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Me Green - 자연과 동행하는 삶 (2019.7)

Make Me Green
자연과 동행하는 삶

취재 신은지, 김소연

집이나 일터, 혹은 그 어디에서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푸르른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고자 하는 원초적 욕망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진화시킨다.

생기 넘치는 너른 품을 지닌 자연은 늘 인간을 보듬어준다.
변함없이 푸르른 낯을 마주하노라면 육체의 피로는 물론 마음의 근심까지 씻겨 내려갈 정도다. 이처럼 수많은 이들이 쉼을 갈구하며 자연을 찾는 것을 보면, 인간의 마음과 유전자에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 본능이 내재해 있다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이론이 증명되는 듯하다. 단순히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우울증을 극복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건강을 증진하는 등 자연과 함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회색빛 도심에서 자연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도시인을 애태우는 녹색 갈증은 환경 가치를 우선하는 숲세권 시대를 이끌며, 공간에 자연을 더욱 과감하게 녹여낸다. 이에 단순히 식물을 삶의 터전에 들이거나 모티프로 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목적과 방법으로 함께하는 시도가 계속된다. 트렌디한 디자인 요소뿐 아니라 건축 구조를 변경하거나 시스템, 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연 요소를 효과적으로 컨트롤하는 기술이 개발돼더욱 창의적인 디자인이 가능해졌으며, 온난화, 미세먼지 문제 등을 직면한 사회는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성을 필수적으로 고려하게끔 만든다. 사랑하면 닮는다고 했던가. 자연과 가까이 지내기 원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맞춰가려는 노력은 말 그대로 사랑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싱그러움을 사랑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저마다 독창적인 방법으로 자연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나간다.



나무가 사는 집
Ha House

How to design_보이드 공간에 계단식 테라스 정원을 설치했다.

Design / VTN architects
Location / Ho Chi Minh, Vietnam
Area / 137.2㎡
Photograph / Hiroyuki Oki

대도시는 교통량의 급증과 대기 오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건축가들은 주거에 자연을 도입해 도시를 위한 솔루션을 제안한다. 베트남 건축사 VTN architects는 건축에 식물을 접목하는 ‘House for Trees’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 나무를 적극적으로 들인 4층 주거 Ha House를 완공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데 그치지 않고 거주자의 삶과 자연이 보다 밀접하게 얽힌 새로운 형태의 주거를 구현하고자 했다. 건축가는 잘게 나눈 여러 개의 정원을 수직으로 연결해 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독창적인 입면을 완성했다.
외관은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매스가 점차 뒤로 물러나면서 비틀리는 구조로 계획됐고, 맨 위층은 뷰를 즐길 수 있게 아래층보다 2m 돌출시켰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보이드 공간에 다양한 크기의 테라스 정원을 설치했는데, 계단식으로 꼭대기 층까지 이어진다. 또 건물 사이의 틈을 그대로 살려 햇빛과 시원한 바람을 실내로 들인 점이 돋보인다. 외부의 식물은 외관을 푸르게 장식할 뿐 아니라 햇빛을 거르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1층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공용공간으로 조성됐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투명 창을 사이에 두고 왼쪽엔 수영장, 오른쪽엔 거실이 자리한다. 거실은 우드 소재로 통일된 체어와 테이블로 내추럴 콘셉트를 명확히 하는 반면, 수영장은 화이트와 아쿠아블루 컬러 타일이 적용돼 시각적인 청량감을 선사하고 분위기를 환기한다. 이어지는 2층은 플로어 일부를 비워 보이드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가족 간의 원활한 소통을 의도했다. 

온전히 자녀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된 2층은 침실과 학습공간으로 이루어졌는데, 틈처럼 난 천창으로 빛을 들여 쾌적하고 싱그러운 인상을 심는다. 아울러 복도에 빌트인 책장을 매입해 수납력을 높였으며, 이를 기준으로 침실과 학습공간을 배치하고 우드 슬라이딩 도어로 구분해 동선을 정리했다. 그중 학습공간은 책장 중간에 창문과 책상이 설치돼 자연의 풍경을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외부 계단을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는 3층은 부부의 독립된 공간이다. 널찍한 침실은 커다란 창을 지녀 햇빛을 한껏 들이며, 집의 톤 앤 매너를 그대로 살린 우드 가구로 따뜻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침실에서 바로 이어지는 스파룸은 수영장과 동일한 아쿠아 블루컬러의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해 시원하면서도 감각적인 힐링 공간으로 꾸며졌다. 4층은 간결한 아웃도어 키친과 작은 정원을 갖췄으며, 식물로 채워진 풍경을 내려다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건강한 그리너리 오피스
Leping Social Entrepreneur Foundation Headquarters

How to design_식물을 심은 거대한 조형물을 설치해 직원 간 소통을 도모했다.

