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성으로 완성하는 집
Material with House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상진
특별한 분위기를 표현할 마감재로 공간의 바탕을 다질 때, 이름 모를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집이 나만의 보금자리로 다시 태어난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소재가 집과 거주자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아파트, 오피스 센터, 복합 상가 등 하나의 건물 내에 자리해 위치, 골조, 평면이 동일한 공간들이라 해도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제각기 다른 풍경, 특색, 분위기를 펼쳐 보인다. 공간마다 자기만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 그 고유한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은 바로 소재일 것이다. 바탕을 다지는 마감재부터 가구나 소품 등에 사용되는 자재까지, 나무, 돌, 콘크리트, 유리, 플라스틱 등 어떤 소재를 쓰느냐에 따라 공간의 인상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상공간에서는 일찌감치 소재에 천착해 마감재로서의 기본적인 쓰임을 넘어 다채로운 표현을 시도해왔다. 참신한 콘셉트에 대한 열망과 소재 관련 기술의 발달이 맞물려 나무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영역을 유영하게 하거나 금속에 이채로운 색을 입히며 공간의 개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그에 반해 주거에서는 오랫동안 질리지 않을 디자인을 중시하는 만큼 마감재의 역할이 비교적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집의 의미가 확장되면서 소재 역시 전환점을 맞이했다. 집이 안식처로 거듭나 정서적 위안에 대한 욕구가 커짐에 따라 촉감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의 물성이 주목받는 것이다. 나무, 세라믹, 수제 타일, 벽돌, 점토 등 질감이 살아 있는 소재로 공간을 아울러 따스하고 온유한 정경을 그리는가 하면 콘크리트를 차분한 색감으로 가다듬거나 유리 벽돌로 빛을 섬세하게 이끌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빚기도 한다. 소재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다각화해 주거에도 이색적인 콘셉트가 적용되는데, 그 중심에는 물성을 실험적으로 풀어낸 소재가 자리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등 집 내부에서는 잘 쓰이지 않던 소재를 주 마감재로 선택하고, 편안하거나 고급스럽게 가다듬던 목재나 석재를 거칠고 거대하게 계획해 집이 아닌 듯한 집을 창조한다. 천연 소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 팬데믹 이후 존재감이 커진 자연과 집을 긴밀하게 연결하기도 한다. 유리, 거울 등의 독특한 성질을 이용해 공간의 제약을 참신하게 극복하거나 코르크 등 친환경 재료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기능적 활용도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다채로워진 소재의 역할을 짚어 가다 보면 오늘날 집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어떤 집을 꿈꾸는지를 알 수 있다. 소재 본연의 속성과 집에 대한 이상이 만나 그려낸 삶의 풍경을 만나본다.
따스한 질감을 품은 집
Olaria House
Design / NJ+ Arquitetos Associados
Location / São Paulo, Brazil
Area / 125㎡(내부), 75㎡(정원)
Photograph / MCA Estúdio·Denilson Machado
[ Focus on ] 주요 마감재로 활용한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기 타일이 내추럴한 질감으로 안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든 마감재의 질감은 특유의 인상을 남긴다. 공간은 사용된 소재에 따라 다채로운 이미지를 그리는데, 콘크리트는 산업 시대 이후의 현대적이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유리의 매끄러운 감촉은 세련된 무드를 전한다. 그중 흙과 나무 등의 천연 소재는 고대부터 사용했던 자원으로서 자연스러운 촉감이 평온한 분위기와 정서적 위안을 전하면서 먼 과거에 방문한 듯한 기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상파울루에 위치한 Olaria House는 브라질의 도기 문화와 고대 도자기 유산을 주제로 한 주거 프로젝트다. 도예가들이 손으로 만든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유기적 형태와 기하학적 형태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으며 유약을 바르지 않은 거친 질감의 타일을 마감재로 사용해 성찰과 은둔의 느낌을 극대화했다.
