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for Staying
머물기 위해 떠나는 호텔
취재 신은지, 한성옥, 이상진
자극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느긋이 머무르고 사유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호텔이 이 시대의 여행법을 변화시키고 있다.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떠나기는 어렵지만 반복되는 일상에만 매여 있을 수도 없다. 안전에 유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행동에 제약을 받아온 지난 1년.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 별것 아닌 상황 속에서도 즐길 거리를 찾아내 행복을 추구하는 능력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의미를 찾으며 천천히 자신을 돌보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 이제는 어딘가에 그저 머무르는 행위도 여행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1 국내 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한 달 살기’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260% 정도 늘었으며,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워케이션(Work+Vacation), 워캉스(Work+Vacance) 등의 신조어도 보편화되어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서 호텔은 일상을 포용할 뿐 아니라 여행의 완전한 목적지로 거듭나는 중이다. 물론 호캉스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유행해왔으나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콘텐츠와 경험 요소를 강화해 이전에 없던 호텔이 모습을 드러낸다. 안전하고 편안한 독채형 펜션에 대한 니즈가 늘어난 만큼 호텔도 프라이빗한 휴식을 심화하는 테마를 제안하는데, 실질적인 테라피 효과를 전하고자 악기 연주, 명상 수업, 요가 체험 등 심신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자연을 극대화한 공간을 통해 싱그러운 쉼을 선사한다. 특히 실제 식물을 배치하거나 시각적인 디자인 요소를 활용할 뿐 아니라, 반려 나무를 선물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여행객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도 자연이 주는 치유의 감각을 이어가도록 배려한다. 로컬 콘텐츠 역시 호텔 업계가 주목하는 방향이다. 사이트의 특징을 공간으로 적극 받아들이고 지역 여행 코스나 소소한 로컬 맛집을 포용하는가 하면, 지역이 간직한 복고, 뉴트로 등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이색적인 패키지를 계획하기도 한다. 한편 대중의 다양한 니즈를 고려해 타겟층 역시 한층 세밀하게 나누는 중이다. 더 의미 있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친환경, 비건 등의 주제를 받아들인 호텔이 등장하며 삶의 가치를 배울 때 얻을 수 있는 내면의 쉼과 안정을 전한다.
ART TRAVEL
나의 여행과 너의 여행은 다르다. 같은 목적지로 떠나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이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건 마음이 하는 일이기 때문. 일상에서 물러나 새로운 감각을 수용하며 삶을 환기하는 과정이 여행이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받아들이는 내면에 있다. 예술 역시 여행이다. 작가의 마음을 조형 언어로 구현해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 작품은 이를 감상하는 이에게 닿아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작가가 창조한 세계 속에서 참신한 경험을 맞닥뜨리고 사유를 깊이 이끌어 마음을 넓히는 것이다. 이처럼 예술에 뛰어드는 여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다름 아닌 공간이 맡는다. 인파 속에 고통받거나 작품을 스쳐 가듯 바라보는 공간이라면 과연 생각을 확장할 틈이 있을까. 예술은 머물러야 알 수 있다. 그렇기에 호텔은 예술을 가장 친밀하게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로 부상 중이다. 작품을 곁에 두고 지켜보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마음의 풍경에 온전히 집중하는 공간. 호텔은 아티스틱한 테마를 공간 전체로 확장하거나 예술가와 협업해 방을 작품 자체로 구성하는 등 예술이 투숙객의 삶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액자 너머로의 여행
BnA_WALL
Design / BnA
Location / 1-1, Nihonbashiodenmacho, Chuo-ku, Tokyo, Japan
Photograph / Tomooki Kengaku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벽화, 공간을 가르고 흘러내리는 듯 환상적인 조명, 그리고 곳곳을 수놓은 아티스틱한 오브제. 마치 거대한 설치 작품 속에 몸을 누인 기분이 든다. 일본 도쿄에 문을 연 BnA_WALL은 예술가와 협업해 콘셉추얼한 호텔을 선보여온 BnA 그룹의 최근 프로젝트다. 지역 예술가와 손을 잡고 방을 캔버스 삼아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했으며 각기 다른 콘셉트로 풍성한 예술 체험을 이끈다. 공간을 가득 채운 아티스틱한 비주얼뿐 아니라 시즌마다 예술가가 작업물을 선보이는 유연한 시스템과 각종 참여형 콘텐츠를 갖춰 더욱 진정성 있다. 외관은 벽돌로 간결한 실루엣을 구현해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창 너머로 다채로운 네온 컬러가 중첩된 조명이 비쳐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흘린다.
내부로 들어서면 러프한 콘크리트 골조를 드러낸 바탕에 각종 조형이 율동하는 활기찬 라운지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특히 지하부터 이어지는 보이드 공간이 돋보이는데, 한 벽 전체가 2층짜리 대형 캔버스로 역할 하며 신진 아티스트가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영역으로 자리한다. 가장자리를 투명한 유리로 마감해 방문객은 벽화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감상하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라운지 안쪽에 자리한 바는 스피크이지 콘셉트로 계획됐는데, 부스와 각종 집기 가장자리에 네온 컬러의 조명을 심어 신비로운 존재감을 뽐낸다. 호텔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는 것은 14명의 현지 예술가가 디자인한 26개의 아트 룸이다. 사방에 은은한 조명을 둘러 차원을 넘어선 듯한 경험을 이끌거나 비비드한 그래픽 아트로 게임속에 들어온 것처럼 짜릿한 풍경을 선사하는 등 다양한 주제를 독보적 감각으로 발화한다. 또 방마다 마련한 오디오 내레이션이 시각, 촉각, 청각을 고루 자극해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나아가 독창적인 수익 공유 시스템을 갖춰 머무는 것만으로도 해당 공간의 아티스트를 지원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
움직이고 진화하는 예술의 벽
공공장소에서 활동이 어려운 도시의 벽화가를 위해 대형 벽을 갖춘 공간을 마련했다. 합법적인 캔버스를 공급해 젊은 예술가들이 기술을 연마하는 동시에 투숙객은 다양한 작품 세계를 즐기며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예술가뿐 아니라 디자이너, 건축가, 엔지니어, 기업가 등이 모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으며, 예술적 창의성에 사업성을 더해 아티스트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한다.
꿈에서 그려본 도시의 풍경
daytime’ s daydream, EVERYDAY HOLIDAY SQUAD, BnA_WALL, photographer Tomooki Kengaku
‘도시의 기억’ 을 주제로 도쿄 풍경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객실. 러프한 공간감과 서늘한 푸른빛이 서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각기 다른 요철을 가진 푸른색 타일이 바닥을 채우고 있는데, 이는 도쿄의 노면이나 벽을 3D 스캔해 제작한 것으로 공간의 상징성을 심화한다. 표지, 방치된 물건, 고양이 발자국 등 타일 형태로 저장된 여러 흔적을 손으로 만지거나 밟으며 도쿄 여행을 새롭게 인지한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Float, YOSHIROTTEN, BnA_WALL, photographer Tomooki Kengaku
세련되고 미니멀한 공간에 사이버 펑크 콘셉트를 더해 이 세상과 다른 차원을 빚어냈다. 벽면을 통해 레드, 옐로, 그린, 퍼플 등 다채로운 빛을 나타내는 점이 독특하다. 오직 빛과 소리로만 채워진 신비로운 공간 속에서 투숙객은 평소 경험할 수 없는 명상 시간에 빠져들게 된다.
