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rning Must Go on -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 배움의 터전 (2022.3)

Learning Must Go on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 배움의 터전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상진

시작처럼 설레는 일이 있을까.
특히 무언가를 처음으로 배우는 시간은 비할 데 없이 마음을 들뜨게 하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모르던 분야를 알아가는 과정이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 아니라 나의 세계를 바꾸고 확장해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 번뿐인 삶을 수없이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 배움을 찾아간다.

담벼락에 드리운 햇살에서조차 밝고 따스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뺨을 스쳐가는 바람은 한없이 보드랍다. 어느새 찾아온 봄 앞에서 새삼스레 마음이 들뜬다.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 정체되어 있던 삶까지 새롭게 깨워줄 듯한 예감 때문이다. 때로는 새해의 첫머리보다 봄이 무언가를 시작하기 더 좋은 시기처럼 여겨질 정도다. 봄을 맞아 흐지부지된 계획을 다시 세우거나 낯선 활동에 도전하기도 하는데, 근래 자기 계발과 자아 성장을 꾀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적극적으로 배움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눈에 띈다. 사회가 점점 더 불안하게 요동치는 와중에 자율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팬데믹으로 학교, 직장 등 타율적 공간에서 해방되면서 외부 통제가 사라지자 오히려 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다잡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학업 수준이나 업무 능력을 향상하는 자기 계발에서 나아가 어학, 인문학 수업부터 운동, 요리, 수공예적 취미까지 폭넓은 분야를 탐색하며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삶의 외연을 넓히고자 한다. 또한 특정 수준을 달성하는 목표보다도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 의의를 두어 배우는 삶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애 전반에서 배움을 추구하는 흐름이 확산되자 배움은 학교, 학원을 넘어 일상 공간 속으로 깊이 스며든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이 세마 러닝스테이션을 조성해 전시 공간에서 배움 공간으로 정체성 확장을 시도한 데서 볼 수 있듯 전시관이나 미술관이 앞다투어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대중의 문화 소양을 키우고 전시 분야의 일상 영향력을 키우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상공간 역시 배움을 무기 삼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소비자를 유인한다. 서점 같은 문화 관련 상공간은 강연 구역을 별도로 조성하고 한층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 차별화를 꾀하며 배움을 중심 콘텐츠로 설정한 카페나 호텔도 등장한다. 배움 프로그램은 지속성이 있고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워 공동체를 활성화할 때도 유용하다. 도서관이나 커뮤니티 시설은 물론이고 음악, 무용, 문학 등 전문 교육 기관에서 대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심도 있게 계획하는데, 공간을 설계할 때부터 전문가와 일반 학습자들이 서로 어우러지도록 접점을 극대화해 사람들 간의 소통을 유도하면서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자리 매김한다. 흔히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 하지만 학교를 떠나 보면 세상 모든 곳이 또 다른 모습을 한 학교이고 삶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워가는 과정임을 알게 된다.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향해 봄의 첫걸음을 떼어 보자.



몸과 마음이 공명하는 시간
T.T. Pilates

Design / Wanmu Shazi
Location / Block B, Xinjing Center, Jiahe Road, Siming District, Xiamen, China
Area / 738㎡
Photograph / 1988 Photography Studio·A Qi

What to Learn in Space  내면으로 몰입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필라테스를 배우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아간다.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운동은 더 이상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다. 건강을 관리하는 삶이 ‘힙’ 한 라이프스타일로 떠올라 러닝, 수영, 골프, 등산 등 다양한 운동이 대중화되고 놀이처럼 즐거운 활동으로 인식된다. 그중에서도 필라테스는 몸을 움직이는 과정을 통해 정신 수양까지 할 수 있어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선호되는데, 정확한 자세가 관건인 만큼 홈 트레이닝으로는 운동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힘들어 대면 수업의 중요성이 높다. 중국의 경제 특구 도시 샤먼에 등장한 T.T. Pilates는 전문 필라테스 학습자를 위한 스튜디오로 도심 속에서 학습자가 내면으로 돌아갈 수 있는 터를 마련해 수련 효과를 극대화한다. 

