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들려주는 공간의 시간(5) 물·빛·공기가 교차하는 거실 아트리움 - Flovik House (2025.08)

물·빛·공기가 교차하는 거실 아트리움

Flovik House

에디터 장영남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고요한 언덕에 자리한 플로빅 하우스(Flovik House)는 대지면적 632㎡(191평)에 이르는 2층 방갈로 주택이다. 이번 리노베이션은 기존 건물의 구조적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생활 동선과 공간감을 부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1.5m의 높이차가 존재하는 기존 스플릿 레벨(Split-Level)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간의 깊이와 시선을 수직으로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Architect / Fabian Tan Architect

Location /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

Built up Area / 372㎡

Land Size / 632㎡

Photograph / Bricksbegin


현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공간은 독립형 서재이다. 원래 이곳은 거실로 사용되던 공간으로 낮게 내려앉은 위치 덕분에 마치 땅속에 가라앉은 듯한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외부의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므로 몰입과 집중이 필요한 작업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계단을 따라 상부로 올라서면 시야가 갑작스럽게 확 트인다. 철거 후 2층 높이의 거실과 식사 공간으로 완전히 재구성된 후면부의 모든 공간은 관상 연못을 향해 열린다. 연못은 플로빅 하우스 전체의 감성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주도하는 중심축으로 바닥부터 1층 천장까지 이어지는 개방형 유리창을 통해 여과 없이 실내로 유입된다. 연못의 수면 높이는 실내 바닥과 거의 같아 거실에서 앉은 채로도 유유히 헤엄치는 잉어를 감상할 수 있다. 연못 상부에는 암석과 식물을 조화롭게 배치한 정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곳에서 떨어지는 인공 폭포수는 은은한 물소리로 실내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연못과 연결된 야외 데크는 다시 주방과 맞닿는다. 데크 위 암석 정원과 식물들, 그 너머 주방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자연과 거주의 경계를 흐리며 하나의 풍경으로 엮인다. 주방은 대리석 상판의 아일랜드와 천연 목제 캐비닛으로 구성되어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실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주방은 사용자의 동선에 따라 바 라운지와 전면 데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러한 개방감은 고정된 벽과 문이 아닌 ‘열림’으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플로빅 하우스의 공간 철학을 그대로 드러낸다.

바 라운지 공간은 주택의 독특한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이다. 스플릿 레벨 특유의 비정형 각(角)을 활용해 개구부를 냄으로써 층간 소통과 자연 채광, 시선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닫힌 구조 속에 열려 있는 감각을 실현해 낸다. 외부 계단을 통해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전면 데크는 휴식과 여유를 위한 라운지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데크를 지지하는 구조 기둥은 좌석과 일체화되어 실용성과 조형미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전면 데크 기둥과 함께 플로빅 하우스의 독창적인 디테일로 손꼽히는 또 다른 사례가 개방형 유리창 상단에 설치된 두 개의 회전 패널이다. 외관상 고정된 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네 가지 방식으로 회전 가능해 빛과 바람은 물론 측면 시야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이웃 주택의 시선을 차단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2층은 사적 공간으로 안배되었다. 부부 침실은 침실, 워크인 드레스룸, 욕조가 설치된 넓은 욕실이 일렬로 연결되며, 가족실은 거실과 데크를 내려다보는 배치로 시각적 연결감을 제공한다. 복도 끝에는 각각 욕실이 딸린 침실 두 개가 자리 잡고 있어 손님이나 자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상층 옥상에 올라서면 새로운 풍경이 기다린다. 인근의 울창한 녹지와 함께 쿠알라룸푸르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파노라마처럼 조망할 수 있는 옥상 데크는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조용한 쉼터로 기능한다.

파비안 탄 아키텍트(Fabian Tan Architect)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이 주택의 핵심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 흐름을 통해 주변 정원과 그 너머 자연환경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만드는 데 있다”라고 설명한다. 끊김 없이 흘러가는 동선, 안팎이 교차하는 시선, 그리고 물과 식물이 함께하는 정원은 설계자의 섬세한 감각과 건축적 언어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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