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채우다
Return of Minimal Housing
취재 최지은, 이은희, 허수진
주거에서 미니멀은 언제나 사랑받는 스타일 중 하나다. 오랜 시간 머무르며 생활의 기본이 된다는 공간의 특성상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안정감을 선사해주는 미니멀은 최적화된 스타일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집의 역할이 다분화되고 일관된 스타일보다는 각자의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면서 그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역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던 상공간에 대한 출입이 제한되자 억눌린 경험을 누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형태의 주거 공간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편안함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시작되며 취향대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클러터코어 등 다양한 형태의 맥시멀리즘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미니멀은 잠시 잊힌 듯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시 일상을 되찾았고 담백하게 정돈된 공간이 주는 편안함을 그리워하며 미니멀을 찾았다. 그 형태는 달라졌는데 미니멀리즘의 본래 의미처럼 주거 공간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만을 갖춘 뒤 다른 모든 것을 생략하는 극도로 간결한 스타일이 아닌 거주자와 그 공간만의 특색이 가미된 모습이 눈에 띈다. 미니멀을 하나의 독립된 스타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무한한 여백을 활용해 원하는 스타일을 품어낼 바탕으로 삼는 흐름이 등장한 것으로, 기존 미니멀이 간직한 단정함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스타일이 창출되고 있다. 차분한 색의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소재를 믹스 앤드 매치해 공간의 매력을 은근히 고조하는가 하면 레트로, 인더스트리얼, 키치 등 상공간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은 스타일의 특징을 잡아 미니멀한 공간에는 사용하지 않았을 법한 아이코닉한 소재, 컬러를 일부 사용해 공간에 포인트를 남기는 식이다. 색다른 얼굴로 돌아온 미니멀 스타일을 만나보자.
Warmth
계속 이어지던 팬데믹과 최근 벌어진 전쟁 등의 위협으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는 심리가 공간에도 드러난다. 집은 사람의 불안한 심리를 기민하게 반영하며 따뜻한 안식처로서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화려한 장식을 줄이고 색과 형태만 온전히 느껴지도록 다듬어 근본적인 따스함 자체에 집중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가벽을 세워 공간 자체의 형태를 단순하게 다듬거나 불필요한 가구를 줄여 넓은 영역을 확보하면 더욱 아늑해지는 것이다.
별내 포스코더샵 46평형
Design / 집다움디자인
Location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3로
Area / 154㎡
Photograph / HWstudio·허완
남양주의 별내 포스코더샵 46평형은 사람들을 초대하기를 좋아하는 사교적인 거주자를 위해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영역을 줄이고 차분한 톤으로 다듬어 포근해진 집이다. 전체적으로 온화한 베이지 톤을 내부에 펼쳤는데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색상을 톤 온 톤으로 변화를 주었다. 생활 공간을 넓히고자 가벽을 세워 수납 영역을 따로 마련했으며 벽에는 마이너스 몰딩 시공을 하고 팬던트 조명 대신 간접 조명을 설치해 깔끔하게 마감했다. 또한 가구는 눈에 띄기보다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단아한 질감과 형태를 선택했는데 손잡이 없는 가구와 포켓 슬라이딩 도어 등을 활용하면서 편안한 매력을 선사하는 집으로 완성했다.
