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 it More - 어쩌다 발견한 브랜드 (2020.1)

Feel it More
어쩌다 발견한 브랜드

취재 신은지, 한성옥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느냐는 어떤 취향과 가치를 가졌는지의 문제.
현명한 소비자는 허영을 추구하기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할 만한 하나의 이름을 찾기 원한다.
이처럼 시장을 관찰하는 시선을 붙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경험’ 에 있다.
특별한 콘텐츠로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 공간의 입체적인 변화를 살펴본다.

새롭고 특별한 게 좋다. 하지만 그저 보기에만 좋은 떡은 필요 없다. 제품 자체의 퀄리티뿐 아니라 사회 활동과 윤리 의식까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선별하는 현대의 소비자는 무척까다롭다. 특히 다양한 분야의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으로 취향을 우선시하거나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등 소비 방식이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중이다. 비주얼 중심 SNS의 발달도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에 한몫 거든다.

이색적이고 자극적인 체험형 콘텐츠가 빠르게 공유되며 대중의 공감을 얻고, 물질보다 경험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모습이 일상화된다. 더 나아가 기술의 발달은 제품 성능의 상향평준화를 이끌어 작은 품질 차이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요소가 구매 동기를 결정짓는다. 이에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브랜드는 그 노력만큼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솔루션을 보여준다. 젊은 브랜드로 이미지 쇄신을 꾀한 GUCCI의 행보나 League of Legends로 유명한 RIOT GAMES와 LOUIS VUITTON의 협업을 보면 기존의 틀을 깨는 색다른 타겟팅과 브랜딩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진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 같은 프로그램과 소비자의 연결점이 되는 ‘공간’ 이다. 가상 공간이 입지를 넓혀가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현실 공간은 새로운 위상을 얻고 있다. 각종 브랜드는 앞다투어 콘셉트 스토어, 팝업 스토어 등 감각을 자극하는 체험 집중 공간을 선보인다.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체험형 콘텐츠를 활용해 브랜드를 밀접하게 느끼도록 하고, 다양화된 소비자 니즈를 고려해 단순 판매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복합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일례로 대형 코스메틱 브랜드 AMORE PACIFIC에서 자사 제품을 종합한 체험형 스토어 아모레성수를 오픈한 것은 작년 큰 이슈였다. 더 나아가 게임, 스포츠 등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브랜드를 지향하며, 현대자동차(주)가 지속해서 진행하는 아트 프로젝트처럼 서로 다른 분야의 크로스오버로 브랜드를 유연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방식도 흥미롭다. 거대한 조직과 자본이 개인의 세밀한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펼치는 뜻밖의 전략. 위트 있고 활기찬 시도가 넘쳐나는 공간 속에서 브랜드는 다시금 새롭게 발견된다.



COSMETIC

온라인 쇼핑 활성화와 스마슈머(Smart+Consumer)의 등장으로 뷰티 업계 지형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매장에서 제품을 시용한 뒤 온라인에서 최저가를 찾아 구매하는 고객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언뜻 오프라인 매장의 무용론이 떠오를 법하지만 역설적으로 뷰티 업계는 어느 때보다도 공간에 주목한다. 단 공간의 성격은 판매에서 제품 체험으로 변화했다. 최근 주요 업체들이 체험 위주의 브랜드 스토어를 앞다투어 오픈하는데, 심지어 판매를 아예 하지 않는 매장도 나타났다. 화장품은 신체에 직접 닿는 데다 각자 맞는 제품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낯선 제품에 대한 경계심이 커 체험의 중요도가 높고, 오프라인 체험이 온라인 구매로 연결된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기업, 백화점, 로드숍에 인디 브랜드까지 급부상하며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강렬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에도 적합하다. 독창적 공간에 제품을 중심으로 재밌고 다양한 경험을 구성한 테마파크형 매장은 뷰티 브랜드가 고객 저변을 확대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각인하는 승부처라 할 수 있다.

