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들려주는 공간의 시간(4) 빛과 재료로 그린 지중해의 집 - Home in Calpe (2025.08)

빛과 재료로 그린 지중해의 집 

Home in Calpe

에디터 이석현


칼페(Calpe)의 지중해 햇살 아래, 마리아 호세 아우뇬 카브레라(María José Auñón Cabrera)와 파스쿠알 히네르(Pasqual Giner)가 설계한 이 단독주택은 순수한 기하와 재료, 그리고 빛의 언어가 집 전체를 관통한다. 코스타 블랑카(Costa Blanca)의 풍경을 배경으로 현대적 명료함과 감각적 공간 경험을 동시에 추구한다.

Architecture / Pasqual Giner Arquitectura

Interior Design / Auñón Cabrera

Location / 스페인

Area / 1,535㎡(대지), 417㎡(주거)

Photography / Eugeni Pons


외관은 단순하고 명확한 선으로 정의된 두 개의 볼륨이 중첩되어 있다. 상층의 순백 프레임과 하층의 자연석 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넓은 유리창과 슬라이딩 도어가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허문다. 테라스와 수영장, 정원, 그리고 그 너머의 자연이 하나의 연속된 장면처럼 이어진다. 이러한 기하학적 정밀함은 미적 요소에 그치지 않고, 각 공간이 서로 그리고 풍경과 어떻게 소통할지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결과다.

실내 디자인은 공간의 흐름과 감각적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집 안을 걷다 보면 전략적으로 배치된 개구부를 통해 자연광이 시시각각 들어온다. 아침, 낮, 저녁의 빛이 표면 위를 움직이며, 공간의 분위기와 표정을 미묘하게 바꾼다. 빛은 건축적 표면에 깊이와 생동감을 더하는 또 하나의 재료로 작용한다.

내부 마감재는 모두 촉각적 풍요로움을 고려해 엄선됐다. 거칠고 부드러운, 무광과 유광, 자연석과 세라믹, 목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예를 들어, 거실 바닥과 벽에는 따뜻한 질감의 목재와 세련된 도기 타일이 혼합되어 시각적·촉각적 대조를 이룬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 역시 섬세하게 마감된 목재와 매트한 세라믹, 그리고 천연석이 어우러져 기능성과 미감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이런 재료의 조합은 공간에 깊이와 온기를 더하면서도 절제된 건축 언어 안에서 일관성을 유지한다.

외부 공간은 다양한 지중해 식생으로 채워져 있다. 올리브나무와 현지 식물이 정원과 테라스 주변을 둘러싸, 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의 표정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식생은 집의 현대적인 선과 면에 부드러운 유기성을 더해주며, 자연과 건축이 서로를 보완하는 풍경을 만든다. 주택의 입구는 절제된 디자인으로 간결한 라인과 따뜻한 목재, 그리고 자연석이 어우러진다. 입구를 지나면 내부와 외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오픈 플랜 구조를 경험할 수 있다.

가구와 조명, 오브제 역시 공간의 건축적 명료함을 해치지 않으면서, 생활의 온기를 더한다. 맞춤 제작된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장인정신이 깃든 세라믹 오브제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집 안에 머무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감각적 여정이 된다. 각 공간은 명확하게 구분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집 안 어디서나 자연과 시선을 마주할 수 있다.

이 집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흐리게 한 점이다. 중정, 테라스, 개방형 통로 등 다양한 공간이 리듬감 있게 이어져 전통적인 지중해 건축의 원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집 안에서 바깥 정원과 수영장, 그리고 코스타 블랑카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전체적으로 HC 하우스는 절제와 비례, 그리고 자연 소재의 감각적 풍요로움을 중시하는 현대 건축의 모범을 보여준다. 모든 요소가 의도적으로 설계되어 일상 속에서 건축적 명료함과 감성적 울림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이곳에서의 단순함은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균형과 존재감의 세련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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