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형식 너머, 브랜드가 머무는 방식
Designing the Essence of Commercial Spaces
에디터 이석현
상업 공간은 언제나 ‘무엇을 파는가’보다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것이 소비되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찾고, 브랜드는 그 물리적 만남의 형식 안에 자신만의 태도와 세계관을 담아내려 한다. 오늘날의 상업 인테리어가 흥미로운 지점은 더 크고 화려한 장치보다 고유한 본질에 집중할수록 공간의 존재감이 오히려 또렷해진다는 데 있다.
이번 기획에서 다루는 네 개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도시와 프로그램, 스케일을 갖지만 공통적으로 ‘상업 공간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네 프로젝트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상업 공간이 단순히 판매의 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 지역의 맥락과 사용자의 몸짓이 만나 만들어내는 미세한 차이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취향 기반 커뮤니티를 위한 문화 플랫폼에서 조용한 럭셔리 쇼룸, 옛 마을을 무대로 한 ‘하얀 집’까지, 이 상업 공간들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팔리는 공간’이 아니라 ‘기억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다시 무엇부터 설계해야 하는가.
성수에서 만나는 뜨개 문화 플랫폼
SEVY HAUS
복합문화공간 쎄비하우스는 뜨개를 보고 고르고 머무는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건축 / (주)스튜디오캔 건축사사무소·나애나, 최정석
시공 / (주)스튜디오캔 건축사사무소
브랜딩 / 플로스튜디오
위치 / 서울 성동구 성수동
면적 / 415.5㎡(125.7평)
사진 / 제리그래퍼
성수에 자리 잡은 7층 규모의 쎄비하우스(SEVY HAUS)는 온라인몰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뜨개 문화를 확산시켜온 브랜드 쎄비가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며 선보인 뜨개 문화 플랫폼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기존에 오피스로 사용되던 건축물을 대수선해 만든 이곳은 1·2층 자재스토어, 3층 팝업 갤러리와 디자인 랩, 4~7층 음악과 책, 커피와 간식을 즐기며 뜨개에 몰입할 수 있는 프라이빗 니팅 라운지로 구성되어 뜨개를 보고, 고르고, 직접 손에 쥐고 즐기는 일련의 경험을 한 건물 안에서 이어지게 했다.
쎄비하우스의 출발점은 성수 특유의 빠른 속도감과 다채로운 콘텐츠들을 수용하면서도 뜨개실의 색감과 촉감을 온전히 느끼며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듯한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뜨개’라고 하면 벽장 가득 실이 진열된 동네 사랑방 같은 전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이곳은 뜨개 특유의 안락하고 포근한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다소 폐쇄적인 분위기에서는 탈피하고자 했다.
전면 마당에서 이어지는 입구에는 시즌마다 쇼윈도를 연출해 성수동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뜨개 생활의 감성을 먼저 건네는 장면을 만들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자재스토어는 다양한 실들의 색감과 촉감을 탐험하듯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할 제품이나 뜨개 작품을 레이어처럼 겹겹이 배치시켰다.
특히 2층은 천장에 커다란 링 형태의 조명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아래로 양파 단면을 연상시키는 방사형 가구들을 배치해 작은 미로 정원을 걷는 듯한 쇼핑 경험을 의도했다. 시선이 머무는 지점과 사람의 동선이 흐르는 경로를 면밀히 검토해 매대의 높낮이를 조율했으며, 전체 조도는 물론 각 매대 조명의 색온도와 그림자까지 고려해 실의 색감이 가장 잘 보이도록 세심히 설계했다. 3층 팝업 갤러리는 쎄비와 협업하는 작가들과 신진 작가들의 판매·홍보·유통을 지원하는 상생 구조의 전시 공간으로 다양한 창작물을 경험하는 장이다.
