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에 숨겨진 욕망을 읽다 (2018.7)

휴가에 숨겨진 욕망을 읽다

취재  조민희, 신은지

노는 것만큼 신나는 것도 없다. 뜨거운 여름이 반가운 이유가 그것이다.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한 즐거운 여름 휴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노는 것이 정당하게 허락된 이 계절, 당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휴가는 어떤 모습인가. 홈스케이프 유행에 따라 ‘이불 밖은 위험해’ 라고 외치며 집에 머물려는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막상 뜨거운 여름이 오면 앞다투어 시원한 여름 휴가지로 떠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휴가의 목적 또한 사람들의 폭넓은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데, 잠자던 미각을 깨우는 식사, 귀를 호강시키는 음악, 심신을 단련시키는 스파와 헬스 그리고 영감을 자극하는 예술품 관람까지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소중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이렇게 오감을 만족시키는 여러 종류의 휴가를 통해 삶의 폭을 넓히고 가장 나다운 모습을 발견해 보는 것이 어떨까. 진정 자신이 원하는 근원적인 욕구를 해결하고, 이것을 위안 삼아 풍성한 삶을 이뤄가는 것을 미루지 않길 바란다. 지금이불 속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편안하겠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나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날이 오게 될 테니.


Awaken Your Taste
Duddell’s London


Architects / Michaelis Boyd Associates
Location / St. Thomas Street, Southwark, London
Area / 497㎡
Photograph / Ed Reeve(Space), Issy Croker(Food)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기분이 드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을 떠나서도 마찬가지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여행자의 목적지를 좌우하는 것이 음식이다. ‘길 따라 맛 따라’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부러 시간을 내어 맛있는 음식을 위해 떠나온 고행의 시간은 어느새 요리를 입에 머금는 순간 사라진다. 또 평소에 먹던 평범한 음식이 아닌 유명 셰프의 손길을 거친 하나의 작품 같은 요리라면 휴가 때 자신에게 주는 큰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 영국 런던에 미슐랭 투스타에 빛나는 Duddell’ s 레스토랑이 오픈했다. 홍콩 요식업계 창업가 트리오 Alan Lo, Paulo Pong 그리고 Yen Wong이 홍콩에 설립한 이후 지점을 넓혀가고 있으며, 이번엔 런던으로 확장한 것이다. 앤 여왕 시절 세워진 건축물 중 가장 훌륭한 사례로 꼽히는 St. Thomas Church를 리노베이션했다. 이 건물은 영국에서 건축적,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로 지정된 Listed Building의 Grade II 등급을 갖고 있을 정도로 유서 깊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본래 건물이 가진 정통성을 살리면서 유명 관동식 레스토랑의 명성을 이어가고자 했다.

전체적으로 스킵플로어 구조를 갖춘 내부는 8m의 높은 층고 덕분에 시원하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띤다. 기존 교회 제단을 그대로 살려 클래식하고 웅장한 스타일을 이끌며, 1960년대의 홍콩 차(Tea)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레트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아래층은 모놀리식 구조가 돋보이는 글로시한 그린 컬러의 타일이 공간의 흐름을 유도하며, 리듬감 있는 컬러가 돋보이는 바닥과 어우러져 믹스 앤 매치 스타일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높은 아치형의 창문은 옛 교회의 모습 그대로 지녀 클래식하고 고상한 품위를 드러내는 동시에 2층까지 자연광을 풍부히 들여 공간 전체에 화사하고 밝은 이미지를 유도한다. 높은 천장에 자리한 라운드 형태의 샹들리에는 현대와 전통을 모두 아우르는 디자인으로 원래 오래전부터 이 교회를 지켜온 듯하면서도 현대의 레트로 풍 인테리어와 완벽히 조화된다. 또 샹들리에에 달린 황동 조명은 1층 바의 브라스 디테일과 자연스레 맞물리며, 공간에 고급스러움을 선사한다.
전통적인 건축 스타일을 고스란히 살려 절묘하게 현대적으로 표현한 건물에서 즐기는 관동식 레스토랑. 잠자던 미각을 깨우는 것은 물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아 더욱 만족스러운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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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into a Trance
AVRY

홈스케이프가 라이프 스타일의 큰 흐름으로 자리하는 요즘, 휴가를 집에서 조용히 보내는 이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여전히 일상을 잊게 만드는 액티브한 활동과 짜릿한 경험으로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특히 애써 시간을 내 찾아온 휴양지의 밤을 그냥 조용히 보낼 수는 없다.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리면서 현지의 이색적인 나이트 라이프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떤가. 현란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 속에서 일상을 잊고 격렬히 몸을 움직이는 즐거운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다.

