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만큼 채워지는 공간의 가치와 의미
디자인 브랜드의 스페이스 아이덴티티
진행 / 허혜림
쇼핑도 ‘문화’ 라 외치는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발길을 붙드는, 이색적인 볼거리로 가득 찬
디자인 브랜드의 쇼룸 인테리어를 만나다.
전시장은 우리가 가진 제품을 최대한 밀어 넣어, 하나라도 더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디자인적으로 별다르게 차이나지 않는 제품들을 일괄 나열한다고 하여, 소비자에게 특별한 인상을 줄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제품 값어치가 떨어져 보이는 역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요즘 같이 현명하고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보다 사회적, 심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쉬운 예로, 윈도우쇼핑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가 필요하지도, 사지도 않을 물건을 구경하는 윈도우쇼핑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쇼핑이라는 그 과정 자체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제품은 물론이거니와 상점 인테리어, 점원의 서비스, 기타 이벤트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어느 품목의 제품이든 질적인 수준에 있어 평균화를 이룬 오늘날 소비자는 이렇듯 다양한 요소들을 평가하며 구매를 결정짓게 된다. 이러한 시각에서 대형 건설사와 같은 B2B시장을 겨냥한 자재 업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자재 전시장 내부에 건설사 관계자들이 세미나나 미팅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운영해 왔으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디자인 가구업체들 역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소비자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고자 노력한바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미지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오늘날, 인테리어 업계 전시장은 말 그대로 ‘디자인’ 이라는 소속 분야에 걸맞게 세련된 분위기와 앞선 감각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마치 갤러리와 같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커피숍에 온 듯 이색적이고 편안한 이미지, 실제 누군가 살고 있는 것처럼 리얼한 이미지 등 남들과 차별화된 전시방법은 그 속에 속한 제품에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싶게 만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뇌리에 더욱 강하게 기억될 수 있다.
Bath Museum
디자인 / (주)디자인스튜디오·김종호
위 치 /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28-12
면 적 / 지하1층-207㎡, 1층-168㎡,
2층-238㎡, 3층-234㎡
사 진 / 박창수
새턴바스가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 한복판에 오픈한 Bath Museum은 향후 2년 뒤의 욕실 트렌드를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기존 바스타워의 총 4개 층을 리뉴얼 한 것으로, 업체가 자랑하는 새턴라이트(액상 아크릴) 소재 제품군을 비롯해 비데, 월풀욕조, 욕실장, 세면대, 수전 및 샤워기 등 토털 욕실 인테리어를 위한 모든 품목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Bath Museum은 도기를 닮은 순백의 입구 파사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Skape’ 욕조를 외부에 과감하게 전시한 것은 제품에 대한 기업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깊게 이어진 입구를 지나 마주한 전시장 1층과 지하 1층은 갤러리와 같은 모던한 인테리어 속에 새턴라이트 소재를 활용한 주방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새턴라이트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친환경적이고 위생적인 소재이다. 이곳은 또한 새턴바스와 업무 협력관계를 맺은 이탈리아TEUCO사의 월풀욕조와 스파룸 등의 제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2층은 이번 Bath Museum의 메인이 되는 전시장으로, 욕실이라는 회사가 속한 시장 특성을 살려 공간을 재구성했다.
마치 거인국의 욕조 안에 들어온 듯 새하얀 라운드 벽면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놓인새턴라이트 소재 제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제품의 나열이 아닌, 공간 여백을 통한 심플함과 오브제처럼 여유롭게 배치된 제품을 통해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한 것이다. 크나큰 욕조를 벗어나 가장 안쪽 널찍한 공간에 들어서서 마주하게 되는 벽면에는 새턴바스가 추구하고자 하는 ‘곡선의 아름다움’ 과 ‘백색 무광의 미학’ 그리고 ‘면과 선이 만나는 아름다움이’ 표현되어 있다.