호텔에서 즐기는 게임
HARDCORE, magma, BnA_WALL, photographer Tomooki Kengaku
인간의 본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놀이’ 로 규정하고 게임 테마를 공간에 확장했다. 바닥에는 놀이판을, 벽에는 바둑판을, 그리고 천장 일부에는 농구대 여러 개를 설치해 투숙객이 공간을 장난감처럼 활용하며 시간을 보내게 했다. 각 면을 높은 채도의 색과 키치하고 볼드한 형상으로 연출해 더욱 재치 있다.
NATURAL TRAVEL
시야를 가리는 빽빽한 빌딩 숲에서 답답한 일상을 보내다 보면 푸르른 자연과 폭신한 흙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상쾌한 공기와 탁 트인 하늘, 평화로운 산의 정취를 누리기 위해 캠핑이나 차박 등 가벼운 여행도 인기를 끈다. 그러나 도심과 가까운 곳으로는 목마름이 채워지지 않는 이들은 오롯이 나와 자연만 남아 잔잔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 나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바람에 스치는 숲의 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고요한 순간에 몸을 맡기면 마음에 온기가 퍼진다. 광활한 자연을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 호텔도 자연을 닮아간다. 화려한 외관과 다양한 부대시설 대신 소박하고 목가적인 옷을 입고 레스토랑, 스파 등 힐링을 위한 공간에 집중한다. 자연이 선물한 신선한 음식과 트레킹, 농장 체험 등 자연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머무는 동안 충만한 행복을 선사한다. 또한 타인과의 접촉 없이 프라이빗하게 머무르고자 하는 수요와 맞물려 독채형 호텔이 더욱 인기를 끄는데, 자연 한가운데 자리한 오두막처럼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여유를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풍요로운 자연에 녹아들다
Breitenbach Landscape Hotel 48° Nord
Design / Reiulf Ramstad Arkitekter & ASP Architecture
Location / Breitenbach, France
Area / 20,000㎡
Photograph / Yvan Moreau, 11h45
양 떼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언덕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Breitenbach Landscape Hotel 48° Nord에서는 자연을 맞이해 온전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디자이너는 스칸디나비아의 대자연을 누리기 위한 노르웨이의 전통 별장 Hytte를 프랑스 마을로 들여 이국의 전통과 지역 정체성을 통합한 이색적인 공간을 완성했다. 초록빛 언덕에 나무둥치처럼 세운 비정형적인 오두막은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고 유제품 생산을 비롯해 다양한 생태 활동을 하는 마을을 체험하게 한다. 호텔은 산 가장 아래에 자리한 본관과 그 위로 펼쳐진 14개의 독채형 객실로 이루어지며 맞은편 산에서 자른 밤나무를 본연의 색을 살려 가공하고 기둥 위에 지어 자연 훼손을 최소화했다.
객실은 다른 이의 방해 없이 자연과 마주하도록 동선과 시선을 고려해 배치하고 구성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개인, 가족 등 다양한 여행객을 수용한다. 내부는 원목으로 내추럴하게 가다듬은 후 부드러운 패브릭을 더해 편안하고 세련된 공간을 완성했는데, 특별한 장식 없이 소박하게 구성해 자연 속에 머무는 평온한 휴식 시간을 선사한다. 아울러 객실의 가장 위층에 통창이나 테라스를 만들어 언덕을 내려다보며 내면을 풍성하게 채우는 공간을 마련했다. 한편 레스토랑과 공용 스파 공간이 자리하는 본관에서는 지역색이 가득한 유기농 음식을 맛보거나 사우나를 즐기며 재충전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는 시간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객실 Fjell은 노르웨이 스타일 사우나와 욕조를 두어 프라이빗한 스파를 즐길 수 있다.
큰 창을 낸 사우나와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의 욕조에서 심신을 다독이며 평화로운 순간을 경험한다.
자연이 선물한 미식
본관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원목으로 만든 짙은 색 가구와 마감재가 산장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인근 유기농 생산 업체와 호텔의 채소밭에서 공급하는 재료로 만든 요리를 맛보며 극대화된 생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LOCAL TRAVEL
교통, 통신 기술의 발달은 지구라는 거대한 세계를 거짓말처럼 매끄럽게 연결했고, 분절된 채 자신만의 풍경을 이루었던 세계는 순식간에 표준화되어 버렸다. 어디서나 똑같은 공간과 상품을 제공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도 못한다. 오히려 조금 투박하고 엉성하더라도 자신만의 색이 있는 콘텐츠가 관심을 끈다. 그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콘텐츠는 바로 로컬이다. 땅, 기후, 위치 등 지역의 환경과 특성에서 기인한 삶의 방식은 오직 그곳에서만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쌓아온 헤아릴 수 없이 장구한 시간을 품고 있어 특별한 아우라를 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자 하는 여행에서 지역의 고유성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떠나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낯선 삶을 찾아온 여행자를 위해 호텔은 지역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지역 특성을 공간에 녹여내 호텔에 머무르는 일 자체가 여행이 되게 하고 주민과 만나 지역 문화를 배우는 프로그램, 지역 생산물로만 요리한 음식 등을 준비해 풍부한 경험을 선사한다.
도시의 기원을 탐험하다
GALLERIA MIDOBARU
Design / DABURA.m Inc.
Location / 6 Horita, Beppu City, Oita, Japan
Area / 2,991.02㎡
Photograph / Nacasa & Partners Inc.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 벳푸의 GALLERIA MIDOBARU는 장소성을 기반으로 독특한 공간 경험을 창출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호텔이다. 벳푸의 온천이 조산운동으로 인해 형성됐고 이 온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한 점에 착안해 급경사 단층을 비롯한 특유의 지형과 지각 변동을 공간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지역성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호텔을 창조했다. 지형을 표현하기 위해 공간을 절개하고 비워 틈을 만든 후 수직과 수평을 자유롭게 교차했으며 이렇게 형성된 내부 구조를 공간과 공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로 활용해 새로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유도했다.
