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5 SPACE REVIEW & PREVIEW - 미래의 성장 동력, 한국적 디자인 (2015.01)

2014/15 SPACE REVIEW & PREVIEW

미래의 성장 동력, 한국적 디자인


취재 원선영



어느 한 매체 인터뷰에서 한샘의 디자인 총괄 권영걸 사장은 “서구 기준에서 벗어난 한국형 디자인을 개발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 고 밝히며, 세계 트렌드를 선도할 혁신적이고 한국적인 미래 디자인 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고자 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는 기업가의 정신 또는 소비시장을 이끌어 가는 브랜드에서 행하는 일방적 태도로만 볼 수 없을 정도로 최근 공간 디자인을 살펴보면, 한국적인 것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이 심심찮게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첨단 기술력과 획기적이고 스마트한 사회에 지쳐있는 현대인들 스스로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고 쉴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한옥 스타일의 공간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 그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디자인에 있어서는 한국적인 구조를 그대로 차용할 지, 그 안에서 현대적인 스타일과 조화를 이룰지는 디자이너의 선택에 달렸으며 어떠한 형태든 한국적 디자인에서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함과 편안함, 아늑함, 고유의 정취를 누릴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한국적이다.


글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김효만 소장

사진 Sergio Pirrone, Jong Oh Kim, Jeong Sik Mun


현대화가 싫증나도록 깊어진 지금 이 시대에, 근대이후 줄곧 우리의 삶을 지배해온 서구현대문화의 세계 속에서 오히려 이와 확연히 구별되는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에 대중들이 신선하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의 한옥 구조를 그대로 따온 모사한옥들이 일반대중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으며, 기능적으로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영위해온 삶의 환경과는 다른 독특한 공간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에 더하여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한옥구조의 청사를 짓고 있으며, 한옥마을 등의 집단적 한옥주거지가 조성되고 있는가 하면, 대량공급을 위한 저가 한옥의 공법도 연구되고 있다. 이는 이 시대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중문화현상이 아닐 수 없다. 현대화가 진행될 수록 더욱 진해지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함께 서구문화와는 차별화된 신선함을 즐기려는 욕구가 작용하여 우리문화의 과거형이 일반대중 속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과거형 한옥 그 자체의 복사는 이 시대적 시점에서는 문화가 제거된 박제화된 비건축적 건물에 불과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이다. 사실 우리의 전통문화는 지나간 역사 흐름과 생활 패턴에 따라 그리고 기술문명의 발달에 따라 진화하면서, 지금 우리 시대의 문화 속에 녹아들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의 지나간 역사문화는 일제강점기에서 시작하여, 해방 후 연이어 유입된 서구문화의 지배 속에서 지금 이 시간, 국제화시대까지 우리의 일상적 삶이 되어버렸고, 이로써 우리 전통문화의 단절과 함께 문화의 뿌리를 실종한 채, 남의 문화 속에 우리를 적응시키는 삶의 훈련을 쌓아왔다.

이로써 창의적 세계의 발굴을 위해 탐험하는 이 시대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가치 있는 과거형 전통 요소를 현재형, 그리고 미래형 전통으로 변환해내야 하는 역사문화적 요구에 직면해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도 선호할 수 있는 전통적인 공간적, 조형적 요소들을 발굴해 내어 그것들을 이 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어휘로 재창조 해낼 때, 그것들은 서구 현대도시에서는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차별화된 공간문화적 속성을 발휘하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음악으로 비유한다면 사물놀이나 판소리와 같은 것이다. 정악이나 아악은 현대적 감성과 그 속도에 충돌하지만 사물놀이의 신명나는 리듬은 국적을 불문하고 이를 듣는 모든 세계인들을 즉흥적으로 흥에 취하게 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판소리의 독특한 리듬과 음율에서는 한국적 신비로움을 공감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15년 전 ‘임거당’ 이라는 작은 주택을 통해 극히 은유적이며 전문적인 현대적 해석으로 과거형 전통을 현재형 공간으로 번안하는 실험을 처음 시도한 바 있으며, 그 후 ‘와선재’ 를 통해서 기존 한옥과 공생하는 현재의 태도 즉, 전통과 현대의 공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근래에는 일반대중에 쉽게 읽혀질 수 있도록 공간적, 조형적 전통요소들을 직설적으로 재해석한 ‘가온재’ 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가 있고 기타의 프로젝트들에서도 부분적으로 또는 개념적으로 한국성을 개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 디자인 분야에서도 현대성이 깊어짐에 따라 그동안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며 그 전문성이 세계무대에서 손색없는 수준에 이미 도달해있다. 그러나 한편, 그것은 어차피 서구문화의 변형과 세련화 작업에 불과하다는 자괴감을 지울 수 없다. 문제는 정체성의 소지인 것이다. 이로써 우리시대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이제 정체성 있는 우리 문화를 연구하여 그것을 세계화하는 노력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오랜 세월동안 익숙하게 습득한 서구문화속의 기술과 정보를 도구삼아, 숨어있는 우리의 현대적 전통문화요소들을 발굴해, 현재형, 미래형 한국문화의 씨앗들이 세계 속에서 꽃 피워야 한다.



