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Another Space - 공간, 우주로 가다 (2021.9)

Our Another Space
공간, 우주로 가다

취재 한성옥

2021년 여름, 우주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꾸준히 연구와 탐사에 대한 뉴스가 들려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공상 과학의 영역 같던 우주로 민간인이 여행을 떠난 것이다. 7월 11일에는 버진 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7월 20일에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각각 자신이 운영하는 우주 기업의 비행선을 타고 지구를 벗어났다가 돌아와 우주 여행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특히 제프 베이조스의 여행에는 우주와 아무런 관련없는 예비 대학생도 동행해 앞으로 우주가 누구에게나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버진 갤럭틱사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민간인 우주 여행을 진행할 예정이며 현재 예약자만 6백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주 여행이 현실로 다가오자 여행을 넘어 정착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역시 일고 있다. 실제로 우주 여행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청사진에 달이나 화성으로의 이주 계획도 포함되어 있으며 NASA에서는 화성에서의 삶을 연구하기 위한 인공 화성 서식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람들을 우주로 보내려는 계획과 함께 공간에 대한 상상과 시도도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우주 호텔부터 우주 거주지, 집과 공원 등을 포함한 우주 도시까지 각종 공간에 대한 설계안이 나오는데 그중 일부는 10년 이내에 실제로 건축될 예정이기도 하다. 물론 우주로의 여행이나 이주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아직은 지구를 잠시 벗어나는 짧은 여정에도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특정 계층만을 위한 호사가 되리라는 것이다. 또한 우주로 비행하는 로켓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점 때문에 친환경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하지만 우주 공간 프로젝트들을 찬찬히 살펴보다 보면 뜻밖에도 지금 우리의 지구가 보인다. 우주 호텔을 추진 중인 기업 Orbital Assembly Corporation의 Tim Alatorre는 지금까지 우주 탐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연구와 개발은 우리 일상에 적용돼 삶의 질을 개선해왔다고 말하며 더 많은 사람을 우주로 데려가는 일이 또 다른 기술 혁신을 불러와 지구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 주장했다. 달이나 화성 거주지를 설계하는 건축가들 역시 이 과정에서 개발한 기술을 지구에 적용해 지속 가능한 건축을 실현하려 노력한다. 우주의 환경은 지구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낯설고 척박한 땅에서 삶을 새롭게 세워 나가려는 시도는 결국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우주를 향한 무한한 상상이 일방적인 이동이나 도피가 아니라 지구로 돌아오는 순환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HOTEL
Voyager Station

Architect / Orbital Assembly Corporation
Image / Orbital Assembly Corp.

Where_Sun Synchronous Orbit

민간인 우주 여행 시대를 맞아 상업용 우주 호텔도 곧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우주 기업 Orbital Assembly Corporation이 일반인을 위한 우주 호텔 Voyager Station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 5백㎞에서 6백㎞ 사이의 태양 동기 궤도(Sun Synchronous Orbit)에 위치할 이 호텔은 건축가, 신체와 중력의 관계를 연구하는 의사, 우주 시스템 엔지니어 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지구상의 호텔, 유람선, 우주선 등 현존하는 각종 시설을 바탕으로 설계했다. 호텔은 총 280명의 손님과 112명의 승무원이 탑승할 수 있는 규모인데, 승객이 처음 도착하는 중앙 스테이션을 구심점으로 24개 모듈이 둥글게 배치되어 자전거 바퀴 같은 형태를 띤다. 모듈은 식당, 레크리에이션 시설, 객실 등으로 구성되어 승객이 머무르는 동안 다채로운 경험을 하도록 이끈다. 저중력 상태를 경험하거나 지구 궤도를 돌며 경이로운 풍경을 지켜볼 수도 있다. 내부는 미래적인 느낌보다는 고급 호텔처럼 편안하고 친숙한 분위기로 디자인할 계획이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골조를 구현하는 단계까지 성공했다.



