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되찾은 집 - Home is Wonderland (2021.5)

자유를 되찾은 집
Home is Wonderland

취재 신은지, 한성옥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집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투영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 집은 왜 저 사람의 집과 이토록 비슷한 것일까. 발상을 전환하는 주거 프로젝트를 살펴보며 나만의 집을 만들어갈 아이디어를 얻어본다.

인류 역사에서 방이 분화하기 시작한 것은 전적으로 거주자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영역에 따라 분명한 기능과 역할을 할당해 관리하기 편리하도록 만들며 구성원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개인 시간을 통해 내면을 충만하게 돕는다. 하지만 생산 효율과 합리성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판에 찍어낸 것 같은 구조가 주거 시장을 채워나가고 있다. 보통과 평균에 의한 구획은 한 개인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물론 홈 인테리어를 향한 뜨거운 관심으로 많은 이들이 집을 취향에 맞춰 단장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나, SNS를 타고 유행하는 스타일에 휩쓸려 오히려 자신의 기준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기본을 다지지 않고 쌓아 올린 탑은 금방 무너진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신만의 집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와 평소 생활 패턴이 무엇인지, 집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떠한 색과 패턴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파고든 후에야 자신이 진정 살고 싶은 집에 다가갈 수 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탐구해보았다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용기다. 거실은 꼭 소통의 공간으로 비워 두어야 하는지, 벽이 꼭 일자여야 할지, 넓고 크게 확장한 공간만이 답인지 의문을 던지며 고정관념을 한 번쯤 부수어 보려는 용기가 공간에 자유를 부여한다.
이 시대가 가장 주목하는 공간은 집이다. 많은 이들이 휴식, 업무, 유희 등 다양한 목적을 받아들인 집에는 이제 한계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레이어드 홈을 구현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삶의 방식을 깊이 읽어낸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자유를 받아들인 홈 인테리어를 제안하며, 나만의 색다른 원더랜드를 꾸밀 용기와 의지를 전해본다.



Undefinable
Around the vestibule

Design / gosplan
Location / Camogli, Italy
Area / 140㎡
Photograph / Anna Positano

"현관을 독립적이고 폐쇄적으로 구성하되 콘셉추얼하게 연출했어요. 그래서 일반 주거와는 차별화된 감각이 느껴져요.
 방문을 열 때도 어떤 공간이 펼쳐질지 기대할 수밖에 없죠.”

매일 같은 모습으로 마주하는 집의 풍경은 마냥 편안하다가도 때때로 익숙하고 지루하다. 거주자와 집의 관계에도 설렘이 필요하다. 들어설 때마다 기분 좋은 낯섦을 불러일으키는 집,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문 너머를 기대하게 만드는 집, 무엇을 정의하지 않은 공간에서 삶이 자유롭게 흐르는 집. 하지만 가장 보통의 일상이 담기는 공간에서 그런 모습을 바라는 것은 과분한 일일까. 이탈리아의 아파트 리모델링 프로젝트 Around the vestibule는 로마 도무스 구조에 창의적으로 접근해 집의 레이아웃과 방 사이의 관계를 재해석한 공간이다. 도무스 구조는 사회적 커뮤니티를 받아들이는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방을 간단히 배치한 형태인데, 아트리움과 방 사이에 명료한 위계가 생겨 방은 기능이 없는 보조 공간처럼 자리하게 된다. 디자이너는 아트리움인 중앙 현관을 가구 시스템으로 감싸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문과 벽, 수납장의 경계를 허물어 방에 진입할 때 신비로운 감각을 느끼게 의도했다. 이를 임팩트 있게 표현하기 위해 예스러운 테라조 바닥과 석고 장식은 남겨둔 뒤 벽 전체에 패널을 둘러 기하학적 조형과 대칭을 살렸다. 톤을 낮춘 민트 계열로 바탕을 감싸면서 수납장과 선반을 매립하고 문고리도 없애 면을 깔끔하게 정돈했다. 또 문과 수납장 일부에는 은은한 핑크 톤과 아치를 적용해 트렌디한 미감이 느껴지며, 분할한 면마다 각기 다른 두께의 스트라이프 패턴을 새겨 개성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양옆 형태와 색 배합이 대칭을 이루게 해 공간 구조를 모호하게 연출한 점이 돋보인다. 