샌드베이지 컬러의 정방형 도기타일은 주거 내 모든 영역의 바닥재로 활용됐는데 흙의 입자가 살아 있는 투박한 결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천장은 브라질 모더니즘 특유의 골이 있는 슬래브 디자인을 목재로 구현해 아늑함이 느껴진다. 거실은 질감이 두드러지는 석고 벽과 목제 천장, 도기 바닥이 조화를 이루는데, 벽을 비정형적인 곡선으로 파고 도자기 작품을 전시해 집의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이어지는 주방과 다이닝 영역은 바닥과 벽, 천장 모두 같은 타일로 연결해 안정적인 입체감을 형성했다. 여기에 고인돌을 닮은 테이블을 마련해 원시적이면서도 고요한 분위기를 배가했다. 한편 거실 맞은편에 위치한 침실과 욕실은 곡선형 나무 벽을 세우고 바닥 레벨을 높여 영역을 나눴다. 둥근 벽에 폭 감싸인 침대는 복슬복슬한 질감이 살아 있어 포근함을 자아낸다.
자연이 그리는 오늘의 안식
PERFECT HARMONY
Design / Nitzan Horowitz
Location / Israel
Area / 250㎡
Photograph / Oded Smadar
[ Focus on ] 주거 내에 현무암으로 벽과 기둥을 세우고 다양한 석재 클래딩을 더해 자연의 숨결이 배어 나오는 집을 완성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소재의 기원은 본래 자연에 있다. 인류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커다란 돌, 흙을 이겨 만든 벽돌, 굵직한 나무로 기둥과 벽을 세우고 지붕을 이어 보금자리를 조성했으며 이 기억은 우리의 본능에 새겨져 지금까지도 자연 요소가 있는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오늘날의 건물은 대부분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자연이 스며들 틈조차 없어 보이지만 사람들은 이 공간에 자연 소재를 들이는 방법을 연구해 삶의 풍경을 새롭게 다잡고 있다. 이스라엘의 바닷가에 자리한 PERFECT HARMONY는 새로 지은 건물의 주거에 자연소재를 과감하게 들여 현대적 일상과 자연의 원초성이 조화하는 집이다. 거주자는 자연 요소를 원시 형태로 통합한 집을 원했고 특히 거실에서 유럽의 깊은 산속 스키 마을에 온 느낌을 받고 싶어 했다.
울퉁불퉁한 현무암을 주거 전반에 벽, 기둥 등으로 적용해 마치 숲속을 거니는 듯한 풍경을 구현했으며, 바닥에도 샌드블라스트 처리된 천연 목재 쪽모이 세공 마루를 깔아 자연의 투박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단단히 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천장과 일반 벽체 등 공간의 바탕은 희고 반듯한 면으로 가다듬어 깔끔한 바탕과 날것 같은 자연이 맞물리면서 색다른 미감을 발산한다. 2층 규모의 주거는 1층에 가족 공용 공간과 메인 침실, 2층에 자녀 개인 공간이 자리한다. 널찍하게 드리운 돌벽으로 테마를 드러낸 거실은 회색 소파와 러그를 두어 현무암과 합을 맞췄으며 옆으로 이어지는 독서 공간에도 벽난로를 매립한 돌벽을 세워 안락하게 마무리했다. 건너편의 주방은 일렁이는 무늬가 인상적인 오닉스 클래딩을 아일랜드에 적용해 자연 콘셉트에 힘을 실었다. 긴 복도를 지나면 침실이 나타나는데, 이곳도 돌기둥을 세워 중심을 잡은 뒤 식물과 초록색 가구를 두었으며 2층의 자녀 방은 천연 화강암과 호마이카를 결합한 수납장 겸 파티션을 설치해 콘셉트를 섬세히 변주하며 이어갔다.
