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물드는 집 - Colorful House, Born in Nature (2022.7)

자연으로 물드는 집
Colorful House, Born in Nature

취재 한성옥, 최지은

온통 초록색을 띤 공간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에 온 듯한 착각을 하게 되고 새파랗게 칠한 공간에 머무를 때면 귓가에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일상 공간인 집을 자연의 한가운데로 옮겨주는 놀라운 힘, 색채의 마법 속에서 하루를 보내보자.

집에 베란다 텃밭을 조성하거나 방 한 칸을 할애해 식물실을 만들고 백화점과 쇼핑몰에 자연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대규모 실내 정원을 구현한다. 주말이면 강가 등 한적한 자연 속으로 차박을 떠나거나 산행을 가고 시골 한복판에 카페와 호텔이 들어서면서 논밭뷰라는 말이 유행한다. 그런가하면 오늘날 사회 흐름을 보여주는 라이프스타일에는 오도이촌, 러스틱 라이프 같은 키워드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처럼 최근 사람들의 삶은 자연을 축으로 새로운 흐름을 이루고 있다. 초유의 팬데믹 상황에서 자연에 대한 갈망이 폭발해 그 자체로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시대에 자연에서 위로받은 경험이 쌓이면서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도 자연의 존재감은 계속 커져만 간다. 산이나 바다로 향하는 활동뿐 아니라 일상 속으로 자연을 들이려는 시도도 늘어나는데, 공간에서는 원물의 특성을 살린 천연 소재를 쓰거나 자연에서 온 색을 활용하는 경향이 확연하다. 그중에서도 색은 공간에 자연의 기운을 선명히 불어넣어 주는 요소로 인간은 초록색을 보기만 해도 자연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자연의 색은 초록색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초록색이나 흙색이 자연을 대표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자연은 거의 모든 색을 품고 있다. 아득하게 펼쳐진 창공의 맑은 파란색,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 한밤의 검정, 붉게 물든 노을, 단단한 돌의 회색, 알록달록한 꽃의 노란색과 분홍색까지. 이처럼 다채로운 천연의 색으로 물들인 집은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게 하며, 더 나아가 자연에서 경험했던 위로, 평화, 활기까지 오롯이 전해준다. 프랑스의 화가 앙리 마티스는 “사람은 색에서 마법에서 비롯된 것 같은 에너지를 얻는다.” 라고 말했다. 색의 마법 중에서도 가장 근원적이고 신비로운 힘, 자연의 색을 일상에서 누려보자.



Calming Green
숲속을 거닐며 쉬는 숨

숲은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초입에서는 햇살과 푸른 이파리들이 어우러져 자연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게 하지만 안으로 걸음을 내딛을수록 빼곡한 나뭇가지가 햇살을 가려 짙은 초록빛이 안식을 선사한다. 초록색도 숲을 닮아 작은 톤 차이에 따라 다채로운 무드를 풍긴다. 깊은 초록이 녹음 우거진 자연의 모습을 그린다면 새싹처럼 흰빛이 섞인 밝은 색은 산뜻한 매력으로 공간을 감싸고 광택 도는 소재와 밝은 조명과 어우러져 맑은 매력을 배가한다. 최근에는 명도를 낮추고 애쉬 톤을 가미해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공간이 눈에 띄는데 다양한 톤의 우드와 석재 등 자연 소재와 조화해 산림을 찾은 듯 호젓한 분위기를 완성해 준다.


House in green

Design / Nothing Design
Location / Beijing, China
Area / 63㎡
Photograph / Sylvia

베이징의 House in green은 초록색으로 여유로운 감성을 풀어낸 주거다. 디자인을 담당한 Nothing Design은 소박하고 느긋한 삶을 원했던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공간에 숲을 담아냈다. 공간 전체를 녹색 페인트로 칠하되 차분함이 느껴지도록 채도가 옅은 컬러감을 선택하고 손으로 칠한 것처럼 결 자국을 고스란히 남겨 투박한 매력을 더했다. 가구 역시 애쉬 톤이 가미된 우드와 거친 질감이 살아있는 석재를 비롯한 천연 소재를 적극 활용해 목가적 감각까지 가미했다. 

