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Care of My Life
건강한 삶의 즐거운 시작, 병원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상진
즐겁고 활기찬 인생은 건강한 신체에서 비롯한다.
몸이 튼튼하고 기운이 있어야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고 꿈을 좇을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이 최고의 관심사가 된 시대, 병원은 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신선한 풍경으로 건강한 삶의 길을 연다.
인류는 언제나 건강을 꿈꾸지만 요즘처럼 건강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화두였던 적도 드물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적었던 젊은 세대가 감염병과 고령화 사회 등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하면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신체를 튼튼하게 유지하고 수명 연장을 추구하는 단계를 넘어 건강을 지키는 일을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인지하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양상이 나타나 흥미로운데, 식단을 관리하면서 대체 성분이 들어간 음식으로 맛과 영양소를 모두 충족하고 요가, 헬스부터 등산, 골프까지 다양한 운동을 취미로 삼으며 귀여운 굿즈를 제공하는 이벤트 러닝을 하거나 게임처럼 주행에 따라 가상의 보물을 수집하는 프로그램으로 사이클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건강 관리에 새로운 흐름이 일면서 병원 역시 변화를 겪고 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식단이나 운동 같은 일상 속 관리만큼이나 병원을 찾아가 신체 상태를 확인하고 질병을 제때 치료하는 일이 중요하다. 흔히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사람이 장수하고 건강 체질이던 사람의 수명이 오히려 짧다는 말을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잔병 때문에 자주 병원에 드나들면 자연히 신체를 관리하게 되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은 필요성을 알면서도 선뜻 찾기 힘든 장소다. 병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큰 데다 치료와 관리의 효율성, 위생 등에만 초점을 맞춘 병원의 모습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입원 환자 역시 희고 반듯하기만 한 공간에서 압박감과 긴장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기존의 모습을 탈피해 즐거운 장소로 거듭나는 병원이 나타나는데, 감각적인 카페나 고급스러운 호텔 같은 공간, 집처럼 안락한 공간을 조성해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다양한 조형 요소, 비비드 컬러를 활용한 인테리어로 병원의 이미지를 활기차고 발랄하게 환기한다. 더 나아가 공간 디자인이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자연, 예술 등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단순히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이 아니라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치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병원을 제안하기도 한다. 근사한 카페에서 여유를 누리는 듯한 공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 울창한 수풀속에서 휴양을 하는 공간. 새로운 공간 경험을 입어 한 번쯤 찾아가고 싶은 장소가 된 병원에서 건강한 삶을 향한 즐거운 여정을 시작한다.
Hospital with Hospitality
클리니크 후즈후
Design / JONG KIM Design Studio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842
Area / 661.2㎡
Photograph / Sim studio
Clinic Type_피부과
Design for Clinic_고급 호텔 라운지처럼 환대하는 장소로 디자인해 진료에 대한 긴장감을 기대감으로 바꿔준다.
병원을 뜻하는 ‘Hospital’ 에는 극진하게 대접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귀한 손님을 극진히 모셨던 것처럼 몸이 불편한 환자를 정성껏 보살핀다는 의미를 담은 것인데 현대의 병원은 짙은 소독약 냄새와 앓는 소리로 가득해 선뜻 들어서기 어려운 공간이 되어버렸다. 이에 단어의 본래 의미를 표현하고자 안락함을 고급스럽게 연출한 병원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새하얗고 깔끔하기만 하던 공간에서 벗어나 차분하고 우아한 컬러로 바탕을 다진 뒤 진료 과목이나 환자 연령대 같은 특징을 디자인 요소로 승화해 병원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낮추고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다.
▲ Focus on | 기분 좋은 환대의 공간
병원의 접수처를 호텔 로비처럼 우아하고 편안하게 꾸몄다. 나무 고유의 결이 뉴트럴 컬러와 만나 방문객을 따스하게 맞아주는데 벽과 기둥은 물론 안내데스크나 소파, 커피테이블과 같은 가구까지 둥글고 부드럽게 마감해 이완되는 공간을 완성했다. 또한 살짝 내려온 천장 옆면에 잔잔하게 파도 치는 형태의 민트색 벽면을 삽입한 뒤 주변으로 광택이 도는 메탈을 두름으로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면서도 산뜻한 대비감을 살렸다.