거울의 풍부한 기능
Mirror Maze
Design / Yael Perry
Location / Tel Aviv, Israel
Area / 62㎡(실내), 30㎡(발코니)
Photograph / Itay Benit
[ Focus on ] 내부의 벽과 가구 등을 거울로 과감하게 덮어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는 동시에 신비로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빛을 반사하는 거울은 모습을 확인하는 기능과 더불어 공간 디자인 요소로서 역할을 넓히고 있다. 거울에 공간이 비쳐 좁은 면적도 넓어 보이게 하기 때문인데, 벽이나 천장을 거울로 시공하고 빛을 굴절시켜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공간을 색다르게 연출하기 위한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펼쳐진다. 이스라엘의 Mirror Maze는 작은 구역을 장식하는 것을 넘어 주거 전체에 거울을 사용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집이다. 기존 공간은 면적이 작지만 창이 많아 자연광이 풍부하게 들어왔는데, 디자이너는 창과 빛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거울을 주요 마감재로 선택했다. 특히 1층 전 영역의 벽과 가구 등을 거울로 가득 채웠으며 그중 입구와 계단 사이에 있는 게스트 화장실을 미로같이 만든 점이 돋보인다. 화장실 안팎의 벽과 문, 수납공간 전체를 거울로 덮어 거울 너머 공간이 끝없이 중첩되는 듯 몽환적인 감각을 선사한 것이다. 맞은편의 주방 또한 가구와 수납장 모두 거울로 마감해 표면에 반짝이는 햇빛이 맺히게 했다. 안쪽으로 이어지는 거실은 거울의 차갑지만 세련된 이미지와 어우러지는 유리와 가죽, 콘크리트를 주 소재로 활용해 모던하게 가다듬었다. 거실 옆의 콘크리트 기둥 너머 계단으로 올라가면 침실과 발코니가 나타난다. 침실은 나무, 리넨 등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했으며 옷장과 욕실 부스의 벽을 거울로 둘러 발코니로 들어오는 햇살을 투영했다.
나무 언덕을 품은 집
Lan Villa
Design / Yuan Arch itec ts
Location / Taipei, Taiwan
Area / 290㎡
Photograph / YHLAA
[ Focus on ] 거대한 곡면 벽체를 공간 중앙에 삽입하고 우드 패널로 울퉁불퉁하게 마감해 역동적인 공간을 완성했다.
나무는 품종, 자라는 계절과 토양에 따라 다른 패턴과 컬러를 선사하는 데다 가공 방법도 다양해 외장재와 내장재는 물론 가구, 소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소재다. 특유의 따스한 분위기 덕분에 주거 공간에서도 많이 사용되고는 하는데 최근에는 다이내믹한 형태를 빚거나 다른 소재와 강렬한 대조를 이루는 등 색다른 시도들도 눈에 띈다. 대만에 위치한 Lan Villa은 나무의 물성이 살아 있는 3층 주택으로 흰색의 담백한 외관과 달리 실내에 과감한 곡면 벽체를 삽입한 점이 돋보인다.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의 주택은 산악지대라는 사이트의 특성을 살려 주요 도로와 연결된 면에서는 2층 건물로, 반대편에서는 3층 건물로 보이게 설계했다. 흰색으로 깔끔하게 정돈한 외벽 한 면 가득 창을 설치하고 돌출된 벽을 계단을 포함한 2층 골조를 따라 감싸 파사드의 형태를 잡았다. 1층 주 출입구로 들어서면 거대한 곡면 벽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1층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곡면 벽체의 양옆으로는 위아래 층으로 향하는 계단과 연결되어 있어 두개 층을 따라 작은 우드 패널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이는 주택 내의 수직적 흐름과 삶의 흐름을 표현한 것으로 매끈한 표면 위에 폭이 좁은 우드 패널을 겹겹이 붙이고 각각의 톤과 폭을 모두 달리하여 역동성과 풍부한 물성을 강조했다. 흰색 벽과 마룻바닥으로 단정하게 정돈된 공간에 거대한 곡면을 더함으로써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는데 1층 천장에는 빛바랜 듯한 콘크리트를 사용해 인더스트리얼한 무드를 가미했다. 한편 현관과 거실로만 구성된 1층을 중심으로 지하에는 손님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다이닝 룸과 키친, 게스트 룸을 두고 넓은 테라스를 마련해 자연과의 연결성을 강화했으며 위층에는 마스터 베드룸을 비롯한 거주자용 침실을 배치해 프라이버시를 고려했다.