현관은 숲에 안개가 낀 듯 은은한 녹색 벽과 빛바랜 듯한 우드 바닥이 푸른 자연의 이미지를 그리는데 고유의 결을 간직한 우드 가구와 고대 문명이 연상되는 오브제가 한적함을 더한다. 가구 맞은편에 드레스 룸을 배치해 정돈된 상태로 집에 들어서도록 의도했으며 휴식 공간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불필요한 문을 제거했다. 울퉁불퉁하게 마감된 현관 개구부를 지나면 혼자만의 휴식처가 된 거실이 등장한다. 한쪽 벽 가득 널찍한 선반을 설치했으며 창틀을 넓힌 후 우드 프레임을 씌워 책, 턴테이블, 에스닉한 오브제나 작은 화분을 전시한 것이다. 벽 선반 앞의 나지막한 커피 테이블과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이는 화이트, 크림 톤 안락의자는 안온한 감성을 끌어올린다. 맞은편에는 벽난로를 설치한 뒤 양옆으로 독특한 형태의 개구부를 내어 다이닝 룸과 연결했다. 다이닝 룸에도 빈티지한천연 소재가 곳곳에 사용되었는데 화이트에 가까운 석제 테이블과 아일랜드, 지푸라기를 자유로이 붙인 조명이 포근한 거실과는 달리 선선한 휴양지 같은 인상을 준다. 가장 안쪽의 침실은 침대가 있는 구역만 단을 높이고 머리맡에 전통 병풍이 떠오르는 액자를 크게 설치해 평온함을 고조했다.



Tranquil Dark
새벽을 머금은 밤의 어둠

새벽이 밝아오기 전 가장 깊고 짙은 밤의 정점. 어둠은 복잡한 세계의 색과 선, 소리마저 모두 지워버리고, 그 순간 우리는 낮의 활기와는 전혀 다른 안락함과 평온함에 둘러싸이게 된다. 모든 것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삶이 단순해지는 한편 감각이 가려져 자연스레 내면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회색, 검은색 등 어두운색으로 감싼 공간 역시 번뇌를 비워내고 사색과 명상에 빠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폴라 나잇, 애프터 미드나잇, 얼티밋 그레이처럼 톤을 최대한 묵직하게 낮추고 광택을 배제하면 고요히 침잠하는 분위기를 그릴 수 있으며 살짝 거친 리넨, 빛바랜 금속, 투박한 나무, 손으로 직접 빚은 세라믹 등 자연스러운 소재를 조합해 따스한 소박함으로 마음을 어루만진다.


Encino Negro Apartment

Design / direccion
Location / Santa Fe, Mexico City, Mexico
Area / 520㎡
Photograph / Fabian Martínez

낯선 사람들과의 모임은 밝고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곤 하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만날 때면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휴식할 수 있는 차분한 공간을 찾게 된다. 5인 가족이 살아가는 Encino Negro Apartment는 가족이 일상을 함께하며 때때로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해 친밀하게 교류하는 공간이 되고자 어두운색과 소박한 소재를 섬세하게 엮어낸 집이다. 디자이너는 2층 규모의 집에 대화, 만찬, 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수용하는 여러 공용 공간을 만들어 모임을 뒷받침하는 한편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을 명확히 구분해 삶의 균형을 꾀했다. 1층은 거실과 식당을 통합한 공용 공간을 중심으로 주방, 침실을 구성했다. 참나무 바닥으로 아우른 거실과 식당은 회색을 밀도 높게 칠해 고요한 기운이 감돈다. 천장이 다소 높은 공간이 허전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식당 벽에 진회색을 칠하고 거대한 반구형 펜던트 조명을 늘어트려 중심을 아래쪽으로 묵직하게 눌러주었다. 자연스러운 소재가 분위기에 한층 힘을 싣는데, 식탁은 짙은색 나무를 선택하고 유사한 색의 도기로 흐름을 이어갔으며 식탁 의자에는 뉴트럴 컬러의 리넨을 씌웠다. 골동품처럼 오래된 느낌의 나무 콘솔을 사이에 두고 거실이 이어진다. 거실 역시 회색을 주조색으로 채택해 벽, 소파, 러그 등 주요 요소에 적용하되 톤을 조금씩 달리함으로써 단조로움을 걷어냈다. 벽에 흰색과 검은색이 선율처럼 맞물리는 실 오브제를 걸어 포근하게 마무리한 점도 돋보인다. 한편 거실의 한쪽 모서리에 참나무로 제작한 ㄱ자 문이 벽체처럼 버티고 서 있어 눈길을 끄는데, 이는 개인 공간으로 들어서는 문으로 두 영역을 뚜렷하게 전환해 사생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개인 공간인 침실은 회색을 비롯한 뉴트럴 컬러, 투박한 나무로 전반적인 디자인 언어를 이어가되 톤을 밝게 조정해 차별화했다. TV실, 바, 게임 룸 등이 있는 2층 역시 콘셉트를 유지해 친근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탄생했다.



