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윤기를 더하는 공간
PART 5. 현관, 전실, 베란다
취재 신은지
큰 존재감 없이 그저 스쳐 지나가듯 우리 곁을 지켜 온 공간이 있다. 현관, 전실, 그리고 베란다. 주거에서 부차적으로 여겨지던 영역이 최근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아파트가 주된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후, 집의 사소한 영역들은 평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라지거나 최소화되는 등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집을 꾸미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소외받던 공간이 오히려 개성을 나타내고 삶에 여유를 불어넣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현관과 전실은 단순히 집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거치는 기능 공간이 아니라 집의 시작점이자 첫인상을 전하는 주요한 영역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거주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집약해 개성적인 집의 얼굴로 역할 하며, 집에서 처음 발 딛는 공간인 만큼 스타일링에 신경 써 풍요로운 환대를 전한다. 한편으로는 주거에서 부족한 수납력을 충족하거나 위생 기능을 추가하고자 규모를 넓히고 보다 실용적인 레이아웃을 갖추려 노력한다. 다양한 성격을 아우르게 된 만큼 구조도 다채로워졌다. 간결하게 축소되어 거실이나 방 등에 영역을 내어주기보다, 과감하게 긴 통로를 살리거나 갤러리처럼 정돈하는 등 본연의 가치를 부각하는 시도가 나타난다.
베란다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때 확장 평면이 기본 옵션처럼 여겨져 베란다를 제거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에는 세탁, 청소 등을 위한 보조 공간 위주로 활용됐다면, 이제는 외부와 맞닿아 자연을 끌어들이며 집에 숨을 틔우는 소중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큼직한 베란다가 있는 집이나 풀과 나무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1층에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는 등 그 위상이 이전과는 다르다. 베란다를 개조해 식물을 전문적으로 가꾸는 온실을 만들거나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공간으로 삼아 나만의 캠핑장을 꾸미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때로는 창가에 테이블과 조명을 두어 은밀한 바처럼, 작은 욕조나 스파 기기를 두어 나만의 럭셔리 공간처럼 조성하는 등 아예 색다른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일상을 윤택하게 가꾸는 틈새 공간들. 집의시작과 끝을 알차게 완성하는 익숙한 공간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보자.
집이라는 세계를 열다
FT Apartment
Design / ZALC ARQUITETURA
Location / Brazil
Area / 150㎡
Photograph / Alexandre Disaro
How to Design 목재 격자 파티션으로 현관 주변을 완전히 감싸 이색적인 첫인상을 전한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의 설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온전히 나만을 기다려주는 소중한 공간이 펼쳐진다. 브라질의 주거 프로젝트 FT Apartment는 현관을 집의 시작이자 외부 세계와 강렬한 전환을 빚는 장소로 삼아 남다른 인테리어를 보여준다. 나아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오롯이 받아들인 실험적 평면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기능적인 아파트를 구현하고자 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부드러운 우드와 따스한 빛으로 둘러싸인 현관이 거주자를 맞이한다. 벽과 천장, 문까지 목재 격자 파티션으로 덮어 극적인 진입감을 형성했으며 이를 문 너머까지 연장해 집의 핵심적인 디자인 요소로 삼았다. 내부는 유연하게 확장되는 공용 공간과 구성원의 개성을 살리면서 프라이빗하게 마무리한 개인 공간으로 나뉜다. 특히 큰 창문을 지녀 환기가 원활한 구조를 살렸는데, 공용 공간에 격자 패널이나 미닫이문 등을 설치해 내부를 넓게 개방한 점이 인상적이다. 창을 따라 길게 배치한 주방은 격자 파티션을 세우고 식물을 풍성하게 식재했으며, 나란히 자리한 다이닝 영역의 펜던트에도 행잉 플랜트 기능을 더해 자유롭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부각했다. 탁 트인 거실에는 한 벽 전체에 그레이 컬러의 도보용 촉각 타일을 입혀 독특한 질감을 형성했다. 이 개성적인 벽면은 서브 거실처럼 활용되는 TV 룸까지 이어진다. 가족의 주요 모임 공간인 TV 룸은 멀티미디어 기기와 서재 가구를 동시에 배치해 함께 일하고 공부하거나 놀 수 있는 다목적 영역이다. 한편 개인실은 아기자기한 파스텔 컬러를 입히거나 아티스틱한 패턴을 더하는 등 디자인 변주를 주어 개성을 살렸다.
