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BOOK=?!
책을 매개로 한 문화공간 프로젝트
취재 김민자
작은 규모의 동네 서점부터 테마형 라이브러리까지 문화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은 책이 만드는 유쾌한 공간 프로젝트에 주목해보자.
추상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기억과 경험, 그리고 지식은 ‘책’ 을 통해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유형의 매개체로 변한다. 덕분에 우리는 직접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책 속에 쓰인 무수한 활자 안에서 타인이 경험한 찰나의 느낌과 풍경을 상상해볼 수 있다. 특히 정보 사회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서 책은 아날로그적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이자 공인된 정보로써의 파급력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 특정 주제와 결부된 책, 그리고 이를 풀어낸 공간의 조합은 단순히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하는 것에서 나아가 문화를 향유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고자 하는 현대인의 내밀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이번 기사에서는 ‘MUSIC’ , ‘ART’ , ‘MOVIE’ , ‘LIFESTYLE’ 이라는 고유의 테마를 녹여낸 4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책과 공간이 만드는 완벽한 앙상블 속에서 문화적 스펙트럼을 넓힌 책의 새로운 변신을 눈여겨보자.
MUSIC.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

설계 / 최문규(연세대학교) + 가아건축
설계담당 / 강인철, 고대곤, 강정은, 송봉기, 박운, 김홍기, 노진우
인테리어 설계 & 실외 리포지셔닝 / Gensler·Philippe Pare(프로젝트 총괄),
Sabu Song(디자인 디렉터)
인테리어 설계담당 / Julius Bhang, Samantha Cabrera,
Joshua Geisinger, Sarah Gibbons, Meghan Moran,
Neil McLean, Shawn Shin, Jinsa Yoon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683-132번지
대지면적 / 738.10㎡
건축면적 / 388.58㎡
연면적 / 2,962.95㎡
규모 / 지상2층, 지하5층
구조 설계 / 미도구조컨설턴트
기계 및 전기설계 / (주)하나기연
시공 / 현대건설(주)
건축주 / 현대카드(주)

1960년대 미8군에 의해 유입된 록(Rock)부터 1980년대 댄스음악 열풍을 이끈 이태원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곳에 자리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는 과거 음반을 소유하던 시대에서 디지털 음원을 소비하는 시대를 맞이한 리스너에게 아날로그 미디어인 책과 턴테이블로 재생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둥근 음반 Vinyl(바이닐)을 소개하며,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경한 감각을 일깨운다. 이는 지난 10년간 슈퍼콘서트, 컬처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공연과 문화 이벤트를 열어온 현대카드의 활동 무대를 확장해 나가는 것으로, ‘공존’ 과 ‘소통’ 을 추구하는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의 철학을 녹여낸 공간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선사한다. 이에 설계를 맡은 연세대학교 최문규 교수는 기존의 경사를 그대로 두면서 마치 남쪽을 향하는 큰 창처럼 열린 구조의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로 인해 단절된 남산과 한강의 풍경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본래의 지형이 가진 낮은 둔덕을 통해 편안한 분위기를 전하고자 했다.

먼저, 지상 2층 규모의 뮤직 라이브러리는 젊은 뮤지션을 위한 버스킹 무대와 야외 벤치를 마련해 오가는 사람들이 무심코 들어설 수 있는 텅 빈 공간을 시작으로, 리셉션, 카페, 바이닐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는 라이브러리로 구성된다. 짙은 그레이 톤을 띤 내부는 독특한 패턴의 타일, 노출 천장, 구로 철판 등 거친 물성을 드러내는 소재로 마감해 묵직한 무게감을 전하는데, 이중 1층에 자리한 카페의 경우, 강렬한 레드 컬러와 화려한 샹들리에를 매치해 공간의 활기를 돋우는 것이 특징이다. 이어지는 2층의 라이브러리에서는 글로벌 큐레이터들이 엄선한, 1950년대 이후 대중음악 바이닐 1만여 장과 3천여 권의 책을 살펴볼 수 있으며, 음악 감상을 위한 턴테이블과 DJ부스를 마련해 청각과 시각이 결합된 공감각적인 경험을 이끈다.
한편, 지하 1층의 스튜디오와 지하 2층의 스테이지로 나뉜 언더스테이지는 아티스트의 인큐베이터라 불릴 만큼 합주실, 음악 작업실, 라운지, 공연장을 구성해 뮤지션 간의 교류에서 빚어지는 영감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공간의 독특한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아트웍이 인상적인데, 프랑스 출신 거리 예술가 JR의 외관 벽화, 언더스테이지의 지하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포르투갈 벽화 전문 아티스트 Vhils의 그래피티 등을 통해 음약을 향한 자유분방함, 열정, 생동감을 전하며, 영감의 원천이 되는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는, 도심의 숨통을 틔어주는 텅 빈 공간의 틈이 만들어낸 여유, 그리고 음악과 예술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새로운 문화의 발원지가 되길 꿈꾼다.
ART.
TASCHEN in Milan

