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에서 함께 존재하는 건축
Shunde Yunlu Wetland Museum
Architecture / Studio Link-Arc
Location / 순더, 중국
Area / 1,800㎡
중국 순더(Shunde) 운루 습지 공원(Yunlu Wetland Park) 안에 자리한 순더 운루 습지 박물관(Shunde Yunlu Wetland Museum)은 스튜디오 링크-아크(Studio Link-Arc)가 설계한 조용한 관찰자의 역할을 하는 건축물이다. 2만 5,000마리의 왜가리(Egret)가 서식하는 생태섬과 인접한 이 박물관은 조류 관찰 타워와 습지 박물관 기능을 겸하며, 방문객에게 독특한 조류 관찰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습지 생태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환기하는 데 목적을 둔다. 건축은 ‘보이는 건물’이 아니라, 주변 환경 속에 스며들어 경험만 남기는 장치에 가깝다.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26년 전 ‘버드 아저씨(Uncle Bird)’로 불리는 셴 취안후이(Xian Quanhui)가 심은 대나무 숲이다. 시간이 흐르며 수많은 왜가리가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그는 오랜 시간에 걸친 돌봄과 관리로 도심 속 작은 대나무 숲을 하나의 ‘왜가리 낙원’으로 키워냈다. 이후 순더 지방정부는 이 ‘에그렛 파라다이스(Egret Paradise)’ 보호 구역을 기존의 13배 규모로 확장하고, 과학자·엔지니어·디자이너와 협력해 수자원 시스템을 복원하고 대나무 숲을 정비하며, 이 일대를 운루 습지 공원으로 재구성했다. 박물관은 이 오랜 시간 축적된 개인적 노력과 공공의 투자가 만나는 지점에 세워진 상징적 건축이다. 건축가들은 박물관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기존 삼나무 숲 뒤편으로 살짝 숨기는 방식을 택했다.
건물의 형태는 수직으로 쌓인 네 개의 콘크리트 튜브가 기본 단위로 각각 수평 방향으로 회전한 ‘렌즈’처럼 왜가리의 활동을 포착하는 장치로 계획되었다. 건축의 존재감은 의도적으로 최소화되고, 이 땅의 ‘원주민’인 새들과 식생이 전면에 설 수 있도록 낮은 자세를 취한다. 에그렛 아일랜드(Egret Island)에서 박물관을 바라보면 건물은 울창한 아열대 숲의 일부처럼 배경으로 녹아들어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각 튜브는 대지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해 최적의 조망을 확보한다. 이로써 실내에는 네 개의 어긋난 ‘프레이밍 프레임(Framing Frame)’이 형성되고, 1층부터 4층까지 각각 나무의 뿌리, 줄기, 수관, 나무 꼭대기 방향으로 시선을 열어준다. 관람객은 층마다 다른 높이에서 나무 그늘이 흔들리는 모습과 에그렛 아일랜드를 가로지르는 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건축은 인간 중심 시점에서 자연 중심의 다중 시점으로 전환되고, ‘풍경을 보는 건축’에서 ‘풍경 속에서 함께 존재하는 건축’으로 해석의 축이 바뀐다.
네 개의 튜브는 불린 연산을 적용한 삼각형 수직 아트리움으로 관통된다. 이 아트리움은 네 층을 하나로 묶는 세로 방향의 공동 영역이자, 서로 다른 시점을 연결하는 공통의 관찰 지점이다. 이곳에 서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열린 튜브를 통해 주변 자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고, 튜브 끝의 뷰파인더 창은 마치 엄선된 풍경화를 벽에 걸어 둔 것처럼 장면을 절제해 보여준다. 공간은 단순한 관람 동선이 아니라,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를 이동하며 여러 겹의 자연을 읽어 나가는 장치로 작동한다.
구조 시스템은 박스형 콘크리트 구조를 채택했다. 각 튜브의 측벽, 상부 슬래브, 하부 슬래브가 하나의 박스로 작동하며 전체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구조와 간결한 형태를 동시에 확보했다. 상부의 채광창과 깊은 보(Beam)를 통해 부드럽게 걸러진 빛이 실내로 떨어지며, 관람객은 실내에 있으면서도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른 빛의 변화를 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이 박물관에서 자연은 전시의 배경이 아니라, 건축 구조와 빛을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주연’에 가깝다.
습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도 설계의 핵심 전제였다. 건축가는 기존에 자라고 있던 560그루의 나무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건물의 정확한 위치와 회전 각도를 신중하게 결정했다. 건물의 바닥 면적을 줄이고, 각 층의 볼륨을 회전·조정함으로써 기존 수목의 벌채를 최소화하면서도 새 관찰에 적합한 시야를 확보했다. 건물은 습지를 잠식하기보다 그 경계를 따라 조심스럽게 비켜 서 있는 형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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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속에서 함께 존재하는 건축
Shunde Yunlu Wetland Museum
Location / 순더, 중국
Area / 1,800㎡
중국 순더(Shunde) 운루 습지 공원(Yunlu Wetland Park) 안에 자리한 순더 운루 습지 박물관(Shunde Yunlu Wetland Museum)은 스튜디오 링크-아크(Studio Link-Arc)가 설계한 조용한 관찰자의 역할을 하는 건축물이다. 2만 5,000마리의 왜가리(Egret)가 서식하는 생태섬과 인접한 이 박물관은 조류 관찰 타워와 습지 박물관 기능을 겸하며, 방문객에게 독특한 조류 관찰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습지 생태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환기하는 데 목적을 둔다. 건축은 ‘보이는 건물’이 아니라, 주변 환경 속에 스며들어 경험만 남기는 장치에 가깝다.
각 튜브는 대지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해 최적의 조망을 확보한다. 이로써 실내에는 네 개의 어긋난 ‘프레이밍 프레임(Framing Frame)’이 형성되고, 1층부터 4층까지 각각 나무의 뿌리, 줄기, 수관, 나무 꼭대기 방향으로 시선을 열어준다. 관람객은 층마다 다른 높이에서 나무 그늘이 흔들리는 모습과 에그렛 아일랜드를 가로지르는 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건축은 인간 중심 시점에서 자연 중심의 다중 시점으로 전환되고, ‘풍경을 보는 건축’에서 ‘풍경 속에서 함께 존재하는 건축’으로 해석의 축이 바뀐다.
네 개의 튜브는 불린 연산을 적용한 삼각형 수직 아트리움으로 관통된다. 이 아트리움은 네 층을 하나로 묶는 세로 방향의 공동 영역이자, 서로 다른 시점을 연결하는 공통의 관찰 지점이다. 이곳에 서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열린 튜브를 통해 주변 자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고, 튜브 끝의 뷰파인더 창은 마치 엄선된 풍경화를 벽에 걸어 둔 것처럼 장면을 절제해 보여준다. 공간은 단순한 관람 동선이 아니라,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를 이동하며 여러 겹의 자연을 읽어 나가는 장치로 작동한다.
습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도 설계의 핵심 전제였다. 건축가는 기존에 자라고 있던 560그루의 나무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건물의 정확한 위치와 회전 각도를 신중하게 결정했다. 건물의 바닥 면적을 줄이고, 각 층의 볼륨을 회전·조정함으로써 기존 수목의 벌채를 최소화하면서도 새 관찰에 적합한 시야를 확보했다. 건물은 습지를 잠식하기보다 그 경계를 따라 조심스럽게 비켜 서 있는 형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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