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omfortable Wonderland
초대하고 싶은 집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상진
집으로 누군가를 초대할 때면 묘한 설렘이 인다.
편안한 공간에서 함께하는 동안 긴장이 풀려 평소에는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데다 내 세계를 고스란히 열어 보이는 일이 마음의 거리를 줄여주어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키기 때문이다.
깊고 진솔한 대화부터 짜릿한 홈 파티까지, 우리가 만나는 시간을 더 특별하게 해줄 집으로 초대한다.
요즘 약속을 잡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장소는 집이다. 물론 근사한 레스토랑,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 흥겨운 술집 등 외부 공간에서 친한 사람들과 만나는 일은 즐겁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하다 보면 문득 불안해지고,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면 소중한 만남이 아쉬움만 남긴 채 끝나버린다. 우리끼리만 함께할 수 있고 별다른 제약 없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찾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집으로 향하게 된다.
집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공간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누군가를 초대하고 사람들과 교류하기 가장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전통 한옥에 사랑방이 있어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했고, 17세기 유럽 저택에서도 살롱을 마련해 다양한 사람이 모여 예술,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했던 것처럼 말이다. 집에서 만나면 거주자와 손님 모두 바깥에서보다 훨씬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더러 거주자의 취향, 일상, 라이프스타일이 녹아 있는 공간을 경험하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된다. 거주자가 수집한 물건을 보며 취향을 공유하고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서로를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집은 한 사람을 오롯이 보여주는 공간이기에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하는 일은 자신을 좀 더 진솔하게 보여주겠다는 뜻이고 그만큼 상대방도 마음을 열게 돼 관계가 깊어지는 계기가 된다.
때로는 집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이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집은 일상과 휴식에 초점을 맞춘 공간, 외부는 다양한 활동이 있는 세계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집도 일, 운동, 엔터테인먼트 등 갖가지 외부 활동을 포용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거가 개인을 위한 복합 공간처럼 진화하는 지금, 집에서의 만남이 식사와 이야기에만 국한된다는 생각은 잊어도 좋다. 대형 스크린과 안락한 소파를 갖춘 집은 우리만의 영화관이 되어주고 사이버펑크 스타일로 연출한 집에서 함께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조금 더 흥미로운 만남을 원한다면 운동 장비를 구비해 함께 클라이밍이나 요가를 하며 활력을 나누고 거실 한편에 작은 DJ 부스를 설치해 클럽에 온 듯 자유롭고 이색적인 시간을 보내 보자. 갤러리나 편집숍처럼 꾸민 집은 취향을 공유하는 기쁨을 알게 해주고 포토존을 마련하거나 콘셉추얼하게 디자인한 집에서 사진을 찍으면 하루 동안의 파티가 평생 간직할 추억이 된다.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품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면서 더없이 흥미로운 공간이 된 집, 그래서 매일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어지는 집으로 찾아가 보자.
다양한 만남을 품은 집
Carnegie Hill Apartment
Design / MKCA
Location / Park Avenue, Manhattan, New York, USA
Area / 371㎡
Photograph / Max Burkhalter
Inviting for 격식 있는 만남부터 캐주얼한 파티까지 소중한 사람들이 모여 식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Space for Invite 집에서 다채로운 모임을 주최하도록 거실을 다양한 종류의 좌석으로 구성했으며 확장 가능한 테이블이 있는 다이닝 룸과 연결했다.
여럿이 나누는 음식과 술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 별것 아닌 대화에서도 웃음꽃이 피는 이유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한 근황부터 시작해 그동안 있었던 일들, 얼굴을 마주하고 털어놓고 싶었던 마음속 고민들까지 나누기에 만남의 시간은 짧게만 느껴진다. 소중한 사람을 집에 초대하는 이유도 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래도록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뉴욕에 위치한 Carnegie Hill Apartment는 여러 종류의 모임이 가능하도록 가구와 좌석 배치를 섬세하게 조정한 프로젝트다. 면적이 가장 넓은 거실을 손님들과 함께할 곳으로 단장했으며 모임 규모에 따라 사용하는 영역을 달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좌석 구성을 완성했다.