COPYRIGHT 2022.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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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으로 완성하는 집
Material with House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상진
특별한 분위기를 표현할 마감재로 공간의 바탕을 다질 때, 이름 모를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집이 나만의 보금자리로 다시 태어난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소재가 집과 거주자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아파트, 오피스 센터, 복합 상가 등 하나의 건물 내에 자리해 위치, 골조, 평면이 동일한 공간들이라 해도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제각기 다른 풍경, 특색, 분위기를 펼쳐 보인다. 공간마다 자기만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 그 고유한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은 바로 소재일 것이다. 바탕을 다지는 마감재부터 가구나 소품 등에 사용되는 자재까지, 나무, 돌, 콘크리트, 유리, 플라스틱 등 어떤 소재를 쓰느냐에 따라 공간의 인상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상공간에서는 일찌감치 소재에 천착해 마감재로서의 기본적인 쓰임을 넘어 다채로운 표현을 시도해왔다. 참신한 콘셉트에 대한 열망과 소재 관련 기술의 발달이 맞물려 나무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영역을 유영하게 하거나 금속에 이채로운 색을 입히며 공간의 개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그에 반해 주거에서는 오랫동안 질리지 않을 디자인을 중시하는 만큼 마감재의 역할이 비교적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집의 의미가 확장되면서 소재 역시 전환점을 맞이했다. 집이 안식처로 거듭나 정서적 위안에 대한 욕구가 커짐에 따라 촉감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의 물성이 주목받는 것이다. 나무, 세라믹, 수제 타일, 벽돌, 점토 등 질감이 살아 있는 소재로 공간을 아울러 따스하고 온유한 정경을 그리는가 하면 콘크리트를 차분한 색감으로 가다듬거나 유리 벽돌로 빛을 섬세하게 이끌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빚기도 한다. 소재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다각화해 주거에도 이색적인 콘셉트가 적용되는데, 그 중심에는 물성을 실험적으로 풀어낸 소재가 자리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등 집 내부에서는 잘 쓰이지 않던 소재를 주 마감재로 선택하고, 편안하거나 고급스럽게 가다듬던 목재나 석재를 거칠고 거대하게 계획해 집이 아닌 듯한 집을 창조한다. 천연 소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 팬데믹 이후 존재감이 커진 자연과 집을 긴밀하게 연결하기도 한다. 유리, 거울 등의 독특한 성질을 이용해 공간의 제약을 참신하게 극복하거나 코르크 등 친환경 재료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기능적 활용도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다채로워진 소재의 역할을 짚어 가다 보면 오늘날 집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어떤 집을 꿈꾸는지를 알 수 있다. 소재 본연의 속성과 집에 대한 이상이 만나 그려낸 삶의 풍경을 만나본다.
따스한 질감을 품은 집
Olaria House
Design / NJ+ Arquitetos Associados
Location / São Paulo, Brazil
Area / 125㎡(내부), 75㎡(정원)
Photograph / MCA Estúdio·Denilson Machado
[ Focus on ] 주요 마감재로 활용한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기 타일이 내추럴한 질감으로 안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든 마감재의 질감은 특유의 인상을 남긴다. 공간은 사용된 소재에 따라 다채로운 이미지를 그리는데, 콘크리트는 산업 시대 이후의 현대적이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유리의 매끄러운 감촉은 세련된 무드를 전한다. 그중 흙과 나무 등의 천연 소재는 고대부터 사용했던 자원으로서 자연스러운 촉감이 평온한 분위기와 정서적 위안을 전하면서 먼 과거에 방문한 듯한 기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상파울루에 위치한 Olaria House는 브라질의 도기 문화와 고대 도자기 유산을 주제로 한 주거 프로젝트다. 도예가들이 손으로 만든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유기적 형태와 기하학적 형태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으며 유약을 바르지 않은 거친 질감의 타일을 마감재로 사용해 성찰과 은둔의 느낌을 극대화했다.
