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하지만 깊이 있게
Raw House
에디터 장영남
서울 동쪽에 위치한 다가구주택 로우 하우스는 자연과 도시 맥락 사이의 긴장을 섬세하게 담아낸 주거 건축물이다. 건축가의 사무실로도 쓰이는 건물은 남측 파사드를 통해 울창한 숲을 넓게 액자처럼 보여주고, 북측은 도로와 완충 거리를 두어 고요함을 확보했다. 시각적 대비를 극대화한 선과 면의 조율로 개방성과 사적 경계를 동시에 확보한 점이 특징이다.

건축 / Order Matter
설계담당 / 조유석, 류한찬, Oliver Chiu
위치 /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산11-1
시공 / 일토건설(주)
용도 /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주택
면적 / 270㎡(대지), 398.97㎡(연면적), 159.54㎡(건축면적)
규모 / 지상4층
마감 / 외부-콘크리트 브릭, 노출 콘크리트 I 내부-노출콘크리트, 합판, 원목마루, 대리석
사진 / SIMONE BOSSI
건축가는 이 건물의 설계자이자 동시에 의뢰인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설계의 출발점은 시장의 기대나 시각적 과잉이 아닌, 공간의 명료함과 거주자의 삶의 질을 최우선에 두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고 과도한 자극이 일상이 된 시대에서 로우 하우스(Raw House)는 ‘진짜 자기 자신’으로 머무를 수 있는 집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선택된 콘크리트, 돌, 목재 등 주요 재료는 본연의 물성을 온전히 살려 사용되었다. 모든 마감은 감추거나 꾸미지 않으며 이로써 건축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거주자의 삶을 담아내는 배경으로 존재한다.
재료 배치 역시 세심하게 계획되었다. 노출 콘크리트 천장과 벽면에 적용된 유로폼 패턴, 합판과 석재의 분할 방식, 바닥 슬래브의 방향성과 목제 마루의 그리드 구성 등은 모두 도면을 기반으로 정밀하게 설계되었다. 천장과 바닥이 동일한 그리드를 따라 구성되어 벽과 가구가 각각 독립된 오브제로 인식되며 공간 전체가 일관성과 연결감을 형성한다. 목재와 석재 마감은 분할선을 최소화해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도록 계획했다. 이러한 마감 방식은 공간에 단단한 통일성과 시각적 연속성을 부여하며 로우 하우스가 지향하는 깊고 절제된 공간감을 실현하게 한다.
모든 면적은 치밀하게 활용되어 사용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감각의 명료함을 일깨운다. 반원 형태로 설계된 계단참은 사각형 모서리의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건물의 상징적인 입면을 구성하고 북측으로 열리는 창은 건물 내부의 형태를 외부로 구도화하여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외부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자연광을 실내로 유입하는 기능도 겸한다. 로우 하우스는 무언가를 ‘더하는’ 건축 방식보다 ‘덜 하지만 깊이 있게’ 접근함으로써 더욱 뿌리 깊고 인간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대지는 남향을 기본 축으로 삼았다. 거실과 주방은 자연광과 숲의 조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남측에 배치되고, 침실은 외부 소음과 빛을 차단할 수 있는 북측에 위치시켰다. 조명은 시각적 안정과 뇌 활동의 휴식을 위해 신중히 설계되었다. 천장에는 시각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직부등을 생략하고 간접 조명만을 활용해 조용한 빛 환경을 조성했다. 간접 조명은 벽과 천장이 만나는 선에서 부드럽게 빛을 비추며 시각적 안정감과 심리적 편안함을 제공한다. 입주자는 필요에 따라 조명을 추가하거나 가구를 배치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패시브 설계 전략도 전반적인 공간 구성에 반영되었다. 공동생활 공간과 주방은 남향으로 배치되어 자연 채광과 계절적 온기를 충분히 받을 수 있으며, 침실은 북향으로 배치해 직사광선을 피하고 냉방 수요를 줄인다. 콘크리트 구조는 열용량이 높아 낮 동안 햇빛을 흡수했다가 밤에 천천히 방출함으로써 실내 온도를 안정시키고 습도 조절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자재 사용 측면에서도 절제와 지속 가능성이 핵심 가치로 반영되었다. 합판은 선택적으로 내구성이 높은 콘크리트와 석재와 함께 사용되었고 표면 마감을 단순하게 구성해 유지관리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고정식 요소도 최소화해 자재 낭비를 줄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입주자가 자유롭게 공간을 조정하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두었다. 조용하고 견고한 구조를 통해 지속성과 적정함, 유연성을 담아낸 친환경 기술을 구현했다.
로우 하우스의 진정한 혁신은 첨단 기술이 아닌 공간성과 감각적 경험에 있다. 본질만 남긴 건축은 오히려 거주자의 감각과 주도성을 활성화시키며 조용한 정밀함을 통해 도시의 복잡성에 응답한다. 거주자가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구축할 수 있는 틈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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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쪽에 위치한 다가구주택 로우 하우스는 자연과 도시 맥락 사이의 긴장을 섬세하게 담아낸 주거 건축물이다. 건축가의 사무실로도 쓰이는 건물은 남측 파사드를 통해 울창한 숲을 넓게 액자처럼 보여주고, 북측은 도로와 완충 거리를 두어 고요함을 확보했다. 시각적 대비를 극대화한 선과 면의 조율로 개방성과 사적 경계를 동시에 확보한 점이 특징이다.
건축 / Order Matter
설계담당 / 조유석, 류한찬, Oliver Chiu
위치 /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산11-1
시공 / 일토건설(주)
용도 /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주택
면적 / 270㎡(대지), 398.97㎡(연면적), 159.54㎡(건축면적)
규모 / 지상4층
마감 / 외부-콘크리트 브릭, 노출 콘크리트 I 내부-노출콘크리트, 합판, 원목마루, 대리석
사진 / SIMONE BOSSI
로우 하우스의 진정한 혁신은 첨단 기술이 아닌 공간성과 감각적 경험에 있다. 본질만 남긴 건축은 오히려 거주자의 감각과 주도성을 활성화시키며 조용한 정밀함을 통해 도시의 복잡성에 응답한다. 거주자가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구축할 수 있는 틈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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