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공간
PART 4. 욕실
취재 신은지
“인류의 역사는 화장실의 역사다.” 프랑스의 작가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가 한 말이다. 화장실의 변화과정을 하나씩 짚어보면 시대마다 인류가 추구했던 가치와 생활 방식이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다. 지금은 위생과 샤워, 스파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욕실의 모습이 당연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물론 위생문제에 대해 당대 사람들은 나름의 해결책을 제안해왔으나, 현대 이전 잘 갖춰진 화장실은 찾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프라이버시와 안전성, 편안함 등의 가치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욕실이 집 안에 들어온 것은 정말 오래지 않았다. 뒷간이라는 이름으로 집의 바운더리 바깥에 있었으며 씻는 기능마저도 자연이 담당하곤 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화장실은 필수불가결한 공간이지만 꽤 긴 시간 동안 부차적으로만 다뤄져 왔다. 이러한 화장실과 욕실이 오늘날에는 휴식과 힐링의 공간으로 각광받는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이는 삶에 대한 가치관이 급격히 성장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현대의 욕실 문화는 기나긴 인류 역사, 그리고 공간사에서 아주 의미 깊은 순간을 지나는 중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욕실은 한때 집의 오점이었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럭셔리를 증명하는 공간으로 당당하게 존재감을 내뿜는다. 욕실은 주거 내 다른 공간과 달리 구조와 기능 측면에서 독보적인 특징을 지닌다. 홀로 고요히 머물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 영역으로 다양한 활동을 포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욕실은 단순히 위생을 관리하는 행위를 넘어 스파와 마사지를 즐기거나 미용에 신경 쓰는 등 여러 콘텐츠를 갖춘 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신을 가다듬는 웰니스 공간뿐 아니라 스마트 티비나 스피커를 내장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룸으로 활약하는 등 그 폭이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동시에 기술이 발달하면서 습기와 악취 등에서 자유로워지자 욕실을 아예 오픈하거나 당당히 공간 중앙에 내어놓기도 한다. 더는 숨겨야 하는 공간이 아니게 된 것이다. 나아가 욕실에 대한 인식과 기능 변화는 자연스럽게 디자인의 확장으로 이어져 취향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현하게 됐다. 오래도록 머무르는 생활 공간이 아니기에 거실이나 방에서 시도하지 못하는 실험적인 스타일을 적용해 볼 수도 있고, 좋아하는 디자인을 극화해 콘셉트가 흘러넘치는 공간으로 꾸미며 나만의 안식처로 확고히 할 수도 있다. 내밀한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마주하는 공간, 욕실. 오늘날 욕실로 인해 더욱 다채롭게 변화하는 삶과 공간의 모습을 만나보자.
마음을 정화하는 공간
SO Apartment
Design / SIMPLI·Virovtseva Kateryna, Sergienko Dmytro, Palin Sergiy, Natali Morozova
Location / Kyiv, Ukraine
Area / 150㎡
Photograph / Andrey Bezuglov
How to Design 내추럴한 소재로 동양적 분위기를 조성한 욕실에 은은한 향까지 곁들여 평온한 쉼을 선사한다.
나만의 공간을 천천히 거닐며 마음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 거실부터 욕실까지, 집의 시작과 끝을 편안한 정서로 마무리해 일상을 위한 에너지를 다시금 채워본다. 우크라이나의 주거 프로젝트 SO Apartment는 개인 공간과 여가 공간의 특성을 각기 다른 콘셉트로 풀어 4인 가족을 위한 아늑한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집은 침실과 욕실로 구성된 개인 공간, 커뮤니케이션과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공용 공간으로 나뉘는데, 니즈를 우선시한 실용적 구조가 돋보이며 여러 목적을 수용한 만큼 인테리어 역시 다층적이다. 주방과 거실의 경계를 허문 공용 공간은 그레이 톤으로 통일하되 음영을 단계적으로 조절해 모던하게 연출했다. 단 바닥에는 내추럴한 색상을 살린 우드 패턴을 전개해 따스하고 포근한 바탕을 이룬다. 한정된 영역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현관 양옆에는 각각 게스트 욕실과 드레스 룸을 박스 형태로 짜 넣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개인 공간으로 향하는 복도는 거대한 미닫이문으로 비밀스럽게 감추었으며 빛이 들지않아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띤다. 여러 방 중 마스터 침실은 오아시스를 콘셉트로 싱그럽게 연출해 풍요로운 쉼을 선사하며, 에메랄드 톤의 그린을 넓게 펼치고 천연 나무로 천장과 창가에 틀을 짜넣어 공간이 자연의 힘으로 가득 차오른다. 휴식에 중점을 둔 개인공간의 핵심은 다름 아닌 욕실이다. 목제 타일로 벽면에 양감을 더하고 대나무 줄기로 파티션을 세우는 등 휴양림에 머무는 분위기를 의도했다. 종교적 요소를 가미해 더욱 평온한 정경을 드러낸다.