거실에 들어서면 벽난로 맞은편의 긴 소파가 눈에 띄는데 벽난로와 소파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많은 사람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즐길 곳으로 꾸몄다. 바로 옆 창가로는 벽을 따라 작은 원탁과 데이 베드를 각각 배치해 모임의 형태와 원하는 활동에 따라 다채로운 선택지를 누리게끔 연출했다. 창문 맞은편에는 골조를 따라 파고든 형태의 벽이 자리하는데 날개벽 속에 홈 바 장을 감춰두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술 한잔까지 곁들일 수 있다.
거실 바로 옆에 다이닝 룸을 만들어 휴식 및 오락 공간을 식사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했는데 두 공간을 미닫이문으로 구분하되 문이 벽 안에 숨겨지도록 설계해 거실에서 모인 손님들과 식사까지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동선을 완성했다. 다이닝 룸은 확장형 테이블 등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가구를 두어 인원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하도록 의도했다. 거주자의 개인 공간은 거실과 다이닝 맞은편에 구획하고 자녀 방과 연결된 별도의 거실을 만듦으로써 가족 간의 오붓한 시간을 즐길 공간까지 확보했다.
가장 친밀하고 창의적인 갤러리
West Village Walk-Up
Design / Garcé & Dimofski
Location / Greenwich Village, Manhattan, New York, USA
Area / 70㎡
Photograph / Sean Davidson
Inviting for 예술가들이 모여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고 예술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Space for Invite 집 전체를 갤러리로 바꿔 예술품을 산포하고 모임의 중심 공간인 거실을 예술적이면서 편안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종종 예술은 더없이 고독한 활동처럼 간주된다. 하지만 창작을 할 때 예술가가 자신의 내면에 천착해 영감을 발전시키는 과정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발견하고 사회의 흐름을 읽는 일이다. 특히 창작자 간의 교류는 예술을 더 넓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열어준다. 일례로 프랑스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와 교류하며 그림에 인상주의 기법을 담기 시작했고 카미유 피사로는 클로드 모네를 비롯한 동료 화가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동안 색조를 밝게 하는 등 화풍을 바꿔 나갔다. 이처럼 예술가들의 소통은 창의성을 자극하기에 살롱이나 카페처럼 화가, 문인 등이 모이는 장소는 새로운 예술의 발원지로 자리해왔다.
뉴욕의 West Village Walk-Up은 집 전체를 갤러리 겸 살롱으로 바꿔 예술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영감을 나누도록 한 프로젝트다. 디자이너 Olivier Garcé는 팬데믹으로 아트 페어, 갤러리 오프닝 등 예술 분야의 행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작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자신의 집을 예술을 위한 무대로 재탄생시켰다. 침실을 포함한 주거 내 모든 공간을 개방하고 자신과 동료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으며 거실은 안락한 라운지처럼 연출해 예술가들이 소통할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집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지어져 오래된 벽돌 벽과 나무 바닥이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현대 미술 작품들이 이 배경과 어우러지며 뜻밖의 매력을 발산한다. 회화, 조각, 디자인 가구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이 한데 모여 일반 갤러리에서 보기 어려운 색다른 공존이 이루어지는 점도 특징이다. 집 전체를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던 예술가들은 거실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예술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깊이 있는 토론을 하며 때로는 소규모 강의를 하거나 협업의 물꼬를 트는 등 다양한 교류를 통해 작품 세계를 넓혀 나가게 된다. 벽난로 앞과 창가에 각각 좌석을 마련했으며 벽난로 앞의 탁자와 의자는 모두 디자인 가구로 구성해 작품을 더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했다.
활력을 채우는 놀이터
APTO MUSA
Design / flipê arquitetura
Location / Itaim Bibi, São Paulo, Brazil
Area / 220㎡
Photograph / Carolina Lacaz
Inviting for 친구들과 클라이밍이나 게임을 즐기고 파티를 여는 등 다양한 레저 활동을 누린다.
Space for Invite 한 층을 모두 할애해 여가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룸을 마련했다.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면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 역동적인 활동을 원할 때는 시설을 갖춘 외부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안정감을 주는 집에서 보드게임이나 운동, 악기 연주 등을 하며 활발한 시간을 함께 보내면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줄어들어 즐거움이 배가되기도 한다.
