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e with Daily Life
도시의 푸른 쉼표, 정원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상진
창을 열면 푸른 산이 드리우고 아침마다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하루.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그리지만 대부분 그 꿈을 먼 훗날로 미뤄둔다.
생활 기반이 있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가야만 자연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자. 자연에게 품을 내주는 도시, 도시로 스며드는 자연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식물을 키워본 사람은 안다. 허전한 방 한편에 아담한 화분 하나, 꽃 한 송이 들이는 것만으로도 물 위로 물감이 번져 나가듯 일상에 생기가 돈다는 사실을. 생명의 근간인 자연은 설령 아무리 작은 조각일지라도 우리 삶에 선명한 영향을 미친다. 인간 또한 자연을 늘 희구하는데 팬데믹 이후 이 성향이 더욱 강해져 등산이나 차박 등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이 각광받고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려는 시도도 늘어난다. 얼마 전 출시된 LG전자의 식물생활가전 ‘LG 틔운 미니’ 사전 판매 물량이 조기에 완판되고 이 외에도 ‘네모미’ 등 가정에서 손쉽게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제품들이 앞다투어 등장하는 데서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을 읽을 수 있다. 자연과 공존하려는 흐름은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연을 걷어내며 고속 성장해온 도시 역시 콘크리트의 삭막함에서 탈피해 푸른빛을 입고자 노력한다. 서울시는 용산구의 미군 기지가 이전한 유휴 부지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며 양천구나 구리시도 정원 도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도시 차원의 대규모 녹지 조성만큼 중요한 것이 소소하지만 일상과 한 발 더 가까운 자연이다. WHO는 가정에서 300m 이내 거리에 최소 0.5ha 규모의 녹지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큰맘 먹고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가야 하는 산이나 숲보다 저녁 식사 후 잠깐 들를 수 있는 근린공원이 때로는 삶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이에 도시 곳곳에 자연의 기운을 덧입히려는 시도가 나타나는데, 기존의 건물 외벽을 식물 재배 벽으로 교체하고 신축 시에는 수직 정원을 함께 계획하며 지붕을 생태 정원화하거나 입주민을 위한 텃밭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시민들이 공유하는 텃밭이나 정원을 만들어 작물을 재배하거나 자연 속에서 숨을 돌리며 사람들 간의 교류를 이끌어내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상공간 역시 자연을 적극적으로 품는다. 백화점의 한 층을 모두 조경에 할애하는가 하면 매장 전체를 울창한 정글처럼 연출하고, 식음 공간은 음식과 관련된 자연 요소를 내러티브화해 디자인으로 풀거나 직접 채소를 재배하는 텃밭을 조성해 요리를 깊이 있게 제안한다. 호텔 역시 극화된 플랜테리어를 구현해 자연 속의 쉼을 표방하거나 지속 가능성 등의 가치로 브랜드 정체성을 정의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자연 요소는 소비자가 공간을 선택하는 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지역민과도 연계돼 일상을 유의미하게 바꿔 나간다. 회색빛 도시를 걷다 문득 아스팔트 틈을 비집고 자라난 풀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여린 풀 한 포기가 단단한 아스팔트 속에 뿌리 내리고 매연과 먼지를 넘어 햇빛을 받아들이며 잎을 틔우고 앙증맞은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마주하면 자연의 생명력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도시에 깃든 소소한 자연도 이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퍼져 나가 우리의 삶을 푸르게 물들일 것이다.
직접 경험하는 도심 속 정원
녹녹 타임워크 명동 공유정원
디자인 / Lab D+H Seoul Office·최영준, 최병길, 조재연,조상은, 심보원, 김다정
조경 기본 및 실시설계 / Lab D+H Seoul Office
식재 구현 감독 및 연출 / Lab D+H Seoul Office
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78 타임워크명동
면적 / 2,808㎡
사진 / 유청오(표기한 사진 외), 최영준, 조영민
How to Be with Nature 모두에게 열린 정원에 걷는 즐거움을 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정원 있는 삶의 즐거움을 공유하도록 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유명한 이유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연이 빌딩 숲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뉴요커들에게 센트럴파크는 가장 가까이에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터다. 서울 시민들이 한강 공원을 즐겨 찾는 것도 동일한 이유로, 마당 같은 개별 녹지를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공용 녹지에 대한 열망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녹녹 타임워크 명동 공유 정원은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 한복판에 자리한 옥상 정원으로 모두가 양질의 정원 생활을 경험하게 돕는다. 단순한 녹지 경험을 넘어 새로운 반려 식물을 맞이할 식물 마켓이나 탁 트인 경관 속에서 즐기는 피크닉과 요가 클래스 등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여러 프로그램까지 준비해 정원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도록 했다.
1, 4, 7층에 걸쳐 있는 프로젝트의 특성상 7층까지 보행자를 끌어올릴 방법이 필요했는데 쇼핑 거리라는 지리적 위치를 활용해 거리에서 정원까지 산책하듯 떠나는 Walk in Green을 테마로 다양한 걷기 경험을 의도했다. 한정된 정원 면적에서 가장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길의 폭을 최소한으로 유지했으며 걸음마다 재미를 더하고자 길을 굽이진 물길같이 중첩과 곡류가 풍부하도록 설계했다.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7층은 너른 초지를 펼친 뒤 이를 가로지르는 동선을 계획해 목초지 속 걸음을 연출했으며 곳곳에 마련된 쉼터를 통해 주변 식물은 물론 울타리 너머로 펼쳐진 남산 풍경과도 교감할 수 있다. 4층은 3층부터 6층까지 자리한 오피스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징검다리를 건너 테라스를 찾아가는 걸음을 만들었으며 1층은 주변의 카페 거리를 활용해 전면의 남대문로와 뒤편 명동3로를 잇는 통로의 기능을 부여했다.