한편 이러한 현관을 중심으로 각 방은 수평적 질서를 가지게 된다. 거실, 주방 등 비중 있는 영역까지도 동일한 방식으로 구획해 수평적으로 연출한 점이 흥미로우며, 미로 같은 구조 너머 방이 펼쳐져 다이내믹한 진입감을 형성한다. 방 내부는 현관 디자인을 이어 핑크, 민트 컬러와 스트라이프 패턴을 활용하면서도 역할에 알맞게 맞춤 가구를 제작해 각 공간이 특별하다. 특히 주방에는 콤팩트한 아일랜드와 수납형 좌석을 배치하고 서재에는 벽 마감을 겸하는 가구 시스템과 수납형 책상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 게스트 룸으로 활용할 수 있다.



Urban Heritage
용인 수지한국아파트

디자인 / 커먼그라운드디자인·이도현, 곽은지
시공 / 커먼그라운드디자인·황국민, 고도연
위치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정평로 116 수지한국아파트
면적 / 103.6㎡
사진 / HW Studio·허완

"한의사 부부의 신혼집이어서 한옥에 사는 느낌을 의도했어요. 전통미를 차분하고 정적인 감성으로 풀어내 부담스럽지 않게 중화했죠.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구조를 짜 일상생활과 전통미가 조화를 이룹니다.”

급격한 근대화를 겪으면서 우리의 삶은 전통과 멀어졌다. 특히 주거 양식이 크게 변해 한옥은 특정 구역에만 남아있는 집이 되었다. 그러나 삶이 현대화 될수록 전통에 대한 그리움도 커지는지 한옥을 개조한 상공간이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서울에 한옥 주거 단지가 새로 조성되기도 한다. 전통 속에는 바쁘게 살며 잃어버린 여유와 소박한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 현대 주거를 벗어나기 어렵다. 

커먼그라운드디자인이 진행한 용인 수지한국아파트는 현대의 보편적 주거인 아파트에 한국 전통미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익숙하지만 신선한 풍경을 그린다. 한의사 부부인 거주자는 한옥에 사는 느낌을 누리길 원했는데, 디자이너는 한국 고유의 미감은 살리되 전통을 그대로 이식해 이질적으로 두기보다는 상징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일상 풍경과 어우러지도록 했다. 한국적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여백의 미로 공간 전체를 감싸 안고자 백색을 천장과 벽, 가구, 소품 등에 섬세하게 펼쳤으며 이를 따라 나무로 선을 넣어 차분한 흐름을 이루었다. 현관에 전통 격자무늬를 간결히 가다듬은 중문을 설치해 처음부터 한국적인 인상을 전하고 안으로 들어서면 예스러운 정취가 담백하게 깃든 공간이 나타나 마음을 잔잔히 가라앉힌다. 거실은 휴식 공간이자 서재 역할을 하도록 긴 탁자를 두고 벽에는 텔레비전 대신 수납장을 배치했으며, 하얗게 칠한 수납장에 나무를 띠처럼 두르고 전통 경첩과 빗장을 달아 고가구의 느낌을 세련되게 풀어냈다. 주방 역시 흰색과 나무 조합을 이어가 통일감을 주었으며 ㄷ자 구조로 효율성을 높였다. 침실은 한국적 서정성이 깊이 감돌아 집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잡아준다. 한옥의 분합문 형태를 구현한 창이 특히 눈에 띄는데 어해도가 그려진 창호지를 바르고 상단에 간접등을 설치해 깊은 밤 달빛이 드리우듯 운치 있는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다. 붙박이장 문에도 전통 창호를 재해석한 문양을 넣어 고아하게 마무리했다.