한편, 3층은 업체와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협업한 제품들을 비롯해 각 인테리어 스타일, 평형대별 상황에
알맞은 욕실세트를 제시하며,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다. 전시장 입구부에는 디자이너 Karim Rashid 특유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나는 핑크빛 욕조 ‘Kouple’ 로 산뜻한 첫인상을 전한다. 이어서 이탈리아 건축가 Claudio Bellini가 디자인한 모던한 형태의 ‘My White’ 컬렉션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물의 파장을 모티브로 자연과 동화되는 유니크한 욕실 인테리어를 완성한 작품이다. 이렇듯 새턴바스의 Bath Museum은 실용성과 기능성에 초점 맞춰진 욕조, 세면기 등과 같은 제품을 공간이라는 확장된 개념으로 재해석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욕실의 미적인 부분을 일깨워 준다.
B&B Italia showroom
Architecture / Pitsou Kedem Architects(+972 3 620 4493)
Location / Tel Aviv, Israel
Design Team / Pitsou Kedem, Irene Goldberg, Raz Melamed
Photography / Amit Geron
디자이너 Pitsou Kedem는 이스라엘 텔아비브(TelAviv) 항구 지역에 버려진 낡은 창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B&B Italia를 위한 쇼룸으로 재탄생 시켰다. 이에 먼저, 높이 11m에 이르는 외관은 기둥의 위치에 맞춰 격자선이 그어진 깔끔한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이곳이 예전에 창고였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없게 한다. 다소 깊이감 있는 파사드를 지나 쇼룸 내부에 들어서면 전체 가로 너비를 꽉 채우고 있는 중이층과 그곳을 향해 난 녹슨 철제 계단의 압도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녹슨 계단의 붉은 빛은 주변의 회색 콘크리트 벽체와 세련된 대조를 이루며,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다소 변형된 형태를 통해 역동성을 가미했다.
그리고 건축가는 기존 건물의 기둥과 대들보, 서쪽 벽면만을 유지한 채 공간 중심의 모든 것을 제거하고, 연속성에서 영감을 받은 디스플레이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했다. 이에 쇼룸을 길게 지나는 금속 프레임 윈도우 패널은 공간을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누면서도, 여전히 서로를 향해 열려있다. 이에 측면 창을 통해 들어온 자연광이 공간 중심으로까지 막힘없이 들어오며 언제나 밝은 분위기를 전달하고, 소파와 책장처럼 다소 무거운 가구들이 들어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갑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또한 여기서 다양한 디자인의 소파와 카펫, 테이블, 소품 등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한 각 세트와 세트 사이에는 육각 창살 파티션을 설치해 두 공간간의 차별성을 일깨우는 한편, 여전히 시각적으로는 개방성을 고수한다.
제품들로 가득찬 복잡한 인테리어가 아닌, 최대한 절제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던 디자이너는 업체의 로고마저 입구 파사드에 작게 표기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노출 콘크리트의 드라이한 느낌과 서쪽으로 난 붉은 벽돌 벽을 조화시켜 모던과 클래식이 공존하는 듯한 색다른 감성을 불어넣었다. 아울러 천장으로 그대로 노출된 파이프를 산뜻한 레드 컬러로 칠해 방문객의 시선을 좀 더 위로 향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카운터 데스크 위로 길게 떨어지는 펜던트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는 등 B&B Italia showroom이 지닌 높은 층고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자 했다.