▲ Focus on. 편안하게 즐기는 자연
도심 한가운데서도 자연스럽게 펼쳐진 초목의 모습을 연출하고자 최대한 식물에만 시선이 모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했다. 먼저 모든 인공물은 두께감을 줄였으며 흑색 스테인리스 스틸 플랜터와 진회색 화산석 멀칭을 사용하는 등 어두운 컬러를 입힘으로써 식물이 돋보이도록 했다. 휴식을 위한 좌석 역시 존재감을 최소화하고자 벤치 대신 ‘닷 스툴’ 이라 이름 붙인 1인용 스툴을 설치했는데 둥근 좌판은 플랜터 경계 위에 띄우고 기둥은 식물 사이로 숨겼다.
우리 곁의 텃밭
K-Farm
Design / Avoid Obvious Architects
Location / Shing Sai Road No.3, Kennedy Town, Hong Kong
Area / 2,000㎡
Photograph / Imagennix·Scott Brooks
How to Be with Nature 실내외 수경재배 시설과 푸른 잔디에서 농작물을 키우고 동식물과 교감하며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스트레스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자연의 흙 내음과 숨 고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는 텃밭 가꾸기가 하나의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도시에서 농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는데, 베란다에서 상추나 고추 모종을 키우거나 주말농장에 가는 것을 비롯해 지역에서 운영하는 공공 텃밭을 이용하며 농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그중 공공 텃밭은 지역 주민에게 건강한 먹거리와 생태 교육을 지원하고 이웃간의 만남과 소통을 이끄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며 도시 문화에 활력을 주고 있다.
홍콩의 K-Farm은 지역민을 위한 자연 교육 센터로 식자재를 키우는 온실과 텃밭, 자유롭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녹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해양 기후에서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연구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 센터 역할도 한다. 프로젝트는 녹지가 없던 산업 지역인 빅토리아 항구를 따라 지어졌으며 중앙의 이벤트 공간을 중심으로 날개처럼 텃밭과 연못, 온실과 사무실 등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다양한 기후와 비바람에도 안전한 수경 재배법, 물고기와 식물이 공존하는 아쿠아포닉스를 활용해 식물을 재배하며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동식물이 공존하는 환경을 이끈다. 서로 다른 종의 상생과 화합은 디자인으로도 표현되는데 모든 시설을 원형으로 구성해 개체 간의 연결을 은유했다. 온실과 실외 텃밭의 식물은 다양한 높이에 있어 몸을 숙이지 않고도 편하게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온실의 벽면은 층층이 쌓은 식물 선반으로 채우고 실외 텃밭에는 지면과 테이블, 스탠딩 테이블 높이의 화단을 조성한 것이다. 이 밖에 실외 텃밭 옆의 이벤트 공간에서는 파머스 마켓, 농업 수업을 비롯한 커뮤니티 행사가 열려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소통하게 된다. 시설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또한 친환경적으로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건물은 모두 모듈식으로 구성해 다시 조립하고 배치할 수 있으며 사무실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을 달아 전력 소비를 충당했다.
▲ Focus on. 푸른 잎이 자라나는 온실
K-Farm 부지의 가장자리에는 2층 높이의 원형 온실이 자리한다. 철골 구조를 바탕으로 모든 면이 유리로 이루어진 온실은 태양광을 받기 좋으며 차양으로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벽을 따라 선 천장 높이의 식물 선반이 이색적인 풍경을 그리는데, 수경 재배법으로 식자재를 키워 토양 재배법에 비해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게 했다. 각 선반의 천장에는 UV 램프를 달아 밤에도 식물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며 스마트 센서를 사용해 물과 조명을 제어할 수 있다.
오감으로 느끼는 자연
Terra Bean to Bar
Design / Soar Design Studio·Ray Chang, Joyce Wu
Location / Taipei City, Taiwan
Area / 120㎡
Photography / Hey!Cheese
How to Be with Nature 카카오를 테마로 한 초콜릿 전문점으로 열대우림이 담긴 공간에서 초콜릿의 모든 것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모든 음식의 본질은 자연이다. 밥이나 빵 같은 주식, 심지어는 디저트나 음료까지도 그 시작에는 자연에서 자란 식물이나 동물이 자리한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자연물이 자라는 지역끼리는 식생활에도 큰 차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며 각 나라의 대표 음식만으로도 대략적인 기후와 환경을 예측할 수 있다. 대만에 위치한 Terra Bean to Bar는 열대우림 속 바를 테마로 자연을 실내로 옮겨온 듯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초콜릿 전문점이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콩에 초점을 맞춰 카카오가 자라는 열대 기후의 자연을 공간에 풀어냄으로써 음식의 근원을 즐기며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을 경험하도록 도왔다. Terra Bean to Bar는 기존 실내 공간을 안쪽으로 1.5m에서 2m가량 들인 뒤 화단을 쌓음으로써 외관에서도 푸르른 자연의 이미지를 풍긴다.
