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are Our Life - 우리, 모두의 집 (2019.10)

There are Our Life
우리, 모두의 집

취재 한성옥, 김소연

집은 삶과 가장 밀접한 공간인 만큼 거주인을 중심에 두고 계획된다.
여러 형태의 가족이 나타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주거 역시 새로운 관계에 맞춰 다채로운 짜임새를 보인다.
사람은 집을 완성하고, 집은 사람을 포용하며 더 나은 관계의 터전이 된다.


한 쌍의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핵가족이라 불리며 사회적 현상으로 치부되던 시절도 빠르게 지나갔다.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로 가족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핵가족은 오히려 전통적 가족 형태로 인식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총 2천 50만 가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원 수 유형은 바로 1인 가구(29.3%)다. 2005년 이전에는 4인 가구가 1위였으나 2015년 이후 1인 가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각종 인프라와 직장이 도시에 집중되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1인 가구가 가장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다만 대가족 일변도였던 전통 사회처럼 특정 가구 유형이 시대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부부와 미혼자녀가 함께 사는 가족 형태 역시 유지되고 있으며, 맞벌이 가구가 양육 문제 해결을 위해 조부모와 합가하여 대가족 형태를 회복하는 양상도 두드러진다. 아울러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역설적으로 코리빙(Co-living)이 대두되는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독립 공간을 보장받고 싶으면서도 사회적 관계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심리와 젊은 층이 충분한 주거 면적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가 중첩돼 주거 공간의 일부를 공유하는 코리빙이 각광받는 것이다. 한편 동물이나 식물을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인 가정의 등장은 혈연관계가 아닌 심리적 측면을 중심으로 가족의 의미가 확장되는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이처럼 다변화한 가족 형태는 주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처럼 구조가 동일한 주거라도 거주하는 사람과 그 관계에 따라 구체적 형태는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구성원의 특징을 염두에 두고 세심하게 설계한 공간은 삶의 질과 가족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삶을 존중하고 뒷받침하는 주거를 통해 가족과 집의 의미를 돌아본다.



THEME 1. Home Alone
용인 기흥역 파크푸르지오

Who Live in 개성있는 1인 가구
Why Together 점점 개인화되는 현대 사회
How to Design 공간을 통합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성

Design / 디자인에이쓰리·유영훈, 한광현, 신연지
Location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기흥역로 58번길 56
Area / 155㎡
Photograph / 770studio·이재상

현재 한국 사회에서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홀로 살아간다. 이처럼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1인 주거는 단순히 혼자 사는 작은 집이 아니라 거주자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오롯이 녹여낸 집으로 변모하고 있다. 용인 기흥역 파크푸르지오는 클라이언트의 여가 공간으로 재탄생한 1인 주거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좋아하는 클라이언트는 집이 쿠킹 스튜디오, 파티 공간, 다이닝 라운지, 카페, 서재 등 다양한 역할로 쓰이길 바랐고, 디자이너는 이를 섬세하게 반영해 집을 완성했다.

기존 아파트는 세대 분리를 고려해 입구를 2개로 구성했지만 1인 주거로 재편하면서 한쪽 입구를 막아 깔끔하게 마감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별도의 구획 없이 왼쪽에는 거실이, 오른쪽은 침실 공간이 펼쳐진다. 디자이너는 지인들과 파티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원했던 클라이언트를 위해 주방, 다이닝 공간, 거실이 함께 어우러지는 하나의 커다란 복합 공간을 구성했다. 일반적인 주거에서 보기 어려운 다각형 구조를 지닌 거실은 여러 개의 창과 우물천장으로 탁 트인 확장감을 선사하고, 천장의 몰딩과 걸레받이를 없애 깔끔하게 다듬은 화이트 컬러 베이스에 적벽돌을 더해 모던한 인더스트리얼 감성을 구현했다. 그중 주방의 경우 요리를 좋아하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공간을 넉넉히 확장했고, 아일랜드와 긴 테이블의 레이아웃은 다각형 구조를 따라 구성해 한층 넓어 보인다. 아일랜드는 무늬목 루버와 패턴이 화려한 블랙 대리석으로 제작해 유니크한 감성을 더했는데, 하부장을 파티용 와인 잔, 플레이트 등을 수납하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또 혼자 사는 주거인 만큼 개방적으로 연출한 침실에 내부가 훤히 보이는 타공 도어를 설치했는데, 가장 프라이빗한 침대 공간에는 파티션을 세워 안정감을 부여했다.



