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되다 따뜻한 가족의 공간, 주거디자인 (2010.5)

‘집’하면 당신이 가장 처음으로 떠올리는 생각이 무엇인가?
하루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아늑한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소이기도 하고, 고향처럼 따뜻한 느낌으로 떠오르기도 하며, 누군가에겐 꼭 소유해야할 첫 번째 목표이자 재테크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집 그 자체로서의 공간이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생각해보자면, 아마도 나를 표현해주는, 수다스럽지 않은 대변인이 아닐까 한다.
가령, 앤티크한 소품을 좋아하는 거주자가 머무는 공간이라면, 관련 소품으로 장식된 집의 모습을 갖출 것이고, 예술작품 수집가라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있을 것이다. 또한 음악 감상이 취미인 사람이라면, 악기나 오디오시스템 등 음악과 관련된 요소들로 채워진 공간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이렇듯 이번호에서는 현대적이지만 따뜻한, 중후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창조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거주자의 취향이나 관심사가 십분 반영된 영국과 미국의 주거공간 사례를 소개한다.

Steinberg

Architecture & Interior Design / POPP INTERIOR ARCHITECTURE · Curtis Popp(+916 207 9106)
Location / Sacramento, California, USA
House Area / 278.70㎡
Photography / Chris Pendergast & Gretchen Steinberg


이곳은 지난 1961년 Rickey and Brooks가 은퇴한 배 농장주를 위해 처음 설계했었다. 현재, 이 주택의 소유주는 중세시대나 공상과학과 관련된 소품을 모으는 수집가로, 자신만의 스타일이 반영된, 과거와 현재가 조화된 공간을 원했다.이러한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디자이너는 공간 곳곳에 소유주가 수집한 다채로운 소품을 디스플레이하고, 욕실 및 침실 인테리어디자인에 특별히 신경 썼다. 먼저 샛기둥 아래에 위치했던 기존의 욕실과 침실을 뜯어내고, 욕실과 침실의 위치를 서로 바꾸어 배치했다. 또한 욕실 측면의 빈 공간에 배관 시설을 수용하도록 했으며, 욕실 수납장, 드레싱 테이블, 약 2.4m 길이의 월넛 도어, 삼나무 소재의 건조 사우나 등 공간에 들어간 모든 것들을 거주자를 위해 특별 제작했다.
뿐만 아니라 변기, 세면대와 같은 욕실용 소품은 그다지 크지 않은 심플한 디자인으로 선택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으며, 샤워실은 사용자의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한편, 유리창을 통해 뒷마당의 경치를 즐길 수 있게 해 만족감을 더했다. 특히, 욕실과 드레스 룸에 있는 모든 조명은 Artemide 제품으로 현대적인 이미지를 전하며, Eero Saarinen의 Tulip Collection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개성 있는 아트웍과 비비드한 컬러의 조화가 돋보이는 침실을 살펴보면, MASH Studios에서 설계한 침대 머리맡에는 하나의 벽체가 지지대로서의 역할을 하며, 그 앞에는 Eero Saarinen이 고안한 Knoll의 ‘Tulip Table’을 사이드 테이블로 활용했다. 또한 패브릭이나 소품에 적용된 상큼한 분위기의 오렌지 컬러가 밝고 명랑한 기운을 전하는데, FOSCARINI의 오렌지 빛 조명과 디자이너 George Nelson의 작품인 책상과 의자 역시 감각적이다. 이처럼 어두운 컬러지만 패턴을 살려 내추럴한 느낌을 자아내는 바닥재와 심플한 디자인의 모던한 가구 및 컨템포러리 이탈리안 스타일 조명이 하나의 공간 속에서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루는 포근한 집이 완성되었다.
Collector

Architecture & Interior Design / POPP INTERIOR ARCHITECTURE · Curtis Popp(+916 207 9106)
Location / Sacramento, California, USA
House Area / 929.03㎡
Photography / Mike Graffigna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Collector는 프로젝트명에서도 알 수 있듯, 예술작품 수집가로써 소품에 관심이 많은 클라이언트를 위한 주거공간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예술가인 Roy Deforest, Robert Arneson, Peter Voulkos, Michael Stevens 등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으며, 각 지역의 예술에 대해서도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던함과 동시에 오가닉의 따뜻함이 공존하는, 확고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었다.이에 따라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가 이제껏 모아온 다수의 조각품과 그림을 공간에 적절히 배치하고자 했으며, 그의 요구대로 현대적인 감각은 살리되 차갑고 매끈한 느낌 보다는 목재, 석회암, 가죽, 화산암 등을 주 소재로 활용해 풍부한 온기를 전하고자 했다.


