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로 재단한 공간
PART 3-2. 방
취재 신은지
방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성격과 라이프스타일, 취향에 따라 운동 기구, 책, 그림 등 놓여 있는 물건도 다르고, 미니멀, 레트로, 클래식 등 나타나는 스타일도 다르다. 그래서 방을 들여다보면 거주자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주거에서 방이란 나의 내밀한 욕망을 가장 솔직히 마주하고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이 내 마음 같지 않게 굴러가더라도 내게 오롯이 주어진 방 한 칸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작은 방이 품은 무한한 가능성은 자아를 확장하며 삶의 방식과 미래의 모습까지 영향을 미친다.
완전히 열려 있는 공용 영역과 달리 방은 마음 놓고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 수 있는 적절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한때는 방이 휴식하거나 수면을 취하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도맡았을지 모르나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방이 꼭 침실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잘 자는 일보다 좋아하는 것들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더 기쁘다면, 설령 집에 단 하나의 방만 있더라도 마음 가는 대로 꾸며 보는 것이다. 이처럼 보편화된 잣대가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은 저마다 다른 우선순위를 공간에 솔직히 반영하게 됐다. 최근에는 삶의 방식에 따라 더욱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입은 방이 나타난다. 상업 공간을 연상시킬 정도로 세련된 무드를 풍기는 바, 오래된 도서관처럼 온 벽이 책으로 가득 찬 서재, 언제든 악기를 두드릴 수 있는 음악실, 반려식물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 정원 등 자신이 아끼는 일상을 한 공간에 집약적으로 펼쳐나간다. 또 한정적인 공간에 현실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면 방을 멀티 룸으로 바꾸어 일상의 다변화를 꾀하기도 한다. 자그마하지만 마음의 우주를 품은 방. 거주자 라이프스타일로 재단한 맞춤옷 같은 공간을 살펴본다.
단 한 번의 완벽한 휴식
판교원마을 13단지
Design / 플레이스투비 디자인·서동민
Location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Area / 162㎡
Photograph / 플레이스투비 디자인
How to Design 여러 영역 사이에 위치한 작은 방에 풍경이 아름다운 창가를 살려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
어디서든 밝고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집. 자연의 정경을 존중한 집은 사계절을 공간 깊이 들여 시간의 변화를 감미롭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판교원마을 13단지 프로젝트는 자연 친화적인 주거 공간을 구현하는 데 집중한 곳으로, 공간의 모든 요소를 차분하게 절제하면서 큰 창으로 풍경을 품어 푸르른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화이트와 우드, 그레이 톤으로 내추럴한 무드를 다졌으며, 각 공간을 완전히 오픈하거나 투명한 유리로 구획해 유기적인 흐름을 확립했다.
반듯한 라인을 따라 구획한 현관은 미니멀한 회전 유리문으로 집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문 너머 나타나는 거실과 주방은 수직 수평을 맞춰 질서 있게 정돈한 벽체와 라인 조명이 돋보이며, 창은 거대한 액자처럼 넓게 튼 후 맞은편에 큰 원형 거울을 두어 풍경을 투영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밝고 싱그러운 공용 공간을 기점으로 각 방은 유연한 동선과 열린 구조를 통해 편안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특히 구조를 과감하게 재편한 홈 오피스와 멀티 룸에 주목할만하다. 각각 재택근무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했는데, 멀티 룸 벽면은 완전히 유리로 메꾸어 창 너머 풍경을 복도까지 끌어들이도록 계획했다. 또 홈 오피스와 멀티 룸 사이 벽에는 긴 직사각형 유리창을 설치해 개방감을 유도했다. 시각의 깊이를 더한 방은 독특한 공간감을 형성하며, 이를 통해 부부는 공간을 더욱 친근하게 공유할 수 있다.
*Focus on ROOM
멀티 룸은 창밖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풍경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네모난 프레임의 창가에 푹신한 라운지 체어를 두어 평화로운 휴식 시간을 선물한다. 디자인 요소를 절제해 외부 풍경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이며 벽 일부에는 작은 책장과 TV를 두어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아울러 공용 공간과 홈 오피스 사이에 위치해 다양한 영역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이루는데, 솔리드한 벽을 허물고 유리벽을 신설했으며 홈 오피스 방향 벽면에는 긴 직사각형 창을 내 여러 공간이 유연하게 이어진다. 개방적인 구조와 위치적 특성으로 인해 업무 시간을 리프레시 하거나 가족과 연결감을 높이는 등 다양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전면 유리벽은 어둡고 답답했던 거실 앞 복도를 환히 밝힐 뿐 아니라 창가 풍경을 깊숙이 들이는 레이어로 활약한다.
취향으로 숨 쉬는 공간
송도 아메리칸 타운
Design / 옐로플라스틱
Location /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과학로27번길 15
Area / 142㎡
Photograph / 옐로플라스틱
How to Design 홈 카페 겸 서재와 운동실을 조성한 후 디스플레이 역할을 부여해 취향을 집약한 공간이 탄생했다.