Roca London Gallery
Design / Zaha Hadid Architects·Zaha Hadid, Patrik Schumacher(www.zaha-hadid.com)
Project Director / Woody Yao, Maha Kutay
Project Architect / Margarita Yordanova Valova
Concept Design / Dylan Baker-Rice, Melissa Woolford, Matthew Donkersley, Maria Araya
Location / London, UK
Area / 1,100㎡
Material / Facade-Glass Reinforced Concrete(GRC)
Interior-Glass Reiforced Concrete(GRC), Glass Reinforced Gypsum(GRG)
Flooring-Resin, Tiles
Furniture-Glass Reinforced Plastic(GRP)
Photography / Offered by Roca
Roca London Gallery는 지난 9월, 런던에서 개최되는 건축 관련 행사 중에서도 가장 큰 이벤트인 Open House London 2012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이는 스페인 욕실용품 전문업체 Roca가 자사의 상품 전시를 위해 마련한 1,100㎡ 규모의 갤러리로서 건축가 Zaha Hadid가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되었다. 건축가는 다양한 물의 상태를 투영시킨 공간이라는 콘셉트 아래 물처럼 흐르는 다공성 공간을 조성했으며, 맞춤형 설계를 통해 역동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이곳은 단순히 제품을 살펴보고 고르는 행위를 넘어서 독특하고 즐거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갤러리 내부는 형태와 기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조건 아래, 상품진열을 위한 반 개방형 구역들과 시청각 자원들, 예술의 경지에 이른 쌍방향 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인 미팅룸 등 다목적, 다용도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각 공간은 유리섬유강화 석고를 사용한 순백색의 메인 공간을 중심축으로 한 방울씩 떨어져 갤러리 안을 흐르는 듯한 물의 움직임처럼 연결된다. 이는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형태 그대로가 조명기기가 되고,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의 전시선반,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이 빚어낸 듯한 책상과 의자로 표현되는 등 물의 유동적인 움직임으로 각 구역에 고유의 정체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그 이동 경로에 따라 공간을 이어주는 움직이는 액체의 물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여섯 개의 작은 전시공간들은 마치 동굴처럼 반 개방형으로 중첩되거나 깎여나간 형태를 통해 닫혀 있다는 이미지가 전달되지 않게 한다.
움직이는 물이라는 디자인 주제는 Roca London Gallery의 역동적인 파사드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회색 파사드에는 주 출입구와 창문이 되는 대형 개구부를 배치하고, 촉감이 강조된 마감재를 적용해 1층 외관 전체에 걸쳐 잔물결들이 퍼져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렇듯 Roca London Gallery의 유동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는 자연의 모습과 닮아 있다. Zaha Hadid의 특징이기도 한 이러한 설계는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함께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더해져 오락적인 즐거움과 지루할 틈 없이 변화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WUHAO Curated Shop Beijing
Design / Isabell Pascal(www.wuhoonline.com)
Location / Beijing, China
Photography / Offered by WUHAO
중국 베이징에 자리한 WUHAO의 숍은 아름다운 안뜰을 가진 중국 전통 가옥을 리뉴얼한 것으로 계절 변화에 따른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WUHAO의 설립자이자 큐레이터인 Isabelle Pascal이 초반에 이 낡은 건물과 정원을 개조한 목적은 그녀의 아이디어와 작품을 발표하고자 함이었으나, 이후 젊은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이번 WUHAO의 숍과 전시 콘셉트는 ‘나무(木), 불(火), 흙(土), 금속(金), 물(水)’ 의 5가지 중국 요소에서 영감을 받았다.
각각의 요소는 계절과 연결되며, 이에 따라 공간은 세 달을 주기로 전시품에 변화를 주어 항상 신선한 분위기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봄은 나무를, 여름은 불을 상징하며, 가을은 금속을, 겨울은 물과 연관되는데 각 계절이 넘어가는 간절기에는 이 두 계절의 성격이 동시에 표현된다. 그리고 이러한 리뉴얼 과정에서 디자인적으로 가장 크게 변화되는 곳이 바로 입구부분이다. 매 시즌마다 색다른 컬러와 소재 그리고 제품으로 구체화되며 첫 인상에서부터 새로운 공기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원형의 입구 파빌리온에서부터 계단식 정원 가까이로는 비, 바람에 저항력을 지닌 가구들이 전시되고, 전통적인 벽돌담이 정원의 동쪽에서부터 서쪽을 둘러싸며 선택된 소수에게만 알려진 듯한 비밀스럽고도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북쪽 정원 근처의 메인관은 예스러운 우드 플로링과 빈티지한 가구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인테리어 제품들과 계절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패션 액세서리를 함께 코디네이션하여 시각적으로 더욱 풍성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COPYRIGHT 2013.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자 - 인테르니앤데코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비운만큼 채워지는 공간의 가치와 의미
디자인 브랜드의 스페이스 아이덴티티
진행 / 허혜림
쇼핑도 ‘문화’ 라 외치는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발길을 붙드는, 이색적인 볼거리로 가득 찬
디자인 브랜드의 쇼룸 인테리어를 만나다.