낮은 절벽 위에 있던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건물을 더해 완성한 GALLERIA MIDOBARU는 반듯하게 잘린 단층 같은 외관으로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들면서도 은근하게 시선을 끈다. 흙색을 띤 납작한 벽을 조금씩 어긋나게 밀고 당기며 겹겹이 세워 수직 단층을 은유했는데 입면을 안으로 살짝 밀거나 벽을 비워 표현을 극대화했다. 땅속에서 끌어 올린 듯한 흙색과 거친 표면도 자연스러움을 고조한다. 현지 삼나무로 콘크리트 거푸집을 만들어 단단하면서도 자연의 편안함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외관을 완성했는데 삼나무를 톱으로 거칠게 절단해 표면 질감을 살렸다. 또한 벳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의 적갈색을 입혀 흙 덩어리를 세워놓은 듯한 풍경을 그렸다. 내부에서도 벽체를 그대로 이어갔으며 벽을 트거나 구멍을 뚫고 수직축과 수평축을 자유롭게 교차해 복잡한 지형을 구현함으로써 고대의 자연 속을 거니는 느낌을 선사한다. 이 구조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 더욱 주목할 만하다. 야외로 이어지는 벽 일부를 비우고 공공 테라스 4개와 중정을 설계해 빛과 도시 풍경을 끌어들였으며 로비, 테라스, 카페 등 다양한 공공 공간이 골목길 같은 내부 구조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한 것이다. 공공 공간은 여행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열려 있으며 다양한 예술 작품을 배치해 예술가와 관람객을 유입함으로써 사람들이 소통하는 장소로 거듭났다. 단층과 복층으로 구성한 객실은 규슈의 조개로 만든 석고, 참나무로 마감해 편안하게 마음을 다독이고 객실마다 온천욕 시설을 계획해 벳푸의 매력에 흠뻑 젖을 수 있다.
LUXURY TRAVEL
누구나 특별한 삶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일상은 너무나 평범하고 무료하다. 특히 취미 활동, 사람들과의 모임, 콘서트 같은 문화 활동 등 소소한 행복마저 감염병의 위협 아래 제한되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인생의 모든 시간을 화려하게 수놓을 수는 없지만 일상 속 틈틈이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다 보면 삶 전체에 풍요로운 기운이 스며들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이러한 순간을 선물하려는 사람들은 럭셔리한 경험을 찾아 나선다. 진귀한 음식, 완성도 높은 상품, 맞춤형 서비스 등 단편적인 경험뿐 아니라 잠시나마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보는 기회도 주목받는다. 특히 19세기 상류층의 숙소이자 사교의 장으로 활약하며 고급스러운 공간의 대명사가 된 호텔은 비일상적이고 호화로운 분위기에 둘러싸여 온전히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장이다. 단순히 고가의 상품으로만 무장한 것이 아니라 품격 있는 공간, 개인 특화형 서비스, 문화와 취향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 쉽게 접하기 힘든 전통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등을 아울러 진정한 럭셔리의 의미를 전한다.
소중한 나를 위한 호화로운 하루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Design / Humbert & Poyet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231
Area / 51,279.3㎡
Photograph / 조선호텔앤리조트(조선 팰리스)
1914년 소공동에 등장한 뒤 당대 최고의 명망가들이 모여 문화를 향유하고 사교 활동을 하던 조선호텔이 새롭게 태어났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강남 테헤란로에 최상급 브랜드 호텔 조선 팰리스를 선보인 것이다. 조선 팰리스는 한국 초창기 고급 호텔이었던 조선호텔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럭셔리 테마를 구현해 차별화된 호화로움을 선사한다. ‘당신이 빛나는 시간’ 이라는 슬로건 아래 아르데코 디자인을 세련되게 재해석하고 조선호텔의 헤리티지를 시각화한 심벌과 패턴을 곳곳에 흩뿌려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공간을 구현했으며, 최상급 맞춤형 서비스와 시설을 제공해 모든 감각을 만족하는 황홀한 하루를 펼친다.
호텔 앞에 서면 거대한 문 위에 조선호텔의 역사와 조선 팰리스의 품격을 형상화한 심벌이 자리해 유서 깊은 호텔의 첫인상을 각인한다. 호텔 내부는 디자이너 듀오 움베르트 & 포예(Humbert & Poyet)가 역사성을 바탕으로 궁전처럼 격조 높은 공간을 연출했다.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아르데코 디자인을 모던하게 풀어냈는데, 전반적으로 밝은 바탕에 곡선과 골드를 넉넉하게 전개해 안락함을 자아내고 객실은 전체 테마를 이어가면서 차분하지만 산뜻한 녹색과 기하학 패턴으로 포인트를 줘 풍요롭고 화려했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객실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써 럭셔리 경험의 밀도를 높인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존 미니바를 투숙객이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수 있는 프라이빗바로 탈바꿈하고 객실마다 에어드레서를 구비해 의류 관리까지 돕는다. 호텔 24층에 위치한 1914 라운지&바는 헤리티지를 미각으로 향유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조선호텔의 이야기를 오마주해 1920년대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 팜코트, 지니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던 호텔 황동 열쇠 등을 모티브로 12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개발한 것이다. 더불어 조선호텔이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만나는 장이었던 점을 반영해 호텔 전반에 현대 예술 작품 4백여 점을 전시함으로써 문화적 소양가를 위한 소셜 플레이스의 전통을 이어간다.
화려한 하루의 첫걸음
4m에 달하는 높이로 시선을 압도하는 문 위에 조선 팰리스의 헤리티지를 구현한 심벌을 설치했다.
조선을 상징하는 이니셜 J를 중심으로 상단에는 조선호텔이 왕가의 거주지인 소공동에 위치했던 데 착안한 왕관을, 하단에는 조선호텔이 설립한 연도를 배치하고 좌우로 고귀함과 품위를 나타내는 사자, 부활과 영원을 상징하는 봉황을 계획해 뿌리 깊은 고급스러움을 뽐낸다.
럭셔리의 또 다른 기준, 예술
오늘날 한국의 황금기를 테마로 국내외 현대 예술 작품 4백여 점을 전시해 진정한 럭셔리를 제안한다. 로비를 비롯한 호텔 곳곳에 작품을 배치했으며 화려한 번영을 표현한 요한 크레텐(Johan Creten)의 <Glory>, 다층적인 아름다움의 순간을 포착한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Böhm Chapel> 등 감각적인 현대 미술과 김지원, 이정진 등 국내 대표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최고의 호텔을 맛으로 느끼다
9m에 달하는 천장고와 커튼월 너머 펼쳐지는 전망이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하는 1914 라운지&바.