하루하루가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든다.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어제를 돌아봐야 하듯, 주어진 일상을 풍요롭게 채워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취향을 아카이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송도 아메리칸 타운 프로젝트는 여행을 좋아하는 거주자 부부가 추억을 차곡차곡 모아볼 수 있는 아카이빙 공간이자 다양한 취미를 토대로 활기찬 일상을 꾸려나가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거주자 취향을 반영해 공간은 모던한 기조를 유지하는데, 특히 뷰가 좋은 이점을 살려 넓은 창과 개방적인 구조를 도입하고 차분한 바탕을 마련했다. 여기에 서재, 홈 카페, 운동실 등 여러 기능 공간과 여행 수집품을 전시하는 디스플레이 존을 마련해 스튜디오 같은 집을 완성했다.
내부는 크게 공용 공간과 안방으로 구성된 기본 생활 영역, 취향을 강조한 복합 영역으로 나뉜다. 기본 생활 영역은 차분하고 시크한 컬러와 정갈한 라인을 강조했는데, 거실은 화이트 컬러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며 주방은 블랙 컬러의 세라믹을 시공해 매스감을 부각했다. 바로 옆으로 연결된 안방은 천장까지 진그레이 컬러를 입혀 전체적인 색감을 통일하고 흑유리로 벽을 세워 공간을 고급스럽게 개방한 점이 돋보인다. 아울러 서재, 홈 카페, 운동실 등으로 구성된 복합 영역은 연베이지 톤을 입혀 다른 공간과 차별점을 두었으며 유리로 구획해 경계를 부드럽게 가다듬었다.
*Focus on ROOM
서재와 운동실로 이루어진 복합 영역은 라이프스타일을 적극 수용하면서도 추억을 아카이빙하는 기능을 강화해 집의 핵심 공간으로 부상한다. 먼저 서재는 따스한 연베이지 톤으로 마감해 편안한 분위기를 심었는데 전체적인 컬러 콘셉트를 잇기 위해 바닥과 책장은 공용 공간에 쓰인 자재로 통일했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책상과 벤치형 수납장을 제작했으며 수납장 일부에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숨숨집을 계획해 여러 가족 구성원을 배려했다. 반대쪽 벽은 제2현관을 과감히 막아 홈 바를 신설함으로써 활용성이 높아졌다. 서재와 운동실 사이 벽은 유리로 마감해 확장감을 의도했으며 큼직한 디스플레이 단을 두어 여행 소품을 전시하게 했다. 이는 전시된 소품을 여러 각도에서 감상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자주 상기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결과다. 특히 운동실은 넓게 드러난 금속 패널에 마그네틱을 부착할 수 있어 맥시멀한 매력이 깃든 갤러리 월을 연출한다.
나를 채우는 시간
래미안 방배아트힐
Design / 소호디자인·김형원
Location /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311-12
Area / 152㎡
Photograph / 허완
How to Design 공부와 휴식 각 특성을 섬세히 고려하고 균형 있게 분배한 아이방을 제안했다.
래미안 방배아트힐 프로젝트는 절제미가 깃든 공간에 다양한 기능을 안배해 여백과 편안한 조화를 이루는 집이다. 부부와 아이가 사는 이곳은 가족이 시간을 함께하는 포근한 공용 공간과 각 구성원의 니즈를 감각적 인테리어로 풀어낸 개인 공간으로 나뉜다. 은은한 화이트와 우드톤이 일관되게 전개되는 가운데 벽, 천장 등에 우드를 넓게 배치하고 격자와 칸살 패턴 등을 활용해 고즈넉한 멋이 짙게 느껴진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우측은 아이방, 좌측은 공용 공간과 부부 공간으로 이어진다. 바닥을 따라 차분한 우드 결이 확장되며, 넓게 펼쳐진 거실은 창가의 라운지 영역과 방 벽을 터 마련한 입식 좌석으로 구성된다. 입식 좌석은 두꺼운 우드 벽과 격자형 창이 둘러싸 아늑함을 배가한다. 특히 복도와 마주한 면에는 공중을 가로지르는 날렵한 조명과 수납장을 설치해 공간을 구분하면서 수납력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개인 공간 역시 분위기를 통일했는데 부부 침실은 창가 프레임을 부각해 평화로운 휴식처로 조성했으며 아이방은 공부와 휴식 영역을 세련되게 분리해 효율성을 높였다.
*Focus on ROOM
가구 전체를 편안한 뉴트럴 컬러와 우드 무늬 패널로 통일한 아이방. 안쪽 창가에 학습 영역, 그 앞으로 휴식 영역을 배치하되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미니멀하게 가다듬어 정돈된 환경에서 활동에 몰입하도록 했다. 학습 영역에는 책상 형태와 맞게 ㄱ자형 천장등을 매립해 각 영역을 구분하면서도 디자인 포인트를 주었다. 아울러 평상처럼 공중에 뜬 형태인 침대 겸 좌석은 아늑하고 여유로운 느낌으로 휴식 영역의 특성을 끌어올리며, 책상과 일체화한 형태로 디자인돼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건강한 일상의 시작
양평한신아파트
Design / 마음제곱미터·윤지유
Location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24길 9
Area / 83.98㎡
Photograph / 이종훈스튜디오·이종훈
How to Design 안방을 확장해 볕이 잘 드는 스튜디오처럼 연출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요가 공간을 조성했다.
