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간을 새롭게 정의하다 - Commercial Space Trend (2022.6)

상공간을 새롭게 정의하다
Commercial Space Trend 

취재 한성옥, 최지은

끝없이 변화하는 트렌드와 헤아릴 수 없이 다채로운 소비자의 취향 속에서 상공간은 그 어떤 공간보다도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모습으로 변화한다.
팬데믹 시대를 거쳐 새롭게 정의된 상공간은 더더욱. 상공간은 이제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 공간 그 자체로 콘텐츠이자 매체가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소한 단어가 장악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쓸쓸한 길거리가 떠오른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과 영업 시간 제한, 특별한 규제가 없더라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집에 머무르기를 택한 사람들. 상점과 식음 공간은 직원만 있기 일쑤였고 무기한으로 문을 닫은 곳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팬데믹은 상공간이 맞닥뜨린 유례없는 위기였다.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옷이나 생필품뿐 아니라 식품, 가구 등 각종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게 됐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해도 식당, 카페를 찾는 대신 집에서 밀키트나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홈 트레이닝, 비대면 수업, 랜선 모임, 랜선 여행까지, 비대면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오프라인 상공간의 위기는 갈수록 심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위기는 때때로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과 본질적 가치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서울에 백화점이 새로 개장했을 때 코로나19에도 개의치 않고 수많은 사람이 운집했던 데서 알 수 있듯 사람들은 여전히 공간을 갈망한다. 오히려 찾아갈 공간이 없는지를 끝없이 물색할 정도다. 카페나 바 순례를 취미처럼 즐기는 데서 알 수 있듯 공간 자체가 콘텐츠가 된 것이다. 다만 아무 공간이 아니라 ‘직접 찾아갈 가치’ 가 있는 공간으로만 발길을 옮긴다. 이색적인 풍경, 특별한 경험, 그리고 공간 자체의 힘이 바로 그 가치다. 물리적 공간에는 분명한 힘이 있다. 내가 어떤 공간에 머무른다는 느낌, 시각과 촉각 등 오감으로 경험하는 콘텐츠와 공간, 공간을 탐험하듯 누비며 우연히 만나게 되는 새로운 사물과 사람. 본연의 힘을 충분히 이끌어낸 공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이에 기업이나 브랜드는 오프라인 공간만의 강점을 살린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자연 요소를 압도적으로 구현하거나 휴양지처럼 이국적인 감성을 담고 초현실적인 세계를 묘사해 여행을 하는 듯한 공간 경험을 선사하고 제품 판매나 식사 등 본래의 역할 외에 전시, 공연,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해 방문객을 유인함으로써 브랜드를 경험하게 한다. 흥미로운 체험 요소나 DIY로 자기만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개인화 프로그램을 제공해 상품을 독특하게 즐기게 하고 제품은 아예 배제하고 브랜드가 표방하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이색적인 이미지만을 향유하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경험한 제품, 브랜드는 온라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인상을 각인하기에 온라인으로만 전개하던 브랜드, 온라인 플랫폼, 메타버스 관련 기업이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된 지금, 사람들은 다시 상공간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공간은 아니다. 팬데믹 기간에도 사람들은 공간을 갈망했고, 공간은 그 갈망을 읽어내고 본연의 가치를 돌아보며 서서히 진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오늘날의 새로운 상공간 흐름을 짚어보며 공간의 재미를 만끽해본다.



자연을 고스란히 옮겨온 공간

약 2년 반 동안 이어진 고립 생활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야외 공간을 찾아 나서게 만들었다. 숲과 계곡 사이에서 캠핑을 하고 산행을 즐기는 등 자연이 주는 평온함을 즐기는 것이다. 이에 상공간에서도 자연을 적극적으로 들이려는 움직임이 돋보인다. 특히 전보다 압도적인 풍경을 그리는 공간이 늘었는데 단순히 화단을 설치하는 일을 넘어 야외와의 경계를 흐릴 만큼 울창한 나무와 암벽, 작은 개천까지 실내에 들임으로써 교외의 산림 같은 자연을 만끽하게 한다. 친숙한 풍경을 낯설게 재해석한 공간은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선사한다.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컬러와 패턴으로 가다듬은 공간에 자연 소재로 과감한 오브제를 디자인하거나 자연 형태의 조형물에 파스텔컬러를 입히고 사이즈를 거대하게 키워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이색적인 풍경을 담는다.