내부로 들어서면 흙이 연상되는 뉴트럴한 웜톤으로 가득한 공간이 짙은 초록빛과 넓은 이파리의 식물과 어우러져 더욱 풍부한 자연의 모습을 연출한다. 실외의 자연이 실내까지 퍼지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실내 화단은 유기적인 형태로 실외와 연결했으며 거리와 마주하는 외벽은 통창으로 대신했다. 벽을 비롯해 카운터와 바, 진열대는 모두 유선형으로 제작했으며 입구 앞 카운터에서부터 전시 구역을 지나 안쪽 벤치 좌석에 이르기까지 전체 동선을 구불구불하게 구성해 열대 숲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도록 바에는 카카오의 과육과 껍질을 손으로 칠함으로써 보다 자연스러운 질감을 완성했으며 카카오닙스나 초콜릿 등을 전시하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판매하는 메뉴 역시 카카오 본연의 맛을 먼저 느낀 뒤 초콜릿으로 만든 디저트와 음료, 리큐어까지 즐길 수 있도록 계획해 초콜릿의 본질을 경험하도록 도왔다. 우드를 사용한 좌석과 둥근 개구부는 공간의 따뜻한 분위기를 고조하며 곳곳에 놓인 두꺼운 구조 기둥과 벽면을 거칠게 마감해 투박한 매력을 더했다.
▲ Focus on. 도심 속 작은 열대 숲
도로를 따라 빼곡히 마련된 화단은 도심 속에 푸른 자연의 기운을 불어넣어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누구나 자연을 즐기도록 입구 쪽에 벤치를 두어 지역 주민들도 편안히 쉬어갈 수 있으며 세 면이 녹색 식물로 가득 채워진 야외 좌석을 별도로 마련해 방문객에게 낯선 열대 자연에 둘러싸인 듯한 기분을 선물한다. 실내 벤치 좌석과 투명한 유리를 등지고 있는 야외 좌석은 붉은 톤이 감도는 흙색으로 열대림의 토양을 연상시키며 천장과 각 벤치에 여러 톤의 나무 패널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규칙적인 율동감을 부여했다.
자연을 유희하다
웁스어데이지 의왕 롯데 타임빌라스점
디자인 / 디자인다나함·구나리, 배서영
시공 / 디자인다나함·김지혁
조경 / 가든아트로뎀·이은이, 이경희
위치 /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1039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면적 / 260.6㎡
사진 / 스튜디오 톰
How to Be with Nature 유쾌한 콘셉트로 자연을 새롭게 조명해 누구나 식물에 흥미를 느끼도록 했다.
자연은 공간에서 늘 선호되는 주제다. 내추럴 스타일이라는 이름 아래 나무로 공간을 감싸고 라탄, 황마, 짚풀 등으로 만든 가구, 소품을 식물과 조합한 풍경은 수도 없이 반복되며 자연의 이미지를 편안하고 아늑하게 정형화했다. 하지만 자연을 통해 얻는 것이 마음의 휴식과 안정만은 아니다. 알록달록한 꽃, 햇빛을 머금은 나뭇잎, 끝없이 뻗어 나가는 덩굴처럼 자연은 늘 생동하며 우리는 그 속에서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을 모티브로 한 공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의 다양한 면모를 포착해 색다른 콘셉트를 시도하는 경향이 눈에 띄는데, 식물을 다채로운 이미지로 제안하는 일은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웁스어데이지 의왕 롯데 타임빌라스점은 기존의 자연 공간 테마에서 탈피해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표현함으로써 식물 문화를 바꾸는 식물 복합 문화 공간이다.
아웃렛의 야외 영역에 온실을 세우고 조경을 둘러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는데, 식물 초보 집사들이 식물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자 ‘Gardening Play House’ 라는 콘셉트로 힙스터 할머니의 정원 놀이 공간을 상상해 참신하게 디자인했다. 햇살 드는 온실에 푸른 식물과 함께 밝고 통통 튀는 색을 끼얹어 즐거운 기운을 퍼뜨렸으며 주조색은 치유의 색이자 양면성을 지닌 퍼플을 선택하고 서브 컬러로는 퍼플의 보색이면서 외향적인 라임 옐로 컬러를 사용해 감각을 자극했다. 중앙에 세운 컬러 빔과 공중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커다란 천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비비드 컬러와 그래픽 패턴을 입은 천이 공기의 흐름을 시각화하면서 키치한 느낌을 한껏 살린다. 또한 그 아래 바닥에 자갈을 깔아 영역을 구획하고 다양한 전시와 팝업을 진행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했다. 중앙 구역을 축으로 외부를 향해 둥글게 좌석을 배치한 덕분에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쉴 수 있으며 일부 면은 폴딩 도어로 완전히 개방해 경계 없이 자연을 누리도록 했다. 커스터마이징 위주의 프로그램도 돋보이는데, 플랜트 마켓구역에서 방문객이 직접 식물, 화기, 멀칭재 등을 선택해 자기만의 개성을 담은 화분을 완성하면서 식물에 대한 애착을 갖도록 했다.
▲ Focus on.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자연을 상상하다
햇살이 흐르는 온실 안에 식물을 가득 식재하고 상큼한 컬러를 자유분방하게 채색해 색다른 이미지를 이끌어냈다. 하얀색 타일 바닥 위로 코랄, 라임 옐로, 퍼플, 스카이 블루 등 다채로운 컬러가 뛰놀고 초목이 이와 절묘한 합을 이루어 식물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중앙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지는데, 그 첫 번째로 엎어진 화분에서 색색의 자갈이 쏟아져 나오는 설치물을 선택해 식물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공간 정체성을 선명히 했다. 엎어진 화분은 공간 명칭인 ‘oops-a-daisy’ 가 아이가 넘어졌을 때 일으키며 쓰는 영국 문학 표현에서 따온 점을 반영한 것이다.
