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성을 기반으로 감성적 문화충족이 가능한 공간 (2013.09)

역사성을 기반으로
감성적 문화충족이 가능한 공간

취재 / 원선영

몇 해 전부터 뚜렷한 정체성 없이 그저 ‘복합 문화공간’ 이라는 이름으로 거리를 메운 문화 공간들. 그 사이로 세월이 가져다 준 역사성을 기반으로 자기만의 색을 명확하게 드러낸 공간들이 있어 발길을 이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기 있는 거리에 가면, 끊임없이 새로운 카페나 레스토랑이 생겨나면서, 불과 1년 후에 다시 갔을 때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것들을 콘텐츠로 담고 있는 공간들이 있다.
오랜 기간 찻집으로 사용되던 자리에 전시나 공연을 할 수 있는 이벤트 공간이 카페와 함께 어우러지거나, 우리 곁에서 사라질뻔한 적산가옥이 갤러리로 재탄생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기업이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잘 녹여내 역사적인 가치를 체험해볼 수 있는 전시공간부터 단순히 마시는 음료로만 치부하던 차(茶)의 역사나 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 등은 모두 ‘역사’ 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는 각각의 소재들을 통해 우리가 간과할 수 있는 따뜻하고 소중한 가치를 되새길 수 있게한다.

Urban Serendipity BANJUL


설계 / shinarchitects·신경미, 신호섭(02-764-9870)
시공 / shinarchitects
위치 /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 삼일대로 17길 23 반쥴
면적 / 3층 205㎡/홀면적 132.2㎡
4층 221.5㎡/홀면적 115.7㎡

1974년, 종로 한복판에서 시작된 BANJUL은 ‘restaurant BANJUL’ 과 ‘Tea For Two’ 를 거치며 2012년, 지금의 Urban Serendipity BANJUL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공연과 파티, 전시 등 다양한 문화를 창출하는 이곳은 3층에는 카페, 4층에는 대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이벤트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층에는 테라스와 Roof Top Gallery가 마련되어 있고, 갤러리에선 현재 ‘반쥴-샬레 드로잉릴레이 프로젝트’ 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작가들의 전시 릴레이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3층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유기농 차와 공정무역차(Fair Trade Tea)를 맛볼 수 있는데, 한 쪽 벽에 전시된 2,500여 종이 넘는 커피 그라인더의 컬렉션이 마치 작은 박물관에 온 듯한 인상을 전하며 이 공간이 갖고 있는 역사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또한 전체적으로 화이트 페인트로 마감된 벽체는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천장과 홀 중심을 지나는 파이프형태는 공간에 재미를 더하며 빈티지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뿐만 아니라 테이블은 벽면과 중앙에 일렬로 배치되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일부 바 형태의 스툴을 두어, 취향에 따라 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마감재나 구조적인 부분 이외에도 오래된 장식장이나 선반장을 독특한 오브제들과 함께 매치시켜 공간 자체에서 시간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그리고 4층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2,000여 점의 다양한 스푼들이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이는 40여 년 동안 2대에 걸쳐 수집해 온 컬렉션으로 커피나 차를 즐기러 온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의 문화까지 접하고 돌아갈 수 있는 매개체가된다. 특히 테이블 없이 전체적으로 오픈된 4층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로 조성되었다.한쪽 벽면은 시대상이 느껴지는 빈티지한 포스터나 그림 등을 감각적으로 붙여 놓아, 각양각색의 체어들과 한 데 어우러져 색다른 인상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작은 정원에 들어와있는 듯한 5층에는 단차가 있는 나무 데크를 두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때에 따라 미니 음악회가 열리면, 삼삼오오 앉아서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흐르는 공간이다.
이처럼, Urban Serendipity BANJUL은 인위적인 요소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세월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변화되어 온 모습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는 도심의 숨겨진 문화공간이다.

온그라운드


설 계 / 조병수건축연구소·조병수(02-537-8261)
위 치 /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122-11번지 외 2필지
대지면적 / 92.64㎡
건축면적 / 61.54㎡
구 조 / 목조
규 모 / 지상1층
마 감 / 목재 및 스틸
사 진 / 박창수

창성동 뒷골목에 위치한 적산가옥을 개축해 만든 온그라운드는 건축전문갤러리로 새롭게 오픈한 공간이다. 이곳은 근대건축인 한옥은 보존하되 그 외의 건물인 적산가옥은 허물어도 된다는 지구단위계획과는 반대로, 적산가옥도 문화적으로 의미있는 건축물이라는 생각에서 보존하고자 갤러리 형태로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다. 이에 기와는 들어내고, 유리천장을 덧대어 빛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전하는 이곳은 페루의 루이스 롱기, 캘리포니아의 캐서린 허스튼, 콜롬비아의 마크 라카탄스키 등 5명의 디렉터가 참여해 전시를 이끌어간다. 서로 다른 문화적 관점이 반응할 때 참신한 이야깃거리나 생각할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 건축에 대한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주택이었던 점 때문에 내부 구조 자체가 독특한데, 대들보와 기둥은 그대로 두었고, 기와 밑의 나무널판도 살렸다. 그리고 증개축한 부엌을 철거하고, 좁은 마당에는 나무를 심어 큰 창을 내었다. 내부 공간에서 밖을 내다보는 풍경이 액자에 걸려있는 그림처럼 느껴지고, 밖에서 보는 하늘과 내부모습도 좁은 갤러리 안에서 여러 얼굴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가 된다.
이렇듯, 온그라운드는 명확한 목적과 역사적 온기, 의미있는 전시가 한 데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공간과 사람, 길과 건물이 소통하는 따뜻함을 전한다.

