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 the Step
예술이 가까워지는 공간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은희, 허수진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은 전보다 늘어났지만 예술만을 위한 공간은 여전히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듯하다.
예술의 매력은 간직하되 관람객이 편안히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나보자.
예술이 멀게만 느껴지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기술과 매체의 발전이 온라인 전시관이나 공연 영상처럼 문화 예술 활동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데다 오프라인 공간의 힘이 주목받기 시작하며 예술이 일상생활에 한 뼘 더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하기에 예술은 훌륭한 도구가 되었으며 카페, 레스토랑, 백화점 같이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작은 전시와 공연을 진행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상업 공간도 팝업스토어를 마련하고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브랜드 헤리티지, 새로운 상품, 나아갈 방향성 등을 감각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면서 해당 공간만이 가진 특별함을 강조한다. 굳이 박물관,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사람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으려는 예술 공간의 변신이 시작되었다. 예술을 보여준다는 목적에 충실하고자 작품의의미와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택하되 방문객의 흥미를 유발할 요소들을 다채롭게 담아낸다. 작가와 작품의 배경, 분위기 등을 분석하고 디자인에 반영해 그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바탕을 완성하는가 하면, 예술 공간 역시 하나의 작품처럼 다듬어 공간 자체로도 독특한 감상을 자아내게 해 작품과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의도한다. 또한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참여할 요소를 곳곳에 심어 기존 단순히 작품을 수용하기만 하던 입장에서 적극적인 탐험자로 거듭나게 돕는다. 누구나 예술과 하나될 수 있는 공간을 만나보자.
음악의 모든 것을 담다
House of Music, Hungary
Design / Sou Fujimoto Architects, M-TE AMPANNON Architects Ltd.
Location / Budapest, Hungary
Area / 9,000㎡
Photograph / LIGET BUDAPEST-Palko Gyorgy(표기한 사진 외), Iwan Baan

How to Enjoy Art 설계의 모든 단계에 음악적 요소를 녹여냄으로써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오프라인에서 소비하는 경험의 질은 공간과 그 분위기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일지라도 음식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적용된 쪽은 현지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해 괜히 맛도 더 좋게 느껴지곤 한다. 상품이나 브랜드의 콘셉트가 그대로 녹아난 매장 역시 판매하는 물건의 매력을 배가하는데,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도 마찬가지다. 전통적 요소가 가미된 박물관이기에 유물을 당시 시대상을 떠올리며 즐길 수 있으며, 갤러리를 모던하고 깔끔하게 다듬어 화려한 현대 예술이 더욱 돋보인다.

올해 초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등장한 House of Music, Hungary도 그중 하나로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 문화 개발 프로젝트인 Liget Budapest의 일환으로 설계 되었다. 헝가리가 음악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반영해 그 지역민이 음악을 더욱 가까이서 향유하도록 음악과 관련된 모든 시설을 도심 속 공원에 새로운 녹지와 함께 마련한 것이다. 이를 위해 디자인 곳곳에 음악적 요소를 담고 자연, 소리, 빛의 상호 작용을 통해 보다 풍성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건물 형태도 독특한데 음파에서 영감을 받아 캐노피 구조의 지붕을 물결치는 형태로 디자인하고 약 1천개의 철골 기둥을 세워 지지했다. 그 위로 1백여 개의 구멍을 뚫어 자연광을 공간 깊숙이 들인 뒤 나뭇잎이 연상되는 3만 개 이상의 장식품을 내리고 외벽 전체를 투명한 유리로 마감해 자연과 실내의 경계를 모호히 흐림으로써 방문객이 깊은 숲을 거니는 느낌을 받도록 유도했다. 건물은 음악의 삼 악장을 반영해 지하 1층, 지상 2층의 3개 층으로 구성했다. 1층은 야외를 포함해 총 세 개의 공연장을 배치했으며 나선형 계단을 통해 위아래층과 연결했다. 음악에 대한 서적, 오디오, 영상 자료를 찾을 수 있는 2층에는 각 매체에 어울리는 열람실과 강의실을 만들었는데 천장의 구멍에서 1층까지 빛을 연결하고자 유리로 공간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통로를 세워 재미를 더했다. 지상층과 달리 온통 흰빛이 가득한 지하는 전시관과 독특한 반구형 사운드 돔을 만들어 360° 서라운드 사운드 경험 등 오감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빛이 완성한 풍경화
Jinglan Bay Art Museum
Design / Waterfrom Design
Location / Liuchow, China
Area / 1,705㎡
Photograph / Vincent Wu

How to Enjoy Art 건물 매스로 사이트의 풍경을 그려내 자체로도 예술이 되는 박물관을 만들었다.