양평한신아파트 프로젝트는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의 가치에 주목하게 된 젊은 부부의 집이다. 디자이너는 보편적인 아파트 구조를 거주자 라이프스타일에 온전히 맞추어 재구성함으로써, 쉼과 일, 취미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집을 제안했다. 평소 비건 음식을 직접 요리하는 만큼 넓은 주방이 필요했기에 거실을 과감히 주방으로 전환했으며, 안방은 거실과 침실을 결합한 공간으로 재해석해 침실겸 요가실로 거듭나게 했다.
먼저 안으로 들어서면 현관에 있던 작은 방을 철거해 리셉션 같은 공간이 거주자를 맞이한다. 이곳은 향을 피우거나 LP를 감상하는 등 거주자의 취향이 집약적으로 묻어나는 웰컴 영역이다. 거실을 확장해 완성한 주방은 벽을 따라 긴 조리대가 이어지는 간결한 구조로, 창가에 테이블을 두어 다이닝 겸 사무 공간으로 이용하게 해 효율적이다. 거실과 침실, 요가실을 겸하는 안방은 각 영역을 패브릭으로 구분해 가변적 활용이 가능하다. 패브릭과 목재 등 내추럴한 질감과 따스한 빛이 어우러져 더욱 평온한 풍경을 그린다.
*Focus on ROOM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가를 다용도로 활용 가능한 리빙 공간으로, 안쪽 영역을 아늑한 침실로 구성한 안방. 리빙 공간은 하늘거리는 패브릭 커튼으로 구획하고 이동이 자유로운 좌식 의자만 배치해 가변적으로 활용하게 했다. 특히 부부의 취미인 요가 활동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가로로 긴 공간을 확보했으며, 베란다 벽은 곡선으로 연출해 유연한 실루엣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소재로는 내추럴한 패브릭, 우드 바닥재, 앤티크한 느낌의 템바 보드 등이 사용돼 편안한 인상을 전한다. 아울러 안방 진입부에서는 웨딩 사진을 모티브로 한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할 수 있어 명상적인 분위기를 높인다.
하루의 감미로운 마침표
구로동 LG 신도림자이
Design / 플립360
Location /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18길 64
Area / 117㎡
Photograph / 정우석
How to Design 방 하나를 완전히 홈 바로 전환해 농밀하고 편안한 무드 속에서 음주를 즐길 수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려놓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에서 소중한 이들과 함께 나누는 한잔. 때로는 이 한잔이 무엇으로도 씻어낼 수 없을 것 같던 하루의 피로를 한순간에 날려 버린다. 이는 고급스러운 홈 바를 품은 구로동 LG 신도림자이 프로젝트에서라면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다. 단순한 주거를 넘어 문화와 취미 생활이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거듭난 집은 홈 오피스, 홈 카페, 홈 바의 개념을 중첩해 다양한 활동을 유발한다.
디자이너는 술을 즐겨 마시는 남편을 위해 방 하나를 음주를 위한 취미실로 계획했으며, 요리를 즐기는 아내를 위해서는 볼륨을 극대화한 주방을 마련했다. 과감한 공간 구성이 진행된 만큼 따스한 분위기의 주거 공간과 무겁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상업 공간으로 스타일을 구분해 전개한 점이 독특하다. 대부분의 벽체와 공용부 가구는 화이트 컬러로 통일해 단정한 바탕을 꾸렸고 바닥은 고전적인 티크 계열 마루를 시공해 공간의 무게감을 잡아주었다. 세 개의 방 중 취미실은 별도의 상업 공간처럼 독립적으로 표현해 집을 다채롭게 만들며, 남은 방은 각각 침실과 드레스 룸으로 구성해 기능을 간결하게 소화한다.
*Focus on ROOM
감각적인 홈 바가 일상의 풍미를 돋운다. 거실 확장부 안쪽에 자리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간 속 공간처럼 독특하게 구성된 홈 바 영역이 나타난다. 수납장 같은 문으로 은밀한 진입감을 형성해 호기심을 자극하며, 내부는 다른 영역과 차별화된 이색적인 미감이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 집중했는데, 그레이 톤 벽지와 차콜 그레이 톤 가구, 다크 그린 계열의 선반장 등이 세련된 어울림을 빚는다. 이곳의 정체성을 강렬하게 표출하는 것은 벽면을 채운 홈 바다. 고급스러운 와인과 양주와 어울리는 클래식한 이미지의 천연 그린 마블로 포인트를 주어 분위기를 살렸다. 아울러 선반도 유리로 제작하고 진열장에는 와인 랙과 간접등을 설치해 세련된 디스플레이를 완성했다. 한편 이곳에 공용 욕실의 출입구를 신설해 취미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문 안의 정원
A House For A Gardener
Design / Amos Goldreich Architecture
Location / London, United Kingdom
Area / 187㎡
Photograph / Ollie Hammick
How to Design 거실과 주방 사이에 식물실을 배치해 정원사인 거주자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자연의 생명력을 품어 푸르게 빛나는 식물은 아무리 작더라도 상상 이상의 힘을 선사해준다. 매일 머무르는 집을 싱그러운 아름다움으로 물들인다면 평범한 일상 역시 더욱 밝게 빛나지 않을까. A House For A Gardener 프로젝트는 정원사와 그의 파트너, 그리고 식물을 세 명의 거주자로 받아들여 정원을 중심으로 생활 공간을 형성한 집이다.