청담동에 자리한 클리니크 후즈후는 3층부터 6층까지 이어진 대형 피부과로 프리미엄 의료 서비스를 지향하는 만큼 모든 영역을 호텔 로비처럼 안락하고 고급스럽게 연출해 주목할 만하다. 뉴트럴한 우드 톤에 브랜드 메인 컬러인 민트색을 조화시켜 세련된 미감을 자아내며 손이 닿는 벽과 천장 등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고 하늘거리는 커튼과 물결 형태의 벽체 등을 활용해 부드러운 공간감을 완성했다. 특히 방문객이 가장 먼저 들어서는 6층 접수실은 시원한 통창을 따라 안락 의자와 곡선형 소파를 배치해 전망 좋은 라운지에 초대받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 뒤로는 사다리꼴을 둥글게 처리해 우아한 매스감을 드러낸 안내데스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밝은 웜 톤으로 칠한 좌석 구역과 달리 안내데스크 쪽은 우드로 벽과 바닥을 마감한 뒤 천장을 아래로 내려 영역을 구분 지으면서도 아늑한 이미지를 부여했다. 안내데스크 뒤로는 사이니지가 설치된 유리 벽으로 공간을 나눠 VIP 라운지를 마련했으며 벽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고 보들보들한 카펫을 깔아 따스함을 선사했다. 상담과 진료가 이뤄지는 3~5층은 대기부터 진료실에 들어서는 과정을 걱정이 아닌 기대감으로 채우고자 6층과 같은 라운지형 대기 공간을 마련했으며 진료실로 향하는 길목에는 층마다 다른 디자인 포인트를 심어 독보적인 분위기를 드러냈다. 5층은 상담실 문 사이사이로 아치형 우드 프레임과 선형 조명을 둘러 웅장하게 연출했으며 복도 벽에 굽이치는 듯한 민트색 벽면을 크게 삽입한 4층에서는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온화함이 강조된다. 3층 관리실 복도는 우드 루버를 활용한 돔 지붕을 설치해 천장고가 높아진 듯한 느낌을 주며 간접 조명으로 은은함을 가미했다.
발길을 끌어당기는 다채로운 풍경
Isabel Cadroy, Children’s Dentistry
Design / vitale
Architect / Fon t Arquitectura
Location / Castellon, Spain
Area / 350㎡
Photograph / Santiago Martín, Hilke Sievers
Clinic Type_소아 치과
Design for Clinic_아이들이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인지 발달 학습 형태에서 착안한 기하학 도형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으며 파스텔컬러로 아늑하게 연출했다.
병원은 아픈 부분을 치료하는 장소인 만큼 늘 긴장감을 안겨준다. 특히 통증이 낯선 어린아이들은 병원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딱딱하고 어색한 환경에서 차가운 청진기의 감촉과 귀를 울리는 기계 소리 등이 두려움을 증폭하기도 한다. 이에 아이들을 진료하는 병원은 발랄하고 친근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공간을 계획한다. 만화 같은 다채로운 컬러로 공간을 아우르거나 끌어안을 수 있는 귀여운 인형을 두고 놀이 공간을 별도로 할애하며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다.
스페인의 소아 치과 의원 Isabel Cadroy, Children’ s Dentistry는 아이들이 마음 편히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코랄, 그린, 레몬 등 밝은색과 인지 발달 학습 형태에서 영감을 얻은 기하학 도형을 활용해 긍정적이고 친숙한 환경을 제공한다. 원, 삼각, 사각, 아치 등을 곳곳에 녹였는데 퍼즐판 같은 벽과 나무 블록 아치, 박공지붕 모양 통로와 모빌을 닮은 조명 등으로 실내 놀이터처럼 연출해 아이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병원은 두 층으로 구성되며 치료 공간은 지상층에, 운영을 위한 사무 공간은 지하층에 모았다. 그중 지상층은 입구 앞 대기 공간부터 회복실, 진정실, 진료실까지 차례로 이어진다. 파스텔컬러와 기하학 도형을 활용한 로고로 아이덴티티를 집약한 입구를 지나면 대기 공간이 나타난다. 나무 조각을 엮은 3m 높이의 개구부를 통해 좌석 영역에 진입할 수 있는데, 벽 일부를 타일로 덮어 격자무늬를 만들고 캡슐 알약 같은 형태의 벽감에 짙은 초록색 소파를 삽입해 캐주얼하면서 아늑한 느낌을 연출했다. 리셉션 역시 정방형 타일로 마감했으며 펜던트 조명에 삼각, 사각등 기본 도형을 매달아 장난스러운 인상을 준다. 맞은편의 자작나무 합판 벽 또한 직소 퍼즐처럼 도형을 짜 맞춰 유쾌하면서 따뜻하다. 이어지는 통로는 삼각형 천장과 세 면을 채우는 코랄색으로 터널 같은 느낌을 주어 공간에 리듬을 부여하고 진입감을 높였다. 한편 병원 가장 안쪽의 진료실은 식물을 풍부하게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진료실 한 면을 통창으로 마감하고 그 너머 작은 정원을 조성했는데 창 맞은편의 플랜트 월이 진료실에서 보여 푸른 경관으로 심신을 다독인다.
▲ Focus on | 장난스러운 놀이터가 된 진료실
가장 긴장되는 공간인 진료실에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활용해 두려움을 해소하도록 했다. 코랄색을 주로 사용해 발랄하게 연출했으며 아이들이 진료용 의자에 앉았을 때 시선이 닿는 천장에 알록달록한 도형을 그려 넣었다. 또 통창 너머 플랜트 월과 더불어 진료실 내부의 붙박이 수납장 위에 틈을 내고 식물을 심어 긍정적인 이미지와 생기를 심화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치유의 공간
STENO DIABETES CENTER COPENHAGEN (SDCC)
Design / VILHELM LAURITZEN architects
Location / Herlev, Denmark
Area / 18,200㎡
Photograph / Rasmus Hjortshøj
Clinic Type_당뇨병 센터
Design for Clinic_병원 중앙부에 커다란 정원을 조성한 뒤 실내 공간을 밀접하게 연결해 당뇨 환자가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도록 유도한다.