메리그라운드

Design / 디자인다나함·신상엽, 차유나, 이혜진
Construction / 디자인다나함·김상민, 이지행, 김지혁, 김정인, 김민성
Location / 경기도 화성시 동탄대로5길 21 라크몽, 지하 1층
Area / 8,264㎡
Photograph / 스튜디오 톰

동탄에 등장한 메리그라운드는 푸른 자연을 실내에 옮겨온 대규모 실내 테마파크다. ‘자연 속 나만의 아지트’ 라는 콘셉트 아래 다양한 야외 풍경을 재현했는데 쇼핑몰 지하임을 잊고 온전히 자연에 몰입하도록 넓은 면적을 글린캠핑, 메리 아일랜드, 펫 존, 글린정원의 네 구역으로 나누고 나무데크, 슬로프 등의 단차로 공간을 변주했다. 연출하려는 야외 공간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외장재를 내부로 들였으며 캠핑카 등 확실한 이미지를 잡아줄 소품을 좌석으로 배치해 테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먼저 글린캠핑에는 인공 폭포와 냇가를 만든 뒤 둥근 평상을 띄워 계곡에 놀러 온 듯 한가로운 분위기를 그렸다. 냇가 주변에는 푸른 식물을 심고 주변 바닥에 투박하게 다듬은 돌과 벽돌, 인조 잔디를 조화하고 그 위로 빈백, 그늘막, 갈런드, 알전구 조명을 비롯한 캠핑 장비를 배치해 실제 캠핑장을 찾은 듯한 무드를 완성했다.

메리 아일랜드는 캠핑장 테마를 이으면서도 휴양지를 찾은 듯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중앙을 장식한 큼직한 바위와 선인장, 화이트 톤의 파라솔과 마크라메가 서늘한 건조 기후대를 찾아온 듯한 무드를 조성하며 흰색 천을 두른 평상형 좌석과 사이마다 자리한 낮은 분수대가 청명함까지 선사하는 것이다. 자갈밭과 키 큰 나무, 앤티크한 가로등으로 꾸민 산책로가 인상적인 펫 존을 지나면 글린정원이 나타난다. 곳곳에 가제보와 회전목마 형태의 좌석, 커다란 분수대를 설치한 글린정원에서는 화사한 유럽의 정원을 찾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실내와 야외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실내 공간에서도 생생한 야외의 감성을 즐기도록 자연물을 그대로 재현했다. 한쪽 벽면 가득 웅장하게 솟아오른 암벽을 표현했으며 맞은편에 가는 나무 여러 그루를 한군데 모아 심어 넓게 뻗은 나뭇가지 아래서 여유를 즐기게 했다. 나뭇조각과 널찍한 돌이 놓인 바닥 위로 단을 높게 올린 나무 평상과 밧줄에 매달린 조명, 캠핑카, 작은 천막을 조화해 야외 캠핑장을 만들었다. 뒤쪽조경 사이에는 외국 캠핑장에 있을 법한 표지판을 함께 배치해 캠핑장의 디테일을 살렸다.



시각과 촉각을 자극하는 공간

기억은 단순히 시각적인 차원을 넘어 그곳의 소리와 온도 등 여러 감각의 복합적인 느낌으로 남는다. 그중 최근에는 촉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정 장소에 직접 가보지 않아도 AI와 VR 기술 덕분에 그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있지만 손끝의 감각은 아직 기술력만으로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 피부를 맞대기 어려운 상황에서 촉각을 자극하는 일은 대상과 직접 교감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정서적인 위안까지 선사한다. 이에 오프라인 상공간에서도 석고나 시멘트의 결을 살려 바른 벽면이나 가슬가슬한 질감의 패브릭, 차가운 타일 등 여러 소재가 주는 풍성한 감각적 경험을 전하며 더욱 몰입감 있는 공간을 완성하고자 한다.