일상을 유연하게 뒷받침하다
서울숲푸르지오2차
Design / 플립360
Location / 서울특별시 성동구 금호로 17
Area / 113.7㎡
Photograph / 정우석
How to Design 현관 옆 자투리 공간을 창고 영역으로 탈바꿈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오래 머무르며 쉬는 공간인 집은 시각적 요소와 기능, 역할 등을 고루 아울러 편안하게 디자인 되어야 한다. 플립360이 설계한 서울숲푸르지오2차 프로젝트는 감각적일 뿐 아니라 편리한 동선, 수납 등 실용성도 놓치지 않은 유연한 집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Joseph Dirand가 디자인한 주택을 선호했던 거주자를 위해 디자이너는 프렌치 무드를 젊은 감성으로 해석해 모던한 아름다움을 가미했다. 또 장과 창고 등을 은밀하게 신설해 수납공간이 부족한 확장형 평면의 단점을 극복했다.
내부는 깔끔한 화이트 컬러와 묵직한 목재 마루 위주로 구성해 차분한 조화를 이룬다. 실용성을 높인 현관은 벽 일부에 벤치를 설치하고 넉넉한 크기의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창 너머 푸르른 전경이 비치는 거실이 나타난다. 거실은 벽난로를 중심으로 하부장과 전시대를 한 면 가득 갖춰 가족의 취향을 밀도 있게 보여주며, 정갈한 웨인스코팅을 곁들여 콘셉트를 집약했다. 마주한 주방은 가전의 미니멀한 실루엣에 맞춰 가구를 간결한 라인으로 정돈했다. 부부 침실, 아이 방 등 개인 공간 역시 모던한 미감을 이어가는데, 그중 거주자 직업을 고려한 미팅실 겸 업무실에 특별히 신경 썼다. 피로감을 원활히 해소하기 위해 정원에 나갈 수 있는 길을 조성했으며 거실과 쉽게 오가도록 메인 출입구의 위치를 조정했다. 방 안에는 화상 회의를 위한 TV와 3단 무지주 선반 등을 배치해 편리하다.
자연과 집이 연결되는 곳
Casa f(x)
Design / ad-hoc arquitectura y territorio
Location / Barrio de Santa María de Gracia, Murcia, Spain
Area / 134㎡
Photograph / David Frutos
How to Design 전실을 입체적인 구조로 설계하고 강렬한 색과 식물을 더해 집의 핵심 공간으로 승화했다.
전실은 현관의 일부나 마중 공간으로만 활약하지 않는다. 내외부를 가르는 경계를 확장해 작은 마당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Casa f(x)는 감각을 풍요롭게 하는 맥시멀한 시각 요소와 식물을 토대로 전실의 기능과 디자인을 극대화한 집이다. 현관문을 열면 다각형 여러 개가 이어진 반투명한 면이 벽과 천장을 아우르며, 채도 높은 옐로와 그린 컬러가 넓게 펼쳐져 생동감을 자아낸다. 곳곳에 식물을 놓아 정원처럼 사용할 뿐 아니라 다채로운 구조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복도 끝에 다다르면 넓게 통합한 공용 공간이 나타나는데, 전실과 달리 화이트 컬러를 기반으로 차분하게 마무리했으며 벽과 가구도 한결 모던하게 가다듬었다. 공용 공간은 내부를 효과적으로 구획하면서도 적절한 개방감과 연결성을 유지하려 힘썼다. 이에 주방과 다이닝 공간은 긴 벽을 기준으로 나누었으며 탁 트인 거실에는 서재, 수납공간 등 복합적인 기능을 부여했다. 아울러 간결하게 구성한 개인실 중 아이 방은 독특한 구획으로 주목할 만하다. 긴 직사각형 평면의 중앙을 슬라이딩 도어로 분리할 수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공존의 공간
야탑동 삼정빌라
Design / 콜라사이다디자인
Location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Area / 178.51㎡
Photograph / 손금희
How to Design 베란다에 고양이 전용 가구와 좌석을 마련해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공간을 이루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의 공간을 재편해 완성한 단 하나뿐인 보금자리. 라이프스타일이 명확할수록 집에는 찬란한 개성이 깃든다. 거주자의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담아낸 야탑동 삼정빌라는 독특한 컬러 콘셉트와 반려동물을 고려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메인 컬러로 그린과 핑크를 채택하고 다양한 색상을 조합해 생기가 가득하며, 시원한 창밖 뷰가 비치는 베란다는 고양이의 주생활 영역으로 내주어 배려심이 느껴진다. 