브라질의 APTO MUSA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젊은 부부가 사는 집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다양한 취미를 즐길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많은 친구를 초대해 다이내믹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랐던 클라이언트를 위해 디자이너는 두 층 중 한 층 전체를 자유로운 여가 생활 공간으로 만들었다. 1층에는 거실, 주방, 침실 등 기본적인 영역을 마련하고 2층에 친구들과 파티를 열 수 있는 액티비티 영역을 구상했다. 2층은 중앙을 가로지르는 유리 벽으로 공간을 구획한 후 안쪽에 클라이밍 벽과 게임을 위한 원형 테이블, 커다란 소파를 두었으며 바깥쪽에는 실내 정원을 조성한 뒤 미니바와 자쿠지를 배치했다. 그중 클라이밍 벽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7m의 높은 벽에 클라이밍 홀드를 심어 짜릿한 경험을 누리는 놀이터로 가꾸었다. 아울러 실내 정원은 친구들과 클라이밍이나 게임을 하며 에너지를 발산하다가도 느긋하게 마음을 이완하는 곳이다. 큰 테이블과 미니 주방을 둔 미니바에서 술과 간식을 즐기거나 오픈된 공간에 배치한 자쿠지에서 야외 풍경을 바라보며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편 부부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인 1층은 거실과 주방을 개방적으로 구성해 여러 활동을 수용하는 너른 바탕을 완성했다. 여기에 소파, 벤치, 다이닝 테이블과 창가의 원형 테이블 등 다양한 좌석을 두어 다채로운 휴식 환경을조 성했다.
집으로 떠나는 소풍
JR House
Design / PASCALI SEMERDJIAN Arquitetos
Location / São Paulo, Brazil
Area / 480㎡
Photograph / Ricardo Bassetti
Inviting for 집이 선사하는 아늑함에 자연의 여유를 더해 소풍을 온 듯 싱그러운 만남을 함께한다.
Space for Invite 주방과 연결되는 테라스까지 다이닝 공간을 확장한 뒤 테이블 주위로 식물과 작은 풀장을 마련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기는 분위기를 완성했다.
자연 속에서의 만남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막혀 있던 공간을 벗어나 햇빛을 쬐고 풀과 나무를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경직되어 있던 마음이 풀어지면서 주변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게 된다. 푸른 자연에 집이 선사하는 편안함을 더하면 싱그러운 공기가 분위기까지 환기해 서로 부드럽게 교감하는 공간이 완성된다.
브라질에 위치한 JR House는 더 많은 사람과 즐거운 식사를 나누기 위한 특별한 다이닝 영역이 돋보이는 프로젝트다. 2층 주택은 주변 사람을 초대하는 일을 즐기는 부부를 위해 다이닝 영역을 넓게 구획하고 바로 옆의 테라스까지 기능을 확대했다. 커다란 유리 문을 실내와 테라스 다이닝 가운데에 설치함으로써 문을 열었을 때나 닫았을 때나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지는데 두 공간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되는 미닫이 형태를 선택했다. 테라스에는 규모가 큰 서브 부엌과 원형 테이블을 배치해 활용도를 높였는데 햇살 아래 빛나는 다양한 키의 식물과 작은 풀장이 자연 속으로 여행을 떠나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실내 다이닝 영역은 긴 식탁을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식탁 쪽 벽에는 서양 배 형태를 띤 벽장을 설치하고 주류와 칵테일 용품 등을 보관해 캐주얼한 홈 바를 완성했다. 소파가 있는 거실을 식탁 옆으로 구성해 식사 공간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의도했다. 2층에는 아이와 부부를 위한 침실이 자리하며 부부침실은 한쪽 모서리를 완전히 개방하고 테라스와 연결해 자연과 하나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일상에 스민 파티
Merchiston Crescent
Design / Sam Buckley
Location / Edinburgh, Scotland
Area / 30㎡(거실), 12㎡(침실)
Photograph / Alix McIntosh
Inviting for 파티 룸처럼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에서 홈 파티를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사진을 남긴다.
Space for Invite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패턴으로 공간을 채워 스튜디오 같은 배경을 연출했다.
친구들과 모여 홈 파티를 계획할 때면 행복한 시간을 오래도록 추억하거나 SNS에 공유하기 위해 사진을 더욱 예쁘게 찍을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콘셉트에 따라 드레스 코드를 맞추거나 집 안에 풍선을 다는 등 파티에 어울리는 데커레이션을 준비하며 비주얼 요소를 가다듬는데, 특히 스튜디오처럼 이색적이거나 화려한 공간을 마련하면 눈을 즐겁게 하면서 사진 한 장만으로도 그날의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다.
