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Cross The Border - 선 위를 걷다 (2023.5)

Design, Cross The Border
선 위를 걷다 

취재 최지은

당연함과 상식에 대한 다양한 기준이 등장한 시대. 기존의 범주로는 규정짓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디자인의 기준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으로 편안함에 대한 기준이 다분화되었다. 주거에 주로 적용되던 편안함의 이미지도 우드, 뉴트럴 톤 중심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각자의 취향을 공간 곳곳에 반영함으로써 안정을 느끼고자 한다. 메타버스 세계가 연상되는 환상적인 색감과 형태부터 할머니 집이 떠오르는 짙은 체리목과 자잘한 꽃무늬의 빈티지 스타일까지 저마다의 편안함을 규정한 것이다. 주거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공간, 공공기관, 종교 건물 등에서도 기존의 선을 아슬하게 넘나드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독특한 구조, 기능, 상반된 개념의 공존 등을 적용함으로써 이색적인 감각을 빚는다. 건축과 주거의 전형적인 역할을 벗어난 공간부터 온오프라인을 연결한 플래그십 스토어, 종교의 통합을 꿈꾸는 예배당 등을 만나며 방문객은 자신의 편견을 벗어나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과감한 시도로 고정관념을 깨고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을 만나보자.



Absorbent Sandstorm Skyscraper

Design / Kalbod Design Studio
Photograph / Kalbod Design Studio

최근 고층 건물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좁은 도시의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스카이라인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직접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에 고층 건물 외벽을 따라 식물을 심어 수직 정원을 꾸미는 사례가 느는 등 건물 전체를 기능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 Kalbod Design Studio는 모래사막이라는 두바이 환경을 개선해 줄 Absorbent Sandstorm Skyscraper를 제안했다. 기존 두바이의 모습에 자연스레 녹아들 고층 건물 형태를 띠되 열대 사막 기후 도시를 마비시키는 모래 폭풍을 제어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모래 폭풍을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해 더욱 주목할 만하다. 건물은 모래시계가 연상되는 형태를 띠며 가는 중앙부를 중심으로 대칭되는 위치에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을 통해 모래바람을 흡수하는 것으로 토양 입자에 전하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 이를 스마트 패널로 흡수하는 구조다. 모래의 양에 따라 구멍 사이즈가 자동 조절되고 흡수된 모래는 지하로 흘러가 모래 배터리로 연결된다. 모래 배터리는 몇 달간 에너지를 저장해 건물 자체에 필요한 양은 물론 주변 지역에도 이를 공유할 예정이다. 모래 폭풍을 더욱 철저히 제어하고자 2030년까지 총 25채의 건물을 계획했으며 내부는 물리, 항공 우주, 생물학, 의학 등 과학 기술 연구기관과 주거 시설을 담게 된다.



Symbol Showroom

Design / Balbek Bureau
Photograph / Andrey Bezuglov, Maryan Beresh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등장한 디지털 쇼룸으로 우크라이나 프리미엄 세그먼트 브랜드 유통 업체인 Symbol 사가 새로운 콘셉트의 부티크 인테리어를 의뢰함에 따라 계획되었다. 기존 매장의 럭셔리한 쇼핑 경험에 색다름을 추가하고자 온오프라인이 상호 작용하는 매장을 만든 것이다. 유행과 트렌드에 영향받지 않는 클래식한 캐시미어 코트처럼 시대를 초월한 미학을 추구한다는 업체의 지향점을 공간에도 반영해 담백하되 우아함이 느껴지게 설계했다. 이에 공간 전체를 회색 톤으로 정돈했으며 벽에 흐르는 듯한 곡면을 적용해 바람에 흩날리는 직물의 모습을 표현하고 하나의 바리솔 조명으로 천장 전체를 마감해 미니멀한 인상을 이어갔다. 

내부는 아치형 통로로 연결된 긴 직사각 형태를 띠는데 중앙의 반 아치형 개구부를 기준으로 바깥쪽은 온라인, 안쪽은 오프라인과의 연계성이 돋보인다. 입구 왼편에는 오프라인 매대를 대신할 두 개의 태블릿이 놓여있다. 마치 무대처럼 플로어 램프와 스탠딩 조명이 태블릿을 비추고 있으며 이곳에서 고객은 업체가 Snapchat과 협업한 필터를 이용해 원하는 옷과 액세서리를 가상으로 도전해 볼 수 있다. 반대편 카운터 뒤에는 커다란 화면과 소파를 배치해 리셉션 영역을 꾸렸다. 이곳은 고객의 대기 영역이자 인터랙티브 피팅룸이 자리하는 공간으로 고객은 소파 앞 화면과 Apple Magic Trackpad가 내장된 작은 테이블을 통해 Symbol의 웹사이트에 접속, 원하는 룩을 완성하면 직원이 제품을 전달해 준다. 이렇게 전달받은 제품은 안쪽의 전통적인 탈의실에서 직접 입어 보면 되며 자유롭게 사진을 찍도록 높은 층고를 활용해 균일한 라이트 박스와 미러 도어 등을 설치했다.