특히, 벽에 목재가 노출되거나 박공이 두드러진 지붕이 특징인, 영국의 튜더(Tudor) 양식에서 영감을 얻어 미송류(美松類, Douglas fir) 목재를 활용해 천장을 노출하고, 그 아래 넓은 거실을 남겨두었다.이렇듯 개방감이 느껴지는 거실에는 기존에 존재하던 프랑스식 도어를 제거하고, 클라이언트를 위한 새로운 갤러리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B&B ITALIA의 소파를 마주보게끔 배치시키고, 이탈리아 산업디자이너 Achille Castiglioni가 고안한 FLOS의 ‘Arco’ 램프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가미했다. 또한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커피 테이블은 수 년 전에 집 주인이 직접 구매한 제품이며, 다이닝룸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 역시 그가 대학원생일 때 뉴욕에서 구매한 것들이다. 이외에도 1층에는 와인 저장고를 비롯해 욕실, 파우더룸, 다이닝 및 리빙룸이 위치하는데, 고전과 현대적 스타일을 근사하게 혼합시킨 가구들을 비롯해 집 전체에 프랑스식 석회석 바닥 타일을 깔았다. 여기에 디자이너 Cutis Popp이 직접 설계한 맞춤식 욕실에는 AGAPE와 DURAVIT의 제품이 구비되어 있으며, 수전은 독일 브랜드 DORNBRACHT를 선택했다. 욕실 옆에는 포도주 창고를 마련했는데, 이곳은 초콜릿 컬러의 가죽 소재로 된 바닥 타일과 미송 목재로 완성된 벽 선반이 있어, 500여 개의 와인을 저장할 수 있다.
이어 2층에는 게스트를 위한 욕실과 침실이 있는데, 욕실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용암석으로 완성되어 내추럴하고 이와 어우러지는 LED 조명이 아늑함을 더한다. 한편, 손님용 욕실은 일상적으로 클라이언트가 집 근처 체육관에서 운동을 마친 뒤 귀가하여 스팀 샤워를 하는데 주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바쁜 하루일과를 마친 뒤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동굴’에서 모티브를 얻어 프라이빗하게 완성되었다.

Sunset District Remodel

Interior Design / atelier KS · Kelli Franz, Seth Pare-Mayer(+415 644 5203)
Location / San Francisco, USA
Renovated Area / 46.45㎡


atelier KS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부부 Kelli Franz와 Seth Pare-Mayer가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건축을 공부한 이들은 창조적이며 모던한 디자인, 실용성을 지니며 해결책을 제안하는, 균형 있는 공간을 추구하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거주자, 대지, 예산 등의 조건을 두루 만족시키는 친환경 주거공간을 완성했다.클라이언트는 그들의 차고 일부를 주거공간으로 개조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여기에 TV가 있는 거실, 책장이 놓인 작은 사무실, 샤워시설을 갖춘 욕실, 세탁 공간, 큰 저장 공간, 게스트룸, 10대 딸을 위한 락밴드 그룹 연습 공간을 원했다.
이에 디자이너는 좁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용도의 주거디자인을 고심했으며, 빌트인 가구로 공간을 확보하고 벽으로 꽉 막혀있었던 공간을 오픈해 이들이 때에 따라 적절히 분할될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을 계획했다.
먼저, 동굴처럼 어둡고 잡동사니들로 가득 채워졌던 기존의 차고의 변화를 위해, 차고의 뒷 벽면을 완전히 오픈하고 매우 큰 사이즈의 슬라이딩 유리 도어를 선택해 자연광의 유입을 최대화했다. 또한 뒷마당까지 벽을 개방하고 새로운 유리문을 통해 내부공간과 뒷마당을 연결해주었으며, 이로 인해 주거공간 내 마련된 작은 오피스까지도 보다 많은 빛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여기에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책상과 책장, 월넛 슬라이딩 벽장 등을 직접 제작하였으며, VOC 함유량이 낮은 페인트를 발라 실내 공기 질을 향상시켰다. 또한 새로운 단열 바닥재는 재활용 소재와 콘크리트를 사용했으며, 벽체에는 보온성이 좋은 재료로 꼼꼼하게 단열하여 과도한 열 생성과 손실을 방지,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창문이 없던 욕실에도 빛을 유입시키고, 샤워 공간 또한 분리시켜 공간 효율성을 높였으며, 항상 산뜻한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접어서 벽장에 넣을 수 있는 머피침대를 마련해 방문한 손님을 배려했으며, 벽장으로 쓰이던 공간을 활용해 밴드 연습 장비를 놓아둘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비록 차고를 실내 주거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특별한 아이디어가 아닐지라도, 이곳에 거주하는 가족이 겪는 불편함에 또 다른 방향의 접근을 시도함에 따라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모두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Montara House

Architecture & Interior Design / Anderson Anderson Architecture(+1 415 243 9500)
Principals / AIA · Mark Anderson, FAIA · Peter Anderson
Structure Engineer / Yu-Strandberg Engineering, Inc.
Contractor / Henry Schach, David Schach
Owner / David Schach
Location / 330 13th Street Montara, California 94307, USA
House Area / 254.46㎡
Site Area / 557.42㎡