‘갤러리 같은’ 이라는 수식어가 잇따르는 중이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되게 매만져진 공간을 보통 일컫는데 이런 표현이 나오게 된 이유는 예술을 품은 공간은 그 자체로도 작품을 뒷받침해줄 수 있을 만큼 빼어난 미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박물관이나 갤러리 공간의 대부분은 특별한 장식적 요소는 없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섬세히 단장해 우아한 매력을 뽐내곤 한다.

중국에 등장한 Jinglan Bay Art Museum은 예술품을 진열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 작품이 되어버린 박물관이다. 특히 지역 특색을 다방면으로 녹여낸 모습이 눈에 띄는데, 디자인을 담당한 Waterfrom Design은 사이트가 구불구불한 하천이 흐르는 산악 지대에 위치한다는 점을 반영해 건물 자체를 빛이 그린 추상화로 만들고자 했다. 동시에 건물 내부를 거니는 동안 숲이나 산에 들어선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각 층의 매스를 매만져 빛과 그림자로 높은 산과 깊은 물을 그렸다. 3층 규모의 건물 외벽 가득 통창을 설치한 뒤 실내는 각 층을 완전히 구분하는 대신 풍경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매스를 일부는 채우고 비우며 퍼즐처럼 독특한 배치를 완성했다. 관람객은 각 층을 오가는 동안 시야가 한 개 층에 한정되거나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전체 층을 조망하게 되는데 이 또한 등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선의 교류를 표현한 것으로 자연스레 산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매스와 빛, 그림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인위적으로 감각을 자극하는 색조를 모두 배제한 채 희거나 검은 색만을 사용했으며, 입구 바로 앞에는 커다란 원석을 세움으로써 지역의 특산품이자 유물주의 예술이 주장하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물과 그 본질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상상력을 자극하다
Shanghai Xigu Art Museum
Design / DCDSAA Architecture Office
Location / Songjiang, Shanghai, China
Area / 1,200㎡
Photograph / Wu Qingshan

How to Enjoy Art 기하학적인 유리 구조물과 탐험하는 듯한 동선이 방문객들의 창의적인 감상을 유도한다.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은 대개 담백한 경우가 많다. 바탕이 심플할 수록 작품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짐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전시 공간의 변화가 눈에 띈다. 공간 자체도 전시의 일부처럼 감상하도록 감각적으로 디자인하고 구조나 동선을 흥미롭게 설계해 더욱 깊이 있는 관람 경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처럼 다채로운 예술 공간의 변화는 예술의 정의를 확장하고 관람객의 발걸음을 머물게 한다.

중국 상하이에 등장한 Shanghai Xigu Art Museum은 오래된 곡물 창고를 아트뮤지엄으로 탈바꿈한 공간이다. 건물 외관은 기존의 모습 그대로 허름한데, 앞으로 살짝 기울어진 통창을 여럿 내고 테두리에 LED 조명을 둘러 미래적 감각을 입혔다. 내부는 본래의 투박한 골조와 대조되는 기하학적 유리 구조물을 활용해 궁금증을 자아내는 독창적인 공간을 조성했다. 통창마다 연결된 유리 구조물은 거대한 삼각형으로 설계함으로써 끝을 따라 자연스럽게 시선이 내부를 향하게 하고 유리 사이로 비치는 전시물의 모습을 보며 호기심을 갖도록 의도했다. 바닥에는 흰색 자갈을 깔고 큰 돌을 징검다리처럼 놓았으며 한 단 높은 마룻바닥으로 길을 내 전시에 몰입할 수 있는 동선을 구성했다. 또한 바닥과 기둥 아래쪽에 은은한 간접등을 달아 동선을 더욱 뚜렷하게 밝혀주는 효과를 더했다. 전시와 함께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는데 교차되는 길 양쪽으로 4개의 육각형 유리 구조물을 배치하고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DI Y 워크숍 공간으로 활용했다. 안쪽까지 들어가면 흰 벽돌을 육각형 바닥에 맞춰 쌓아 올린 휴식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파스텔 혹은 따뜻한 색감의 나지막한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편안한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관람의 깊이를 확대하고자 했다.

