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volving House
PART 1. 거실
취재 신은지, 한성옥
레이어드 홈이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주거의 기본적인 역할에 일과 여가 등 새로운 기능을 포용한 공간은 일상의 단면을 켜켜이 쌓아 이채로운 풍경을 그려낸다. 수면과 식사 등의 기본 기능 역시 고급화되었으며 업무나 가드닝처럼 집 밖에서 이루어지던 활동을 수용해 삶 그 자체로 거듭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회 구조와 개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루 아우르는 변화다. 먼저 도시의 한정된 공간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성격과 역할을 받아들이며, 거주자 구성도 다채로워져 이전과 다른 평면을 탄생시키고 있다. 일례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방의 경계와 배치에 대한 의미가 약해졌지만 반대로 맞벌이 부부와 부모가 같이 사는 비율이 높아지자 세대 분리형 공간에 대한 니즈가 커지기도 했다. 한편 작년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는 실질적 변화에 불을 붙였다. 휴식의 공간이었던 집에 재택근무 시스템이 스며들었으며 홈트레이닝이나 취미실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현관에 클린 케어 룸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공간을 발화한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온전히 녹이려는 거주자의 욕구를 더해 집은 완전히 격동의 공간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산업화와 대규모 도시계획 아래 고정돼버린 현대의 평면은 아직 변화한 삶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사람들은 거실, 주방, 방 등 주어진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집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집의 중심을 잡는 거실을 살펴보자. 거실은 가족 구성원의 주요한 소통 공간이자 다이닝, 문화 생활 등 복합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점차 그 면적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인데 구조적으로 넓어진 영역이 증명하듯 거실은 더 많은 콘텐츠를 포용하고 있다. 이제 한쪽에 TV, 맞은편에 소파를 놓은 풍경은 지루하고 숨 막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몸의 방향과 시선을 한 곳으로 고정하는 구조가 공간의 가능성을 눌러버리기 때문이다. 바람이 시원하게 스쳐 가는 한옥을 상상해본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탁 트인 마루가 구석구석 나뉜 방을 하나로 묶는 구조다. 공간의 역할을 억압하는 그 무엇도 없다. 마루에 작은 좌탁을 놓으면 식사 공간이고 후덥지근한 여름밤 얇은 침구를 꺼내 놓으면 침실이 된다. 거실에 아무것도 두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거실의 성격을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요즘은 거실이 ‘방’ 같아졌다. 거실의 본질적 역할인 소통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살리면서 서재, 카페, 명상 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입는다. 한 벽면을 책장으로 가득 채우고 낮은 커피 테이블이 아닌 큼직한 책상을 배치하거나, 공간을 가로질러 단을 올림으로써 앉거나 누워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평상을 제작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방이나 테라스의 벽을 터 공간 연계성을 끌어올리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1인 주거의 경우 자연스럽게 거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개인 라이프스타일에 더욱 몰입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동식, 조립식, 모듈 등 유연한 시스템을 더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는 형태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조금 더 근원적인 구조와 기능의 변화다. 주거 내 각 영역은 기존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거주자 라이프스타일을 기준 삼아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덧입으며, 성격과 역할, 구조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나아간다. 기획 기사 The Evolving House를 통해 아파트와 빌라 기반의 보편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만나본다. 그리고 첫 번째 기사의 출발점은 집의 얼굴, 거실이다.
카페가 된 집
서원마을 현대홈타운
Design / 디자인코멘트·신윤섭
Location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포은대로 231
Area / 81㎡
Photograph / 레이리터

How to Design
거주자 직업을 고려해 거실에 작업실과 다이닝 룸 역할을 부여하고 카페처럼 그윽한 분위기가 깃들게 했다.
