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위한 보금자리 - House for Soothe (2022.12)

휴식을 위한 보금자리
House for Soothe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은희

주거는 원초적 안식의 공간이다.
힘든 시간이 지속될수록 떠오르는 곳 역시 집이며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휴식을 그리워하게 된다.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공간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쉼의 모습을 만나보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집의 역할 역시 다각화되고 있다. 특히 팬데믹으로 서로 먼 거리를 유지해야 하던 시절에는 오피스이자 체육관, 식당, 파티장에 이르는 역할을 폭넓게 포용하며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물가와 금리, 환율이 치솟으며 국내외 정세가 끊임없이 흔들리는 상황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집은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공간이 아닌 몸과 마음을 안정적으로 품어줄 공간이다. 실제로 각종 전문가와 기관은 다가올 새해 역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 언급하고 있으며 <트렌드 코리아 2023> 역시 힘든 한 해를 예측하며 2023년을 ‘RABBIT JUMP’ ,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검은 토끼의 해라 말했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몸을 숨기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장소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때 주거는 태초의 은신처이자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공간만의 안온함으로 거주자에게 신체적·정신적 안정을 전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쉼의 정서를 풀어내는 주거의 모습이 돋보인다. 외부의 모든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시킨 채 오롯한 안식에 몰두하는 곳으로 꾸미거나 손끝의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 친숙한 디자인 포인트를 담아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정적인 휴식 외에도 발랄한 색감과 취향으로 가득 찬 집에서 생기를 간직하며 다가올 미래를 맞이할 긍정적인 기운을 북돋우기도 한다. 언제나 평온과 안락을 선사하는 공간 집, 그 다채로운 모습을 소개한다.



프라이빗한 동굴 속 안식
Black Chinese Style Minimalist Apartment

Design / NOTHING DESIGN
Location / Beijing, China
Area / 120㎡
Photograph / Li Ming

How to Rest   개인 공간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워지는 색감이 오롯한 혼자만의 쉼을 선사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힘이 들 때면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떠나고 싶어진다. 아무도 없이 나와 짙은 어둠만이 함께하는 공간 속에 스스로를 단절시키고 불안정한 몸과 마음을 고요히 진정시키려는 것이다. 온전한 휴식을 찾고자 깊은 자연으로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차분히 명상을 즐길 공간을 찾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주거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Black Chinese Style Minimalist Apartment는 집 전체를 서서히 암흑에 물들임으로써 바쁜 클라이언트에게 온전한 개인 시간을 선사하는 프로젝트다. 특히 개인 공간에 들어설수록 어둠의 영역이 확장되는 듯한 모습이 독특한데 공용 공간인 거실과 다이닝 룸, 게스트 영역은 베이지를 칠하되 밝은 메인 조명을 없애고 짙은 색조의 가구를 배치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주방, 안방, 서재 같이 프라이빗한 영역은 공간을 순수한 블랙으로 뒤덮어 깊은 동굴에 들어온 듯한 인상까지 전했다. 

먼저 현관을 열면 베이지 빛의 거실과 다이닝 룸이 나타난다. 두 공간 사이에 ㄱ자 형태의 수납장을 배치함으로써 동선을 정리했으며 면마다 TV장, 방문객을 위해 물을 올려둘 수납장 등 영역에 맞는 역할을 설계해 공간의 활용도까지 높였다. 또한 검정, 브라운 등 짙은 컬러의 가구를 가득 채움으로써 밝은 배경을 압도하고 컬러가 주는 인상이 분위기를 주도하도록 의도했다. 이때 미드센추리 모던풍 디자인을 선택하고 아티스틱한 곡선 오브제와 직선형 가구를 대비해 따스하고도 세련된 감성을 더했다. 반면 가장 안쪽의 안방 문을 열면 순수한 검은색이 쏟아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무광 처리된 검은빛 페인트로 벽과 천장을 칠한 뒤 침대 헤드로 입구 동선을 나눠 좁고 긴 암흑에 빠져드는 이미지를 유도한 것인데 바닥의 우드와 따스한 조명 톤, 부드러운 패브릭, 유기적 형태의 오브제를 통해 너무 차갑지 않은 분위기를 완성했다. 안방은 서재, 욕실과 연결되어 있으며 모두 같은 디자인 언어를 사용해 깊고도 평안한 쉼의 정서를 전한다.



감각이 전하는 안락함
중흥더테라스리버파크3차

Design / 로멘토디자인스튜디오
Location / 경기도 화성시 동탄기흥로 353번길 96
Area / 186㎡
Photograph / rayliter

How to Rest   다채로운 질감으로 촉각을 자극하며 정서를 차분하게 다독이는 공간을 만들었다.