Manly Wharf Bar + Tropic Restaurant

Design / ALEXANDER & CO.
Location / Manly, Sydney, Australia
Area / 1,200㎡
Photograph / Anson Smart

시드니에 자리한 Manly Wharf Bar + Tropic Restaurant은 15년간 부둣가를 지켜온 Manly Wharf Bar를 재해석해 과거와 현대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바 겸 레스토랑이다. 바와 비스트로로 운영되던 곳을 인근 레스토랑까지 확장하며 공간의 이미지도 오래된 부둣가의 흔적을 간직하면서 모던한 감성을 더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디자인 역시 서로 다른 매력을 혼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질감 차이가 나는 소재를 자유롭게 배치한 모습이 편안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선물한다.
밝고도 소박한 이미지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 천장과 희게 칠한 벽돌 벽이 오래된 창고에 들어온 듯 투박한 인상을 주며 그 안을 꾸민 단정한 가구가 시원한 감성까지 불러일으킨다. 확장한 레스토랑 영역과 기존 바 사이는 나무 문으로 영역을 분리했다. 레스토랑 쪽에는 우드와 메탈을 매끈하게 다듬은 좌석을 나란히 배치했다. 담백한 가구 사이 흰색 회반죽과 벽돌을 반씩 쌓은 커다란 화덕이 존재감을 뽐내는데 거친 표면과 빛바랜 듯한 색감이 러스틱한 분위기를 잡아준다. 두 영역에 걸쳐 있는 주방은 마감재의 질감 차이가 가장 돋보이는 구역이다. 주방을 따라 세워진 기둥과 천장에는 흰색 회반죽을 발라 특유의 오돌토돌한 질감이 느껴지는 데 반해 그 사이를 메운 카운터는 우드와 타일로 매끈하게 정돈해 대조를 빚어낸 것이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바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흰 벽돌 위로 코르크를 얹어 촉감의 차이를 빚은 뒤 광택 도는 검은색 석제 상판을 넓게 올리고 차분한 우드로 감싸 하나의 가구 안에 따스함과 차가움이 공존하게 했다. 바 맞은편에는 다양한 형태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으며 패브릭과 우드, 석제, 메탈 등 다채로운 소재가 어우러져 색다른 감각을 전한다.

▼ 다채로운 소재를 느끼는 좌석
중앙 문 주변에는 여러 소재를 혼용한 좌석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석조 폐기물로 다리를 세우고 아연 도금 강판을 올린 좌석이 마련됐는데 바로 옆에 조각난 패턴이 선명하게 보이는 테라조 테이블을 두어 주변의 깔끔한 우드 테이블과는 다른 러프함을 선사했다. 타일로 틀을 잡은 소파도 눈에 띄는데 밝은색 타일 위로 짙은 우드 톤 쿠션을 올려 질감을 넘어 시각적인 대비감까지 빚어냈다.



오직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

온라인 플랫폼이 아무리 발달해도 특별한 콘텐츠만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공간을 방문한다.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는 체험, 무료한 하루를 뒤바꿔줄 이색적인 경험, 세상을 보는 눈을 확장시켜줄 일상 속 탐험까지. 오프라인 상공간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품고 다시 태어나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자연스럽게 상품과의 접점을 만든다. 조경이나 휴식에 특화해 머무는 것만으로도 테라피가 되는 공간, 갤러리처럼 문화 콘텐츠를 녹인 공간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이런 공간은 그 자체가 방문의 목적이 되어 기존보다 훨씬 폭넓은 고객층에게 제품을 노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유희 요소를 내세운 리테일테인먼트 공간이 다수 등장해 주목할 만하다. 로봇을 바리스타나 물건 제작, 쇼의 요소로 활용하거나 작은 테마 파크처럼 각종 놀이를 즐기게 한 공간이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THE CUBE LIVE

Design / BARANOWITZ + KRONENBERG
Location / Manchester, United Kingdom
Area / 4,000㎡
Photograph / Marcus Holdsworth

