜드마크로서 지역을 빛내는 설치물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해 기존 건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 당대 흐름에 변화를 주는 상징적인 파빌리온이 특히 돋보인다. 주로 새로운 소재나 디자인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았으며 철근과 판유리를 건축의 주 재료로 처음 사용한 런던 만국박람회의 수정궁이나 초기 모더니즘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미스 반 데 로에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미래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3D 프린팅 및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한 디자인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지역과 사회 전체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까지 그 역할이 확장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전시회나 박람회장을 벗어나 대중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장소에 파빌리온을 설치함으로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해체되는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고자 마을 광장에 주민들이 모이고 휴식할 장소를 만들거나 폐기물로 가득 찬 파사드를 제시해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등 디자이너는 각자만의 방법으로 대중들에게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빛나는 아이디어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파빌리온을 만나보자.



옥상의 가능성을 펼치다
The Podium

Design / MVRDV
Location / Rotterdam, Netherlands
Area / 600㎡
Photographer / MVRDV

Design & Concept
흔히 파빌리온을 생각하면 지면과 맞닿아 있는 설치물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MVRDV는 ‘로테르담 건축의 달’ 축제를 맞아 활용하지 못했던 지붕 위 공간에 가철성 옥상을 설치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축제에서 로테르담의 수려한 건축 경관의 다른 모습을 느끼도록 한 달간 각종 행사를 진행할 메인 행사장을 인근 문화 센터인 Het Nieuwe Instituut 지붕 위에 펼친 것이다. The Podium은 29m라는 높이와 강렬한 핫핑크 계단 143개가 이어져 발길을 이끌면서 옥상을 사용하지 못했던 주민들이 높은 곳에서 도시의 색다른 모습을 한눈에 담게 한다. 현재는 MVRDV의 초기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축제가 진행되는 6월과 이후 8월 17일까지 강연이나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Focus on Possibility
최근 로테르담은 건물을 추가로 짓지 않으면서 시민 삶의 질을 높여줄 방법으로 옥상 활용을 제안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거 등장한 평지붕에 공공 프로그램이나 녹지, 에너지 생산 같은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The Podium은 각종 설비가 자리한 지붕 위에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강연, 전시, 영화 상영, 식사, 스포츠, 어린이용 프로그램 등 폭넓은 활동을 수용해 옥상 활용도를 넓혀준다. 또한 쉽게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어 지속 가능성까지 충족하는데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도 과거 로테르담 재건 75주년을 축하하며 지은 문화 행사용 계단 The Stairs to Kriterion를 재활용했다.



도심 속 쾌적한 삶을 위해
Common Air-rea

Design / CLOUDFLOOR
Location / Samyan Mitrtown, Bangkok, Thailand
Area / 150㎡
Photographer / PanoramicStudio


Design & Concept
미세 먼지로 대표되는 열악한 대기 질은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시가 겪고 있는 환경 문제다. 2021년 방콕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된 Common Air-rea는 개방된 공공 시설에 깨끗한 공기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반투명 커튼과 식물을 적절히 조화한 뒤 태양열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동력으로 공기 정화 매커니즘을 구동시켜 깨끗한 공기만을 제공하는 것이다. 파빌리온은 개방감을 선사하기 위해 독특한 삼각 구조를 따라 벽을 비운 뒤 반투명한 커튼만을 감아두었는데 외부의 오염 물질이 역류하는 일을 방지하고자 출입구에는 에어 커튼을 설치했다. 커튼 안팎으로 화단을 꾸미고 화단과 연결된 좌석마다 콘센트를 마련해 지역민이 보다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의 표본을 제시한다.

Focus on Microclimate
커튼과 주변 화단은 실내에 개방감과 쾌적한 공간감을 모두 선사하는 중요한 장치다. PVC 소재의 반투명 커튼은 도심의 대기 오염물을 차단하고 외부의 과도한 자연광과 열을 적절히 여과해 식물과 인간 모두에게 상쾌하면서 안전한 공간을 만든다. 여기에 10μm 미만의 미세 먼지를 비롯한 다양한 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공기 정화 식물을 심어 개방감과 함께 깨끗한 공기를 보장해 준다. 특히 은은한 향을 풍기는 식물을 실내에 배치해 더욱 편안하게 이완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을 완성했다.



