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그리고 공간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다
- ARCHITECTURE & INTERIOR
취재 / 양지원

건축은 건물이나 구조물을 설계하고 짓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에 기대하는 바는 모두 다르지만, 건축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는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한 공간 위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고 이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 정도로 건축의 역할을 규정할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철학과 해석 없이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없듯, 모든 문화가 크로스오버 된 현대사회에서의 건축은 무언가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사회의 다변화 때문에 건축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건축이란 본디 ‘공간’ 이상의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므로, 그 본뜻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건축공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2012년도에 본지에서 소개한 프로젝트를 한데 묶어 보았을 때, 엿볼 수 있었던 일관된 주제는 바로 ‘소통’이었다. 소통은 간단히 말하면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현상이지만, 현대에서 소통의 의미는 분명 과거의 것과는 다르다. 이는 앞으로 공간을 다루면서 최우선으로 새겨야 할 중요한 항목이기에, 지난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공간을 매개체로 어떠한 소통 방안을 모색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자연과의 공존(共存)을 모색하다
자연환경에 대응한 건축의 이상적인 자세는 무엇일까. 지역적 특색이 묻어나는 건축은 그 장소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주민이나 특유의 문화적 환경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옛 사람들은 대지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적인 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장소의 지질학적 특성이나 기후, 역사적 성격에 밀착해 생활했기 때문에 그 시대의 건축물 역시 이러한 사항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재해석되고, 물리적이고 지리적인특성은 여러 층의 기억을 내포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환경은 그 땅으로부터 자연스레 발산되는 독특함이 결여되어 있다. 이에 건축물이 자리한 장소의 의미를 되찾고자 건축가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고, 몇몇의 국내외 건축가들은 지형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사람, 역사 그리고 문화적 환경을 반영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캐나다 건축가인 Todd Saunders가 완공한 Fogo Island 스튜디오 시리즈이다. 건축물이 장소와 형식, 재료와 텍스처를 통해 형태의 기억 또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축가의 믿음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했다. Newfoundland의 전통 구조물이었던 ‘Salt Box House’와 ‘Fishing Stage’을 차용한 디자인으로 지역의 전통과 삶의 방식을 담아낸 것이다. 건물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 속에 지어져 지역의 사회·문화·경제적 발전의 토대가 되는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발돋움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건축
오래된 건축물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중에는 역사도 포함되어 있는데, 현재의 감각과 오래된 미를 접목시켜 하나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가히 신비롭기까지 하다.
특히 유럽 지역의 여러 도시는 수 백 년이 넘는 건물이 아직도 건재하고, 그 건물에서 지금도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건물이 낡았으니 좀 지저분하지 않을까’ 라는 우려는 걱정의 축에도 끼지도 못하는 것. 오히려 도시가 지니고 있는 역사성을 잘 유지하면서 실내 공간을 용도에 맞게 리뉴얼하여 깔끔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래되고 값비싼 그릇을 사용하지 않고 주방 깊숙한 곳에 보관하고 있는 것은 그릇 본래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처럼, 건물 역시 사람이 자주 드나들고, 생활의 공간으로 사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리노베이션의 개념을 넘어서, 역사적인 의미가 깃든 장소에 새로운 의미를 담은 신시가지를 구축하면서 완공한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역사적 의미만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현장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분위기와 형상을 띠고 있다. 이에 구시가지를 천천히 걷다보면 도시가 쌓아온 역사의 흐름을 엿볼 수 있어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며, 신시가지는 도시의 현재를 통해 과거와 오늘,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동시에 경험함으로써 미래의 도시에 대한 방향성까지 모색할 수 있었다.

공간 내외부의 소통을 위한 건축적 장치
; 집 그리고 마을
현대에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의 화해, 인간과 인간의 소통,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다. 특히 다른 사람과 자신의 삶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소통과 열림을 체험하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소통의 부재는 심화되고 있다. 이에 여러 공간디자이너들은 소통의 단절을 지양하기 위한 방안을 ‘집’ 그리고 ‘마을’과 ‘공동체’에서 찾았다. 우리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공간인 집을 다양한 상업공간에 끌어들임으로써 사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 준 것이다.