나뭇잎을 모티브로 한 펜던트 조명 30여 개가 천장에서 뻗어 내려와 높은 층고를 강조하며 아치 디테일, 대리석, 톤을 낮춘 레트로 컬러 등이 어우러져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펼친다. 밤에는 매혹적인 야경과 라이브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전담 바텐더가 있는 프라이빗 룸을 마련해 더욱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VALUABLE TRAVEL
삶에 의미를 더하는 경험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시대. 이제 많은 이들은 가까운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방문할 때도 친환경 포장재와 공정무역 원두를 살피며 사회적 책임에 따라 행동한다. 나아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거나 다양한 사회적 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는데, 이들은 일상을 넘어 여행에서도 단순한 유희보다는 신념을 따르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호텔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동참하는 중이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속 가능한 요소를 공간에 녹인 호텔이 여행자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패시브 시스템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는 등 건축적인 시스템을 구현하거나 비건 메뉴를 제공하고 자원을 재사용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친환경 공간이 가지는 러프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탈피해 다채로운 무늬와 색을 입고 영감을 북돋우며 창의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사회적 책임을 재치 있게 받아들인 공간이 지구를 위한 노력을 마음에 더 깊이 새기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굳건하게 세우도록 돕는다.
지구를 위한 가치 있는 순간
The Student Hotel Delft
Design / The Invisible Party
Location / Delft, Netherlands
Area / 1,685㎡
Photograph / Steve Herud
네덜란드에 위치한 The Student Hotel Delft는 청년들이 머무르며 일할 수 있는 호텔로 친환경 요소를 가득 채워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실현했다. 자원 재사용과 보존, 탄소 발자국 감소를 핵심 가치로 선정하고 태양 에너지, 친환경 샤워 시스템, 나사와 볼트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재활용 가구 등 다양한 솔루션을 도입했다.
호텔은 공용 공간과 객실로 나뉘는데, 모든 영역에 완전히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했으며 커뮤니티를 장려하는 호텔 아이덴티티에 따라 공용 공간을 넓히고 감각적으로 구성했다. 라운지, 레스토랑, 공유 오피스 등을 갖춘 공용 공간은 에코 디자인 콘셉트를 부각해 친환경 수성페인트로 벽을 마감하고 접착제 사용을 줄였으며 오래된 청바지로 만든 의자와 빈티지 가구를 배치했다. 그중 개방적인 계단형 작업 공간과 라운지는 톡톡 튀는 색감을 사용해 활력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 또 공유 오피스 벽은 네덜란드 전통의상을 재활용한 천을 덮어 가볍게 위트를 더하고 그래픽 아티스트의 벽화를 통해 방문객에게 영감을 준다. 넓은 창과 콘크리트 기둥이 있는 레스토랑은 버건디색과 하늘색으로 균형을 잡아 캐주얼하고 아늑한 무드를 조성했다. 재활용 플라스틱 우유 캡으로 마감한 바 테이블을 비롯해 둥근 모양과 다채로운 색상,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한 재활용 가구를 배치해 따뜻함을 더했다. 객실 역시 수성페인트로 마감해 친환경 콘셉트를 이어갔다.
친환경 호텔의 감각적인 첫인상
호텔에 들어서면 컬러풀한 재활용 플라스틱 벽지를 마주한다. 형형색색의 조각을 덧붙인 무늬가 에너제틱한 느낌을 주는데 친환경 요소를 활용해 발랄한 분위기를 완성한 호텔의 콘셉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미래를 위한 맛의 향연
큰 창으로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은 클래식한 카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하늘색과 버건디색 페인트, 재활용 색종이 바닥으로 다채로운 바탕을 마련하고 이와 동일한 색 스툴과 소파, 여러 색을 마블링한 재활용 플라스틱 테이블을 두어 입맛을 돋우는 팝한 공간을 연출했다.
BRAND TRAVEL
소비는 경험이다. 현대인에게 소비란 가치관을 증명하는 행위로,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소비하며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의 세계를 쌓아간다. 패션, 리빙 등을 아울러 일상의 아름다움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때로는 소비를 통해 이타적 가치를 실현하기까지.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끊임없는 탐험의 여정이 된다. 그리고 취향을 향해 모험을 떠나는 소비자를 위해 브랜드와 호텔이 만난다. 마음 놓고 머무르는 공간에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펼쳐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복합적 경험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가구, 침구 등을 다루는 리빙 브랜드에서는 자사 제품으로 공간을 꾸며 실제적 체험을 유도하는 모습이 꾸준히 보인다. 나아가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스토리텔링과 콘셉트를 더욱 매끄럽게 구현해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의 일상을 끈끈하게 묶는데, 일례로 MUJI 같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조화롭고 내추럴한 삶의 방식을 제안해왔으며 FENDI, VERSACE 등의 명품 브랜드 역시 자사 호텔을 통해 새로운 럭셔리 라이프를 노래하고 있다. 브랜드가 들려주는 삶의 방향성을 음미하며 취향의 세계를 구체화하고 깊이 확장할 기회. 바로 호텔에 있다.
취향의 바다에 빠져들다
CASA OCTAVIA
Design / PPAA·Pablo Pérez Palacios, Miguel Vargas, Jorge Quiroga, Hermann Tamayo
Location / Condesa, CDMX, México
Area / 340㎡
Photograph / Maureen M. Evans, Luis Young, Luis Garvan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멕시코 여성 의류 브랜드 OCTAVIA는 자사 호텔 CASA OCTAVIA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며 더 많은 소비자와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이에 디자인을 맡은 PPAA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갈한 삶의 태도와 심플한 디자인 미학을 반영할 뿐 아니라 빛과 자연을 통해 공간의 균형을 잡았다. 그 결과 편안한 뉴트럴 컬러와 소박한 소재가 어우러지면서도 요소마다 단정하게 정제돼 고급스러운 결을 살린 공간이 완성됐다. 또 호텔에서는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자연스럽게 경험해볼 수 있어 공간 전체가 완결성 있는 쇼룸 역할을 겸한다.
먼저 호텔은 보행자에게 친화적인 Condesa 지역에 위치한 만큼 도시와 공간, 방문객의 관계를 편안하게 이끌어가는 데에도 신경 썼다. 1층을 완전히 열린 공간으로 설정하고 카페와 레스토랑, 숍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해 브랜드를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구성의 개구부를 계획하고 외부와 각 층의 보이드를 아우르는 안뜰을 만들었는데, 이처럼 여백을 살려 빛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은은하게 조화 이루도록 했다. 공용 공간을 포함해 복도, 객실 등 내부는 고요한 공간감을 살려 건축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반듯한 조형과 부드러운 유선, 베이지, 그레이 등 자연 고유의 색감, 석재 테이블과 자갈 바닥처럼 순수한 물성이 이어지며, 우둘투둘한 벽과 터치를 살린 표면 등 수공예 감성이 묻어나는 마감을 드러내 마음이 따스하게 차오른다. 객실은 스튜디오, 대형 아파트, 호텔 타입으로 구성되는데, 브랜드의 최신 홈웨어 컬렉션과 최고급 침구를 사용해볼 수 있으며 포근한 분위기를 강화해 쉼에 몰입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방에는 외부에 설치한 나무 격자 프레임으로 빛과 그림자의 실루엣이 스며들어 더욱 서정적이다.