집은 돌아볼수록 욕심이 생긴다. 편안해 보이는 몸집 큰 소파나 멋들어진 장식장에 시선이 가고 베란다도 확장해 최대한 넓은 공간을 꾸리고 싶다. 하지만 본질을 파악해야 진정한 나만의 집이 탄생하는 법. 서원마을 현대 홈타운 프로젝트는 주어진 공간과 거주자 라이프스타일을 세심히 읽고 과감한 선택과 집중으로 나만의 고즈넉한 카페를 완성한다. 디자이너인 거주자가 원활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거실의 역할을 확장했으며 짙은 월넛톤 우드를 균일하게 활용해 분위기를 심화한 것이다. 차분한 우드와 에스닉한 패턴 타일을 활용한 현관을 지나면 서정적 아름다움이 흐르는 아담한 공용 공간이 나타난다. 짙은 우드 톤의 마루가 이어지는 가운데 거실은 다이닝 겸 작업용 테이블만 배치하고 감각적인 디자인 창을 설치해 테마를 확고히 했다. 주방 역시 고급스러운 월넛 우드가 이어지는데 상부장 없이 선반을 두었으며 작은 모자이크 타일로 벽을 채워 아기자기한 표현에 집중했다. 방은 한결 산뜻한 우드 톤의 가구를 배치하고 감성적인 디자인 소품으로 스타일링했으며, 특히 욕실은 목재를 적용한 세면대와 마루를 연상시키는 벽 타일로 콘셉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Focus on LIVING ROOM
거주자는 늘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어야 하며 재택근무가 잦은 디자이너였다. 이에 거실을 작업실이자 다이닝 룸, 그리고 가족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중앙에 테이블을 배치했는데, 부드러운 월넛 톤의 북유럽 스타일 가구와 귀여운 종 모양 펜던트 조명을 채택해 아늑한 카페를 연상시킨다. 벽에는 가벼운 라인형 선반과 수납장을 제작해 다양한 오브제를 디스플레이하게 했으며 가구 하단을 비워 공간을 입체적으로 가꾸었다. 특히 베란다 확장이 아니라 오히려 가벽을 세운 색다른 시도에 주목할 만하다. 새시를 완전히 교체해 포근한 격자형 창문과 문을 설치한 것이다. 카페 파사드를 닮은 감각적인 라인의 창문 너머 햇빛이 넉넉히 흘러들며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향긋한 커피 한잔을 즐기게 만든다.

함께 성장하는 공간
다정한마을 쌍용예가
Design / 스튜디오33
Location / 경기도 부천시 도약로 81
Area / 157.92㎡
Photograph / SOULGRAPH·진성기

How to Design
방을 오픈하고 거실과 연계한 서재 겸 다이닝 룸으로 가족이 자연스럽게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
공간은 관계를 반영한다. 집 안에서 가족 구성원이 어떤 소통 방식을 원하는지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동선과 이에 따른 공간 구성이 변화한다. 그중 부부와 아들이 함께하는 다정한마을 쌍용예가 프로젝트는 각 방을 수면에 집중한 곳으로 두고 거실에서 나머지 시간을 공유하도록 공간 강약을 조절한 점이 인상적이다. 거실과 맞닿은 방의 벽을 철거해 다이닝 룸 겸 오픈 서재를 만들었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우드와 깔끔한 화이트가 조화 이루는 내부는 공간감을 살린 시원시원한 구조가 돋보인다. 거실은 기존 박공지붕 형태를 유지하되 비대칭으로 디자인해 재미를 주었으며, 소파 뒤쪽에는 책장과 테이블을 구성한 다이닝 룸 겸 서재를 마련했다.

바닥을 타일로 시공해 시각적으로 구획한 주방은 다이닝 룸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간이 식탁을 겸하는 대면형 아일랜드를 갖췄다. 박공지붕의 라인 끝에는 히든 레일을 활용해 깔끔하게 디자인한 칸살 중문이 자리하는데, 차분한 결이 느껴지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쭉 뻗은 복도를 중심으로 오직 수면에 몰입하게 조성한 부부와 아이의 침실이 나타난다. 이 밖에 작은 다락방을 활용한 아이 놀이방은 밧줄과 우드 합판으로 편안하면서 재미있는 디자인을 연출했다.

