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for One - 나만의 공간에서 자아를 찾다 (2018.10)

Life Style for One
나만의 공간에서 자아를 찾다

취재 최윤정, 신은지

한 해가 무르익어 가는 계절. 문득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고 싶다면 당장 가까운 자신의 공간부터 찬찬히 들여다보자. 
집은 생각보다 더 솔직한 삶의 방식과 태도를 말해주고 있으니.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라는 어느 서점의 유명한 문구는 책이라는 단어를 공간으로 바꾸어도 의미가 통한다. 결국 사람과 공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를 완성한다. 특히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 집은 더욱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주거 공간은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을 넘어 한 사람을 온전히 드러내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인테리어 스타일이 눈을 사로잡는 요즘이지만, 우리에게는 트렌디한 디자인 이전에 일 상을 보듬어 줄 터전이 필요하다. 누구나 탐낼 법한 아름다운 집만큼이나 꼭 한 사람만을 위해 탄생한 공간 역시 매력적이다. 혼자만의 보금자리에 화려한 기교는 필요 없다. 유행이나 취향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입맛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대신 가족, 직업, 종교, 건강 등 자신의 가치관을 완벽하게 녹여낸 집은 뭉근히 끓여낸 음식처럼 깊은 맛을 선사한다. 이어서 소개할 주거 공간은 거주자의 삶을 그대로 투영해 마치 그 사람과 함께 머무는 것 같은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뚜렷한 라이프 스타일이 엿보이는 프로젝트를 통해 다채로운 삶의 풍경을 만나보자.



경건한 휴식
Church Residence in Hawthorn


Who is living in? 도시를 벗어나 명상적 생활을 추구한 5인 가족.

Design / DOHERTY DESIGN STUDIO·Mardi Doherty
Location / Melbourne, Victoria, Australia
Area / 300㎡
Photograph / Derek Swalwell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거주 중인 클라이언트 가족은 1930년대 지어진 교회를 새로운 터전 삼아 공간이 지닌 경건한 힘을 삶 속에서 받아들이고자 했다. 곳곳에 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와 3개 층을 아우르는 압도적 높이의 천장, 주위를 부드럽게 타고 흐르는 곡선과 아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리노베이션을 담당한 DOHERTY DESIGN STUDIO의 디자이너 Mardi Doherty는 도시 생활에 지쳐 이곳을 찾은 5인 가족에게 꼭 맞는 영혼의 안식처를 완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문제는 본래 건물 구조가 주거에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건축물이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전체 구조나 외관을 변경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디자이너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고, 디자인 요소에 통일감을 주어 자연스럽게 한계를 장점으로 승화했다. 첨탑을 연상시키는 격자 유리 도어 너머 간단한 독서나 휴식을 위한 전이 공간이 자리한다. 새하얀 벽면과 육각 패턴으로 섬세하게 가공한 마루 바닥으로 정갈한 인상을 전하는 공간은 견고한 우드 소재 데스크와 레드 컬러 프레임이 돋보이는 의자를 두어 중심을 잡았다. 특히 책상과 맞닿은 작은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오묘한 색채를 드리우며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한다.