넥슨컴퓨터박물관


설 계 / 가우건축사사무소·양건(064-742-0202)
시 공 / 유성건설(주)
인테리어 / (주)내담디자인(공용공간), 보이드플래닝(레스토랑)
위 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1100로 3198-8
면 적 / 2,445.68㎡
규 모 / 지하1층~지상3층

지난 7월 말 개관을 한 제주도의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게임을 기반으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넥슨에서 컴퓨터와 게임의 가치를 접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전시체험공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게임을 문화의 한 영역으로 조명하고 이를 보존 및 연구하여 전시형태로 구성하고자 했다. 이에 박물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4년 전부터 Apple I 및 Magnavox Odyssey 등 역사적인 PC와 Console, 게임, 시대를 대변했던 관련 잡지 등을 수집해 왔다. 또한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 를 복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찾고 이를 보존하고자 박물관 내 다양한 전시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넥슨의 가치를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먼저, 1관 Welcome Stage는 ‘Computer as Theater’라는 부제 아래, ‘만약 내가 컴퓨터에 흐르는 데이터라면?’ 이라는 상상에서 출발, 관람객 스스로 비트(bit)가 되어 컴퓨터의 메인 구조를 자신만의 시선과 동선으로 플레이 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2관 Open Stage는 ‘Between Reality and Fantasy’ 라는 의미를 담아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에서의 활동을 문화적 맥락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게임존과, 세상의 모든 게임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며 그 체험을 공유하는 라이브러리가실재하고있다.
또한 3관 Hidden Stage_The Real Revolutionary는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일상에 활용하기 시작했던 198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설렘과 기대를 주었던 주요 컴퓨터 프로그램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4관 Special Stage_Crazy Arcade는 넥슨컴퓨터박물관 특별전에서 선보이는 Computer Space와 PONG, 그리고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1980~90년대 아케이드 게임기들을 통해 게임의 초창기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는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전시관으로 구성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유물이 아닌 현재 진행형인 매체로써 컴퓨터의 역사를 조망하고 더불어 넥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다 명확하게 구축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

오설록 티스톤


설계 / 매스스터디스·조민석(02-790-6528)위치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면적 / B1-223.3㎡, 1F-206.7㎡

고단한 삶이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힐링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차(茶)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차 음료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공간을 찾는 이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있기 전부터 아모레퍼시픽에서는 1970년대부터 한결같은 열정으로 우리 차 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 왔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도에 오설록 티 뮤지엄을 개관하여 끊임없이 관광객들의 방문을 유도해 왔다.
아울러 올해 봄에는 기존 오설록 티 뮤지엄 바로 옆에, 차 문화 전파를 위한 새로운 공간인 오설록 티스톤을 오픈했다. 티스톤이라는 이름은 선조들이 먹과 벼루(Inkstone)를 활용해 문화와 예술을 표현하며 정신적 자산을 확산했듯이, 우리의 차 문화를 확산하는 근간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불어 제주 올레길 중 하나인 추사 유배길과도 연결되어 그 의미를 더한다. 한편, 이곳에서는 발효차 및 블랜딩 티 체험, 다식과 입욕제 만들기, 추사 갤러리 관람 등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발효차 숙성고의 경우,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실제 발효차를 숙성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공간의 개방을 통해 방문객들이 감성적으로 우리 차 문화 유산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발효차 개발에 얽힌 스토리 콘텐츠를 접할 수 있으며, 삼나무 통을 활용해 만들어진 발효차 ‘삼다연’ 을 직접 시음해 볼 수 있어 차를 더욱 친근하고 밀접하게 체험해볼 수 있다는 데 큰 가치를 둘 수 있겠다.

BON


Interior design / CorvinCristian
(www.corvincristian.com)
Location / Smardanstreet, Bucharest, Romania
Area / 200㎡
Collaborator / VladVieru
Photography / CorvinCristian

루마니아에 위치한 BON 레스토랑은 200여 개가 넘는 도어를 벽 장식재와 파티션 등으로 활용해 오래된 자재들로 혼란스러운 느낌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멋스럽다. 일부 도어는 빌딩의 울타리로 쓰였던 것도 있을 정도로 그 쓰임새가 다양한데, 컬러 선택에 있어서는 화이트와 블루, 레드 톤으로 한정짓고 수집함으로써, 각각 디자인과 사이즈가 달라도 전체적으로 한 데 모아 놓았을 때 통일된 느낌을 줘 산만해보이지 않게 완성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넓지 않은 공간이기에 벽면 소파 자리와 홀 중심의 테이블 자리, 그리고 도어를 파티션으로 적용해 서로 마주앉을 수 있는 자리 등으로 세분화했고, 아날로그적인 펜던트 조명과 벽부 조명을 활용해 빈티지한 감성을 고조시켰다.
이처럼, BON 레스토랑은 도어를 기본 콘셉트로 내세워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보여줌으로써, 이곳을 방문한 이들이 세월의 흐름이 전해지는 물건들을 통해 감성이 충만해지는 경험을 하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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