지치고 힘들 때 자연에 잠겨 휴식을 취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는 기분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식물은 환자의 불안, 우울, 스트레스를 줄여 정서적 안정감을 선사할 뿐 아니라 통증과 재감염 가능성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에 병원 중에서도 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을 다루는 곳에서는 식물을 적극 활용 중인데 최근에는 자연의 치유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조경으로 실제 숲을 재현하거나 기존 나무 위치에 따라 건물 구조를 조정하는 등 건축 단계에서부터 자연과의 연계성을 고려하는 병원이 등장하고 있다.
▲ Focus on | 정원이 이끄는 움직임
충분한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하는 당뇨 환자들을 위해 2층 규모의 센터를 나즈막한 동산처럼 꾸몄다. 건물 양끝 출입구에서부터 이동할 길을 제외하고는 흙과 푸른 식물을 촘촘하게 배치한 뒤 흙에 반쯤 묻힌 듯한 계단을 통해 방문객을 옥상으로 이끈 것이다. 많은 좌석을 두어 앉아서 풍경과 여유를 즐기게 하는 일반적인 옥상 정원과는 달리 많은 움직임을 유도하고자 소수의 벤치를 제외하고는 구불구불한 산책로와 식재만으로 조경을 완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덴마크의 STENO DIABETES CENTER COPENHAGEN(SDCC)는 연간 1만 3천여 명의 당뇨 환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치료 시설이다. 당뇨는 대부분 병 자체보다는 여러 합병증으로 인한 고통이 커 꾸준한 운동과 식단 관리가 중요한데 SDCC에서는 병원 전체에 크고 작은 정원을 배치한 뒤 센터 건물과 치밀하게 연결함으로써 환자들이 몸을 더 많이 움직이도록 장려했다. 커다란 직사각 2층 건물은 네개의 중정과 하나의 옥상 정원을 따라 건물이 ㅁ자로 늘어선 구조를 띤다. 주 출입구에서부터 정원을 탐색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깔끔하게 다듬은 콘크리트 사이에 키가 다양한 풀과 나무로 조경을 꾸미고 입구 옆 계단을 옥상 정원까지 연결했다.
각 중정에는 당뇨 환자와 가족, 병원 직원들에게 필요한 운동, 지식, 정보, 영양의 네 가지 테마를 부여하고 The Hill Active Garden, The Clearing Quiet Garden, The High Forest Playful Garden, The Forest Edge Edible Garden이라 이름 붙였다. 테마에 따라 조경 역시 다르게 꾸몄는데 운동 영역에 있는 The Hill Active Garden은 당뇨인에게 건강한 운동 습관을 선사한다는 목적에 따라 정원을 언덕 형태로 디자인한 뒤 메인 통로 이외에 언덕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만들어 주목할 만하다. 정원 주변의 실내 공간 역시 각 주제에 어울리는 시설들을 집중 배치했는데 운동 영역 주변으로는 사이클 중심의 운동 기구가 있는 체육관이, 영양 영역의 The Forest Edge Edible Garden 옆으로는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엘리베이터를 최소화하고 각 영역마다 2층과 이어지는 넓은 계단을 설치해 운동량을 늘리도록 했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따뜻한 우드와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통창이 온화한 자연의 이미지를 선사하면 중정 외의 1층 공용 공간을 모두 옥상 정원으로 활용해 건물 전체가 자연에 뒤덮인 듯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예술적 치유의 경험
목동 리더스 피부과
General Director / Art Therapist 강수연
Design / 아베크·조민석
Construction / 아베크·김정수
Location / 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동로 257 목동현대백화점, 지하1층
Area / 193㎡
Photograph / DOT KIM
Clinic Type_피부과
Design for Clinic_담백한 색과 너른 여백으로 갤러리 같은 바탕을 다진 후 예술 작품을 전시해 감각적 치유의 경험을 이끌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마음을 어루만진다. 특히 문화 예술은 치유의 힘을 지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면 위안을 얻게 된다. 이에 착안해 예술을 전문 치료법으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작품을 감상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자아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처럼 예술은 미적인 순간에 몰입하며 내면과 마주하게 해 몸을 돌보는 공간인 병원과 접목하면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아름다운 작품을 일상에서 만나는 색다른 경험과 더불어 정서적 환기나 심리적 지지를 얻으며 건강을 더욱 빨리 회복하게 된다.