농밀한 레드 톤으로 치장한 현관은 웨인스코팅을 더해 더욱 럭셔리하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비스듬히 올라간 역동적인 천장 아래 시원한 청록색으로 통일한 거실이 나타난다. 베란다는 윈도우 시트로 한 면을 넉넉하게 채웠는데, 특히 시트 가장자리와 안쪽에 고양이를 위한 가구 시스템을 마련한 점이 인상적이다. 옆에 자리한 주방은 슬라이딩 도어로 완전히 구분함으로써 요리를 즐기는 거주자가 공간을 더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천장과 벽에 파스텔 톤의 핑크가 녹아들어 부드러운 분위기를 그리는 가운데 알록달록한 펜던트 조명과 아트워크가 어우러져 활기차다. 개인 공간도 마찬가지로 그린과 핑크를 다양하게 변주해 비비드한 멋을 자아내며, 각 방 벽지의 포인트 컬러에 영감을 받아 도어 색을 서로 다르게 한 점이 재미있다.
자연이 흘러드는 정원
CR Apartment
Design / PASCALI SEMERDJIAN Arquitetos
Location / São Paulo, Brazil
Area / 290㎡
Photograph / Ricardo Bassetti
How to Design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한 베란다를 식물로 가득 채우고 창으로 오픈해 자연의 기운이 집에 스며든다.
회색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일수록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이 더 간절한 법. CR Apartment은 단독 주택 같은 아파트를 꿈꿔온 젊은 부부의 집으로, 베란다를 적극 활용하고 과감하게 개방해 자연을 공간 깊이 끌어들였다. 러프한 콘크리트 벽체가 드러나는 내부는 서늘하고 자유로운 감각을 자아내는데, 거실과 방 등 오래 머무르는 공간에는 하얀색 마감을 더해 산뜻하게 가다듬었다. 그중 거실은 널찍한 공간감과 내추럴한 우드 소재, 낮고 편안한 실루엣의 가구가 어우러져 한가로운 인상을 높인다. 거실과 맞닿은 베란다는 열대 식물을 가득 들이면서 다이닝 영역의 역할을 흡수해 자연 속 커뮤니티 공간으로 부상했다. 특히 거실과 베란다 사이에 이어지는 큼직한 창은 미닫이 형태로 제작돼 완전한 개폐가 가능하며, 창문을 모두 열면 거실까지 외부로 확장돼 구조가 무척 다채롭다. 각 방 역시 창이 넓거나 베란다와 통합하는 형태로 계획해 넉넉한 풍경과 채광이 강점이다. 마스터 침실은 독서 라운지, 워크 스테이션, 파우더 룸과 넓게 통합됐으며, 마스터 욕실은 개방적구조를 지녀 유리창을 통해 욕조와 베란다가 연결된다.
유연한 연결고리
Apartamento Ipojuca
Design / Balaio Arquitetura
Location / São Paulo, Brazil
Area / 160㎡
Photograph / Manuel Sá
How to Design 베란다가 거실과 주방 사이에 콤팩트하게 배치돼 멀티 룸처럼 기능한다.
베란다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영역이다. 멀찍이 떨어진 외부 공간이 아니라 내부 공간의 일부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Apartamento Ipojuca 프로젝트는 베란다를 실내와 연결성 있게 풀어내 주 생활 공간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보완하게 만든 집이다.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와 화이트 컬러 위주로 전개하되 우드를 접목해 자연스러우면서도 깔끔한 미감을 갖췄다. 공간 중심이 되는 거실은 패브릭 소파와 행잉 체어를 설치해 편안한 레이아웃을 이루며, 주방과 경계부에 가벼운 라인의 TV 거치대를 세워 개방적인 공간감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반면 주방은 바닥과 아일랜드를 검게 칠하고 천장을 낮춘 후 우드로 마감해 안정적인 영역성을 부여했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 자리한 베란다는 각 공용 영역의 기능을 조금씩 이어받은 점이 독특하다. 편안한 소파 좌석과 간단한 주방 시스템을 갖춰 이용성을 높인 것이다. 콘크리트를 부각해 한결 러프하게 연출한 공간 아래 무심히 놓인 집기가 어우러져 캐주얼한 아웃도어 무드를 그린다. 한편 개인 공간은 바닥과 가구 등을 아울러 다른 영역보다 우드 소재를 강조해 아늑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공간의 재구성
Wonderwall
Design / Studio In2
Location / Taipei City, Taiwan
Area / 145㎡
Photograph / Jackal Liu
How to Design 가장자리에 벽을 세워 통로형 베란다를 형성하고 참신한 공간감을 만들었다.