전시장은 우리가 가진 제품을 최대한 밀어 넣어, 하나라도 더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디자인적으로 별다르게 차이나지 않는 제품들을 일괄 나열한다고 하여, 소비자에게 특별한 인상을 줄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제품 값어치가 떨어져 보이는 역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요즘 같이 현명하고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보다 사회적, 심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쉬운 예로, 윈도우쇼핑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가 필요하지도, 사지도 않을 물건을 구경하는 윈도우쇼핑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쇼핑이라는 그 과정 자체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제품은 물론이거니와 상점 인테리어, 점원의 서비스, 기타 이벤트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어느 품목의 제품이든 질적인 수준에 있어 평균화를 이룬 오늘날 소비자는 이렇듯 다양한 요소들을 평가하며 구매를 결정짓게 된다. 이러한 시각에서 대형 건설사와 같은 B2B시장을 겨냥한 자재 업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자재 전시장 내부에 건설사 관계자들이 세미나나 미팅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운영해 왔으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디자인 가구업체들 역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소비자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고자 노력한바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미지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오늘날, 인테리어 업계 전시장은 말 그대로 ‘디자인’ 이라는 소속 분야에 걸맞게 세련된 분위기와 앞선 감각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마치 갤러리와 같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커피숍에 온 듯 이색적이고 편안한 이미지, 실제 누군가 살고 있는 것처럼 리얼한 이미지 등 남들과 차별화된 전시방법은 그 속에 속한 제품에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싶게 만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뇌리에 더욱 강하게 기억될 수 있다.
Bath Museum
디자인 / (주)디자인스튜디오·김종호
위 치 /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28-12
면 적 / 지하1층-207㎡, 1층-168㎡,
2층-238㎡, 3층-234㎡
사 진 / 박창수
새턴바스가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 한복판에 오픈한 Bath Museum은 향후 2년 뒤의 욕실 트렌드를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기존 바스타워의 총 4개 층을 리뉴얼 한 것으로, 업체가 자랑하는 새턴라이트(액상 아크릴) 소재 제품군을 비롯해 비데, 월풀욕조, 욕실장, 세면대, 수전 및 샤워기 등 토털 욕실 인테리어를 위한 모든 품목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Bath Museum은 도기를 닮은 순백의 입구 파사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Skape’ 욕조를 외부에 과감하게 전시한 것은 제품에 대한 기업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깊게 이어진 입구를 지나 마주한 전시장 1층과 지하 1층은 갤러리와 같은 모던한 인테리어 속에 새턴라이트 소재를 활용한 주방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새턴라이트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친환경적이고 위생적인 소재이다. 이곳은 또한 새턴바스와 업무 협력관계를 맺은 이탈리아TEUCO사의 월풀욕조와 스파룸 등의 제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2층은 이번 Bath Museum의 메인이 되는 전시장으로, 욕실이라는 회사가 속한 시장 특성을 살려 공간을 재구성했다.마치 거인국의 욕조 안에 들어온 듯 새하얀 라운드 벽면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놓인새턴라이트 소재 제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제품의 나열이 아닌, 공간 여백을 통한 심플함과 오브제처럼 여유롭게 배치된 제품을 통해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한 것이다. 크나큰 욕조를 벗어나 가장 안쪽 널찍한 공간에 들어서서 마주하게 되는 벽면에는 새턴바스가 추구하고자 하는 ‘곡선의 아름다움’ 과 ‘백색 무광의 미학’ 그리고 ‘면과 선이 만나는 아름다움이’ 표현되어 있다.