온전한 나만의 공간, 집. 바쁜 일과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본연의 모습으로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푹신한 침대에 누우면 패브릭의 부드러운 질감이 온 몸을 포근하게 감싸고 욕실 타일 위에 맨 발로 서면 느껴지는 서늘한 온도가 기분을 상쾌하게 환기하기도 한다. 이렇듯 손끝으로 질감을 직접 감각한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 마감재 사용에 따라 다양한 정서적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중흥더테라스리버파크3차는 촉각을 자극하는 마감재를 다채롭게 사용해 풍성한 일상을 만든 프로젝트다. 혼자 살아가는 거주자를 위해 거실 외 다양한 취미 영역을 계획함으로써 일상에 신선함을 더하고 매번 새롭게 공간을 경험하도록 각 영역의 질감에 차이를 줬다. 전체적으로 벽면에 밝은 색상의 스페셜 페인트를 칠해 입체감 있는 결을 살린 뒤 매트한 포세린 타일을 바닥에 깔아 질감을 풍부하게 감각할 바탕을 만들었다. 거실은 뉴트럴 톤으로 안락한 색감을 조성하고 내부를 둥글게 감싸는 형태를 만들었다. 벽에 난 두 개의 문으로 들어가면 안방이 나타나며 벽 사이즈에 맞춰 제작한 침대와 협탁이 있다. 중앙에 매트리스를 배치하고 양쪽에 똑같은 사이즈의 협탁을 나란히 뒀는데 낮은 톤의 가죽 소재로 정갈하게 마감해 모던한 분위기다. 침대 헤드 부분은 루버 모양으로 만들어 리듬감을 더하고 벽과 비슷한 색을 쓰되 톤만 변주해 색감을 풍부하게 매만졌다. 부엌은 가림막 없이 거실과 이어져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이며 패브릭과 목재, 세라믹 등으로 물성을 풍부하게 사용했다. 취미를 위한 헬스 룸은 다른 공간에 비해 어두운 톤을 사용해 시크한 분위기인데 소음 걱정 없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격 흡수 패드를 써 폭신한 감촉이 느껴지는 장소가 됐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러 공욕 욕실로 들어가면 마이크로 시멘트로 마감해 정갈한 바닥 위에서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휴식의 팔레트
Inama20

Design / chromastudio
Location / Milan, Italy
Area / 90㎡
Photograph / Riccardo Gasperoni

How to Rest   차분하지만 생기 있는 색으로 공간을 물들여 아늑함 속에서 기분을 환기할 수 있다.

삶에는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다. 일상의 숨 가쁜 흐름을 잠시 멈추고 쉬는 동안 사람들은 마음을 달래면서 새로운 힘도 길어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한 치앞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 위태로운 세계에서 궁극적 안식처로 자리매김한 집 역시 쉼을 선사하되 끝없이 침잠하기보다는 기분을 환기해 내일을 희망차게 이어가도록 돕는 공간이기에 의미 있다. 이처럼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휴식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색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색은 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데 색감과 배색 등을 변주해 의도한 분위기를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라노의 Inama20은 색을 통해 일상을 보듬는 주거 프로젝트로 푸른색과 붉은색을 주조로 하되 톤을 가라앉혀 거주자의 내면을 위로하면서 밝은 에너지로 물들이는 안식처를 완성했다. 컬러 팔레트의 중심이 되는 푸른색은 영역마다 톤을 섬세하게 조율해 감각을 풍부하게 채우며 밝은 그레이, 베이지 등의 색과 나무 바닥재로 전체적인 흐름을 다잡았다. 반듯한 선과 미니멀한 조명으로 모던한 뉘앙스를 더하는 한편 개구부를 아치형으로 디자인해 경직된 느낌을 이완한 점도 균형 잡힌 공간을 완성한다. 집 안으로 들어오려면 현관에서 긴 아치형 통로를 지나야 하는데 통로 전체를 짙은 로열 블루 컬러로 칠해 외부 세계의 소란함을 잊고 한결 차분한 마음으로 휴식의 시간에 빠져들도록 했다. 주방과 통합한 거실은 벽과 천장에 연한 청자색과 밝은 그레이를 펼쳐 다양한 색이 어우러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그중 주방은 진입부와 동일한 로열 블루 컬러를 바닥과 아일랜드에 적용해 중심을 확실하게 잡았으며 맞은편의 거실에서는 부식된 금속을 연상시키는 적갈색 소파가 공간의 온도를 높이고 안락한 기운을 퍼뜨린다. 두 개의 침실 역시 푸른색으로 안정감을 주면서 따스하고 생기 있는 색을 배색해 완성도를 높였는데 부부 침실은 콘플라워 블루 컬러와 붉은 점토색을, 아이 방은 사보이 블루 컬러와 황토색을 조합했다. 한편 현관쪽에 위치한 욕실은 시에나, 붉은 점토 계열의 색으로 자연스러운 풍경을 연출하고 모래 질감의 콘크리트 코팅으로 마무리해 촉각을 통한 위로까지 전한다.