Design / Marc Newson Ltd, Jonas Wood
Location / Via Meravigli 17 20123 Milan, Italy
Area / 120㎡

1980년 설립된 아트북 전문 출판사 TASCHEN은 런던, 파리, 뉴욕, 암스테르담 등에 이어 올해 5월, 이탈리아 밀라노 중심부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약 120㎡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TASCHEN의 리미티드 에디션과 예술 서적을 소개하는 1층과 아트웍을 전시하는 2층으로 구분되며,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산업디자이너 Marc Newson이 디자인을 맡아 공간을 완성했다.
먼저, 로맨틱한 핑크빛이 감도는 외관은 과거의 흔적을 지닌 클래식한 발코니와 몰딩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창이 만드는 규칙적인 리듬을 통해 안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해준다. 내부는 화려한 표지와 다양한 색감이 돋보이는 아트웍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화이트 앤 블랙의 깔끔한 배색 안에서 트로피컬한 무드에 착안한 미국 예술가 Jonas Wood의 독창적인 모티브로 풀어낸 플로어 디자인을 매치해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전한다. 특히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를 채우는 감각적인 디자인 가구 및 조명의 경우, TASCHEN의 설립자 Benedikt Taschen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컬렉션으로, Gio Ponti, Flavio Poli, Angelo Mangiarotti 등 이탈리아 디자인의 매력을 십분 드러내며,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브랜드의 다양한 서적을 선보이는 1층의 경우, 모듈 시스템의 서가를 제안해 상황에 따라 팝업 스토어 등 레이아웃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했는데, 아연 도금 철판 소재의 차분한 블랙 컬러에 옐로 컬러를 하이라이트 요소로 활용해 눈길을 끈다. 아울러 디자인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책의 무게를 지지할 수 있는 충분한 내구성을 실현하기 위해 선형 패턴을 소재 표면에 입혀 얇은 두께의 소재와 와이드한 디스플레이 영역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형성하고자 했다.

한편, 2층을 향하는 나선형 계단에서는 컬러풀한 색감을 더한 계단과 곡면 벽체를 따라 유기적인 선의 흐름을 패턴화해 환영의 의미를 담은 역동적인 이미지를 이어나간다. 마지막으로, 2층에 마련된 전시실은 모던한 화이트 컬러의 전시 공간과는 상반되는 원시적인 분위기의 바닥 패턴이 인상적인데, 짙은 초록빛 잎사귀를 레이어링하듯 와일드한 움직임을 표현해 브랜드의 아티스틱한 무드를 한껏 끌어올려준다.
이처럼 TASCHEN의 밀라노 플래그쉽 스토어는 아트북 분야의 독보적인 컬렉션을 내세운 브랜드의 차별화된 DNA를 심은 공간이자 예술적 감흥에 오롯이 젖어들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MOVIE.
CGV 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

디자인 / FRINDLEY·신승용
디자인팀 / 박현경, 장혜림, 박소영
시공 / (주)나우인벤트·신동호, 유영관
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 2가 65-9 하이해리엇
면적 / 264.5㎡
마감 / 바닥-플로어텍스, 원목마루, 타일 外
벽체-시멘트벽돌, 구로철판, 골조노출
천장-노출천장(도장)
사진 / 이훈
지난 4월 말 리뉴얼을 마친 CGV 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는 약 182석 규모의 기존 상영관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영화 전문 도서관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영화의 원작소설, 만화, 전문서적, 콘티북 등 1만여 권의 서적을 구비해 눈길을 끈다. 특히 ‘책’ 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구현된 라이브러리는 CGV가 지향하는 CULTURE PLEX의 관점에서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영화관 방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이에 레트로 빈티지 스타일의 기존 SI를 고수하면서도 바닥의 단차, 높은 천장, 탁 트인 시야 등 상영관 본래의 구조적 특징을 살린 디자인을 완성했다.