예술과 함께 움직이다
Søylerommet – The Pillars
Design / 2050+
Location / Oslo, Norway
Area / 750㎡
Photograph / Annar Bjorgli

How to Enjoy Art 갤러리에 가변적인 설치 요소를 더해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이며 방문객의 참여를 돕는 공간을 만들었다.
전시장까지 발걸음하기가 쉽지 않다. 예술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가만히 감상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변화시키고 예술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시도가 눈에 띈다. 증강 현실을 이용한 체험형 포토존을 만들어 작품 속 주인공이 되게 하거나 전시장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매주 다른 주제로 찬반 투표를 진행한 뒤 개표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방문객의 생각을 직접 개입시키며 바라만 보던 방문객의 역할을 보다 능동적인 위치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로써 예술에 흥미를 살리고 갤러리는 보다 친근한 공간으로 거듭난다.

오슬로의 국립 박물관 내에 자리한 Søylerommet - The Pillars는 무한하게 변화하는 공간에 방문객을 초대하는 갤러리다. 정적인 전시 공간의 이미지를 타파하고자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감상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이끌고 방문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직사각 내부는 작품이 돋보이게 하나의 넓은 공간을 뉴트럴 색상으로 정돈하고 천장에 격자 프레임을 덮어 조명이나 작품을 설치하기 쉬운 바탕을 만들었다. 그 위로 추가 설치 없이 구조 변경이 가능한 시스템을 더했다. 먼저 벽 위에 이동이 가능한 디스플레이 월을 설치했는데 직사각 프레임을 만들고 중간에 기둥 세 개를 세워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각 프레임은 경첩을 통해 서로 연결돼 움직이면 지그재그로 형태가 바뀌며 작품과 벽 사이에 거리가 생긴다. 작품을 벽에 설치했을 때와 달리 다양한 위치에서 작품을 볼 수 있게 돼 방문객이 적극적으로 자릴 옮겨가며 감상할 수 있다. 각 작품이 자리한 방향이 달라짐에 따라 다른 방문객과 시선이 마주치는 경우가 줄어 자연스럽게 몰입감도 높아진다. 천장에는 일시적으로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커튼용 트랙을 설치했다. 공간을 연극 무대처럼 커튼으로 부드럽게 나눠 방문객은 무대 위의 주인공처럼 돌아다니게 된다. 동선이 정해지지 않은 자유로운 공간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예술로 지은 집
Maison Lune
Design / Gabriella Kuti
Location / Los Angeles, United States
Area / 371.61㎡
Photograph / Ye Rin Mok

How to Enjoy Art 집과 갤러리의 경계를 허물어 관람객이 예술을 친밀하게 경험하도록 했다.
클래식 공연장, 아트 갤러리 같은 예술 전문 공간은 예술이 꽤 대중화된 지금도 일상과는 다소 괴리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런 공간들은 예술 향유층의 저변을 넓히고자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는데, 최근에는 카페, 집 등 일상적 공간을 접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갤러리가 집과의 경계를 흐려 일상과 밀착한 예술 경험을 선사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실제 예술가나 전문 수집가의 집을 갤러리처럼 개조하거나 집의 구조를 차용해 갤러리를 설계하는데, 방문객이 마치 예술가의 집에 사적으로 초대받아 작품을 소개받는 듯한 인상을 주어 예술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며 더 나아가 자신의 일상 속에 예술을 녹이는 상상을 하도록 이끌어준다.