공간의 구조와 역할을 규정짓지 않는 열린 시선. 고정관념을 떨친 마음으로 집을 들여다보면 집 역시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풍경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Wonderwall은 그 이름처럼 경계와 벽 구조에 대해 색다르게 접근함으로써 공간을 감싼 듯한 통로형 베란다를 구성한 집이다. 은퇴한 부부가 살아가는 집인 만큼 관리하기 편하도록 깔끔하게 정돈하면서 삶에 여유를 더하는 풍경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건물의 구조적 장점인 3면에 연속되는 창가와 그 너머로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내부는 차분한 화이트와 뉴트럴 톤이 흐르는 가운데 채도가 낮고 옅은 우드가 넓은 면을 이루어 그윽한 아름다움을 풍긴다. 특히 이 우드 소재가 중심이 되어 실내외를 가르는 벽으로 자리하는데, 창틀이나 문 없이 중간을 담백하게 비워 둔 형태로 풍경을 액자처럼 편안하게 담아낸다. 또 전체 구조에 레이어를 더함으로써 풍부한 공간감을 조성하며 통로, 선반 등 여러 기능 요소를 반영해 편리하다. 이 밖에 곡면 천장 위를 펜던트 조명으로 교차하거나 격자 벽 일부를 언밸런스하게 비워내는 등 예술적 언어를 접목해 우아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COPYRIGHT 2021.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일상에 윤기를 더하는 공간
PART 5. 현관, 전실, 베란다
취재 신은지
큰 존재감 없이 그저 스쳐 지나가듯 우리 곁을 지켜 온 공간이 있다. 현관, 전실, 그리고 베란다. 주거에서 부차적으로 여겨지던 영역이 최근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아파트가 주된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후, 집의 사소한 영역들은 평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라지거나 최소화되는 등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집을 꾸미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소외받던 공간이 오히려 개성을 나타내고 삶에 여유를 불어넣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현관과 전실은 단순히 집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거치는 기능 공간이 아니라 집의 시작점이자 첫인상을 전하는 주요한 영역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거주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집약해 개성적인 집의 얼굴로 역할 하며, 집에서 처음 발 딛는 공간인 만큼 스타일링에 신경 써 풍요로운 환대를 전한다. 한편으로는 주거에서 부족한 수납력을 충족하거나 위생 기능을 추가하고자 규모를 넓히고 보다 실용적인 레이아웃을 갖추려 노력한다. 다양한 성격을 아우르게 된 만큼 구조도 다채로워졌다. 간결하게 축소되어 거실이나 방 등에 영역을 내어주기보다, 과감하게 긴 통로를 살리거나 갤러리처럼 정돈하는 등 본연의 가치를 부각하는 시도가 나타난다.
베란다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때 확장 평면이 기본 옵션처럼 여겨져 베란다를 제거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에는 세탁, 청소 등을 위한 보조 공간 위주로 활용됐다면, 이제는 외부와 맞닿아 자연을 끌어들이며 집에 숨을 틔우는 소중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큼직한 베란다가 있는 집이나 풀과 나무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1층에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는 등 그 위상이 이전과는 다르다. 베란다를 개조해 식물을 전문적으로 가꾸는 온실을 만들거나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공간으로 삼아 나만의 캠핑장을 꾸미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때로는 창가에 테이블과 조명을 두어 은밀한 바처럼, 작은 욕조나 스파 기기를 두어 나만의 럭셔리 공간처럼 조성하는 등 아예 색다른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일상을 윤택하게 가꾸는 틈새 공간들. 집의시작과 끝을 알차게 완성하는 익숙한 공간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보자.