영국의 ITV에서 방영한 유명 TV 게임쇼 The Cube의 방송 콘텐츠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맨체스터의 Arndale Mall에 위치한 THE CUBE LIVE는 2층 규모의 공간에 고급 레스토랑 The Butcher 와 TV 쇼의 게임 콘텐츠를 아울러 식음 이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한다. 시청자 참여형 쇼인 The Cube는 두 명의 참가자가 각각 투명한 큐브에 들어가 여러 가지 게임을 하고 상금을 획득하는 프로그램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집중력을 요하는 잡기, 던지기, 암기하기, 균형 잡기 등 약 1백2십 가지의 게임을 방청객 앞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하며 긴장감을 키운다. THE CUBE LIVE는 이 쇼에서 활용하는 것과 동일한 큐브를 공간에 설치해 방문객이 직접 방송에 나오는 게임을 해 보게 했는데, 총 12개의 큐브를 일렬로 배치하거나 좌석 영역과 어우러지게 계획해 때로는 게임에 몰입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도록 유도했다. 큐브는 아래층에 위치하며 중앙의 바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미니 골프 시설 Putters를 함께 계획해 한층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Putters는 다양한 스타일의 28개 홀로 구성되어 있으며, 식사공간이 있는 위층까지 이어져 즐거움을 고조한다. 유희적 성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활기찬 시장, 서커스 텐트의 빨간색과 검은색 패브릭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따왔으며 벽과 바닥 일부에 빨간색, 검은색을 교차한 굵은 스트라이프 무늬를 입혀 에너제틱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또한 게임 영역과 식음 공간 일부를 금속메시 커튼으로 구분해 영역을 적절히 나누면서 포인트를 주었다.

▼ 게임 쇼의 참가자와 방청객이 되는 공간
게임 쇼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형태의 큐브를 레스토랑 아래층에 분산 배치했다. 큐브의 틀과 바닥, 외부에 설치한 조명과 게임 장비가 드라마틱한 몰입감을 선사해 일상 속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하도록 돕는다. 큐브 중 일부는 좌석과 교차 배치해 수많은 방청객 앞에서 생방송으로 게임을 하는 TV 쇼 환경을 재현했다. 가구는 검은색, 회색, 빨간색을 입혀 서커스 테마를 이어가고 벽면에 금속 메시 커튼을 달아 콘셉추얼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브랜드를 향유하다

현대 사회의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는 브랜드의 가치다. 자신의 취향이나 정체성을 잘 표현해 주는 브랜드라면 가격이나 기능에 구애받지 않고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는 일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팬덤 소비를 이끌어내는 역할까지 하는데, 이때 공간은 브랜드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브랜드의 가치, 철학, 아이덴티티를 미학적으로 표현해 이미지를 형성하거나 오감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경험하게 하면 생소한 브랜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활용해 소비자가 직접 새로운 창작을 하는 공간부터 브랜드의 캐릭터나 페르소나를 설정해 세계관을 장면화한 스토리텔링 공간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이 나타난다. 브랜드의 기존 영역을 벗어난 시도도 주목할만한데, 패션 브랜드가 파인 다이닝이나 디저트 카페를 전면에 내세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전개하는가 하면 자사 제품을 배제하고 로컬 콘텐츠만으로 채운 공간을 오픈해 이미지를 환기하는 등 소비자에게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Cafe the great

Design / 인디살롱
Location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47
Area / 76㎡(1층), 76㎡(2층), 32㎡(외부)
Photograph / 하지

브랜드가 특정 제품군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한남동의 길가에 자리한 Cafe the great는 캐릭터 기반 패션 브랜드 Ape the Great의 쇼룸 겸 카페로 브랜드가 표방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Ape the Great는 하와이에서 영감을 받아 일상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레저룩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디자이너는 서핑, 요가 등 현지 문화 요소를 반영한 브랜드 특성을 기반으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고자 서핑을 공간 콘셉트로 가져왔는데, 서핑의 성지인 양양의 여름 바다를 모티브로 파도를 타다가 해변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데크 상점가를 묘사했다. 특히 데크 위에 자유롭게 앉아 선선한 바람과 시원한 커피를 즐기는 장면을 그리고자 공간의 1층에 목제 데크를 시공한 점이 돋보인다. 2층 건물 중 1층의 벽 대부분을 개방 가능한 창으로 시원하게 열고 내부에서 외부까지 뻗어 나가는 데크를 깔아실내외의 경계를 허문 것이다. 데크는 야외에서 계단식 좌석 역할을 하는데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자연스럽게 이끌며 한가로운 기분을 전한다. 외벽과 내부에 해변과 잘 어울리는 은모래색을 칠하고 천장, 벽체, 계단 등 곳곳에 천연목을 적용해 편안한 흐름을 이루었으며 브랜드 메인 키 컬러인 초록색을 배색해 캐주얼하고 활기찬 감각을 살렸다. 안쪽으로 자리한 쇼룸은 나무로 벽체를 세워 브랜드의 감성이 가득 배어 나오는 공간에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사무 공간이 나타난다. 창조적인 아이템들이 만들어지는 창고처럼 연출한 이 공간은 기존의 박공지붕 형태를 유지하고 벽체의 높이를 낮춰 가벼운 개방감을 부여하는 한편 나무 소재로 1층 의 흐름을 이어갔다.