웅장한 사이즈의 샹들리에가 인상적인 내부는 크게 A ZONE(Special), C ZONE(Creativity of Cinema), V ZONE(Visuality & Art), G ZONE(Guide to Cinema)으로 나뉜 4개의 서가와 중앙의 계단식 좌석, 전면 스크린과 무대를 살펴볼 수 있는데, 기존 상영관의 동선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전문성을 띤 서적을 배치해 공간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클래식한 고딕 양식에서 착안한 아치형 구조와 이를 떠받치는 기둥을 통해 공간의 핵심적인 테마를 표현한 가운데, 시멘트, 구로 철판, 망입 유리 등 빈티지한 분위기의 소재를 매치해 감각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프로젝트 매니저인 CGV 디자인팀의 김민정 과장은 ‘가구’ 에 특별히 신경 썼다고 언급하며, 계단식 구조에 적합한 맞춤 가구를 제작한 것은 물론, 우드, 패브릭 등 여러 가지 타입의 좌석을 디자인해 방문객으로 하여금 머물고 싶은 도서관의 진가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책장마다 간접 조명을 활용하거나 책상 위 미니멀한 스탠드 조명을 설치해 차분한 분위기의 도서관을 표현해냈다.

한편, 씨네 라이브러리에서는 방대한 양의 영화 관련 서적 외에도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네마클래스, 특별 전시, 라이브러리톡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지원하며, 영화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폭넓은 관객층을 수용한다.
이처럼 CGV 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는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명동 거리에서 한 템포의 여유를 선사하는 공간으로, 책을 통해 풀어낸 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로 자리한다.
LIFESTYLE.
La Kagu

Architecture / Kengo Kuma + Associates, Shimizu Corporation
Location / Tokyo, Japan
Site Area / 1283.34㎡
Building Area / 626.93㎡
Gross Area / 962.45㎡
Photography / Keishin Horikoshi/SS Tokyo
거리마다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도쿄 Kagurazaka에 자리한 편집숍 La Kagu는 1960년대 세워진 출판사의 도서 창고를 새롭게 리노베이션한 것이다. 설계를 맡은 Kengo Kuma + Associates는 동네와 지금의 창고, 대지와 건축,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관점에서 창고의 옛 모습을 그대로 남기는 대신 2층으로 이어지는 우드 데크 소재의 길고 넓은 계단을 설치해 나무의 따스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옛날부터 있어왔던 것과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것에 대한 가치를 발견한다는 마음가짐 아래 ‘Revalue’ 를 콘셉트로 의식주와 지식을 결합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내부는 패션, 잡화, 카페, 가구, 강의 공간, 서가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에 회색빛의 철제 구조물과 패널을 노출시킨 외관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선보이는데, 1층의 모든 벽체에 통유리를 사용해 유리 너머 비치는 La Kagu만의 분위기를 골목 안으로 스스럼없이 풀어낸다.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편집숍답게 1층에서는 Acne, Marni 와 같은 여성 의류 브랜드 뿐 아니라 카페와 라운지를 통한 커뮤니티를 구성한다.