상공간의 변신, 자연을 품다
UPI shop in Omotesando
Design / Happenstance Collective [HaCo]·Javier Villar Ruiz, Tomoki Yamasaki
Location / Tokyo, Japan
Area / 150㎡
Photography / Katsu Tanaka
How to Be with Nature 매장 안에 실제 자연과 흡사한 조경을 표현해 아웃도어 상품이 사용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도록 했다.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직접 만나고 느끼는 체험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중 다른 사람과의 접촉에 대한 걱정은 덜어내며 억눌린 마음까지 풀어줄 수 있는 자연은 가장 주목받는 요소다. 이에 오프라인 상공간에서도 자연과의 연결성을 강조하고자 가공하지 않은 천연소재를 사용하거나 자연 자체를 공간에 들임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는 한다. 일본에 위치한 UPI shop in Omotesando도 그중 하나로 아웃도어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의 특징을 살려 내부에 숲속 캠핑장을 꾸며둔상점이다.
한쪽에는 상품들을 깔끔하게 진열해두고 다른 쪽에는 실제 제품이 자연 속에서 활용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오프라인 매장만의 매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긴 직사각형 매장은 대각선으로 나누고 진열 구역과 조경 구역을 병치했는데 각 구역에 사용한 마감재와 조명의 강한 대조가 돋보인다. 먼저 조경 구역은 바닥에 흙과 돌을 깔고 이끼를 비롯한 초목을 띄엄띄엄 배치한 뒤 작은 시냇물까지 만들어 실제 자연의 모습을 표현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대에 따라 변화하는 빛을 조명의 색과 강도로 구현하고 천장에는 선풍기를 달아 다양한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까지 구현해 더욱 실감나는 경험을 완성했다. 천장과 벽에는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내 기존 골조까지 조경의 일부로 끌어들였으며 노출된 구조물은 거친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전시 구역은 다른 UPI 매장과 마찬가지로 우드 패널을 사용하되 유기적으로 배치된 풍경 구역과 달리 규칙적인 질서에 따라 정돈되어 있다. 가운데 복도를 향해 문이 없는 방을 일렬로 배치한 듯한 구조를 띠며 벽과 천장의 타공 패널에는 각각의 콘셉트로 제품을 매달아 두었다. 모든 방은 조경 구역을 바라보고 있어 전시된 제품이 자연 속에 연출된 모습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다.
▲ Focus on. 체험하는 자연
방문객이 자연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실제 캠핑장처럼 느끼고 참여할 공간을 완성하고자 조경 구역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물론 앉아 휴식할 수 있는 일반 의자와 테이블까지 배치했다. 전체 풍경에 가구가 녹아들도록 짚의 일종인 ‘kaya’ 와 석회 및 석고를 활용한 ‘shikkui’ 같은 천연 소재를 사용하되 원시적 형태를 최대한 살린 점이 눈에 띈다. 모두 공예가가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이며 저녁에는 방문객이 의자에 앉아 맥주도 한잔씩 즐길 수 있다.
거대한 정원이 된 마을
Le Ray
Design / Maison Edouard François
Location / Nice, France
Area / 21,000㎡
Photograph / we ar e cont ent (s)
How to Be with Nature 목재로 덮인 건물 외벽과 옥상에 식물을 식재하고 그 앞에 정원을 조성해 거대한 숲 같은 주거단지를 완성했다.
아파트를 감싸고 선 푸른 산과 창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강은 도시에서 주거지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인이 된다. 도시에서도 자연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인데, 환경 요소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도 아파트 단지에 공원과 산책로를 조성하는 등 거주 여건을 정돈하게 된다. 최근에는 이동 반경이 줄고 집 가까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자연 친화적 주거 단지가 더욱 인기를 끈다. 녹지 규모를 최대화하고 하나의 풀숲처럼 조성한 주거지는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도시의 녹색 허파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Le Ray 프로젝트는 3백여 세대의 아파트와 상업 구역으로 구성된 복합 주거 단지로 자연 요소를 풍부하게 활용해 거대한 정원처럼 연출했다. 바다와 산, 울창한 언덕 등 자연에 둘러싸인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식물을 적극적으로 결합했는데, 아파트 앞에 큰 정원을 조성했을 뿐 아니라 건물 외벽에 조경을 설계해 식물에 뒤덮인 듯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먼저 전층을 연결하는 가느다란 밤나무 지지대를 조밀하게 나열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블을 세로, 대각선 등으로 늘어뜨려 식물을 지탱했다. 옥상보다 높이 올라가는 지지대와 각 세대의 목제 베란다가 격자 구조를 완성하며 이를 덩굴처럼 감싸는 식물과 옥상에 심은 식물이 건물 전체를 하나의 나무 같아 보이게 한다. 건물 주변의 거리는 거주자들이 대화를 나누거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지중해 스타일 정원처럼 꾸몄다. 필로티와 길가에 키가 큰 야자수, 아기자기한 화초류 등 다양한 식물을 심었는데 우거진 녹음과 멀리 보이는 바다가 조화를 이뤄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욱 풍성하게 펼쳐진다.
▲ Focus on. 자연의 색을 품은 로비
건물의 로비 또한 외부처럼 자연 요소로 디자인했다. 특히 석재를 풍부하게 활용한 점이 돋보이는데, 식물의 색을 닮은 석재로 공간을 우아하게 가다듬었다. 갈색 안내 데스크를 녹색 벽과 바닥으로 감싸 풀숲 같은 느낌을 주었으며 옆면의 석제 계단도 가장 아래쪽은 푸른 잎사귀처럼 묘사하고 올라갈수록 그러데이션하듯 토양의 색으로 변화시켜 자연을 오묘하게 표현했다.
