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새롭게 디자인되는 공간 - Variable Space (2021.12)

매 순간 새롭게 디자인되는 공간
Variable Space

취재 한성옥

한번 완성된 공간에 변화를 주기란 쉽지 않다. 구조는커녕 가구 배치만 조금 바꿔보려 해도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 공간이 점점 유연해지고 있다. 한 사람에게 꼭 맞춘 주거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라이프스타일이 변하고 요구되는 공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작은 주거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거나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기 쉬운 가구, 가변적인 가구를 사용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상공간도 마찬가지다. 쇼핑 방식의 디지털화, 상공간의 융복합화 등 유통업계의 새로운 조류에 발맞추기 위해 필요한 대로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한다. 천장이나 벽 등 공간의 바탕과 일체화해 사용할 때만 꺼내는 가구는 공간을 손쉽게 확장하는데 기술을 활용해 한결 편리하며, 회전이나 이동이 가능한 벽체로 영역을 자유롭게 재편하기도 한다. 공간이 품는 삶과 콘텐츠에 대응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공간은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상상력을 자극해 또 다른 가능성을 싹틔운다.



집에 가능성을 부여하는 가구

bumblebee

Design / bumblebee
Photograph / bumblebee(표시된 이미지 외), NOISE

천장에 부착하는 모듈식 가구 시스템. 퀸 사이즈 침대, 수납함, 콘솔로 구성된 가구를 천장에 설치하고 필요할 때만 내려서 사용할 수 있다. 침대를 중심에 두고 그리드 형태로 제품을 배치해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며 목재를 화이트 오크, 소프트 화이트 두 가지 컬러로 마감할 수 있어 따스한 감성이 묻어난다. 기본 구성에 책상과 워크스테이션을 추가해 홈 오피스를 조성할 수도 있다. 기술을 통해 사용성을 높인 점이 돋보이는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음성 인식, 벽 패널로 작동 가능해 힘들거나 번거롭지 않으며 애플리케이션으로 수납함을 분류해 관리하고 물건을 미리 검색하는 기능도 있다. 시스템은 하부 공간이 비어 있을 때만 내려오도록 설계해 안전하다. 이 제품은 최근 BIG가 설계한 뉴욕의 공동 주거 건물 Smile의 일부 실에 설치되어 합리적인 공간 활용의 예를 보여주었다.



공간의 새로운 맥

Taipei Fine Arts Museum Store

Design / J.C. Architecture·Johnny Chiu, Nora Wang, Marisa Cheng, Ildar Gatin
Location / Taipei City, Taiwan
Area / 45㎡
Photograph / Kuomin Lee

Space
진열대를 자유롭게 돌려 공간의 흐름을 바꾸는 미술관 기념품 매장. 매장을 회전형 진열대로만 구성해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할 뿐 아니라 미술관의 상징적 오브제로 승화했다. 로비 모퉁이에 자리한 작은 매장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자 시각적 임팩트를 추구했는데, 미술관이 메타볼리즘 건축 양식으로 건설된 데 착안해 회전형 캔틸레버 진열대를 고안했다. 진열대 두 세트와 카운터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공간이지만 각각의 선반을 움직이며 다양한 풍경을 그릴 수 있어 미술관의 정체성을 발화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다.

Focus on Variability
메타볼리즘 건축에서 건물의 핵심 구조를 하중 지지 장치로 사용하는 방식을 적용해 하나의 축에 다섯 개의 긴 캔틸레버 선반을 적층한 진열대를 구상했다. 캔틸레버 선반을 휘돌려 역동적인 이미지를 끌어낼 수 있는데 진열대가 로비까지 뻗어 나가며 미술관의 풍경을 다채롭게 정의한다. 검은색 벽, 짙은 회색과 흰색이 섞인 대리석 바닥으로 감싸인 공간에서 새하얀 진열대가 시선을 응집한다. 천장은 흰색 아크릴 조명으로 덮어 진열대의 오브제적 성격을 강조했다.



공간의 입체화

Blue Bottle Coffee NEWoMan YOKOHAMA Cafe Stand

Design / Schemata Architects
Location / NEWoMan YOKOHAMA 1F,1-1-1 Minamisaiwai, Yokohama, Kanagawa, Japan
Area / 24.94㎡
Photograph / Takumi Ota

Space
쇼핑몰 외벽의 길고 좁은 공간을 카페로 탈바꿈했다. 요코하마역, 버스 터미널과 가까운 대형 쇼핑몰의 1층에 자리해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를 바탕으로 테이크아웃 전용매장을 계획했는데 벽에 수납하는 형태의 좌석을 고안해 손님이 유동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배려했다. 긴 직사각형 공간을 양분해 한쪽은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고 커피를 제공하는 카운터 영역으로, 다른 한쪽은 손님을 위한 휴게 영역으로 구성했다.