한편, 2층의 경우 아치 형태의 기존 천장 구조를 살리면서 건물을 지지하는 골조와 각종 부속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디자인을 통해 특유의 와일드한 인상을 전하는데, ‘책’ 을 활용한 이벤트와 강연, 서가 등을 배치해 공간의 역사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La Kagu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부연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이중 강의공간은 열린 구조 안에서 철제 프레임으로 제작된 서가를 활용해 뚜렷한 경계를 형성하며, 내부를 촘촘히 채우는 목재 가구로 따뜻한 분위기를 가미해 책, 예술 등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La Kagu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로써, 책이 지닌 이점을 통해 공간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며 일상 속 깊이를 더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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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BOOK=?!
책을 매개로 한 문화공간 프로젝트
취재 김민자
작은 규모의 동네 서점부터 테마형 라이브러리까지 문화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은 책이 만드는 유쾌한 공간 프로젝트에 주목해보자.
추상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기억과 경험, 그리고 지식은 ‘책’ 을 통해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유형의 매개체로 변한다. 덕분에 우리는 직접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책 속에 쓰인 무수한 활자 안에서 타인이 경험한 찰나의 느낌과 풍경을 상상해볼 수 있다. 특히 정보 사회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서 책은 아날로그적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이자 공인된 정보로써의 파급력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 특정 주제와 결부된 책, 그리고 이를 풀어낸 공간의 조합은 단순히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하는 것에서 나아가 문화를 향유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고자 하는 현대인의 내밀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이번 기사에서는 ‘MUSIC’ , ‘ART’ , ‘MOVIE’ , ‘LIFESTYLE’ 이라는 고유의 테마를 녹여낸 4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책과 공간이 만드는 완벽한 앙상블 속에서 문화적 스펙트럼을 넓힌 책의 새로운 변신을 눈여겨보자.
MUSIC.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
설계 / 최문규(연세대학교) + 가아건축
설계담당 / 강인철, 고대곤, 강정은, 송봉기, 박운, 김홍기, 노진우
인테리어 설계 & 실외 리포지셔닝 / Gensler·Philippe Pare(프로젝트 총괄),
Sabu Song(디자인 디렉터)
인테리어 설계담당 / Julius Bhang, Samantha Cabrera,
Joshua Geisinger, Sarah Gibbons, Meghan Moran,
Neil McLean, Shawn Shin, Jinsa Yoon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683-132번지
대지면적 / 738.10㎡
건축면적 / 388.58㎡
연면적 / 2,962.95㎡
규모 / 지상2층, 지하5층
구조 설계 / 미도구조컨설턴트
기계 및 전기설계 / (주)하나기연
시공 / 현대건설(주)
건축주 / 현대카드(주)
1960년대 미8군에 의해 유입된 록(Rock)부터 1980년대 댄스음악 열풍을 이끈 이태원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곳에 자리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는 과거 음반을 소유하던 시대에서 디지털 음원을 소비하는 시대를 맞이한 리스너에게 아날로그 미디어인 책과 턴테이블로 재생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둥근 음반 Vinyl(바이닐)을 소개하며, 오로지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경한 감각을 일깨운다. 이는 지난 10년간 슈퍼콘서트, 컬처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공연과 문화 이벤트를 열어온 현대카드의 활동 무대를 확장해 나가는 것으로, ‘공존’ 과 ‘소통’ 을 추구하는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의 철학을 녹여낸 공간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선사한다. 이에 설계를 맡은 연세대학교 최문규 교수는 기존의 경사를 그대로 두면서 마치 남쪽을 향하는 큰 창처럼 열린 구조의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로 인해 단절된 남산과 한강의 풍경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본래의 지형이 가진 낮은 둔덕을 통해 편안한 분위기를 전하고자 했다.