집이라는 세계를 열다
FT Apartment
Design / ZALC ARQUITETURA
Location / Brazil
Area / 150㎡
Photograph / Alexandre Disaro
How to Design 목재 격자 파티션으로 현관 주변을 완전히 감싸 이색적인 첫인상을 전한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의 설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온전히 나만을 기다려주는 소중한 공간이 펼쳐진다. 브라질의 주거 프로젝트 FT Apartment는 현관을 집의 시작이자 외부 세계와 강렬한 전환을 빚는 장소로 삼아 남다른 인테리어를 보여준다. 나아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오롯이 받아들인 실험적 평면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기능적인 아파트를 구현하고자 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부드러운 우드와 따스한 빛으로 둘러싸인 현관이 거주자를 맞이한다. 벽과 천장, 문까지 목재 격자 파티션으로 덮어 극적인 진입감을 형성했으며 이를 문 너머까지 연장해 집의 핵심적인 디자인 요소로 삼았다. 내부는 유연하게 확장되는 공용 공간과 구성원의 개성을 살리면서 프라이빗하게 마무리한 개인 공간으로 나뉜다. 특히 큰 창문을 지녀 환기가 원활한 구조를 살렸는데, 공용 공간에 격자 패널이나 미닫이문 등을 설치해 내부를 넓게 개방한 점이 인상적이다. 창을 따라 길게 배치한 주방은 격자 파티션을 세우고 식물을 풍성하게 식재했으며, 나란히 자리한 다이닝 영역의 펜던트에도 행잉 플랜트 기능을 더해 자유롭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부각했다. 탁 트인 거실에는 한 벽 전체에 그레이 컬러의 도보용 촉각 타일을 입혀 독특한 질감을 형성했다. 이 개성적인 벽면은 서브 거실처럼 활용되는 TV 룸까지 이어진다. 가족의 주요 모임 공간인 TV 룸은 멀티미디어 기기와 서재 가구를 동시에 배치해 함께 일하고 공부하거나 놀 수 있는 다목적 영역이다. 한편 개인실은 아기자기한 파스텔 컬러를 입히거나 아티스틱한 패턴을 더하는 등 디자인 변주를 주어 개성을 살렸다.
일상을 유연하게 뒷받침하다
서울숲푸르지오2차
Design / 플립360
Location / 서울특별시 성동구 금호로 17
Area / 113.7㎡
Photograph / 정우석
How to Design 현관 옆 자투리 공간을 창고 영역으로 탈바꿈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오래 머무르며 쉬는 공간인 집은 시각적 요소와 기능, 역할 등을 고루 아울러 편안하게 디자인 되어야 한다. 플립360이 설계한 서울숲푸르지오2차 프로젝트는 감각적일 뿐 아니라 편리한 동선, 수납 등 실용성도 놓치지 않은 유연한 집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Joseph Dirand가 디자인한 주택을 선호했던 거주자를 위해 디자이너는 프렌치 무드를 젊은 감성으로 해석해 모던한 아름다움을 가미했다. 또 장과 창고 등을 은밀하게 신설해 수납공간이 부족한 확장형 평면의 단점을 극복했다.
내부는 깔끔한 화이트 컬러와 묵직한 목재 마루 위주로 구성해 차분한 조화를 이룬다. 실용성을 높인 현관은 벽 일부에 벤치를 설치하고 넉넉한 크기의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창 너머 푸르른 전경이 비치는 거실이 나타난다. 거실은 벽난로를 중심으로 하부장과 전시대를 한 면 가득 갖춰 가족의 취향을 밀도 있게 보여주며, 정갈한 웨인스코팅을 곁들여 콘셉트를 집약했다. 마주한 주방은 가전의 미니멀한 실루엣에 맞춰 가구를 간결한 라인으로 정돈했다. 부부 침실, 아이 방 등 개인 공간 역시 모던한 미감을 이어가는데, 그중 거주자 직업을 고려한 미팅실 겸 업무실에 특별히 신경 썼다. 피로감을 원활히 해소하기 위해 정원에 나갈 수 있는 길을 조성했으며 거실과 쉽게 오가도록 메인 출입구의 위치를 조정했다. 방 안에는 화상 회의를 위한 TV와 3단 무지주 선반 등을 배치해 편리하다.