*Focus on BATHROOM
발리 전통 주거의 특징을 독창적으로 끌어올린 마스터 욕실. 러프한 표면 재질이 두드러지는 목재를 사용해 숲속 산장에 방문한 것 같다. 벽 장식과 파티션 등으로 내추럴한 목재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 벽면에는 은은한 미소를 짓는 부처의 모습을 핸드 페인팅해 명상적인 아우라를 더했다. 바닥은 대지의 표면을 연상시키는 거친 질감의 어두운색 타일로 마감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단 일부를 높여 프리스탠딩 욕조를 두었으며 안쪽에는 어두운색 타일로 벽면까지 통일한 샤워실을 계획해 다양한 방식으로 워터 테라피를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조도는 간접등 위주로 은은하게 조절하고 향초와 아로마 오일을 사용해 오감으로 쉼을 만끽하도록 배려했다.
경계 없는 휴식
B09
Design / nonestudio
Location / Milan, Italy
Photograph / Magni Sara
How to Design 침실에 오픈된 욕실을 구현해 언제든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웰니스 공간을 구축했다.
아무리 낮은 벽이라 한들 물리적 구획은 동선에 제약이 된다. 구조적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공간이 자유롭게 흐르는 집은 더 폭넓은 활동을 이끌어내기 마련. 흥미롭게도 B09에서는 욕실조차 예외가 아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한 이 집은 레이아웃을 완전히 개방적으로 재편해 전체가 유기적인 동선으로 연결됐다. 긴 복도를 조성해 각 영역을 매끄럽게 오가도록 의도한 것이다. 또 고정적인 구조를 최소화하는 대신 가구 시스템에 다양한 기능과 형태를 부여해 바다처럼 열린 공간에 섬이 떠다니듯 유연한 레이아웃을 정립했다.
내부는 정겨운 인상을 전하는 목재 천장 아래, 날렵한 라인이 돋보이는 주방과 다이닝 영역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가느다란 프레임을 강조한 집기로 파티션, 디스플레이 기능 등을 대체한 점이 독특하며 천장 수납 시스템을 계획해 공간을 최대한 넓고 자유롭게 사용했다. 주방 반대편에 자리한 거실은 비교적 독립적으로 구성했는데, 마찬가지로 가벼운 라인을 살린 집기를 두고 블루, 오렌지, 옐로 등 다양한 컬러를 적용해 생기가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가구는 산뜻한 톤의 물푸레나무와 블랙 프레임으로 제작해 통일감 있다. 메인 침실 역시 개방적인 가구 시스템을 통해 넓게 트인 구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욕실을 완전히 열어 동선을 최대한 축약한 것이다. 침실에서 바로 욕조로 이어져 언제든 스파를 즐길 수 있다.
*Focus on BATHROOM
욕실의 경계를 허물어 접근성을 극대화했다. 벽과 가구 등을 최대한 오픈한 설계 의도에 따라 욕실 역시 벽 없이 과감히 노출한 점이 인상적이다. 단을 높이고 타일로 마감해 영역성을 확보한 후 욕조와 세면대가 결합한 긴 매스를 얹었다. 침대 바로 옆에 자리해 활용성이 탁월하며 이처럼 개방적인 욕실을 통해 침실 전체가 하루의 피로를 완전히 씻어내는 웰빙 공간으로 거듭났다. 바로 옆에는 샤워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스파
분당 빌라드 와이
Design / 로이디자인
Location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Area / 363㎡
Photograph / 김세환
How to Design 욕실을 거실까지 넓게 확장하고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부여해 즐길 거리를 갖췄다.