패션 디자이너 Lubov Azria와 아티스트 겸 디자이너 Sandrine Abessera가 합심해 탄생시킨 갤러리 Maison Lune은 엘리트주의 갤러리를 탈피해 친숙하고 따스한 분위기에서 예술을 만나도록 구상한 공간이다. 3층 규모 건물 전체를 미술품 전문 수집가의 집처럼 연출한 점이 특징으로 침실, 거실, 주방 등 주거의 공간 구성을 그대로 구현하고 예술 작품과 디자인 작품을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Lubov Azria와 Sandrine Abessera가 실제로 거주해 생활감이 묻어나는 공간 곳곳을 방문객이 돌아다니며 작품을 접하는 동안 예술은 조금 더 일상적인 대상이 된다. 예술품을 부각하기 위해 내부는 깔끔해야 했는데, 개조 전 공간이 층고가 높고 자연광이 풍부하며 바닥에 밝은 석회암이 깔려 있어 예술품의 미감을 살려줄 조건을 갖춘 만큼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천장과 벽을 반듯하고 하얗게 정돈해 바탕을 다졌다. 가구 또한 예술품과 잘 어우러질 수 있게 심혈을 기울였다. ‘자연 미래주의’ 를 콘셉트로 차분한 뉴트럴 컬러와 투박한 나무를 조합했으며 디자인 스튜디오 Atra Form의 맞춤 가구와 개인소장 빈티지 가구를 활용해 포근한 모더니즘을 완성했다. 1층에는 야외 수영장이 있는 발코니, 침실이 있는데 온화한 색감과 다채로운 촉감을 입힌 자연주의적 풍경과 회화, 오브제 등이 조화를 이뤄 인상적이다. 갤러리의 중심 공간인 2층으로 올라가면 거실, 다이닝 공간, 주방, 조식 공간, 발코니가 차례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 예술품을 접하게 되며, 그중 높은 층고를 살린 거실은 밝은 뉴트럴 톤으로 배경과 가구를 갈무리하고 높이가 낮은 가구를 두어 예술품으로 시선을 유도했다. 한편 3층은 사무실이자 갤러리 속 갤러리로 의도한 공간으로 특별 상영, 라이브 드로잉 쇼 등 여러 프로그램을 열 수 있도록 유연하게 계획하는 한편 검은색 가구로 중심을 채워 갤러리의 흐름에 흥미로운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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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가까워지는 공간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은희, 허수진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은 전보다 늘어났지만 예술만을 위한 공간은 여전히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듯하다.
예술의 매력은 간직하되 관람객이 편안히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나보자.
예술이 멀게만 느껴지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기술과 매체의 발전이 온라인 전시관이나 공연 영상처럼 문화 예술 활동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데다 오프라인 공간의 힘이 주목받기 시작하며 예술이 일상생활에 한 뼘 더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하기에 예술은 훌륭한 도구가 되었으며 카페, 레스토랑, 백화점 같이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작은 전시와 공연을 진행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상업 공간도 팝업스토어를 마련하고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브랜드 헤리티지, 새로운 상품, 나아갈 방향성 등을 감각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면서 해당 공간만이 가진 특별함을 강조한다. 굳이 박물관,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사람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으려는 예술 공간의 변신이 시작되었다. 예술을 보여준다는 목적에 충실하고자 작품의의미와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택하되 방문객의 흥미를 유발할 요소들을 다채롭게 담아낸다. 작가와 작품의 배경, 분위기 등을 분석하고 디자인에 반영해 그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바탕을 완성하는가 하면, 예술 공간 역시 하나의 작품처럼 다듬어 공간 자체로도 독특한 감상을 자아내게 해 작품과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의도한다. 또한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참여할 요소를 곳곳에 심어 기존 단순히 작품을 수용하기만 하던 입장에서 적극적인 탐험자로 거듭나게 돕는다. 누구나 예술과 하나될 수 있는 공간을 만나보자.
음악의 모든 것을 담다
House of Music, Hungary
Design / Sou Fujimoto Architects, M-TE AMPANNON Architects Ltd.
