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차별성의 중심에 서다
FASHION BRAND SHOP PROJECT
취재 원선영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수록 경쟁은 점차 심화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단순한 논리 속에 서로의 아이덴티티를 마음껏 발산하며, 기발한 아이디어와 비주얼로 야심찬 시작을 알린 국내외 패션 브랜드 숍을 들여다보자.
소득 및 교육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함에 따라 패션숍에도 자연스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편집숍과 같은 형태 또는 브랜드를 서로 구분 짓는 벽을 허문 백화점의 등장이라든지 판매 및 운영 방식의 변화 뿐만 아니라 공간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한층 전문성과 차별성을 드러낸 패션숍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쇼룸은 건축 및 인테리어 측면에서 남다른 심혈을 기울여 상품 구매를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이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얼마전 국내에 팝업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가 등장해 이슈를 일으킨 것처럼 시간과 비용면에서 합리적인 컨테이너를 활용하거나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움직임이 보이는 것도 하나의 흐름이라 하겠다. 이외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감성적 마케팅으로 다양한 소재와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낯설음이 오히려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독특한 콘셉트를 부각시켜 감성적 니즈를 충족시키기도 한다.
이번 기사를 통해 국내외 패션 브랜드 숍의 다양한 표현방식을 눈여겨보며, 앞으로 나아가게 될 패션 및 유통 문화의 미래를 그려보자.
House of Dior
설계 / Christian de Portzamparc
인테리어 / Peter Marino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464
사진 / 신경섭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중심부에 Christian Dior의 새로운 부띠크숍 House of Dior이 오픈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수상자인 프랑스 건축가 Christian de Portzamparc(크리스챤 드 포잠박)이 설계하고, 인테리어는 건축가 Peter Marino(피터 마리노)가 담당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참여한 만큼 조각 같은 유려한 구조로 랜드마크적인 건물을 선보인 House of Dior은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의 디올 오뜨 꾸뛰르 아뜰리에에서 만든 캔버스 천의 소재, 실루엣, 움직임 등에서 영감을 받아 외관의 굽이치는 볼륨감을 디자인했다.
한편, 총 6층으로 이루어진 부띠크숍은 액세서리, 파인 주얼리, 타임피스, 우먼즈 웨어, 슈즈, 디올 옴므 등을 망라한 디올 제품과 VIP라운지, 갤러리, Pierre Hermé(피에르 에르메)가 운영하는 카페 디올 등으로 구성된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면 크리스탈과 글라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이불 작가의 작품이 마치 화려한 궁전의 샹들리에를 떠올리게 하며 분위기를 압도한다. 반짝이는 샹들리에는 벽면 디스플레이 장과 2층으로 오르는 회전 계단의 실버 색상과 동일하여, 시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발걸음을 유도한다. 1층 안쪽에는 디올의 퍼퓸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는데, 천장과 벽면, 쇼케이스까지 거울 소재를 사용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감돈다.
다음으로 지하 1층은 디올 옴므를 위한 공간으로, House of Dior에서 유일하게 남성성이 드러나는 인테리어를 보여주는데, 반짝거리는 소재는 배제하고 블랙과 화이트 컬러만을 사용한 모던한 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 특히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기둥은 마치 파티션과 같이 넓적한 모습을 하고 있어 공간에 재미를 더한다.
이어서 지하 1층과 대조적인 모습을 띠는 2층에서는 파인 쥬얼리와 타임피스를, 3층은 여성 컬렉션과 슈즈를 살펴볼 수 있다. 파리 몽테뉴가의 아이코닉한 디올 부띠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으며, 디올의 제품이 돋보일 수 있도록 그레이 컬러를 주조색으로 하여 화려한 가운데 무게감을 잃지 않았다.
이외에도 프라이빗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VIP 전용 라운지와 갤러리는 4층에 자리하고 있다. 밝고 차분한 분위기의 갤러리는 디올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제품들로 구성되었으며, 이를 통해 부띠크숍이 비단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VIP 전용 라운지는 편안해보이는 소파와 더불어 아티스틱한 그림들이 벽면에 걸려있어 우아한 인상을 전하는데, 프라이빗한 느낌이 감도는 공간인 만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과하지 않게 표현하였다.