욕실이 럭셔리를 증명한다. 화려한 외관이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게 쉬는지가 럭셔리를 좌우하는 것이다. 최근 욕실은 휴식 외에 다양한 기능을 입어 한 단계 높은 쉼을 선사하고 있다. 할머니와 부부, 자녀 3세대가 살아가는 분당 빌라드 와이 프로젝트는 가족들이 취미 활동과 휴식을 즐기며 시간을 공유하는 집이다. 3층으로 이루어진 빌라를 내추럴 모던 콘셉트로 구성해 밝고 편안한 분위기이며, 야외 활동을 아우르는 넓은 테라스, 짜임새 있게 마련한 서재 겸 영화관 등 다양한 공간을 갖춰 지루할 틈이 없다. 무엇보다 심신을 치유하는 욕실의 중요성에 입각해 마스터 욕실, 리프레시 욕실, 게스트 욕실 총 3가지 공간을 마련하고 각기 다른 테마를 적용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내부는 전반적으로 우드와 친환경 소재를 통해 내추럴하게 꾸몄다. 높은 천장 아래 자리한 거실이 집의 중심이 되는데, edra의 소파와 Poltrona Frau의 펜던트 조명 등을 배치해 이탈리아 감성의 우아한 공간을 연출했다. 아울러 작은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나타나는 면과 선을 자연스럽게 매만졌으며, 특히 계단 난간은 가죽 스티치 마감을 통해 럭셔리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 욕실 중 게스트 욕실 역시 건축적 미감이 돋보이는 블랙 컬러 수전을 설치하고 스톤 입자가 생생히 드러나는 타일로 벽을 둘러 무척 고급스럽다. 또 리프레시 욕실은 라운지 체어, 미러 티비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춰 하나의 생활 영역처럼 기능한다.
*Focus on BATHROOM
서브 거실을 욕실로 구조 변경함으로써 호텔 욕실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휴식 공간을 제안했다. 기존 구조 특성상 욕실 주변에 주방 설비가 자리해 연계 활용도 가능하다. 주방과 욕실의 경계에는 개폐감을 조절할 수 있는 매직 글라스를 세워 때로는 프라이빗하게, 때로는 개방적으로 활용하게 했다. 안쪽에는 큰 창이 있어 시원한 풍경이 스며드는데, 그 앞에 바닥을 높이고 묵직한 형상의 블랙 컬러 욕조를 두어 자연을 느끼며 목욕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욕조와 유사한 블랙 컬러를 띠는 맞은편 벽면은 대형 미러티비를 내장해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시간을 제공한다.
생활의 재구성
JM55
Design / BURR·Elena Fuertes, Ramón Martínez, Álvaro Molins, Jorge Sobejano
Location / Madrid, Spain
Area / 40㎡
Photograph / Maru Serrano
How to Design 욕실을 집의 구심점으로 삼아 공간을 통합하고 자유로운 동선을 형성했다.
공간의 가장자리로 숨기기 급급했던 욕실. 하지만 욕실도 공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JM55는 1970년대 완공돼 당시 도시의 건축 역사를 대변하는 주택 단지에 자리한다. 디자이너는 오래된 구조를 참신하게 재해석해 실험적 주거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좁은 면적을 고려해 공간을 벽 없이 오픈하되 주방과 욕실 등 기능 영역을 중앙에 배치해 순환 동선을 확립한 것이다. 이처럼 기능 영역을 완전히 해체한 집은 욕실에서 잠을 자고 거실에서 샤워하는 등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낸다. 먼저 밝고 가벼운 우드와 화이트 톤을 교차해 확장감을 준 내부는 40㎡의 협소한 면적임에도 거실과 주방, 다이닝 영역, 욕실, 침실로 세분화됐다. 그중 주방과 욕실 등 물을 사용하는 공간은 박스 형태로 통합하고 화이트 컬러 타일로 전면 마감해 방수 가능하며 영역성이 구분된다. 한편 주방과 욕실 주위에 펼쳐진 생활 영역은 각 특성에 따라 패브릭 커튼으로 간단하게 구획할 수 있다. 다이닝 영역 겸 서재에는 어두운색이 뒤섞인 패브릭을 아코디언 형태로 디자인해 공간을 적절히 내리누르며, 침실에는 폭신한 누빔 이불을 닮은 화이트 톤 패브릭을 걸어 욕실 타일이 주는 차가운 느낌을 상쇄한다.
*Focus on BATHROOM
욕실로 공간의 중심을 잡은 집. 각이 진 박스형 부스에 욕실 영역을 할당하고 정방형 화이트 타일로 감싸 오히려 존재감을 높였다. 바닥 일부에도 타일을 확장해 물을 사용하는 공간을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신경 썼다. 아울러 타일 줄눈에 맞춰 박스형 부스 곳곳을 깔끔하게 비워내고 샤워실, 세면대, 선반 등을 조성해 일체감 있게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동선의 효율성을 고려해 샤워실과 세면대는 침실과 맞닿게 배치했으며, 주방 쪽에는 가전을 두어 영역을 정리했다.
취향의 극대화
apartamento CVU
Design / flipê arquitetura·Gabriela Mestriner, Natalia Minas
Location / Itaim, São Paulo, Brazil
Area / 75㎡
Photograph / Carolina Lacaz
How to Design 페인팅 작품과 네온 사인으로 아티스틱하게 단장한 욕실은 영감의 공간으로 부상한다.