Location / Budapest, Hungary
Area / 9,000㎡
Photograph / LIGET BUDAPEST-Palko Gyorgy(표기한 사진 외), Iwan Baan
How to Enjoy Art 설계의 모든 단계에 음악적 요소를 녹여냄으로써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오프라인에서 소비하는 경험의 질은 공간과 그 분위기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일지라도 음식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적용된 쪽은 현지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해 괜히 맛도 더 좋게 느껴지곤 한다. 상품이나 브랜드의 콘셉트가 그대로 녹아난 매장 역시 판매하는 물건의 매력을 배가하는데,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도 마찬가지다. 전통적 요소가 가미된 박물관이기에 유물을 당시 시대상을 떠올리며 즐길 수 있으며, 갤러리를 모던하고 깔끔하게 다듬어 화려한 현대 예술이 더욱 돋보인다.
올해 초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등장한 House of Music, Hungary도 그중 하나로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 문화 개발 프로젝트인 Liget Budapest의 일환으로 설계 되었다. 헝가리가 음악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반영해 그 지역민이 음악을 더욱 가까이서 향유하도록 음악과 관련된 모든 시설을 도심 속 공원에 새로운 녹지와 함께 마련한 것이다. 이를 위해 디자인 곳곳에 음악적 요소를 담고 자연, 소리, 빛의 상호 작용을 통해 보다 풍성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건물 형태도 독특한데 음파에서 영감을 받아 캐노피 구조의 지붕을 물결치는 형태로 디자인하고 약 1천개의 철골 기둥을 세워 지지했다. 그 위로 1백여 개의 구멍을 뚫어 자연광을 공간 깊숙이 들인 뒤 나뭇잎이 연상되는 3만 개 이상의 장식품을 내리고 외벽 전체를 투명한 유리로 마감해 자연과 실내의 경계를 모호히 흐림으로써 방문객이 깊은 숲을 거니는 느낌을 받도록 유도했다. 건물은 음악의 삼 악장을 반영해 지하 1층, 지상 2층의 3개 층으로 구성했다. 1층은 야외를 포함해 총 세 개의 공연장을 배치했으며 나선형 계단을 통해 위아래층과 연결했다. 음악에 대한 서적, 오디오, 영상 자료를 찾을 수 있는 2층에는 각 매체에 어울리는 열람실과 강의실을 만들었는데 천장의 구멍에서 1층까지 빛을 연결하고자 유리로 공간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통로를 세워 재미를 더했다. 지상층과 달리 온통 흰빛이 가득한 지하는 전시관과 독특한 반구형 사운드 돔을 만들어 360° 서라운드 사운드 경험 등 오감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빛이 완성한 풍경화
Jinglan Bay Art Museum
Design / Waterfrom Design
Location / Liuchow, China
Area / 1,705㎡
Photograph / Vincent Wu
How to Enjoy Art 건물 매스로 사이트의 풍경을 그려내 자체로도 예술이 되는 박물관을 만들었다.
‘갤러리 같은’ 이라는 수식어가 잇따르는 중이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되게 매만져진 공간을 보통 일컫는데 이런 표현이 나오게 된 이유는 예술을 품은 공간은 그 자체로도 작품을 뒷받침해줄 수 있을 만큼 빼어난 미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박물관이나 갤러리 공간의 대부분은 특별한 장식적 요소는 없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섬세히 단장해 우아한 매력을 뽐내곤 한다.
중국에 등장한 Jinglan Bay Art Museum은 예술품을 진열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 작품이 되어버린 박물관이다. 특히 지역 특색을 다방면으로 녹여낸 모습이 눈에 띄는데, 디자인을 담당한 Waterfrom Design은 사이트가 구불구불한 하천이 흐르는 산악 지대에 위치한다는 점을 반영해 건물 자체를 빛이 그린 추상화로 만들고자 했다. 동시에 건물 내부를 거니는 동안 숲이나 산에 들어선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각 층의 매스를 매만져 빛과 그림자로 높은 산과 깊은 물을 그렸다. 3층 규모의 건물 외벽 가득 통창을 설치한 뒤 실내는 각 층을 완전히 구분하는 대신 풍경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매스를 일부는 채우고 비우며 퍼즐처럼 독특한 배치를 완성했다. 관람객은 각 층을 오가는 동안 시야가 한 개 층에 한정되거나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전체 층을 조망하게 되는데 이 또한 등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선의 교류를 표현한 것으로 자연스레 산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매스와 빛, 그림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인위적으로 감각을 자극하는 색조를 모두 배제한 채 희거나 검은 색만을 사용했으며, 입구 바로 앞에는 커다란 원석을 세움으로써 지역의 특산품이자 유물주의 예술이 주장하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물과 그 본질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상상력을 자극하다
Shanghai Xigu Art Museum
Design / DCDSAA Architecture Office
Location / Songjiang, Shanghai, China
Area / 1,200㎡
Photograph / Wu Qingshan
How to Enjoy Art 기하학적인 유리 구조물과 탐험하는 듯한 동선이 방문객들의 창의적인 감상을 유도한다.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은 대개 담백한 경우가 많다. 바탕이 심플할 수록 작품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짐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전시 공간의 변화가 눈에 띈다. 공간 자체도 전시의 일부처럼 감상하도록 감각적으로 디자인하고 구조나 동선을 흥미롭게 설계해 더욱 깊이 있는 관람 경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처럼 다채로운 예술 공간의 변화는 예술의 정의를 확장하고 관람객의 발걸음을 머물게 한다.