먼저, 지상 2층 규모의 뮤직 라이브러리는 젊은 뮤지션을 위한 버스킹 무대와 야외 벤치를 마련해 오가는 사람들이 무심코 들어설 수 있는 텅 빈 공간을 시작으로, 리셉션, 카페, 바이닐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는 라이브러리로 구성된다. 짙은 그레이 톤을 띤 내부는 독특한 패턴의 타일, 노출 천장, 구로 철판 등 거친 물성을 드러내는 소재로 마감해 묵직한 무게감을 전하는데, 이중 1층에 자리한 카페의 경우, 강렬한 레드 컬러와 화려한 샹들리에를 매치해 공간의 활기를 돋우는 것이 특징이다. 이어지는 2층의 라이브러리에서는 글로벌 큐레이터들이 엄선한, 1950년대 이후 대중음악 바이닐 1만여 장과 3천여 권의 책을 살펴볼 수 있으며, 음악 감상을 위한 턴테이블과 DJ부스를 마련해 청각과 시각이 결합된 공감각적인 경험을 이끈다.
한편, 지하 1층의 스튜디오와 지하 2층의 스테이지로 나뉜 언더스테이지는 아티스트의 인큐베이터라 불릴 만큼 합주실, 음악 작업실, 라운지, 공연장을 구성해 뮤지션 간의 교류에서 빚어지는 영감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공간의 독특한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아트웍이 인상적인데, 프랑스 출신 거리 예술가 JR의 외관 벽화, 언더스테이지의 지하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포르투갈 벽화 전문 아티스트 Vhils의 그래피티 등을 통해 음약을 향한 자유분방함, 열정, 생동감을 전하며, 영감의 원천이 되는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는, 도심의 숨통을 틔어주는 텅 빈 공간의 틈이 만들어낸 여유, 그리고 음악과 예술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새로운 문화의 발원지가 되길 꿈꾼다.
ART.
TASCHEN in Milan
Design / Marc Newson Ltd, Jonas Wood
Location / Via Meravigli 17 20123 Milan, Italy
Area / 120㎡
1980년 설립된 아트북 전문 출판사 TASCHEN은 런던, 파리, 뉴욕, 암스테르담 등에 이어 올해 5월, 이탈리아 밀라노 중심부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약 120㎡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TASCHEN의 리미티드 에디션과 예술 서적을 소개하는 1층과 아트웍을 전시하는 2층으로 구분되며,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산업디자이너 Marc Newson이 디자인을 맡아 공간을 완성했다.
먼저, 로맨틱한 핑크빛이 감도는 외관은 과거의 흔적을 지닌 클래식한 발코니와 몰딩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창이 만드는 규칙적인 리듬을 통해 안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해준다. 내부는 화려한 표지와 다양한 색감이 돋보이는 아트웍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화이트 앤 블랙의 깔끔한 배색 안에서 트로피컬한 무드에 착안한 미국 예술가 Jonas Wood의 독창적인 모티브로 풀어낸 플로어 디자인을 매치해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전한다. 특히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를 채우는 감각적인 디자인 가구 및 조명의 경우, TASCHEN의 설립자 Benedikt Taschen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컬렉션으로, Gio Ponti, Flavio Poli, Angelo Mangiarotti 등 이탈리아 디자인의 매력을 십분 드러내며,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브랜드의 다양한 서적을 선보이는 1층의 경우, 모듈 시스템의 서가를 제안해 상황에 따라 팝업 스토어 등 레이아웃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했는데, 아연 도금 철판 소재의 차분한 블랙 컬러에 옐로 컬러를 하이라이트 요소로 활용해 눈길을 끈다. 아울러 디자인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책의 무게를 지지할 수 있는 충분한 내구성을 실현하기 위해 선형 패턴을 소재 표면에 입혀 얇은 두께의 소재와 와이드한 디스플레이 영역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형성하고자 했다.
한편, 2층을 향하는 나선형 계단에서는 컬러풀한 색감을 더한 계단과 곡면 벽체를 따라 유기적인 선의 흐름을 패턴화해 환영의 의미를 담은 역동적인 이미지를 이어나간다. 마지막으로, 2층에 마련된 전시실은 모던한 화이트 컬러의 전시 공간과는 상반되는 원시적인 분위기의 바닥 패턴이 인상적인데, 짙은 초록빛 잎사귀를 레이어링하듯 와일드한 움직임을 표현해 브랜드의 아티스틱한 무드를 한껏 끌어올려준다.
이처럼 TASCHEN의 밀라노 플래그쉽 스토어는 아트북 분야의 독보적인 컬렉션을 내세운 브랜드의 차별화된 DNA를 심은 공간이자 예술적 감흥에 오롯이 젖어들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MOVIE.
CGV 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
디자인 / FRINDLEY·신승용
디자인팀 / 박현경, 장혜림, 박소영
시공 / (주)나우인벤트·신동호, 유영관
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 2가 65-9 하이해리엇
면적 / 264.5㎡
마감 / 바닥-플로어텍스, 원목마루, 타일 外
벽체-시멘트벽돌, 구로철판, 골조노출
천장-노출천장(도장)
사진 / 이훈