샌드베이지 컬러의 정방형 도기타일은 주거 내 모든 영역의 바닥재로 활용됐는데 흙의 입자가 살아 있는 투박한 결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천장은 브라질 모더니즘 특유의 골이 있는 슬래브 디자인을 목재로 구현해 아늑함이 느껴진다. 거실은 질감이 두드러지는 석고 벽과 목제 천장, 도기 바닥이 조화를 이루는데, 벽을 비정형적인 곡선으로 파고 도자기 작품을 전시해 집의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이어지는 주방과 다이닝 영역은 바닥과 벽, 천장 모두 같은 타일로 연결해 안정적인 입체감을 형성했다. 여기에 고인돌을 닮은 테이블을 마련해 원시적이면서도 고요한 분위기를 배가했다. 한편 거실 맞은편에 위치한 침실과 욕실은 곡선형 나무 벽을 세우고 바닥 레벨을 높여 영역을 나눴다. 둥근 벽에 폭 감싸인 침대는 복슬복슬한 질감이 살아 있어 포근함을 자아낸다.
자연이 그리는 오늘의 안식
PERFECT HARMONY
Design / Nitzan Horowitz
Location / Israel
Area / 250㎡
Photograph / Oded Smadar
[ Focus on ] 주거 내에 현무암으로 벽과 기둥을 세우고 다양한 석재 클래딩을 더해 자연의 숨결이 배어 나오는 집을 완성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소재의 기원은 본래 자연에 있다. 인류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커다란 돌, 흙을 이겨 만든 벽돌, 굵직한 나무로 기둥과 벽을 세우고 지붕을 이어 보금자리를 조성했으며 이 기억은 우리의 본능에 새겨져 지금까지도 자연 요소가 있는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오늘날의 건물은 대부분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자연이 스며들 틈조차 없어 보이지만 사람들은 이 공간에 자연 소재를 들이는 방법을 연구해 삶의 풍경을 새롭게 다잡고 있다. 이스라엘의 바닷가에 자리한 PERFECT HARMONY는 새로 지은 건물의 주거에 자연소재를 과감하게 들여 현대적 일상과 자연의 원초성이 조화하는 집이다. 거주자는 자연 요소를 원시 형태로 통합한 집을 원했고 특히 거실에서 유럽의 깊은 산속 스키 마을에 온 느낌을 받고 싶어 했다.
울퉁불퉁한 현무암을 주거 전반에 벽, 기둥 등으로 적용해 마치 숲속을 거니는 듯한 풍경을 구현했으며, 바닥에도 샌드블라스트 처리된 천연 목재 쪽모이 세공 마루를 깔아 자연의 투박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단단히 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천장과 일반 벽체 등 공간의 바탕은 희고 반듯한 면으로 가다듬어 깔끔한 바탕과 날것 같은 자연이 맞물리면서 색다른 미감을 발산한다. 2층 규모의 주거는 1층에 가족 공용 공간과 메인 침실, 2층에 자녀 개인 공간이 자리한다. 널찍하게 드리운 돌벽으로 테마를 드러낸 거실은 회색 소파와 러그를 두어 현무암과 합을 맞췄으며 옆으로 이어지는 독서 공간에도 벽난로를 매립한 돌벽을 세워 안락하게 마무리했다. 건너편의 주방은 일렁이는 무늬가 인상적인 오닉스 클래딩을 아일랜드에 적용해 자연 콘셉트에 힘을 실었다. 긴 복도를 지나면 침실이 나타나는데, 이곳도 돌기둥을 세워 중심을 잡은 뒤 식물과 초록색 가구를 두었으며 2층의 자녀 방은 천연 화강암과 호마이카를 결합한 수납장 겸 파티션을 설치해 콘셉트를 섬세히 변주하며 이어갔다.