내부는 중앙에 주방, 거실, 다이닝을 가벽 없이 한 곳에 마련하고 각 가구를 행과 열에 맞게 정돈해 영역을 구분했다. 주방은 커다란 아일랜드로 넓은 수납 영역을 계획하고 안쪽 복도에 장을 짜 넣어 단정한 형태감이 돋보인다. 아일랜드를 덮은 세라믹 색상은 샌드 그레이로 정해 전체 색상과 비슷한 톤을 유지하며 주변과 따뜻하게 어우러진다. 주방과 마주 보는 곳에 다이닝과 거실이 자리하는데 공간을 넓게 할애하고 커피나 술을 마실 때 쓸 수 있도록 벽에 상·하부장을 계획해 다양한 교류의 가능성을 열었다. 상·하부장의 서랍은 손잡이 없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주변 가구와 자연스레 어울린다.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거실은 벽에 마이너스 몰딩 시공을 하고 간접 조명을 넣어 차분한 온기가 감돈다. 다른 방도 마찬가지로 베이지 톤 색상을 이어 나간다. 안방은 필요한 가구만을 남기되 벽에 짙은 톤의 우드를 깔아 프라이빗한 안정감을 불어넣고 욕실은 무늬가 적고 매트한 석재 타일로 공간을 통일한 뒤 간접 조명만으로 은은하게 공간을 비춰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Nature
메타버스가 활성화되고 비대면으로 접촉하는 일이 늘면서 편해졌지만 디지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연을 갈망하는 욕구도 강해졌다. 이에 안식처인 집에도 자연을 들여 안정감을 얻고자 한다. 최근에는 집의 구조가 점점 단순해지는 만큼 그 안에 들이는 자연 또한 인테리어의 요소로 정돈된다. 모노톤으로 단조로우면서도 간단한 형태감으로 기본에 충실한 집을 만든 뒤 식물을 위한 영역을 마련하고 자연의 차분한 곡선과 부드러운 형태를 감상하며 명상하듯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House C+I
Design / blankstudio
Location / Chiang Mai, Thailand
Area / 145㎡
Photograph / Panoramic Studio
태국에 위치한 House C+I는 나무를 사랑하는 거주자를 위해 외부를 화이트 컬러로 깔끔하게 정돈하고 내부에 식물을 둘 공간을 따로 설계한 2층 주택이다. 자연의 거칠고 풍성한 모습 그 자체를 들이기보다 형태가 예술적인 선을 그리는 나무를 단일로 심거나 식물을 심은 바닥에 자갈을 깔아 톤을 조정하는 등 다듬어진 자연의 이미지를 표현했다.건물은 직선만으로 영역이 칼같이 구분돼 정제된 이미지가 돋보이는데 건물 외벽에 커다란 창을 마련해 자연의 싱그러움과 채광, 바람이 적극적으로 내부로 스미게 했다. 외관은 장식 없이 얇고 하얀 프레임으로 만든 입구가 단정한 미감을 선보인다. 안쪽 마당에는 건물 내부 벽과 같은 톤의 자갈을 깔아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이루는 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하늘로 뻗어나가며 존재감을 드러내 인상적이다.
안쪽 거실에는 아트리움 구조로 1층 천장을 개방해 공간을 넓게 확보하고 위층 창에서 쏟아지는 빛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중앙에는 소파가 자리하며 벽에 오목하게 공간을 마련하고 안에 선인장을 일렬로 배치한 뒤 유리로 덮었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벽에 커다랗게 창을 내 개방감 있는 침실이 나타난다. 가구와 내장재 색감을 균일하게 조절하고 창으로는 하얀색 난간을 세워 안정감 있게 조성했다.
Color
하나의 일관된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세분된 개개인의 특색과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다. 이때 컬러는 자체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가져 다채로운 활용도가 돋보이는데, 주거는 오래도록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기에 과한 화려함은 지양하고자 다른 장식 요소는 담백이 정리하는 형태로 적용되고는 한다. 무채색으로 깨끗이 정돈한 바탕 위로 가구, 특정 벽, 바닥에만 강렬한 색을 입혀 포인트를 주거나 컬러 자체의 농담을 조절한 뒤 조화로운 팔레트를 사용해 공간에 원하는 무드를 펼쳐내는 식이다.
NEBO
Design / UR BUREAU
Location / Moscow, Russia
Area / 133㎡
Photograph / Alexander Volodin
모스크바에 등장한 NEBO는 고층 건물 40층에 자리한 현대식 아파트로 디자인을 담당한 UR BUREAU는 이곳만의 특색을 각인시키고자 컬러를 활용했다. 이때 한 가지 색상이 아닌 초록, 청록, 파랑, 보라 등의 색을 한 번에 그러데이션했는데 다른 디자인 요소는 미니멀하게 다듬어 컬러의 역할이 더욱 돋보이도록 설계했다. 먼저 벽, 바닥, 천장을 흰색으로 모두 칠한 뒤 실루엣을 직선 중심으로 간결히 다듬었다. 가구도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대부분을 공간 형태에 맞춰 직접 제작했다. 형태는 직선 중심의 담백한 기하학 도형으로 계획하고 수납장 문도 손잡이 없이 히든 도어로 제작해 벽과 하나된 듯 더욱 매끈한 바탕이 완성된 것이다. 이 위로 형광에 가까운 강렬한 팔레트를 펼쳤다. 먼저 현관부터 복도를 따라 형광 초록빛 라인을 각 공간으로 뻗어내며 길을 안내했는데 가장 많은 컬러가 돋보이는 공간은 거실이다. ㄱ자로 연결된 주방, 다이닝 룸에 거쳐 다양한 그러데이션을 보여준다. 먼저 현관의 연두색이 주방 상·하부장에서 하늘색으로 바뀌며 두 개의 다이닝 테이블에서는 벽과 벤치, 소파의 코발트블루와 보랏빛으로, 거실과 앞뒤로 맞닿은 소파에서는 청록을 지나 초록색으로 밝아진다. 이렇듯 공간의 용도에 따라 컬러도 변화하며 색에 기능적 역할까지 부여했다.