목동 리더스 피부과는 몸을 진료할 뿐 아니라 내면까지 치유하는 공간으로 미술치료사와 협업해 심미적인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만나는 색다른 치유의 경험을 이끈다. 병원이 예술과 조화하면서 신성한 치유의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게 작품과 어우러지는 간결한 배경에 부드러운 곡선과 은은한 라인 조명으로 성소 같은 이미지를 완성했다. 좁고 긴 직사각형 병원의 중앙에 출입구와 대기 공간을 두고 양옆으로 진료 영역을 배치했는데 그중 가장 먼저 마주하는 대기 공간을 갤러리처럼 연출한 점이 돋보인다. 아이보리 컬러로 벽, 천장, 바닥, 가구를 아울러 차분하게 정돈하고 너른 바탕을 마련해 미술치료사가 선정한 작품을 기획전처럼 전시하게 했다. 벽은 작품이 돋보이도록 담백하게 가다듬되 벽 사이를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틈을 내 조명을 매립하고 신전처럼 상단 라인을 따라 부재를 덧입혀 조형미를 더했다. 더불어 자연이 주는 치유성을 활용했는데, 대기 공간의 바닥과 석재로 제작한 테이블 상판에 물이 흐르는 모습의 디지털 영상을 맵핑해 일렁이는 물결을 보며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 Focus on |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품을 만나다
대기 공간과 복도 곳곳에서 만나는 전시는 1년에 세 번 전환되며 전시 의도에 맞춰 미술치료사의 해설을 달아 작품 이해를 돕는다. 첫 번째로 선보인 이주은 작가의 ‘길에서 섬을 만나다.’ 는 일상적 사물을 섬으로 해석해 대상 간의 관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코로나19 이후 모두가 섬처럼 고립되었지만 내면에서는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디자인, 치유의 일부가 되다
CAMHS Edinburgh
Design / Projects Office
Location / Edinburgh, Scotland, United Kingdom
Area / 1,300㎡
Photograph / French + Tye
Clinic Type_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Design for Clinic_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해변가의 풍경을 디자인으로 승화해 환자들을 치유하고자 했다.
공간 디자인은 머무는 이의 심리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친다. 과거 한 방송사에서 공간의 색에 따라 심리 상태가 달라짐을 보여 주고자 사람들을 각기 다른 색 방에 같은 시간 동안 머물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빨간 방 사람들은 답답함을 호소한 방면 파란방 사람들은 졸릴 정도로 여유로웠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병원에서도 환자의 치료를 돕고자 색채 등의 디자인 요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자폐 환자가 머무는 공간을 밝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색조로 칠하거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자연물을 재해석한 패턴을 담는다.
스코트랜드의 CAMHS Edinburgh는 공간 디자인도 치유의 중요한 도구라는 믿음하에 색다른 디자인을 선보인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 병동이다. 디자인을 담당한 Projects Office는 다양한 연구 결과 및 의료인, 환자, 보호자와의 대화에서 정신건강의학 병동에 필요한 요소를 도출했는데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해변가를 전체 디자인 콘셉트로 설정했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동쪽 바닷가에서 주로 보이는 푸르고 흰 물결과 등대의 붉은빛 같은 색채부터 등대의 줄무늬를 변주한 사선 무늬 등을 주요 디자인 요소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절제된 병원의 분위기와 집의 안락함 사이의 힐링 공간을 완성함으로써 아이들이 치료를 위한 공간임은 인지하되 스트레스는 받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점이 가장 돋보이는 곳은 공용 공간으로 필수 치료 시설 외에 또래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곳을 다양하게 마련함으로써 환자들의 치료를 돕고자 했다. 먼저 실외에는 조경에 집중한 구역과 놀이터처럼 뛰어 놀 구역, 조용히 앉아 햇살을 즐길 구역까지 세 가지 안뜰을 만들었다. 실내 공용 공간에는 하나의 실 안에 높은 테이블 주위로 가까이 모이는 구역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안락의자, 조용히 텔레비전을 보는 좌석, 은신처로 좌석을 세분화해 또래와 부담 없이 관계를 형성하도록 했다. 또한 다이닝 룸에서도 안정감을 느끼도록 좌석 의자 등받이를 천장까지 높여 다른 좌석과의 접촉을 줄였다. 입원 환자를 위해 침실 책상에 취향을 담은 물품을 진열할 선반을 배치했으며 침대나 개인 의자 외에 방문한 가족들이 앉을 별도의 좌석을 창가에 만들고 일부를 분리되게 설계해 병실이 아닌 개인의 방처럼 느끼도록 했다.
▲ Focus on |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공용 공간
또래와 자유롭게 어울리는 일은 청소년기 아이들이 정신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특히 정신계 질환이 심각할 경우 갑작스럽게 인파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일도 적지 않기에 실내 공용 공간에 잠시 안정을 취할 작은 은신처를 마련했다. 해변 테마에 따라 주황색 등대 패턴의 벽과 푸른색 아치형 개구부로 공간을 분리한 뒤 내부에 벽과 연결된 짧은 소파를 두어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게 의도했는데 직원 좌석 쪽으로 좁고 긴 창문을 뚫어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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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의 즐거운 시작, 병원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상진
즐겁고 활기찬 인생은 건강한 신체에서 비롯한다.