심플하게 꾸민 거실은 컨템포러리 디자인 가구를 배치해 세련된 믹스 매치를 완성했다. 거실에서 1m 가량 높은 곳에 다이닝 룸을 마련했는데, 두 공간 사이를 잇는 대리석 소재 계단은 은은한 포인트를 더한다. 다이닝 룸의 핵심은 3개 층이 한눈에 들어오는 보이드 공간이다. 천장까지 길게 이어지는 3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더욱 영적인 풍경을 연출하며, 풍부한 햇살을 공간 구석까지 스며들게 한다.
주방은 집안 전반에서 볼 수 있는 우아한 곡선을 접목해 조화로운 이미지를 형성하고, 흑경과 브라스 소재로 감각적인 포인트를 살렸다.
2층 서재는 보이드 공간을 바라보는 위치에 빌트인 책상을 계획하고, 스윙 도어를 설치함으로써 채광과 환기 효과를 높였다. 바닥의 카펫과 도어는 올리브 컬러를 입혀 안정감 있는 무드를 전한다. 서재 맞은편은 그레이 컬러의 타원형 프리스탠딩 욕조를 두고 식물 데커레이션을 배치한 테라스 겸 스파공간이다. 따스한 햇살 아래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이곳은 클라이언트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 중 하나다. 테라스 옆 부부침실은 밝은 회색 빛의 석고 벽을 활용해 수도원 같은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로 완성했다.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는 낮은 천장은 모서리를 곡선으로 처리함으로써 전체 면적이 넓어 보이도록 보완했다. 또 부드럽게 이어진 벽면을 침대 옆 탁상까지 일체형으로 계획하고, 미니멀한 브래킷 조명을 설치해 간결한 매력을 강조했다.




행복의 공존
Cat House

Who is living in? 51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30대 부부.

Design / FANAF·Xin Jin
Location / Xuhui, Shanghai, China
Area / 31㎡
Photograph / Lei Zheng, Xiaowen Jin

유쾌한 추억을 선물하기도, 때로는 마음을 치유하기도 하는 반려동물. 하지만 달콤한 일상의 이면에는 또 다른 작은 생명과 함께 부대끼며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도 존재한다. 51마리 고양이와 함께 사는 Cat House의 클라이언트 부부는 FANAF 스튜디오를 만나기 전 10평 남짓 원룸에서 여기저기 흩날리는 고양이 털, 냄새에 뒤엉켜 시름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한 생활이지만, 비위생적인 환경은 클라이언트와 고양이 식구 모두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디자이너 Xin Jin은 이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사에 나섰다. 가장 시급한 것은 수십 마리 고양이들이 클라이언트의 삶을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공용 공간과 휴식 공간을 구분짓고, 그 안에서 다시 사람과 고양이 각자의 생활 영역을 나누었다. 입구와 반대편 끝이 멀리 떨어진 직사각형 평면을 활용해 입구 방향에 주방과 다이닝 공간, 거실 등 공용 공간을, 내부 깊은 곳에 침실과 고양이를 위한 중정을 계획했다. 마감재는 화이트 컬러와 밝은 우드 소재로 심플하게 연출함으로써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 겸 다이닝 공간은 폴딩도어를 설치해 필요에 따라 완벽히 구분할 수 있다. 또 거실 벽면에 가족의 개성을 표현한 흑백 아트워크를 장식함으로써 단조로운 공간에 발랄한 재치를 더했다.



단차를 높여 아늑하게 꾸민 침실과 중정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어 개방감을 주는 동시에 사람과 고양이의 생활 공간을 구분했다. 천창을 통해 풍부한 햇살을 들인 중정 가운데 나무 한 그루를 심어 생기 있는 시각적 효과는 물론 식물의 호흡을 통해 산소를 배출함으로써 건강한 공기를 제공한다. 가장자리를 따라 조약돌로 채운 물길이 흐르는데, 실내의 적정 습도를 맞추면서 고양이들이 언제나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중정 한편의 수납장은 칸마다 플라스틱 박스를 두어 캣타워 같은 놀이 공간으로 이용 가능하다. 아울러 천장에 그네를 매달아 클라이언트가 중정에서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여가 공간으로 완성했다. 특히 중정 앞 자투리 공간은 티 타임을 즐기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소박한 다도실을 조성함으로써 한층 여유로운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음악에 살다
동천동 주택


Who is living in?  금속 스피커 제작 회사 J&A acoustics의 대표와 그의 가족.