Design / Elliot Barratt, Founder & CEO Elliot James Pte Ltd
Location / 13 Bussorah Street, Singapore
Area / 6,500㎡
Photograph / Ken Tan



싱가포르 내 이국적인 분위기로 유명한 부소라 스트리트(Bussorah Street)에 위치한 클럽 AVRY는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 술탄 모스크 근처라 여행자들에게 접근성이 좋다. 클럽의 로고 새 형태에서 느껴지듯이 이곳은 어디엔가 구속되지 않고 새처럼 자유롭게 일상으로부터 탈출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새장을 전시해 둔 황동 터널을 만나게 되는데, 거울로 이뤄진 벽면들 덕분에 공간이 입체적으로 표현되며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과도기적 통로 역할을 한다. 천장에 날고 있는 금속으로 제작된 새들은 마치 새장을 탈출해 자유로운 세상으로 손님을 이끄는 듯하다. 클럽 내부는 단순히 호화로운 스타일보다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처럼 신비롭고 흥미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기능을 갖추도록 디자인했다. 안쪽 DJ 스테이지로 가기 전 바와 스탠딩 라운지를 거치게 되는데, 벽면에 ‘Good girls are bad girls that never get caught’ 라는 문구를 네온사인으로 보여줘 자유분방하고 트렌디한 감성을 전한다. 마블링이 돋보이는 콘크리트 바닥으로 유니크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골드 빛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탠딩 테이블과 바 위의 스탠드 조명은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인상을 전한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펼쳐지는 VIP 테이블은 DJ 스테이지 앞 댄스 라운지를 중심으로 좌우에 자리한다. 매혹적인 짙은 보랏빛의 조명이 전체 공간을 채우며, 기하학적이고 역동적인 LED 조명이 천장과 벽면에 그려져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 에너제틱한 감성을 자극한다. 현란한 라인 조명으로 존재감을 빛내는 DJ 스테이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로즈 골드 빛 새장과 계단 아래 강렬히 피어오르는 간접 조명이 더해져 더욱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이끈다. 새장을 탈출한 새처럼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시간을 제공하는 AVRY 클럽은 풍부한 시각적 요소를 담은 매력적인 콘셉트로 황홀한 경험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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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Myself in Meditation
Spa des Saules

복잡한 도심에 살다 보면 진정한 쉼을 찾아 떠나고 싶어진다.
그럴 때면 마음 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 일상에 쉼표를 찍어보면 어떨까. 자신의 내면을 오롯이 마주하며 한가한 여유를 충분히 누리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다시 채울 수 있다. 바쁜 일상에 지친 심신을 스파로 따듯하게 달래면서 스스로에게 최고의 행복을 선물해보자.

Design / Jouin Manku
Location / rue de Collonges au Mont d’ Or, Illhaeusern, France
Area / 1,520㎡
Photograph / Nicolas Matheus


고즈넉한 자연 풍경을 지닌 프랑스 알자스(Alsace)에 자리한 Spa des Saules는 심신의 웰빙을 만족시키는 스파 프로그램과 명상적 공간으로 진정한 휴식을 선사하는 호텔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Patrick Jouin과 Sanjit Manku의 스튜디오 Jouin Manku가 설계해 더욱 유명한 이곳은 내추럴한 콘셉트를 살린 시설로 주변 환경과 감각적인 조화를 이뤄 사용자가 꿈속에 머무는 듯한 스파 경험을 선사한다.
동화에 나올 법한 산속 오두막의 모습을 한 외관은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기다란 콘크리트 매스에 우드 프레임으로 큰 박공지붕을 만들어 독특한 실루엣을 형성한다. 마치 산책하듯 풀밭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밝은 스톤, 부드러운 오크 우드가 어우러지는 간결한 내부가 나타난다. 1층에 스파 시설, 2층에 객실과 예배당으로 구성했으며 오직 재료의 물성과 자연 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차분한 인상을 그린다.
클리닉 위주의 일반 스파 시설과 달리 Spa des Saules는 편안하게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하고자 하는데, 이를 위해 독특한 라운지를 조성했다. 자연미를 풍기는 바위 모양 의자를 두어 명상적 분위기를 더했으며, 이를 핫스톤으로 활용해 심신을 녹이는 쉼의 공간을 완성했다. 또 벽에 우드 루버를 덧대고 조명을 설치함으로써 사용자를 아늑하게 보듬는다. 부드러운 우드로 마감한 트리트먼트 룸 역시 공간 전체의 은은한 잿빛과 어우러지며 시각적으로 안정적인 효과를 낸다. 기본 골조를 활용해 미니멀하게 꾸민 메인 스파 시설은 창으로 자연광을 들여 고요한 정경을 펼치며, 프라이빗한 우드 부스와 그 앞에 자리한 넓은 풀로 구성된다. 안과 밖을 유연하게 연결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스파를 즐길 수 있고, 사용자는 운치를 만끽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