몸이 튼튼하고 기운이 있어야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고 꿈을 좇을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이 최고의 관심사가 된 시대, 병원은 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신선한 풍경으로 건강한 삶의 길을 연다.
인류는 언제나 건강을 꿈꾸지만 요즘처럼 건강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화두였던 적도 드물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적었던 젊은 세대가 감염병과 고령화 사회 등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하면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신체를 튼튼하게 유지하고 수명 연장을 추구하는 단계를 넘어 건강을 지키는 일을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인지하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양상이 나타나 흥미로운데, 식단을 관리하면서 대체 성분이 들어간 음식으로 맛과 영양소를 모두 충족하고 요가, 헬스부터 등산, 골프까지 다양한 운동을 취미로 삼으며 귀여운 굿즈를 제공하는 이벤트 러닝을 하거나 게임처럼 주행에 따라 가상의 보물을 수집하는 프로그램으로 사이클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건강 관리에 새로운 흐름이 일면서 병원 역시 변화를 겪고 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식단이나 운동 같은 일상 속 관리만큼이나 병원을 찾아가 신체 상태를 확인하고 질병을 제때 치료하는 일이 중요하다. 흔히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사람이 장수하고 건강 체질이던 사람의 수명이 오히려 짧다는 말을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잔병 때문에 자주 병원에 드나들면 자연히 신체를 관리하게 되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은 필요성을 알면서도 선뜻 찾기 힘든 장소다. 병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큰 데다 치료와 관리의 효율성, 위생 등에만 초점을 맞춘 병원의 모습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입원 환자 역시 희고 반듯하기만 한 공간에서 압박감과 긴장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기존의 모습을 탈피해 즐거운 장소로 거듭나는 병원이 나타나는데, 감각적인 카페나 고급스러운 호텔 같은 공간, 집처럼 안락한 공간을 조성해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다양한 조형 요소, 비비드 컬러를 활용한 인테리어로 병원의 이미지를 활기차고 발랄하게 환기한다. 더 나아가 공간 디자인이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자연, 예술 등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단순히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이 아니라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치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병원을 제안하기도 한다. 근사한 카페에서 여유를 누리는 듯한 공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 울창한 수풀속에서 휴양을 하는 공간. 새로운 공간 경험을 입어 한 번쯤 찾아가고 싶은 장소가 된 병원에서 건강한 삶을 향한 즐거운 여정을 시작한다.
Hospital with Hospitality
클리니크 후즈후
Design / JONG KIM Design Studio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842
Area / 661.2㎡
Photograph / Sim studio
Clinic Type_피부과
Design for Clinic_고급 호텔 라운지처럼 환대하는 장소로 디자인해 진료에 대한 긴장감을 기대감으로 바꿔준다.
병원을 뜻하는 ‘Hospital’ 에는 극진하게 대접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귀한 손님을 극진히 모셨던 것처럼 몸이 불편한 환자를 정성껏 보살핀다는 의미를 담은 것인데 현대의 병원은 짙은 소독약 냄새와 앓는 소리로 가득해 선뜻 들어서기 어려운 공간이 되어버렸다. 이에 단어의 본래 의미를 표현하고자 안락함을 고급스럽게 연출한 병원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새하얗고 깔끔하기만 하던 공간에서 벗어나 차분하고 우아한 컬러로 바탕을 다진 뒤 진료 과목이나 환자 연령대 같은 특징을 디자인 요소로 승화해 병원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낮추고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다.
▲ Focus on | 기분 좋은 환대의 공간
병원의 접수처를 호텔 로비처럼 우아하고 편안하게 꾸몄다. 나무 고유의 결이 뉴트럴 컬러와 만나 방문객을 따스하게 맞아주는데 벽과 기둥은 물론 안내데스크나 소파, 커피테이블과 같은 가구까지 둥글고 부드럽게 마감해 이완되는 공간을 완성했다. 또한 살짝 내려온 천장 옆면에 잔잔하게 파도 치는 형태의 민트색 벽면을 삽입한 뒤 주변으로 광택이 도는 메탈을 두름으로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면서도 산뜻한 대비감을 살렸다.