▼ 산책길의 풍경에 녹아드는 카페
해변의 상점가처럼 나무 데크를 시공해 서핑 콘셉트를 표현한 카페는 내외부의 경계를 흐려 일상 속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벽을 활짝 열고 내외부를 데크 바닥으로 통일해 공간의 흐름을 바깥으로 연장했으며 야외 데크는 계단식 좌석으로 계획해 길을 걷다가 편하게 걸터앉게 했다. 데크 곳곳에 화분을 두어 싱그럽고 여유로운 감성이 물씬 풍기며 창 위로 은은한 빛을 띠는 아연도금강판 차양을 드리워 햇살을 가리면서 시원한 감각을 더했다.



상품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상점

같은 제품도 진열해두는 방식에 따라 가치가 다르게 느껴진다. 아무리 값비싼 물품이라도 창고에 쌓아 둔 상태에서는 고유의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기에 상점들은 상품의 가치를 높여줄 다양한 전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매장을 미술관이나 갤러리같이 연출하고 상품 역시 작품처럼 배치해 낯익은 제품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공간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상점도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 각 상품 역시 전체 스토리의 구성 요소처럼 배치해 단순 소비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디지털 서비스와 연계해 상품을 착용한 모습을 포토 부스에서 촬영하면 SNS에 바로 게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공간은 소비자가 제품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Presentedby

Design / EXTERNAL REFERENCE
Location / Doha Design District, Qatar
Area / 250㎡
Photograph / Presentedby

카타르에 첫 매장을 오픈한 운동화, 스트리트웨어 전문점 Presentedby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독특한 구조물에 제품을 전시해 주목할 만하다. 사막과 첨단 기술이라는 카타르의 주요 특징에서 기인해 매장 전체를 디지털 모래 언덕처럼 꾸민 것이다. Presentedby의 경험은 외관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반듯한 석제 건물이 모인 거리를 걷다 보면 모래알이 흩날리는 듯 역동적인 디지털 아트가 매장의 시작을 알린다.
내부는 길게 뻗은 복도 끝에 작은 광장이 연결된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모든 벽면을 굽이치는 곡선으로 디자인해 모래 언덕을 연상시키도록 했다. 벽면은 레이어를 여러 겹 쌓아 올린 구조를 띠는데 전체를 상품 진열에 할당하고 운동화에 맞는 유선형으로 디자인했다. 신발이 올라갈 자리는 볼록 튀어나오고 그 외 부분은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의 진열 벽면이 겹쳐진 레이어가 흐르는 듯한 선을 만들어 내부로의 진입감을 높여준다. 동시에 상품에 시선이 집중되도록 신발을 올린 층에는 은은한 보랏빛이 도는 LED 조명을 설치했으며 천장 쪽 스크린에도 운동화와 관련된 추상적인 영상을 재생해 한정판 운동화에 대한 전시를 관람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바닥에도 벽과 맞닿는 지점부터 LED 조명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해 벽면의 굽은 라인을 강조했다. 복도가 끝나면 카운터와 조형물을 벽이 둥글게 감싼 공간이 나타난다. 카운터 뒤쪽에는 밝은 조명을 비추는 갈색 상자 같은 진열대가 시선을 사로 잡는데 그 사이에 운동화를 뽑을 수 있는 게임기를 설치해 상품에 대한 색다른 인식을 선사한다. 가장 안쪽에는 디지털 체험존을 마련했으며 이곳에서는 운동화 수집가들을 위한 컬렉션을 홀로그램 쇼로 즐기며 원하는 제품에 몰입할 수 있다.

▼ 환상적인 갤러리로 탄생한 상점
사구처럼 굽이치는 복도를 따라 가장 내밀한 곳에 들어서면 몰입형 체험존이 나타난다. 디지털 화면 하나만 둔 좁은 공간에서 운동화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한정판 제품과 관련된 홀로그램 쇼를 상영하는 것이다. 제품에 더욱 집중하는 시간을 위해 화면을 푸른 선형 조명으로 겹겹이 감싸 화면에 빠져들 것만 같은 환상적인 무드를 자아냈으며 제품과 방문객이 긴밀히 소통하는 듯한 기분까지 선물한다.