Design / 유오에스건축사사무소(주)
Location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로139번길 37-22
Area / 364㎡
Photograph / 이한울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룬 집은 든든한 열정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동천동 주택은 스피커 제작 회사 대표와 가족의 단란한 일상이 펼쳐지는 곳이다. 스피커를 개발하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디자이너는 합리적인 구조를 지닌 작업실을 만들어 집에서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도록 했다. 아울러 거주자가 선호하는 간결하고 내추럴한 공용 공간을 꾸려 가족과 함께 꿈꾸던 행복한 주거를 실현했다. 작업장이자 전시장인 동시에 안온한 휴식처로 자리하는 집은 삶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나지막한 언덕에 위치한 이 집은 경사를 활용한 프라이빗 정원과 선큰 테라스를 갖춰 여유로운 풍경을 그린다. 3개 층으로 구성한 건물은 화이트 톤 바탕에 블랙 컬러를 포인트로 깔끔한 미니멀 감성을 자극한다. 주차장과 연결된 지하로 들어서면 선큰으로 밝은 빛을 들인 작업 공간이 나타난다. ㄱ자형 내부는 스피커 제작실과 음악 감상실 등으로 구성되며, 환기와 제품 전시를 고려해 넓은 창을 설치했다. 널찍한 음악 감상실은 스피커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한 음향 설비와 편안한 좌석을 갖췄다. 컬러 패널을 설치해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가변형 파티션으로 응접실을 구획해 활용성을 높였다. 이외에 흡음 보드로 마감한 A/V룸까지 갖춰 더욱 세밀한 음질 테스트를 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1층으로 올라가면 가족의 화목한 삶을 담은 거실과 부엌이 나타난다. 노출 콘크리트와 짙은 그레이 컬러로 내부를 마감해 내추럴하면서 차분한 느낌을 살렸다. 특히 긴 수평 창과 깊은 처마를 설치함으로써 자연광을 충분히 들이는 동시에 사생활을 보호한 점이 돋보인다. 바닥에 단차를 두어 조성한 거실은 탁 트인 형태 덕분에 자유롭게활용할 수 있다. 산뜻한 우드로 포근한 느낌을 낸 2층은 서재와 개인 공간 등 한결 프라이빗하게 계획했다. 높은 천장에 큰 창을 낸 서재는 밝고 산뜻한 분위기로 일상을 포근히 보듬으며, 부부 침실과 자녀 방 등 개인 공간은 간결하고 콤팩트하게 구성해 잔잔한 쉼을 제공한다.



배려의 언어
Casa MAC


Who is living in?  밝음과 어두움의 구분이 가능한 시각장애인.

Design / So & So Studio
Location / Vicenza, Italy
Area / 232㎡
Photograph / Stefano Calgaro

꼭 맞는 옷처럼 자연스럽게 삶을 감싸는 집은 평화롭고 잔잔하게 일상을 함께한다. 시각장애인 클라이언트에게 오롯이 맞춘 Casa MAC은 당연하게 여겨질 법한 주거 요소를 독창적으로 매만져 유니버설 디자인 그 이상의 설계를 구현했다. 디자이너는 밝음과 어두움의 정도만 느끼는 클라이언트의 신체적 특성과 행동 패턴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관찰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직 클라이언트의 동선을 기준 삼아 복도와 실 배치를 계획하고, 바닥에 맵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따스한 배려를 곳곳에 녹였다.

화이트 컬러 바탕에 그레이 컬러로 수평을 그린 외관은 직선적이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간결한 콘셉트를 표현한다. 발길을 이끄는 일자 통로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내추럴 톤으로 편안하게 꾸민 내부가 나타난다. 평범한 주거처럼 보이지만 구성, 데커레이션 등 클라이언트 특성을 바탕으로 디테일을 매만졌다. 탁 트인 일자 복도로 침실, 화장실 등 모든 공간을 연결해 동선을 단순화했으며, 문턱을 없애고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안전한 이동을 돕는다. 화이트 톤 주조로 차분한 우드와 블랙컬러로 꾸몄는데, 특히 바닥재는 디자인 요소뿐 아니라 길을 인도하는 핵심 시스템 역할을 한다. 바닥재로 특수 기호를 형상화해 -자는 ‘정지’ , |자는 ‘앞으로 이동’ 등 움직임을 편리하게 돕는 다채로운 언어를 새겼다. 재질감이 두드러지는 스톤과 포세린 타일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발바닥의 촉각으로 내용을 인지하도록 유도했다. 아울러 원통형 스포트라이트를 직접 제작했는데, 이를 일렬로 배치해 방향성을 뚜렷이 드러냄으로써 쉽게 이동하도록 보조한다. 거주자만을 위한 언어로 가득한 Casa MAC은 일상을 따스하게 보듬는 다정한 친구 같은 존재로 자리한다.