Focus on_브랜드 정체성을 녹인 콘셉추얼한 공간과 제품 체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Beauty Theme Park
AHC 퓨처살롱

Design Plan / 주식회사 바운더리디자인
Design Team / (주)카버코리아 디자인전략팀
Build / (주)국보디자인
Location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8길 10
Area / 130.54㎡(1층), 130.54㎡(2층)
Photograph / 신경섭

온라인, 홈쇼핑 등 신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성장한 AHC는 체험형 공간으로 차별화된 이미지를 전달한다. 브랜드의 시작인 에스테틱 살롱에서 모티브를 얻고 미래로 나아가는 이미지를 접목해 퓨처살롱이라는 테마를 완성하고, 직접 혹은 가상으로 제품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외관은 하나의 큰 매스로 보이도록 세 면을 모두 흰색으로 감싸고 브랜드 패턴을 입혔으며 개구부를 사선으로 커팅해 미래적 인상을 전면에 드러냈다. 입구로 들어서면 보라색 발광체가 신비롭게 빛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느낌을 주는 타임 리프 존을 통과하게 된다. 과거와 미래의 공존을 표현하고자 1층 내부를 양분해 퓨처 존과 살롱 존으로 구성하되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도록 물리적 구획은 최소화했다. 분홍색에 우드와 골드를 매치해 클래식하게 꾸민 살롱 존에서는 제품을 실제로 사용해볼 수 있고,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대비를 강조한 퓨처 존에서는 스킨 스캐너를 통해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2층에 위치한 퓨처 스테이션은 우주선 갑판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미래를 상상해 디자인했다. 벽면을 곡면형 미디어 월로 감싸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스마트 디스펜서로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다.



LIVING

현대인에게 집은 곧 새로운 세상이다. 기본적인 안식처 역할에서 벗어난 주거는 때로는 놀이 공간으로, 때로는 일터로 변모한다. 이처럼 자발적으로 집에 머무는 이들이 늘어나고 취향과 가치를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면서 인테리어 시장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단순한 스토어는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하지 못한다. 가구와 조명 등 다양한 브랜드 아이템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토탈 리빙숍이 보편화되며, 취향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복합 공간이 꾸준히 인기를 끈다. 아울러 차별화되는 독특한 콘셉트를 공간에 녹여 브랜드 이미지를 새로이 각인하는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디스플레이 방식과 강렬한 비주얼을 구축해 분위기와 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 심리를 저격한다. 고급 리빙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다가가기 어려운 명품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 아닌 편안하고 캐주얼한 스타일링으로 심리적 거리감을 불식시키기도 한다. 또 카페와 라운지 같은 휴게·커뮤니케이션 공간뿐 아니라 전시, 클래스 등 문화 행사를 갖춰 브랜드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든다.

Focus on_유명 브랜드 제품을 총집합한 규모에 참신한 콘셉트의 디스플레이와 부대 공간을 갖춰 방문율을 높였다.


Inspire Your Day
더콘란샵 코리아

Design / 더콘란샵 코리아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곡로 401
Area / 3,305.78㎡
Photograph / 더콘란샵 코리아 (Photo by 박우진)

영국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콘란샵(The Conran Shop)이 국내에 문을 열었다. 리빙 편집숍의 시초로 평가받는 더콘란샵은 영국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테런스 콘란(Terence Conran)이 설립한 곳으로 vitra, artek, Knoll 등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 가구를 비롯해 주방용품, 침구, 패션잡화까지 폭넓은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매장은 편집숍으로서 국내 최대 규모와 특유의 다양한 구색, 고감도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참신한 콘셉트로 공간을 구성해 브랜드 제품을 몰입감 있게 디스플레이한 점이 돋보인다. 실험실 콘셉트(Lab-like)로 계획된 1층은 화이트 주조로 제품의 감각적 실루엣과 톡톡 튀는 컬러를 부각하며, 볼륨감 있는 원형 조명을 반복 배치해 독특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2백여 가지가 넘는 소품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으며, 인기 브랜드 TailorCoffee와 협업한 카페 orby를 두어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했다. 라운지·클럽 콘셉트(Club-like)로 구성된 2층은 강렬한 블랙 컬러를 메인으로 반전 인상을 꾀한다. 프리미엄 가구와 조명을 진열하고 VIP 라운지와 서적, 빌트인 키친을 보유해 한층 다채롭다. 상품 구성비와 브랜드에 변화를 줄 뿐 아니라 아티스트와 함께 이벤트를 여는 등 영감을 주는 문화공간으로 자리한다.