COPYRIGHT 2022.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Nature with Daily Life
도시의 푸른 쉼표, 정원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상진
창을 열면 푸른 산이 드리우고 아침마다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하루.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그리지만 대부분 그 꿈을 먼 훗날로 미뤄둔다.
생활 기반이 있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가야만 자연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자. 자연에게 품을 내주는 도시, 도시로 스며드는 자연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식물을 키워본 사람은 안다. 허전한 방 한편에 아담한 화분 하나, 꽃 한 송이 들이는 것만으로도 물 위로 물감이 번져 나가듯 일상에 생기가 돈다는 사실을. 생명의 근간인 자연은 설령 아무리 작은 조각일지라도 우리 삶에 선명한 영향을 미친다. 인간 또한 자연을 늘 희구하는데 팬데믹 이후 이 성향이 더욱 강해져 등산이나 차박 등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이 각광받고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려는 시도도 늘어난다. 얼마 전 출시된 LG전자의 식물생활가전 ‘LG 틔운 미니’ 사전 판매 물량이 조기에 완판되고 이 외에도 ‘네모미’ 등 가정에서 손쉽게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제품들이 앞다투어 등장하는 데서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을 읽을 수 있다. 자연과 공존하려는 흐름은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연을 걷어내며 고속 성장해온 도시 역시 콘크리트의 삭막함에서 탈피해 푸른빛을 입고자 노력한다. 서울시는 용산구의 미군 기지가 이전한 유휴 부지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며 양천구나 구리시도 정원 도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도시 차원의 대규모 녹지 조성만큼 중요한 것이 소소하지만 일상과 한 발 더 가까운 자연이다. WHO는 가정에서 300m 이내 거리에 최소 0.5ha 규모의 녹지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큰맘 먹고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가야 하는 산이나 숲보다 저녁 식사 후 잠깐 들를 수 있는 근린공원이 때로는 삶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이에 도시 곳곳에 자연의 기운을 덧입히려는 시도가 나타나는데, 기존의 건물 외벽을 식물 재배 벽으로 교체하고 신축 시에는 수직 정원을 함께 계획하며 지붕을 생태 정원화하거나 입주민을 위한 텃밭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시민들이 공유하는 텃밭이나 정원을 만들어 작물을 재배하거나 자연 속에서 숨을 돌리며 사람들 간의 교류를 이끌어내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상공간 역시 자연을 적극적으로 품는다. 백화점의 한 층을 모두 조경에 할애하는가 하면 매장 전체를 울창한 정글처럼 연출하고, 식음 공간은 음식과 관련된 자연 요소를 내러티브화해 디자인으로 풀거나 직접 채소를 재배하는 텃밭을 조성해 요리를 깊이 있게 제안한다. 호텔 역시 극화된 플랜테리어를 구현해 자연 속의 쉼을 표방하거나 지속 가능성 등의 가치로 브랜드 정체성을 정의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자연 요소는 소비자가 공간을 선택하는 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지역민과도 연계돼 일상을 유의미하게 바꿔 나간다. 회색빛 도시를 걷다 문득 아스팔트 틈을 비집고 자라난 풀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여린 풀 한 포기가 단단한 아스팔트 속에 뿌리 내리고 매연과 먼지를 넘어 햇빛을 받아들이며 잎을 틔우고 앙증맞은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마주하면 자연의 생명력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도시에 깃든 소소한 자연도 이처럼 강한 생명력으로 퍼져 나가 우리의 삶을 푸르게 물들일 것이다.
직접 경험하는 도심 속 정원
녹녹 타임워크 명동 공유정원
디자인 / Lab D+H Seoul Office·최영준, 최병길, 조재연,조상은, 심보원, 김다정
조경 기본 및 실시설계 / Lab D+H Seoul Office
식재 구현 감독 및 연출 / Lab D+H Seoul Office
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78 타임워크명동
면적 / 2,808㎡
사진 / 유청오(표기한 사진 외), 최영준, 조영민
How to Be with Nature 모두에게 열린 정원에 걷는 즐거움을 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정원 있는 삶의 즐거움을 공유하도록 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유명한 이유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연이 빌딩 숲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뉴요커들에게 센트럴파크는 가장 가까이에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터다. 서울 시민들이 한강 공원을 즐겨 찾는 것도 동일한 이유로, 마당 같은 개별 녹지를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공용 녹지에 대한 열망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녹녹 타임워크 명동 공유 정원은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 한복판에 자리한 옥상 정원으로 모두가 양질의 정원 생활을 경험하게 돕는다. 단순한 녹지 경험을 넘어 새로운 반려 식물을 맞이할 식물 마켓이나 탁 트인 경관 속에서 즐기는 피크닉과 요가 클래스 등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여러 프로그램까지 준비해 정원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도록 했다.
1, 4, 7층에 걸쳐 있는 프로젝트의 특성상 7층까지 보행자를 끌어올릴 방법이 필요했는데 쇼핑 거리라는 지리적 위치를 활용해 거리에서 정원까지 산책하듯 떠나는 Walk in Green을 테마로 다양한 걷기 경험을 의도했다. 한정된 정원 면적에서 가장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길의 폭을 최소한으로 유지했으며 걸음마다 재미를 더하고자 길을 굽이진 물길같이 중첩과 곡류가 풍부하도록 설계했다.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7층은 너른 초지를 펼친 뒤 이를 가로지르는 동선을 계획해 목초지 속 걸음을 연출했으며 곳곳에 마련된 쉼터를 통해 주변 식물은 물론 울타리 너머로 펼쳐진 남산 풍경과도 교감할 수 있다. 4층은 3층부터 6층까지 자리한 오피스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징검다리를 건너 테라스를 찾아가는 걸음을 만들었으며 1층은 주변의 카페 거리를 활용해 전면의 남대문로와 뒤편 명동3로를 잇는 통로의 기능을 부여했다.