에든버러의 Merchiston Crescent는 다채롭고 역동적인 디자인 요소를 배경 삼아 감성을 자극하는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집이다. 컴퓨터 게임회사의 디자이너로 일하는 거주자는 그래픽 디자인과 팝 아트에 친숙했으며 강렬한 비주얼의 집을 원했다. 이에 디자이너는 그래픽 디자인의 예시와 아이디어를 담은 Unit Editions의 책 <Supergraphics>에서 모티브를 얻어 거주자의 취향을 담아낸 컬러풀한 집을 완성했다. 형형색색의 컬러를 기하학 요소로 매만져 환상적인 인상을 자아냈는데 특히 거실은 온통 알록달록한 빛깔과 패턴으로 가득 차 있어 어떤 구역이라도 포토 스팟이 된다. 벽은 하늘색, 천장은 분홍색으로 아울러 과감한 바탕을 마련하고 그 위에 옐로, 그린, 버건디 등 비비드한 컬러로 패턴을 그려 넣었다. 벽이나 문의 경계 없이 커다란 원을 덧대어 칠하거나 문 위에 삼각형 기호를 새기는 등 기하학 요소를 패턴화해 유희적 이미지를 조성했다. 특히 원과 아치를 내부 주요 디자인으로 활용했는데, 아치를 대칭으로 결합하고 자유로운 원을 더해 스타디움 모양을 나타내며 역동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바닥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카펫을 스타디움 디자인으로 제작해 아티스틱한 감각을 배가했으며 문손잡이 위아래의 푸시 플레이트도 같은 도형을 입혀 포인트를 살렸다. 아울러 벽 한 면의 동그란 거울에서부터 퍼져 나가는 듯 컬러를 중첩해 아치 페인팅을 완성하고 창에도 원통형 그림을 그리는 등 곡선 요소를 풍부하게 표현했다.
한편 침실은 휴식을 위한 공간이기에 콘셉트를 이어가되 컬러 톤을 섬세하게 조율했다. 녹색을 가미한 연한 회색으로 벽과 천장을 마감하고 하얀색 패턴을 입혀 은은한 바탕을 마련하고 비비드한 컬러의 가구를 두어 생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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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Comfortable Wonderland
초대하고 싶은 집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상진
집으로 누군가를 초대할 때면 묘한 설렘이 인다.
편안한 공간에서 함께하는 동안 긴장이 풀려 평소에는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데다 내 세계를 고스란히 열어 보이는 일이 마음의 거리를 줄여주어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키기 때문이다.
깊고 진솔한 대화부터 짜릿한 홈 파티까지, 우리가 만나는 시간을 더 특별하게 해줄 집으로 초대한다.
요즘 약속을 잡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장소는 집이다. 물론 근사한 레스토랑,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 흥겨운 술집 등 외부 공간에서 친한 사람들과 만나는 일은 즐겁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하다 보면 문득 불안해지고,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면 소중한 만남이 아쉬움만 남긴 채 끝나버린다. 우리끼리만 함께할 수 있고 별다른 제약 없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찾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집으로 향하게 된다.
집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공간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누군가를 초대하고 사람들과 교류하기 가장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전통 한옥에 사랑방이 있어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했고, 17세기 유럽 저택에서도 살롱을 마련해 다양한 사람이 모여 예술,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했던 것처럼 말이다. 집에서 만나면 거주자와 손님 모두 바깥에서보다 훨씬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더러 거주자의 취향, 일상, 라이프스타일이 녹아 있는 공간을 경험하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된다. 거주자가 수집한 물건을 보며 취향을 공유하고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서로를 더 친근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집은 한 사람을 오롯이 보여주는 공간이기에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하는 일은 자신을 좀 더 진솔하게 보여주겠다는 뜻이고 그만큼 상대방도 마음을 열게 돼 관계가 깊어지는 계기가 된다.