Focus on LIVING ROOM
거실은 높은 천장과 넓은 창으로 채광이 넉넉했지만 현관부터 발코니까지 이어지는 두꺼운 몰딩과 미로 같은 구조 때문에 좁아 보였다. 이에 내부를 깔끔하게 가다듬으면서 현관 앞에 있던 방을 확장해 탁 트인 다이닝 룸 겸 서재를 완성했다. 안쪽 벽면에 수직·수평의 라인이 돋보이는 책장을 채워 반듯한 라인을 살렸으며, 거실을 맞댄 철거 불가능한 기둥에는 널찍한 고정형 테이블을 설치해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책장과 테이블은 모두 단정한 우드 소재로 통일하고 천장에 타원형 펜던트 등을 달아 고즈넉한 분위기를 증진한다. 아울러 거실 방면으로는 트여있으나 현관과 마주한 면에는 유리 벽을 설치하고 소품과 식물을 전시해 공간감을 프라이빗하게 조율했다. 발코니에는 고정형 유리와 얇은 프레임을 이용해 외부를 바라봤을 때 깔끔하고 안정적인 풍경을 이어가도록 신경 썼다.
하늘 앞에 마음을 누이는 집
An Oasis in the Heart of Poblenou
Design / m-i-r-a architecture
Location / Barcelona, Spain
Area / 97㎡
Photograph / Del Rio Bani

How to Design
주거의 위치 특성을 활용해 도심의 분위기와
자연의 미학을 함께 누리며 휴식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19세기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산업 지대였던 포블레노우(Poblenou)는 방직 산업이 쇠퇴하면서 침체되었다가 최근 활기를 되찾은 지역이다. 이곳 중심부에 위치한 An Oasis in the Heart of Poblenou는 지역의 맥락을 받아들이면서 자연을 끌어들여 도심 속 오아시스로 승화해 눈길을 끈다. 콘크리트와 벽돌로 인더스트리얼한 바탕을 다지는 한편 아파트 최상층인 점을 활용해 하늘 풍경과 빛으로 공간을 채워 도시와 자연이 맞물리는 주거를 창조했다. 도시의 번잡함을 잊고 쉴 수 있도록 차분하게 연출하고 휴식에 집중해 구성했는데, 바닥은 밝은 톤의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벽돌 벽과 아치형 천장을 새하얗게 칠해 집 전체에 투박하면서도 밝고 평화로운 느낌이 감돈다. 거실, 주방, 욕실, 침실이 일직선으로 배치된 주거의 양쪽에 테라스를 배치해 빛과 하늘을 공간 속으로 유입한 점도 안온한 분위기를 고조한다. 테라스와 거실은 벽 대부분을 창으로 터 내외부를 연결했는데 테라스 바닥을 높여 집 내부가 파인 듯 연출해 안락하다.

주방에 짙은 색 목재 가구를 두어 하얀 배경을 힘 있게 잡아주었으며 테마를 이어간 침실은 침대와 붙박이장만으로 구성해 쉼에 몰입하도록 했다. 한편 욕실은 욕조 위에 천창을 내 물 위로 빛이 떨어지며 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마음을 정화해준다.

Focus on LIVING ROOM
아파트 최상층에 위치해 탁 트인 하늘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주거 특성을 살려 거실과 테라스의 경계를 최소화했다. 주거를 ㄱ자로 감싸는 테라스와 거실 사이의 벽에 커다란 창을 시공해 연결성을 높인 것이다. 창 하단과 테라스 바닥의 높이를 맞춰 집이 둥지처럼 우묵한 느낌으로 완성됐는데, 그중 거실은 창을 따라 단을 반 정도 높이고 푹신한 소파로 계획해 야외 풍경을 극적으로 받아들였다. 3면이 모두 소파로 구성됐으며 소파 위에 앉거나 누우면 내외부의 단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시선은 하늘로 쭉 뻗어 나가 아늑한 실내에 몸을 두고서 야외에 있는 듯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거실 측면의 벽과 창 사이 공간 전체에 소파 쿠션을 펼쳐 눕거나 뒹굴거리는 등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몸과 마음을 온전히 이완하도록 이끌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집
RUBIKUM FOR THREE
Design / ATELIER FOR URBANISM AND ARCHITECTURE
Location / Ljubljana, Slovenia
Area / 65㎡
Photograph / Miran Kambič

How to Design
벽을 허물어 공간을 통합하고 거실에 이동성 높은 가구를 배치해 자유
롭게 재편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삶이 머무는 공간, 집. 사람은 누구나 여러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고, 또 끝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이토록 다채로운 삶의 면면을 여실히 품기 위해 집은 유연해야 한다. 류블랴나(Ljubljana)에 자리한 RUBIKUM FOR THREE의 거주자는 한적한 시골에서 개를 키우며 살던 부부로 도시 한복판으로 이사 오게 됐지만 여전히 시골의 자유로움이 담긴 집을 꿈꿨다. 이에 디자이너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거주자의 삶을 뒷받침하면서 함께 사는 개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주거를 구현했다. 먼저 공간을 단절하는 벽을 과감하게 터 현관부터 주방, 거실, 베란다, 침실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으며 주방과 거실을 통합하고 바퀴 달린 가구를 배치해 필요에 따라 재구성하도록 했다. 또한 내구성이 뛰어난 테라조 바닥을 시공하고 튼튼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가구를 제작해 부담 없이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 붙박이장을 활용해 열린 구조의 주거를 깔끔하게 정돈한 점도 눈여겨볼 만한데 현관에서 주방까지 이어지는 벽은 세탁기, 싱크대 등을 수납하는 장으로 구성하고 짙은 녹색을 입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가벼움을 묵직하게 눌러주었으며 침실은 침대와 연결된 목재 장으로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Focus on LIVING ROOM
