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만남의 공간 - House is Another Social Space (2024.1)

안락한 만남의 공간
House is Another Social Space

에디터 최지은

지난 몇 년간은 사회 다방면에 걸친 긍정적, 부정적 변화가 지속되었던 시기다. 오프라인 공간도 사람들의 실질적 삶터로써 그 영향을 직격으로 맞은 분야 중 하나인데, 위생의 개념이 한층 강화됨은 물론 전통적 공간의 성격과 특성이 완전히 뒤집히면서 선호하는 이미지, 컬러, 톤은 물론 공간 구조와 콘셉트까지 다변화되면서 서로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혹했다. 그중 주거 공간은 이 시기를 거치며 새로운 가능성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휴식만을 위한 공간에서 강제로 업무, 사교, 여가 등 모든 활동을 품어야 하는 다기능성 공간으로 발돋움하며 역설적으로 주거 공간의 의미와 그 기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집에서의 사교 활동은 아무런 제약 없이 서로에게만 집중할 분위기를 선사한다는 막대한 장점 덕에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다시금 공용 공간 연출에 집중하고자 개인 공간을 조금 희생해서라도 극대화된 개방감과 우아한 매력을 더하는 사례가 늘었다. 커다란 테이블이나 대면형 아일랜드 등 만남의 중심이 될 가구를 공간의 중심으로 잡거나 디자인적 포인트를 가미함으로써 만남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동시에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두 영역을 분리하는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는 중인데, 생활과 만남, 두 가지 목적을 모두 갖춘 주거 공간을 만나보자.




초대하고 접대하는 집
Bela Cintra Apartment

에디터 최지은

Design Team / Felipe Hess, João Paulo Carrascoza, Natan Durigan
Interiors / Patricia Sturm
Location / 상파울로, 브라질
Area / 210㎡
Photograph / Fran Parente

만남의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요소는 맛있는 음식이다. 몇몇 남미 국가에서는 주말에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며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 흔해 주택을 디자인할 때도 정원에 초대를 위한 시설을 별도로 마련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벨라 신트라 아파트(Bela Cintra Apartment)는 주택이 아닌 아파트에서도 다양한 음식과 함께한 만남을 이어가도록 주방 디자인에 신경 쓴 프로젝트다. 실제로 벨라 신트라 아파트의 거주자는 가족, 친구들에게 직접 요리하는 일을 취미로 삼을 만큼 지인들을 초대하고 함께 시간 보내는 일을 즐겼기에 많은 사람과 함께 요리하며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 채 디자인을 진행했다.

벨라 신트라 아파트는 60여 년 된 오래된 건물의 지상층에 자리한 주거 공간으로 낡은 내부를 뉴트럴 톤으로 정돈해 유기적이고 담백한 인상을 전한다. 이때 평면까지 미니멀하게 정돈하고자 기존 침실 일부와 도우미 방을 제거하고 거실과 주방을 하나로 합쳐 널찍한 공용 공간을 마련했다. 덕분에 다인원을 초대하고도 여유로울 만큼 시원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클라이언트의 취미가 요리인 만큼 주방에 확실한 임팩트를 더했다. 밝은 뉴트럴 톤의 주변부와 달리 부엌 쪽 벽 한 면을 전부 짙은 우드 붙박이장 채운 뒤 같은 소재의 우드아일랜드를 설치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곳곳에 더해 선명한 대비를 빚은 것이다. 특히 아일랜드는 7m에 달할 만큼 길게 설계해 한쪽은 요리를 위한 쿡탑을, 반대편은 10인용 테이블을 계획해 많은 인원도 무리 없이 초대하게 했다. 쿡탑이 있는 쪽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단을 높여 단순 심미성을 넘어 편의와 위생, 안전 모두를 갖추게 의도했다. 바로 뒤쪽에는 거실이 펼쳐진다. 우드, 라탄, 뉴트럴 톤의 패브릭을 조화해 온화하게 연출하되 소파, 암체어, 원탁, 커피 테이블 등 다채로운 좌석을 두어 캐주얼한 대화에 어울리는 공간을 완성했다. 오롯한 휴식을 위한 공간인 침실은 차분하게 톤을 낮췄다. 주방과 동일한 우드로 헤드 월을 만들고 질감이 살아있는 패브릭을 머리맡에 담아 포근한 분위기를 고조했다.