뜨개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 찬 공간에서 낯섦과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체험은 뜨개에 대한 호기심과 인식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장치가 된다. 디자이너는 성수 한복판에 놓인 이 건물이 뜨개 문화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이자 뜨개를 매개로 한 새로운 일상 풍경을 만들어가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4층부터 6층까지 이어지는 니팅 라운지는 뜨개하는 시간 동안만큼은 분주한 일상을 잠시 잊고 여행 온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하는 비일상적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테마는 ‘부티크 호텔’이다. 니터들이 선호하는 뜨개 환경과 포즈를 분석해 프라이빗존, 오픈 테이블, 라운지체어, 뮤직룸, 세미나실, 라이브러리 등 서로 다른 콘셉트의 좌석들을 층마다 배치했다. 사용자는 자신의 컨디션과 취향에 따라 그날의 자리를 고르는 재미를 누릴 수 있고, 뜨개를 하지 않는 동행도 편안히 머물 수 있도록 아늑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5층과 6층은 공간 자체를 거대한 뜨개 작품처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바닥 카펫과 천장을 뜨개실로 가득 채우고, 층마다 콘셉트 구조물을 매달아 걷고 앉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설치미술 속을 지나는 경험이 되도록 했다. 5층에서는 벽과 천장을 빼곡히 메운 마크라메 실 구조물이 층 중앙의 오프닝을 통해 6층으로 상승하며 이어지고, 또 다른 방향으로는 기둥을 타고 회오리치듯 하강하기도 한다. 


계단을 따라 6층에 올라서면, 상대적으로 어둡고 폭이 좁게 설정된 복도가 나타난다. 바닥·벽·천장의 색감을 한 톤 낮추고, 시선과 손이 쉽게 닿는 높이에 라이브러리를 조성해 책과 실, 음악이 자연스럽게 엮이는 통로로 만들었다. 블랙 터널로 연출된 공간은 삼각형 형태의 높은 천장 구조를 강조해 극적인 공간감을 드러낸다. 벽과 천장을 가득 채운 마크라메 실 구조물 사이로 달 모양 조명들이 부유하듯 떠 있고, 그 아래에서 고음질 오디오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을 뜨개하고, 뜨개한 공간 안에서 다시 뜨개를 즐기는’ 상상력이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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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ing the Essence of Commercial Spaces
에디터 이석현
상업 공간은 언제나 ‘무엇을 파는가’보다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것이 소비되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찾고, 브랜드는 그 물리적 만남의 형식 안에 자신만의 태도와 세계관을 담아내려 한다. 오늘날의 상업 인테리어가 흥미로운 지점은 더 크고 화려한 장치보다 고유한 본질에 집중할수록 공간의 존재감이 오히려 또렷해진다는 데 있다.
이번 기획에서 다루는 네 개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도시와 프로그램, 스케일을 갖지만 공통적으로 ‘상업 공간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네 프로젝트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상업 공간이 단순히 판매의 장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 지역의 맥락과 사용자의 몸짓이 만나 만들어내는 미세한 차이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취향 기반 커뮤니티를 위한 문화 플랫폼에서 조용한 럭셔리 쇼룸, 옛 마을을 무대로 한 ‘하얀 집’까지, 이 상업 공간들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팔리는 공간’이 아니라 ‘기억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다시 무엇부터 설계해야 하는가.
성수에서 만나는 뜨개 문화 플랫폼
SEVY HAUS
복합문화공간 쎄비하우스는 뜨개를 보고 고르고 머무는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건축 / (주)스튜디오캔 건축사사무소·나애나, 최정석
시공 / (주)스튜디오캔 건축사사무소
브랜딩 / 플로스튜디오
위치 / 서울 성동구 성수동
면적 / 415.5㎡(125.7평)
사진 / 제리그래퍼
성수에 자리 잡은 7층 규모의 쎄비하우스(SEVY HAUS)는 온라인몰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뜨개 문화를 확산시켜온 브랜드 쎄비가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며 선보인 뜨개 문화 플랫폼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기존에 오피스로 사용되던 건축물을 대수선해 만든 이곳은 1·2층 자재스토어, 3층 팝업 갤러리와 디자인 랩, 4~7층 음악과 책, 커피와 간식을 즐기며 뜨개에 몰입할 수 있는 프라이빗 니팅 라운지로 구성되어 뜨개를 보고, 고르고, 직접 손에 쥐고 즐기는 일련의 경험을 한 건물 안에서 이어지게 했다.
뜨개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 찬 공간에서 낯섦과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체험은 뜨개에 대한 호기심과 인식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장치가 된다. 디자이너는 성수 한복판에 놓인 이 건물이 뜨개 문화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이자 뜨개를 매개로 한 새로운 일상 풍경을 만들어가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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