청담동에 자리한 클리니크 후즈후는 3층부터 6층까지 이어진 대형 피부과로 프리미엄 의료 서비스를 지향하는 만큼 모든 영역을 호텔 로비처럼 안락하고 고급스럽게 연출해 주목할 만하다. 뉴트럴한 우드 톤에 브랜드 메인 컬러인 민트색을 조화시켜 세련된 미감을 자아내며 손이 닿는 벽과 천장 등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고 하늘거리는 커튼과 물결 형태의 벽체 등을 활용해 부드러운 공간감을 완성했다. 특히 방문객이 가장 먼저 들어서는 6층 접수실은 시원한 통창을 따라 안락 의자와 곡선형 소파를 배치해 전망 좋은 라운지에 초대받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 뒤로는 사다리꼴을 둥글게 처리해 우아한 매스감을 드러낸 안내데스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밝은 웜 톤으로 칠한 좌석 구역과 달리 안내데스크 쪽은 우드로 벽과 바닥을 마감한 뒤 천장을 아래로 내려 영역을 구분 지으면서도 아늑한 이미지를 부여했다. 안내데스크 뒤로는 사이니지가 설치된 유리 벽으로 공간을 나눠 VIP 라운지를 마련했으며 벽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고 보들보들한 카펫을 깔아 따스함을 선사했다. 상담과 진료가 이뤄지는 3~5층은 대기부터 진료실에 들어서는 과정을 걱정이 아닌 기대감으로 채우고자 6층과 같은 라운지형 대기 공간을 마련했으며 진료실로 향하는 길목에는 층마다 다른 디자인 포인트를 심어 독보적인 분위기를 드러냈다. 5층은 상담실 문 사이사이로 아치형 우드 프레임과 선형 조명을 둘러 웅장하게 연출했으며 복도 벽에 굽이치는 듯한 민트색 벽면을 크게 삽입한 4층에서는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온화함이 강조된다. 3층 관리실 복도는 우드 루버를 활용한 돔 지붕을 설치해 천장고가 높아진 듯한 느낌을 주며 간접 조명으로 은은함을 가미했다.
발길을 끌어당기는 다채로운 풍경
Isabel Cadroy, Children’s Dentistry
Design / vitale
Architect / Fon t Arquitectura
Location / Castellon, Spain
Area / 350㎡
Photograph / Santiago Martín, Hilke Sievers
Clinic Type_소아 치과
Design for Clinic_아이들이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인지 발달 학습 형태에서 착안한 기하학 도형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으며 파스텔컬러로 아늑하게 연출했다.
병원은 아픈 부분을 치료하는 장소인 만큼 늘 긴장감을 안겨준다. 특히 통증이 낯선 어린아이들은 병원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딱딱하고 어색한 환경에서 차가운 청진기의 감촉과 귀를 울리는 기계 소리 등이 두려움을 증폭하기도 한다. 이에 아이들을 진료하는 병원은 발랄하고 친근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공간을 계획한다. 만화 같은 다채로운 컬러로 공간을 아우르거나 끌어안을 수 있는 귀여운 인형을 두고 놀이 공간을 별도로 할애하며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다.
스페인의 소아 치과 의원 Isabel Cadroy, Children’ s Dentistry는 아이들이 마음 편히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코랄, 그린, 레몬 등 밝은색과 인지 발달 학습 형태에서 영감을 얻은 기하학 도형을 활용해 긍정적이고 친숙한 환경을 제공한다. 원, 삼각, 사각, 아치 등을 곳곳에 녹였는데 퍼즐판 같은 벽과 나무 블록 아치, 박공지붕 모양 통로와 모빌을 닮은 조명 등으로 실내 놀이터처럼 연출해 아이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병원은 두 층으로 구성되며 치료 공간은 지상층에, 운영을 위한 사무 공간은 지하층에 모았다. 그중 지상층은 입구 앞 대기 공간부터 회복실, 진정실, 진료실까지 차례로 이어진다. 파스텔컬러와 기하학 도형을 활용한 로고로 아이덴티티를 집약한 입구를 지나면 대기 공간이 나타난다. 나무 조각을 엮은 3m 높이의 개구부를 통해 좌석 영역에 진입할 수 있는데, 벽 일부를 타일로 덮어 격자무늬를 만들고 캡슐 알약 같은 형태의 벽감에 짙은 초록색 소파를 삽입해 캐주얼하면서 아늑한 느낌을 연출했다. 리셉션 역시 정방형 타일로 마감했으며 펜던트 조명에 삼각, 사각등 기본 도형을 매달아 장난스러운 인상을 준다. 맞은편의 자작나무 합판 벽 또한 직소 퍼즐처럼 도형을 짜 맞춰 유쾌하면서 따뜻하다. 이어지는 통로는 삼각형 천장과 세 면을 채우는 코랄색으로 터널 같은 느낌을 주어 공간에 리듬을 부여하고 진입감을 높였다. 한편 병원 가장 안쪽의 진료실은 식물을 풍부하게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진료실 한 면을 통창으로 마감하고 그 너머 작은 정원을 조성했는데 창 맞은편의 플랜트 월이 진료실에서 보여 푸른 경관으로 심신을 다독인다.
▲ Focus on | 장난스러운 놀이터가 된 진료실
가장 긴장되는 공간인 진료실에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활용해 두려움을 해소하도록 했다. 코랄색을 주로 사용해 발랄하게 연출했으며 아이들이 진료용 의자에 앉았을 때 시선이 닿는 천장에 알록달록한 도형을 그려 넣었다. 또 통창 너머 플랜트 월과 더불어 진료실 내부의 붙박이 수납장 위에 틈을 내고 식물을 심어 긍정적인 이미지와 생기를 심화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치유의 공간
STENO DIABETES CENTER COPENHAGEN (SDCC)
Design / VILHELM LAURITZEN architects
Location / Herlev, Denmark
Area / 18,200㎡
Photograph / Rasmus Hjortshøj
Clinic Type_당뇨병 센터
Design for Clinic_병원 중앙부에 커다란 정원을 조성한 뒤 실내 공간을 밀접하게 연결해 당뇨 환자가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도록 유도한다.