COPYRIGHT 2021.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Travel for Staying
머물기 위해 떠나는 호텔
취재 신은지, 한성옥, 이상진
자극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느긋이 머무르고 사유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호텔이 이 시대의 여행법을 변화시키고 있다.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떠나기는 어렵지만 반복되는 일상에만 매여 있을 수도 없다. 안전에 유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행동에 제약을 받아온 지난 1년.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 별것 아닌 상황 속에서도 즐길 거리를 찾아내 행복을 추구하는 능력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의미를 찾으며 천천히 자신을 돌보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 이제는 어딘가에 그저 머무르는 행위도 여행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1 국내 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한 달 살기’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260% 정도 늘었으며,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워케이션(Work+Vacation), 워캉스(Work+Vacance) 등의 신조어도 보편화되어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서 호텔은 일상을 포용할 뿐 아니라 여행의 완전한 목적지로 거듭나는 중이다. 물론 호캉스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유행해왔으나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콘텐츠와 경험 요소를 강화해 이전에 없던 호텔이 모습을 드러낸다. 안전하고 편안한 독채형 펜션에 대한 니즈가 늘어난 만큼 호텔도 프라이빗한 휴식을 심화하는 테마를 제안하는데, 실질적인 테라피 효과를 전하고자 악기 연주, 명상 수업, 요가 체험 등 심신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자연을 극대화한 공간을 통해 싱그러운 쉼을 선사한다. 특히 실제 식물을 배치하거나 시각적인 디자인 요소를 활용할 뿐 아니라, 반려 나무를 선물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여행객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도 자연이 주는 치유의 감각을 이어가도록 배려한다. 로컬 콘텐츠 역시 호텔 업계가 주목하는 방향이다. 사이트의 특징을 공간으로 적극 받아들이고 지역 여행 코스나 소소한 로컬 맛집을 포용하는가 하면, 지역이 간직한 복고, 뉴트로 등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이색적인 패키지를 계획하기도 한다. 한편 대중의 다양한 니즈를 고려해 타겟층 역시 한층 세밀하게 나누는 중이다. 더 의미 있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친환경, 비건 등의 주제를 받아들인 호텔이 등장하며 삶의 가치를 배울 때 얻을 수 있는 내면의 쉼과 안정을 전한다.
ART TRAVEL
나의 여행과 너의 여행은 다르다. 같은 목적지로 떠나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이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건 마음이 하는 일이기 때문. 일상에서 물러나 새로운 감각을 수용하며 삶을 환기하는 과정이 여행이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받아들이는 내면에 있다. 예술 역시 여행이다. 작가의 마음을 조형 언어로 구현해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 작품은 이를 감상하는 이에게 닿아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작가가 창조한 세계 속에서 참신한 경험을 맞닥뜨리고 사유를 깊이 이끌어 마음을 넓히는 것이다. 이처럼 예술에 뛰어드는 여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다름 아닌 공간이 맡는다. 인파 속에 고통받거나 작품을 스쳐 가듯 바라보는 공간이라면 과연 생각을 확장할 틈이 있을까. 예술은 머물러야 알 수 있다. 그렇기에 호텔은 예술을 가장 친밀하게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로 부상 중이다. 작품을 곁에 두고 지켜보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마음의 풍경에 온전히 집중하는 공간. 호텔은 아티스틱한 테마를 공간 전체로 확장하거나 예술가와 협업해 방을 작품 자체로 구성하는 등 예술이 투숙객의 삶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액자 너머로의 여행
BnA_WALL
Design / BnA
Location / 1-1, Nihonbashiodenmacho, Chuo-ku, Tokyo, Japan
Photograph / Tomooki Kengaku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벽화, 공간을 가르고 흘러내리는 듯 환상적인 조명, 그리고 곳곳을 수놓은 아티스틱한 오브제. 마치 거대한 설치 작품 속에 몸을 누인 기분이 든다. 일본 도쿄에 문을 연 BnA_WALL은 예술가와 협업해 콘셉추얼한 호텔을 선보여온 BnA 그룹의 최근 프로젝트다. 지역 예술가와 손을 잡고 방을 캔버스 삼아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했으며 각기 다른 콘셉트로 풍성한 예술 체험을 이끈다. 공간을 가득 채운 아티스틱한 비주얼뿐 아니라 시즌마다 예술가가 작업물을 선보이는 유연한 시스템과 각종 참여형 콘텐츠를 갖춰 더욱 진정성 있다. 외관은 벽돌로 간결한 실루엣을 구현해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창 너머로 다채로운 네온 컬러가 중첩된 조명이 비쳐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흘린다.
내부로 들어서면 러프한 콘크리트 골조를 드러낸 바탕에 각종 조형이 율동하는 활기찬 라운지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특히 지하부터 이어지는 보이드 공간이 돋보이는데, 한 벽 전체가 2층짜리 대형 캔버스로 역할 하며 신진 아티스트가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영역으로 자리한다. 가장자리를 투명한 유리로 마감해 방문객은 벽화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감상하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라운지 안쪽에 자리한 바는 스피크이지 콘셉트로 계획됐는데, 부스와 각종 집기 가장자리에 네온 컬러의 조명을 심어 신비로운 존재감을 뽐낸다. 호텔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는 것은 14명의 현지 예술가가 디자인한 26개의 아트 룸이다. 사방에 은은한 조명을 둘러 차원을 넘어선 듯한 경험을 이끌거나 비비드한 그래픽 아트로 게임속에 들어온 것처럼 짜릿한 풍경을 선사하는 등 다양한 주제를 독보적 감각으로 발화한다. 또 방마다 마련한 오디오 내레이션이 시각, 촉각, 청각을 고루 자극해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나아가 독창적인 수익 공유 시스템을 갖춰 머무는 것만으로도 해당 공간의 아티스트를 지원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
움직이고 진화하는 예술의 벽
공공장소에서 활동이 어려운 도시의 벽화가를 위해 대형 벽을 갖춘 공간을 마련했다. 합법적인 캔버스를 공급해 젊은 예술가들이 기술을 연마하는 동시에 투숙객은 다양한 작품 세계를 즐기며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예술가뿐 아니라 디자이너, 건축가, 엔지니어, 기업가 등이 모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으며, 예술적 창의성에 사업성을 더해 아티스트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한다.
꿈에서 그려본 도시의 풍경
daytime’ s daydream, EVERYDAY HOLIDAY SQUAD, BnA_WALL, photographer Tomooki Kengaku
‘도시의 기억’ 을 주제로 도쿄 풍경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객실. 러프한 공간감과 서늘한 푸른빛이 서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각기 다른 요철을 가진 푸른색 타일이 바닥을 채우고 있는데, 이는 도쿄의 노면이나 벽을 3D 스캔해 제작한 것으로 공간의 상징성을 심화한다. 표지, 방치된 물건, 고양이 발자국 등 타일 형태로 저장된 여러 흔적을 손으로 만지거나 밟으며 도쿄 여행을 새롭게 인지한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Float, YOSHIROTTEN, BnA_WALL, photographer Tomooki Kengaku
세련되고 미니멀한 공간에 사이버 펑크 콘셉트를 더해 이 세상과 다른 차원을 빚어냈다. 벽면을 통해 레드, 옐로, 그린, 퍼플 등 다채로운 빛을 나타내는 점이 독특하다. 오직 빛과 소리로만 채워진 신비로운 공간 속에서 투숙객은 평소 경험할 수 없는 명상 시간에 빠져들게 된다.