마지막으로 계단을 더 올라 루프탑으로 가면 프랑스의 패스트리 셰프 Pierre Hermé가 운영하는 카페 디올의 우아한 공간이 펼쳐진다. 라이트한 그레이와 핑크 컬러가 외관의 리드미컬한 형태와 맞물려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의 맛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세계를 선도하는 이번 House of Dior 부띠크숍은 변치 않는 우아함이라는 디올의 유산과 품격, 새로움을 향한 브랜드의 본질 모두를 끌어안은 디올만의 세계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GENTLE MONSTER SHOWROOM
설계 / GENTLE MONSTER
시공 / GENTLE MONSTER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10길 23
면적 / 677.07㎡
외부마감 / 콘플로어
내부마감 / 벽체-V.P
바닥-에폭시, 타일, 폐마루
천장-V.P
사진 / GENTLE MONSTER
안경 및 선글라스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GENTLE MONSTER(이하 젠틀몬스터)에서 5번째 쇼룸 오픈 소식을 전해왔다. 기존 논현동, 홍대, 북촌 계동 쇼룸까지 범상치 않은 공간 콘셉트로 주목을 받아왔는데, 이번 공간 또한 ‘HOME AND RECOVERY’ 라는 특별한 테마를 갖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집’ 과 ‘치유’ 에 포커스를 맞춰 직관적으로 선보이는 오브제들과 다채로운 테마 공간을 통해 Emotional Recovery(감정의 회복)를 표현하고자 했다.
건물은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까지 이루어져 기존 젠틀몬스터 쇼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젠틀몬스터가 생각하는 집과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형태일까’ 에 대한 물음에서 디자인이 시작된다. 디자이너는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 집이지만 집이 아닌 공간, 익숙한 오브제가 가득하지만 낯선 느낌이 있는 공간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에 집에 있는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되, 레드와 화이트 컬러를 메인으로 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먼저 1층은 과거의 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집에서 머리를 깎고 옷과 구두를 직접 수선하는 등 많은 작업이 이루어졌기에 지금보다 집에 대한 의미가 더욱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1층을 바버숍과 구두 리페어숍, 방직기를 활용한 옷 수선실 등을 통한 과거의 집을 회상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조명했다. 아울러 입구 중앙에 매달린 수십 개의 링겔들은 자체적으로 몽환적 느낌을 연출하는 조명으로써 13대의 텔레비전에서는 심장박동 수를 측정하는 그래프가 빛의 강약과 연동된다. 이어서 지하 1층에 다다르면, 젠틀몬스터의 안경 컬렉션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벽을 가득 채운 벽장이 시선을 압도한다. 반쯤 열려있는 벽장문을 열어 마치 비밀스러운 공간을 들여다보듯, 원하는 안경을 써보며 벽장 문 안쪽에 부착되어 있는 거울을 통해 손쉽게 본인의 모습을 체크해 볼 수 있다. 이어서 침실 역시 빈티지한 침대, 화이트 컬러의 침구가 집과 같이 꾸며져 있고 침대 위에는 다양한 안경이 비치되어 있다.