거주자는 주로 집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을 초대해 점심 모임, 영화의 밤,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 등을 진행하고 그 외 시간에도 요가, 개 훈련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므로 다양한 활동의 무대가 되는 주거가 필요했다. 식사를 중심으로 한 사교 활동이 많은 만큼 거실이 주방을 포용하도록 해 모임을 뒷받침했는데 붙박이장에 싱크대와 수납 기능을 부여하고 바퀴 달린 아일랜드만 더해 유연한 주방을 완성했다. 거실은 아일랜드와 크기를 맞추고 동일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제작한 이동형 소파를 두어 주방과 연결성을 높였으며 벽 한쪽에 수납장과 일체화한 책상을 마련해 간편한 업무 공간을 조성했다. 소파 패브릭은 회색으로 선택하고 거실 벽에서 베란다까지 은색 커튼으로 아울러 통일감을 주되 보헤미안 스타일 러그, 싱그러운 화분 등으로 스타일링해 생동감 있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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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olving House
PART 1. 거실
취재 신은지, 한성옥
레이어드 홈이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주거의 기본적인 역할에 일과 여가 등 새로운 기능을 포용한 공간은 일상의 단면을 켜켜이 쌓아 이채로운 풍경을 그려낸다. 수면과 식사 등의 기본 기능 역시 고급화되었으며 업무나 가드닝처럼 집 밖에서 이루어지던 활동을 수용해 삶 그 자체로 거듭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회 구조와 개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루 아우르는 변화다. 먼저 도시의 한정된 공간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성격과 역할을 받아들이며, 거주자 구성도 다채로워져 이전과 다른 평면을 탄생시키고 있다. 일례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방의 경계와 배치에 대한 의미가 약해졌지만 반대로 맞벌이 부부와 부모가 같이 사는 비율이 높아지자 세대 분리형 공간에 대한 니즈가 커지기도 했다. 한편 작년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는 실질적 변화에 불을 붙였다. 휴식의 공간이었던 집에 재택근무 시스템이 스며들었으며 홈트레이닝이나 취미실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현관에 클린 케어 룸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공간을 발화한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온전히 녹이려는 거주자의 욕구를 더해 집은 완전히 격동의 공간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산업화와 대규모 도시계획 아래 고정돼버린 현대의 평면은 아직 변화한 삶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사람들은 거실, 주방, 방 등 주어진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집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집의 중심을 잡는 거실을 살펴보자. 거실은 가족 구성원의 주요한 소통 공간이자 다이닝, 문화 생활 등 복합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점차 그 면적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인데 구조적으로 넓어진 영역이 증명하듯 거실은 더 많은 콘텐츠를 포용하고 있다. 이제 한쪽에 TV, 맞은편에 소파를 놓은 풍경은 지루하고 숨 막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몸의 방향과 시선을 한 곳으로 고정하는 구조가 공간의 가능성을 눌러버리기 때문이다. 바람이 시원하게 스쳐 가는 한옥을 상상해본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탁 트인 마루가 구석구석 나뉜 방을 하나로 묶는 구조다. 공간의 역할을 억압하는 그 무엇도 없다. 마루에 작은 좌탁을 놓으면 식사 공간이고 후덥지근한 여름밤 얇은 침구를 꺼내 놓으면 침실이 된다. 거실에 아무것도 두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거실의 성격을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요즘은 거실이 ‘방’ 같아졌다. 거실의 본질적 역할인 소통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살리면서 서재, 카페, 명상 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입는다. 한 벽면을 책장으로 가득 채우고 낮은 커피 테이블이 아닌 큼직한 책상을 배치하거나, 공간을 가로질러 단을 올림으로써 앉거나 누워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평상을 제작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방이나 테라스의 벽을 터 공간 연계성을 끌어올리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1인 주거의 경우 자연스럽게 거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개인 라이프스타일에 더욱 몰입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동식, 조립식, 모듈 등 유연한 시스템을 더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는 형태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조금 더 근원적인 구조와 기능의 변화다. 주거 내 각 영역은 기존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거주자 라이프스타일을 기준 삼아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덧입으며, 성격과 역할, 구조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나아간다. 기획 기사 The Evolving House를 통해 아파트와 빌라 기반의 보편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만나본다. 그리고 첫 번째 기사의 출발점은 집의 얼굴, 거실이다.