The Circus

Design / CUBO design architect ·Hitoshi Saruta
Photograph / TOREAL·Koji Fujii

자동차를 사랑하는 거주자를 위해 만든 세컨하우스. 클라이언트가 자동차 속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여가 시간을 보내도록 사람, 자동차, 방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린점이 특징이다. 서커스 천막에서 영감을 받아 24각형의 평면을 별도의 벽이나 파티션 등의 영역 구분 없이 계획한 것인데 총 2층 규모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중앙 기둥 대신 외벽의 장력이 지탱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이렇게 탄생한 대담하고 단순한 공간은 크게 1층의 차고 및 리빙 공간과 2층의 프라이빗 공간으로 나뉜다. 

내부로 들어서면 클라이언트가 모아둔 슈퍼카가 자유롭게 진열된 모습이 눈에 띈다. 중심부에는 친구들과 식사를 즐길 바 카운터와 주방을, 외벽에는 사우나, 화장실, 소파, 창고 등의 주요 기능을 모으고 나머지 공간을 자동차로 채워 차고에 들어온 듯 독보적인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또한 중앙부는 거대한 원형 테이블 형태의 2층 영역이 계단으로 이어진다. 2층 역시 명확한 영역 구분 없이 침실과 욕실이 공존한 독특한 평면이 나타난다. 자쿠지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세면대와 변기, 샤워실이 바닥 끝을 따라 둥글게 이어져 욕실과 같은 인상이 느껴지다 맞은편을 보면 낮은 테이블과 좌식 의자가, 자쿠지 뒤로는 침대가 배치되어 공간을 규정할 수 없게 한다. 이때 내부 마감에 짙은 색 목재를 주로 활용하고 천장에는 밝은 조명을 곳곳에 설치해 실제 서커스 천막에 들어온 듯 고급스럽고 화려한 감각을 풀어냄으로써 공간을 장난스러운 혼란이 넘치게 의도했다.



Abrahamic Family House

Design / Adjaye Associates
Photograph / Adjaye Associates, Dror Baldinger

이슬람교, 천주교와 기독교, 유대교는 모두 아브라함의 유일신 신앙에 기원을 두고 있으나 서로 다른 교리와 사상, 해석으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심지어 서로의 차이가 아직도 각종 분쟁의 원인이 될 정도인데, 최근 UAE의 수도 수도인 아부다비에는 Abrahamic Family House라는 독특한 예배당이 등장했다. 세 개 종교의 예배당을 하나의 건축에 녹여낸 것인데 디자인을 담당한 Adjaye Associates는 다음 세대를 위한 평화로운 공존의 사명을 배우고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이에 세 개의 예배당이 연결되는 구조를 완성했으며 학습, 대화, 신앙 실천을 위한 새로운 문화 센터의 역할을 하도록 정원과 웰컴 센터를 만들어 누구나 종교 서비스, 가이드 투어, 축하 행사, 탐험 등에 참여하도록 했다. 

바깥에서 보면 넓고 낮은 흰색 받침 세 개의 높은 직사각 예배당이 놓인 모습을 띠는데 이때 받침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웰컴 센터로 각 예배당은 색감과 형태적 통일감은 갖되 각 종교만의 특색을 담아 서로 다른 모습으로 계획되었다. 먼저 모스크의 경우 메카를 향하고 있으며 이슬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숫자인 7을 건물 양쪽아치로 담은 뒤 남녀용 외부 재계를 각각 마련했다. 빛이 신성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교회는 태양을 따라 동쪽을 향하게 설계하고 파사드에 빛의 기둥을 표현해 우뚝 솟은 기둥이 동서로 배치했다. 내부 콘셉트는 황홀한 구원의 소나기로 정해 선형 목제 패널을 천장에 붙여 빛이 쏟아지듯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예루살렘을 향하고 있는 마지막 예배당은 유대교를 위한 회당으로 유대인 전통 축제인 Sukkot 기간 중 기도를 드리는 전통 쉼터인 Sukkah를 연상시키는 종려나무 잎 층을 표현한 V자 형태 기둥을 세 겹으로 세웠다. 땅에 닿는 7개 지점은 사람을, 천장에 닿는 8개 지점은 신을 상징하며 내부는 다양한 종파의 유대교 예배에 따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유연한 레이아웃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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