오피스 환경은 일의 능률, 사내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갖춘 환경은 업무 능률 향상과 유연한 사내 문화를 조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사회적 혁신을 수행하는 비영리 단체 Leping Social Entrepreneur Foundation은 최근 본사 오피스를 효율적으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식물을 테마로 선택했다. 오피스는 이주 노동자를 위한 직업훈련, 농업 연구, 유치원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투자 기업, 재단 등과 공유하는 형태다. 한 지붕 아래 가지각색의 기업을 묶기 위해 식물이 심어진 거대한 링 조형물이 오피스 중앙에 도입됐다. 싱그러운 푸르름이 채워진 오피스 덕분에 직원들은 더욱 활동적으로 움직였으며, 일의 능률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공용 공간에서 다른 부서는 물론 타 기업과 교류가 시작돼 건강한 사내 문화가 깃들었다.

탁 트인 오피스는 공용 중앙 공간과 개별 작업·휴식을 위한 사이드 공간으로 나뉘는데, 생기 있는 색감과 푸르른 식물의 조화로 에너제틱한 인테리어를 보여준다. 내부로 들어서면 중앙에 위치한 붉은 색의 거대한 행잉 조형물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링 모양의 조형물은 공기 여과 시스템과 식물을 재배하는 화단을 갖췄는데, 조형물 위에 부착된 모니터에서는 실내 공기 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직원은 일을 하는 중간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식물을 재배하거나 다른이와 소통하는 등 자연스러운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재배된 채소와 허브는 점심 식사에 사용된다. 조형물 바로 아래에는 같은 모양과 색상의 레일 트랙을 그려 넣었는데, 이 트랙은 직원들이 오피스 내부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다기능 장소인 트랙 중앙 공간에는 워크숍, 대규모 미팅, 강의, 공연 등 상황에 맞게 테이블과 의자를 유동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여기서 별도의 회의 공간을 조성할 때 사용되는 캐노피는 자전거 바퀴가 달려있어 재미를 불어넣는다. 중앙 공간의 한 켠에는 산을 닮은 거대한 조형물이 자리한다. 입체적인 매스에 녹색 패브릭을 입힌 조형물은 여러 각도의 표면을 지녀 직원들이 눕고 기대는 등 다양한 자세로 업무를 보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한편, 사이드에 배치된 작업 공간은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실루엣의 테이블을 배치하되 붉은 프레임으로 전체적인 통일감을 줬다. 미니 키친과 라운지로 이루어진 휴식 공간은 붉은색 행잉 캐노피와 플랜트, 팬던트 조명으로 감각적으로 연출됐다.



우리동네 초록 살롱
KEB하나은행 컬쳐뱅크 열매정원

How to design_공간 특성과 콘텐츠를 융합해 색다른 아이덴티티를 창출했다.

Design / VERYTHINGS
Location / 서울특별시 송파구 석촌호수로 135
Area / 153.83㎡
Photograph / 김호영, 신선혜

숲속에 들어온 듯 싱그러운 분위기에 둘러싸여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은행이 있다. 잠실에 문을 연 KEB하나은행 컬쳐뱅크 열매정원(이하 열매정원)은 다양한 콘텐츠를 큐레이팅해 지역과 상생을 꾀하는 컬쳐뱅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심 속 자연을 추구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VERYTHINGS와 협업해 탄생했다. 주거가 밀집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홈 가드닝을 다루는 플랜트 샵 겸 카페를 함께 구성함으로써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동네 주민의 거실이자 사랑방 같은 은행을 완성했다. 특히 단순한 이벤트성 공간이 아닌 자연과 함께하는 실제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 더욱 주목할 만하다.
VERYTHINGS의 전문적인 운영·관리를 통해 가드닝 강연과 꽃꽂이 클래스 등 풍부한 콘텐츠를 선사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시니어 층을 타겟팅한 커뮤니티 그라운드, 키즈 전용 수업을 신설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보조하도록 공간을 변형하는 등 사용자와 소통하며 성장한다.