때로는 집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이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집은 일상과 휴식에 초점을 맞춘 공간, 외부는 다양한 활동이 있는 세계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집도 일, 운동, 엔터테인먼트 등 갖가지 외부 활동을 포용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거가 개인을 위한 복합 공간처럼 진화하는 지금, 집에서의 만남이 식사와 이야기에만 국한된다는 생각은 잊어도 좋다. 대형 스크린과 안락한 소파를 갖춘 집은 우리만의 영화관이 되어주고 사이버펑크 스타일로 연출한 집에서 함께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조금 더 흥미로운 만남을 원한다면 운동 장비를 구비해 함께 클라이밍이나 요가를 하며 활력을 나누고 거실 한편에 작은 DJ 부스를 설치해 클럽에 온 듯 자유롭고 이색적인 시간을 보내 보자. 갤러리나 편집숍처럼 꾸민 집은 취향을 공유하는 기쁨을 알게 해주고 포토존을 마련하거나 콘셉추얼하게 디자인한 집에서 사진을 찍으면 하루 동안의 파티가 평생 간직할 추억이 된다.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품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면서 더없이 흥미로운 공간이 된 집, 그래서 매일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어지는 집으로 찾아가 보자.
다양한 만남을 품은 집
Carnegie Hill Apartment
Design / MKCA
Location / Park Avenue, Manhattan, New York, USA
Area / 371㎡
Photograph / Max Burkhalter
Inviting for 격식 있는 만남부터 캐주얼한 파티까지 소중한 사람들이 모여 식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Space for Invite 집에서 다채로운 모임을 주최하도록 거실을 다양한 종류의 좌석으로 구성했으며 확장 가능한 테이블이 있는 다이닝 룸과 연결했다.
여럿이 나누는 음식과 술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 별것 아닌 대화에서도 웃음꽃이 피는 이유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한 근황부터 시작해 그동안 있었던 일들, 얼굴을 마주하고 털어놓고 싶었던 마음속 고민들까지 나누기에 만남의 시간은 짧게만 느껴진다. 소중한 사람을 집에 초대하는 이유도 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래도록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뉴욕에 위치한 Carnegie Hill Apartment는 여러 종류의 모임이 가능하도록 가구와 좌석 배치를 섬세하게 조정한 프로젝트다. 면적이 가장 넓은 거실을 손님들과 함께할 곳으로 단장했으며 모임 규모에 따라 사용하는 영역을 달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좌석 구성을 완성했다.
거실에 들어서면 벽난로 맞은편의 긴 소파가 눈에 띄는데 벽난로와 소파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많은 사람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즐길 곳으로 꾸몄다. 바로 옆 창가로는 벽을 따라 작은 원탁과 데이 베드를 각각 배치해 모임의 형태와 원하는 활동에 따라 다채로운 선택지를 누리게끔 연출했다. 창문 맞은편에는 골조를 따라 파고든 형태의 벽이 자리하는데 날개벽 속에 홈 바 장을 감춰두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술 한잔까지 곁들일 수 있다.
거실 바로 옆에 다이닝 룸을 만들어 휴식 및 오락 공간을 식사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했는데 두 공간을 미닫이문으로 구분하되 문이 벽 안에 숨겨지도록 설계해 거실에서 모인 손님들과 식사까지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동선을 완성했다. 다이닝 룸은 확장형 테이블 등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가구를 두어 인원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하도록 의도했다. 거주자의 개인 공간은 거실과 다이닝 맞은편에 구획하고 자녀 방과 연결된 별도의 거실을 만듦으로써 가족 간의 오붓한 시간을 즐길 공간까지 확보했다.
가장 친밀하고 창의적인 갤러리
West Village Walk-Up
Design / Garcé & Dimofski
Location / Greenwich Village, Manhattan, New York, USA
Area / 70㎡
Photograph / Sean Davidson
Inviting for 예술가들이 모여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고 예술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Space for Invite 집 전체를 갤러리로 바꿔 예술품을 산포하고 모임의 중심 공간인 거실을 예술적이면서 편안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종종 예술은 더없이 고독한 활동처럼 간주된다. 하지만 창작을 할 때 예술가가 자신의 내면에 천착해 영감을 발전시키는 과정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발견하고 사회의 흐름을 읽는 일이다. 특히 창작자 간의 교류는 예술을 더 넓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열어준다. 일례로 프랑스 화가 폴 세잔(Paul Cézanne)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와 교류하며 그림에 인상주의 기법을 담기 시작했고 카미유 피사로는 클로드 모네를 비롯한 동료 화가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동안 색조를 밝게 하는 등 화풍을 바꿔 나갔다. 이처럼 예술가들의 소통은 창의성을 자극하기에 살롱이나 카페처럼 화가, 문인 등이 모이는 장소는 새로운 예술의 발원지로 자리해왔다.