Splashing Violet
물결치는 신비로움

보라색의 가장 큰 매력은 오묘함이 아닐까. 붉은색과 푸른색이라는 상반된 색감이 어우러져 탄생한 컬러인 만큼 양극단의 특징을 모두 갖춘 것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색에 따라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는데 붉은색을 많이 담아 자줏빛을 띠는 색은 해가 저물기 시작해 태양의 열기가 남아 있는 하늘처럼 따스하지만 신비롭게 공간을 감싸 안는다. 반면 파랑에 가까운 바이올렛은 보라 고유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맑고 선선한 인상을 더한다. 남색을 가미한 짙은 색이 은하수가 보이는 여름밤 같은 감성을 불어넣는다면 명도를 높인 바이올렛은 물색과 조화를 이뤄 물속에 피어난 꽃처럼 비현실적이면서도 맑은 풍경을 그린다.


Apartment in Yalta

Design / ReutovDesign·Reutov Dmitry
Location / City Yalta, Crimean Republic
Area / 59.3㎡
Photograph / Gerner Ekaterina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는 얕은 물결 아래로 신비로운 세계를 품고 있다. 물빛과 어우러진 보라색 산호의 모습은 맑고도 오묘한 모습을 그리는데 크림 반도의 Apartment in Yalta도 이처럼 몽환적인 풍경을 컬러로 그려내 주목할 만하다. 공간에 흑해의 풍경이 담기길 바란 클라이언트를 위해 ReutovDesign은 다채로운 보랏빛을 테마로 시원하게 트인 공간을 디자인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밝은 빛이 깃든 바닷속을 표현한 컬러 팔레트가 공간을 채우고 있는데 직사각형 구조를 따라 현관과 가까운 쪽은 얕은 물가가 떠오르는 푸른빛을, 가장 안쪽 거실에는 산호가 연상되는 보랏빛을 주로 칠했다. 간이 드레스 룸의 역할을 겸하는 현관은 청록을 주조로 하되 보라색을 은근하게 그러데이션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쪽 벽을 원통 기둥을 나란히 붙여 울퉁불퉁한 형태로 디자인한 뒤 안쪽까지 길게 연결해 통일감을 주었으며 둥근 라인의 거울과 스툴로 포인트를 더했다. 현관 바로 앞에는 글라스 파티션에 둘러 싸인 욕실이 자리한다. 투명한 소재로 내부가 넓어 보이도록 했으며 자연석 무늬가 있는 그린 톤 욕실 도기와 초록색 샤워 파티션, 천장의 푸른빛 조명이 현관의 맑은 물빛 테마를 이어간다. 주방과 거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나 아일랜드를 기점으로 색상 차이를 줘 영역을 구분했다. 현관과 이어진 주방에 청록색을, 거실에는 보라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한 것이다. 특히 주방은 바닷물과 산호가 맞닿은 듯 색의 흐름이 변화하는 곳으로 바닥과 가까운 아일랜드 하단부와 다이닝 체어에는 바다를 표현하고 천장에 가까워질수록 산호가 연상되는 색을 담았다. 두 컬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전체적으로 은은한 색감을 입힌 가운데 아일랜드 상판의 테라조 패턴과 다이닝 체어의 선명한 업홀스터리가 상쾌함을 고조한다. 반면 다채로운 패브릭으로 장식한 거실은 바이올렛과 자주색, 고명도와 저명도를 자유롭게 변주해 보라색의 매력에 젖어 들게 했다. 채광이 가장 좋은 공간인 만큼 빛이 투과되는 소재의 가구를 두어 공간을 묘한 빛으로 물들인 점도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가장 개인적인 공간 침실은 주방 뒤편에 숨겨두었는데 커다란 침대와 옷장만을 두어 휴식에 몰입하는 공간을 꾸몄다. 은근한 색감 사이로 통통 튀는 민트를 사용해 포인트를 주었으며 시선이 닿는 곳에 옅은 색을 칠하고 불투명 유리로 옷장 문을 만들어 시원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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