▲ Focus on. 편안하게 즐기는 자연
도심 한가운데서도 자연스럽게 펼쳐진 초목의 모습을 연출하고자 최대한 식물에만 시선이 모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했다. 먼저 모든 인공물은 두께감을 줄였으며 흑색 스테인리스 스틸 플랜터와 진회색 화산석 멀칭을 사용하는 등 어두운 컬러를 입힘으로써 식물이 돋보이도록 했다. 휴식을 위한 좌석 역시 존재감을 최소화하고자 벤치 대신 ‘닷 스툴’ 이라 이름 붙인 1인용 스툴을 설치했는데 둥근 좌판은 플랜터 경계 위에 띄우고 기둥은 식물 사이로 숨겼다.
우리 곁의 텃밭
K-Farm
Design / Avoid Obvious Architects
Location / Shing Sai Road No.3, Kennedy Town, Hong Kong
Area / 2,000㎡
Photograph / Imagennix·Scott Brooks
How to Be with Nature 실내외 수경재배 시설과 푸른 잔디에서 농작물을 키우고 동식물과 교감하며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스트레스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자연의 흙 내음과 숨 고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는 텃밭 가꾸기가 하나의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도시에서 농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는데, 베란다에서 상추나 고추 모종을 키우거나 주말농장에 가는 것을 비롯해 지역에서 운영하는 공공 텃밭을 이용하며 농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그중 공공 텃밭은 지역 주민에게 건강한 먹거리와 생태 교육을 지원하고 이웃간의 만남과 소통을 이끄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며 도시 문화에 활력을 주고 있다.
홍콩의 K-Farm은 지역민을 위한 자연 교육 센터로 식자재를 키우는 온실과 텃밭, 자유롭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녹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해양 기후에서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연구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 센터 역할도 한다. 프로젝트는 녹지가 없던 산업 지역인 빅토리아 항구를 따라 지어졌으며 중앙의 이벤트 공간을 중심으로 날개처럼 텃밭과 연못, 온실과 사무실 등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다양한 기후와 비바람에도 안전한 수경 재배법, 물고기와 식물이 공존하는 아쿠아포닉스를 활용해 식물을 재배하며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동식물이 공존하는 환경을 이끈다. 서로 다른 종의 상생과 화합은 디자인으로도 표현되는데 모든 시설을 원형으로 구성해 개체 간의 연결을 은유했다. 온실과 실외 텃밭의 식물은 다양한 높이에 있어 몸을 숙이지 않고도 편하게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온실의 벽면은 층층이 쌓은 식물 선반으로 채우고 실외 텃밭에는 지면과 테이블, 스탠딩 테이블 높이의 화단을 조성한 것이다. 이 밖에 실외 텃밭 옆의 이벤트 공간에서는 파머스 마켓, 농업 수업을 비롯한 커뮤니티 행사가 열려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소통하게 된다. 시설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또한 친환경적으로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건물은 모두 모듈식으로 구성해 다시 조립하고 배치할 수 있으며 사무실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을 달아 전력 소비를 충당했다.
▲ Focus on. 푸른 잎이 자라나는 온실
K-Farm 부지의 가장자리에는 2층 높이의 원형 온실이 자리한다. 철골 구조를 바탕으로 모든 면이 유리로 이루어진 온실은 태양광을 받기 좋으며 차양으로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벽을 따라 선 천장 높이의 식물 선반이 이색적인 풍경을 그리는데, 수경 재배법으로 식자재를 키워 토양 재배법에 비해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게 했다. 각 선반의 천장에는 UV 램프를 달아 밤에도 식물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며 스마트 센서를 사용해 물과 조명을 제어할 수 있다.
오감으로 느끼는 자연
Terra Bean to Bar
Design / Soar Design Studio·Ray Chang, Joyce Wu
Location / Taipei City, Taiwan
Area / 120㎡
Photography / Hey!Cheese
How to Be with Nature 카카오를 테마로 한 초콜릿 전문점으로 열대우림이 담긴 공간에서 초콜릿의 모든 것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모든 음식의 본질은 자연이다. 밥이나 빵 같은 주식, 심지어는 디저트나 음료까지도 그 시작에는 자연에서 자란 식물이나 동물이 자리한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자연물이 자라는 지역끼리는 식생활에도 큰 차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며 각 나라의 대표 음식만으로도 대략적인 기후와 환경을 예측할 수 있다. 대만에 위치한 Terra Bean to Bar는 열대우림 속 바를 테마로 자연을 실내로 옮겨온 듯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초콜릿 전문점이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콩에 초점을 맞춰 카카오가 자라는 열대 기후의 자연을 공간에 풀어냄으로써 음식의 근원을 즐기며 새로운 방식으로 자연을 경험하도록 도왔다. Terra Bean to Bar는 기존 실내 공간을 안쪽으로 1.5m에서 2m가량 들인 뒤 화단을 쌓음으로써 외관에서도 푸르른 자연의 이미지를 풍긴다.