나만의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는 일, 그리고 취향을 다채롭게 넓혀보고 싶은 욕망. 두 가지 모두 욕실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apartamento CVU는 기존 주거를 하나씩 뜯어고쳐 거주자 맞춤형 공간을 형성한 프로젝트다. 내부는 전통적인 레이아웃에서 벗어나 젊은 거주자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했다.
전반적으로 화이트와 뉴트럴 계열을 활용해 간결하게 연출한 가운데 바닥은 차분한 우드로 통일해 온유한 분위기를 높였다. 아울러 메인 공용 공간에는 아일랜드 겸 테이블이 가로질러 거실과 주방을 구분하는데, 음각으로 수직선을 새긴 패널이 문과 벽, 수납장을 감싸고 아일랜드까지 균일하게 이어져 짜임새 있는 외관을 자랑한다. 공용 공간의 측면 영역은 거실 겸 개인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며 다른 곳과 달리 벽과 천장까지 우드 톤으로 둘러 다락방 같은 아늑함을 심화했다. 한편 차분하고 서정적인 여타의 공간과 차별화한 욕실은 화려한 컬러 패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티스트의 작품을 표현함으로써 크기는 작지만 오롯이 나를 보듬는 공간인 욕실을 의미있게 꾸몄다.
*Focus on BATHROOM
생활 공간에서 욕실로 넘어가는 순간, 조용하고 부드러운 무드는 단숨에 사라지고 마치 파티에 온 것처럼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공간 전체에 가득한 아티스트 Jessica Diskin의 핸드 페인팅 작품이 동적인 힘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두운색으로 덮은 벽면에 옐로, 화이트, 핑크 등 컬러 스프레이를 자유롭게 흩뿌린 듯한 패턴이 더해져 솟구치는 젊음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벽에는 거주자의 가치관을 형상화한 핑크빛 네온사인을 걸어 욕실을 자아 표현의 공간이자 영감을 얻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집 안의 또 다른 세상
M&I Apartment
Design / COFO architects
Location / Sabadell, Spain
Area / 110㎡
Photograph / Adrià Goula
How to Design 소재와 컬러, 빛을 영민하게 활용해 욕실을 바다처럼 콘셉추얼하게 극화하는 데 성공했다.
욕실도 아름다울 수 있다. 욕실에 명확한 테마를 입혀 전면에 내세울 때 집은 예상치 못한 활력을 얻는다. M&I Apartment는 작고 어두운 아파트를 개조해 찬란한 빛과 색으로 가득 채운 부부의 아지트다. 개방성과 친밀감을 주요 키워드로 삼아 벽 없이 바닥 패턴에 따라 공간을 구분했으며, 편안한 컬러와 소재를 선별해 정겨운 인상을 다졌다.
내부 구조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주방과 나란히 이어지는 거대한 박스형 매스다. 박스형 매스는 산뜻하고 밝은 우드로 통일해 공간을 가볍게 환기하며, 빌트인으로 깔끔한 수납과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춰 핵심 요소로 역할 한다. 특히 벽 너머에서부터 거실과 주방으로 짙은 파란색이 흘러드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는 박스 일부에 욕실을 배치했기 때문으로, 욕실 안을 가득 채운 파란색 타일이 유리를 거쳐 거실과 주방에 푸른빛을 퍼뜨린다. 욕실 안쪽에서 바라보면 외부에서 흘러드는 빛이 아롱거리며 맺혀 바닷속에 깊이 잠수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 밖에도 민트 톤을 머금은 그린 컬러를 벽에 넓게 입히거나 다양한 내추럴 톤과 에스닉 패턴을 활용하는 등 싱그러운 색 조합을 펼쳤다.
*Focus on BATHROOM
욕실과 외부 공간의 구조적 관계성을 고려해 안에서 봐도, 밖에서 봐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욕실 내부는 광택이 나는 짙은 블루 컬러 타일로 통일해 바다를 직관적으로 묘사했다. 여기에 채광이 잘 들도록 빛의 각도를 고려해 창을 냈는데, 일반 유리가 아닌 일렁이는 질감을 표현한 유리로 마감해 수면에 빛이 반사되는 것처럼 보인다. 외부에서 바라보면 물을 표현한 물성과 사용자의 실루엣이 신비롭게 나타나며 공간을 환상적으로 가꾼다. 아울러 샤워실 바깥에 이어지는 샌드 톤의 바닥은 파란색 타일과 대비를 이루며 인근 지중해의 바닷가를 연상시킨다.