기존 주택의 측면과 후면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식물실을 중심에 두고 거실과 주방, 서재 등의 공간을 재구성했는데, 마당부터 식물실을 거치며 초록빛이 공간 깊이 스며들어 어디서든 식물과 함께할 수 있다. 외부와 인접한 주방과 다이닝 영역은 오크 목재 빔을 리드미컬하게 배치해 정원을 향해 시선을 이끌었으며 천장을 높여 쾌적한 공간을 조성했다. 여기에 사용된 목재는 외부를 향해 돌출한 벽감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포근하며 아늑한 이미지를 배가한다. 다이닝 공간 너머에는 전면을 유리로 만든 식물실이 자리한다. 식물실의 반대편은 서재와 거실로 연결돼 미닫이문으로 손쉽게 진입하게 했으며 열어 두고 통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Focus on ROOM
거실과 주방 사이에 자리한 식물실은 문과 벽뿐 아니라 천장까지 유리로 마무리해 늘 화사한 빛이 비친다. 공간 중심부에 사시사철 넉넉한 채광과 식물의 초록빛을 투영해 집을 싱그럽게 가꾸며, 이처럼 식물이 가득한 길이 거실과 주방을 연결해 공간 전체에 활력을 퍼뜨린다. 아울러 창틀은 기존 집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크리탈(Crittall) 스타일의 검은색 프레임을 적용했다. 외벽과 주방에 포인트를 준 소재와 유사할 뿐 아니라 서재의 다크 톤 벽과 벽돌 벽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또 바닥에는 옐로 컬러를 입혀 공용 공간에 쓰인 오크나무 색감을 연장했는데, 매끄러운 타일 소재를 채택해 온실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삶을 그리는 집
Interior MUA
Design / INT2 architecture
Location / Saint-Petersburg, Russia
Area / 69㎡
Photograph / INT2 architecture
How to Design 일러스트레이터인 거주자가 그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작업실을 만들었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은 내면에서 샘솟는 영감을 퍼 올려 현실에 구현하는 과정이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창조의 과정을 담은 공간은 창작자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내 몸처럼 편안한 곳이어야 한다. 타운하우스의 복층 공간인 Interior MUA는 포스터 숍 VIZHU KITA의 창시자인 아티스트 Yulia Adamova를 위한 집이다.
1층은 주방과 거실 등 공용 공간, 2층은 침실과 작업 공간을 마련해 영역을 효율적으로 분산시켰다. 특히 디자이너는 아티스트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감성을 충족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예산을 맞추기 위해 DIY 시스템을 극대화했다. 점토, 나무 등을 직접 재단하고 가공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구 시스템이 완성됐으며, 자연 소재의 다채로운 톤과 무늬, 러프한 물성이 나타나 창조적인 미감을 형성한다. 그중 1층 주방 벽은 폭이 다른 침엽수 판자로 마감했는데 다양한 도구로 모양을 내고 두들겨 시간의 결을 담은 멋스러운 질감이 탄생했다. 오픈된 구조의 계단은 자유분방한 지그재그 라인을 지녀 공간에 변주를 더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개인 공간으로 구성한 2층이 나타나는데, 비스듬히 내려온 천장 아래 앤티크한 목제 가구, 차분한 모노톤 패브릭 등 1층과 유사한 디자인을 펼쳐 안정감 있게 디자인했다. 한편 곳곳에 걸린 그림은 거주자가 직접 그린 작품으로, 집에 뚜렷한 정체성을 부여하며 공간 전체의 맥을 이어 주는 역할을 맡는다.
*Focus on ROOM
작업실은 사선으로 내려온 천장과 화이트 컬러로 통일한 벽체 아래 포근한 목제 가구가 자리해 평온한 정경을 그린다. 다른 영역에 사용된 것보다 한 톤 밝은 목재로 선반장을 제작해 한결 산뜻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아울러 햇빛이 비치는 창가에는 하늘거리는 화이트 톤 커튼을 얹었으며, 그 앞에 캔버스를 세워 그림을 그리는 곳으로 조성했다. 여기에 도톰한 결이 느껴지는 러그를 깔고 아래를 비출 수 있는 기다란 브라켓을 설치해 영역성을 부각했다.