녹진하게 풀어진 몸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서면 복도를 따라 스위트 룸이 자리한다. 박공형 지붕을 노출해 높이가 7m에 달하는 내부는 굵직한 우드 기둥을 드러내 한결 고즈넉한 정취가 느껴진다. 공간 중심을 잡는 큰 침대는 Patrick Jouin이 디자인한 것으로, 헤드의 넓은 램프 셰이드가 은은하게 빛나며 공간에 아름다운 결을 더한다. 데스크는 창가를 바라보도록 배치해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게 했다. 아울러 2층 안쪽에 다목적 예배당을 만듦으로써 깊이 있는 명상을 바탕으로 영적인 치유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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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Lost in Art
Wheat Youth Arts Hotel


Design / X+Living·LI Xiang
Location / Tai’ an Road, Binjiang District, Hangzhou, Zhejiang, China
Area / 4,500㎡
Photograph / SHAO Feng

미적 감각을 지닌 인간에게 예술이란 자유롭게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이다. 감미로운 예술 세계를 적극적으로 느끼고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예술적 아이디어로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는 공간이 있다면 무채색의 일상도 컬러풀하게 물들일 수 있지 않을까.
다채로운 아트 요소를 재치 있게 녹여낸 Wheat Youth Arts Hotel이 바로 그런 곳이다. 흥미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호텔은 이름처럼 생기발랄한 젊은 감성을 원동력 삼아 만들어졌다. 그림, 음악, 독서 세 가지 주제를 입은 이 공간에서 방문객은 아트워크로 미적 감각을 돋우고, 예술 언어로 타인과 소통한다. 놀랍게도 이 모든 행위는 여타의 문화 시설이 아니라 호텔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마음속 꿈과 상상을 자극하는 이곳에서 누구나 예술가로 거듭난다. Binjiang District의 쇼핑센터 7층부터 10층까지 이어지는 호텔은 심플한 화이트 컬러로 입구를 꾸며 마치 전시회장에 들어가듯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책으로 둘러싸인 로비 공간 역시 블랙과 화이트 컬러로 깔끔하게 정돈했으며 사냥개 조형물 등 위트 넘치는 데커레이션으로 포인트를 더했다. 아울러 화사한 컬러를 지닌 디자인 가구를 곳곳에 배치하고 유리 파티션을 세워 감각적인 무드 속 자유로이 독서하는 환경을 갖췄다.

아티스틱 콘셉트를 여실히 드러내는 복도는 산뜻한 화이트 톤 벽 위를 개성적인 아트워크와 그라피티로 꾸밈으로써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완성했다. 또 일부 천장은 알록달록한 차이니즈 체커로 채워 발랄하게 연출하는 등 톡톡 튀는 포인트를 주었다. 차분한 그레이 톤 벽면에 간결한 가구로 편안하게 구성한 객실은 아늑한 방이 되었다가도 미술가의 화실로 변한다. 예술적인 감성을 녹여 재미있는 인테리어 요소를 적용했는데, 이젤을 설치해 누구나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펼치도록했다. 일반 호텔과 달리 큼직한 데스크를 두어 다양한 작업이 이뤄지도록 했으며, 예술적 유희에 집중하도록 TV를 가리는 아트워크 슬라이딩 도어를 만들어 공간 테마를 살렸다.



한편 서재처럼 꾸민 각 층의 공용 공간에 피아노를 두어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하고, 복도의 자투리 공간에 당구대를 마련해 액티브한 놀 거리를 제공한다. 복도 안쪽에 자리한 카페는 블랙 컬러 주조로 묵직한 분위기를 조성하되 거울과 같은 재질로 천장을 메워 신비로운 매력을 풍긴다. 특히 천장에 인체 모형을 매단 점이 독특한데, 낙하산을 타는 모습을 재치 있게 형상화해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풍부한 예술적 감각으로 삶을 물들이는 Wheat Youth Arts Hotel은 공간을 알차게 즐기는 것만으로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전하며, 단순한 숙소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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