안방과 두 개의 침실은 파랑을 메인으로 짙은 파랑, 하늘빛 그러데이션, 보랏빛 그러데이션으로 각각의 컬러 콘셉트를 가진다. 중심인 침대는 화이트로 남겨두되 침구류나 헤드 보드, 벽, 옷장을 따라 색의 변화를 표현했으며 모노톤 역시 필요에 따라 화이트, 그레이, 블랙으로 변주해 색마다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Industrial
낡은 공장이나 창고를 개조해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떠오르면서 새롭게 건물을 짓는 대신 기존 공간을 활용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보통은 카페나 편집숍 등 트렌디한 상공간에서 볼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주거 공간까지 확장되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 벽돌, 철재 등을 사용해 특유의 투박한 느낌을 살리되 주거 공간의 정체성을 덮어버리지 않도록 담백하게 매만지는 방식으로 접목된다. 전체적인 색감을 뉴트럴 톤으로 칠하거나 직선 요소를 채워 정돈된 느낌을 줌으로써 이색적인 감각을 품은 편안한 집을 완성하는 것이다.
Ávila
Design / Allaround Lab
Location / Calle Ávila, Barcelona, Spain
Area / 120㎡
Photograph / José Hevia
스페인에 위치한 Ávila는 지역의 산업 공간을 개조해 만든 집으로 투박한 골조를 유지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산뜻한 인상을 전해 주목할 만하다. 디자인을 담당한 llaround Lab은 산업 현장에 쓰이던 창고의 거친 느낌이 주거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전체적으로 흰색과 회색, 뉴트럴 톤을 활용해 밝고 깨끗한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했다. 복층 구조인 만큼 층고가 높은데 천장에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해 인더스트리얼한 매력을 드러냈다. 그 아래에 일부 콘크리트 기둥을 제외한 모든 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바닥에는 뉴트럴 톤의 빅슬랩 타일을 시공해 투박함과 단정함이 공존하는 분위기로 마무리했다.
탁 트인 1층 공간에 주방과 거실을 마련했으며 비교적 좁은 위층에는 대각선 레이아웃을 적용해 큰방과 작은방, 욕실을 콤팩트하게 구성했다. 주방은 은은한 광택이 느껴지는 은빛 수납장과 바 의자 등을 활용해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냈다. 또한 심플한 라인의 아일랜드가 크게 자리하고 있어 정돈된 이미지를 전한다. 거실에는 직선이 돋보이는 ㄱ자 형태의 커다란 소파를 둠으로써 주방과의 영역을 분리했으며 그 위로 높은 천장에 둥글고 가벼운 공 모양의 조명을 길게 매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계단이 위치한 벽은 흰색 벽돌로 마감하고 계단의 발판에 기존 철제 소재를 그대로 노출해 투박한 매력을 배가했다. 이와 달리 위층에 마련된 각 방은 흰색 침대를 놓고 화이트 톤의 목제 수납장을 배치하는 등 조금 더 아늑한 분위기로 완성했다.
Kitsch
질이 낮고 가치가 없는 상품이나, 천박하고 저속한 예술품을 이르는 말인 키치.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었던 예술이 대중화되며 생겨난 말로 대중문화의 힘이 강해지자 그 의미가 점점 긍정적으로 승화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2000년대 등 비교적 가까운 과거의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키치는 다시금 주목받았는데, 공간에 적용될 때는 보다 부드러운 형태로 해석되고는 한다. 비비드하고 과감한 컬러와 패턴은 화이트 톤과 매치하고 통통 튀는 기운을 간직한 파스텔컬러로 풀어내는 것이다. 또한 컬러는 절제한채 익숙한 명화나 동화 속 등장인물을 익살스럽게 재해석하거나 둥글고 자유로운 라인으로 아기자기한 형태를 빚어 특유의 매력을 실루엣에 담기도 한다.
