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 치유 공간 (1) 효(孝)의 마음으로 - 정릉효자마취통증의학과의원 (2025.11)

감성적 치유 공간

Another Everyday: Medical Spaces


도시의 치유 공간이 달라지고 있다. 병원 인테리어는 의료행위의 배경이자 브랜드의 얼굴이며, 환자 경험의 중심축으로 작동한다. 과거에는 위생과 기능 중심의 설계가 의료 공간의 본질이었다면, 지금의 의료 인테리어는 인간의 감정·감각·삶의 질까지 다루는 총체적 경험의 무대가 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개인의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환자는 ‘치료의 수혜자’가 아니라 ‘치유의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 이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국내외 병원 디자인의 방향을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는 자연과 예술, 웰빙을 통합하는 ‘감성적 치유 공간’의 구현에 있다. 환자에게 안전함과 위로를 주는 공간, 의료진에게 흐름과 효율을 보장하는 구조, 그리고 브랜드에게는 신뢰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이는 조명·소재·색감·동선 등 모든 요소가 심리적 안정과 물리적 편안함을 동시에 제공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의료시설의 무채색 중심에서 벗어난 따뜻한 팔레트의 사용, 곡선형 구성, 공용 라운지의 문화적 활용은 필수적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최근의 병원에 대한 인식은 ‘비일상적이고 두려운 곳’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또 하나의 일상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의료 공간 디자인의 연구 경향이나 사용자 중심 철학에서도 병원이 환자뿐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의 일상과 감정, 삶을 포괄하도록 설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한다. 이 관점에서 병원은 진료·치료의 장소를 넘어 복지시설이나 지역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건강한 일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유형의 거점이 된다. 의료진, 방문객, 지역주민 등이 반복적으로 찾으며 서로의 일상 일부로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각은 의료 공간이 갖는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친근함·접근성을 주며, 심지어 치유와 회복, 사회적 관계의 중심이 되는 장소로서의 가치를 강조한다. 병원은 더 이상 긴장과 불안을 동반하는 특별한 곳이 아니라, 삶과 연결되는 또 하나의 일상 ‘Everyday Life Space’로 인식된다.



효(孝)의 마음으로

정릉효자마취통증의학과의원


정릉에 위치한 정릉효자마취통증의학과는 시니어의 웰에이징 라이프를 지원하는 프리미엄 웰니스 공간으로 ‘효(孝)의 마음으로 시니어를 맞이한다’는 철학을 공간 전체에 풀어냈다.

디자인·시공 / (주)리노디자인스페이스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아리랑로 127

면적 / 645㎡

마감 / 천장-벽지 I 벽체-필름 I 바닥-포셀린 타일

사진 / 쏘울그래프·진성기(표기 외)


‘효(孝)의 마음으로 시니어를 맞이한다’

시니어에게 통증 관리는 이제 ‘치료’를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오랜 시간 견뎌야 하는 통증은 단일한 의학적 처치로 다루기 어렵다. 그것은 일상의 흐름을 방해하고, 나이 드는 과정 속에서 삶의 주체성을 잃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통증을 관리한다는 것은 곧 건강한 노년을 보장하고, 스스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삶의 관리’다. 리노디자인스페이스는 이러한 철학을 출발점으로 정릉효자마취통증의학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통증의학과라는 의료 공간을 단순히 아픈 곳을 치료하는 장소가 아니라, 시니어의 웰에이징(Well-Aging)을 지원하는 프리미엄 웰니스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한 것이다. 그 과정에는 ‘효(孝)’라는 가치가 중심에 자리한다. 환자를 환자가 아닌 부모로 맞이하는 마음, ‘효(孝)의 마음으로 시니어를 맞이한다’는 철학은 공간 디테일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따뜻함을 품은 공간 설계

‘효자’라는 이름이 지닌 의미처럼 정릉효자마취통증의학과 공간은 부모가 언제든 찾아와 편히 머물 수 있는 도심 속 안식처를 지향한다. 진입부 인포데스크는 자녀가 부모를 두 팔 벌려 맞이하는 장면을 모티프로 부드러운 곡선의 오목한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노년층이 접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기대거나 지지할 수 있도록 모든 모서리는 완만하게 다듬어졌다. 디자인은 심미적 요소를 넘어 안전과 편의를 담보하는 장치가 된다. 확산형 조명은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매끄럽게 조율하며, 명확한 가독성을 가진 사이니지는 복잡한 동선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안내한다. 가구들의 배치는 이동 시 걸림이나 불편함이 없도록 신중히 고려되었다. 작은 배려의 집합은 결국 ‘머무르기 편안한 공간’이라는 인상을 강화한다.


색과 소재의 세심한 선택

재료와 마감에서도 세심함은 이어진다. 인포데스크는 발페인트(VALPAINT)의 스페셜 페인팅 기법을 적용해 질감과 색채의 깊이를 더했다. 반복적으로 손길이 닿는 영역임을 고려해 오염에 강한 재료를 적용했으며, 상부 면을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마감해 위생적이고 깔끔한 이미지를 더했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전면 벽은 곡선을 따라 천장까지 라인이 이어지도록 계획했으며, 도장 질감을 살린 필름은 은은하게 빛을 머금으며 공간 전체에 장중한 여운을 남긴다. 또한 따뜻한 톤의 우드 필름은 자칫 차가워질 수 있는 의료 공간에 정서적 온기를 불어넣는다. 모든 요소는 치유와 돌봄을 위한 배경이자 사용자가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한다.


맞춤형 웰니스 케어를 위한 공간 프로그램

정릉효자마취통증의학과는 단독 건물의 장점을 살려 층마다 기능을 구체적으로 나눈 점도 특징이다. 1층은 외부와 맞닿은 로비를 중심으로 진입 동선을 고려해 구성했다. 시니어들이 자연스럽게 머물며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계획했으며, 이와 맞물려 1:1 맞춤 진단과 전문 진료가 이뤄지는 진료실, C-ARM실, 엑스레이실, 초음파실 등을 배치했다. 가장 적합한 설루션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정밀 검사와 개별 맞춤 치료가 이뤄지는 구조다. 1층은 만남과 진단에 중점을 둔 레벨로 공간의 첫 경험이 신뢰로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2층은 회복과 웰니스 프로그램의 중심부다. ESWT실에서는 충격파 기기를 활용해 신체 깊숙한 부위까지 자극을 전달하고, 도수치료실에서는 전문 치료사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수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물리치료실은 다양한 장비와 자극 요법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며, 아쿠아베드실은 편안한 수압 자극으로 회복의 시간을 제공한다. 모든 공간은 프로그램별 독립성을 확보해 환자 개개인의 집중 경험을 돕는다. 미색 위주의 마감재는 안정적 배경을 이루며, 치료 과정이 불안감이 아닌 안락함으로 기억되도록 한다.

정릉효자마취통증의학과는 시니어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도록 돕는 공간이다. 치료, 회복, 교감이 어우러진 총체적 경험은 결국 ‘잘 나이드는 삶’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고령 사회로 나아가는 오늘, 정릉효자마취통증의학과가 보여준 공간적 해답은 노년을 위한 웰니스 공간의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2025.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