자연과 집이 연결되는 곳
Casa f(x)
Design / ad-hoc arquitectura y territorio
Location / Barrio de Santa María de Gracia, Murcia, Spain
Area / 134㎡
Photograph / David Frutos
How to Design 전실을 입체적인 구조로 설계하고 강렬한 색과 식물을 더해 집의 핵심 공간으로 승화했다.
전실은 현관의 일부나 마중 공간으로만 활약하지 않는다. 내외부를 가르는 경계를 확장해 작은 마당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Casa f(x)는 감각을 풍요롭게 하는 맥시멀한 시각 요소와 식물을 토대로 전실의 기능과 디자인을 극대화한 집이다. 현관문을 열면 다각형 여러 개가 이어진 반투명한 면이 벽과 천장을 아우르며, 채도 높은 옐로와 그린 컬러가 넓게 펼쳐져 생동감을 자아낸다. 곳곳에 식물을 놓아 정원처럼 사용할 뿐 아니라 다채로운 구조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복도 끝에 다다르면 넓게 통합한 공용 공간이 나타나는데, 전실과 달리 화이트 컬러를 기반으로 차분하게 마무리했으며 벽과 가구도 한결 모던하게 가다듬었다. 공용 공간은 내부를 효과적으로 구획하면서도 적절한 개방감과 연결성을 유지하려 힘썼다. 이에 주방과 다이닝 공간은 긴 벽을 기준으로 나누었으며 탁 트인 거실에는 서재, 수납공간 등 복합적인 기능을 부여했다. 아울러 간결하게 구성한 개인실 중 아이 방은 독특한 구획으로 주목할 만하다. 긴 직사각형 평면의 중앙을 슬라이딩 도어로 분리할 수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공존의 공간
야탑동 삼정빌라
Design / 콜라사이다디자인
Location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Area / 178.51㎡
Photograph / 손금희
How to Design 베란다에 고양이 전용 가구와 좌석을 마련해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공간을 이루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의 공간을 재편해 완성한 단 하나뿐인 보금자리. 라이프스타일이 명확할수록 집에는 찬란한 개성이 깃든다. 거주자의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담아낸 야탑동 삼정빌라는 독특한 컬러 콘셉트와 반려동물을 고려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메인 컬러로 그린과 핑크를 채택하고 다양한 색상을 조합해 생기가 가득하며, 시원한 창밖 뷰가 비치는 베란다는 고양이의 주생활 영역으로 내주어 배려심이 느껴진다. 농밀한 레드 톤으로 치장한 현관은 웨인스코팅을 더해 더욱 럭셔리하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비스듬히 올라간 역동적인 천장 아래 시원한 청록색으로 통일한 거실이 나타난다. 베란다는 윈도우 시트로 한 면을 넉넉하게 채웠는데, 특히 시트 가장자리와 안쪽에 고양이를 위한 가구 시스템을 마련한 점이 인상적이다. 옆에 자리한 주방은 슬라이딩 도어로 완전히 구분함으로써 요리를 즐기는 거주자가 공간을 더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천장과 벽에 파스텔 톤의 핑크가 녹아들어 부드러운 분위기를 그리는 가운데 알록달록한 펜던트 조명과 아트워크가 어우러져 활기차다. 개인 공간도 마찬가지로 그린과 핑크를 다양하게 변주해 비비드한 멋을 자아내며, 각 방 벽지의 포인트 컬러에 영감을 받아 도어 색을 서로 다르게 한 점이 재미있다.
자연이 흘러드는 정원
CR Apartment
Design / PASCALI SEMERDJIAN Arquitetos
Location / São Paulo, Brazil
Area / 290㎡
Photograph / Ricardo Bassetti
How to Design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한 베란다를 식물로 가득 채우고 창으로 오픈해 자연의 기운이 집에 스며든다.
