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pace for Architectural Design
색을 비우고 깊이를 채우다
검은색은 공간에서 가장 강력한 색이면서도, 끝까지 비밀을 다 풀어놓지 않는 색이다. 빛을 삼키듯 깊이 깔린 블랙은 형태를 숨기기보다 오히려 선과 면, 재질의 밀도와 온도를 또렷이 드러나게 하고, 그 속에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한 톤만으로 구조와 재료, 빛의 레이어를 섬세하게 조율한 모노크로매틱 아파트처럼, 블랙을 중심에 둔 공간은 색채의 소음을 걷어낸 채 건축적 골격과 비례, 디테일의 결을 전면으로 끌어올린다.
다음의 서로 다른 맥락의 네 개 프로젝트는 공통적으로 블랙을 ‘무거운 색’이 아닌, 빛과 재료, 구조와 삶을 해석하게 하는 정교한 도구로 사용한다. 블랙은 때로 배경이 되고, 때로 구조가 되며, 때로 하나의 오브제로 존재하면서 공간의 깊이와 농도를 조절하는 조용한 지휘자처럼 기능한다. 이번 호 테마에서는 검은색이 어떻게 집과 도시, 산업과 예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동시대 공간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부여하는지,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각자의 삶이 어떤 빛으로 드러나는지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
방배 래미안 아트힐
BLACK PROJECT
김주리스튜디오의 ‘블랙 프로젝트’는 단순히 어두운 색을 사용하는 인테리어가 아니다. 이는 색채가 아닌 공간의 밀도, 구조, 그리고 감정의 깊이를 다루는 설계 실험에 가깝다.

디자인·시공 / (주)김주리디자인스튜디오
위치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311-12
면적 / 190㎡(57평형)
마감 / 천장-벽지, 블랙 이노솔 I 벽체-인테리어필름, 벽지, 박판 타일, 블랙 유리벽돌 I 바닥-원목마루, 포셀린 타일
사진 / 민그래퍼(@mingrapher)
블랙은 가장 강한 색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는 색이다. 빛을 흡수하고, 재료의 질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공간의 불필요한 요소를 정제해 본질만을 남긴다. 김주리스튜디오는 이 블랙의 성질에 주목해 레이아웃, 동선, 비율, 그리고 소재 간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공간을 설계해왔다.
블랙 프로젝트에서는 블랙 원목마루, 라빠또 세라믹, 컬러 미러, 블랙 유리벽돌 등 서로 다른 성격의 블랙 소재들이 조합되는 과정에서 빛의 반사율과 무게감의 차이를 기준으로 구조화된다. 이를 통해 공간은 어둡기보다 오히려 또렷해지고, 묵직하지만 답답하지 않은 균형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가 지향하는 것은 ‘강한 인상’이 아닌 오래 살아도 질리지 않는 블랙이다.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의 깊이가 더해지는 주거 환경. 그것이 블랙 프로젝트를 통해 제안하는 블랙 주거의 새로운 기준이다.
블랙 프로젝트는 준공 21년 차의 구축 아파트로 내력벽 구조로 견고하게 지어져 구조적 안정성이 큰 장점인 동시에 평면 변화에 제약이 따르는 전형적인 구축 아파트의 한계를 함께 지니고 있다. 김주리스튜디오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내력벽을 유지한 채 비내력벽을 재구성하며, 공간의 체감 면적과 사용성을 극적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실제 면적을 뛰어넘는 개방감과 스케일을 확보한 대담한 레이아웃의 블랙 레지던스가 완성되었다.
집의 분위기는 현관에서 이미 완성된다. 기존 현관 우측의 창은 과감히 가리고 블랙 미러를 적용해 공간에 신비로운 깊이와 시각적 연장감을 부여했다. 컬러 미러는 공간의 확장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무드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김주리스튜디오의 주요 디자인 장치다. 은경이 명확한 반사를 통해 ‘확장’을 만든다면, 흑경과 브라운경 같은 컬러 미러는 반사를 절제함으로써 공간에 은은한 긴장감과 깊이를 더한다.
블랙을 구조로 쌓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블랙(BLACK)’이다. 이 공간에서 블랙은 단순히 색채가 아닌 질감, 반사, 무게감의 차이를 통해 하나의 구조처럼 레이어링된 블랙이다. 검정 원목마루의 깊이 있는 톤, 라빠또 마감의 이탈리아 세라믹이 만들어내는 은은한 광택, 그리고 블랙 유리벽돌을 통과하는 빛의 흐름까지. 서로 다른 블랙의 표정들이 공간 전반에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다. 묵직하지만 답답하지 않고, 어둡지만 오히려 공간을 더 넓게 인식하게 만드는 설계. 블랙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설계 언어가 이 현장 전반에 고스란히 구현되어 있다.