카페가 된 집
서원마을 현대홈타운
Design / 디자인코멘트·신윤섭
Location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포은대로 231
Area / 81㎡
Photograph / 레이리터
How to Design
거주자 직업을 고려해 거실에 작업실과 다이닝 룸 역할을 부여하고 카페처럼 그윽한 분위기가 깃들게 했다.
집은 돌아볼수록 욕심이 생긴다. 편안해 보이는 몸집 큰 소파나 멋들어진 장식장에 시선이 가고 베란다도 확장해 최대한 넓은 공간을 꾸리고 싶다. 하지만 본질을 파악해야 진정한 나만의 집이 탄생하는 법. 서원마을 현대 홈타운 프로젝트는 주어진 공간과 거주자 라이프스타일을 세심히 읽고 과감한 선택과 집중으로 나만의 고즈넉한 카페를 완성한다. 디자이너인 거주자가 원활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거실의 역할을 확장했으며 짙은 월넛톤 우드를 균일하게 활용해 분위기를 심화한 것이다. 차분한 우드와 에스닉한 패턴 타일을 활용한 현관을 지나면 서정적 아름다움이 흐르는 아담한 공용 공간이 나타난다. 짙은 우드 톤의 마루가 이어지는 가운데 거실은 다이닝 겸 작업용 테이블만 배치하고 감각적인 디자인 창을 설치해 테마를 확고히 했다. 주방 역시 고급스러운 월넛 우드가 이어지는데 상부장 없이 선반을 두었으며 작은 모자이크 타일로 벽을 채워 아기자기한 표현에 집중했다. 방은 한결 산뜻한 우드 톤의 가구를 배치하고 감성적인 디자인 소품으로 스타일링했으며, 특히 욕실은 목재를 적용한 세면대와 마루를 연상시키는 벽 타일로 콘셉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Focus on LIVING ROOM
거주자는 늘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어야 하며 재택근무가 잦은 디자이너였다. 이에 거실을 작업실이자 다이닝 룸, 그리고 가족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중앙에 테이블을 배치했는데, 부드러운 월넛 톤의 북유럽 스타일 가구와 귀여운 종 모양 펜던트 조명을 채택해 아늑한 카페를 연상시킨다. 벽에는 가벼운 라인형 선반과 수납장을 제작해 다양한 오브제를 디스플레이하게 했으며 가구 하단을 비워 공간을 입체적으로 가꾸었다. 특히 베란다 확장이 아니라 오히려 가벽을 세운 색다른 시도에 주목할 만하다. 새시를 완전히 교체해 포근한 격자형 창문과 문을 설치한 것이다. 카페 파사드를 닮은 감각적인 라인의 창문 너머 햇빛이 넉넉히 흘러들며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향긋한 커피 한잔을 즐기게 만든다.
함께 성장하는 공간
다정한마을 쌍용예가
Design / 스튜디오33
Location / 경기도 부천시 도약로 81
Area / 157.92㎡
Photograph / SOULGRAPH·진성기
How to Design
방을 오픈하고 거실과 연계한 서재 겸 다이닝 룸으로 가족이 자연스럽게 시간을 공유할 수 있다.