Theme 2. Beyond Together
라이프온투게더

Who Live in 취향을 공유하고자 하는 1인 가구
Why Together 독립 주거 공간과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확보
How to Design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15가지 방 구비

Design / 가우프로퍼티스, 패스트파이브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 314
Area / 261.75㎡
Photograph / Texture on Texture, 아크 팩토리, 패스트파이브

공유 경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도 공유의 대상이 되었다. 공유 오피스로 두각을 드러낸 패스트파이브는 코리빙에 취향이라는 테마를 접목해 공유의 품격을 높인 라이프온투게더를 선보였다. 취향으로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세대를 위해 3가지 콘셉트와 5가지 구조를 조합한 15가지 타입의 방을 구비해 취향에 꼭 맞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라운지와 루프탑 등 공용 공간에서 무비나잇,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삶을 풍요롭게 채우고 성향이 유사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사생활을 존중하는 개인 공간은 결이 살아있는 자작나무를 주요 소재로 활용하고 아치나 곡선 디테일을 가미해 따뜻하면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녹여낸뒤, 각기 다른 컬러와 요소로 내추럴, 컬러, 모던 콘셉트를 구현했다. 모던 룸은 바닥을 포세린 타일로 마감하고 화이트, 블랙, 그레이 컬러를 혼용해 깔끔하고 도회적인 공간으로 완성했다. 내추럴 룸은 오크브러시 화이트 컬러의 원목 마루를 시공하고, 천장과 가구에 베이지 톤 무늬목을 적용해 자연 속에서 머무는 듯 고즈넉한 느낌을 살렸다. 화사한 무드의 컬러드 룸은 화이트 원목 마루로 차분한 바탕을 마련하고 킨포크 컬러 팔레트를 활용한 파스텔 톤을 매치해 달콤한 시간을 선사한다. 구조와 크기 역시 5가지로 세분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충족하는데, A타입은 중문으로 침실과 거실을 구획해 공간 효율성을 높였고, B타입은 햇살이 잘 드는 남쪽에 창을 내고 윈도우 시트를 배치해 창밖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쉴 수 있다. 아울러 C타입은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해 추가로 가구를 배치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여유 공간을 마련한 점이 돋보이며, D타입은 침대 옆에 큰 책장을 설치하고 창가에 아늑한 좌석을 배치해 북카페처럼 연출했다. 

한편 복층으로 구성된 E타입은 최고층인 16층에 위치해 탁 트인 전망을 만끽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더불어 루프탑 The Green Peak는 도심 속 오아시스처럼 꾸몄으며, 큐레이션 서가를 갖춘 라운지 The Moment는 벽면에 노출 콘크리트 효과를 주고 가죽 소파, 테라조 테이블 등을 배치해 감각적인 공간에서 취향을 누리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마 무리했다.



THEME 3. Be Together
용인 죽전 꽃매마을 한라프로방스

Who Live in 부부와 대학생, 중학생 자녀
Why Together 전통적인 주거 형태
How to Design 자매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멀티룸 조성

Design / (주)공감디자인
Location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 꽃매마을 한라 프로방스
Area / 182.99㎡
Photograph / HW studio·허완

다양한 주거 트렌드가 탄생하고 사라지는 요즘에도 집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가족의 온기가 깃든 공간을 연상시킨다. 부부와 두 자매가 함께하는 용인 죽전 꽃매마을 한라프로방스 프로젝트는 가족이라는 개념을 화사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시각화한 주거다. 널찍한 거실 공간을 구성해 가족들이 모여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게 했고, 멀티룸을 조성해 자매가 여가시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각자만의 공간을 존중해 개개인의 개성과 생활 패턴을 녹인 방으로 따로 또는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거를 완성했다.