Adventure Stage in Home
Mountain View House

Design / CAN
Location / Sydenham, South London, United Kingdom
Area / 375㎡
Photograph / Jim Stephenson

"두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의 집이에요.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탐험할 수 있는 집을 꿈꿨죠.
 극장, 놀이동산 등을 모티브로 다양한 질감과 색을 펼쳐 매순간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세상, 집. 아무리 평범한 집이라도 아이들에게는 무한할 정도로 넓고 눈에 닿는 요소 하나하나가 전부 신기한 신세계다. 바닥을 구르고 소파에 오르고 화분을 만지는 모든 순간이 아이들에게는 미지의 세계를 누비는 모험이 되는 것이다. 런던의 Mountain View House는 집이라는 공간 자체를 모험의 무대로 만들어 아이들의 유년 시절에 생동감 넘치는 빛을 채운다. 놀이동산, 극장, 산 등 다양한 장소를 모티브로 여러 가지 재료와 색을 펼쳐 볼수록 흥미로운 주거가 탄생했다. 특히 집 후면을 확장해 라운지를 조성하면서 유리 파사드로 정원과의 연결성을 높이고 산 형태의 구조물을 얹어 개성 있는 외관을 연출한 점이 돋보인다.

2층 규모의 주택은 활동적인 1층과 차분한 2층으로 나뉜다. 디자이너는 1층 전체를 극장으로 상상해 집 앞쪽은 어둡지만 뒤로 갈수록 밝아지게 연출함으로써 불 꺼진 객석에서 환한 무대로 나아가는 기분을 선사한다. 가장 먼저 만나는 거실은 짙은 파란색에 푹 잠긴 듯한 모습이 인상적인데 천장, 벽, 바닥부터 소파와 카펫까지 모두 파란색을 적용해 비일상적인 느낌을 준다. 거실을 나서면 조리 구역과 식사 구역으로 이루어진 주방이 나타난다. 두 구역에 각기 다른 톤을 입혀 이미지를 차별화했으며, 조리 구역은 벽돌 벽을 민트색으로 칠해 밝은 표정을 부여하고 낮은 가구로만 구성해 높은 천장을 강조하면서 뒤쪽으로 펼쳐진 정원이 보이게 했다. 도마와 우유병 뚜껑을 재활용한 하부장과 아일랜드는 테라조 패턴으로 완성해 경쾌한 포인트가 된다. 식사 구역은 산을 모티브로 한 벽이 어두운 인상을 전한다. 회색 벽에 거친 질감을 내 거대한 바위처럼 표현하고 식탁과 의자도 어두운색으로 통일했으나 창가에 테라조 패턴 벤치를 배치하고 패스트푸드 브랜드 조명을 두어 개성 있는 콘셉트를 유지했다. 주방의 틀을 잡는 기둥도 산 모티브를 확장한 것으로 측량대처럼 빨간색과 흰색으로 칠해 콘셉트를 강화하면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부서지고 남은 잔해같이 연출한 벽돌 벽 너머에는 라운지가 자리한다. 전면에 유리를 시공해 정원과 소통하는 라운지는 바둑판 같은 타일로 벽을 마감하고 인더스트리얼한 파란색 천장 구조물, 주황색 소파, 빨간색 쿠션 등 다채로운 색을 조합해 발랄한 기운이 넘쳐흐른다. 집 위에 산을 얹은 듯한 라운지 파사드가 독특한 콘셉트에 방점을 찍는데, 모형 산을 이용한 디즈니랜드의 롤러코스터에 착안한 것으로 발포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구멍이 뻥뻥 뚫린 질감이 재미있다. 한편 휴식 공간인 2층은 흰색 바탕에 밝은 목재를 더해 편안하게 마무리했다.



Art and Life Balance
Sergio Fiorentino Studio

Architect / +Cstudio, Massimo Carnemolla architect
Location / Ex Convento di Santa Chiara, Noto, Sicily, Italy
Photograph / Filippo Bamberghi photographer

"이곳은 차분하고 안락한 집이 아니에요. 성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인 특이한 공간이죠.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영감을 자극하는 요소를 안배해 생각과 감정을 쉴 새 없이 뛰놀게 합니다.”