MATERIAL

최근 건자재 업체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다수 등장했다. 기존 매장에서 인테리어나 문화 관련 클래스를 여는 단계를 넘어 아예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공간을 만들어 건축가 초청 세미나, 미술 작품 전시회, 공연 등 다양한 예술 관련 행사를 펼친다. 전 세계적 경기 침체로 건설 경기가 둔화하면서 후방 산업인 건자재 업계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B2B 방식 위주이던 시장이 대규모 업체 수요감소, 셀프 인테리어의 인기에 B2C 방식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띠자 건자재 브랜드는 개별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갈 필요성을 느꼈고, 그 매개로 문화·예술을 주목한다. 문화·예술은 일반인의 관심도가 높아 다양한 고객층을 유입할 수 있는 데다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각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자재 소재와 연관된 특화 전시나 건축 문화 관련 행사를 개최하면 수요층을 좀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Focus on_건축 자재를 기반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구성해 지역 사회 문화 거점으로 자리한다.


The Universe of Materials
GRUPO ARCA

Design / Esrawe Studio
Location / Avenida Acueducto 6050, Lomas del Bosque, Guadalajara, 45140 Zapopan, Jalisco, México
Area / 5,701㎡
Photograph / Genevieve Lutkin, Jaime Navarro, César Béjar

멕시코의 석재 브랜드 Arca 가 새롭게 오픈한 쇼룸 겸 복합문화공간 GRUPO ARCA는 전통 소매 공간에서 탈피해 건축, 디자인, 예술, 문화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플랫폼이다. 채석장을 모티브로 한 기묘한 디자인을 Arca 의 석재로 구현해 존재감 있는 공간이 탄생했다. 모놀리식으로 계획한 검은색 콘크리트와 그 사이로 언뜻 드러나는 대리석이 시선을 압도하는 파사드의 작은 입구로 들어서면 공간의 핵심인 아고라가 나타난다. 아고라를 중심으로 1년 내내 전시회, 영화 상영, 워크숍, 간담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데, 특히 쇼룸이 위치한 Guadalajara(과달라하라) 예술 현장에 초점을 맞춰 지역 사회 문화의 발전을 이끈다. 3개 층 높이의 대리석 벽면으로 둘러싸였으며, 지질 단층 같은 무늬와 불규칙한 각도 덕분에 채석장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하다. 본관 1층에서는 건축 관련 소재 전시를 관람할 수 있고, 디자인 센터와 개별 연구실이 마련된 2층을 지나 3층에 도착하면 카페 겸 도서관에서 건축과 디자인 분야의 서적을 마음껏 볼 수 있다. 반대편 건물에는 Arca 의 수많은 석재 샘플을 살펴볼 수 있는 Warehouse가 자리한다. QR 코드를 통해 석재 샘플의 정보를 확인하고 축적된 데이터로 맞춤형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HOUSING

프리미엄 주택 시장이 떠오른다. 삶의 가치를 개인 공간에서 구현하고 프라이빗한 휴식과 여가를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주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이에 집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자는 호텔 같은 하이엔드 리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해 지가 높은 지역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오피스텔도 빠르게 계약이 완료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차별화된 솔루션을 전하는 아파트 브랜드가 주택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건설 업계 역시 이에 발맞춰 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쌍용건설(주)은 더 플래티넘을 발표했고, 현대건설(주)과 (주)호반건설에서도 브랜드를 재편하는 등 고급화에 힘써 리뉴얼을 진행한다. 더불어 치열한 주택 시장에서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한데, 주택 홍보관이 브랜드의 하이클래스 리빙을 실질적으로 경험하는 중요 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중이다. 한정된 기간에 운영되기에 기능에 집중했던 예전과 달리 평형대별 주거를 더욱 완성도 높은 스타일링으로 연출함은 물론 감각적인 라운지와 카페 등을 조성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이 밖에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갤러리를 마련하는 등 주택 브랜드를 더욱 폭넓게 느끼도록 의도한다.

Focus on_갤러리, 라운지 등을 마련해 브랜드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실제 경험하도록 했다.