중국 상하이에 등장한 Shanghai Xigu Art Museum은 오래된 곡물 창고를 아트뮤지엄으로 탈바꿈한 공간이다. 건물 외관은 기존의 모습 그대로 허름한데, 앞으로 살짝 기울어진 통창을 여럿 내고 테두리에 LED 조명을 둘러 미래적 감각을 입혔다. 내부는 본래의 투박한 골조와 대조되는 기하학적 유리 구조물을 활용해 궁금증을 자아내는 독창적인 공간을 조성했다. 통창마다 연결된 유리 구조물은 거대한 삼각형으로 설계함으로써 끝을 따라 자연스럽게 시선이 내부를 향하게 하고 유리 사이로 비치는 전시물의 모습을 보며 호기심을 갖도록 의도했다. 바닥에는 흰색 자갈을 깔고 큰 돌을 징검다리처럼 놓았으며 한 단 높은 마룻바닥으로 길을 내 전시에 몰입할 수 있는 동선을 구성했다. 또한 바닥과 기둥 아래쪽에 은은한 간접등을 달아 동선을 더욱 뚜렷하게 밝혀주는 효과를 더했다. 전시와 함께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는데 교차되는 길 양쪽으로 4개의 육각형 유리 구조물을 배치하고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DI Y 워크숍 공간으로 활용했다. 안쪽까지 들어가면 흰 벽돌을 육각형 바닥에 맞춰 쌓아 올린 휴식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파스텔 혹은 따뜻한 색감의 나지막한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편안한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관람의 깊이를 확대하고자 했다.
예술과 함께 움직이다
Søylerommet – The Pillars
Design / 2050+
Location / Oslo, Norway
Area / 750㎡
Photograph / Annar Bjorgli
How to Enjoy Art 갤러리에 가변적인 설치 요소를 더해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이며 방문객의 참여를 돕는 공간을 만들었다.
전시장까지 발걸음하기가 쉽지 않다. 예술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가만히 감상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변화시키고 예술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시도가 눈에 띈다. 증강 현실을 이용한 체험형 포토존을 만들어 작품 속 주인공이 되게 하거나 전시장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매주 다른 주제로 찬반 투표를 진행한 뒤 개표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방문객의 생각을 직접 개입시키며 바라만 보던 방문객의 역할을 보다 능동적인 위치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로써 예술에 흥미를 살리고 갤러리는 보다 친근한 공간으로 거듭난다.