다음으로 선글라스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는 2층과 3층에는 천장에서 바닥까지 내려오는 하얀 석고 붕대가 공간을 메운다. 석고 붕대를 지나치면 벽을 빽빽이 채우고 있는 화이트 컬러의 오브제들, 옷장, 벽에 꽂힌 가위들과 마주한다. 다소 섬뜩해 보이기도 하는 이곳은 집에서 사용하는 일상 용품들을 보다 감각적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이어서 3층은 욕실 콘셉트로 프리스탠딩 욕조가 러그 위에 자리하고, 한쪽 벽면은 액자 프레임 및 거울을 믹스 앤 매치하여 욕실을 보다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마지막으로 4층과 5층은 아늑한 분위기를 위해 조도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빈티지한 가구들과 큼지막한 식물들 사이로 미세한 조명 불빛이 새어 나오며, 옆에는 안락한 소파를 비치해 쇼룸을 방문한 고객들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이처럼, 젠틀몬스터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브랜드의 스토리를 소비자들이 경험으로 알 수 있도록 쇼룸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부산과 뉴욕에 선보일 쇼룸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La Plata Store
Architecture / Bielsa-Breide-Ciarlotti Bidinost Arquitectos·Bielsa, Breide
Interior Design / BBC Arquitectos
Location / Calle 12 1148, La Plata, Buenos Aires, Argentina
Architect In Charge / Angela Bielsa, Luciana Breide, Manuel Ciarlotti Bidinost
Area / 317㎡
Construction Manager / Fernando Caceras
Photography / Manuel Ciarlotti
아르헨티나의 La Plata 지역에 컨테이너를 활용한 패션매장이 들어섰다. 이곳은 Buenos Aires시에서 남동쪽으로 55㎞ 떨어진 La Plata강 어귀에 자리한 항구도시 Ensenada와 근접하여 있어서 선박용 컨테이너를 이번 리노베이션 작업에 활용하는 것은 지역적 색깔을 드러내기에 적절한 도구가 되었다. 구조적으로 손상이 되어 있는 오래된 주택이 컨테이너라는 매개를 활용하여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노력에 관심을 갖고 옥상에 태양열 콘트롤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친환경적인 접근을 함께 시도했다. 또한 건물 외관에서부터 변화된 이미지를 주기 위해 파사드의 스카이라인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거리에서 건물로의 진입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전면 유리와 매쉬 패널을 활용하여,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한편, 매장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고로 시원시원한 공간감이 느껴지고 중심부에 자리한 컨테이너가 공간의 무게감을 더한다. 특히 검붉은 빛으로 녹이 슨 표면이 오히려 멋스러운 분위기를 내며 공간에 개성을 부여하는데, 이러한 컨테이너는 공사기간 동안 시간이나 비용을 절약한다는 면에서도 효율적이라 많은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의 작품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박스의 코너에 후크를 걸듯 서로 연결하여 시공되었고 벽 안쪽에 있는 콘크리트 기둥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1층에는 공간 여백을 충분히 두고 옷을 전시해 옷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또한 변형이 가능한 가구라든지, 바퀴 달린 선반, 테이블 등을 활용하여 상황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인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뿐만 아니라 두 개층 높이의 천장고를 이루면서, 조명을 통해 허전해 보이는 공간에 다이내믹한 변화를 주었는데, 라인감이 강조된 형광등을 자유롭게 매달아 비규칙적인 리듬감을 형성했으며, 중심부의 컨테이너 박스 바닥부는 규칙적인 조명을 설치해서 컨테이너 박스 자체가 갖고 있는 수직적 라인감을 동일하게 가져갔다. 이때 램프가 그대로 드러난 형광등은 데커레이션 요소로서 매달려 있는 느낌이 자전거 바퀴 장식물과 함께 어우러져 공간을 감각적으로 채운다.
또한 입구에서 바라보는 벽면 한쪽은 전창을 두고, 마치 안뜰처럼 구성해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주는 삭막한 느낌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주고, 전창 너머로 심어놓은 식물들은 인테리어와 대비를 이루며, 더욱 내추럴한 감성을 자아낸다.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는 La Plata Store는 현 시대의 상업공간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캐치하여 디자인된 공간으로, 소비자와 공간 간의 상호작용을 잘 이끌어내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INTRO
설계 / 신나나 프로젝트·신라영, 정문성, 이연진, 리타홈·이선영
시공 / 신나나 프로젝트·신라영, 정문성, 정현기
위치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장내로 139번길 36
면적 / 123㎡
마감 / 바닥–콘플로어 위 그래픽 , 화이트 모자이크 타일
벽체–샌드베이지 페인트, 아시바 파이프 구조물, 모노톤 시멘트 타일,
화이트 모자이크 타일, 미송합판위 스테인마감, 셔터박스 구조물
천장–그레이 페인트
사진 / 이표준