거울의 풍부한 기능
Mirror Maze
Design / Yael Perry
Location / Tel Aviv, Israel
Area / 62㎡(실내), 30㎡(발코니)
Photograph / Itay Benit
[ Focus on ] 내부의 벽과 가구 등을 거울로 과감하게 덮어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는 동시에 신비로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빛을 반사하는 거울은 모습을 확인하는 기능과 더불어 공간 디자인 요소로서 역할을 넓히고 있다. 거울에 공간이 비쳐 좁은 면적도 넓어 보이게 하기 때문인데, 벽이나 천장을 거울로 시공하고 빛을 굴절시켜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공간을 색다르게 연출하기 위한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펼쳐진다. 이스라엘의 Mirror Maze는 작은 구역을 장식하는 것을 넘어 주거 전체에 거울을 사용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집이다. 기존 공간은 면적이 작지만 창이 많아 자연광이 풍부하게 들어왔는데, 디자이너는 창과 빛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거울을 주요 마감재로 선택했다. 특히 1층 전 영역의 벽과 가구 등을 거울로 가득 채웠으며 그중 입구와 계단 사이에 있는 게스트 화장실을 미로같이 만든 점이 돋보인다. 화장실 안팎의 벽과 문, 수납공간 전체를 거울로 덮어 거울 너머 공간이 끝없이 중첩되는 듯 몽환적인 감각을 선사한 것이다. 맞은편의 주방 또한 가구와 수납장 모두 거울로 마감해 표면에 반짝이는 햇빛이 맺히게 했다. 안쪽으로 이어지는 거실은 거울의 차갑지만 세련된 이미지와 어우러지는 유리와 가죽, 콘크리트를 주 소재로 활용해 모던하게 가다듬었다. 거실 옆의 콘크리트 기둥 너머 계단으로 올라가면 침실과 발코니가 나타난다. 침실은 나무, 리넨 등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했으며 옷장과 욕실 부스의 벽을 거울로 둘러 발코니로 들어오는 햇살을 투영했다.
나무 언덕을 품은 집
Lan Villa
Design / Yuan Arch itec ts
Location / Taipei, Taiwan
Area / 290㎡
Photograph / YHLAA
[ Focus on ] 거대한 곡면 벽체를 공간 중앙에 삽입하고 우드 패널로 울퉁불퉁하게 마감해 역동적인 공간을 완성했다.
나무는 품종, 자라는 계절과 토양에 따라 다른 패턴과 컬러를 선사하는 데다 가공 방법도 다양해 외장재와 내장재는 물론 가구, 소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소재다. 특유의 따스한 분위기 덕분에 주거 공간에서도 많이 사용되고는 하는데 최근에는 다이내믹한 형태를 빚거나 다른 소재와 강렬한 대조를 이루는 등 색다른 시도들도 눈에 띈다. 대만에 위치한 Lan Villa은 나무의 물성이 살아 있는 3층 주택으로 흰색의 담백한 외관과 달리 실내에 과감한 곡면 벽체를 삽입한 점이 돋보인다.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의 주택은 산악지대라는 사이트의 특성을 살려 주요 도로와 연결된 면에서는 2층 건물로, 반대편에서는 3층 건물로 보이게 설계했다. 흰색으로 깔끔하게 정돈한 외벽 한 면 가득 창을 설치하고 돌출된 벽을 계단을 포함한 2층 골조를 따라 감싸 파사드의 형태를 잡았다. 1층 주 출입구로 들어서면 거대한 곡면 벽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1층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곡면 벽체의 양옆으로는 위아래 층으로 향하는 계단과 연결되어 있어 두개 층을 따라 작은 우드 패널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이는 주택 내의 수직적 흐름과 삶의 흐름을 표현한 것으로 매끈한 표면 위에 폭이 좁은 우드 패널을 겹겹이 붙이고 각각의 톤과 폭을 모두 달리하여 역동성과 풍부한 물성을 강조했다. 흰색 벽과 마룻바닥으로 단정하게 정돈된 공간에 거대한 곡면을 더함으로써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는데 1층 천장에는 빛바랜 듯한 콘크리트를 사용해 인더스트리얼한 무드를 가미했다. 한편 현관과 거실로만 구성된 1층을 중심으로 지하에는 손님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다이닝 룸과 키친, 게스트 룸을 두고 넓은 테라스를 마련해 자연과의 연결성을 강화했으며 위층에는 마스터 베드룸을 비롯한 거주자용 침실을 배치해 프라이버시를 고려했다.
COPYRIGHT 2022.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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