공간은 관계를 반영한다. 집 안에서 가족 구성원이 어떤 소통 방식을 원하는지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동선과 이에 따른 공간 구성이 변화한다. 그중 부부와 아들이 함께하는 다정한마을 쌍용예가 프로젝트는 각 방을 수면에 집중한 곳으로 두고 거실에서 나머지 시간을 공유하도록 공간 강약을 조절한 점이 인상적이다. 거실과 맞닿은 방의 벽을 철거해 다이닝 룸 겸 오픈 서재를 만들었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우드와 깔끔한 화이트가 조화 이루는 내부는 공간감을 살린 시원시원한 구조가 돋보인다. 거실은 기존 박공지붕 형태를 유지하되 비대칭으로 디자인해 재미를 주었으며, 소파 뒤쪽에는 책장과 테이블을 구성한 다이닝 룸 겸 서재를 마련했다.
바닥을 타일로 시공해 시각적으로 구획한 주방은 다이닝 룸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간이 식탁을 겸하는 대면형 아일랜드를 갖췄다. 박공지붕의 라인 끝에는 히든 레일을 활용해 깔끔하게 디자인한 칸살 중문이 자리하는데, 차분한 결이 느껴지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쭉 뻗은 복도를 중심으로 오직 수면에 몰입하게 조성한 부부와 아이의 침실이 나타난다. 이 밖에 작은 다락방을 활용한 아이 놀이방은 밧줄과 우드 합판으로 편안하면서 재미있는 디자인을 연출했다.
Focus on LIVING ROOM
거실은 높은 천장과 넓은 창으로 채광이 넉넉했지만 현관부터 발코니까지 이어지는 두꺼운 몰딩과 미로 같은 구조 때문에 좁아 보였다. 이에 내부를 깔끔하게 가다듬으면서 현관 앞에 있던 방을 확장해 탁 트인 다이닝 룸 겸 서재를 완성했다. 안쪽 벽면에 수직·수평의 라인이 돋보이는 책장을 채워 반듯한 라인을 살렸으며, 거실을 맞댄 철거 불가능한 기둥에는 널찍한 고정형 테이블을 설치해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책장과 테이블은 모두 단정한 우드 소재로 통일하고 천장에 타원형 펜던트 등을 달아 고즈넉한 분위기를 증진한다. 아울러 거실 방면으로는 트여있으나 현관과 마주한 면에는 유리 벽을 설치하고 소품과 식물을 전시해 공간감을 프라이빗하게 조율했다. 발코니에는 고정형 유리와 얇은 프레임을 이용해 외부를 바라봤을 때 깔끔하고 안정적인 풍경을 이어가도록 신경 썼다.
하늘 앞에 마음을 누이는 집
An Oasis in the Heart of Poblenou
Design / m-i-r-a architecture
Location / Barcelona, Spain
Area / 97㎡
Photograph / Del Rio Bani
How to Design
주거의 위치 특성을 활용해 도심의 분위기와 자연의 미학을 함께 누리며 휴식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19세기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산업 지대였던 포블레노우(Poblenou)는 방직 산업이 쇠퇴하면서 침체되었다가 최근 활기를 되찾은 지역이다. 이곳 중심부에 위치한 An Oasis in the Heart of Poblenou는 지역의 맥락을 받아들이면서 자연을 끌어들여 도심 속 오아시스로 승화해 눈길을 끈다. 콘크리트와 벽돌로 인더스트리얼한 바탕을 다지는 한편 아파트 최상층인 점을 활용해 하늘 풍경과 빛으로 공간을 채워 도시와 자연이 맞물리는 주거를 창조했다. 도시의 번잡함을 잊고 쉴 수 있도록 차분하게 연출하고 휴식에 집중해 구성했는데, 바닥은 밝은 톤의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벽돌 벽과 아치형 천장을 새하얗게 칠해 집 전체에 투박하면서도 밝고 평화로운 느낌이 감돈다. 거실, 주방, 욕실, 침실이 일직선으로 배치된 주거의 양쪽에 테라스를 배치해 빛과 하늘을 공간 속으로 유입한 점도 안온한 분위기를 고조한다. 테라스와 거실은 벽 대부분을 창으로 터 내외부를 연결했는데 테라스 바닥을 높여 집 내부가 파인 듯 연출해 안락하다.