공간과 마주하는 순간 도시의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의식 상태에 접어들도록 몰입적이고 내향적인 공간을 의도했는데, 거대한 돌 같은 바탕으로 공간을 에워싸고 자연물을 모티브로 한 집기를 배치해 깊은 숲속 동굴에서 운동하는 기분을 자아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어둑한 동굴처럼 비일상적이고 생경한 풍경이 펼쳐져 감각을 전환한다. 둥글게 아우른 천장과 벽체는 울퉁불퉁한 표면, 자연에 가까운 질감, 부드러운 회색이 맞물려 차갑고 소란스러운 도시와 상반되는 분위기로 심신을 진정시킨다. 천장과 벽 곳곳에는 일반 창 대신 둥글고 비정형적인 개구부를 내 빛이 신비롭게 스며들도록 했으며 바닥은 따스한 색감의 나무로 마감해 맨발로 수련할 때 편안한 느낌을 전달한다. 총 3개로 구성된 교육실은 고요한 몰입감을 빚기 위해 개구부를 높게 뚫고 크기를 줄여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시 전경을 최대한 걷어내고 하늘과 빛만 와닿도록 계획했다. 수련이 끝난 후 학습자들이 휴식하며 소통하도록 바와 테라스를 마련한 점도 돋보인다. 바 역시 공간 전반의 디자인을 이어가되 개구부의 크기를 키워 도시 전망을 바라보며 대조적인 공간의 느낌을 동시에 즐기도록 했다. 바 옆에 자리한 테라스는 아치형 개구부와 창을 내 공간을 시각적으로 연결했으며, 커다란 나무 둘레에 수경 공간을 조성해 학습자들이 앉아서 쉬거나 가벼운 물놀이를 할 수 있다.

▲ Focus on. 내 안으로 몰입하도록 이끄는 공간
원시 세계에 들어온 듯한 교육 공간은 학습자가 외부의 번잡함을 잊고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거대한 돌이 자연의 손길에 아무렇게나 깎여 나간 것 같은 천장과 벽체가 인상적인데, 가는 모래와 가루형 패각에 내추럴 페인트를 칠해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했다. 보와 기둥까지 두텁게 감싸 이미지의 밀도를 높여 한층 정적인 심상을 전한다. 개구부로 유입된 자연광은 두터운 벽을 지나며 줄기처럼 모여 동굴 속 작은 틈새로 스미는 빛처럼 신비롭다. 한편 교육실 일부 벽면에는 클라이밍 장비를 설치해 운동 프로그램을 다변화했다.



농촌의 가치를 배우다
PANNAR Sufficiency Economic & Agriculture Learning Center

Design / Vin Varavarn Architects
Location / Thanarat Road, Pak Chong District, Nakorn Ratchasrima, Thailand
Area / 979㎡
Photograph / Ketsiree Wongwan

What to Learn in Space  전통적인 농촌에서 농업 경제와 현지 자원의 중요성을 배우고 체험한다.