COPYRIGHT 2021.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나를 만나는 공간
PART 4. 욕실
취재 신은지
“인류의 역사는 화장실의 역사다.” 프랑스의 작가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가 한 말이다. 화장실의 변화과정을 하나씩 짚어보면 시대마다 인류가 추구했던 가치와 생활 방식이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다. 지금은 위생과 샤워, 스파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욕실의 모습이 당연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물론 위생문제에 대해 당대 사람들은 나름의 해결책을 제안해왔으나, 현대 이전 잘 갖춰진 화장실은 찾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프라이버시와 안전성, 편안함 등의 가치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욕실이 집 안에 들어온 것은 정말 오래지 않았다. 뒷간이라는 이름으로 집의 바운더리 바깥에 있었으며 씻는 기능마저도 자연이 담당하곤 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화장실은 필수불가결한 공간이지만 꽤 긴 시간 동안 부차적으로만 다뤄져 왔다. 이러한 화장실과 욕실이 오늘날에는 휴식과 힐링의 공간으로 각광받는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이는 삶에 대한 가치관이 급격히 성장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현대의 욕실 문화는 기나긴 인류 역사, 그리고 공간사에서 아주 의미 깊은 순간을 지나는 중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욕실은 한때 집의 오점이었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럭셔리를 증명하는 공간으로 당당하게 존재감을 내뿜는다. 욕실은 주거 내 다른 공간과 달리 구조와 기능 측면에서 독보적인 특징을 지닌다. 홀로 고요히 머물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면서도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 영역으로 다양한 활동을 포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욕실은 단순히 위생을 관리하는 행위를 넘어 스파와 마사지를 즐기거나 미용에 신경 쓰는 등 여러 콘텐츠를 갖춘 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신을 가다듬는 웰니스 공간뿐 아니라 스마트 티비나 스피커를 내장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룸으로 활약하는 등 그 폭이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동시에 기술이 발달하면서 습기와 악취 등에서 자유로워지자 욕실을 아예 오픈하거나 당당히 공간 중앙에 내어놓기도 한다. 더는 숨겨야 하는 공간이 아니게 된 것이다. 나아가 욕실에 대한 인식과 기능 변화는 자연스럽게 디자인의 확장으로 이어져 취향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현하게 됐다. 오래도록 머무르는 생활 공간이 아니기에 거실이나 방에서 시도하지 못하는 실험적인 스타일을 적용해 볼 수도 있고, 좋아하는 디자인을 극화해 콘셉트가 흘러넘치는 공간으로 꾸미며 나만의 안식처로 확고히 할 수도 있다. 내밀한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마주하는 공간, 욕실. 오늘날 욕실로 인해 더욱 다채롭게 변화하는 삶과 공간의 모습을 만나보자.
마음을 정화하는 공간
SO Apartment
Design / SIMPLI·Virovtseva Kateryna, Sergienko Dmytro, Palin Sergiy, Natali Morozova
Location / Kyiv, Ukraine
Area / 150㎡
Photograph / Andrey Bezuglov
How to Design 내추럴한 소재로 동양적 분위기를 조성한 욕실에 은은한 향까지 곁들여 평온한 쉼을 선사한다.
나만의 공간을 천천히 거닐며 마음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 거실부터 욕실까지, 집의 시작과 끝을 편안한 정서로 마무리해 일상을 위한 에너지를 다시금 채워본다. 우크라이나의 주거 프로젝트 SO Apartment는 개인 공간과 여가 공간의 특성을 각기 다른 콘셉트로 풀어 4인 가족을 위한 아늑한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집은 침실과 욕실로 구성된 개인 공간, 커뮤니케이션과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공용 공간으로 나뉘는데, 니즈를 우선시한 실용적 구조가 돋보이며 여러 목적을 수용한 만큼 인테리어 역시 다층적이다. 주방과 거실의 경계를 허문 공용 공간은 그레이 톤으로 통일하되 음영을 단계적으로 조절해 모던하게 연출했다. 단 바닥에는 내추럴한 색상을 살린 우드 패턴을 전개해 따스하고 포근한 바탕을 이룬다. 한정된 영역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현관 양옆에는 각각 게스트 욕실과 드레스 룸을 박스 형태로 짜 넣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개인 공간으로 향하는 복도는 거대한 미닫이문으로 비밀스럽게 감추었으며 빛이 들지않아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띤다. 여러 방 중 마스터 침실은 오아시스를 콘셉트로 싱그럽게 연출해 풍요로운 쉼을 선사하며, 에메랄드 톤의 그린을 넓게 펼치고 천연 나무로 천장과 창가에 틀을 짜넣어 공간이 자연의 힘으로 가득 차오른다. 휴식에 중점을 둔 개인공간의 핵심은 다름 아닌 욕실이다. 목제 타일로 벽면에 양감을 더하고 대나무 줄기로 파티션을 세우는 등 휴양림에 머무는 분위기를 의도했다. 종교적 요소를 가미해 더욱 평온한 정경을 드러낸다.