뉴욕의 West Village Walk-Up은 집 전체를 갤러리 겸 살롱으로 바꿔 예술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영감을 나누도록 한 프로젝트다. 디자이너 Olivier Garcé는 팬데믹으로 아트 페어, 갤러리 오프닝 등 예술 분야의 행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작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자신의 집을 예술을 위한 무대로 재탄생시켰다. 침실을 포함한 주거 내 모든 공간을 개방하고 자신과 동료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으며 거실은 안락한 라운지처럼 연출해 예술가들이 소통할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집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지어져 오래된 벽돌 벽과 나무 바닥이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현대 미술 작품들이 이 배경과 어우러지며 뜻밖의 매력을 발산한다. 회화, 조각, 디자인 가구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이 한데 모여 일반 갤러리에서 보기 어려운 색다른 공존이 이루어지는 점도 특징이다. 집 전체를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던 예술가들은 거실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예술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깊이 있는 토론을 하며 때로는 소규모 강의를 하거나 협업의 물꼬를 트는 등 다양한 교류를 통해 작품 세계를 넓혀 나가게 된다. 벽난로 앞과 창가에 각각 좌석을 마련했으며 벽난로 앞의 탁자와 의자는 모두 디자인 가구로 구성해 작품을 더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했다.
활력을 채우는 놀이터
APTO MUSA
Design / flipê arquitetura
Location / Itaim Bibi, São Paulo, Brazil
Area / 220㎡
Photograph / Carolina Lacaz
Inviting for 친구들과 클라이밍이나 게임을 즐기고 파티를 여는 등 다양한 레저 활동을 누린다.
Space for Invite 한 층을 모두 할애해 여가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룸을 마련했다.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면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 역동적인 활동을 원할 때는 시설을 갖춘 외부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안정감을 주는 집에서 보드게임이나 운동, 악기 연주 등을 하며 활발한 시간을 함께 보내면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줄어들어 즐거움이 배가되기도 한다.
브라질의 APTO MUSA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젊은 부부가 사는 집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다양한 취미를 즐길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많은 친구를 초대해 다이내믹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랐던 클라이언트를 위해 디자이너는 두 층 중 한 층 전체를 자유로운 여가 생활 공간으로 만들었다. 1층에는 거실, 주방, 침실 등 기본적인 영역을 마련하고 2층에 친구들과 파티를 열 수 있는 액티비티 영역을 구상했다. 2층은 중앙을 가로지르는 유리 벽으로 공간을 구획한 후 안쪽에 클라이밍 벽과 게임을 위한 원형 테이블, 커다란 소파를 두었으며 바깥쪽에는 실내 정원을 조성한 뒤 미니바와 자쿠지를 배치했다. 그중 클라이밍 벽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7m의 높은 벽에 클라이밍 홀드를 심어 짜릿한 경험을 누리는 놀이터로 가꾸었다. 아울러 실내 정원은 친구들과 클라이밍이나 게임을 하며 에너지를 발산하다가도 느긋하게 마음을 이완하는 곳이다. 큰 테이블과 미니 주방을 둔 미니바에서 술과 간식을 즐기거나 오픈된 공간에 배치한 자쿠지에서 야외 풍경을 바라보며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편 부부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인 1층은 거실과 주방을 개방적으로 구성해 여러 활동을 수용하는 너른 바탕을 완성했다. 여기에 소파, 벤치, 다이닝 테이블과 창가의 원형 테이블 등 다양한 좌석을 두어 다채로운 휴식 환경을조 성했다.
집으로 떠나는 소풍
JR House
Design / PASCALI SEMERDJIAN Arquitetos
Location / São Paulo, Brazil
Area / 480㎡
Photograph / Ricardo Bassetti
Inviting for 집이 선사하는 아늑함에 자연의 여유를 더해 소풍을 온 듯 싱그러운 만남을 함께한다.
Space for Invite 주방과 연결되는 테라스까지 다이닝 공간을 확장한 뒤 테이블 주위로 식물과 작은 풀장을 마련해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기는 분위기를 완성했다.
자연 속에서의 만남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막혀 있던 공간을 벗어나 햇빛을 쬐고 풀과 나무를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경직되어 있던 마음이 풀어지면서 주변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게 된다. 푸른 자연에 집이 선사하는 편안함을 더하면 싱그러운 공기가 분위기까지 환기해 서로 부드럽게 교감하는 공간이 완성된다.