WONDER HOUSE
Design / XIGO STUDIO
Location / Songyu South Road, Chaoyang District, Beijing, China
Area / 133㎡
Photograph / Li Ming
베이징의 WONDER HOUSE는 어린 자녀와 젊은 부부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리모델링한 프로젝트다. 복잡하던 동선과 부족한 채광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 구조를 새롭게 계획할 때 과감한 곡선과 사람의 얼굴을 본뜬 조형으로 키치한 매력을 담은 것인데, 기본 바탕은 모노톤을 중심으로 정돈해 익살스러우면서도 담백하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구름처럼 둥글게 굽이치는 흰색 벽과 짙은 회색 천장과 바닥이 대조를 이루는 내부가 드러난다. 크게 세 개의 흰색 곡선이 시선을 사로 잡는데 왼쪽 벽과 전면 벽은 욕실과 창고라는 공간의 전환을 부드럽게 끌어줌과 동시에 맞은편 안방으로 향하는 시선을 차단해 프라이버시를 지켜준다. 안쪽 바닥의 곡선은 본격적인 주거 공간이 시작됨을 알리는 역할을 하며 복도를 따라 화사한 채광이 이어져 다이닝 룸과 거실, 두 개의 추가 침실로 발걸음을 이끈다. 역시 현관에서의 디자인 언어를 이어간다. 화이트 바탕 위 검은색 가구, 실버 가전 등으로 공간 전반을 깔끔히 매만진 뒤 자녀 방과 이어지는 벽면 가득 사람의 얼굴이 연상되는 형태의 창을 내 포인트를 줬다. 이때 간단한 기하학 도형을 조합해 사람의 얼굴을 만듦으로써 어린아이 같은 느낌을 강조했으며 아이가 방 안에서 표정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설계해 오락적 기능까지 가미했다. 주방과 다이닝 룸, 거실은 이 벽을 따라 하나로 연결돼 있고 거실 옆으로는 침대만 배치된 게스트 룸을 배치하고 우드 소재를 활용해 온화함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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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을 채우다
Return of Minimal Housing
취재 최지은, 이은희, 허수진
주거에서 미니멀은 언제나 사랑받는 스타일 중 하나다. 오랜 시간 머무르며 생활의 기본이 된다는 공간의 특성상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안정감을 선사해주는 미니멀은 최적화된 스타일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집의 역할이 다분화되고 일관된 스타일보다는 각자의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면서 그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역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던 상공간에 대한 출입이 제한되자 억눌린 경험을 누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형태의 주거 공간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편안함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시작되며 취향대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클러터코어 등 다양한 형태의 맥시멀리즘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미니멀은 잠시 잊힌 듯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시 일상을 되찾았고 담백하게 정돈된 공간이 주는 편안함을 그리워하며 미니멀을 찾았다. 그 형태는 달라졌는데 미니멀리즘의 본래 의미처럼 주거 공간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만을 갖춘 뒤 다른 모든 것을 생략하는 극도로 간결한 스타일이 아닌 거주자와 그 공간만의 특색이 가미된 모습이 눈에 띈다. 미니멀을 하나의 독립된 스타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무한한 여백을 활용해 원하는 스타일을 품어낼 바탕으로 삼는 흐름이 등장한 것으로, 기존 미니멀이 간직한 단정함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스타일이 창출되고 있다. 차분한 색의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소재를 믹스 앤드 매치해 공간의 매력을 은근히 고조하는가 하면 레트로, 인더스트리얼, 키치 등 상공간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은 스타일의 특징을 잡아 미니멀한 공간에는 사용하지 않았을 법한 아이코닉한 소재, 컬러를 일부 사용해 공간에 포인트를 남기는 식이다. 색다른 얼굴로 돌아온 미니멀 스타일을 만나보자.
Warmth
계속 이어지던 팬데믹과 최근 벌어진 전쟁 등의 위협으로 인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는 심리가 공간에도 드러난다. 집은 사람의 불안한 심리를 기민하게 반영하며 따뜻한 안식처로서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화려한 장식을 줄이고 색과 형태만 온전히 느껴지도록 다듬어 근본적인 따스함 자체에 집중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가벽을 세워 공간 자체의 형태를 단순하게 다듬거나 불필요한 가구를 줄여 넓은 영역을 확보하면 더욱 아늑해지는 것이다.