주방에 짙은 색 목재 가구를 두어 하얀 배경을 힘 있게 잡아주었으며 테마를 이어간 침실은 침대와 붙박이장만으로 구성해 쉼에 몰입하도록 했다. 한편 욕실은 욕조 위에 천창을 내 물 위로 빛이 떨어지며 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마음을 정화해준다.
Focus on LIVING ROOM
아파트 최상층에 위치해 탁 트인 하늘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주거 특성을 살려 거실과 테라스의 경계를 최소화했다. 주거를 ㄱ자로 감싸는 테라스와 거실 사이의 벽에 커다란 창을 시공해 연결성을 높인 것이다. 창 하단과 테라스 바닥의 높이를 맞춰 집이 둥지처럼 우묵한 느낌으로 완성됐는데, 그중 거실은 창을 따라 단을 반 정도 높이고 푹신한 소파로 계획해 야외 풍경을 극적으로 받아들였다. 3면이 모두 소파로 구성됐으며 소파 위에 앉거나 누우면 내외부의 단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시선은 하늘로 쭉 뻗어 나가 아늑한 실내에 몸을 두고서 야외에 있는 듯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거실 측면의 벽과 창 사이 공간 전체에 소파 쿠션을 펼쳐 눕거나 뒹굴거리는 등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몸과 마음을 온전히 이완하도록 이끌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집
RUBIKUM FOR THREE
Design / ATELIER FOR URBANISM AND ARCHITECTURE
Location / Ljubljana, Slovenia
Area / 65㎡
Photograph / Miran Kambič
How to Design
벽을 허물어 공간을 통합하고 거실에 이동성 높은 가구를 배치해 자유 롭게 재편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삶이 머무는 공간, 집. 사람은 누구나 여러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고, 또 끝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이토록 다채로운 삶의 면면을 여실히 품기 위해 집은 유연해야 한다. 류블랴나(Ljubljana)에 자리한 RUBIKUM FOR THREE의 거주자는 한적한 시골에서 개를 키우며 살던 부부로 도시 한복판으로 이사 오게 됐지만 여전히 시골의 자유로움이 담긴 집을 꿈꿨다. 이에 디자이너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거주자의 삶을 뒷받침하면서 함께 사는 개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주거를 구현했다. 먼저 공간을 단절하는 벽을 과감하게 터 현관부터 주방, 거실, 베란다, 침실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으며 주방과 거실을 통합하고 바퀴 달린 가구를 배치해 필요에 따라 재구성하도록 했다. 또한 내구성이 뛰어난 테라조 바닥을 시공하고 튼튼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가구를 제작해 부담 없이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 붙박이장을 활용해 열린 구조의 주거를 깔끔하게 정돈한 점도 눈여겨볼 만한데 현관에서 주방까지 이어지는 벽은 세탁기, 싱크대 등을 수납하는 장으로 구성하고 짙은 녹색을 입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가벼움을 묵직하게 눌러주었으며 침실은 침대와 연결된 목재 장으로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Focus on LIVING ROOM
거주자는 주로 집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을 초대해 점심 모임, 영화의 밤,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 등을 진행하고 그 외 시간에도 요가, 개 훈련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므로 다양한 활동의 무대가 되는 주거가 필요했다. 식사를 중심으로 한 사교 활동이 많은 만큼 거실이 주방을 포용하도록 해 모임을 뒷받침했는데 붙박이장에 싱크대와 수납 기능을 부여하고 바퀴 달린 아일랜드만 더해 유연한 주방을 완성했다. 거실은 아일랜드와 크기를 맞추고 동일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제작한 이동형 소파를 두어 주방과 연결성을 높였으며 벽 한쪽에 수납장과 일체화한 책상을 마련해 간편한 업무 공간을 조성했다. 소파 패브릭은 회색으로 선택하고 거실 벽에서 베란다까지 은색 커튼으로 아울러 통일감을 주되 보헤미안 스타일 러그, 싱그러운 화분 등으로 스타일링해 생동감 있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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