내부로 들어서면 마주하는 거실은 웜그레이 컬러 월과 화이트 베이지 톤 폴리싱 타일이 채광과 어우러져 따뜻한 느낌을 배가한다. 베란다와 거실 사이에는 폴딩 도어를 설치해 여닫음에 따라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게 했는데, 아치형 창문 프레임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거실 건너편에 위치한 주방과 다이닝 공간은 거실과 이어지는 구조로 리모델링해 가족 간의 편안한 커뮤니케이션을 의도했다. 협소한 면적을 보완하기 위해 다이닝 공간 한쪽 벽면에 벤치를 설치하고 테이블과 체어를 매치했고, 화려한 디자인의 자개 조명을 달아 풍성하고 존재감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중문을 통해 거실과 연결되는 안방은 부부의 편안한 휴식과 넉넉한 수납에 주목했다. 한쪽 벽면 전체에 붙박이장을 시공해 수납공간을 확보하고, 반대편에는 딥그린 컬러를 입혀 중후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한편 자녀 방 앞 전이 공간에 자매가 함께 편안하게 휴식하며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멀티룸을 별도로 마련한 점이 돋보인다. 클래식한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내부는 천장에 레일 조명을 설치해 벽면에 걸린 그림 감상을 도우며, 컬러풀한 가구, 악기, 소품을 매치해 자녀의 창의성을 자극한다.

안쪽에 위치한 각 자녀의 방은 개성과 취향을 살린 가구와 컬러로 꾸며졌다. 대학생인 첫째 딸의 방은 벽과 천장등을 인디핑크 컬러로 차분하게 물들였고, 베란다 확장 공간에 가벽과 골드 아치 파티션을 설치해 스터디 공간을 별도로 조성했다. 중학생인 둘째 딸의 방은 파스텔 톤 벽지와 러블리한 디자인의 가구로 완성했는데, 안쪽에 매립형 책장을 짜 넣고 단을 높여 침대와 계단을 함께 구성했다.



Theme 4. Another Family
옥수동 어울림 더리버 아파트

Who Live in 고양이 9마리를 키우는 딸과 엄마
Why Together 동물에 대한 가치관 변화
How to Design 고양이 구역으로 조성한 거실 벽면에 캣타워와 캣워크 설치

Design / 더블류스페이스·김정현
Location / 서울특별시 성동구 독서당로 40길 37 어울림 더리버 아파트
Area / 162㎡
Photograph / 더블류스페이스

동물을 공존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면서 사람과 동물의 조합이 새로운 가족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어울려 살아가려면 동물 고유의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동물 때문에 사람의 생활이 희생되지 않도록 균형 있게 구성한 주거가 필요하다. 고양이 9마리와 함께 사는 옥수동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는 어머니와 합가하면서 새로운 집이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만족스러운 공간이 되길 원했다. 리모델링을 의뢰받은 더블류스페이스는 사람과 동물의 공간을 명확하게 구획하고, 공간마다 각자의 취향을 충실하게 반영해 어머니, 딸, 고양이 모두에게 아늑한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화이트 컬러를 바탕으로 심플하게 꾸민 집은 블랙을 절묘하게 매치해 세련되게 연출했다. 특히 블랙과 그레이 컬러 가구로 시각적 차별화를 꾀한 주방은 반려묘가 많아 식탁을 이용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다이닝 공간을 배제하고 중앙에 4m 길이의 아일랜드 조리대를 배치한 과감한 구조가 매력적이다. 맞은편에 펼쳐진 거실은 고양이를 위한 공간으로, 한쪽 벽면에 대형 캣워크와 캣타워를 설치해 넓고 쾌적한 놀이터로 조성했다. 아울러 나이많은 고양이의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거실을 비롯해 주방, 고양이 방 등 고양이들이 다니는 구역에는 쿠션감이 뛰어난 타일 패턴 바닥재를 시공했다. 또한 바깥 구경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충족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는 1층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거실 창에 시선 차단 필름을 적용했다. 화장실, 캣타워, 사료 수납장 등이 있는 고양이 방은 캣도어를 통해 거실에서 바로 연결되도록 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모던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클라이언트의 방은 벽과 침대 헤드, 붙박이장에 다크 그레이 컬러를 입히고 오크 우드 판넬을 적절히 혼합해 아늑한 휴식 공간으로 자리하며, 욕실 역시 동일한 무드를 이어간다. 아울러 침실, 욕실, 드레스룸으로 구성된 어머니 공간은 중문으로 고양이의 출입을 차단해 독립성을 보장했다. 원목 마루 바닥재와 화이트 컬러 대리석 등으로 밝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해 어머니의 취향을 만족시키고, 고양이 털에 의류가 오염되지 않도록 세탁기와 건조기를 드레스룸에 설치해 쾌적한 생활 환경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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