CITY
Nüwa

Architect / abiboo Studio, SONet
Image / abiboo Studio, SONet(Renders by Gonzalo Rojas, Sebastián Rodriguez & Verónica Florido)

Where_Mars

건축 및 도시 디자인을 진행하는 abiboo Studio가 화성 영구 정착지 프로젝트 ‘Nüwa’ 를 공개했다. 화성 탐사와 이주를 추진하는 협회 The Mars Society를 위해 설계한 이번 프로젝트는 집, 업무 시설, 갤러리, 공원 등으로 구성되는데 작물 재배 시스템까지 구비해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구현한다. 프로젝트와 이름이 동일한 Nüwa를 비롯해 Abalos, Marineris, Ascraeus, Fuxi 총 5개 도시로 이루어지며 도시마다 2십만 명에서 2십5만 명의 사람을 수용해 1백만 명까지 거주 가능하다. 도시는 거주자가 방사선과 태양광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화성의 절벽 지대에 자리 잡는다. 절벽 경사면의 암석에 관 형태의 모듈을 삽입해 더욱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며 도시 규모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모듈은 직경 10m, 길이 60m로 제작되며 내부는 2층으로 구성된다. 주거 모듈, 작업 모듈 등의 시설 외에 지구와 정서적 연결감을 느끼도록 고안된 인공 자연 공간 ‘그린 돔’ , 반투명 소재로 제작해 화성 풍경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정자 등이 있어 화성의 삶이 한결 쾌적하고 윤택해진다. 절벽 위쪽 평야에는 작물 재배 모듈을 배치할 예정이며 물과 공간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수경 재배 시스템을 적용했다.



HOUSE
Marsha

Architect / AI SpaceFactory
Image / AI SpaceFactory, Plomp

Where_Mars

지구와 화성의 거리는 궤도에 따라 가까울 때는 5,452만㎞, 멀 때는 1억 207만㎞에 달한다. 이렇게 먼 화성에서 지구의 자원을 활용해 대규모 건축을 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NASA는 이를 해결하고자 3D 인쇄 기술을 이용한 화성 주거지 건축을 공모했는데, 다중 행성 건축 및 미술 설계 에이전시 AI SpaceFactory의 프로젝트 ‘Marsha’ 가 1등을 차지해 화성 건축의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Marsha’ 는 3D 인쇄 기술로 건축 과정을 자동화했을 뿐 아니라 현지 소재를 활용하면서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프로젝트다. 화성의 암석에서 추출한 현무암 섬유와 화성 식물 성분을 가공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혼합해 신소재를 개발했고 이 합성물은 조건에 따라 콘크리트보다 2배~5배 정도 강한 내구성을 자랑하며 재활용과 생분해가 가능하다. 건물은 4층 높이의 좁고 긴 형태인데 설치 면적이 넓지 않아 3D 인쇄 과정의 효율성이 높고 바닥과 상단의 응력을 최소화한다. 또한 이중 쉘 구조로 이루어져 화성의 극단적 온도 변화에 대비하며 내부에서는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외벽의 채광창을 통해 유입된 빛이 쉘 사이의 틈으로 퍼져 모든 공간을 은은히 밝히고 일주기 조명으로 지구의 빛을 재현해 거주자의 건강을 돌본다.



RETURN TO EARTH
Tera

Architect / AI SpaceFactory
Image / AI SpaceFactory, Plomp

Where_New York

‘Tera’ 는 AI SpaceFactory가 화성 주거지 ‘Marsha’ 설계에서 개발한 재료로 만든 우주 기술 생태 서식지다. 우주를 위한 기술로 지구의 건설 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프로젝트로, 자원이 많이 소요되고 재활용이 어려운 콘크리트 대신 현무암에 옥수수, 사탕수수 등의 작물에서 나온 성분을 혼합한 소재를 사용해 탄소 발자국을 억제하는 건축을 실현한다. ‘Marsha’ 의 기술과 소재뿐 아니라 디자인도 유지해 화성에서의 지속 가능한 삶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뉴욕 허드슨 강 인근에 위치하는 ‘Tera’ 는 숙박 시설로 운영되며 성인 2명, 아이 1명까지 머무를 수 있다. 계란처럼 둥근 곡선을 띤 수직 형태의 외관은 ‘Marsha’ 와 동일하지만 내부 쉘을 배제하고 좀 더 많은 창을 내 강 풍경을 바라보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내부는 자작나무와 포플러나무 등 천연 소재를 바탕으로 럭셔리한 심플 콘셉트를 표현해 지속 가능성을 충족하면서 숙박객에게 안락함을 선사한다. 욕실, 주방, 책상, 소파, 침실 등을 나선형으로 배치해 다양한 기능을 집약함으로써 단순하지만 풍요로운 시간을 담았다. 건축 소재는 생분해성이어서 수명 주기가 끝나면 땅 위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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