호텔에서 즐기는 게임
HARDCORE, magma, BnA_WALL, photographer Tomooki Kengaku
인간의 본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놀이’ 로 규정하고 게임 테마를 공간에 확장했다. 바닥에는 놀이판을, 벽에는 바둑판을, 그리고 천장 일부에는 농구대 여러 개를 설치해 투숙객이 공간을 장난감처럼 활용하며 시간을 보내게 했다. 각 면을 높은 채도의 색과 키치하고 볼드한 형상으로 연출해 더욱 재치 있다.
NATURAL TRAVEL
시야를 가리는 빽빽한 빌딩 숲에서 답답한 일상을 보내다 보면 푸르른 자연과 폭신한 흙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상쾌한 공기와 탁 트인 하늘, 평화로운 산의 정취를 누리기 위해 캠핑이나 차박 등 가벼운 여행도 인기를 끈다. 그러나 도심과 가까운 곳으로는 목마름이 채워지지 않는 이들은 오롯이 나와 자연만 남아 잔잔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 나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바람에 스치는 숲의 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고요한 순간에 몸을 맡기면 마음에 온기가 퍼진다. 광활한 자연을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 호텔도 자연을 닮아간다. 화려한 외관과 다양한 부대시설 대신 소박하고 목가적인 옷을 입고 레스토랑, 스파 등 힐링을 위한 공간에 집중한다. 자연이 선물한 신선한 음식과 트레킹, 농장 체험 등 자연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머무는 동안 충만한 행복을 선사한다. 또한 타인과의 접촉 없이 프라이빗하게 머무르고자 하는 수요와 맞물려 독채형 호텔이 더욱 인기를 끄는데, 자연 한가운데 자리한 오두막처럼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여유를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풍요로운 자연에 녹아들다
Breitenbach Landscape Hotel 48° Nord
Design / Reiulf Ramstad Arkitekter & ASP Architecture
Location / Breitenbach, France
Area / 20,000㎡
Photograph / Yvan Moreau, 11h45
양 떼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언덕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Breitenbach Landscape Hotel 48° Nord에서는 자연을 맞이해 온전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디자이너는 스칸디나비아의 대자연을 누리기 위한 노르웨이의 전통 별장 Hytte를 프랑스 마을로 들여 이국의 전통과 지역 정체성을 통합한 이색적인 공간을 완성했다. 초록빛 언덕에 나무둥치처럼 세운 비정형적인 오두막은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고 유제품 생산을 비롯해 다양한 생태 활동을 하는 마을을 체험하게 한다. 호텔은 산 가장 아래에 자리한 본관과 그 위로 펼쳐진 14개의 독채형 객실로 이루어지며 맞은편 산에서 자른 밤나무를 본연의 색을 살려 가공하고 기둥 위에 지어 자연 훼손을 최소화했다.
객실은 다른 이의 방해 없이 자연과 마주하도록 동선과 시선을 고려해 배치하고 구성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개인, 가족 등 다양한 여행객을 수용한다. 내부는 원목으로 내추럴하게 가다듬은 후 부드러운 패브릭을 더해 편안하고 세련된 공간을 완성했는데, 특별한 장식 없이 소박하게 구성해 자연 속에 머무는 평온한 휴식 시간을 선사한다. 아울러 객실의 가장 위층에 통창이나 테라스를 만들어 언덕을 내려다보며 내면을 풍성하게 채우는 공간을 마련했다. 한편 레스토랑과 공용 스파 공간이 자리하는 본관에서는 지역색이 가득한 유기농 음식을 맛보거나 사우나를 즐기며 재충전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는 시간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객실 Fjell은 노르웨이 스타일 사우나와 욕조를 두어 프라이빗한 스파를 즐길 수 있다.
큰 창을 낸 사우나와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의 욕조에서 심신을 다독이며 평화로운 순간을 경험한다.
자연이 선물한 미식
본관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원목으로 만든 짙은 색 가구와 마감재가 산장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인근 유기농 생산 업체와 호텔의 채소밭에서 공급하는 재료로 만든 요리를 맛보며 극대화된 생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LOCAL TRAVEL
교통, 통신 기술의 발달은 지구라는 거대한 세계를 거짓말처럼 매끄럽게 연결했고, 분절된 채 자신만의 풍경을 이루었던 세계는 순식간에 표준화되어 버렸다. 어디서나 똑같은 공간과 상품을 제공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도 못한다. 오히려 조금 투박하고 엉성하더라도 자신만의 색이 있는 콘텐츠가 관심을 끈다. 그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콘텐츠는 바로 로컬이다. 땅, 기후, 위치 등 지역의 환경과 특성에서 기인한 삶의 방식은 오직 그곳에서만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쌓아온 헤아릴 수 없이 장구한 시간을 품고 있어 특별한 아우라를 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자 하는 여행에서 지역의 고유성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떠나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낯선 삶을 찾아온 여행자를 위해 호텔은 지역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지역 특성을 공간에 녹여내 호텔에 머무르는 일 자체가 여행이 되게 하고 주민과 만나 지역 문화를 배우는 프로그램, 지역 생산물로만 요리한 음식 등을 준비해 풍부한 경험을 선사한다.
도시의 기원을 탐험하다
GALLERIA MIDOBARU
Design / DABURA.m Inc.
Location / 6 Horita, Beppu City, Oita, Japan
Area / 2,991.02㎡
Photograph / Nacasa & Partners Inc.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 벳푸의 GALLERIA MIDOBARU는 장소성을 기반으로 독특한 공간 경험을 창출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호텔이다. 벳푸의 온천이 조산운동으로 인해 형성됐고 이 온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한 점에 착안해 급경사 단층을 비롯한 특유의 지형과 지각 변동을 공간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지역성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호텔을 창조했다. 지형을 표현하기 위해 공간을 절개하고 비워 틈을 만든 후 수직과 수평을 자유롭게 교차했으며 이렇게 형성된 내부 구조를 공간과 공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로 활용해 새로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유도했다.