매일 먹는 쌀과 밀, 채소와 우유 등 농촌에서 수확하는 모든 자원은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다양한 산업이 발달하며 농촌의 쇠퇴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데,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코로나19로 국가 간 교류가 줄어드는 등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식량 자급을 위한 농업의 중요성이 다시금 대두되는 중이다. PANNAR Sufficiency Economic & Agriculture Learning Center는 지역 내 자원 순환과 농촌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태국의 ‘자족 경제 철학’ 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프로젝트이다. 전통 농업 지역에 위치한 센터는 강의를 통해 지역민의 생산 의욕을 고취하거나 어린이를 위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친근하게 농업을 배울 수 있게 한다.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공간이기에 지역 내 재료를 활용해 오두막, 판잣집 등 농촌 주거의 전통적인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현지에서 자란 대나무로 지붕을 만들고 주변 토양을 닮은 흙벽을 쌓아 견고하면서도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건물은 커다란 지붕이 파빌리온과 2층 건물을 덮은 형태이며 건물 2층은 지붕과 떨어진 독자적인 천장을 가지고 있어 독특한 이미지를 그린다. 특히 지붕의 조형미가 돋보이는데, 철골 보를 종이접기 하듯 꺾고 대나무로 덮어 비가 올 때 고인 빗물이 건물 주변의 작은 수로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한편 센터의 1층은 교육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해 다양한 프로그램의 바탕을 완성했다. 그중 외부 세미나 공간은 자연 가까이에서 유연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파빌리온 형식으로 설계했다. 강의를 하고 텃밭에서의 활동을 보조하거나 식당으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공간의 가장자리에 수도를 설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실내 워크숍 공간은 높은 층고와 박공형 천장, 벽을 채우는 큰 창이 개방감을 주며 공간을 구획하지 않아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단상을 마련한 후 중앙공간을 비우고 이동이 간편한 의자를 두어 앉아서 강의를 듣거나 바닥에 둘러앉아 모임을 진행할 수 있다.

▲ Focus on. 자연이 숨 쉬는 배움터
외부 세미나 공간은 워크숍, 식당 등으로 활용되는데, 파빌리온 형태라 채광과 환기가 용이하고 자연 속에서 농업을 배워 몰입감을 높인다. 현지에서 자란 대나무로 만든 지붕은 가운데를 날렵하게 뻗어 내 햇빛을 막아주며 천장의 철골 보에 같은 색상의 커다란 환기팬을 달아 더운 날씨에도 쾌적하게 교육을 들을 수 있다.



음식과 함께하는 환상의 세계
Kew Family Kitchen & Shop

Design / Mizzi Studio, HOK, Lumsden Design
Location / Royal Botanic Gardens Kew, Richmond, London, United Kingdom
Area / 1,150㎡
Photograph / James McDonald(표기된 사진 외), Andrew Meredith

What to Learn in Space 커다란 자연물로 둘러싸인 마법 같은 공간에서 식물의 성장과 수확 등 음식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경험한다.

음식은 다채로운 맛으로 행복을 전하는 동시에 인체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할 때 몸과 정신이 더욱 건강해지는데,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은 풍부한 영양소를 섭취해야 해 음식의 종류와 가치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체험 요소를 활용하면 몰입감을 높이게 되는데 작물이 자라고 재배돼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모험하듯 들여다보면 음식에 숨어 있던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나게 된다. 

런던의 Royal Botanic Gardens Kew의 어린이 정원에 위치한 Kew Family Kitchen & Shop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고 식사하며 자연이 주는 선물인 음식에 대해 배우는 공간이다. 레스토랑은 로알드 달의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에서 모티브를 얻어 방문객이 작은 생물이 되어 정원 숲을 탐험하는 듯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곳곳에 거대한 조형물을 배치하고 인터랙티브 전시대를 두어 여러 감각을 자극하면서 식물의 종류와 농업기술, 식품 가공과 식사 준비 과정을 배울 수 있게 한 것이다. 태양, 물, 봄, 가을, 과학, 다양성을 각기 다른 섹션에서 풀어냈는데 특히 중앙에는 태양을 표현한 카운터와 물의 정원을 배치해 에너지 요소를 형상화하고 좌우로 봄과 가을 정원 등을 만들어 계절에 따른 식물의 성장을 묘사했다. 식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세면대는 실험실을 닮은 모습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메스실린더 같은 원통형 조형물 내부에 라벤더와 로즈마리를 전시해 식물의 항균 특성을 보여주었으며 높이가 다른 세면대를 둘러 온 가족이 즐겁게 손을 씻을 수 있게 했다. 오른쪽에 위치한 봄의 정원은 벽에 토양층을 표현하고 커다란 싹이 트는 식물 모형을 좌석에 드리워 식물의 발아 과정을 나타냈다. 좌석 사이에 배치한 LED 패널을 통해 식물의 성장 주기를 보여주어 식물을 키우는 방법과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요소를 알게 된다. 레스토랑의 왼쪽으로 이동하면 가을과 수확 영역으로 진입해 식자재의 종류,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름을 짓는 방법을 배우는데 빨간색 잠망경에 수확한 과일과 야채를 전시해 뿌리, 잎, 꽃 등 식용 부위를 인식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가을 영역 옆의 자이언트 가든은 바나나를 닮은 엔셋 나무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엔셋 나무는 에티오피아에서 재배되는 작물로 가뭄과 질병에 강하고 일년 내내 자라 기후 변화에 따른 세계의 식량 문제를 고찰할 수 있게 한다.