별내 포스코더샵 46평형
Design / 집다움디자인
Location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3로
Area / 154㎡
Photograph / HWstudio·허완
남양주의 별내 포스코더샵 46평형은 사람들을 초대하기를 좋아하는 사교적인 거주자를 위해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영역을 줄이고 차분한 톤으로 다듬어 포근해진 집이다. 전체적으로 온화한 베이지 톤을 내부에 펼쳤는데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색상을 톤 온 톤으로 변화를 주었다. 생활 공간을 넓히고자 가벽을 세워 수납 영역을 따로 마련했으며 벽에는 마이너스 몰딩 시공을 하고 팬던트 조명 대신 간접 조명을 설치해 깔끔하게 마감했다. 또한 가구는 눈에 띄기보다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단아한 질감과 형태를 선택했는데 손잡이 없는 가구와 포켓 슬라이딩 도어 등을 활용하면서 편안한 매력을 선사하는 집으로 완성했다.
내부는 중앙에 주방, 거실, 다이닝을 가벽 없이 한 곳에 마련하고 각 가구를 행과 열에 맞게 정돈해 영역을 구분했다. 주방은 커다란 아일랜드로 넓은 수납 영역을 계획하고 안쪽 복도에 장을 짜 넣어 단정한 형태감이 돋보인다. 아일랜드를 덮은 세라믹 색상은 샌드 그레이로 정해 전체 색상과 비슷한 톤을 유지하며 주변과 따뜻하게 어우러진다. 주방과 마주 보는 곳에 다이닝과 거실이 자리하는데 공간을 넓게 할애하고 커피나 술을 마실 때 쓸 수 있도록 벽에 상·하부장을 계획해 다양한 교류의 가능성을 열었다. 상·하부장의 서랍은 손잡이 없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주변 가구와 자연스레 어울린다.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거실은 벽에 마이너스 몰딩 시공을 하고 간접 조명을 넣어 차분한 온기가 감돈다. 다른 방도 마찬가지로 베이지 톤 색상을 이어 나간다. 안방은 필요한 가구만을 남기되 벽에 짙은 톤의 우드를 깔아 프라이빗한 안정감을 불어넣고 욕실은 무늬가 적고 매트한 석재 타일로 공간을 통일한 뒤 간접 조명만으로 은은하게 공간을 비춰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Nature
메타버스가 활성화되고 비대면으로 접촉하는 일이 늘면서 편해졌지만 디지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연을 갈망하는 욕구도 강해졌다. 이에 안식처인 집에도 자연을 들여 안정감을 얻고자 한다. 최근에는 집의 구조가 점점 단순해지는 만큼 그 안에 들이는 자연 또한 인테리어의 요소로 정돈된다. 모노톤으로 단조로우면서도 간단한 형태감으로 기본에 충실한 집을 만든 뒤 식물을 위한 영역을 마련하고 자연의 차분한 곡선과 부드러운 형태를 감상하며 명상하듯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House C+I
Design / blankstudio
Location / Chiang Mai, Thailand
Area / 145㎡
Photograph / Panoramic Studio
태국에 위치한 House C+I는 나무를 사랑하는 거주자를 위해 외부를 화이트 컬러로 깔끔하게 정돈하고 내부에 식물을 둘 공간을 따로 설계한 2층 주택이다. 자연의 거칠고 풍성한 모습 그 자체를 들이기보다 형태가 예술적인 선을 그리는 나무를 단일로 심거나 식물을 심은 바닥에 자갈을 깔아 톤을 조정하는 등 다듬어진 자연의 이미지를 표현했다.건물은 직선만으로 영역이 칼같이 구분돼 정제된 이미지가 돋보이는데 건물 외벽에 커다란 창을 마련해 자연의 싱그러움과 채광, 바람이 적극적으로 내부로 스미게 했다. 외관은 장식 없이 얇고 하얀 프레임으로 만든 입구가 단정한 미감을 선보인다. 안쪽 마당에는 건물 내부 벽과 같은 톤의 자갈을 깔아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이루는 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하늘로 뻗어나가며 존재감을 드러내 인상적이다.