디자이너에게 패션 편집숍 INTRO는 ‘간헐적 수직 매스와 소재의 다양함 속에 이야기가 있는 공간’ 이라는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안양 일번가에 위치한 매장은 이미 패션숍과 음식점, 카페 등으로 포화상태인 거리 풍경에서 차별화된 요소를 부여하고자 클라이언트와의 거듭되는 미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먼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INTRO’ 가 갖고 있는 의미에 집중했다. 건축, 혹은 인테리어에서 가장 초기에 사용되는 인더스트리얼 요소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러한 요소를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세련되고 강렬한 INTRO만의 아이덴티티로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이에 우드 마감재 및 따스한 색감의 도장 마감으로 아늑하게 조성된 매장 분위기가 옷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상업공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파사드를 살펴보면, 화이트 컬러의 외관에 아시바 파이프를 연결하여 간판의 틀을 형성하고 여기에 선을 가로지르는 조명과 네온사인 간판은 숍의 이미지를 단번에 보여주었고, 쇼윈도는 하부의 파레트와 천장 행잉 요소로 연출하여 시즌별로 손쉽게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편, 입구에 들어서면 남과 여로 동선이 분할되며, 아시바 파이프로 구획한 중정은 남.녀 공용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샌드 베이지 백판에 찬넬 구조 형식은 가변적인 형태로 효율적인 상품 디스플레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직 형태의 파이프는 간헐적으로 배치되어 남, 여 존의 동선을 자연스레 이어주기도 하며, 독립적인 공간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솔리드한 개체가 아닌 선적인 매스로 공간을 분할하여 다소 좁은 공간을 최대한 개방적으로 보일 수 있게 계획한 것이다. 동선을 따라 공간의 끝에 위치한 피팅룸 및 카운터 공간은 외부 요소를 차용하였는데, 철제로 된 셔터와 시멘트 타일을 사용하여 외부 거리 느낌을 표현함과 동시에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느낌을 감각적인 그래픽 요소와 내추럴한 소품으로 밝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나타낸다.
이처럼, INTRO의 디자인은 다양한 선적인 요소와 소재가 만났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질적이거나 튀지 않는다. 이는 각 요소가 갖고 있는 물성과 형태를 분석하고 이를 잘 가공하여 표현했기에 편안한 가운데 쇼핑에 집중할 수 있는 감각적 공간이 된 것이다.
COPYRIGHT 2015.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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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과 차별성의 중심에 서다
FASHION BRAND SHOP PROJECT
취재 원선영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수록 경쟁은 점차 심화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단순한 논리 속에 서로의 아이덴티티를 마음껏 발산하며, 기발한 아이디어와 비주얼로 야심찬 시작을 알린 국내외 패션 브랜드 숍을 들여다보자.
소득 및 교육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함에 따라 패션숍에도 자연스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편집숍과 같은 형태 또는 브랜드를 서로 구분 짓는 벽을 허문 백화점의 등장이라든지 판매 및 운영 방식의 변화 뿐만 아니라 공간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한층 전문성과 차별성을 드러낸 패션숍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드러내는 쇼룸은 건축 및 인테리어 측면에서 남다른 심혈을 기울여 상품 구매를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이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얼마전 국내에 팝업컨테이너 쇼핑몰 커먼그라운드가 등장해 이슈를 일으킨 것처럼 시간과 비용면에서 합리적인 컨테이너를 활용하거나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움직임이 보이는 것도 하나의 흐름이라 하겠다. 이외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감성적 마케팅으로 다양한 소재와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낯설음이 오히려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독특한 콘셉트를 부각시켜 감성적 니즈를 충족시키기도 한다.
이번 기사를 통해 국내외 패션 브랜드 숍의 다양한 표현방식을 눈여겨보며, 앞으로 나아가게 될 패션 및 유통 문화의 미래를 그려보자.
House of Dior
설계 / Christian de Portzamparc
인테리어 / Peter Marino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464
사진 / 신경섭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중심부에 Christian Dior의 새로운 부띠크숍 House of Dior이 오픈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수상자인 프랑스 건축가 Christian de Portzamparc(크리스챤 드 포잠박)이 설계하고, 인테리어는 건축가 Peter Marino(피터 마리노)가 담당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참여한 만큼 조각 같은 유려한 구조로 랜드마크적인 건물을 선보인 House of Dior은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의 디올 오뜨 꾸뛰르 아뜰리에에서 만든 캔버스 천의 소재, 실루엣, 움직임 등에서 영감을 받아 외관의 굽이치는 볼륨감을 디자인했다.