안동구름에 리조트


자료제공 행복전통마을

설계 / THE_SYSTEM LAB·김찬중

시공 / 금강엔터프라이즈(인테리어)+(주)선재(보수)

대지위치 / 경상북도 안동시 성곡동 민속촌길 190

대지면적 / 8,507㎡

바닥면적 / 계남고택(문화재지정)-1층, 다락방(222.60㎡)

칠곡댁-1층, 다락방(98.55㎡)

고성이씨 성곡동재사-1층, 다락방(90.30㎡)

고성이씨 감동재사-1층(67.50㎡)

서운정-1층(34.40㎡)

청옹정-1층(35.55㎡)

박상정-1층(35.65㎡)

까치구멍집-1층(관리동)(37.49㎡)

마감 / 석고보드 및 아연도강판 위 전통한지, 도장 마감, 강화도어


지난 7월 초, 경북 안동에 지어진 전통 고택 리조트 구름에는 현대적 리노베이션을 통해 고택 고유의 가치는 살리면서, 숙박시설로서의 편의성을 높여 눈길을 끈다. 외관은 한옥의 모습으로, 내부는 현대적 스타일을 접목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아울러 각 공간은 한옥이 갖고 있는 주요 요소들은 유지하되 광원조정, 스마트 키 도입 등 현대적 기술력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들은 세심하게 보완했다. 또한 외부의 덧창과 중간 들어열개 창들을 열어 젖혔을 때 현대와 과거, 두 시대가 만나는 공감각적 경험을 유도함으로써 한옥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한 매력으로 고유의 정취와 여유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C Hanok Renovation


설계 / 사무소효자동·서승모

시공 / (주)스페이스오래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체부동

면적 / 59.77㎡

마감 / 바닥-사비석, 원목마루 티크

벽체-미텍스 위 도장

천장-석고보드 위 도장, 한옥 서까래 노출

사진 / 이훈


C Hanok은 본채와 별채가 대문을 사이에 두고, 분리되어 있던 구조를 연결하여 하나의 집으로 계획되었다. 기존의 집은 지어진지 80년 이상 된 한옥으로 모든 구조부재와 지붕의 노후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대대적인 구조보강이 이루어졌고, 이에 반해 길에서 보이는 건물 외관은 창호와 대문을 교체하는 것 이외에는 기존 모습을 유지했다. 또한 현관에서 침실을 지나 거실로 이어지는 툇마루형 복도는 대표적인 한옥 고유의 모습으로 한국적 디자인 요소에 가장 부합된다. 아울러 거실과 주방은 구조적으로 불안했던 기존 벽을 헐고 H빔을 설치하여 넓은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그를 받치는 원기둥을 섬세하게 배치했으며, 주변으로는 한옥과 잘 어우러지는 가구들을 배치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도자기숍 반짝반짝 빛나는


설계 / (주)보이드·김욱선

시공 / (주)보이드·김진성, 이현석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63-1

면적 / 1층-53㎡

데크-36.81㎡

지하-50.72㎡

마감 / 바닥-콘플로어

벽체-노출 콘크리트, 한지벽지, 골판지, 구로금속

천장-노출 수성도장


성북동에 자리한 도자기숍 반짝반짝 빛나는은 탁트인 평면 구성을 중심으로 한지로 마감한 천장과 청사초롱을 연상시키는 조명 박스 등이 벽을 채워 은은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여기에 고가구를 활용한 전시 형태는 매장에 한국적인 정서를 일깨우고, 원형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서면 사랑방의 대청마루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숍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통일감을 더한다. 더불어 박스 형태의 공간을 한지, 나무, 종이 등의 마감재와 부드러운 조명으로 조화를 꾀하고, 무채색만을 사용한 디자인으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갔다.


부티크호텔 도원몽


디자인 / 모노콜렉션·장응복

주최 / 서울시립미술관

주관 / 서울시립미술관

위치 /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

사진 / 모노콜렉션


부티크호텔 도원몽 전시는 생활미술관으로 출발한 남서울생활미술관을 ‘도원몽’ 이라는 호텔로 탈바꿈함으로써 20세기 초 벨기에 영사관으로 건축된 역사적 공간을 한국 고유의 전통적 소재들을 활용해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으로 풀어낸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공간은 몽유도원도를 콘셉트로 했으며, 그 중 1층은 리셉션, 리빙룸, 다이닝홀, 침실, 개인 라운지 등을 조선 후기 민화에 등장하는 해학적이고 일상적인 이미지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들로 연출했다. 그리고 2층은 호텔 비즈니스 센터와 스위트룸으로 구성되는데, 명상과 치유의 공간으로 조선시대 문인과 예술가들의 시, 서, 화 등에서 영감을 받아 추상적인 디자인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COPYRIGHT 2015.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Copyrights(c) -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