낮은 절벽 위에 있던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건물을 더해 완성한 GALLERIA MIDOBARU는 반듯하게 잘린 단층 같은 외관으로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들면서도 은근하게 시선을 끈다. 흙색을 띤 납작한 벽을 조금씩 어긋나게 밀고 당기며 겹겹이 세워 수직 단층을 은유했는데 입면을 안으로 살짝 밀거나 벽을 비워 표현을 극대화했다. 땅속에서 끌어 올린 듯한 흙색과 거친 표면도 자연스러움을 고조한다. 현지 삼나무로 콘크리트 거푸집을 만들어 단단하면서도 자연의 편안함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외관을 완성했는데 삼나무를 톱으로 거칠게 절단해 표면 질감을 살렸다. 또한 벳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의 적갈색을 입혀 흙 덩어리를 세워놓은 듯한 풍경을 그렸다. 내부에서도 벽체를 그대로 이어갔으며 벽을 트거나 구멍을 뚫고 수직축과 수평축을 자유롭게 교차해 복잡한 지형을 구현함으로써 고대의 자연 속을 거니는 느낌을 선사한다. 이 구조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 더욱 주목할 만하다. 야외로 이어지는 벽 일부를 비우고 공공 테라스 4개와 중정을 설계해 빛과 도시 풍경을 끌어들였으며 로비, 테라스, 카페 등 다양한 공공 공간이 골목길 같은 내부 구조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한 것이다. 공공 공간은 여행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열려 있으며 다양한 예술 작품을 배치해 예술가와 관람객을 유입함으로써 사람들이 소통하는 장소로 거듭났다. 단층과 복층으로 구성한 객실은 규슈의 조개로 만든 석고, 참나무로 마감해 편안하게 마음을 다독이고 객실마다 온천욕 시설을 계획해 벳푸의 매력에 흠뻑 젖을 수 있다.
LUXURY TRAVEL
누구나 특별한 삶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일상은 너무나 평범하고 무료하다. 특히 취미 활동, 사람들과의 모임, 콘서트 같은 문화 활동 등 소소한 행복마저 감염병의 위협 아래 제한되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인생의 모든 시간을 화려하게 수놓을 수는 없지만 일상 속 틈틈이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다 보면 삶 전체에 풍요로운 기운이 스며들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이러한 순간을 선물하려는 사람들은 럭셔리한 경험을 찾아 나선다. 진귀한 음식, 완성도 높은 상품, 맞춤형 서비스 등 단편적인 경험뿐 아니라 잠시나마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보는 기회도 주목받는다. 특히 19세기 상류층의 숙소이자 사교의 장으로 활약하며 고급스러운 공간의 대명사가 된 호텔은 비일상적이고 호화로운 분위기에 둘러싸여 온전히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장이다. 단순히 고가의 상품으로만 무장한 것이 아니라 품격 있는 공간, 개인 특화형 서비스, 문화와 취향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 쉽게 접하기 힘든 전통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등을 아울러 진정한 럭셔리의 의미를 전한다.
소중한 나를 위한 호화로운 하루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Design / Humbert & Poyet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231
Area / 51,279.3㎡
Photograph / 조선호텔앤리조트(조선 팰리스)
1914년 소공동에 등장한 뒤 당대 최고의 명망가들이 모여 문화를 향유하고 사교 활동을 하던 조선호텔이 새롭게 태어났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강남 테헤란로에 최상급 브랜드 호텔 조선 팰리스를 선보인 것이다. 조선 팰리스는 한국 초창기 고급 호텔이었던 조선호텔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럭셔리 테마를 구현해 차별화된 호화로움을 선사한다. ‘당신이 빛나는 시간’ 이라는 슬로건 아래 아르데코 디자인을 세련되게 재해석하고 조선호텔의 헤리티지를 시각화한 심벌과 패턴을 곳곳에 흩뿌려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공간을 구현했으며, 최상급 맞춤형 서비스와 시설을 제공해 모든 감각을 만족하는 황홀한 하루를 펼친다.
호텔 앞에 서면 거대한 문 위에 조선호텔의 역사와 조선 팰리스의 품격을 형상화한 심벌이 자리해 유서 깊은 호텔의 첫인상을 각인한다. 호텔 내부는 디자이너 듀오 움베르트 & 포예(Humbert & Poyet)가 역사성을 바탕으로 궁전처럼 격조 높은 공간을 연출했다.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아르데코 디자인을 모던하게 풀어냈는데, 전반적으로 밝은 바탕에 곡선과 골드를 넉넉하게 전개해 안락함을 자아내고 객실은 전체 테마를 이어가면서 차분하지만 산뜻한 녹색과 기하학 패턴으로 포인트를 줘 풍요롭고 화려했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객실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써 럭셔리 경험의 밀도를 높인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존 미니바를 투숙객이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수 있는 프라이빗바로 탈바꿈하고 객실마다 에어드레서를 구비해 의류 관리까지 돕는다. 호텔 24층에 위치한 1914 라운지&바는 헤리티지를 미각으로 향유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조선호텔의 이야기를 오마주해 1920년대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 팜코트, 지니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던 호텔 황동 열쇠 등을 모티브로 12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개발한 것이다. 더불어 조선호텔이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만나는 장이었던 점을 반영해 호텔 전반에 현대 예술 작품 4백여 점을 전시함으로써 문화적 소양가를 위한 소셜 플레이스의 전통을 이어간다.
화려한 하루의 첫걸음
4m에 달하는 높이로 시선을 압도하는 문 위에 조선 팰리스의 헤리티지를 구현한 심벌을 설치했다.
조선을 상징하는 이니셜 J를 중심으로 상단에는 조선호텔이 왕가의 거주지인 소공동에 위치했던 데 착안한 왕관을, 하단에는 조선호텔이 설립한 연도를 배치하고 좌우로 고귀함과 품위를 나타내는 사자, 부활과 영원을 상징하는 봉황을 계획해 뿌리 깊은 고급스러움을 뽐낸다.
럭셔리의 또 다른 기준, 예술
오늘날 한국의 황금기를 테마로 국내외 현대 예술 작품 4백여 점을 전시해 진정한 럭셔리를 제안한다. 로비를 비롯한 호텔 곳곳에 작품을 배치했으며 화려한 번영을 표현한 요한 크레텐(Johan Creten)의 <Glory>, 다층적인 아름다움의 순간을 포착한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Böhm Chapel> 등 감각적인 현대 미술과 김지원, 이정진 등 국내 대표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최고의 호텔을 맛으로 느끼다
9m에 달하는 천장고와 커튼월 너머 펼쳐지는 전망이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하는 1914 라운지&바.