이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방바이민 이머징 디자인 그룹의 오세민 소장은 ‘방’ 에 대한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을 착안해 헤어살롱 The Miega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그는 건축의 원형으로서 ‘방’은 개인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이며, 이것 하나만으로도 집이 이루어지고, 집이 모여 마을이 된다고 보았다. 또한 담과 담 사이로 소통이 이루어지던 ‘동네’ 의 모습이 마치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뮤니티 센터이자 사랑방처럼 보였고, 이를 헤어살롱 프로젝트에 대입했다. 공간에 각각의 독립적인 방을 넣되, 소통의 창구가 되는 창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끌어낸 것이다.

무의식 속에 일어나는 행동이 공간을 채우다
바닥과 벽체, 기둥, 유리 등의 요소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은 달라진다. 특별한 물리적 공간의 변화 없이도 사람들의 행동을 끊임없이 유발시킬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공간의 모습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하도록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주거공간이든 상업공간이든 디자인을 통해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의 행동을 유도하고, 환경과 인간 사이의 ‘의미 공유’ 가 일어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되는 공간을 만드는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디자인스튜디오 유랩을 이끄는 김종유 소장의 프로젝트는 ‘Urban Picnic’을 콘셉트로 연출되었다. 레스토랑 내부에 직접 채소를 재배하는 그린 하우스를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공간을 가로지르는 ‘Extension Picnic Table’을 길게 늘어뜨렸다. 이는 고객이 무의식 중에 테이블을 따라 하우스 사이를 거닐 수 있는 동선의 역할을 하도록 설정된 것이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고객들이 공간을 거닐 수 있는 가장 빠른 이동 동선과 뷔페 테이블이 어느 자리에서든 보일 수 있는 시각적 동선 그리고 그린 하우스 사이를 거닐 수 있는 느린 동선을 제공해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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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그리고 공간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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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양지원
건축은 건물이나 구조물을 설계하고 짓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에 기대하는 바는 모두 다르지만, 건축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는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한 공간 위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고 이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 정도로 건축의 역할을 규정할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철학과 해석 없이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없듯, 모든 문화가 크로스오버 된 현대사회에서의 건축은 무언가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단순히 사회의 다변화 때문에 건축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건축이란 본디 ‘공간’ 이상의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므로, 그 본뜻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건축공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2012년도에 본지에서 소개한 프로젝트를 한데 묶어 보았을 때, 엿볼 수 있었던 일관된 주제는 바로 ‘소통’이었다. 소통은 간단히 말하면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현상이지만, 현대에서 소통의 의미는 분명 과거의 것과는 다르다. 이는 앞으로 공간을 다루면서 최우선으로 새겨야 할 중요한 항목이기에, 지난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공간을 매개체로 어떠한 소통 방안을 모색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자연과의 공존(共存)을 모색하다자연환경에 대응한 건축의 이상적인 자세는 무엇일까. 지역적 특색이 묻어나는 건축은 그 장소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주민이나 특유의 문화적 환경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옛 사람들은 대지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적인 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장소의 지질학적 특성이나 기후, 역사적 성격에 밀착해 생활했기 때문에 그 시대의 건축물 역시 이러한 사항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많은 세대를 거치면서 재해석되고, 물리적이고 지리적인특성은 여러 층의 기억을 내포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환경은 그 땅으로부터 자연스레 발산되는 독특함이 결여되어 있다. 이에 건축물이 자리한 장소의 의미를 되찾고자 건축가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고, 몇몇의 국내외 건축가들은 지형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사람, 역사 그리고 문화적 환경을 반영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캐나다 건축가인 Todd Saunders가 완공한 Fogo Island 스튜디오 시리즈이다. 건축물이 장소와 형식, 재료와 텍스처를 통해 형태의 기억 또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축가의 믿음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발휘했다. Newfoundland의 전통 구조물이었던 ‘Salt Box House’와 ‘Fishing Stage’을 차용한 디자인으로 지역의 전통과 삶의 방식을 담아낸 것이다. 건물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 속에 지어져 지역의 사회·문화·경제적 발전의 토대가 되는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발돋움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건축오래된 건축물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중에는 역사도 포함되어 있는데, 현재의 감각과 오래된 미를 접목시켜 하나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가히 신비롭기까지 하다.