*Focus on BATHROOM
발리 전통 주거의 특징을 독창적으로 끌어올린 마스터 욕실. 러프한 표면 재질이 두드러지는 목재를 사용해 숲속 산장에 방문한 것 같다. 벽 장식과 파티션 등으로 내추럴한 목재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 벽면에는 은은한 미소를 짓는 부처의 모습을 핸드 페인팅해 명상적인 아우라를 더했다. 바닥은 대지의 표면을 연상시키는 거친 질감의 어두운색 타일로 마감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단 일부를 높여 프리스탠딩 욕조를 두었으며 안쪽에는 어두운색 타일로 벽면까지 통일한 샤워실을 계획해 다양한 방식으로 워터 테라피를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조도는 간접등 위주로 은은하게 조절하고 향초와 아로마 오일을 사용해 오감으로 쉼을 만끽하도록 배려했다.
경계 없는 휴식
B09
Design / nonestudio
Location / Milan, Italy
Photograph / Magni Sara
How to Design 침실에 오픈된 욕실을 구현해 언제든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웰니스 공간을 구축했다.
아무리 낮은 벽이라 한들 물리적 구획은 동선에 제약이 된다. 구조적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공간이 자유롭게 흐르는 집은 더 폭넓은 활동을 이끌어내기 마련. 흥미롭게도 B09에서는 욕실조차 예외가 아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한 이 집은 레이아웃을 완전히 개방적으로 재편해 전체가 유기적인 동선으로 연결됐다. 긴 복도를 조성해 각 영역을 매끄럽게 오가도록 의도한 것이다. 또 고정적인 구조를 최소화하는 대신 가구 시스템에 다양한 기능과 형태를 부여해 바다처럼 열린 공간에 섬이 떠다니듯 유연한 레이아웃을 정립했다.
내부는 정겨운 인상을 전하는 목재 천장 아래, 날렵한 라인이 돋보이는 주방과 다이닝 영역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가느다란 프레임을 강조한 집기로 파티션, 디스플레이 기능 등을 대체한 점이 독특하며 천장 수납 시스템을 계획해 공간을 최대한 넓고 자유롭게 사용했다. 주방 반대편에 자리한 거실은 비교적 독립적으로 구성했는데, 마찬가지로 가벼운 라인을 살린 집기를 두고 블루, 오렌지, 옐로 등 다양한 컬러를 적용해 생기가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가구는 산뜻한 톤의 물푸레나무와 블랙 프레임으로 제작해 통일감 있다. 메인 침실 역시 개방적인 가구 시스템을 통해 넓게 트인 구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욕실을 완전히 열어 동선을 최대한 축약한 것이다. 침실에서 바로 욕조로 이어져 언제든 스파를 즐길 수 있다.
*Focus on BATHROOM
욕실의 경계를 허물어 접근성을 극대화했다. 벽과 가구 등을 최대한 오픈한 설계 의도에 따라 욕실 역시 벽 없이 과감히 노출한 점이 인상적이다. 단을 높이고 타일로 마감해 영역성을 확보한 후 욕조와 세면대가 결합한 긴 매스를 얹었다. 침대 바로 옆에 자리해 활용성이 탁월하며 이처럼 개방적인 욕실을 통해 침실 전체가 하루의 피로를 완전히 씻어내는 웰빙 공간으로 거듭났다. 바로 옆에는 샤워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스파
분당 빌라드 와이
Design / 로이디자인
Location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Area / 363㎡
Photograph / 김세환
How to Design 욕실을 거실까지 넓게 확장하고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부여해 즐길 거리를 갖췄다.