영감을 공유하다
GREYCOUCH


Who is living in?  공간 브랜딩 회사 IDEACOUCH의 대표 디자이너.

Design / IDEACOUCH·류태현
Location /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9길 41
Area / 129.38㎡
Photograph / IDEACOUCH·류태현

바라는 모습을 자유로이 그려낼 수 있는 도화지 같은 공간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녀 흥미로운 상상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능력을 갖춘 공간 디자이너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거주자의 독특한 개성을 극대화한 협소주택 GREYCOUCH는 삶의 터전에 대한 영감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주거 프로젝트다. 공간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공간을 캔버스 삼아 지금껏 상상해온 유니크한 디자인 요소를 녹여냈다. 특히 작은 공간을 과감하게 분할하는 등 실험적인 구조로 협소주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층마다 다른 컬러와 패턴의 트렌디한 데커레이션은 디자이너의 활기찬 에너지를 고스란히 표현한다. 라이프 스타일이 오롯이 담긴 이 프로젝트는 렌탈 하우스로 전환 가능해 풍요로운 공간 경험을 공유하도록 계획했다. 다채로운 디자인적 시도가 담긴 주거 공간이 마치 쇼룸처럼 역할 하며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톡톡 튀는 영감을 전하는 것이다. 일상 속 창의적인 디자인을 함께 즐기는 이 집은 삶의 공간이 지닌 가치를 나누며 주거의 의미를 확장한다.
담담한 회색빛 외관은 러프한 시멘트 벽돌을 드러내 내추럴한 멋을 자아낸다. 삶이 펼쳐지는 내부 공간에 집중하기 위해 장식 요소를 덜어내고 최대한 간결하게 연출했다. 길쭉 솟은 건물은 총 4층으로 구성되며, 1층은 사무실로, 2층부터 4층은 주거로 이용된다. 주거 공간에 들어서면 좁은 면적을 짜임새 있게 구획한 감각적인 내부가 나타난다. 협소주택은 탁 트인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가장자리에 계단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중앙에 둠으로써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리하고 깔끔한 동선을 완성했다. 특히 시각적 단절감을 해소하기 위해 유리로 계단을 만든 점에서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밝은 톤으로 방문객을 화사하게 맞이하는 2층은 침실과 화장실로 이루어지며, 화이트 컬러로 통일한 침실은 부드러운 패브릭과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3층으로 올라가면 차분한 오렌지 컬러로 한결 아늑하게 연출한 커뮤니티 공간이 나타난다. 디자이너의 활발한 성격이 집약된 곳으로, 파티를 열거나 여가 생활을 하는 등 대부분의 일상 행위가 여기서 이루어진다. 계단을 기준 삼아 널찍한 소파로 채운 거실과 아일랜드 스타일의 주방으로 나뉘며, 독특한 패턴의 패브릭과 디자인 오브제, 아트워크를 더해 멋스럽게 연출했다. 천장을 높여 시원한 인상을 주는 4층은 자연광을 넉넉히 들여 편안한 쉼을 제공한다. 다른 층과 달리 블랙 컬러 주조에 싱그러운 식물 패턴을 포인트로 매치해 세련되게 데커레이션 한 점이 인상적이다. 일부 영역을 슬라이딩 도어로 구분하고 복층으로 만들어 공간 효율성을 높였으며, 빛이 드는 넓은 창 옆에 오픈 구조의 침실을 두어 한가한 정취를 만끽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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