COPYRIGHT 2021.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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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로 재단한 공간
PART 3-2. 방
취재 신은지
방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성격과 라이프스타일, 취향에 따라 운동 기구, 책, 그림 등 놓여 있는 물건도 다르고, 미니멀, 레트로, 클래식 등 나타나는 스타일도 다르다. 그래서 방을 들여다보면 거주자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주거에서 방이란 나의 내밀한 욕망을 가장 솔직히 마주하고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이 내 마음 같지 않게 굴러가더라도 내게 오롯이 주어진 방 한 칸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작은 방이 품은 무한한 가능성은 자아를 확장하며 삶의 방식과 미래의 모습까지 영향을 미친다.
완전히 열려 있는 공용 영역과 달리 방은 마음 놓고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 수 있는 적절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한때는 방이 휴식하거나 수면을 취하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도맡았을지 모르나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방이 꼭 침실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잘 자는 일보다 좋아하는 것들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더 기쁘다면, 설령 집에 단 하나의 방만 있더라도 마음 가는 대로 꾸며 보는 것이다. 이처럼 보편화된 잣대가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은 저마다 다른 우선순위를 공간에 솔직히 반영하게 됐다. 최근에는 삶의 방식에 따라 더욱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입은 방이 나타난다. 상업 공간을 연상시킬 정도로 세련된 무드를 풍기는 바, 오래된 도서관처럼 온 벽이 책으로 가득 찬 서재, 언제든 악기를 두드릴 수 있는 음악실, 반려식물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 정원 등 자신이 아끼는 일상을 한 공간에 집약적으로 펼쳐나간다. 또 한정적인 공간에 현실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면 방을 멀티 룸으로 바꾸어 일상의 다변화를 꾀하기도 한다. 자그마하지만 마음의 우주를 품은 방. 거주자 라이프스타일로 재단한 맞춤옷 같은 공간을 살펴본다.
단 한 번의 완벽한 휴식
판교원마을 13단지
Design / 플레이스투비 디자인·서동민
Location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Area / 162㎡
Photograph / 플레이스투비 디자인
How to Design 여러 영역 사이에 위치한 작은 방에 풍경이 아름다운 창가를 살려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
어디서든 밝고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집. 자연의 정경을 존중한 집은 사계절을 공간 깊이 들여 시간의 변화를 감미롭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판교원마을 13단지 프로젝트는 자연 친화적인 주거 공간을 구현하는 데 집중한 곳으로, 공간의 모든 요소를 차분하게 절제하면서 큰 창으로 풍경을 품어 푸르른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화이트와 우드, 그레이 톤으로 내추럴한 무드를 다졌으며, 각 공간을 완전히 오픈하거나 투명한 유리로 구획해 유기적인 흐름을 확립했다.
반듯한 라인을 따라 구획한 현관은 미니멀한 회전 유리문으로 집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문 너머 나타나는 거실과 주방은 수직 수평을 맞춰 질서 있게 정돈한 벽체와 라인 조명이 돋보이며, 창은 거대한 액자처럼 넓게 튼 후 맞은편에 큰 원형 거울을 두어 풍경을 투영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밝고 싱그러운 공용 공간을 기점으로 각 방은 유연한 동선과 열린 구조를 통해 편안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특히 구조를 과감하게 재편한 홈 오피스와 멀티 룸에 주목할만하다. 각각 재택근무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했는데, 멀티 룸 벽면은 완전히 유리로 메꾸어 창 너머 풍경을 복도까지 끌어들이도록 계획했다. 또 홈 오피스와 멀티 룸 사이 벽에는 긴 직사각형 유리창을 설치해 개방감을 유도했다. 시각의 깊이를 더한 방은 독특한 공간감을 형성하며, 이를 통해 부부는 공간을 더욱 친근하게 공유할 수 있다.
*Focus on ROOM
멀티 룸은 창밖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풍경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네모난 프레임의 창가에 푹신한 라운지 체어를 두어 평화로운 휴식 시간을 선물한다. 디자인 요소를 절제해 외부 풍경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이며 벽 일부에는 작은 책장과 TV를 두어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아울러 공용 공간과 홈 오피스 사이에 위치해 다양한 영역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이루는데, 솔리드한 벽을 허물고 유리벽을 신설했으며 홈 오피스 방향 벽면에는 긴 직사각형 창을 내 여러 공간이 유연하게 이어진다. 개방적인 구조와 위치적 특성으로 인해 업무 시간을 리프레시 하거나 가족과 연결감을 높이는 등 다양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전면 유리벽은 어둡고 답답했던 거실 앞 복도를 환히 밝힐 뿐 아니라 창가 풍경을 깊숙이 들이는 레이어로 활약한다.
취향으로 숨 쉬는 공간
송도 아메리칸 타운
Design / 옐로플라스틱
Location /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과학로27번길 15
Area / 142㎡
Photograph / 옐로플라스틱
How to Design 홈 카페 겸 서재와 운동실을 조성한 후 디스플레이 역할을 부여해 취향을 집약한 공간이 탄생했다.