욕실이 럭셔리를 증명한다. 화려한 외관이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게 쉬는지가 럭셔리를 좌우하는 것이다. 최근 욕실은 휴식 외에 다양한 기능을 입어 한 단계 높은 쉼을 선사하고 있다. 할머니와 부부, 자녀 3세대가 살아가는 분당 빌라드 와이 프로젝트는 가족들이 취미 활동과 휴식을 즐기며 시간을 공유하는 집이다. 3층으로 이루어진 빌라를 내추럴 모던 콘셉트로 구성해 밝고 편안한 분위기이며, 야외 활동을 아우르는 넓은 테라스, 짜임새 있게 마련한 서재 겸 영화관 등 다양한 공간을 갖춰 지루할 틈이 없다. 무엇보다 심신을 치유하는 욕실의 중요성에 입각해 마스터 욕실, 리프레시 욕실, 게스트 욕실 총 3가지 공간을 마련하고 각기 다른 테마를 적용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내부는 전반적으로 우드와 친환경 소재를 통해 내추럴하게 꾸몄다. 높은 천장 아래 자리한 거실이 집의 중심이 되는데, edra의 소파와 Poltrona Frau의 펜던트 조명 등을 배치해 이탈리아 감성의 우아한 공간을 연출했다. 아울러 작은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나타나는 면과 선을 자연스럽게 매만졌으며, 특히 계단 난간은 가죽 스티치 마감을 통해 럭셔리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 욕실 중 게스트 욕실 역시 건축적 미감이 돋보이는 블랙 컬러 수전을 설치하고 스톤 입자가 생생히 드러나는 타일로 벽을 둘러 무척 고급스럽다. 또 리프레시 욕실은 라운지 체어, 미러 티비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춰 하나의 생활 영역처럼 기능한다.
*Focus on BATHROOM
서브 거실을 욕실로 구조 변경함으로써 호텔 욕실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휴식 공간을 제안했다. 기존 구조 특성상 욕실 주변에 주방 설비가 자리해 연계 활용도 가능하다. 주방과 욕실의 경계에는 개폐감을 조절할 수 있는 매직 글라스를 세워 때로는 프라이빗하게, 때로는 개방적으로 활용하게 했다. 안쪽에는 큰 창이 있어 시원한 풍경이 스며드는데, 그 앞에 바닥을 높이고 묵직한 형상의 블랙 컬러 욕조를 두어 자연을 느끼며 목욕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욕조와 유사한 블랙 컬러를 띠는 맞은편 벽면은 대형 미러티비를 내장해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시간을 제공한다.
생활의 재구성
JM55
Design / BURR·Elena Fuertes, Ramón Martínez, Álvaro Molins, Jorge Sobejano
Location / Madrid, Spain
Area / 40㎡
Photograph / Maru Serrano
How to Design 욕실을 집의 구심점으로 삼아 공간을 통합하고 자유로운 동선을 형성했다.
공간의 가장자리로 숨기기 급급했던 욕실. 하지만 욕실도 공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JM55는 1970년대 완공돼 당시 도시의 건축 역사를 대변하는 주택 단지에 자리한다. 디자이너는 오래된 구조를 참신하게 재해석해 실험적 주거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좁은 면적을 고려해 공간을 벽 없이 오픈하되 주방과 욕실 등 기능 영역을 중앙에 배치해 순환 동선을 확립한 것이다. 이처럼 기능 영역을 완전히 해체한 집은 욕실에서 잠을 자고 거실에서 샤워하는 등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낸다. 먼저 밝고 가벼운 우드와 화이트 톤을 교차해 확장감을 준 내부는 40㎡의 협소한 면적임에도 거실과 주방, 다이닝 영역, 욕실, 침실로 세분화됐다. 그중 주방과 욕실 등 물을 사용하는 공간은 박스 형태로 통합하고 화이트 컬러 타일로 전면 마감해 방수 가능하며 영역성이 구분된다. 한편 주방과 욕실 주위에 펼쳐진 생활 영역은 각 특성에 따라 패브릭 커튼으로 간단하게 구획할 수 있다. 다이닝 영역 겸 서재에는 어두운색이 뒤섞인 패브릭을 아코디언 형태로 디자인해 공간을 적절히 내리누르며, 침실에는 폭신한 누빔 이불을 닮은 화이트 톤 패브릭을 걸어 욕실 타일이 주는 차가운 느낌을 상쇄한다.
*Focus on BATHROOM
욕실로 공간의 중심을 잡은 집. 각이 진 박스형 부스에 욕실 영역을 할당하고 정방형 화이트 타일로 감싸 오히려 존재감을 높였다. 바닥 일부에도 타일을 확장해 물을 사용하는 공간을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신경 썼다. 아울러 타일 줄눈에 맞춰 박스형 부스 곳곳을 깔끔하게 비워내고 샤워실, 세면대, 선반 등을 조성해 일체감 있게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동선의 효율성을 고려해 샤워실과 세면대는 침실과 맞닿게 배치했으며, 주방 쪽에는 가전을 두어 영역을 정리했다.
취향의 극대화
apartamento CVU
Design / flipê arquitetura·Gabriela Mestriner, Natalia Minas
Location / Itaim, São Paulo, Brazil
Area / 75㎡
Photograph / Carolina Lacaz
How to Design 페인팅 작품과 네온 사인으로 아티스틱하게 단장한 욕실은 영감의 공간으로 부상한다.