안쪽 거실에는 아트리움 구조로 1층 천장을 개방해 공간을 넓게 확보하고 위층 창에서 쏟아지는 빛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중앙에는 소파가 자리하며 벽에 오목하게 공간을 마련하고 안에 선인장을 일렬로 배치한 뒤 유리로 덮었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벽에 커다랗게 창을 내 개방감 있는 침실이 나타난다. 가구와 내장재 색감을 균일하게 조절하고 창으로는 하얀색 난간을 세워 안정감 있게 조성했다.
Color
하나의 일관된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세분된 개개인의 특색과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다. 이때 컬러는 자체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가져 다채로운 활용도가 돋보이는데, 주거는 오래도록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기에 과한 화려함은 지양하고자 다른 장식 요소는 담백이 정리하는 형태로 적용되고는 한다. 무채색으로 깨끗이 정돈한 바탕 위로 가구, 특정 벽, 바닥에만 강렬한 색을 입혀 포인트를 주거나 컬러 자체의 농담을 조절한 뒤 조화로운 팔레트를 사용해 공간에 원하는 무드를 펼쳐내는 식이다.
NEBO
Design / UR BUREAU
Location / Moscow, Russia
Area / 133㎡
Photograph / Alexander Volodin
모스크바에 등장한 NEBO는 고층 건물 40층에 자리한 현대식 아파트로 디자인을 담당한 UR BUREAU는 이곳만의 특색을 각인시키고자 컬러를 활용했다. 이때 한 가지 색상이 아닌 초록, 청록, 파랑, 보라 등의 색을 한 번에 그러데이션했는데 다른 디자인 요소는 미니멀하게 다듬어 컬러의 역할이 더욱 돋보이도록 설계했다. 먼저 벽, 바닥, 천장을 흰색으로 모두 칠한 뒤 실루엣을 직선 중심으로 간결히 다듬었다. 가구도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대부분을 공간 형태에 맞춰 직접 제작했다. 형태는 직선 중심의 담백한 기하학 도형으로 계획하고 수납장 문도 손잡이 없이 히든 도어로 제작해 벽과 하나된 듯 더욱 매끈한 바탕이 완성된 것이다. 이 위로 형광에 가까운 강렬한 팔레트를 펼쳤다. 먼저 현관부터 복도를 따라 형광 초록빛 라인을 각 공간으로 뻗어내며 길을 안내했는데 가장 많은 컬러가 돋보이는 공간은 거실이다. ㄱ자로 연결된 주방, 다이닝 룸에 거쳐 다양한 그러데이션을 보여준다. 먼저 현관의 연두색이 주방 상·하부장에서 하늘색으로 바뀌며 두 개의 다이닝 테이블에서는 벽과 벤치, 소파의 코발트블루와 보랏빛으로, 거실과 앞뒤로 맞닿은 소파에서는 청록을 지나 초록색으로 밝아진다. 이렇듯 공간의 용도에 따라 컬러도 변화하며 색에 기능적 역할까지 부여했다.
안방과 두 개의 침실은 파랑을 메인으로 짙은 파랑, 하늘빛 그러데이션, 보랏빛 그러데이션으로 각각의 컬러 콘셉트를 가진다. 중심인 침대는 화이트로 남겨두되 침구류나 헤드 보드, 벽, 옷장을 따라 색의 변화를 표현했으며 모노톤 역시 필요에 따라 화이트, 그레이, 블랙으로 변주해 색마다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Industrial
낡은 공장이나 창고를 개조해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떠오르면서 새롭게 건물을 짓는 대신 기존 공간을 활용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보통은 카페나 편집숍 등 트렌디한 상공간에서 볼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주거 공간까지 확장되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 벽돌, 철재 등을 사용해 특유의 투박한 느낌을 살리되 주거 공간의 정체성을 덮어버리지 않도록 담백하게 매만지는 방식으로 접목된다. 전체적인 색감을 뉴트럴 톤으로 칠하거나 직선 요소를 채워 정돈된 느낌을 줌으로써 이색적인 감각을 품은 편안한 집을 완성하는 것이다.
Ávila
Design / Allaround Lab
Location / Calle Ávila, Barcelona, Spain
Area / 120㎡
Photograph / José Hevia
스페인에 위치한 Ávila는 지역의 산업 공간을 개조해 만든 집으로 투박한 골조를 유지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산뜻한 인상을 전해 주목할 만하다. 디자인을 담당한 llaround Lab은 산업 현장에 쓰이던 창고의 거친 느낌이 주거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전체적으로 흰색과 회색, 뉴트럴 톤을 활용해 밝고 깨끗한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했다. 복층 구조인 만큼 층고가 높은데 천장에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해 인더스트리얼한 매력을 드러냈다. 그 아래에 일부 콘크리트 기둥을 제외한 모든 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바닥에는 뉴트럴 톤의 빅슬랩 타일을 시공해 투박함과 단정함이 공존하는 분위기로 마무리했다.