가능성을 열어두는 공간

서점이나 편집숍, 카페 등 수많은 상공간이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하고 비교적 소규모의 상공간조차 다기능화, 다목적화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상품 판매는 기본이고 관련 강연, 공연, 커뮤니티 프로그램, DIY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쳐 취급 제품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관심을 확장하며 더 많은 고객을 불러 모으려는 것이다. 기능이나 프로그램이 고정되지 않은 만큼 공간도 유연해져야 한다. 유휴 공간을 넉넉히 설계하거나 공간 자체에 가변성을 부여하는데, 내부의 벽과 기둥을 최소화한 뒤 회전식 벽이나 레일 파티션, 커튼 등을 설치해 레이아웃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게 한다. 이동식 가구, 모듈형 조합 가구, 크기 변형 가구 등도 한정된 공간 내에서 구조를 무한히 재구성할 수 있어 각광받는다. 식음 공간 역시 모듈식 탁자를 두어 소규모 인원부터 대규모 인원까지, 모임 규모에 따라 공간을 손쉽게 재편한다.


Into the Force

Design / Roarc Renew
Location / 2-105, No. 322 Anfu Road, Shanghai, China
Area / 280㎡
Photograph / WenStudio

오늘날의 카페는 어떤 프로그램과도 결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상하이의 카페 Into the Force 역시 카페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공간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아 주목할 만하다. 클라이언트 브랜드 Saturnbird의 중국식 이름이 ‘3과 1/2’ 이라는 뜻을 가진 데서 ‘몸을 위한 세끼의 식사와 영혼을 위한 반 잔의 커피’ 라는 주제를 떠올리고 이를 도교 사상의 자연 법칙으로 확장해 공간의 이야기를 짰는데, 자연 소재를 사용하고 지속 가능성을 충족하는 한편 자연법칙 중 하나인 양보를 개방성과 연결성으로 해석해 유연한 공간을 탄생시켰다. 카페에서 길과 맞닿은 앞쪽 구역 일부를 야외로 완전히 개방하고자 전면 벽을 수직 접이식 문으로 대체했으며, 이 전이 공간과 카페 안쪽 공간 사이에 유리 문을 별도로 설치해 영업 시간이 끝난 뒤에도 전이 공간을 활용하게 했다. 카페 내부는 전시 공간으로도 사용되도록 유동적 성격을 부여했는데, 모듈 방식, 가변성, 이동성, 연결 구조 등을 벽과 집기 등에 적용한 점이 돋보인다. 먼저 콘크리트 벽면 위에 흙벽돌과 골판지 벽돌을 시공해 질서 정연한 바탕을 마련했다. 규칙적인 선을 그리는 벽돌의 이음새에 조인트를 계획한 점이 특징인데 이를 통해 전시용 탁자 등 집기를 자유롭게 탈착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다. 집기 역시 가변성을 극대화했다. 벽면에 접의식 의자를 설치하고 커피 테이블은 상판을 확장해 전시용 진열대로 전환 가능하며 스툴 역시 높이를 세 단계로 조절해 의자, 미니 바, 전시용 탁자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집기마다 바퀴가 달려 있어 무한한 재구성이 가능한데 집기 이동 배치 시 편의성을 높이고자 바닥에 모서리 표시를 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모서리 형태를 반영한 그래픽을 활용해 조명을 삽입한 것인데, 마그네틱 스위치 방식이어서 집기가 가까워지면 조명에 불이 들어와 위치를 알려준다.

▼ 공간의 재구성
이동성, 가변성, 연결성을 중심으로 계획한 공간. 콘크리트 벽 위에 손으로 이긴 흙벽돌을 켜켜이 시공했는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그리는 이 벽돌 벽의 이음새에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조인트를 적용해 커피 스툴을 탈착하게 했다. 커피 스툴 역시 세 단계로 높이 조절이 가능하며 하부에 수납함을 장착한 커피 테이블은 상판을 접이식으로 구성해 전시를 열 때 펼쳐서 넓게 사용할 수 있다. 흙벽돌 벽 맞은편에는 골판지 벽돌로 구성한 전시 공간이 있는데 골판지 벽돌은 상품 포장용으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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