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New Interaction - 사물, 일상에 새로운 대화를 선사하다 (2022.10)

Create New Interaction
사물, 일상에 새로운 대화를 선사하다 

취재 한성옥

미래 세계를 상상할 때면 신기하고 편리하지만 삭막한 회색 도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이 사람의 힘에 기반한 아날로그 방식을 밀어낼 뿐 아니라 인간적 정서가 설 자리조차 뺏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술 발전에 따라 여러 인간 소외 현상이 나타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하지만 금방 사라질 줄 알았던 아날로그 요소들은 뜻밖에 꽤 오래 살아남는 중이다. 전자책, 오디오북 등이 등장해도 종이책만의 느낌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존재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 음악 감상이 모두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즉석 인화 사진 가게가 즐비하며 아이돌이나 드라마 OST도 한정판으로 LP를 발매하고 LP바도 트렌디한 공간으로 각광받는다. 디자인 업계에서도 수공예가 주목받는데, 기술로 성형하는 정교하고 복잡한 형태와 달리 완벽하지는 않아도 장인 정신을 담아 인간의 손길로 치열하게 이뤄낸 작품에서 오히려 경외감을 느낀다. 기술의 편리함보다 손으로 직접 만지고 일상 공간에 흔적을 남기며 추억이 되는 정서적 요소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에 기술 역시 인간적 정서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활용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하고 3D 프린팅 기술과 수공예 패턴을 결합해 예술 작품을 창조한다. 특히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물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경향이 눈에 띄는데, 일상 용품에 사람의 동작에 반응하는 첨단 기술을 더해 삶을 풍부하게 하고 오감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제품을 제작하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IT 기기와 연계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순수 예술이나 거리 전시 등에서도 기술 발전으로 달라진 사회 양상을 반영하거나 행인들의 움직임을 포착해 새로운 커뮤니티를 생성하고, 건축물에 키네틱 구성 요소를 설치해 사람들이 풍경을 바꿔 나가도록 한다.

사람들은 기계를 차갑고 비인간적인 대상으로 인식하는 듯하면서도 일상 속에서는 오히려 로봇청소기나 자동차에 이름을 붙여주고 음성 인식 기능이 없는 제품에 수시로 말을 걸기도 한다. 영화 <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가 인공지능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 역시 비현실적이기보다는 이해가 간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처럼 사람은 생명체가 아닌 대상과도 대화를 시도할 정도로 소통을 희구한다. 기술 역시 사람이 만들어 나가기에 내일의 기술은 오늘보다 더 많은 말을 사람에게 걸어올 것이다. 사람의 소리, 손길, 움직임에 화답해 일상의 온도를 높이고 우리의 마음을 울릴 제품과 예술 작품을 만나보자.



Colorful Interaction
Gratitude

Design / Susannah Feiler
Photograph / Susannah Feiler

▲ 식사하는 동안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남겨 일상을 풍요롭게 가꾼다.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는 소소하지만 일상을 확실한 행복으로 물들여준다. 디자이너 Susannah Feiler는 가정에서 이뤄지는 일상적 만남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반응형 재료와 기능적 디자인을 1년여간 탐색해 식사 시간의 경험을 기록하는 탁자를 완성했다. 바이오 플라스틱에 맞춤형 감광 안료를 더해 손으로 제작한 이 탁자는 물체와 그림자,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색이 일시적으로 하얗게 변해 사용하는 내내 매순간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식탁 표면을 파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거나 회색에서 황토색으로 변하는 컬러 그러데이션으로 마감해 색의 변화를 더욱 선명히 강조했다. 공동의 경험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는 이 제품은 야외 만찬의 실제 사용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책자화하는 프로젝트로 진행되기도 했다.



Touchful Interaction
STEPPING OUT OF THE SLATE

Design / YAMAHA DESIGN LABORATORY·Akie HINOKIO
Photograph / Takayuki NAKAHATA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음악, 책 등 문화 상품을 향유하는 방식도 진화했지만 아날로그 방식에 대한 선호도도 여전히 높다. 아날로그 방식은 촉각 등 다양한 감각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고유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YAMAHA DESIGN LABORATORY가 프로토 타입으로 제안한 음악 기기 ‘STEPPING OUT OF THE SLATE’ 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계하면서 터치 패널 작동 방식에 결여된 직접적이고 촉각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 턴테이블, 초 등 아날로그 감성이 두드러지는 요소를 모티브로 한 네 가지 기기로 구성돼 촉각, 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한다.