친숙함 속의 안정
Casa Lohr.

Design / ARTESANO
Architect / 20DIEZZ
Location / Mérida, Yuc. México
Area / 113.26㎡
Photograph / Manolo R. Solis

How to Rest   자연과 지역성이 주는 친숙함을 마감재와 데커레이션에 녹여내 안락한 휴식의 감각을 공간에 풀어냈다.

친숙함은 긴장을 풀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요소가 아닐까.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도 익숙한 포인트를 발견하면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이완되고는 한다. 특히 자연은 모두에게 낯익은 소재로 따스함을 전하며 긴장을 풀어주기에 언제나 사랑받고 있는데 이런 특징이 주거와 만나면 그 효과가 배가되어 더욱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멕시코에 등장한 Casa Lohr.도 공간을 자연물로 마감해 안락함을 전하는 주택으로 곳곳에 기존 건축물의 역사성과 지역 문화까지 녹여냄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했다. Mérida시의 역사적 중심지에 위치한 Casa Lohr.는 19세기 식민지 주택이었던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 및 복원한 프로젝트다. 이때 오래된 주택의 흔적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별다른 철거나 증축 없이 기존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공간 전반에 예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퍼뜨렸다. 먼저 남아있는 돌담을 최대한 간직해 특유의 투박한 인상을 담았는데 콘셉트를 이어가고자 천연 소재 역시 적극 활용했다. 기존 목재를 재활용한 구조물과 리넨, 면과 같은 내추럴한 직물의 활용, 현지 소재에 천연 오일 처리한 가구 등으로 먼 과거의 모습이 연상되는 풍경을 만든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벽체를 어스 톤으로 통일한 뒤 손으로 칠한 듯 질감을 살렸으며 천장은 장선과 아치가 모인 부쉬아르를 드러냄으로써 풍성한 공간감을 더하고 내부 곳곳을 지역 수공예품으로 꾸며 순고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건물은 긴 직사각형 형태로 도로와 좁은 면을 맞대고 있으며 두 개의 현관과 침실, 주방 등의 생활 시설은 도로변에, 뒤쪽에는 안뜰이 펼쳐진 형태였다. 이를 새로운 거주자에게 어울리는 형태로 수정하고자 한쪽 현관을 막은 뒤 게스트 룸을 마련했으며 넓은 안뜰 뒤쪽에 새로운 침실을 만듦으로써 집주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했다.



취향 속에 잠겨 드는 휴식
Hauts de Seine Townhouse

Design / CORPUS STUDIO
Location / Hauts de Seine, Paris, France
Area / 75㎡
Photograph / Christophe Coenon

How to Rest   거주자의 취향을 담은 예술품으로 공간을 채워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한 휴식처를 마련했다.

집에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아늑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나만의 취향을 담은 오브제나 가구 등을 차근차근 모으면 어느새 공간은 온전히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며 편안한 감각을 선사하는 장소가 된다. 파리의 Hauts de Seine Townhouse는 거주자의 취향을 반영한 예술품을 마음껏 배치하고자 3층 건물의 내부 구조를 변경하고 예술품에 어울리는 소박하고 따뜻한 바탕을 만들어 주목할 만하다. 예술을 사랑하는 거주자는 주거가 수집한 예술품과 가구를 둘 수 있되 공간 자체로서의 매력도 온전히 드러나길 원했다. 이에 디자이너는 미국 건축가 Gordon Matta Clark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3층 규모에 구조적으로 변화를 줬다. 건물을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처럼 취급하고 조각조각 잘라내는 방식을 따라 건물의 바닥과 벽, 천장을 관통하는 구멍을 뚫은 뒤 중앙 계단을 설치하고 크게 창을 낸 것이다. 넓게 뚫어낸 공간은 층의 구분이 사라지고 더욱 큰 창을 설치할 수 있어 예술품에 풍부한 자연광을 비출 수 있게 됐다. 예술품에 집중적으로 빛을 비추되 지나친 빛이 작품 감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모든 창에는 블라인드를 달았다. 다양한 마감재를 사용해 공간조차도 예술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벽엔 모두 회반죽을 칠해 조화로운 바탕을 만든 뒤 구역에 따라 바닥재를 확연하게 구분했다. 층을 잇는 계단은 알루미늄으로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을 가미하고 층마다 쪽모이 세공 마루, 콘크리트, 오크 마루로 재질을 나눠 변화를 주되 예술품의 배경이 되도록 차분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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