지난 4월 말 리뉴얼을 마친 CGV 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는 약 182석 규모의 기존 상영관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영화 전문 도서관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영화의 원작소설, 만화, 전문서적, 콘티북 등 1만여 권의 서적을 구비해 눈길을 끈다. 특히 ‘책’ 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구현된 라이브러리는 CGV가 지향하는 CULTURE PLEX의 관점에서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영화관 방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이에 레트로 빈티지 스타일의 기존 SI를 고수하면서도 바닥의 단차, 높은 천장, 탁 트인 시야 등 상영관 본래의 구조적 특징을 살린 디자인을 완성했다.
웅장한 사이즈의 샹들리에가 인상적인 내부는 크게 A ZONE(Special), C ZONE(Creativity of Cinema), V ZONE(Visuality & Art), G ZONE(Guide to Cinema)으로 나뉜 4개의 서가와 중앙의 계단식 좌석, 전면 스크린과 무대를 살펴볼 수 있는데, 기존 상영관의 동선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전문성을 띤 서적을 배치해 공간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클래식한 고딕 양식에서 착안한 아치형 구조와 이를 떠받치는 기둥을 통해 공간의 핵심적인 테마를 표현한 가운데, 시멘트, 구로 철판, 망입 유리 등 빈티지한 분위기의 소재를 매치해 감각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프로젝트 매니저인 CGV 디자인팀의 김민정 과장은 ‘가구’ 에 특별히 신경 썼다고 언급하며, 계단식 구조에 적합한 맞춤 가구를 제작한 것은 물론, 우드, 패브릭 등 여러 가지 타입의 좌석을 디자인해 방문객으로 하여금 머물고 싶은 도서관의 진가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책장마다 간접 조명을 활용하거나 책상 위 미니멀한 스탠드 조명을 설치해 차분한 분위기의 도서관을 표현해냈다.
한편, 씨네 라이브러리에서는 방대한 양의 영화 관련 서적 외에도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네마클래스, 특별 전시, 라이브러리톡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지원하며, 영화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폭넓은 관객층을 수용한다.
이처럼 CGV 명동역 씨네 라이브러리는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명동 거리에서 한 템포의 여유를 선사하는 공간으로, 책을 통해 풀어낸 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로 자리한다.
LIFESTYLE.
La Kagu
Architecture / Kengo Kuma + Associates, Shimizu Corporation
Location / Tokyo, Japan
Site Area / 1283.34㎡
Building Area / 626.93㎡
Gross Area / 962.45㎡
Photography / Keishin Horikoshi/SS Tokyo
거리마다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도쿄 Kagurazaka에 자리한 편집숍 La Kagu는 1960년대 세워진 출판사의 도서 창고를 새롭게 리노베이션한 것이다. 설계를 맡은 Kengo Kuma + Associates는 동네와 지금의 창고, 대지와 건축,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관점에서 창고의 옛 모습을 그대로 남기는 대신 2층으로 이어지는 우드 데크 소재의 길고 넓은 계단을 설치해 나무의 따스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옛날부터 있어왔던 것과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것에 대한 가치를 발견한다는 마음가짐 아래 ‘Revalue’ 를 콘셉트로 의식주와 지식을 결합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내부는 패션, 잡화, 카페, 가구, 강의 공간, 서가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에 회색빛의 철제 구조물과 패널을 노출시킨 외관은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선보이는데, 1층의 모든 벽체에 통유리를 사용해 유리 너머 비치는 La Kagu만의 분위기를 골목 안으로 스스럼없이 풀어낸다.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편집숍답게 1층에서는 Acne, Marni 와 같은 여성 의류 브랜드 뿐 아니라 카페와 라운지를 통한 커뮤니티를 구성한다.
한편, 2층의 경우 아치 형태의 기존 천장 구조를 살리면서 건물을 지지하는 골조와 각종 부속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디자인을 통해 특유의 와일드한 인상을 전하는데, ‘책’ 을 활용한 이벤트와 강연, 서가 등을 배치해 공간의 역사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La Kagu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부연설명을 가능하게 한다. 이중 강의공간은 열린 구조 안에서 철제 프레임으로 제작된 서가를 활용해 뚜렷한 경계를 형성하며, 내부를 촘촘히 채우는 목재 가구로 따뜻한 분위기를 가미해 책, 예술 등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La Kagu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로써, 책이 지닌 이점을 통해 공간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며 일상 속 깊이를 더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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