주방, 기능을 품은 조형적 공간
기존 내력벽 구조로 답답하게 분리되어 있던 주방은 입구에서 바로 시선이 닿는 두 번째 방 자리로 과감히 이동했다. 이를 통해 오픈 키친 특유의 개방감과 공간의 중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공간을 감싸는 메인 세라믹은 이탈리아산 ‘실버 웨이브(Silver Wave)’로 4D 질감과 라빠또 마감으로 연마를 통해 표면 일부만 광을 살려 빛의 방향에 따라 은은한 반짝임을 만들어냈다. 스톤 특유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광택이 블랙 주방에 세련된 긴장감을 더한다. 주방과 복도의 경계에는 블랙 유리벽돌을 적용했다. 빛과 형상이 투과되며, 주방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복도의 단조로움을 효과적으로 해소한다.





거실, 블랙의 밀도를 조절하다
거실은 인접 방을 철거해 주방과 하나의 공용 공간으로 재편되었다. 확장 공사를 통해 개방감이 극대화되었고, 기존 구조에서 남은 두 개의 날개벽은 포인트 장으로 활용했다. 이 두 면에는 세라믹 대신 흑경을 서로 마주 보게 배치했다. 이는 공간의 무게 중심을 분산시키고, 묵직한 블랙톤을 보다 여유롭고 시원하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김주리스튜디오가 중요하게 여기는 또 하나의 요소는 비율이다. 거실 수납은 일부러 상·하부장을 모두 채우지 않고, 한쪽은 벽지 톤과 유사한 질감으로 눌러 공간이 둔해 보이지 않도록 조율했다.




