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signer’s Touch (2) 미완성의 여백, 구조로 완성되다 - 푸른 기둥 집 (2025.07)

미완성의 여백, 구조로 완성되다

푸른 기둥 집

에디터 이석현


푸른 기둥 집은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모던한 일상에 정제된 방식으로 구현한 공간이다. 공간은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고 선과 매스에 집중했으며, 삶과 시간이 스며드는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디자인 / 수퍼파이디자인스튜디오·박재우

시공 / 수퍼파이디자인스튜디오·박재우

위치 / 대구광역시 수성구 동대구로 59

면적 / 163㎡

마감 / 천장·벽체-도장 I 바닥-원목마루, 포셀린 타일 I 싱크 가구 제작 / TEAM ORDERMADE

사진 / 김동규

글 / 수퍼파이디자인스튜디오


미니멀리즘은 단순함을 지향하지만 결코 비어 있지 않다. 공간이 말없이 전하는 질서와 긴장, 그리고 조용한 감정의 밀도는 오히려 장식 없이 드러나는 본질에서 비롯된다. 수퍼파이디자인스튜디오가 설계한 ‘푸른 기둥 집’은 이러한 미니멀리즘의 철학을 모던한 일상 안에 정제된 방식으로 구현한 작업이다.

푸른 기둥 집 프로젝트는 대구의 50평대 아파트를 대상으로, 수퍼파이디자인스튜디오의 언어로 풀어낸 미니멀 공간의 실천이자 실험이다. 장식적인 요소는 과감히 배제되었고, 대신 ‘선’과 ‘매스’라는 가장 근본적인 건축적 요소를 중심에 두었다. 공간은 각 재료와 구조의 본연의 성격을 드러내고, 외형보다는 내재된 비례와 정리에 집중했다. 그 중심에는 하나의 인위적인 ‘기둥’이 자리하고 있다.

푸른 기둥 집은 모노톤을 바탕으로 하되, 수퍼파이디자인스튜디오의 시그니처 포인트 색이 등장한다. 이번 공간에서는 ‘블루’가 주연이다. 주출입구의 붙박이장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기둥에 동일한 푸른빛을 입혀 시각적 연결성을 확보하고,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 푸른색은 어느 특정한 트렌드에 기대지 않고, 오히려 공간의 시간성을 흐르게 하는 조형 언어로 작용한다. 색채는 이 공간에서 하나의 ‘선언’이 아니라 ‘맥락’으로 존재한다.

기둥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이는 공간의 흐름을 정돈하고, 거실과 다이닝룸이라는 일상의 두 축을 부드럽게 분절함과 동시에 연결해 주는 중심점이다. 존 파슨(John Pawson)이 말한 ‘절제된 형태가 오히려 감각을 깨운다’는 미니멀리즘의 정의처럼 이 기둥은 공간의 감각을 환기시키는 조형적 장치로 기능한다. 마치 안도 타다오(Tadao Ando)의 노출 콘크리트가 단순한 구조를 넘어 명상적 깊이를 부여하듯 수퍼파이디자인스튜디오의 기둥 또한 물성과 위치, 색을 통해 공간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완성’이라는 개념이다. 수퍼파이디자인스튜디오는 주거 공간을 ‘완결된 상품’으로 보지 않는다. 사용자의 삶과 시간이 스며들며 점차 완성되는 유기적인 구조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알베르토 캄포 바에사(Alberto Campo Baeza)의 건축처럼 빛과 구조 외에는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방식이다. 결국 사람과 오브제가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게 된다. 비어 있기 때문에 채워질 수 있고, 채워지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상태다. 그것이 푸른 기둥 집이 가진 조용한 개방성이다.

푸른 기둥 집은 단순히 미니멀한 아파트 인테리어가 아니라, 공간과 구조, 삶과 오브제가 함께 시간 속에서 완성되어 가는 하나의 흐름이다. 이 집은 살면서 완성되는 미완성의 공간이며, 그 중심에는 수퍼파이디자인스튜디오가 그리는 정제된 선과 깊은 여백, 그리고 푸른 기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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