건물 소유주의 가족이 직접 인테리어디자인 과정에 참여해 더욱 의미 있는, 콘크리트 하우스인 Montara House는 샌프란시스코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저 멀리 시원하게 펼쳐진 태평양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이다. 이곳은 적절히 비탈진 대지 위에 세워졌으며, 이 지역의 엄격한 지대관련 규제를 만족시키되, 일조량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이에 따라 메인 천장은 페루산 레드우드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되, 대지의 경사를 따라 자연스레 형성되도록 하고, 집 후면의 동산이 햇빛을 차단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끝부분이 아래를 향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안개가 잦고 쌀쌀한 날씨에 적합하도록 실내외에서의 생활이 골고루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이곳의 외관은 최대한 심플하게 구성되었는데, 경제적 측면을 만족시키고 친환경성을 갖추기 위해 현지에서 가공된 페루산 레드우드, 해머로 단조 성형한 콘크리트, 유리만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절연체가 포함된 12in의 두꺼운 콘크리트 벽은 커다란 단일체로서 하나의 매스감을 강조하고, 그 재질을 고스란히 노출시킴으로써 보다 웅장한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붉은 컬러의 목재와 콘크리트 및 유리가 어우러진 외관은 모던하면서도 내추럴하고, 동시에 차가우면서도 따뜻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 여기에 창문, 문, 바닥 및 목재를 소재로 한 제품들은 모두 이곳의 오너가 직접 제작했는데, 벽면을 유리로 마감하거나, 창문을 많이 내어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다수 확보했다. 특히, 주방의 경우 측면 전체를 유리로 구성해 탁 트인 외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고안했는데, 이는 마치 자연을 담아낸 하나의 액자처럼, 혹은 공간의 내외부가 자연스레 이어진 것 같은 느낌을 전하며 자연과의 교감을 부추긴다.


이 외에도 클라이언트는 가족이 모이는 공간인 거실을 특별히 신경 썼는데, 다른 공간에 비해 규모를 크게 구성하고, 층고를 높여 개방감을 강조했으며, 천장에 독특한 조형물을 설치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다채로운 사이즈로 구성된, 자유분방하지만 한곳에 모여 있는 소파는 아마도 각기 다른 가족들의 개성을 충분히 반영하되, 그러나 결국 하나임을 의미하는 장치가 아닐까.
North London Home

Architects · Design / shh · René Dekker(+020 8600 4171)
Location / North London, UK
Area / 789.67m²
Photography / James Balston


건축 및 디자인 오피스인 shh의 주거 인테리어 담당인 René Dekker는 런던 북부에 소재한 우아하고 고전적인 건축물의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를 담당했다.이곳의 현 소유자는 ‘Ralph Lauren’의 편안하면서도 캐주얼한 느낌과 ‘Four Seasons hotel’의 고급스럽고 웅장한 스타일을 결합시킨 새로운 컨셉트의 주거공간을 요구했다. 또한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부드러운 재질의 플러시 천을 소재로 한 가구를 실내 곳곳에 배치하고 앤티크한 스타일의 소재와 컬러가 반영된 조용하고 차분한 공간을 원했다.
지난 1960년대에 클래식한 컨셉트로 완성된 이 주택은 지하에서 지상까지 총 4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지하에는 체육관, 스태프 숙소, 주차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1층에는 넓은 현관, 커다란 주방, 패밀리 룸, 다이닝 룸, 리셉션 룸 및 게스트 WC가 있다. 또한 2층의 대부분은 집 주인을 위한 공간으로, 1개의 침실과 2개의 드레스 룸, 스터디 룸 및 욕실로 구성된다. 가장 꼭대기 층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과 욕실이 딸린 4개의 침실이 위치한다.
이 대저택에 들어서면 현관의 우아한 모습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데, 특히 2층의 돔 지붕에서부터 길게 내려진 거대한 니켈 소재의 랜턴이 인상적이며, 블랙 앤 화이트 컬러가 대조적인 석재 바닥이 마름모 형태로 깔려 있어 역동성을 부여한다. 그 외의 벽면과 천장은 크림 컬러의 석회석 재질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으며, 단단한 마호가니 소재의 난간과 함께 화려한 오뷔송 융단(Aubusson)이 깔린, 부석(浮石) 소재의 계단은 입구에서부터 리셉션, 주방, 패밀리 룸까지 연결해준다.


이 중 1층의 패밀리 룸은 전통적인 영국식 주거공간의 느낌이 강한데, 클래식한 소품, 어둡게 염색된 오크 소재가 더욱 프라이빗한 느낌을 주며, 여기에 전형적인 중동 스타일 러그를 놓아 이러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와 더불어 리셉션 룸으로 들어가는 입구 왼쪽에는 회색의 대리석이 깔린 18세기의 앤티크한 영국식 마호가니 테이블과 프렌치 스타일의 암체어가 있어 고풍스럽다. 반대편에는 블랙 컬러의 현무암 소재로 된 바이올린 형태의 독특한 영국식 콘솔을 두고 그 위에 거울을 마련해 두었다.계단을 오르면, 깔끔하게 손질된 정원을 바라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방이 위치하고, 다채로운 패턴의 패브릭이 어우러진 침대와, J Robert Scott의 실크 모헤어 소재의 커다란 소파가 놓여 아늑함을 더한다. 이곳에는 넓은 창을 통해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자연풍을 느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취재 : 유승주 기자 (bellysj@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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