오슬로의 국립 박물관 내에 자리한 Søylerommet - The Pillars는 무한하게 변화하는 공간에 방문객을 초대하는 갤러리다. 정적인 전시 공간의 이미지를 타파하고자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감상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이끌고 방문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직사각 내부는 작품이 돋보이게 하나의 넓은 공간을 뉴트럴 색상으로 정돈하고 천장에 격자 프레임을 덮어 조명이나 작품을 설치하기 쉬운 바탕을 만들었다. 그 위로 추가 설치 없이 구조 변경이 가능한 시스템을 더했다. 먼저 벽 위에 이동이 가능한 디스플레이 월을 설치했는데 직사각 프레임을 만들고 중간에 기둥 세 개를 세워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각 프레임은 경첩을 통해 서로 연결돼 움직이면 지그재그로 형태가 바뀌며 작품과 벽 사이에 거리가 생긴다. 작품을 벽에 설치했을 때와 달리 다양한 위치에서 작품을 볼 수 있게 돼 방문객이 적극적으로 자릴 옮겨가며 감상할 수 있다. 각 작품이 자리한 방향이 달라짐에 따라 다른 방문객과 시선이 마주치는 경우가 줄어 자연스럽게 몰입감도 높아진다. 천장에는 일시적으로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커튼용 트랙을 설치했다. 공간을 연극 무대처럼 커튼으로 부드럽게 나눠 방문객은 무대 위의 주인공처럼 돌아다니게 된다. 동선이 정해지지 않은 자유로운 공간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예술로 지은 집
Maison Lune
Design / Gabriella Kuti
Location / Los Angeles, United States
Area / 371.61㎡
Photograph / Ye Rin Mok
How to Enjoy Art 집과 갤러리의 경계를 허물어 관람객이 예술을 친밀하게 경험하도록 했다.
클래식 공연장, 아트 갤러리 같은 예술 전문 공간은 예술이 꽤 대중화된 지금도 일상과는 다소 괴리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런 공간들은 예술 향유층의 저변을 넓히고자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는데, 최근에는 카페, 집 등 일상적 공간을 접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갤러리가 집과의 경계를 흐려 일상과 밀착한 예술 경험을 선사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실제 예술가나 전문 수집가의 집을 갤러리처럼 개조하거나 집의 구조를 차용해 갤러리를 설계하는데, 방문객이 마치 예술가의 집에 사적으로 초대받아 작품을 소개받는 듯한 인상을 주어 예술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며 더 나아가 자신의 일상 속에 예술을 녹이는 상상을 하도록 이끌어준다.
패션 디자이너 Lubov Azria와 아티스트 겸 디자이너 Sandrine Abessera가 합심해 탄생시킨 갤러리 Maison Lune은 엘리트주의 갤러리를 탈피해 친숙하고 따스한 분위기에서 예술을 만나도록 구상한 공간이다. 3층 규모 건물 전체를 미술품 전문 수집가의 집처럼 연출한 점이 특징으로 침실, 거실, 주방 등 주거의 공간 구성을 그대로 구현하고 예술 작품과 디자인 작품을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Lubov Azria와 Sandrine Abessera가 실제로 거주해 생활감이 묻어나는 공간 곳곳을 방문객이 돌아다니며 작품을 접하는 동안 예술은 조금 더 일상적인 대상이 된다. 예술품을 부각하기 위해 내부는 깔끔해야 했는데, 개조 전 공간이 층고가 높고 자연광이 풍부하며 바닥에 밝은 석회암이 깔려 있어 예술품의 미감을 살려줄 조건을 갖춘 만큼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천장과 벽을 반듯하고 하얗게 정돈해 바탕을 다졌다. 가구 또한 예술품과 잘 어우러질 수 있게 심혈을 기울였다. ‘자연 미래주의’ 를 콘셉트로 차분한 뉴트럴 컬러와 투박한 나무를 조합했으며 디자인 스튜디오 Atra Form의 맞춤 가구와 개인소장 빈티지 가구를 활용해 포근한 모더니즘을 완성했다. 1층에는 야외 수영장이 있는 발코니, 침실이 있는데 온화한 색감과 다채로운 촉감을 입힌 자연주의적 풍경과 회화, 오브제 등이 조화를 이뤄 인상적이다. 갤러리의 중심 공간인 2층으로 올라가면 거실, 다이닝 공간, 주방, 조식 공간, 발코니가 차례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 예술품을 접하게 되며, 그중 높은 층고를 살린 거실은 밝은 뉴트럴 톤으로 배경과 가구를 갈무리하고 높이가 낮은 가구를 두어 예술품으로 시선을 유도했다. 한편 3층은 사무실이자 갤러리 속 갤러리로 의도한 공간으로 특별 상영, 라이브 드로잉 쇼 등 여러 프로그램을 열 수 있도록 유연하게 계획하는 한편 검은색 가구로 중심을 채워 갤러리의 흐름에 흥미로운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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