한편, 3층은 업체와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협업한 제품들을 비롯해 각 인테리어 스타일, 평형대별 상황에
알맞은 욕실세트를 제시하며,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다. 전시장 입구부에는 디자이너 Karim Rashid 특유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나는 핑크빛 욕조 ‘Kouple’ 로 산뜻한 첫인상을 전한다. 이어서 이탈리아 건축가 Claudio Bellini가 디자인한 모던한 형태의 ‘My White’ 컬렉션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물의 파장을 모티브로 자연과 동화되는 유니크한 욕실 인테리어를 완성한 작품이다. 이렇듯 새턴바스의 Bath Museum은 실용성과 기능성에 초점 맞춰진 욕조, 세면기 등과 같은 제품을 공간이라는 확장된 개념으로 재해석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욕실의 미적인 부분을 일깨워 준다.
B&B Italia showroom
Architecture / Pitsou Kedem Architects(+972 3 620 4493)
Location / Tel Aviv, Israel
Design Team / Pitsou Kedem, Irene Goldberg, Raz Melamed
Photography / Amit Geron
디자이너 Pitsou Kedem는 이스라엘 텔아비브(TelAviv) 항구 지역에 버려진 낡은 창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B&B Italia를 위한 쇼룸으로 재탄생 시켰다. 이에 먼저, 높이 11m에 이르는 외관은 기둥의 위치에 맞춰 격자선이 그어진 깔끔한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이곳이 예전에 창고였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없게 한다. 다소 깊이감 있는 파사드를 지나 쇼룸 내부에 들어서면 전체 가로 너비를 꽉 채우고 있는 중이층과 그곳을 향해 난 녹슨 철제 계단의 압도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녹슨 계단의 붉은 빛은 주변의 회색 콘크리트 벽체와 세련된 대조를 이루며,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다소 변형된 형태를 통해 역동성을 가미했다.
그리고 건축가는 기존 건물의 기둥과 대들보, 서쪽 벽면만을 유지한 채 공간 중심의 모든 것을 제거하고, 연속성에서 영감을 받은 디스플레이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했다. 이에 쇼룸을 길게 지나는 금속 프레임 윈도우 패널은 공간을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누면서도, 여전히 서로를 향해 열려있다. 이에 측면 창을 통해 들어온 자연광이 공간 중심으로까지 막힘없이 들어오며 언제나 밝은 분위기를 전달하고, 소파와 책장처럼 다소 무거운 가구들이 들어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갑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또한 여기서 다양한 디자인의 소파와 카펫, 테이블, 소품 등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한 각 세트와 세트 사이에는 육각 창살 파티션을 설치해 두 공간간의 차별성을 일깨우는 한편, 여전히 시각적으로는 개방성을 고수한다.
제품들로 가득찬 복잡한 인테리어가 아닌, 최대한 절제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던 디자이너는 업체의 로고마저 입구 파사드에 작게 표기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노출 콘크리트의 드라이한 느낌과 서쪽으로 난 붉은 벽돌 벽을 조화시켜 모던과 클래식이 공존하는 듯한 색다른 감성을 불어넣었다. 아울러 천장으로 그대로 노출된 파이프를 산뜻한 레드 컬러로 칠해 방문객의 시선을 좀 더 위로 향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카운터 데스크 위로 길게 떨어지는 펜던트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는 등 B&B Italia showroom이 지닌 높은 층고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자 했다.Roca London Gallery
Design / Zaha Hadid Architects·Zaha Hadid, Patrik Schumacher(www.zaha-hadid.com)
Project Director / Woody Yao, Maha Kutay
Project Architect / Margarita Yordanova Valova
Concept Design / Dylan Baker-Rice, Melissa Woolford, Matthew Donkersley, Maria Araya
Location / London, UK
Area / 1,100㎡
Material / Facade-Glass Reinforced Concrete(GRC)
Interior-Glass Reiforced Concrete(GRC), Glass Reinforced Gypsum(GRG)
Flooring-Resin, Tiles
Furniture-Glass Reinforced Plastic(GRP)
Photography / Offered by Roca