나만의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는 일, 그리고 취향을 다채롭게 넓혀보고 싶은 욕망. 두 가지 모두 욕실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apartamento CVU는 기존 주거를 하나씩 뜯어고쳐 거주자 맞춤형 공간을 형성한 프로젝트다. 내부는 전통적인 레이아웃에서 벗어나 젊은 거주자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했다.
전반적으로 화이트와 뉴트럴 계열을 활용해 간결하게 연출한 가운데 바닥은 차분한 우드로 통일해 온유한 분위기를 높였다. 아울러 메인 공용 공간에는 아일랜드 겸 테이블이 가로질러 거실과 주방을 구분하는데, 음각으로 수직선을 새긴 패널이 문과 벽, 수납장을 감싸고 아일랜드까지 균일하게 이어져 짜임새 있는 외관을 자랑한다. 공용 공간의 측면 영역은 거실 겸 개인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며 다른 곳과 달리 벽과 천장까지 우드 톤으로 둘러 다락방 같은 아늑함을 심화했다. 한편 차분하고 서정적인 여타의 공간과 차별화한 욕실은 화려한 컬러 패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티스트의 작품을 표현함으로써 크기는 작지만 오롯이 나를 보듬는 공간인 욕실을 의미있게 꾸몄다.
*Focus on BATHROOM
생활 공간에서 욕실로 넘어가는 순간, 조용하고 부드러운 무드는 단숨에 사라지고 마치 파티에 온 것처럼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공간 전체에 가득한 아티스트 Jessica Diskin의 핸드 페인팅 작품이 동적인 힘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두운색으로 덮은 벽면에 옐로, 화이트, 핑크 등 컬러 스프레이를 자유롭게 흩뿌린 듯한 패턴이 더해져 솟구치는 젊음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벽에는 거주자의 가치관을 형상화한 핑크빛 네온사인을 걸어 욕실을 자아 표현의 공간이자 영감을 얻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집 안의 또 다른 세상
M&I Apartment
Design / COFO architects
Location / Sabadell, Spain
Area / 110㎡
Photograph / Adrià Goula
How to Design 소재와 컬러, 빛을 영민하게 활용해 욕실을 바다처럼 콘셉추얼하게 극화하는 데 성공했다.
욕실도 아름다울 수 있다. 욕실에 명확한 테마를 입혀 전면에 내세울 때 집은 예상치 못한 활력을 얻는다. M&I Apartment는 작고 어두운 아파트를 개조해 찬란한 빛과 색으로 가득 채운 부부의 아지트다. 개방성과 친밀감을 주요 키워드로 삼아 벽 없이 바닥 패턴에 따라 공간을 구분했으며, 편안한 컬러와 소재를 선별해 정겨운 인상을 다졌다.
내부 구조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주방과 나란히 이어지는 거대한 박스형 매스다. 박스형 매스는 산뜻하고 밝은 우드로 통일해 공간을 가볍게 환기하며, 빌트인으로 깔끔한 수납과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춰 핵심 요소로 역할 한다. 특히 벽 너머에서부터 거실과 주방으로 짙은 파란색이 흘러드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는 박스 일부에 욕실을 배치했기 때문으로, 욕실 안을 가득 채운 파란색 타일이 유리를 거쳐 거실과 주방에 푸른빛을 퍼뜨린다. 욕실 안쪽에서 바라보면 외부에서 흘러드는 빛이 아롱거리며 맺혀 바닷속에 깊이 잠수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 밖에도 민트 톤을 머금은 그린 컬러를 벽에 넓게 입히거나 다양한 내추럴 톤과 에스닉 패턴을 활용하는 등 싱그러운 색 조합을 펼쳤다.
*Focus on BATHROOM
욕실과 외부 공간의 구조적 관계성을 고려해 안에서 봐도, 밖에서 봐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욕실 내부는 광택이 나는 짙은 블루 컬러 타일로 통일해 바다를 직관적으로 묘사했다. 여기에 채광이 잘 들도록 빛의 각도를 고려해 창을 냈는데, 일반 유리가 아닌 일렁이는 질감을 표현한 유리로 마감해 수면에 빛이 반사되는 것처럼 보인다. 외부에서 바라보면 물을 표현한 물성과 사용자의 실루엣이 신비롭게 나타나며 공간을 환상적으로 가꾼다. 아울러 샤워실 바깥에 이어지는 샌드 톤의 바닥은 파란색 타일과 대비를 이루며 인근 지중해의 바닷가를 연상시킨다.
COPYRIGHT 2021.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