현명한 분리의 구조
백현동 A 프로젝트

에디터 최지은

주거지만 상업 공간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세련된 디자인에 완벽한 동선 분리까지 갖춘 백현동 A 프로젝트는 초대에 특화된 집이다.

디자인 / 주식회사 무아공간
시공 / 주식회사 무아공간
위치 /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면적 / 180.34㎡(공급 면적), 160.11㎡(전용 면적)
마감 / 천장-스페셜 페인트(공용부), 벽지(방)ㅣ벽체-스페셜 페인트(공용부), 벽지(방)ㅣ바닥-원목 마루
사진 / 예병현

집에서 모임을 주최할 때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개인 생활 공간을 고스란히 노출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주식회사 무아공간이 리모델링을 맡은 백현동 A 프로젝트는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고자 대대적인 구조변경이 이루어진 아파트다. 거주할 인원이 부부 한 쌍이라는 점, 손님 초대를 매우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해 침실 하나를 과감히 제거한 뒤 손님과 함께할 공용부의 면적을 크게 넓혀 고급 레스토랑이 떠오르도록 디자인했다. 이때 대부분의 비내력벽을 제거해 시원한 개방감을 강조했으며 완전한 프라이버시를 위해 부부만 사용할 개인 공간과는 가벽 등으로 철저하게 영역을 분리했으며 개인 공간 일부와 공용 공간을 잇는 순환 동선을 마련해 거주자는 두 공간 모두를 편히 오가게 했다.

현관 복도를 따라 쭉 직진하면 곧장 공용 공간이 나타난다. 공용 공간은 거실, 다이닝, 주방이 나란히 이어진 구조를 띤다. 전체적으로 한지가 연상되는 벽, 짙은 우드 마루로 동양적인 베이스를 모던하게 풀었으며 컬러 및 조명으로 곳곳에 포인트를 더했다. 손님을 자주 초대한다는 클라이언트의 특징을 반영해 기존 거실 옆에 붙어있던 안방을 과감하게 철거하고 거실로 활용했다. 거실의 포인트는 독특한 소파와 커다란 와인 셀러인데, 와인을 좋아하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주방과 마주 보는 거실 벽에 와인 셀러를 크게 설치해 고급 와인 레스토랑처럼 연출한 것이다. 그 앞으로는 푸른빛으로 컬러 포인트가 되어주는 소파와 TV 월이 이어지는데, 안방을 철거하고 남은 구조 기둥을 따라 소파를 ㄱ자로 맞춤 제작해 공용 공간 전체를 잇는 유기적인 동선을 완성했다. 소파 뒤쪽으로 남는 공간은 선반으로 영역을 나눈 뒤 혼자 시간을 보낼 릴랙스 존으로 꾸몄다. 주방은 기존 아일랜드 길이를 확장해 안쪽 다용도실 및 구조 기둥과 하나의 덩어리로 읽히게 설계해 확장감을 부여했다. 이때 거실을 향한 아일랜드 배면에는 유리 장식장과 키 큰 장, 냉장고 등의 기능을 배치하고 오른쪽에 인덕션을 비롯한 작업대를 마련해 효율적인 동선과 자연스러운 대면형 뷰까지 만들었다.