한편, 총 6층으로 이루어진 부띠크숍은 액세서리, 파인 주얼리, 타임피스, 우먼즈 웨어, 슈즈, 디올 옴므 등을 망라한 디올 제품과 VIP라운지, 갤러리, Pierre Hermé(피에르 에르메)가 운영하는 카페 디올 등으로 구성된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면 크리스탈과 글라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이불 작가의 작품이 마치 화려한 궁전의 샹들리에를 떠올리게 하며 분위기를 압도한다. 반짝이는 샹들리에는 벽면 디스플레이 장과 2층으로 오르는 회전 계단의 실버 색상과 동일하여, 시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발걸음을 유도한다. 1층 안쪽에는 디올의 퍼퓸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는데, 천장과 벽면, 쇼케이스까지 거울 소재를 사용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감돈다.
다음으로 지하 1층은 디올 옴므를 위한 공간으로, House of Dior에서 유일하게 남성성이 드러나는 인테리어를 보여주는데, 반짝거리는 소재는 배제하고 블랙과 화이트 컬러만을 사용한 모던한 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 특히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기둥은 마치 파티션과 같이 넓적한 모습을 하고 있어 공간에 재미를 더한다.
이어서 지하 1층과 대조적인 모습을 띠는 2층에서는 파인 쥬얼리와 타임피스를, 3층은 여성 컬렉션과 슈즈를 살펴볼 수 있다. 파리 몽테뉴가의 아이코닉한 디올 부띠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으며, 디올의 제품이 돋보일 수 있도록 그레이 컬러를 주조색으로 하여 화려한 가운데 무게감을 잃지 않았다.
이외에도 프라이빗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VIP 전용 라운지와 갤러리는 4층에 자리하고 있다. 밝고 차분한 분위기의 갤러리는 디올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제품들로 구성되었으며, 이를 통해 부띠크숍이 비단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VIP 전용 라운지는 편안해보이는 소파와 더불어 아티스틱한 그림들이 벽면에 걸려있어 우아한 인상을 전하는데, 프라이빗한 느낌이 감도는 공간인 만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과하지 않게 표현하였다.
마지막으로 계단을 더 올라 루프탑으로 가면 프랑스의 패스트리 셰프 Pierre Hermé가 운영하는 카페 디올의 우아한 공간이 펼쳐진다. 라이트한 그레이와 핑크 컬러가 외관의 리드미컬한 형태와 맞물려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의 맛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세계를 선도하는 이번 House of Dior 부띠크숍은 변치 않는 우아함이라는 디올의 유산과 품격, 새로움을 향한 브랜드의 본질 모두를 끌어안은 디올만의 세계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GENTLE MONSTER SHOWROOM
설계 / GENTLE MONSTER
시공 / GENTLE MONSTER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 10길 23
면적 / 677.07㎡
외부마감 / 콘플로어
내부마감 / 벽체-V.P
바닥-에폭시, 타일, 폐마루
천장-V.P
사진 / GENTLE MONSTER
안경 및 선글라스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GENTLE MONSTER(이하 젠틀몬스터)에서 5번째 쇼룸 오픈 소식을 전해왔다. 기존 논현동, 홍대, 북촌 계동 쇼룸까지 범상치 않은 공간 콘셉트로 주목을 받아왔는데, 이번 공간 또한 ‘HOME AND RECOVERY’ 라는 특별한 테마를 갖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집’ 과 ‘치유’ 에 포커스를 맞춰 직관적으로 선보이는 오브제들과 다채로운 테마 공간을 통해 Emotional Recovery(감정의 회복)를 표현하고자 했다.