아파트 상가 건물로 올라가면 큰 창 너머로 푸르른 풍경이 보이는 열매정원이 나타난다. 식물이 지닌 다채로운 빛을 표현하고자 했던 디자이너는 다양한 톤의 그린 컬러를 주조로 내추럴한 우드를 배치해 평화로운 정경을 그려냈다. 내부는 아담한 공간을 개방적으로 구성해 넓어 보이게 했으며, 플랜트를 곳곳에 배치하되 각 식물의 형태가 돋보이도록 요소 간 밸런스를 섬세히 조절했다. 특히 천장에는 입체적인 우드 격자패널을 설치하고 내추럴한 콩자갈 바닥을 매치해 고즈넉한 마을 회관의 분위기를 냈다. 상가 건물 내 위치한 구조적 특성상 솔리드 월을 활용하기 어려웠는데, 스토어 겸 카페의 카운터 바를 중앙에 배치하고 은행 창구는 가장 안쪽에 두어 동선을 정리했다. 공존하는 두 영역을 감각적인 디자인 파티션으로 자연스럽게 구획한 점이 돋보인다. 카페 영역은 카운터 바를 중심으로 다양한 타입의 좌석이 배치됐다. 둥근 실루엣과 우드 소재의 가구로 좌석을 통일해 편안한 자연 느낌을 의도했으며, 클래스시 식물을 다루기 편하도록 테이블을 높이는 등 섬세하게 계획했다. 카운터 바에는 가드닝 관련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단을 갖춰 실용성을 높였다. 은행과 카페 사이에는 유기적인 실루엣의 거대한 평상을 두어 올가닉 무드의 대기 공간을 마련했다. 안쪽 은행 창구에도 행잉 플랜트와 포근한 우드가 적용됐지만 정직하고 실용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정갈한 형태로 녹여냈다.



미래를 위한 공생
The Green House
How to design_자원을 순환하는 친환경 건축 시스템과 식자재 재배 온실을 적용했다.

Design / architectenbureau cepezed
Location / Utrecht, The Netherlands
Area / 680㎡
Photograph / cepezed, Lucas van der Wee

삶을 담아내는 터전이자 무한한 에너지의 근원인 자연은 인간에게 마치 선물같은 존재다. 환경 보호가 필수적인 현대 사회에서는 자연과 지속가능한 공생을 위해 다양한 실험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도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축 업계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이 관찰되는데, 이러한 혁신을 잘 보여주는 레스토랑 The Green House가 최근 네덜란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친환경 가치를 주요하게 다뤄온 건축사 architectenbureau cepezed가 설계한 곳으로, 빈 공공 부지에 순환성을 모토로 한 파빌리온을 세워 자연을 활용하는 색다른 방안을 제안했다. 재활용 가능한 자재로 골조를 다지고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과 자체 도시 농장을 갖춰 자연의 본질과 가장 유사한 건축을 구현한 것이다. 이처럼 자연을 자원으로 이용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프로세스를 녹여내 진정한 공존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재조립이 간편한 스틸 프레임에 유리 패널을 덧댄 외관은 내부를 투명하게 드러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2층 규모의건물은 레스토랑과 다목적 회의실, 실내 온실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해가 지면 조명으로 온실 속 식물이 부각돼 외부에서도 싱그러운 초록빛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천장에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하는 등 기능이 집약된 담백한 외관으로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 안으로 들어서면 골조를 러프하게 드러낸 1층이 나타난다. 이곳은 프레온 가스를 사용하지 않은 100% 재활용 가능한 조립식 목재를 활용해 친환경성을 보장했다. 기다란 평면을 따라 카운터 바와 오픈형 주방, 좌석을 나란히 배치해 동선을 단순화했으며, 천장을 2층까지 높여 개방적인 분위기를 꾀했다. 특히 높은 천장 아래 큼직한 플랜트 월을 설치해 싱그러운 분위기를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다. 환경 보호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주방은 재사용 연료로 작동하는 ac-plug-free 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절감에 탁월하다. 

2층으로 올라가면 콤팩트한 회의실 옆, 80㎡에 이르는 면적의 온실에 수직형 플랜트 키트가 채워져 있다. 사방의 유리벽으로 빛을 넉넉히 투과하는 온실은 레스토랑 전용 식자재가 재배돼 유기적인 건축 구조와 자연의 순환성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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