하루하루가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든다.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어제를 돌아봐야 하듯, 주어진 일상을 풍요롭게 채워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취향을 아카이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송도 아메리칸 타운 프로젝트는 여행을 좋아하는 거주자 부부가 추억을 차곡차곡 모아볼 수 있는 아카이빙 공간이자 다양한 취미를 토대로 활기찬 일상을 꾸려나가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거주자 취향을 반영해 공간은 모던한 기조를 유지하는데, 특히 뷰가 좋은 이점을 살려 넓은 창과 개방적인 구조를 도입하고 차분한 바탕을 마련했다. 여기에 서재, 홈 카페, 운동실 등 여러 기능 공간과 여행 수집품을 전시하는 디스플레이 존을 마련해 스튜디오 같은 집을 완성했다.
내부는 크게 공용 공간과 안방으로 구성된 기본 생활 영역, 취향을 강조한 복합 영역으로 나뉜다. 기본 생활 영역은 차분하고 시크한 컬러와 정갈한 라인을 강조했는데, 거실은 화이트 컬러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며 주방은 블랙 컬러의 세라믹을 시공해 매스감을 부각했다. 바로 옆으로 연결된 안방은 천장까지 진그레이 컬러를 입혀 전체적인 색감을 통일하고 흑유리로 벽을 세워 공간을 고급스럽게 개방한 점이 돋보인다. 아울러 서재, 홈 카페, 운동실 등으로 구성된 복합 영역은 연베이지 톤을 입혀 다른 공간과 차별점을 두었으며 유리로 구획해 경계를 부드럽게 가다듬었다.
*Focus on ROOM
서재와 운동실로 이루어진 복합 영역은 라이프스타일을 적극 수용하면서도 추억을 아카이빙하는 기능을 강화해 집의 핵심 공간으로 부상한다. 먼저 서재는 따스한 연베이지 톤으로 마감해 편안한 분위기를 심었는데 전체적인 컬러 콘셉트를 잇기 위해 바닥과 책장은 공용 공간에 쓰인 자재로 통일했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책상과 벤치형 수납장을 제작했으며 수납장 일부에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숨숨집을 계획해 여러 가족 구성원을 배려했다. 반대쪽 벽은 제2현관을 과감히 막아 홈 바를 신설함으로써 활용성이 높아졌다. 서재와 운동실 사이 벽은 유리로 마감해 확장감을 의도했으며 큼직한 디스플레이 단을 두어 여행 소품을 전시하게 했다. 이는 전시된 소품을 여러 각도에서 감상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자주 상기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결과다. 특히 운동실은 넓게 드러난 금속 패널에 마그네틱을 부착할 수 있어 맥시멀한 매력이 깃든 갤러리 월을 연출한다.
나를 채우는 시간
래미안 방배아트힐
Design / 소호디자인·김형원
Location /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311-12
Area / 152㎡
Photograph / 허완
How to Design 공부와 휴식 각 특성을 섬세히 고려하고 균형 있게 분배한 아이방을 제안했다.
래미안 방배아트힐 프로젝트는 절제미가 깃든 공간에 다양한 기능을 안배해 여백과 편안한 조화를 이루는 집이다. 부부와 아이가 사는 이곳은 가족이 시간을 함께하는 포근한 공용 공간과 각 구성원의 니즈를 감각적 인테리어로 풀어낸 개인 공간으로 나뉜다. 은은한 화이트와 우드톤이 일관되게 전개되는 가운데 벽, 천장 등에 우드를 넓게 배치하고 격자와 칸살 패턴 등을 활용해 고즈넉한 멋이 짙게 느껴진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우측은 아이방, 좌측은 공용 공간과 부부 공간으로 이어진다. 바닥을 따라 차분한 우드 결이 확장되며, 넓게 펼쳐진 거실은 창가의 라운지 영역과 방 벽을 터 마련한 입식 좌석으로 구성된다. 입식 좌석은 두꺼운 우드 벽과 격자형 창이 둘러싸 아늑함을 배가한다. 특히 복도와 마주한 면에는 공중을 가로지르는 날렵한 조명과 수납장을 설치해 공간을 구분하면서 수납력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개인 공간 역시 분위기를 통일했는데 부부 침실은 창가 프레임을 부각해 평화로운 휴식처로 조성했으며 아이방은 공부와 휴식 영역을 세련되게 분리해 효율성을 높였다.
*Focus on ROOM
가구 전체를 편안한 뉴트럴 컬러와 우드 무늬 패널로 통일한 아이방. 안쪽 창가에 학습 영역, 그 앞으로 휴식 영역을 배치하되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미니멀하게 가다듬어 정돈된 환경에서 활동에 몰입하도록 했다. 학습 영역에는 책상 형태와 맞게 ㄱ자형 천장등을 매립해 각 영역을 구분하면서도 디자인 포인트를 주었다. 아울러 평상처럼 공중에 뜬 형태인 침대 겸 좌석은 아늑하고 여유로운 느낌으로 휴식 영역의 특성을 끌어올리며, 책상과 일체화한 형태로 디자인돼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건강한 일상의 시작
양평한신아파트
Design / 마음제곱미터·윤지유
Location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24길 9
Area / 83.98㎡
Photograph / 이종훈스튜디오·이종훈
How to Design 안방을 확장해 볕이 잘 드는 스튜디오처럼 연출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요가 공간을 조성했다.