지치고 힘들 때 자연에 잠겨 휴식을 취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는 기분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식물은 환자의 불안, 우울, 스트레스를 줄여 정서적 안정감을 선사할 뿐 아니라 통증과 재감염 가능성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에 병원 중에서도 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을 다루는 곳에서는 식물을 적극 활용 중인데 최근에는 자연의 치유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조경으로 실제 숲을 재현하거나 기존 나무 위치에 따라 건물 구조를 조정하는 등 건축 단계에서부터 자연과의 연계성을 고려하는 병원이 등장하고 있다.
▲ Focus on | 정원이 이끄는 움직임
충분한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하는 당뇨 환자들을 위해 2층 규모의 센터를 나즈막한 동산처럼 꾸몄다. 건물 양끝 출입구에서부터 이동할 길을 제외하고는 흙과 푸른 식물을 촘촘하게 배치한 뒤 흙에 반쯤 묻힌 듯한 계단을 통해 방문객을 옥상으로 이끈 것이다. 많은 좌석을 두어 앉아서 풍경과 여유를 즐기게 하는 일반적인 옥상 정원과는 달리 많은 움직임을 유도하고자 소수의 벤치를 제외하고는 구불구불한 산책로와 식재만으로 조경을 완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덴마크의 STENO DIABETES CENTER COPENHAGEN(SDCC)는 연간 1만 3천여 명의 당뇨 환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치료 시설이다. 당뇨는 대부분 병 자체보다는 여러 합병증으로 인한 고통이 커 꾸준한 운동과 식단 관리가 중요한데 SDCC에서는 병원 전체에 크고 작은 정원을 배치한 뒤 센터 건물과 치밀하게 연결함으로써 환자들이 몸을 더 많이 움직이도록 장려했다. 커다란 직사각 2층 건물은 네개의 중정과 하나의 옥상 정원을 따라 건물이 ㅁ자로 늘어선 구조를 띤다. 주 출입구에서부터 정원을 탐색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깔끔하게 다듬은 콘크리트 사이에 키가 다양한 풀과 나무로 조경을 꾸미고 입구 옆 계단을 옥상 정원까지 연결했다.
각 중정에는 당뇨 환자와 가족, 병원 직원들에게 필요한 운동, 지식, 정보, 영양의 네 가지 테마를 부여하고 The Hill Active Garden, The Clearing Quiet Garden, The High Forest Playful Garden, The Forest Edge Edible Garden이라 이름 붙였다. 테마에 따라 조경 역시 다르게 꾸몄는데 운동 영역에 있는 The Hill Active Garden은 당뇨인에게 건강한 운동 습관을 선사한다는 목적에 따라 정원을 언덕 형태로 디자인한 뒤 메인 통로 이외에 언덕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만들어 주목할 만하다. 정원 주변의 실내 공간 역시 각 주제에 어울리는 시설들을 집중 배치했는데 운동 영역 주변으로는 사이클 중심의 운동 기구가 있는 체육관이, 영양 영역의 The Forest Edge Edible Garden 옆으로는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엘리베이터를 최소화하고 각 영역마다 2층과 이어지는 넓은 계단을 설치해 운동량을 늘리도록 했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따뜻한 우드와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통창이 온화한 자연의 이미지를 선사하면 중정 외의 1층 공용 공간을 모두 옥상 정원으로 활용해 건물 전체가 자연에 뒤덮인 듯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예술적 치유의 경험
목동 리더스 피부과
General Director / Art Therapist 강수연
Design / 아베크·조민석
Construction / 아베크·김정수
Location / 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동로 257 목동현대백화점, 지하1층
Area / 193㎡
Photograph / DOT KIM
Clinic Type_피부과
Design for Clinic_담백한 색과 너른 여백으로 갤러리 같은 바탕을 다진 후 예술 작품을 전시해 감각적 치유의 경험을 이끌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마음을 어루만진다. 특히 문화 예술은 치유의 힘을 지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면 위안을 얻게 된다. 이에 착안해 예술을 전문 치료법으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작품을 감상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자아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처럼 예술은 미적인 순간에 몰입하며 내면과 마주하게 해 몸을 돌보는 공간인 병원과 접목하면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아름다운 작품을 일상에서 만나는 색다른 경험과 더불어 정서적 환기나 심리적 지지를 얻으며 건강을 더욱 빨리 회복하게 된다.