▲ TurnT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도 LP를 감상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기기. 턴테이블 형태의 오디오 기기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했다. 기기 위에 스마트폰을 LP처럼 두고 스타일러스를 올리면 음악이 재생된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화면에 LP 이미지를 띄워 더욱 실감 나며 스와이프 방식으로 음악을 변경할 수 있다.

▲ MusicLight
‘MusicLight’ 는 촛불과 음악을 이어 따스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초에 불을 켜면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불꽃의 흔들림과 깜박임에 따라 음악 소리가 미묘하게 떨리며 불꽃이 꺼지면 음악도 자연스럽게 조용해진다.

◀ Winder
오르골의 원리를 적용한 기기. 애플리케이션에서 곡을 설정하고 기기의 태엽을 감으면 노래를 재생할 수 있다. 태엽이 돌아가면서 나는 소리가 노랫소리와 맞물려 아날로그 정서를 극대화하는 독특한 음향 경험을 선사한다.

▶ RhythmBot
네 개의 작은 기기로 구성된 메트로놈이다. 사용자가 들려주는 선율에 반응해 기기마다 각기 다른 음향 효과를 재생하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음악을 풍성하게 완성한다. 베이스 톤을 만드는 Cajon, 가벼운 소리를 내는 Casta, 맑은 강조음을 더하는 Cym, 떨리는 소리로 음을 채우는 Bell로 이루어진다.



Visual Interaction
Manipulable

Artist / Felipe Pantone
Photograph / Yosuke Torii

디지털 3D 시뮬레이션을 회화, 조각 등 실제 예술 작품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해온 예술가 Felipe Pantone이 도쿄의 Gallery COMMON에서 키네틱 작품으로 구성된 인터랙티브 전시를 열었다. 전시명 ‘Manipulable’ 은 손으로 움직이거나 조작, 관리, 제어, 성형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관객이 직접 만지고 재배열하며 전시 작품을 자기만의 장면으로 재구성할 수 있어 흥미롭다. 라디오를 듣는 대신 개인 재생 목록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TV 대신 OTT나 유튜브로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인터넷 시대의 수용자 중심적 콘텐츠 소비 방식에 발맞춰 관람객이 전시 구성의 주체가 되도록 했으며 접촉과 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해 예술가와 관람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자 했다. 작품은 대담한 색상과 기하학적 패턴을 전개하는 Felipe Pantone의 특징이 잘 드러난 패널들로 이루어진다. 넓은 스펙트럼의 색들을 컬러 블록처럼 조합하거나 무채색을 복잡한 패턴으로 펼친 패널들을 선보였는데, 벽체처럼 거대한 패널을 레일에 매달아 중첩함으로써 방문객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간 레이아웃을 조정하게 하거나 각기 다른 색을 입은 판을 겹치고 회전시키게 해 착시적 시각 효과를 이끌어내고, 여러 개의 막대로 이루어진 패널을 각각 이동시켜 색의 흐름을 바꿀 수 있도록 계획했다.



Acoustic Interaction
airship orchestra

Design / ENESS·Nimrod Weis
Photograph / Ben Weinstein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인터랙티브 설치물이다. 외계에서 온 듯 낯설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를 최대 6m에 달하는 거대한 풍선으로 제작해 방문객에게 새로운 차원에 빠져든 기분을 선사한다. 500㎡에 달하는 야외 전시장에서 16개의 캐릭터 풍선 사이를 돌아다니는 동안 방문객은 이들과 상호 교감하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캐릭터 풍선은 모션센서와 네트워크 기능을 갖춰 방문객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하는데, 방문객의 활동에 따라 각각 다른 음을 내 오케스트라처럼 풍부한 선율을 연주하며 분홍, 보라, 초록, 파랑 등 다채롭게 색을 바꿔가며 빛을 발산해 방문객을 몰입시키고 기분을 고양한다. LED로 제작한 눈 역시 방문객을 따라다니거나깜박여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도록 했다. 동화처럼 귀여운 캐릭터와 소통하는 동안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도 마음속의 동심을 끌어내게 되며 이를 통해 여러 세대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며 어우러질 수 있다. 전시는 중국 상하이, 미국 워싱턴 D.C., 호주의 애들레이드와 브리즈번 등 전 세계의 도시를 순회하며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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