양평한신아파트 프로젝트는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의 가치에 주목하게 된 젊은 부부의 집이다. 디자이너는 보편적인 아파트 구조를 거주자 라이프스타일에 온전히 맞추어 재구성함으로써, 쉼과 일, 취미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집을 제안했다. 평소 비건 음식을 직접 요리하는 만큼 넓은 주방이 필요했기에 거실을 과감히 주방으로 전환했으며, 안방은 거실과 침실을 결합한 공간으로 재해석해 침실겸 요가실로 거듭나게 했다.
먼저 안으로 들어서면 현관에 있던 작은 방을 철거해 리셉션 같은 공간이 거주자를 맞이한다. 이곳은 향을 피우거나 LP를 감상하는 등 거주자의 취향이 집약적으로 묻어나는 웰컴 영역이다. 거실을 확장해 완성한 주방은 벽을 따라 긴 조리대가 이어지는 간결한 구조로, 창가에 테이블을 두어 다이닝 겸 사무 공간으로 이용하게 해 효율적이다. 거실과 침실, 요가실을 겸하는 안방은 각 영역을 패브릭으로 구분해 가변적 활용이 가능하다. 패브릭과 목재 등 내추럴한 질감과 따스한 빛이 어우러져 더욱 평온한 풍경을 그린다.
*Focus on ROOM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가를 다용도로 활용 가능한 리빙 공간으로, 안쪽 영역을 아늑한 침실로 구성한 안방. 리빙 공간은 하늘거리는 패브릭 커튼으로 구획하고 이동이 자유로운 좌식 의자만 배치해 가변적으로 활용하게 했다. 특히 부부의 취미인 요가 활동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가로로 긴 공간을 확보했으며, 베란다 벽은 곡선으로 연출해 유연한 실루엣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소재로는 내추럴한 패브릭, 우드 바닥재, 앤티크한 느낌의 템바 보드 등이 사용돼 편안한 인상을 전한다. 아울러 안방 진입부에서는 웨딩 사진을 모티브로 한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할 수 있어 명상적인 분위기를 높인다.
하루의 감미로운 마침표
구로동 LG 신도림자이
Design / 플립360
Location /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18길 64
Area / 117㎡
Photograph / 정우석
How to Design 방 하나를 완전히 홈 바로 전환해 농밀하고 편안한 무드 속에서 음주를 즐길 수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려놓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에서 소중한 이들과 함께 나누는 한잔. 때로는 이 한잔이 무엇으로도 씻어낼 수 없을 것 같던 하루의 피로를 한순간에 날려 버린다. 이는 고급스러운 홈 바를 품은 구로동 LG 신도림자이 프로젝트에서라면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다. 단순한 주거를 넘어 문화와 취미 생활이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거듭난 집은 홈 오피스, 홈 카페, 홈 바의 개념을 중첩해 다양한 활동을 유발한다.
디자이너는 술을 즐겨 마시는 남편을 위해 방 하나를 음주를 위한 취미실로 계획했으며, 요리를 즐기는 아내를 위해서는 볼륨을 극대화한 주방을 마련했다. 과감한 공간 구성이 진행된 만큼 따스한 분위기의 주거 공간과 무겁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상업 공간으로 스타일을 구분해 전개한 점이 독특하다. 대부분의 벽체와 공용부 가구는 화이트 컬러로 통일해 단정한 바탕을 꾸렸고 바닥은 고전적인 티크 계열 마루를 시공해 공간의 무게감을 잡아주었다. 세 개의 방 중 취미실은 별도의 상업 공간처럼 독립적으로 표현해 집을 다채롭게 만들며, 남은 방은 각각 침실과 드레스 룸으로 구성해 기능을 간결하게 소화한다.
*Focus on ROOM
감각적인 홈 바가 일상의 풍미를 돋운다. 거실 확장부 안쪽에 자리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간 속 공간처럼 독특하게 구성된 홈 바 영역이 나타난다. 수납장 같은 문으로 은밀한 진입감을 형성해 호기심을 자극하며, 내부는 다른 영역과 차별화된 이색적인 미감이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 집중했는데, 그레이 톤 벽지와 차콜 그레이 톤 가구, 다크 그린 계열의 선반장 등이 세련된 어울림을 빚는다. 이곳의 정체성을 강렬하게 표출하는 것은 벽면을 채운 홈 바다. 고급스러운 와인과 양주와 어울리는 클래식한 이미지의 천연 그린 마블로 포인트를 주어 분위기를 살렸다. 아울러 선반도 유리로 제작하고 진열장에는 와인 랙과 간접등을 설치해 세련된 디스플레이를 완성했다. 한편 이곳에 공용 욕실의 출입구를 신설해 취미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문 안의 정원
A House For A Gardener
Design / Amos Goldreich Architecture
Location / London, United Kingdom
Area / 187㎡
Photograph / Ollie Hammick
How to Design 거실과 주방 사이에 식물실을 배치해 정원사인 거주자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자연의 생명력을 품어 푸르게 빛나는 식물은 아무리 작더라도 상상 이상의 힘을 선사해준다. 매일 머무르는 집을 싱그러운 아름다움으로 물들인다면 평범한 일상 역시 더욱 밝게 빛나지 않을까. A House For A Gardener 프로젝트는 정원사와 그의 파트너, 그리고 식물을 세 명의 거주자로 받아들여 정원을 중심으로 생활 공간을 형성한 집이다.