내부로 들어서면 흙이 연상되는 뉴트럴한 웜톤으로 가득한 공간이 짙은 초록빛과 넓은 이파리의 식물과 어우러져 더욱 풍부한 자연의 모습을 연출한다. 실외의 자연이 실내까지 퍼지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실내 화단은 유기적인 형태로 실외와 연결했으며 거리와 마주하는 외벽은 통창으로 대신했다. 벽을 비롯해 카운터와 바, 진열대는 모두 유선형으로 제작했으며 입구 앞 카운터에서부터 전시 구역을 지나 안쪽 벤치 좌석에 이르기까지 전체 동선을 구불구불하게 구성해 열대 숲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도록 바에는 카카오의 과육과 껍질을 손으로 칠함으로써 보다 자연스러운 질감을 완성했으며 카카오닙스나 초콜릿 등을 전시하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판매하는 메뉴 역시 카카오 본연의 맛을 먼저 느낀 뒤 초콜릿으로 만든 디저트와 음료, 리큐어까지 즐길 수 있도록 계획해 초콜릿의 본질을 경험하도록 도왔다. 우드를 사용한 좌석과 둥근 개구부는 공간의 따뜻한 분위기를 고조하며 곳곳에 놓인 두꺼운 구조 기둥과 벽면을 거칠게 마감해 투박한 매력을 더했다.
▲ Focus on. 도심 속 작은 열대 숲
도로를 따라 빼곡히 마련된 화단은 도심 속에 푸른 자연의 기운을 불어넣어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누구나 자연을 즐기도록 입구 쪽에 벤치를 두어 지역 주민들도 편안히 쉬어갈 수 있으며 세 면이 녹색 식물로 가득 채워진 야외 좌석을 별도로 마련해 방문객에게 낯선 열대 자연에 둘러싸인 듯한 기분을 선물한다. 실내 벤치 좌석과 투명한 유리를 등지고 있는 야외 좌석은 붉은 톤이 감도는 흙색으로 열대림의 토양을 연상시키며 천장과 각 벤치에 여러 톤의 나무 패널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규칙적인 율동감을 부여했다.
자연을 유희하다
웁스어데이지 의왕 롯데 타임빌라스점
디자인 / 디자인다나함·구나리, 배서영
시공 / 디자인다나함·김지혁
조경 / 가든아트로뎀·이은이, 이경희
위치 /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1039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면적 / 260.6㎡
사진 / 스튜디오 톰
How to Be with Nature 유쾌한 콘셉트로 자연을 새롭게 조명해 누구나 식물에 흥미를 느끼도록 했다.
자연은 공간에서 늘 선호되는 주제다. 내추럴 스타일이라는 이름 아래 나무로 공간을 감싸고 라탄, 황마, 짚풀 등으로 만든 가구, 소품을 식물과 조합한 풍경은 수도 없이 반복되며 자연의 이미지를 편안하고 아늑하게 정형화했다. 하지만 자연을 통해 얻는 것이 마음의 휴식과 안정만은 아니다. 알록달록한 꽃, 햇빛을 머금은 나뭇잎, 끝없이 뻗어 나가는 덩굴처럼 자연은 늘 생동하며 우리는 그 속에서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을 모티브로 한 공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의 다양한 면모를 포착해 색다른 콘셉트를 시도하는 경향이 눈에 띄는데, 식물을 다채로운 이미지로 제안하는 일은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웁스어데이지 의왕 롯데 타임빌라스점은 기존의 자연 공간 테마에서 탈피해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표현함으로써 식물 문화를 바꾸는 식물 복합 문화 공간이다.
아웃렛의 야외 영역에 온실을 세우고 조경을 둘러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는데, 식물 초보 집사들이 식물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자 ‘Gardening Play House’ 라는 콘셉트로 힙스터 할머니의 정원 놀이 공간을 상상해 참신하게 디자인했다. 햇살 드는 온실에 푸른 식물과 함께 밝고 통통 튀는 색을 끼얹어 즐거운 기운을 퍼뜨렸으며 주조색은 치유의 색이자 양면성을 지닌 퍼플을 선택하고 서브 컬러로는 퍼플의 보색이면서 외향적인 라임 옐로 컬러를 사용해 감각을 자극했다. 중앙에 세운 컬러 빔과 공중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커다란 천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비비드 컬러와 그래픽 패턴을 입은 천이 공기의 흐름을 시각화하면서 키치한 느낌을 한껏 살린다. 또한 그 아래 바닥에 자갈을 깔아 영역을 구획하고 다양한 전시와 팝업을 진행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했다. 중앙 구역을 축으로 외부를 향해 둥글게 좌석을 배치한 덕분에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쉴 수 있으며 일부 면은 폴딩 도어로 완전히 개방해 경계 없이 자연을 누리도록 했다. 커스터마이징 위주의 프로그램도 돋보이는데, 플랜트 마켓구역에서 방문객이 직접 식물, 화기, 멀칭재 등을 선택해 자기만의 개성을 담은 화분을 완성하면서 식물에 대한 애착을 갖도록 했다.
▲ Focus on.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자연을 상상하다
햇살이 흐르는 온실 안에 식물을 가득 식재하고 상큼한 컬러를 자유분방하게 채색해 색다른 이미지를 이끌어냈다. 하얀색 타일 바닥 위로 코랄, 라임 옐로, 퍼플, 스카이 블루 등 다채로운 컬러가 뛰놀고 초목이 이와 절묘한 합을 이루어 식물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중앙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지는데, 그 첫 번째로 엎어진 화분에서 색색의 자갈이 쏟아져 나오는 설치물을 선택해 식물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공간 정체성을 선명히 했다. 엎어진 화분은 공간 명칭인 ‘oops-a-daisy’ 가 아이가 넘어졌을 때 일으키며 쓰는 영국 문학 표현에서 따온 점을 반영한 것이다.