건물은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까지 이루어져 기존 젠틀몬스터 쇼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젠틀몬스터가 생각하는 집과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형태일까’ 에 대한 물음에서 디자인이 시작된다. 디자이너는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 집이지만 집이 아닌 공간, 익숙한 오브제가 가득하지만 낯선 느낌이 있는 공간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에 집에 있는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되, 레드와 화이트 컬러를 메인으로 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먼저 1층은 과거의 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집에서 머리를 깎고 옷과 구두를 직접 수선하는 등 많은 작업이 이루어졌기에 지금보다 집에 대한 의미가 더욱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1층을 바버숍과 구두 리페어숍, 방직기를 활용한 옷 수선실 등을 통한 과거의 집을 회상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조명했다. 아울러 입구 중앙에 매달린 수십 개의 링겔들은 자체적으로 몽환적 느낌을 연출하는 조명으로써 13대의 텔레비전에서는 심장박동 수를 측정하는 그래프가 빛의 강약과 연동된다. 이어서 지하 1층에 다다르면, 젠틀몬스터의 안경 컬렉션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벽을 가득 채운 벽장이 시선을 압도한다. 반쯤 열려있는 벽장문을 열어 마치 비밀스러운 공간을 들여다보듯, 원하는 안경을 써보며 벽장 문 안쪽에 부착되어 있는 거울을 통해 손쉽게 본인의 모습을 체크해 볼 수 있다. 이어서 침실 역시 빈티지한 침대, 화이트 컬러의 침구가 집과 같이 꾸며져 있고 침대 위에는 다양한 안경이 비치되어 있다.
다음으로 선글라스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는 2층과 3층에는 천장에서 바닥까지 내려오는 하얀 석고 붕대가 공간을 메운다. 석고 붕대를 지나치면 벽을 빽빽이 채우고 있는 화이트 컬러의 오브제들, 옷장, 벽에 꽂힌 가위들과 마주한다. 다소 섬뜩해 보이기도 하는 이곳은 집에서 사용하는 일상 용품들을 보다 감각적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이어서 3층은 욕실 콘셉트로 프리스탠딩 욕조가 러그 위에 자리하고, 한쪽 벽면은 액자 프레임 및 거울을 믹스 앤 매치하여 욕실을 보다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마지막으로 4층과 5층은 아늑한 분위기를 위해 조도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빈티지한 가구들과 큼지막한 식물들 사이로 미세한 조명 불빛이 새어 나오며, 옆에는 안락한 소파를 비치해 쇼룸을 방문한 고객들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이처럼, 젠틀몬스터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브랜드의 스토리를 소비자들이 경험으로 알 수 있도록 쇼룸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부산과 뉴욕에 선보일 쇼룸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La Plata Store
Architecture / Bielsa-Breide-Ciarlotti Bidinost Arquitectos·Bielsa, Breide
Interior Design / BBC Arquitectos
Location / Calle 12 1148, La Plata, Buenos Aires, Argentina
Architect In Charge / Angela Bielsa, Luciana Breide, Manuel Ciarlotti Bidinost
Area / 317㎡
Construction Manager / Fernando Caceras
Photography / Manuel Ciarlotti
아르헨티나의 La Plata 지역에 컨테이너를 활용한 패션매장이 들어섰다. 이곳은 Buenos Aires시에서 남동쪽으로 55㎞ 떨어진 La Plata강 어귀에 자리한 항구도시 Ensenada와 근접하여 있어서 선박용 컨테이너를 이번 리노베이션 작업에 활용하는 것은 지역적 색깔을 드러내기에 적절한 도구가 되었다. 구조적으로 손상이 되어 있는 오래된 주택이 컨테이너라는 매개를 활용하여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노력에 관심을 갖고 옥상에 태양열 콘트롤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친환경적인 접근을 함께 시도했다. 또한 건물 외관에서부터 변화된 이미지를 주기 위해 파사드의 스카이라인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거리에서 건물로의 진입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전면 유리와 매쉬 패널을 활용하여,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한편, 매장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고로 시원시원한 공간감이 느껴지고 중심부에 자리한 컨테이너가 공간의 무게감을 더한다. 특히 검붉은 빛으로 녹이 슨 표면이 오히려 멋스러운 분위기를 내며 공간에 개성을 부여하는데, 이러한 컨테이너는 공사기간 동안 시간이나 비용을 절약한다는 면에서도 효율적이라 많은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의 작품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박스의 코너에 후크를 걸듯 서로 연결하여 시공되었고 벽 안쪽에 있는 콘크리트 기둥에 의해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1층에는 공간 여백을 충분히 두고 옷을 전시해 옷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또한 변형이 가능한 가구라든지, 바퀴 달린 선반, 테이블 등을 활용하여 상황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인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뿐만 아니라 두 개층 높이의 천장고를 이루면서, 조명을 통해 허전해 보이는 공간에 다이내믹한 변화를 주었는데, 라인감이 강조된 형광등을 자유롭게 매달아 비규칙적인 리듬감을 형성했으며, 중심부의 컨테이너 박스 바닥부는 규칙적인 조명을 설치해서 컨테이너 박스 자체가 갖고 있는 수직적 라인감을 동일하게 가져갔다. 이때 램프가 그대로 드러난 형광등은 데커레이션 요소로서 매달려 있는 느낌이 자전거 바퀴 장식물과 함께 어우러져 공간을 감각적으로 채운다.