나뭇잎을 모티브로 한 펜던트 조명 30여 개가 천장에서 뻗어 내려와 높은 층고를 강조하며 아치 디테일, 대리석, 톤을 낮춘 레트로 컬러 등이 어우러져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펼친다. 밤에는 매혹적인 야경과 라이브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전담 바텐더가 있는 프라이빗 룸을 마련해 더욱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VALUABLE TRAVEL
삶에 의미를 더하는 경험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시대. 이제 많은 이들은 가까운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방문할 때도 친환경 포장재와 공정무역 원두를 살피며 사회적 책임에 따라 행동한다. 나아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거나 다양한 사회적 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는데, 이들은 일상을 넘어 여행에서도 단순한 유희보다는 신념을 따르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호텔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동참하는 중이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속 가능한 요소를 공간에 녹인 호텔이 여행자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패시브 시스템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는 등 건축적인 시스템을 구현하거나 비건 메뉴를 제공하고 자원을 재사용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친환경 공간이 가지는 러프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탈피해 다채로운 무늬와 색을 입고 영감을 북돋우며 창의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사회적 책임을 재치 있게 받아들인 공간이 지구를 위한 노력을 마음에 더 깊이 새기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굳건하게 세우도록 돕는다.
지구를 위한 가치 있는 순간
The Student Hotel Delft
Design / The Invisible Party
Location / Delft, Netherlands
Area / 1,685㎡
Photograph / Steve Herud
네덜란드에 위치한 The Student Hotel Delft는 청년들이 머무르며 일할 수 있는 호텔로 친환경 요소를 가득 채워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실현했다. 자원 재사용과 보존, 탄소 발자국 감소를 핵심 가치로 선정하고 태양 에너지, 친환경 샤워 시스템, 나사와 볼트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재활용 가구 등 다양한 솔루션을 도입했다.
호텔은 공용 공간과 객실로 나뉘는데, 모든 영역에 완전히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했으며 커뮤니티를 장려하는 호텔 아이덴티티에 따라 공용 공간을 넓히고 감각적으로 구성했다. 라운지, 레스토랑, 공유 오피스 등을 갖춘 공용 공간은 에코 디자인 콘셉트를 부각해 친환경 수성페인트로 벽을 마감하고 접착제 사용을 줄였으며 오래된 청바지로 만든 의자와 빈티지 가구를 배치했다. 그중 개방적인 계단형 작업 공간과 라운지는 톡톡 튀는 색감을 사용해 활력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 또 공유 오피스 벽은 네덜란드 전통의상을 재활용한 천을 덮어 가볍게 위트를 더하고 그래픽 아티스트의 벽화를 통해 방문객에게 영감을 준다. 넓은 창과 콘크리트 기둥이 있는 레스토랑은 버건디색과 하늘색으로 균형을 잡아 캐주얼하고 아늑한 무드를 조성했다. 재활용 플라스틱 우유 캡으로 마감한 바 테이블을 비롯해 둥근 모양과 다채로운 색상,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한 재활용 가구를 배치해 따뜻함을 더했다. 객실 역시 수성페인트로 마감해 친환경 콘셉트를 이어갔다.
친환경 호텔의 감각적인 첫인상
호텔에 들어서면 컬러풀한 재활용 플라스틱 벽지를 마주한다. 형형색색의 조각을 덧붙인 무늬가 에너제틱한 느낌을 주는데 친환경 요소를 활용해 발랄한 분위기를 완성한 호텔의 콘셉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미래를 위한 맛의 향연
큰 창으로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은 클래식한 카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하늘색과 버건디색 페인트, 재활용 색종이 바닥으로 다채로운 바탕을 마련하고 이와 동일한 색 스툴과 소파, 여러 색을 마블링한 재활용 플라스틱 테이블을 두어 입맛을 돋우는 팝한 공간을 연출했다.
BRAND TRAVEL
소비는 경험이다. 현대인에게 소비란 가치관을 증명하는 행위로,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소비하며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의 세계를 쌓아간다. 패션, 리빙 등을 아울러 일상의 아름다움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때로는 소비를 통해 이타적 가치를 실현하기까지.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끊임없는 탐험의 여정이 된다. 그리고 취향을 향해 모험을 떠나는 소비자를 위해 브랜드와 호텔이 만난다. 마음 놓고 머무르는 공간에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펼쳐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복합적 경험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가구, 침구 등을 다루는 리빙 브랜드에서는 자사 제품으로 공간을 꾸며 실제적 체험을 유도하는 모습이 꾸준히 보인다. 나아가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스토리텔링과 콘셉트를 더욱 매끄럽게 구현해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의 일상을 끈끈하게 묶는데, 일례로 MUJI 같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조화롭고 내추럴한 삶의 방식을 제안해왔으며 FENDI, VERSACE 등의 명품 브랜드 역시 자사 호텔을 통해 새로운 럭셔리 라이프를 노래하고 있다. 브랜드가 들려주는 삶의 방향성을 음미하며 취향의 세계를 구체화하고 깊이 확장할 기회. 바로 호텔에 있다.
취향의 바다에 빠져들다
CASA OCTAVIA
Design / PPAA·Pablo Pérez Palacios, Miguel Vargas, Jorge Quiroga, Hermann Tamayo
Location / Condesa, CDMX, México
Area / 340㎡
Photograph / Maureen M. Evans, Luis Young, Luis Garvan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멕시코 여성 의류 브랜드 OCTAVIA는 자사 호텔 CASA OCTAVIA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며 더 많은 소비자와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이에 디자인을 맡은 PPAA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갈한 삶의 태도와 심플한 디자인 미학을 반영할 뿐 아니라 빛과 자연을 통해 공간의 균형을 잡았다. 그 결과 편안한 뉴트럴 컬러와 소박한 소재가 어우러지면서도 요소마다 단정하게 정제돼 고급스러운 결을 살린 공간이 완성됐다. 또 호텔에서는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자연스럽게 경험해볼 수 있어 공간 전체가 완결성 있는 쇼룸 역할을 겸한다.
먼저 호텔은 보행자에게 친화적인 Condesa 지역에 위치한 만큼 도시와 공간, 방문객의 관계를 편안하게 이끌어가는 데에도 신경 썼다. 1층을 완전히 열린 공간으로 설정하고 카페와 레스토랑, 숍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해 브랜드를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구성의 개구부를 계획하고 외부와 각 층의 보이드를 아우르는 안뜰을 만들었는데, 이처럼 여백을 살려 빛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은은하게 조화 이루도록 했다. 공용 공간을 포함해 복도, 객실 등 내부는 고요한 공간감을 살려 건축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반듯한 조형과 부드러운 유선, 베이지, 그레이 등 자연 고유의 색감, 석재 테이블과 자갈 바닥처럼 순수한 물성이 이어지며, 우둘투둘한 벽과 터치를 살린 표면 등 수공예 감성이 묻어나는 마감을 드러내 마음이 따스하게 차오른다. 객실은 스튜디오, 대형 아파트, 호텔 타입으로 구성되는데, 브랜드의 최신 홈웨어 컬렉션과 최고급 침구를 사용해볼 수 있으며 포근한 분위기를 강화해 쉼에 몰입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방에는 외부에 설치한 나무 격자 프레임으로 빛과 그림자의 실루엣이 스며들어 더욱 서정적이다.
COPYRIGHT 2021.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