상공간의 변신, 자연을 품다
UPI shop in Omotesando
Design / Happenstance Collective [HaCo]·Javier Villar Ruiz, Tomoki Yamasaki
Location / Tokyo, Japan
Area / 150㎡
Photography / Katsu Tanaka
How to Be with Nature 매장 안에 실제 자연과 흡사한 조경을 표현해 아웃도어 상품이 사용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도록 했다.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직접 만나고 느끼는 체험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중 다른 사람과의 접촉에 대한 걱정은 덜어내며 억눌린 마음까지 풀어줄 수 있는 자연은 가장 주목받는 요소다. 이에 오프라인 상공간에서도 자연과의 연결성을 강조하고자 가공하지 않은 천연소재를 사용하거나 자연 자체를 공간에 들임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는 한다. 일본에 위치한 UPI shop in Omotesando도 그중 하나로 아웃도어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의 특징을 살려 내부에 숲속 캠핑장을 꾸며둔상점이다.
한쪽에는 상품들을 깔끔하게 진열해두고 다른 쪽에는 실제 제품이 자연 속에서 활용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오프라인 매장만의 매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긴 직사각형 매장은 대각선으로 나누고 진열 구역과 조경 구역을 병치했는데 각 구역에 사용한 마감재와 조명의 강한 대조가 돋보인다. 먼저 조경 구역은 바닥에 흙과 돌을 깔고 이끼를 비롯한 초목을 띄엄띄엄 배치한 뒤 작은 시냇물까지 만들어 실제 자연의 모습을 표현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대에 따라 변화하는 빛을 조명의 색과 강도로 구현하고 천장에는 선풍기를 달아 다양한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까지 구현해 더욱 실감나는 경험을 완성했다. 천장과 벽에는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내 기존 골조까지 조경의 일부로 끌어들였으며 노출된 구조물은 거친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전시 구역은 다른 UPI 매장과 마찬가지로 우드 패널을 사용하되 유기적으로 배치된 풍경 구역과 달리 규칙적인 질서에 따라 정돈되어 있다. 가운데 복도를 향해 문이 없는 방을 일렬로 배치한 듯한 구조를 띠며 벽과 천장의 타공 패널에는 각각의 콘셉트로 제품을 매달아 두었다. 모든 방은 조경 구역을 바라보고 있어 전시된 제품이 자연 속에 연출된 모습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다.
▲ Focus on. 체험하는 자연
방문객이 자연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실제 캠핑장처럼 느끼고 참여할 공간을 완성하고자 조경 구역에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물론 앉아 휴식할 수 있는 일반 의자와 테이블까지 배치했다. 전체 풍경에 가구가 녹아들도록 짚의 일종인 ‘kaya’ 와 석회 및 석고를 활용한 ‘shikkui’ 같은 천연 소재를 사용하되 원시적 형태를 최대한 살린 점이 눈에 띈다. 모두 공예가가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이며 저녁에는 방문객이 의자에 앉아 맥주도 한잔씩 즐길 수 있다.
거대한 정원이 된 마을
Le Ray
Design / Maison Edouard François
Location / Nice, France
Area / 21,000㎡
Photograph / we ar e cont ent (s)
How to Be with Nature 목재로 덮인 건물 외벽과 옥상에 식물을 식재하고 그 앞에 정원을 조성해 거대한 숲 같은 주거단지를 완성했다.
아파트를 감싸고 선 푸른 산과 창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강은 도시에서 주거지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인이 된다. 도시에서도 자연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인데, 환경 요소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도 아파트 단지에 공원과 산책로를 조성하는 등 거주 여건을 정돈하게 된다. 최근에는 이동 반경이 줄고 집 가까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자연 친화적 주거 단지가 더욱 인기를 끈다. 녹지 규모를 최대화하고 하나의 풀숲처럼 조성한 주거지는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도시의 녹색 허파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Le Ray 프로젝트는 3백여 세대의 아파트와 상업 구역으로 구성된 복합 주거 단지로 자연 요소를 풍부하게 활용해 거대한 정원처럼 연출했다. 바다와 산, 울창한 언덕 등 자연에 둘러싸인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식물을 적극적으로 결합했는데, 아파트 앞에 큰 정원을 조성했을 뿐 아니라 건물 외벽에 조경을 설계해 식물에 뒤덮인 듯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먼저 전층을 연결하는 가느다란 밤나무 지지대를 조밀하게 나열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블을 세로, 대각선 등으로 늘어뜨려 식물을 지탱했다. 옥상보다 높이 올라가는 지지대와 각 세대의 목제 베란다가 격자 구조를 완성하며 이를 덩굴처럼 감싸는 식물과 옥상에 심은 식물이 건물 전체를 하나의 나무 같아 보이게 한다. 건물 주변의 거리는 거주자들이 대화를 나누거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지중해 스타일 정원처럼 꾸몄다. 필로티와 길가에 키가 큰 야자수, 아기자기한 화초류 등 다양한 식물을 심었는데 우거진 녹음과 멀리 보이는 바다가 조화를 이뤄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욱 풍성하게 펼쳐진다.
▲ Focus on. 자연의 색을 품은 로비
건물의 로비 또한 외부처럼 자연 요소로 디자인했다. 특히 석재를 풍부하게 활용한 점이 돋보이는데, 식물의 색을 닮은 석재로 공간을 우아하게 가다듬었다. 갈색 안내 데스크를 녹색 벽과 바닥으로 감싸 풀숲 같은 느낌을 주었으며 옆면의 석제 계단도 가장 아래쪽은 푸른 잎사귀처럼 묘사하고 올라갈수록 그러데이션하듯 토양의 색으로 변화시켜 자연을 오묘하게 표현했다.
COPYRIGHT 2022.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