회색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일수록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이 더 간절한 법. CR Apartment은 단독 주택 같은 아파트를 꿈꿔온 젊은 부부의 집으로, 베란다를 적극 활용하고 과감하게 개방해 자연을 공간 깊이 끌어들였다. 러프한 콘크리트 벽체가 드러나는 내부는 서늘하고 자유로운 감각을 자아내는데, 거실과 방 등 오래 머무르는 공간에는 하얀색 마감을 더해 산뜻하게 가다듬었다. 그중 거실은 널찍한 공간감과 내추럴한 우드 소재, 낮고 편안한 실루엣의 가구가 어우러져 한가로운 인상을 높인다. 거실과 맞닿은 베란다는 열대 식물을 가득 들이면서 다이닝 영역의 역할을 흡수해 자연 속 커뮤니티 공간으로 부상했다. 특히 거실과 베란다 사이에 이어지는 큼직한 창은 미닫이 형태로 제작돼 완전한 개폐가 가능하며, 창문을 모두 열면 거실까지 외부로 확장돼 구조가 무척 다채롭다. 각 방 역시 창이 넓거나 베란다와 통합하는 형태로 계획해 넉넉한 풍경과 채광이 강점이다. 마스터 침실은 독서 라운지, 워크 스테이션, 파우더 룸과 넓게 통합됐으며, 마스터 욕실은 개방적구조를 지녀 유리창을 통해 욕조와 베란다가 연결된다.
유연한 연결고리
Apartamento Ipojuca
Design / Balaio Arquitetura
Location / São Paulo, Brazil
Area / 160㎡
Photograph / Manuel Sá
How to Design 베란다가 거실과 주방 사이에 콤팩트하게 배치돼 멀티 룸처럼 기능한다.
베란다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영역이다. 멀찍이 떨어진 외부 공간이 아니라 내부 공간의 일부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Apartamento Ipojuca 프로젝트는 베란다를 실내와 연결성 있게 풀어내 주 생활 공간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보완하게 만든 집이다.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와 화이트 컬러 위주로 전개하되 우드를 접목해 자연스러우면서도 깔끔한 미감을 갖췄다. 공간 중심이 되는 거실은 패브릭 소파와 행잉 체어를 설치해 편안한 레이아웃을 이루며, 주방과 경계부에 가벼운 라인의 TV 거치대를 세워 개방적인 공간감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반면 주방은 바닥과 아일랜드를 검게 칠하고 천장을 낮춘 후 우드로 마감해 안정적인 영역성을 부여했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 자리한 베란다는 각 공용 영역의 기능을 조금씩 이어받은 점이 독특하다. 편안한 소파 좌석과 간단한 주방 시스템을 갖춰 이용성을 높인 것이다. 콘크리트를 부각해 한결 러프하게 연출한 공간 아래 무심히 놓인 집기가 어우러져 캐주얼한 아웃도어 무드를 그린다. 한편 개인 공간은 바닥과 가구 등을 아울러 다른 영역보다 우드 소재를 강조해 아늑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공간의 재구성
Wonderwall
Design / Studio In2
Location / Taipei City, Taiwan
Area / 145㎡
Photograph / Jackal Liu
How to Design 가장자리에 벽을 세워 통로형 베란다를 형성하고 참신한 공간감을 만들었다.
공간의 구조와 역할을 규정짓지 않는 열린 시선. 고정관념을 떨친 마음으로 집을 들여다보면 집 역시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풍경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Wonderwall은 그 이름처럼 경계와 벽 구조에 대해 색다르게 접근함으로써 공간을 감싼 듯한 통로형 베란다를 구성한 집이다. 은퇴한 부부가 살아가는 집인 만큼 관리하기 편하도록 깔끔하게 정돈하면서 삶에 여유를 더하는 풍경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건물의 구조적 장점인 3면에 연속되는 창가와 그 너머로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내부는 차분한 화이트와 뉴트럴 톤이 흐르는 가운데 채도가 낮고 옅은 우드가 넓은 면을 이루어 그윽한 아름다움을 풍긴다. 특히 이 우드 소재가 중심이 되어 실내외를 가르는 벽으로 자리하는데, 창틀이나 문 없이 중간을 담백하게 비워 둔 형태로 풍경을 액자처럼 편안하게 담아낸다. 또 전체 구조에 레이어를 더함으로써 풍부한 공간감을 조성하며 통로, 선반 등 여러 기능 요소를 반영해 편리하다. 이 밖에 곡면 천장 위를 펜던트 조명으로 교차하거나 격자 벽 일부를 언밸런스하게 비워내는 등 예술적 언어를 접목해 우아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COPYRIGHT 2021.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