프라이빗 존: 기능과 무드의 균형
안방은 문 위치를 뒤로 이동시키고, 기존 수납공간을 열어 입구에서 바라보는 복도의 길이를 대폭 확장했다. 분배기 장은 가구처럼 정리하고, 상부에는 그린 계열의 채도 있는 세라믹을 적용해 블랙 공간 속에 미묘한 포인트를 더했다. 안방 욕실은 블랙 인테리어의 매력이 극대화된 공간이다. 천장부터 도기와 기물까지 블랙 톤으로 통일하고, 천장은 블랙 유광 이노솔로 마감해 공간의 연장감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했다. 벽면을 따라 ㄱ자 간접조명을 배치해 타일의 질감이 가장 아름답게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복도 전반에 적용된 도어는 문선의 돌출 없이 도배지를 감싸 마감하는 무문선 시공으로 페인트와 유사한 깔끔한 질감을 구현하며 공간 전체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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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비우고 깊이를 채우다
검은색은 공간에서 가장 강력한 색이면서도, 끝까지 비밀을 다 풀어놓지 않는 색이다. 빛을 삼키듯 깊이 깔린 블랙은 형태를 숨기기보다 오히려 선과 면, 재질의 밀도와 온도를 또렷이 드러나게 하고, 그 속에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한 톤만으로 구조와 재료, 빛의 레이어를 섬세하게 조율한 모노크로매틱 아파트처럼, 블랙을 중심에 둔 공간은 색채의 소음을 걷어낸 채 건축적 골격과 비례, 디테일의 결을 전면으로 끌어올린다.
다음의 서로 다른 맥락의 네 개 프로젝트는 공통적으로 블랙을 ‘무거운 색’이 아닌, 빛과 재료, 구조와 삶을 해석하게 하는 정교한 도구로 사용한다. 블랙은 때로 배경이 되고, 때로 구조가 되며, 때로 하나의 오브제로 존재하면서 공간의 깊이와 농도를 조절하는 조용한 지휘자처럼 기능한다. 이번 호 테마에서는 검은색이 어떻게 집과 도시, 산업과 예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동시대 공간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부여하는지,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각자의 삶이 어떤 빛으로 드러나는지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
방배 래미안 아트힐
BLACK PROJECT
김주리스튜디오의 ‘블랙 프로젝트’는 단순히 어두운 색을 사용하는 인테리어가 아니다. 이는 색채가 아닌 공간의 밀도, 구조, 그리고 감정의 깊이를 다루는 설계 실험에 가깝다.
디자인·시공 / (주)김주리디자인스튜디오
위치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311-12
면적 / 190㎡(57평형)
마감 / 천장-벽지, 블랙 이노솔 I 벽체-인테리어필름, 벽지, 박판 타일, 블랙 유리벽돌 I 바닥-원목마루, 포셀린 타일
사진 / 민그래퍼(@mingrapher)
블랙은 가장 강한 색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는 색이다. 빛을 흡수하고, 재료의 질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공간의 불필요한 요소를 정제해 본질만을 남긴다. 김주리스튜디오는 이 블랙의 성질에 주목해 레이아웃, 동선, 비율, 그리고 소재 간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공간을 설계해왔다.
블랙 프로젝트에서는 블랙 원목마루, 라빠또 세라믹, 컬러 미러, 블랙 유리벽돌 등 서로 다른 성격의 블랙 소재들이 조합되는 과정에서 빛의 반사율과 무게감의 차이를 기준으로 구조화된다. 이를 통해 공간은 어둡기보다 오히려 또렷해지고, 묵직하지만 답답하지 않은 균형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가 지향하는 것은 ‘강한 인상’이 아닌 오래 살아도 질리지 않는 블랙이다.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의 깊이가 더해지는 주거 환경. 그것이 블랙 프로젝트를 통해 제안하는 블랙 주거의 새로운 기준이다.
블랙 프로젝트는 준공 21년 차의 구축 아파트로 내력벽 구조로 견고하게 지어져 구조적 안정성이 큰 장점인 동시에 평면 변화에 제약이 따르는 전형적인 구축 아파트의 한계를 함께 지니고 있다. 김주리스튜디오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내력벽을 유지한 채 비내력벽을 재구성하며, 공간의 체감 면적과 사용성을 극적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실제 면적을 뛰어넘는 개방감과 스케일을 확보한 대담한 레이아웃의 블랙 레지던스가 완성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블랙(BLACK)’이다. 이 공간에서 블랙은 단순히 색채가 아닌 질감, 반사, 무게감의 차이를 통해 하나의 구조처럼 레이어링된 블랙이다. 검정 원목마루의 깊이 있는 톤, 라빠또 마감의 이탈리아 세라믹이 만들어내는 은은한 광택, 그리고 블랙 유리벽돌을 통과하는 빛의 흐름까지. 서로 다른 블랙의 표정들이 공간 전반에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다. 묵직하지만 답답하지 않고, 어둡지만 오히려 공간을 더 넓게 인식하게 만드는 설계. 블랙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설계 언어가 이 현장 전반에 고스란히 구현되어 있다.
기존 내력벽 구조로 답답하게 분리되어 있던 주방은 입구에서 바로 시선이 닿는 두 번째 방 자리로 과감히 이동했다. 이를 통해 오픈 키친 특유의 개방감과 공간의 중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공간을 감싸는 메인 세라믹은 이탈리아산 ‘실버 웨이브(Silver Wave)’로 4D 질감과 라빠또 마감으로 연마를 통해 표면 일부만 광을 살려 빛의 방향에 따라 은은한 반짝임을 만들어냈다. 스톤 특유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광택이 블랙 주방에 세련된 긴장감을 더한다. 주방과 복도의 경계에는 블랙 유리벽돌을 적용했다. 빛과 형상이 투과되며, 주방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복도의 단조로움을 효과적으로 해소한다.
거실, 블랙의 밀도를 조절하다
거실은 인접 방을 철거해 주방과 하나의 공용 공간으로 재편되었다. 확장 공사를 통해 개방감이 극대화되었고, 기존 구조에서 남은 두 개의 날개벽은 포인트 장으로 활용했다. 이 두 면에는 세라믹 대신 흑경을 서로 마주 보게 배치했다. 이는 공간의 무게 중심을 분산시키고, 묵직한 블랙톤을 보다 여유롭고 시원하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김주리스튜디오가 중요하게 여기는 또 하나의 요소는 비율이다. 거실 수납은 일부러 상·하부장을 모두 채우지 않고, 한쪽은 벽지 톤과 유사한 질감으로 눌러 공간이 둔해 보이지 않도록 조율했다.



프라이빗 존: 기능과 무드의 균형
안방은 문 위치를 뒤로 이동시키고, 기존 수납공간을 열어 입구에서 바라보는 복도의 길이를 대폭 확장했다. 분배기 장은 가구처럼 정리하고, 상부에는 그린 계열의 채도 있는 세라믹을 적용해 블랙 공간 속에 미묘한 포인트를 더했다. 안방 욕실은 블랙 인테리어의 매력이 극대화된 공간이다. 천장부터 도기와 기물까지 블랙 톤으로 통일하고, 천장은 블랙 유광 이노솔로 마감해 공간의 연장감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했다. 벽면을 따라 ㄱ자 간접조명을 배치해 타일의 질감이 가장 아름답게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복도 전반에 적용된 도어는 문선의 돌출 없이 도배지를 감싸 마감하는 무문선 시공으로 페인트와 유사한 깔끔한 질감을 구현하며 공간 전체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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