Living in the Brand
아크로 갤러리

Design / 대림산업(주)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812
Photograph / 대림산업(주)

대림산업(주)은 2년간 조사한 라이프스타일 분석 자료를 토대로 기존 아파트 브랜드 아크로(ACRO)를 고급화해 새단장하고, 이에 걸맞은 전시장 개념의 브랜드 갤러리를 오픈했다. 아크로 갤러리는 최상의 주거 기준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상품과 기술력을 경험하며 오감으로 하이엔드 리빙을 느끼는 공간이다. 건물은 거대한 블랙 컬러 매스를 중심으로 우아한 아치와 가느다란 프레임이 돋보이는 상층부를 화이트 컬러로 계획해 심플하고 세련된 외관을 갖췄다. 이는 블랙과 화이트로 개편한 브랜드 대표 컬러와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반영된 결과다. 1층에 자리한 라운지는 편안한 우드와 플랜트를 활용해 방문객을 위한 휴식 공간이자 쇼룸 형식의 카페로 구성됐다. 3층 갤러리에는 아크로의 주요 기술력을 시연하는 체험형 공간이 마련됐으며, 업체의 혁신 플랫폼을 적용한 대표 세대는 최고급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적용해 갤러리처럼 연출했다. 아울러 운영 기간 동안 키즈, 홈 스타일링, 음악 등 여러 분야의 라이프스타일 클래스를 오픈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 하는 점이인 상적이다.



MARKET

경기 침체로 전체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1인 가구 급증, 해외 직접 구매 확대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고전하고 있다.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업계는 초저가, 새벽배송 도입 등 다양한 정책을 내세우지만 온라인 쇼핑을 따라 해서는 판세를 뒤바꾸기 힘들다고 판단한 오프라인 채널은 자신만의 강점인 공간에 눈을 돌린다. 경험을 소비하는 현대인 특성을 반영해 매장에 1인 방송국, 놀이 요소 등을 배치하는가 하면 독특한 인테리어를 적용하거나 다른 업종과 결합해 소비자를 유혹한다. 사람들이 쇼핑을 위해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다. 아름답고 독특한 공간은 SNS 인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Focus on_편의점을 중심으로 식음료, 서점, 놀이 등 다양한 공간을 융합했다


Seeing Is Wanting
2garden

Design / 이마트24
Location / 대구광역시 북구 옥산로 118
Area / 1,983㎡
Photograph / 이마트24

다채로운 콘셉트 매장을 시도해온 편의점 이마트24는 최근 대구의 폐공장과 창고를 개조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 2garden을 선보였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하는 정원을 콘셉트로 오래된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트렌디한 매장들을 입점시켜 빈티지하면서 모던하게 완성한 2garden은 소비자를 유입할 뿐 아니라 도시 재생에 동참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도 향상한다. 러프한 느낌을 강조한 이마트24는 4백여 종의 와인을 갖춘 대규모 와인 셀러를 배치해 특색 있게 구성하고, 예술과 카페를 결합한 9 BLOCK은 폐공장의 벽돌과 나무 천장 등을 살려 감성적인 인터스트리얼 무드를 구현했다. 레스토랑 SunSeo in the Garden은 식물을 풍성하게 배치해 정원에서 식사하는 느낌을 의도했으며, 길고 좁은 복도형 공간에 조성된 북터널은 약 20m 길이의 대형 책장에 출판사 문학동네의 서적을 진열해 문화 감수성을 충족한다. 이 외에도 도심 속 힐링 화원을 표방하는 소소한 행복 화초, 레고를 자유롭게 조립할 수 있는 레고숍 등의 매장이 자리해 다양한 고객층을 만족한다.



GAME

이제 세상은 게임으로 통한다. 컴퓨터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와 보급형 제품의 등장, 디지털 시스템의 확장으로 월등한 접근성을 자랑하는 것. 특히 모바일게임 시장의 매출은 전 세계 게임 시장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며, 전문가들은 이 분야가 연간 10% 이상 성장해 2022년에는 약 276조원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엄청난 대중성을 확보한 이 시점, 이제 게임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독보적 위상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화면 너머의 세계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 다양한 모습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게임이 일종의 스포츠로 인정받아 글로벌 대전이 열리거나 이를 주제로 한 페스타, 코스프레 행사와 같은 이벤트가 더욱 활성화되는 등 제2의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여기에 VR, AR 시스템의 발달로 현실에서 경험하는 듯 입체적인 플레이를 구현하기까지. 이처럼 온라인 게임이 발달할수록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옅어지며,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에서의 경험 역시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부상한다. 과포화 상태인 게임 분야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업체들은 화면 너머에서는 느끼지 못한 생생한 감각을 실제 삶의 공간에서 전달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할 새로운 방법을 강구한다.