Focus on Variability
휴게 영역의 벽에 가구를 삽입해 좌석에 별도의 면적을 할애하지 않으면서 고객이 가볍게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벽과 일체화해 디자인한 탁자와 의자를 수납했다 꺼내 쓰는 방식으로 레일을 달아 사용성을 높였다. 카운터 영역에도 동일한 시스템을 적용해 상품 진열, 컨디먼트 바 등으로 쓰임새를 넓혔다. 거리에 면한 외벽을 활용하는 대신 아웃스윙 폴딩 유리 도어로 공간을 감쌌는데, 문이 열릴 때 양쪽으로 접히면서 1.2m가량 돌출돼 야외에서 카페의 장소성을 확보한다.



다양한 활동의 무대

THE PLAYHOUSE

Design / HARU KI OKU DESIGN+PAN-PROJECTS
Location / Tokyo, Japan
Area / 1,356㎡
Photograph / Kenji Seo(표시한 이미지 외), Crazy, Inc., HARU KI OKU DESIGN+PAN- PROJECTS

Space
패션의 거리로 불리는 도쿄 아오야마 지역에 위치한 3층 건물을 개조하면서 1, 2층의 패션 브랜드 매장에 가변적 솔루션을 적용한 프로젝트다. 팬데믹 이후 상업 활동의 중심이 가상 세계로 옮겨가는 흐름에 대응해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기능을 넘어 브랜드와 관련된 문화를 발견하고 경험하는 상점을 창조했다. 회전형 벽체를 설치해 콘텐츠에 따라 공간을 유연하게 재편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다양한 활동을 포용하는 매장 특성을 강조하고자 극장을 테마로 삼았는데 전면을 통창으로 마감한 뒤 3층부터 1층까지 내려오는 거대한 은색 커튼을 드리워 극적 연출을 꾀했다. 또한 입구 앞 공간을 아트리움으로 설계해 무대로 활용하도록 했다.

Focus on Variability
패션쇼, 워크숍, 콘서트,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자 360° 회전 가능한 벽체를 여러 개 설치해 필요할 때마다 구조를 변경하게 했다. 1층은 중앙을 제품 판매와 이벤트를 겸하는 공간으로 설정하고 회전형 벽을 비정형적으로 배치해 유연성을 높였다. 이벤트 구역이 아트리움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하면 더욱 폭넓은 활동이 가능하다. 회전형 벽은 진열 기능도 겸하는데 한 면은 금속 시트로 평평하게 마감해 제품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반대편은 합판에 금속 막대를 부착해 선반을 결합하도록 함으로써 실용성을 강화했다. 이 벽은 팝업숍처럼 사용할 수 있어 브랜드의 가능성도 확장한다. 매장과 바, 갤러리로 구성된 2층에서는 벽이 중앙 계단을 둘러싸듯 배치돼 전실 영역을 조성하며 공간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준다.



공간의 흐름을 조율하는 벽

Mumokuteki Concept Bookstore

Design / LUO studio
Location / 104-03, F1, Building 5, No.18 Yongrun Road, Haidian District, Beijing, China
Area / 479.1㎡
Photograph / Jin Weiqi

Space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책과 문화뿐 아니라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점. 전시를 비롯한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다양한 물건을 진열하기 위해 회전형 스크린 벽을 설치했다. 쇼핑몰 지하에 위치한 매장은 배관을 비롯한 설비가 복잡하게 노출돼 러프한 느낌이었는데 디자이너는 공간 본연의 모습을 살리고자 벽과 기둥의 코팅을 벗겨내 콘크리트의 질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짙은 회색을 칠해 투박하지만 순수한 표정을 끌어냈다. 집기도 소재와 형태를 단순화했으며 벽에 나무 선반과 금속 지지대로 구성된 서가를 구성해 인더스트리얼한 이미지를 배가했다.

Focus on Variability
입구와 맞은편 벽 사이의 구역 양옆에 회전형 스크린 벽을 세웠는데 다섯 개의 벽을 지그재그처럼 엇갈리게 배치해 공간의 개방감과 분절감을 조율했다. 공간을 완전히 열어 다인원 활동을 진행하거나 층층이 나누어 흥미로운 동선을 구축할 수도 있다. 일부 벽은 투명하게, 일부 벽은 반투명하게 제작해 공간에 연속성을 부여하면서 풍부한 감각을 이끌어냈으며 내부에 앵글 스틸 프로파일로 리벳으로 고정한 프레임 워크를 삽입해 공간의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벽이 책, 소품 등 각종 상품을 전시하는 역할도 겸하도록 널찍한 면에 구멍을 뚫어 나무 막대를 꽂거나 금속 선반을 조합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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