▲ Focus on. 에너지를 주는 태양과 물의 정원
레스토랑에 들어오면 작물을 자라나게 하는 태양과 물의 중요성을 표현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먼저 태양을 묘사한 카운터 영역은 벽과 데스크에 노란색을 입히고 벽의 조명으로 빛이 퍼지는 모습을 그렸다. 그 앞에 자리한 물의 정원에는 파란색 좌석을 두어 파도가 갈라지는 모습을 나타냈는데, 가우디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모자이크 타일로 좌석을 마감해 촉각을 자극했으며 천장에는 비구름 조명을 달아 물과 관련된 요소를 풍성하게 채웠다.

▲ Focus on. 가을 정원의 버섯 마을
균사체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가을 정원 구역의 식사 테이블 사이에는 아티스트 Tom Hare가 버드나무를 손으로 엮어 제작한 커다란 버섯 조형물을 두어 환상적인 이미지를 그려냈다. 좌석 사이사이에 전시대를 마련해 균사체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바디에 나무 그물 형태의 조명을 삽입해 포인트를 주었다.



오감으로 유리를 배우는 공간
Kids Museum of Glass 2.0

Design / COORDINATION ASIA
Location / 685 West Changjiang Road, Baoshan District, Shanghai, China
Area / 2,320㎡
Photograph / COORDINATION ASIA

What to Learn in Space  눈이 아닌 몸으로 체험하는 전시물을 공간에 녹여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학습에 참여한다.

특별한 경험과 함께한 수업은 잘 잊히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외운 수학 공식은 잊어도 과학실에서 진행한 실험 수업이나 근처 유적지로 떠난 체험 활동은 더 오래된 일이라도 선명한 기억을 남긴다. 학습 방법을 조금 바꿨을 뿐인데 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고 한 과정씩 몸으로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몸에 완전히 익어 체화되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의 Kids Museum of Glass 2.0은 자녀가 많은 지식을 습득하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신나게 놀고 싶은 아이의 바람을 함께 고려한 점이 돋보이는 유리 박물관이다. 소재의 기본 특성부터 환경, 과학, 예술, 문명 등에서 수행하는 역할까지 유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유리 도시’ 로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로 풀어내 부모와 아이를 모두 만족시켰다. 

전체 전시관에 설치된 체험형 전시물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되어 박물관에 대한 몰입감을 고조한다. 직접 전시물을 만지고 느끼는 과정이 공부가 아닌 놀이로 느껴지기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면서 더욱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각 전시관에는 유리를 놀이기구처럼 경험하도록 의도하거나 거울에 반사된 모습으로 퍼즐을 맞추는 등 놀이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단순히 유리로 만든 소품을 전시할 때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형태로 전시해 박물관을 재미있는 장소로 여기게끔 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 역시 주목할 만한데 그중 전시관 길목에 섬처럼 배치된 Exhibition Island는 깨진 유리를 예술품으로 재활용하는 과정을 자세히 다룬 곳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함께 설치해 아이들이 보다 쉽게 학습 내용을 받아들이게 돕는다. 신비로운 색감의 LED 조명 역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로 보라, 파랑, 분홍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선형 조명이 각 전시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부모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위해 전체 공간을 모노톤으로 정돈하고 벽과 천장에 기존 골조를 노출함으로써 유리 공장이었던 과거 모습을 간직했다.