Roca London Gallery는 지난 9월, 런던에서 개최되는 건축 관련 행사 중에서도 가장 큰 이벤트인 Open House London 2012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이는 스페인 욕실용품 전문업체 Roca가 자사의 상품 전시를 위해 마련한 1,100㎡ 규모의 갤러리로서 건축가 Zaha Hadid가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되었다. 건축가는 다양한 물의 상태를 투영시킨 공간이라는 콘셉트 아래 물처럼 흐르는 다공성 공간을 조성했으며, 맞춤형 설계를 통해 역동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이곳은 단순히 제품을 살펴보고 고르는 행위를 넘어서 독특하고 즐거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갤러리 내부는 형태와 기능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조건 아래, 상품진열을 위한 반 개방형 구역들과 시청각 자원들, 예술의 경지에 이른 쌍방향 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인 미팅룸 등 다목적, 다용도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각 공간은 유리섬유강화 석고를 사용한 순백색의 메인 공간을 중심축으로 한 방울씩 떨어져 갤러리 안을 흐르는 듯한 물의 움직임처럼 연결된다. 이는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형태 그대로가 조명기기가 되고,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의 전시선반,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이 빚어낸 듯한 책상과 의자로 표현되는 등 물의 유동적인 움직임으로 각 구역에 고유의 정체성을 부여할 뿐만아니라, 그 이동 경로에 따라 공간을 이어주는 움직이는 액체의 물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여섯 개의 작은 전시공간들은 마치 동굴처럼 반 개방형으로 중첩되거나 깎여나간 형태를 통해 닫혀 있다는 이미지가 전달되지 않게 한다.
움직이는 물이라는 디자인 주제는 Roca London Gallery의 역동적인 파사드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회색 파사드에는 주 출입구와 창문이 되는 대형 개구부를 배치하고, 촉감이 강조된 마감재를 적용해 1층 외관 전체에 걸쳐 잔물결들이 퍼져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렇듯 Roca London Gallery의 유동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는 자연의 모습과 닮아 있다. Zaha Hadid의 특징이기도 한 이러한 설계는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함께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더해져 오락적인 즐거움과 지루할 틈 없이 변화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WUHAO Curated Shop Beijing
Design / Isabell Pascal(www.wuhoonline.com)
Location / Beijing, China
Photography / Offered by WUHAO
중국 베이징에 자리한 WUHAO의 숍은 아름다운 안뜰을 가진 중국 전통 가옥을 리뉴얼한 것으로 계절 변화에 따른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WUHAO의 설립자이자 큐레이터인 Isabelle Pascal이 초반에 이 낡은 건물과 정원을 개조한 목적은 그녀의 아이디어와 작품을 발표하고자 함이었으나, 이후 젊은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이번 WUHAO의 숍과 전시 콘셉트는 ‘나무(木), 불(火), 흙(土), 금속(金), 물(水)’ 의 5가지 중국 요소에서 영감을 받았다.각각의 요소는 계절과 연결되며, 이에 따라 공간은 세 달을 주기로 전시품에 변화를 주어 항상 신선한 분위기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봄은 나무를, 여름은 불을 상징하며, 가을은 금속을, 겨울은 물과 연관되는데 각 계절이 넘어가는 간절기에는 이 두 계절의 성격이 동시에 표현된다. 그리고 이러한 리뉴얼 과정에서 디자인적으로 가장 크게 변화되는 곳이 바로 입구부분이다. 매 시즌마다 색다른 컬러와 소재 그리고 제품으로 구체화되며 첫 인상에서부터 새로운 공기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원형의 입구 파빌리온에서부터 계단식 정원 가까이로는 비, 바람에 저항력을 지닌 가구들이 전시되고, 전통적인 벽돌담이 정원의 동쪽에서부터 서쪽을 둘러싸며 선택된 소수에게만 알려진 듯한 비밀스럽고도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북쪽 정원 근처의 메인관은 예스러운 우드 플로링과 빈티지한 가구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인테리어 제품들과 계절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패션 액세서리를 함께 코디네이션하여 시각적으로 더욱 풍성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COPYRIGHT 2013.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자 - 인테르니앤데코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