특히 유럽 지역의 여러 도시는 수 백 년이 넘는 건물이 아직도 건재하고, 그 건물에서 지금도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건물이 낡았으니 좀 지저분하지 않을까’ 라는 우려는 걱정의 축에도 끼지도 못하는 것. 오히려 도시가 지니고 있는 역사성을 잘 유지하면서 실내 공간을 용도에 맞게 리뉴얼하여 깔끔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래되고 값비싼 그릇을 사용하지 않고 주방 깊숙한 곳에 보관하고 있는 것은 그릇 본래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처럼, 건물 역시 사람이 자주 드나들고, 생활의 공간으로 사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리노베이션의 개념을 넘어서, 역사적인 의미가 깃든 장소에 새로운 의미를 담은 신시가지를 구축하면서 완공한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역사적 의미만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현장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분위기와 형상을 띠고 있다. 이에 구시가지를 천천히 걷다보면 도시가 쌓아온 역사의 흐름을 엿볼 수 있어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며, 신시가지는 도시의 현재를 통해 과거와 오늘,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동시에 경험함으로써 미래의 도시에 대한 방향성까지 모색할 수 있었다.
공간 내외부의 소통을 위한 건축적 장치; 집 그리고 마을
현대에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의 화해, 인간과 인간의 소통,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다. 특히 다른 사람과 자신의 삶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소통과 열림을 체험하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소통의 부재는 심화되고 있다. 이에 여러 공간디자이너들은 소통의 단절을 지양하기 위한 방안을 ‘집’ 그리고 ‘마을’과 ‘공동체’에서 찾았다. 우리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공간인 집을 다양한 상업공간에 끌어들임으로써 사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 준 것이다.
이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방바이민 이머징 디자인 그룹의 오세민 소장은 ‘방’ 에 대한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을 착안해 헤어살롱 The Miega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그는 건축의 원형으로서 ‘방’은 개인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이며, 이것 하나만으로도 집이 이루어지고, 집이 모여 마을이 된다고 보았다. 또한 담과 담 사이로 소통이 이루어지던 ‘동네’ 의 모습이 마치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뮤니티 센터이자 사랑방처럼 보였고, 이를 헤어살롱 프로젝트에 대입했다. 공간에 각각의 독립적인 방을 넣되, 소통의 창구가 되는 창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끌어낸 것이다.
무의식 속에 일어나는 행동이 공간을 채우다바닥과 벽체, 기둥, 유리 등의 요소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은 달라진다. 특별한 물리적 공간의 변화 없이도 사람들의 행동을 끊임없이 유발시킬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공간의 모습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하도록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주거공간이든 상업공간이든 디자인을 통해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의 행동을 유도하고, 환경과 인간 사이의 ‘의미 공유’ 가 일어남으로써 커뮤니케이션 되는 공간을 만드는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디자인스튜디오 유랩을 이끄는 김종유 소장의 프로젝트는 ‘Urban Picnic’을 콘셉트로 연출되었다. 레스토랑 내부에 직접 채소를 재배하는 그린 하우스를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공간을 가로지르는 ‘Extension Picnic Table’을 길게 늘어뜨렸다. 이는 고객이 무의식 중에 테이블을 따라 하우스 사이를 거닐 수 있는 동선의 역할을 하도록 설정된 것이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고객들이 공간을 거닐 수 있는 가장 빠른 이동 동선과 뷔페 테이블이 어느 자리에서든 보일 수 있는 시각적 동선 그리고 그린 하우스 사이를 거닐 수 있는 느린 동선을 제공해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냈다.COPYRIGHT 2012.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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