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ersive Retail (1) 여성의 우아함과 힘의 융합 - CURIEL CASA (2025.09)

브랜드와 도시, 예술과 일상이 교감하는 판매 공간

Immersive Retail

 

상점, 쇼룸, 리테일. 오랜 시간 동안 판매의 현장은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기능적인 장소에 머물렀지만, 점차 그 경계가 새롭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상업공간은 점점 더 예술적 경험과 브랜드의 세계관, 도시의 맥락, 사용자 개개인의 감각까지 아우르는 경험의 극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상점, 쇼룸, 리테일 등 판매 공간은 브랜드 정체성을 오롯이 드러내는 하나의 언어이자 도시와 사람을 잇는 소통의 장이 되어간다. 쇼핑, 관람, 휴식, 예술 감상, 사회적 네트워킹이 뒤섞인 새로운 상업의 무대에서는 브랜드 스토리와 문화적 메시지, 그리고 소비자 개인의 취향이 한 폭의 서사로 포개진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이후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우리의 갈망은 더욱 진화했다. 온라인에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실제 공간 경험, ‘나만의 순간’을 찾아 수많은 이들이 새로운 리테일의 장을 찾는다. 플래그십 스토어, 콘셉트 숍, 체험형 쇼룸, 팝업스토어 등은 더는 단순한 마케팅 툴이 아니라, 브랜드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감각적 교차점’이자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되었다. 이번 테마는 세계 여러 도시의 중심지에 새롭게 문을 연 5곳의 ‘판매 공간’을 통해 ‘상업’의 경계가 디자인, 예술, 체험과 어디까지 엮일 수 있는지 소개하고 있다. 다섯 개의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도시와 브랜드, 건축언어를 가졌지만 ‘리테일의 확장된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상품을 파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몰입형 판매장을 만나보자.




여성의 우아함과 힘의 융합

CURIEL CASA


Design / Hangzhou Liang Architecture Studio

Location / 충칭, 중국

Area / 899㎡

Photograph / Hanmo(Hangzhou) Photography Co., LTD


충칭의 중심, 해방비 기념비 보행자 거리에 백년의 명맥을 이어온 이탈리아 헤리티지 브랜드 쿠리엘 카사가 중국 시장 공략의 전략적 교두보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초고밀도 상권 속 쿠리엘 카사는 브랜드 고유의 ‘여성적 우아함과 힘의 융합’을 충칭이라는 산악 도시의 풍부한 정서와 융합해내는 데 집중했다.

쿠리엘 카사(CURIEL CASA)는 밀라노의 유산적 코드와 충칭의 지형·문화적 원형을 직조해낸 ‘감성 건축의 선언문’이다. 디자이너는 두 도시가 지닌 미학적 유전자와 시대적 감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촉각적 시성과 다중 감각이 교차하는 몰입적 서사를 완성했다. 공간을 거니는 순간마다 예술적 울림과 장소적 공감이 어우러지고 브랜드의 무형적 철학이 형상화되는 진귀한 여정이 펼쳐진다.

쿠리엘 카사의 건축적 영감의 근원은, 100년에 걸친 이탈리아 유산이다. 그 뿌리에는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이 상징하는 예술성과 무대 장인들의 정교한 손길이 깃들어 있다. 디자이너는 오페라 삼부작(서곡–크레셴도–클라이맥스)의 리듬을 차용하고, 커튼과 스테이지 등 극장적 모티브를 공간의 동선에 입혀 이를 하나의 ‘시각적 교향시’로 재해석했다. 입구의 포털에서 시작해 나선 계단, 전시 존, 라이프스타일 살롱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브랜드의 역사와 현재적 감각을 잇는 시간–공간의 몽타주로 펼쳐진다.

공간 경험은 파사드 앞에서 이미 시작된다. 붉은 커튼을 연상시키는 입면은 파라메트릭 디자인(Parametric Design) 기술로 제작된 곡선적 주름이 특징이다. 빛이 알루미늄 위로 흐르며 오페라 막이 오르는 찰나의 긴장미를 정지된 이미지로 구현한다. 건물은 ‘접힌 평면’의 조형적 자기 독백을 공간 내러티브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방문객이 커튼을 걷는 순간, 그 자신이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건축은 무대가 되어 감각적 몰입을 유도한다.

공간의 중심에 놓인 나선 계단은 파라메트릭 모델링을 통해 유연한 곡률이 정교하게 구현되었다. 확산 조명이 층층의 곡면을 따라 실크 베일처럼 흘러내리며, 미래적인 조형미와 석재가 지닌 견고한 질감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고정성과 유동성, 고전과 혁신이 하나의 몸체처럼 얽히고, 빛과 매스가 짜내는 문법 속에서 공간의 서사가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브랜드의 동서양 융합 철학은 VIP 라운지에서도 확인된다. 디자이너는 충칭의 무형 문화재인 대나무 엮기(죽편 편직)를 파라메트릭 설계로 재해석해 해체와 재조합의 과정을 통해 대나무 특유의 투명성과 리듬감을 공간에 불어넣었다. 일정 간격의 패턴은 빛을 변화무쌍하게 분산시키며, 이윽고 고유한 문화의 DNA가 방문자의 동선 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된다. 천년의 손끝에서 다져온 전통이 디지털 연출과 결합해 브랜드의 새로운 가치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한편, 밀라노의 도시적 기억, 즉 고전과 동시대 예술이 공존하는 건축 유산 및 ‘메이드 인 이탈리(Made in Italy)’ 장인정신, 그 물성과 디테일의 긴장감은 이 프로젝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공간은 단지 브랜드 현지화가 아닌 건축을 매개로 한 감정적 연결과 동서양 미학의 융합에 주안점을 둔다. 브랜드의 전통적 내력, 도시적 맥락, 오페라적 상상력 등이 중첩되어 방문객은 디자인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깊은 심리적 공명을 체험하게 된다.

라이프스타일 존인 쿠리엘 살롱(CURIEL SALON)은 라 스칼라 극장의 마법 같은 무대를 공간으로 재현한 하이라이트다.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명장면이 현대적 오브제로 변주되며, 각진 가구, 조명, 그리고 공간의 향까지 모두 오감의 향연을 이루어낸다. 방문객은 검은 벨벳 위의 동백꽃이 피고 지는 드라마에 몰입하며, 지난 100년을 관통한 브랜드의 서정성과 감성적 카타르시스를 오롯이 느끼게 된다.

쿠리엘 카사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인문 정신과 공간, 브랜드를 잇는 ‘삼위일체적 접속감’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인테리어는 단순 소비의 장, 혹은 이미지의 트렌드를 넘어서 건축적 시학과 소비적 동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감성 중력장’이 된다. 화려한 오브제와 세심한 디테일, 하이테크 설계와 전통 장인의 융합이 빚어내는 이 장소성은 쿠리엘 카사만의 ‘지역화된 글로벌 가치’를 다차원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꾀한 ‘문화유전자 재조정’은 공간을 예술적 상징이자 동서양 감성이 융합되는 실험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브랜드, 도시, 사람이 오감으로 교감하는 이 공간에서 쿠리엘 카사는 자신만의 함축적 언어로 ‘산과 도시,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미학적 대화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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