Focus on_게임 스토리를 공간에 녹여 즐길거리를 만들고 플레이어 교류의 장을 조성했다.


Playing with Reality
Onmyoji Flagship Store

Design / E Studio
Location / Guangzhou, Guangdong, China
Area / 385㎡
Photograph / Chao Zhang

중국 게임 업계를 이끄는 NetEase(넷이즈)는 최근 디자인 그룹 E Studio와 협업해 자사의 모바일게임을 주제로 한 Onmyoji Flagship Store를 오픈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Onmyoji(음양사)의 다운로드 수 2억 돌파를 기념하는 오프라인 테마 스토어로, 카페, 바, 쇼룸 등 경험 공간을 마련해 일상을 게임과 밀접하게 연결하고 플레이어 간커뮤니케이션을 높이도록 했다. 특히 게임의 비주얼과 스토리라인을 반영해 신비로운 이미지의 인테리어를 전개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폴리카보네이트 패널에 조명을 더해 거대한 라이트 박스처럼 연출한 외관은 다른 세계에 진입하듯 기묘한 분위기로 주변과 구분된다. 화이트 톤 바탕에 목재를 중심으로 디자인한 내부는 격자와 수직의 라인을 살려 동양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중 1층에 위치한 카페는 반투명한 벽 너머 빛과 나무 그림자를 들이고 화강암으로 바 테이블을 만들어 시적인 풍경을 그린다. 루프탑에 올라가면 지형으로 산수를 표현한 일본식 정원 Karesansui(고산수)를 모티프 삼은 중정이 펼쳐지며, 다양한 조명과 좌석, 식물을 배치해 혼령의 파티 장소처럼 꾸민 점이 인상적이다.



BOOK

출판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미디어 채널이 급격히 다변화하면서 책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는 듯하다. 서점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수익원을 다각화하거나 큐레이션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출판사 역시 굿즈를 내세워 소비 심리를 자극하거나 북 콘서트, 독서 모임 등을 연다. 또한 독자와 소통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전하는 방편으로 북카페나 브랜드 스토어 등 전용 공간을 조성하는데, 책 이외의 요소를 접목해 외연을 확장하는가 하면 책 자체에 집중하는 공간도 있다. 혁신을 시도하기에 앞서 책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것. 책의 본질은 결국 콘텐츠이며, 콘텐츠의 힘은 변하지 않는다. 책, TV, 유튜브, 넷플릭스 등 수많은 미디어 채널이 나타나는 현상 역시 사람들이 여전히 콘텐츠에 열광함을 의미한다. 다만 매체가 변할 뿐이다. 본질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이를 창의적으로 변주해낸 공간은 책의 새로운 미래를 펼쳐 보인다.

Focus on_책의 본질에 집중하되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놀이처럼 접할 수 있게 했다.


The Book Is Alive
CUADERNOS RUBIO

Design / Mas quespacio
Location / 46004 Valencia, Spain
Area / 200㎡
Photograph / Luis Beltrán

스페인의 교육 전문 출판사 Rubio 는 책의 본질인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식을 고민해 학습 교재의 내용을 직접 시연해보거나 놀이형 장치로 체험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어를 오픈했다. 디자인을 담당한 Masquespacio 는 혁신을 추구하는 출판사의 철학을 반영해 미래 지향 스타일을 바탕으로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현했다. 하얀색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한 내부에 민트, 파랑, 노랑 등 과감한 색상을 더해 산뜻하고 통통 튀는 느낌을 주었다. 수학, 언어, 글씨 쓰기 등 컬렉션별로 서가를 구성한 뒤 학습 내용을 체험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 문자로만 존재하던 콘텐츠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방문객은 컬러풀한 Methacrylate(메타크릴레이트)로 제작한 파티션형 칠판, 연산 기호와 숫자가 쓰여 수학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회전 선반, 글씨 연습 보드, 고글형 3D 증강 현실 시스템 등을 통해 학습 콘텐츠를 온몸으로 경험해보게 된다. 시청각실과 출판사의 역사를 알려주는 룰렛에서는 브랜드 정체성을 최대한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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