탁 트인 1층 공간에 주방과 거실을 마련했으며 비교적 좁은 위층에는 대각선 레이아웃을 적용해 큰방과 작은방, 욕실을 콤팩트하게 구성했다. 주방은 은은한 광택이 느껴지는 은빛 수납장과 바 의자 등을 활용해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세련된 감각으로 풀어냈다. 또한 심플한 라인의 아일랜드가 크게 자리하고 있어 정돈된 이미지를 전한다. 거실에는 직선이 돋보이는 ㄱ자 형태의 커다란 소파를 둠으로써 주방과의 영역을 분리했으며 그 위로 높은 천장에 둥글고 가벼운 공 모양의 조명을 길게 매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계단이 위치한 벽은 흰색 벽돌로 마감하고 계단의 발판에 기존 철제 소재를 그대로 노출해 투박한 매력을 배가했다. 이와 달리 위층에 마련된 각 방은 흰색 침대를 놓고 화이트 톤의 목제 수납장을 배치하는 등 조금 더 아늑한 분위기로 완성했다.
Kitsch
질이 낮고 가치가 없는 상품이나, 천박하고 저속한 예술품을 이르는 말인 키치.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었던 예술이 대중화되며 생겨난 말로 대중문화의 힘이 강해지자 그 의미가 점점 긍정적으로 승화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2000년대 등 비교적 가까운 과거의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키치는 다시금 주목받았는데, 공간에 적용될 때는 보다 부드러운 형태로 해석되고는 한다. 비비드하고 과감한 컬러와 패턴은 화이트 톤과 매치하고 통통 튀는 기운을 간직한 파스텔컬러로 풀어내는 것이다. 또한 컬러는 절제한채 익숙한 명화나 동화 속 등장인물을 익살스럽게 재해석하거나 둥글고 자유로운 라인으로 아기자기한 형태를 빚어 특유의 매력을 실루엣에 담기도 한다.
WONDER HOUSE
Design / XIGO STUDIO
Location / Songyu South Road, Chaoyang District, Beijing, China
Area / 133㎡
Photograph / Li Ming
베이징의 WONDER HOUSE는 어린 자녀와 젊은 부부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리모델링한 프로젝트다. 복잡하던 동선과 부족한 채광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 구조를 새롭게 계획할 때 과감한 곡선과 사람의 얼굴을 본뜬 조형으로 키치한 매력을 담은 것인데, 기본 바탕은 모노톤을 중심으로 정돈해 익살스러우면서도 담백하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구름처럼 둥글게 굽이치는 흰색 벽과 짙은 회색 천장과 바닥이 대조를 이루는 내부가 드러난다. 크게 세 개의 흰색 곡선이 시선을 사로 잡는데 왼쪽 벽과 전면 벽은 욕실과 창고라는 공간의 전환을 부드럽게 끌어줌과 동시에 맞은편 안방으로 향하는 시선을 차단해 프라이버시를 지켜준다. 안쪽 바닥의 곡선은 본격적인 주거 공간이 시작됨을 알리는 역할을 하며 복도를 따라 화사한 채광이 이어져 다이닝 룸과 거실, 두 개의 추가 침실로 발걸음을 이끈다. 역시 현관에서의 디자인 언어를 이어간다. 화이트 바탕 위 검은색 가구, 실버 가전 등으로 공간 전반을 깔끔히 매만진 뒤 자녀 방과 이어지는 벽면 가득 사람의 얼굴이 연상되는 형태의 창을 내 포인트를 줬다. 이때 간단한 기하학 도형을 조합해 사람의 얼굴을 만듦으로써 어린아이 같은 느낌을 강조했으며 아이가 방 안에서 표정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설계해 오락적 기능까지 가미했다. 주방과 다이닝 룸, 거실은 이 벽을 따라 하나로 연결돼 있고 거실 옆으로는 침대만 배치된 게스트 룸을 배치하고 우드 소재를 활용해 온화함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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