목동 리더스 피부과는 몸을 진료할 뿐 아니라 내면까지 치유하는 공간으로 미술치료사와 협업해 심미적인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만나는 색다른 치유의 경험을 이끈다. 병원이 예술과 조화하면서 신성한 치유의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게 작품과 어우러지는 간결한 배경에 부드러운 곡선과 은은한 라인 조명으로 성소 같은 이미지를 완성했다. 좁고 긴 직사각형 병원의 중앙에 출입구와 대기 공간을 두고 양옆으로 진료 영역을 배치했는데 그중 가장 먼저 마주하는 대기 공간을 갤러리처럼 연출한 점이 돋보인다. 아이보리 컬러로 벽, 천장, 바닥, 가구를 아울러 차분하게 정돈하고 너른 바탕을 마련해 미술치료사가 선정한 작품을 기획전처럼 전시하게 했다. 벽은 작품이 돋보이도록 담백하게 가다듬되 벽 사이를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틈을 내 조명을 매립하고 신전처럼 상단 라인을 따라 부재를 덧입혀 조형미를 더했다. 더불어 자연이 주는 치유성을 활용했는데, 대기 공간의 바닥과 석재로 제작한 테이블 상판에 물이 흐르는 모습의 디지털 영상을 맵핑해 일렁이는 물결을 보며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 Focus on |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품을 만나다
대기 공간과 복도 곳곳에서 만나는 전시는 1년에 세 번 전환되며 전시 의도에 맞춰 미술치료사의 해설을 달아 작품 이해를 돕는다. 첫 번째로 선보인 이주은 작가의 ‘길에서 섬을 만나다.’ 는 일상적 사물을 섬으로 해석해 대상 간의 관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코로나19 이후 모두가 섬처럼 고립되었지만 내면에서는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디자인, 치유의 일부가 되다
CAMHS Edinburgh
Design / Projects Office
Location / Edinburgh, Scotland, United Kingdom
Area / 1,300㎡
Photograph / French + Tye
Clinic Type_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Design for Clinic_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해변가의 풍경을 디자인으로 승화해 환자들을 치유하고자 했다.
공간 디자인은 머무는 이의 심리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친다. 과거 한 방송사에서 공간의 색에 따라 심리 상태가 달라짐을 보여 주고자 사람들을 각기 다른 색 방에 같은 시간 동안 머물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빨간 방 사람들은 답답함을 호소한 방면 파란방 사람들은 졸릴 정도로 여유로웠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병원에서도 환자의 치료를 돕고자 색채 등의 디자인 요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자폐 환자가 머무는 공간을 밝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색조로 칠하거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자연물을 재해석한 패턴을 담는다.
스코트랜드의 CAMHS Edinburgh는 공간 디자인도 치유의 중요한 도구라는 믿음하에 색다른 디자인을 선보인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 병동이다. 디자인을 담당한 Projects Office는 다양한 연구 결과 및 의료인, 환자, 보호자와의 대화에서 정신건강의학 병동에 필요한 요소를 도출했는데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해변가를 전체 디자인 콘셉트로 설정했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동쪽 바닷가에서 주로 보이는 푸르고 흰 물결과 등대의 붉은빛 같은 색채부터 등대의 줄무늬를 변주한 사선 무늬 등을 주요 디자인 요소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절제된 병원의 분위기와 집의 안락함 사이의 힐링 공간을 완성함으로써 아이들이 치료를 위한 공간임은 인지하되 스트레스는 받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점이 가장 돋보이는 곳은 공용 공간으로 필수 치료 시설 외에 또래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곳을 다양하게 마련함으로써 환자들의 치료를 돕고자 했다. 먼저 실외에는 조경에 집중한 구역과 놀이터처럼 뛰어 놀 구역, 조용히 앉아 햇살을 즐길 구역까지 세 가지 안뜰을 만들었다. 실내 공용 공간에는 하나의 실 안에 높은 테이블 주위로 가까이 모이는 구역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안락의자, 조용히 텔레비전을 보는 좌석, 은신처로 좌석을 세분화해 또래와 부담 없이 관계를 형성하도록 했다. 또한 다이닝 룸에서도 안정감을 느끼도록 좌석 의자 등받이를 천장까지 높여 다른 좌석과의 접촉을 줄였다. 입원 환자를 위해 침실 책상에 취향을 담은 물품을 진열할 선반을 배치했으며 침대나 개인 의자 외에 방문한 가족들이 앉을 별도의 좌석을 창가에 만들고 일부를 분리되게 설계해 병실이 아닌 개인의 방처럼 느끼도록 했다.
▲ Focus on |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공용 공간
또래와 자유롭게 어울리는 일은 청소년기 아이들이 정신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특히 정신계 질환이 심각할 경우 갑작스럽게 인파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일도 적지 않기에 실내 공용 공간에 잠시 안정을 취할 작은 은신처를 마련했다. 해변 테마에 따라 주황색 등대 패턴의 벽과 푸른색 아치형 개구부로 공간을 분리한 뒤 내부에 벽과 연결된 짧은 소파를 두어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게 의도했는데 직원 좌석 쪽으로 좁고 긴 창문을 뚫어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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