또한 입구에서 바라보는 벽면 한쪽은 전창을 두고, 마치 안뜰처럼 구성해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주는 삭막한 느낌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주고, 전창 너머로 심어놓은 식물들은 인테리어와 대비를 이루며, 더욱 내추럴한 감성을 자아낸다.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는 La Plata Store는 현 시대의 상업공간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캐치하여 디자인된 공간으로, 소비자와 공간 간의 상호작용을 잘 이끌어내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INTRO
설계 / 신나나 프로젝트·신라영, 정문성, 이연진, 리타홈·이선영
시공 / 신나나 프로젝트·신라영, 정문성, 정현기
위치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장내로 139번길 36
면적 / 123㎡
마감 / 바닥–콘플로어 위 그래픽 , 화이트 모자이크 타일
벽체–샌드베이지 페인트, 아시바 파이프 구조물, 모노톤 시멘트 타일,
화이트 모자이크 타일, 미송합판위 스테인마감, 셔터박스 구조물
천장–그레이 페인트
사진 / 이표준
디자이너에게 패션 편집숍 INTRO는 ‘간헐적 수직 매스와 소재의 다양함 속에 이야기가 있는 공간’ 이라는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안양 일번가에 위치한 매장은 이미 패션숍과 음식점, 카페 등으로 포화상태인 거리 풍경에서 차별화된 요소를 부여하고자 클라이언트와의 거듭되는 미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먼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INTRO’ 가 갖고 있는 의미에 집중했다. 건축, 혹은 인테리어에서 가장 초기에 사용되는 인더스트리얼 요소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러한 요소를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세련되고 강렬한 INTRO만의 아이덴티티로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이에 우드 마감재 및 따스한 색감의 도장 마감으로 아늑하게 조성된 매장 분위기가 옷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상업공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파사드를 살펴보면, 화이트 컬러의 외관에 아시바 파이프를 연결하여 간판의 틀을 형성하고 여기에 선을 가로지르는 조명과 네온사인 간판은 숍의 이미지를 단번에 보여주었고, 쇼윈도는 하부의 파레트와 천장 행잉 요소로 연출하여 시즌별로 손쉽게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편, 입구에 들어서면 남과 여로 동선이 분할되며, 아시바 파이프로 구획한 중정은 남.녀 공용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샌드 베이지 백판에 찬넬 구조 형식은 가변적인 형태로 효율적인 상품 디스플레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직 형태의 파이프는 간헐적으로 배치되어 남, 여 존의 동선을 자연스레 이어주기도 하며, 독립적인 공간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솔리드한 개체가 아닌 선적인 매스로 공간을 분할하여 다소 좁은 공간을 최대한 개방적으로 보일 수 있게 계획한 것이다. 동선을 따라 공간의 끝에 위치한 피팅룸 및 카운터 공간은 외부 요소를 차용하였는데, 철제로 된 셔터와 시멘트 타일을 사용하여 외부 거리 느낌을 표현함과 동시에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느낌을 감각적인 그래픽 요소와 내추럴한 소품으로 밝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나타낸다.
이처럼, INTRO의 디자인은 다양한 선적인 요소와 소재가 만났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질적이거나 튀지 않는다. 이는 각 요소가 갖고 있는 물성과 형태를 분석하고 이를 잘 가공하여 표현했기에 편안한 가운데 쇼핑에 집중할 수 있는 감각적 공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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