기존 주택의 측면과 후면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식물실을 중심에 두고 거실과 주방, 서재 등의 공간을 재구성했는데, 마당부터 식물실을 거치며 초록빛이 공간 깊이 스며들어 어디서든 식물과 함께할 수 있다. 외부와 인접한 주방과 다이닝 영역은 오크 목재 빔을 리드미컬하게 배치해 정원을 향해 시선을 이끌었으며 천장을 높여 쾌적한 공간을 조성했다. 여기에 사용된 목재는 외부를 향해 돌출한 벽감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포근하며 아늑한 이미지를 배가한다. 다이닝 공간 너머에는 전면을 유리로 만든 식물실이 자리한다. 식물실의 반대편은 서재와 거실로 연결돼 미닫이문으로 손쉽게 진입하게 했으며 열어 두고 통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Focus on ROOM
거실과 주방 사이에 자리한 식물실은 문과 벽뿐 아니라 천장까지 유리로 마무리해 늘 화사한 빛이 비친다. 공간 중심부에 사시사철 넉넉한 채광과 식물의 초록빛을 투영해 집을 싱그럽게 가꾸며, 이처럼 식물이 가득한 길이 거실과 주방을 연결해 공간 전체에 활력을 퍼뜨린다. 아울러 창틀은 기존 집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크리탈(Crittall) 스타일의 검은색 프레임을 적용했다. 외벽과 주방에 포인트를 준 소재와 유사할 뿐 아니라 서재의 다크 톤 벽과 벽돌 벽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또 바닥에는 옐로 컬러를 입혀 공용 공간에 쓰인 오크나무 색감을 연장했는데, 매끄러운 타일 소재를 채택해 온실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삶을 그리는 집
Interior MUA
Design / INT2 architecture
Location / Saint-Petersburg, Russia
Area / 69㎡
Photograph / INT2 architecture
How to Design 일러스트레이터인 거주자가 그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작업실을 만들었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은 내면에서 샘솟는 영감을 퍼 올려 현실에 구현하는 과정이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창조의 과정을 담은 공간은 창작자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내 몸처럼 편안한 곳이어야 한다. 타운하우스의 복층 공간인 Interior MUA는 포스터 숍 VIZHU KITA의 창시자인 아티스트 Yulia Adamova를 위한 집이다.
1층은 주방과 거실 등 공용 공간, 2층은 침실과 작업 공간을 마련해 영역을 효율적으로 분산시켰다. 특히 디자이너는 아티스트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감성을 충족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예산을 맞추기 위해 DIY 시스템을 극대화했다. 점토, 나무 등을 직접 재단하고 가공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구 시스템이 완성됐으며, 자연 소재의 다채로운 톤과 무늬, 러프한 물성이 나타나 창조적인 미감을 형성한다. 그중 1층 주방 벽은 폭이 다른 침엽수 판자로 마감했는데 다양한 도구로 모양을 내고 두들겨 시간의 결을 담은 멋스러운 질감이 탄생했다. 오픈된 구조의 계단은 자유분방한 지그재그 라인을 지녀 공간에 변주를 더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개인 공간으로 구성한 2층이 나타나는데, 비스듬히 내려온 천장 아래 앤티크한 목제 가구, 차분한 모노톤 패브릭 등 1층과 유사한 디자인을 펼쳐 안정감 있게 디자인했다. 한편 곳곳에 걸린 그림은 거주자가 직접 그린 작품으로, 집에 뚜렷한 정체성을 부여하며 공간 전체의 맥을 이어 주는 역할을 맡는다.
*Focus on ROOM
작업실은 사선으로 내려온 천장과 화이트 컬러로 통일한 벽체 아래 포근한 목제 가구가 자리해 평온한 정경을 그린다. 다른 영역에 사용된 것보다 한 톤 밝은 목재로 선반장을 제작해 한결 산뜻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아울러 햇빛이 비치는 창가에는 하늘거리는 화이트 톤 커튼을 얹었으며, 그 앞에 캔버스를 세워 그림을 그리는 곳으로 조성했다. 여기에 도톰한 결이 느껴지는 러그를 깔고 아래를 비출 수 있는 기다란 브라켓을 설치해 영역성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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