복도 반대편에는 부부만을 위한 공간이 모여 있다. 손님이 잦은 집인 만큼 부부만의 공간이 손님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손님 동선과 부부의 동선을 확실히 분리한 것으로 그 입구마저 복도 끝에 히든 도어로 숨겨 비밀스러움을 더했다. 부부 공간의 시작은 드레스 룸이다. 공용 공간과 마찬가지로 짙은 월넛과 라인 조명으로 고급스러운 무드를 풍기는 드레스 룸은 많은 옷을 한 번에 관리하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커다란 ㄷ자형 드레스 룸을 계획했으며 안방, 욕실, 파우더 룸, 공용 공간과 모두 이어지는 순환형 동선으로 활용되어 효율적이다. 안방은 두 개 침실을 연결해 한쪽은 침실로, 반대편은 서재로 계획했다. 온전한 휴식을 위해 진한 무채색을 중심으로 명도가 낮은 팔레트를 구성했으며 중앙에는 흑유리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영역을 구분하되 개방감은 확보했다.




공유하고픈 사랑스러움
POPS

에디터 최지은

부드러운 선과 색이 공간을 사랑스럽게 감싸 안았다.
팝스(Pops)는 독보적인 매력과 프라이버시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누구든 초대하고 싶은 아파트다.

Design / Furora Studio·Diana Żurek, Gutek Girek
Location / 크라쿠프, 폴란드
Area / 50㎡
Photograph / Oni Stories

집은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공간이기도 하다. 거주자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 애착과 함께 삶의 방식, 취향이 담뿍 녹아있는 유일한 곳이기에 그 모습을 선보이고 싶은 욕구는 어떤 공간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년 전부터 사람들은 거주 형태와 상관없이 다양한 창구로 타인을 초대하고 나만의 공간을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폴란드 크라쿠프 시내에 자리한 단기 임대 아파트임에도 부드러운 선과 파스텔컬러로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해 누구에게나 소개하고 싶은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팝스는 부드러운 매력이 가득한 아파트로 면적이 넓지 않은 만큼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본격적인 공간이 시작된다. 주방, 다이닝, 거실이 하나로 연결된 공용 공간이 분홍과 초록, 원형과 자연스런 곡선으로 자유롭게 어우러져 복고적인 인상과 동시에 팝한 이미지를 전한다. 입구와 바로 연결된 주방은 따스한 크림빛 벽 위로 연한 분홍색 상부장과 하부장 및 작업대가 ㅡ자로 이어지며 작업대 맨 끝에는 자연스럽게 주름 잡힌 코럴색 커튼을 벽처럼 설치해 부드러운 첫인상을 전했다. 하부장 바로 뒤에는 프레스코 양식의 진열장과 다이닝 공간을 배치했다. 진열장은 은은한 녹색 바탕에 프릴 같은 물결무늬를 새기고 중앙 선반과 문살에만 분홍색으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맞은편에 좀 더 짙은 녹색원탁과 펜던트 조명을 함께 두어 다이닝 영역을 이뤘다. 거실 역시 같은 디자인 언어를 공유하며 차분한 녹색 소파가 중심을 잡은 가운데 옅은 분홍빛 TV장, 하늘색 펜던트 조명을 비롯해 템바보드 패턴, 구를 이어 붙인 듯한 사이드 테이블이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다 풍성하게 가꾼다. 이때 주방과 거실 사이에는 커튼레일을 설치함으로써 각 영역을 물리적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손님을 초대했을 때에도 필요에 따라 시선을 제한하고 공간 구획을 자유롭게 바꾸도록 했다. 또한 거실 일부를 게스트 침실로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제약 없는 만남이 가능하게 도왔다.

안쪽의 침실은 부드러운 소재로 둘러싸여 있으며 민트색 책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분홍색으로 통일해 달콤하고 안락하게 연출했다. 반복되는 팔레트에도 곳곳에 컬러 포인트와 함께 강한 곡선을 살린 소가구, 조명 등을 배치해 단조로움을 피했는데 침실의 경우 양옆에 짙은 민트색 사이드 테이블을 두고 천장에는 유기적인 선의 라인 조명을 설치했다. 욕실도 동일한 컬러 톤을 이어가며 세면대 벽면에 짙은 녹색과 연한 분홍이 강한 대비를 이루는 테라초 패턴을 담아 임팩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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