브라질에 위치한 JR House는 더 많은 사람과 즐거운 식사를 나누기 위한 특별한 다이닝 영역이 돋보이는 프로젝트다. 2층 주택은 주변 사람을 초대하는 일을 즐기는 부부를 위해 다이닝 영역을 넓게 구획하고 바로 옆의 테라스까지 기능을 확대했다. 커다란 유리 문을 실내와 테라스 다이닝 가운데에 설치함으로써 문을 열었을 때나 닫았을 때나 시원한 개방감이 느껴지는데 두 공간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되는 미닫이 형태를 선택했다. 테라스에는 규모가 큰 서브 부엌과 원형 테이블을 배치해 활용도를 높였는데 햇살 아래 빛나는 다양한 키의 식물과 작은 풀장이 자연 속으로 여행을 떠나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실내 다이닝 영역은 긴 식탁을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식탁 쪽 벽에는 서양 배 형태를 띤 벽장을 설치하고 주류와 칵테일 용품 등을 보관해 캐주얼한 홈 바를 완성했다. 소파가 있는 거실을 식탁 옆으로 구성해 식사 공간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의도했다. 2층에는 아이와 부부를 위한 침실이 자리하며 부부침실은 한쪽 모서리를 완전히 개방하고 테라스와 연결해 자연과 하나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일상에 스민 파티
Merchiston Crescent
Design / Sam Buckley
Location / Edinburgh, Scotland
Area / 30㎡(거실), 12㎡(침실)
Photograph / Alix McIntosh
Inviting for 파티 룸처럼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에서 홈 파티를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사진을 남긴다.
Space for Invite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패턴으로 공간을 채워 스튜디오 같은 배경을 연출했다.
친구들과 모여 홈 파티를 계획할 때면 행복한 시간을 오래도록 추억하거나 SNS에 공유하기 위해 사진을 더욱 예쁘게 찍을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콘셉트에 따라 드레스 코드를 맞추거나 집 안에 풍선을 다는 등 파티에 어울리는 데커레이션을 준비하며 비주얼 요소를 가다듬는데, 특히 스튜디오처럼 이색적이거나 화려한 공간을 마련하면 눈을 즐겁게 하면서 사진 한 장만으로도 그날의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다.
에든버러의 Merchiston Crescent는 다채롭고 역동적인 디자인 요소를 배경 삼아 감성을 자극하는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집이다. 컴퓨터 게임회사의 디자이너로 일하는 거주자는 그래픽 디자인과 팝 아트에 친숙했으며 강렬한 비주얼의 집을 원했다. 이에 디자이너는 그래픽 디자인의 예시와 아이디어를 담은 Unit Editions의 책 <Supergraphics>에서 모티브를 얻어 거주자의 취향을 담아낸 컬러풀한 집을 완성했다. 형형색색의 컬러를 기하학 요소로 매만져 환상적인 인상을 자아냈는데 특히 거실은 온통 알록달록한 빛깔과 패턴으로 가득 차 있어 어떤 구역이라도 포토 스팟이 된다. 벽은 하늘색, 천장은 분홍색으로 아울러 과감한 바탕을 마련하고 그 위에 옐로, 그린, 버건디 등 비비드한 컬러로 패턴을 그려 넣었다. 벽이나 문의 경계 없이 커다란 원을 덧대어 칠하거나 문 위에 삼각형 기호를 새기는 등 기하학 요소를 패턴화해 유희적 이미지를 조성했다. 특히 원과 아치를 내부 주요 디자인으로 활용했는데, 아치를 대칭으로 결합하고 자유로운 원을 더해 스타디움 모양을 나타내며 역동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바닥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카펫을 스타디움 디자인으로 제작해 아티스틱한 감각을 배가했으며 문손잡이 위아래의 푸시 플레이트도 같은 도형을 입혀 포인트를 살렸다. 아울러 벽 한 면의 동그란 거울에서부터 퍼져 나가는 듯 컬러를 중첩해 아치 페인팅을 완성하고 창에도 원통형 그림을 그리는 등 곡선 요소를 풍부하게 표현했다.
한편 침실은 휴식을 위한 공간이기에 콘셉트를 이어가되 컬러 톤을 섬세하게 조율했다. 녹색을 가미한 연한 회색으로 벽과 천장을 마감하고 하얀색 패턴을 입혀 은은한 바탕을 마련하고 비비드한 컬러의 가구를 두어 생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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