Focus on. 놀이처럼 배우는 유리
단조롭게 바라만 보는 전시물을 없애고 오감으로 유리를 체험할 수 있게끔 만지고 걸어가는 구역에 유리를 최대한 많이 노출했다. 그중에서도 2층 제2 전시관에서는 다채로운 유리를 한 번에 경험 가능하다. 벽과 바닥에 거울을 삽입한 미로와 형형색색의 유리로 만든 파티션을 곳곳에 두어 놀이터처럼 연출한 것이다. 천창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보라색 조명이 색유리, 거울과 만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분위기를 연출하며 안전을 위해 전시관에는 강화 유리만을 사용했다.



호텔을 찾는 색다른 이유
테이크호텔

Design / LMNT, 천가옥씨디자인스토어
Location / 경기도 광명시 신기로 22
Area / 32,119㎡
Photograph / 테이크호텔

What to Learn in Space  단순히 하룻밤 묵는 숙박 시설을 넘어 전용 스튜디오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아카데미 활동을 누린다.

이제 숙박만을 목적으로 하는 호텔은 드물다. 하룻밤을 위한 세련된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넘어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활동이 호텔을 선택하는 이유로 떠오른 것이다. 라운지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거나 셰프와 함께하는 요리 프로그램, 농촌이나 어촌과 함께한 로컬 활동까지 특색을 살린 체험형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는데 테이크호텔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 보람찬 하루를 선사해주는 호텔이다. 문해력 향상 수업이나 영어 뮤지컬 등 아동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과 성인을 타깃으로 한 터프팅, 댄스 같은 취미 프로그램으로 온 가족이 즐기고 배우는 공간을 지향했다. 특히 EBS와 협업해 양질의 커리큘럼, 엄선된 강사진과 함께 수업의 질을 높여줄 EBS 미디어 스튜디오가 입점되어 주목할 만하다. 하늘색 벽면이 인상적인 안내 데스크 너머로 프로그램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두 개의 피지컬 룸과 클래스 룸을 두었다. 모든 프로그램 실은 소규모 수업에 맞춰 안락한 규모로 설계하되 넓은 통창으로 개방감을 선사했으며 어른과 아이 모두가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게 차분한 색조로 다듬었다. 발렌타인 같은 시즌에는 쿠킹 클래스도 구성되는데 보다 전문적인 수업을 위해 6층에 별도의 쿠킹스튜디오를 디자인했다.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도록 강사 테이블을 바 형식으로 배치해 공간을 폭넓게 활용하고 반대편에 PDR 영역을 꾸려 요리가 끝난 뒤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 먹을 곳을 마련했다. 세련된 블랙과 그레이로 정돈한 바탕은 독일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Miele의 제품과 어우러져 수강생에게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물한다. 호텔 시그니처 공간인 미디어 라운지는 5층 호텔 로비에서 6층까지 연결하는 스텝업 플로어로 연출했는데 곳곳에 쿠션과 테이블을 두고 맞은편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평상시에는 여유를 즐기는 라운지로, 상황에 따라 특별한 강연이나 공연을 주최하는 장소로 활용 가능하다. 