사랑에 빠진 이의 삶은 풍요롭다. 매 순간 마음에 차오르는 기쁨과 충만한 영감, 그리고 대상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열정까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일상을 뒤바꾸는 동력이 된다. 사랑의 대상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라 취미나 일로도 연결되는데, 특히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야 하는 예술가들은 삶과 예술을 긴밀하게 연결하려는 욕구를 토대로 주거의 본질에 새롭게 접근한다. 예술가 Sergio Fiorentino의 주거이자 작업 공간인 Sergio Fiorentino Studio 프로젝트는 보편적 집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구조로 숨 쉬듯 예술을 만끽하는 공간이다. 오래된 유적으로 남은 수도원을 되살려 홈 랩을 창조한 것인데, 돔 천장과 아치 구조, 옛 마감재를 유지해 역사가 흐르는 건물이 시대를 초월한 경험을 선사한다. 나아가 완전히 열린 평면에 거실, 주방, 작업실, 침실 등을 배치해 경계를 흐렸으며 곳곳에 작품을 전시해 어디서든 쉴 수 있고 어디서든 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건물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침잠된 베이지 톤을 바탕으로 부서진 벽돌과 벗겨진 석고, 녹슨 철골 구조물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지나간 역사를 짐작게 한다. 빛바랜 파란색을 입은 목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티스틱한 오브제로 가득한 높은 돔형 내부가 무던히 흐르던 일상을 일깨운다. 예술가 Sergio Fiorentino가 주로 사용하는 울트라 마린 블루를 메인 컬러로 다양한 아트워크와 가구를 선별했으며, 블루 특유의 차분하고 신성한 느낌이 수도원에 담긴 역사를 공간으로 확장한다. 이와 더불어 딥한 레드와 톤 다운된 옐로, 골드 컬러를 구성함으로써 파란색을 포함한 원초적 색상 배합으로 공간 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아치 기둥 안쪽에만 메자닌 층을 형성해 편의성을 살리면서 유적을 보호하고자 했는데, 지나치게 예스러워 답답한 공간을 연출하기보다 현대적 감각을 더해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이끌었다. 메자닌의 보와 벽, 그 아래 배치한 주방 아일랜드를 검은색으로 통일하고 욕실의 한 면은 투명한 유리로 과감히 오픈한 것이다. 아울러 침실 겸 드레스 룸인 메자닌 영역은 난간 없이 개방하고 직선이 돋보이는 가구 시스템으로 천장과 바닥을 이어 독창적인 영역성을 부여했다.



Sentence of Space
CASA TEXCAL

Design / HGR ARQUITECTOS
Location / Tepoztlán, Morelos. México
Area / 483㎡
Photograph / DIANA ARNAU

"집 안 어디서든 웅장한 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두 개의 볼륨을 교차해 집을 지었어요.
 클라이언트가 애서가인데다 가면 수집가여서 컬렉션을 모아놓을 공간도 조성했고요.”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삶의 만족도를 결정한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펼쳐진다면 언제나 마음에 싱그러운 기운이 흐르고, 좋아하는 물건이 빼곡히 들어찬 집에서는 몇 날 며칠 외출하지 않아도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멕시코의 산 아래 마을에 자리한 CASA TEXCAL은 아름다운 경치와거주자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공간을 짜 삶을 충만하게 채우는 집이다. Cerro Del Tepozteco 산의 끝자락에 자리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최대한 많은 자리에서 수려한 산세를 바라볼 수 있는 집을 만들고자 했고, 디자이너는 두 개의 볼륨을 T자로 교차해 전망을 최대로 확보하는 솔루션을 제안했다. 더불어 두 볼륨의 접점에 중정을 조성하고 자연과 가까운 마감재를 사용해 외부 환경을 깊숙이 끌어들였는데, 현지 석재인 Texcal로 외부를 덮고 내부는 소나무, 삼나무 등으로 마감해 자연과 융화하는 주거를 창조했다. 남쪽을 향한 집 전면은 뜨거운 태양빛을 피할 수 있도록 폐쇄적이지만 널찍한 정원과 웅장한 산을 마주한 후면은 곳곳에 큰 창을 내 활짝 열려 있다. 특히 T자의 상단을 이루는 박공지붕형 볼륨이 눈에 띄는데 2층 규모의 볼륨 전면을 최소한의 프레임만 남기고 모두 유리창으로 덮어 외부 경치를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유리창 너머의 내부도 흥미롭다. 거주자가 40년 넘게 수집한 가면과 수많은 책을 모아두기 위해 창 앞쪽 공간을 거대한 도서관처럼 연출한 것으로, 층을 통합하고 창 맞은편에 2층 높이의 책장을 세웠으며 널찍한 벽에 각양각색의 가면을 걸어 압도적인 컬렉션을 완성했다. 책장 뒤로는 중정이 자리하고 중정 앞으로 또 다른 볼륨이 이어지는데 목재 격자 파티션으로 경계를 부드럽게 나눈 점이 돋보인다. 파티션 너머에 위치한 다이닝 룸은 벽에 통창을 시공해 파티오와 연결하고 두툼한 삼나무 식탁을 두어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흐른다. 침실로 구성한 2층 역시 목재를 활용해 통일감 있게 마무리 했으며 벽과 일체화한 침대 프레임과 사이드 테이블로 포인트를 주었다.