모두를 만나게 하는 공간
Three Pavilions, Place du Marché Aigle

Design / rotative studio
Location / Aigle, Switzerland
Area / 4㎡(전망대), 9㎡(도서관), 36㎡(극장)
Photographer / rotative studio


Design & Concept
시간이 흐를수록 도시에서 낯선 누군가와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일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스위스 Aigle은 포도 농장과 와이너리가 있는 작은 마을로 최근 중앙 광장을 활성화하고자 Three Pavilions, Place du Marché Aigle을 설치했다. 세 개의 블록으로 구성된 이 파빌리온은 전망대, 도서관, 극장까지 각각 다른 기능을 갖췄다. 전망대는 면적은 가장 좁지만 높이는 6m로 높게 올렸으며 풍경에 집중하도록 계단만 배치했다. 유리 책장과 벤치, 테이블을 둔 도서관은 독서 외에도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공간으로 꾸미고 제일 넓은 극장에는 벽과 천장에 직사각과 원형의 큰 개구부를 뚫고 벤치와 좌석 외에는 가구를 두지 않아 여러 가지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외관에는 서로 다른 비비드 컬러를 입힘으로써 광장 전체에 장난감 블록을 내려놓은 듯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Focus on Community
마을 중앙 광장인 Place du Marché를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즐기도록 하나의 큰 건물 대신 각각의 역할을 가진 세 개의 블록을 설치했다. 작은 규모와 많은 개구부로 접근성을 높이면서 각 블록 사이의 공간까지 활용하게 의도한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모든 블록을 오가며 놀이터처럼 즐기고 학교에서도 이곳을 야외 교실로 활용한다. 다른 주민들 역시 유리 책장을 활용해 작은 전시나 인근 와이너리의 시음회를 열고 극장 내부의 이동식 스툴 세트를 사용해 지역 동호회의 콘서트나 연극, 소규모 학회 간의 워크숍까지 진행하며 지역 커뮤니티를 끈끈하게 다지고 있다. 한편 이 파빌리온은 광장이 활성화된 후 변화가 필요한 다른 도시로 이동할 예정이다.



환경을 위한 기술
Striatus

Design / ETH BRG, Zaha Hadid Architects Computation and Design Group
3D printing / In3D
Material Development / Holcim, LafargeHolcim Spain
Location / Venice, Italy
Size / 12×16m
Photographer / naaro


Design & Concept
최근 탄소 중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가 시멘트로 인해 발생했다는 사실이 주목받았다. 이에 국제시멘트콘크리트 협회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5%까지 감축하겠다 발표하며 건축 업계에서도 시멘트 사용량을 줄일 다양한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2021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 등장한 Striatus 역시 그 일환으로 콘크리트를 3D 프린팅함으로써 사용량을 70%까지 축소한 다리다. 밝은색 콘크리트 블록과 짙은 우드 계단으로 크고 작은 아치를 만든 뒤 중첩한 형태는 콘크리트 양을 줄이며 낮아진 강도를 철근 없이 보강하고자 로마 석제 다리를 본뜬 것이다. 또한 각 블록을 모르타르로 접착하는 대신 조립하며 쌓는 방식을 선택해 더욱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전한 구조물을 완성했다.

Focus on Technology
Striatus에 사용할 콘크리트 양을 70%까지 줄이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만 소재를 출력하는 기술이 요구됐다. 이에 단순히 수평으로 레이어를 쌓는 일반 프린터와는 달리 여섯 개의 축을 따라 움직이는 다중 로봇 암을 설치함으로써 총 53개의 블록을 정밀하게 출력했으며 제작 과정에 사용하는 콘크리트 양은 물론 현장에서 폐기되는 양까지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건축 과정에서도 접착제 대신 기계를 통한 건식 접촉으로 조립해 콘크리트 블록 자체의 수명까지 크게 늘렸다.



건축의 방향성을 제안하다
The Happy Valley Gate

Design / Archi-Union Architects, Fab -Union
Location / Nanjing, China
Size / 52×16m
Photographer / Schran Image


Design & Concept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건축계에서도 새로운 건축법과 소재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건축 과정을 빠르고 쉽게 만들어줄 3D 프린팅이다. 중국의 The Happy Valley Gate는 변형 플라스틱을 3D 프린터로 출력한 가장 큰 구조물 중 하나로 Nanjing Happy Valley Theme Park의 출입구이자 랜드마크로서 테마파크가 더 즐거운 공간이 되도록 한다. 유기적인 곡선이 이리저리 얽혀있는 형태는 주변 도로와 건물, 지하 출입구에 이르는 방문객의 흐름을 시뮬레이션한 뒤 효율적인 동선을 위한 형태 값을 산출한 것으로 여기에 구조물 내부를 가로지르는 계단을 만들어 기하학적 공간의 매력을 생생히 느끼게 했다. 여섯 가지 분홍 톤을 입은 플라스틱 패널은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뿐만 아니라 테마파크에서 일어날 다양한 활동을 은유해 기대감을 높인다.

Focus on Technology
The Happy Valley Gate는 로봇을 활용한 미래 건축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로 로봇과 인간이 효율적으로 협업하기 위해 3D 프린팅의 정밀성을 극대화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디자인 팀은 지리적 변수를 수식화한 복잡한 형태에 256가지 색을 출력할 수 있도록 로봇 소프트웨어와 소재를 자체 개발했다. 그 결과 고차원 기하학 구조물에 여러 색을 입힌 복잡한 형태를 길이 52m의 거대한 규모로 출력했음에도 전체 오차를 ㎝ 미만 수준으로 낮추는데 성공함으로써 인간과 기계의 협업과 건축의 맞춤형 대량 생산이 실현될 가능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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