객실은 미니멀하게 다듬되 손님들이 모든 짐을 한눈에 확인하도록 문이 없는 가구를 배치했으며 커뮤널 객실을 만들고 해당 객실 앞에는 별도의 라운지를 마련해 기업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Focus on. 호텔에 들어온 문화센터
대부분의 수업이 진행되는 EBS 미디어 스튜디오는 안내 데스크와 그 안쪽 복도를 따라 피지컬 룸과 클래스 룸이 각각 두 개씩 자리한다. 사각형으로 움푹 파인 하늘색 벽면이 인상적인 안내 데스크와 달리 각 프로그램 실은 차분한 톤으로 마무리했는데 피지컬 룸은 아치형 개구부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클래스 룸에서는 보다 밝은 조명, 각진 가구, 천장 무늬가 단정한 이미지를 선사하며 한 곳에는 2인용 책상을, 다른 곳에는 1인용 책상만 두어 수업 종류에 따라 다른 실을 선택하게 도왔다.



모두를 위한 음악
Tianjin Juilliard School

Design / DILLER SCOFIDIO + RENFRO
Location / Tianjin, China
Area / 32,516㎡
Photograph / Zhang Chao

What to Learn in Space  음악을 사랑하는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공용 로비를 조성해 일반 대중도 양질의 예술 교육을 즐긴다.

대학의 모습이 전과는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 본질은 교육이다. 해당 분야 전문가를 길러내는 곳인 만큼 뛰어난 교수진을 바탕으로 질 좋은 강의를 선보이는데 몇 년 전부터 대학이 지자체와 교육 협약을 맺기 시작했다. 연구소나 독특한 전공 내용을 살린 교양 강좌를 개설해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것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에서도 일부 강좌를 온라인에 무료로 개방하며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고자 노력 중이다. 중국에 문을 연 Tianjin Juilliard School은 뉴욕 Juilliard School의 첫 번째 캠퍼스로 음악과 공연 예술을 배우고 싶은 모든 사람을 위해 나이대에 따라 악기나 합창, 음악에 대한 배경 지식 등 다채로운 주제를 가르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지역 주민이 부담 없이 접근하도록 누구나 모일 수 있는 라운지와 로비를 적극 활용했는데 이곳에서 수강생과 재학생, 지역 주민이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와 문화를 나누며 예술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끔 유도했다. 인근 강과 공원에 건물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1층 로비를 모두에게 개방했으며 음악 및 공연 예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까지 방문하도록 내부가 엿보이는 유리 문을 곳곳에 만들었다. 로비 주변에는 각종 공연을 위한 콘서트 홀과 리사이트 홀, 블랙박스 극장을 배치했는데 가장 넓은 공연장인 콘서트 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 시설과 목재로 마감한 내부가 돋보인다. 사방을 둘러싼 좌석 가운데 오케스트라 대형에 따라 단을 나눈 무대를 마련하고 무대 뒤로 커다란 삼각형 창문을 뚫어 필요에 따라 자연광을 들일 수 있다. 2층부터 수업을 위한 공간을 꾸몄는데 전체적으로 모서리가 잘린 정육면체 중앙을 가로로 긴 직육면체가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형태를 띤다. 정육면체는 총 네개로 1층에서 이어진 공연장부터 꼭대기 층의 도서관이나 리허설용 공연장 등 넓은 방이 자리한다. 다섯 개의 복도가 각 영역을 지그재그로 연결하고 있으며 전체 복도는 1층과 완전히 분리되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공간임을 명확히 한다. 복도에는 일렬로 배치된 연습실과 강의실 끝으로 작은 학생용 라운지를 만들었다.

▲ Focus on. 모두에게 개방한 대학
대중의 참여를 장려하고자 최대한 많은 공용 공간을 꾸몄다. 가장 돋보이는 곳은 1층 로비로 벽면 대부분을 유리로 마감한 뒤 총 여섯군데 출입구를 만들어 자연스러운 진입을 유도했으며 모든 면에 뚫린 다각형 창문으로 내부에 빛을 가득 채워 환영받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환한 내부로 들어서면 공연장 외에도 카페와 서점이 배치되어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복도에 자리한 강의실 및 연습실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현재 8살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예비 대학과 성인을 위한 평생 교육, 추가 음악 수업을 원하는 전 연령대를 위한 공공 교육까지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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