Escape from Reality
SOFTIE

Architect / OPA·Zoë Prillinger, Luke Ogrydziak, Yuki Bowman, Dave Bowen
Contractor / FGC
Location / Mill Valley, California, USA
Area / 603.86㎡
Photograph / Naaro(표기한 이미지 외), Joe Fletcher

"누구나 한 번쯤은 구름 위에 살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볼 거예요.
 이곳은 거주자뿐 아니라 구름의 집이기도 합니다. 이 집에서라면 평범한 하루도 몽환적이고 감미로운 여정으로 변하죠.”

집은 또 다른 세계다. 문을 나서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말이 관용어구처럼 쓰이지만 집에서만큼은 반대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그곳에는 세상에서 발버둥치며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나를 위한 낙원이 펼쳐진다. 유기적인 건축 요소로 자연의 감각을 회복하는 집 SOFTIE는 거주자가 꿈꾸는 환상 속 세계이자 마음과 정신까지 깊숙이 다독이는 영혼의 휴식처다. 외부 세계가 간섭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고 일상을 환기하기 바란 거주자를 위해 정적인 현대 건축 구조에 맥시멀한 곡면 볼륨을 덧대 구름 속에 떠 있는 집을 연출했다. 모던한 골조에 결합한 추상적인 형태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부수어 거주자의 삶을 다채로운 활기로 채운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기존 주거는 언덕 위에 자리해 지평선을 덮은 산등성이와 자유롭게 퍼지는 물결을 감상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는 이곳에 구름이 머물도록 해 주위의 아름다운 환경과 극적인 조화를 완성했는데, 간결한 직선과 사각형 매스를 결합한 모던 스타일의 집에 비정형적인 곡면 구조물을 가미해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부드럽고 따스한 감각으로 중화했다. 2층에 자리한 현관은 문 아래로 하얀 구름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발판을 만들어 강렬한 콘셉트의 시작을 알린다.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으로 뭉게뭉게 솟아오른 거대한 구름 기둥이 초현실적 감각을 전한다. 천장에서 유기적인 라인을 그리며 이어지는 기둥은 거실과 다이닝 공간 사이의 스킵 플로어 계단을 감싸듯 자리하며, 기존 벽과 격자 프레임의 반듯한 미감을 흐릿하게 만들어 부유하고 표류하는 듯하다. 또 야외 테라스에는 하얀색 패널을 겹친 구름 조형물을 벽에서 돌출한 것처럼 위트 있게 표현했다. 상대적으로 낮고 넓은 1층은 별도 구조물을 가미하는 대신 벽면 자체를 흐물거리는 유동체처럼 마감해 신비롭게 연출했다. 특히 가느다란 기둥을 일렁이는 벽면이 잠식해가듯 동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유머러스하다. 메인 침실과 욕실이 자리한 3층은 사방에 낸 창을 통해 풍경이 온전히 스며드는 공간이다. 침실은 차분하게 쉴 수 있도록 직선을 살려 간결하게 마감하되 욕실은 높이 솟은 돔 구조를 비정형적인 구체의 보이드로 덜어내 콘셉트에 방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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