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Care of My Inner Self - 내면과 함께하는 시간 (2022.10)

Take Care of My Inner Self
내면과 함께하는 시간 

취재 한성옥, 최지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외부 활동과 달리 독서나 사색처럼 자신의 내면을 향하는 활동은 조용하고 단조롭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마음의 토양을 다지고 다양한 씨앗을 뿌려 결실을 맺는 일만큼 풍요롭고 흥미진진한 일이 또 있을까.
올가을, 내면의 풍경을 다채롭게 물들이고 충만하게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자.

가을은 숨을 고르는 계절이다. 바다, 산, 계곡 등 바깥으로 나가 갖가지 레저 활동을 하던 여름의 열기가 가라앉고 책을 읽거나 차를 음미하며 차분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독서, 다도, 사색, 명상 등이 이 계절을 보내기 좋은 활동으로 꼽히곤 하는데 이 활동들은 혼자 조용한 환경에서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채우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충만하고 재밌게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보통 외부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에너지를 끌어오려 하지만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이 없다면 공허해질 뿐이다. 삶의 흐름을 되짚어보고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확인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잡는 일,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통해 풍부한 감정을 일구고 지식을 쌓아 내실을 다지는 일. 이런 시간을 보내며 내면에 양분을 축적하고 성숙시켜야 외부로 틔워낼 새로운 싹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간의 팬데믹 시기는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의 힘을 느끼는 계기이기도 했다. 봉쇄와 거리두기로 사교 활동과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내향적인 사람은 물론이고 외향적인 사람들도 집에서 명상, 독서 등을 하며 내면의 우주를 확장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고, 이를 토대로 삶의 가치관을 재정비하거나 창조적 에너지를 발산하는경 험을 한 것이다.

내면을 향하는 활동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공간 역시 사용자가 자신의 마음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심신이 온전히 휴식하는 공간을 모토로 삼아 노천탕, 아로마 테라피, ‘불멍’ 을 위한 난로 등을 갖춘 스테이가 다수 등장하고, 사무실이나 상업 공간에 명상 구역을 별도로 마련하기도 하며 서점이나 도서관은 고요한 분위기에서 혼자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좌석 위주로 공간을 설계한다. 평화롭고 경이로운 자연의 풍경속에서 마음을 마주하도록 주변 자연 환경과 극적인 조화를 꾀하는 공간도 나타나며 감각을 새롭게 자극함으로써 오히려 내면을 일깨우려는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자신의 마음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는 공간, 그 공간에서 견고하게 구축한 나만의 세계가 외부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이끌어나가는 토대가 된다.



Meet Myself while Staying
테오리아(THEORIA)

Design / (주)라이프이즈로맨스
Location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51-8
Area / 56.1㎡
Photograph / 알지비콜렉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언제나 어둠과 함께한다. 하루의 끝, 해가 저문 이후의 차분함이 공간을 채우고 나면 모든 방해 요소는 사라진 채 혼자만의 시간이 펼쳐진다. 전주에 등장한 테오리아(THEORIA)는 도심속에서 스스로를 위한 휴식을 선사하는 스테이로 공간을 어둡게 물들여 내면에 오롯이 몰입할 공간을 꾸몄다. ‘음(陰)의 미학’ 이라는 콘셉트 아래 전주한옥마을에 자리한 사이트가 주거 건물에 쌓여 빛이 제한적으로 든다는 점을 역으로 활용했는데, 주요 색조로 검정을 선택하고 일부 공간에 빛이 들어오는 시간과 요소를 최소화한 뒤 조명은 어둑히 내려 시각적 자극 없이 쉼에 몰입할 영역으로 할애했다. 사이트의 특성을 살려 곳곳에 한옥 요소를 녹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풀어냈으며 관조 정신을 뜻하는 명칭처럼 고요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철(鋼), 불(火), 물(水), 석(石)과 같은 원물 소재를 주로 사용했다.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아주는 것은 좁고 긴 마당이다. 돌과 단풍나무, 나직한 초목으로 가꾼 조경, 검은 화산사 위로 단정히 깔린 흰 디딤돌과 한옥 특유의 건축 양식이 밝은 태양 빛과 어우러져 정결함을 풍긴다. 내부 역시 검은빛 목제와 기둥, 서까래, 보 등의 전통적 요소를 간직한 모습이 눈에 띄는데 모노톤의 색조와 간결한 가구 라인이 현대적 미감까지 표현했다. 수공간은 이러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곳으로 출입문 바로 옆에 놓인 흰색 반원 테이블을 따라 바닥을 둥글게 파낸 뒤 물을 야트막이 채워 외딴섬처럼 꾸몄다. 치마폭에서 따온 곡선과 수변을 따라 두른 한옥 창호 같은 창살, 테이블을 관통하는 목제 기둥이 예스러운 분위기를 빚는 반면 담백한 형태와 마감이 세련된 조형미를 완성한다. 여기에 처마 끝에서 빗물 배출을 돕는 레인 체인을 길게 내려 은은한 물소리를 퍼뜨림으로써 정적인 활동과 함께 내면을 치유의 감성으로 채운다. 바로 옆 주방은 우드 상판을 올린 조리대와 메탈 의자로 심플함을 강조하고 벽 선반에 흰빛 다기를 진열했다. 주방 옆 복도 끝에 나타나는 침실은 밝은 타일 바닥에 짙은 나무 단을 올려 좌식 공간으로 연출하고자 다도용 테이블과 낮은 침대를 나란히 두었다. 침대가 있는 안쪽 영역은 바닥 쪽에만 창을 내 독특한데 이는 태양 빛이 적게 드는 뒷마당과 담벼락 사이 좁은 공간을 조명한 것으로 이끼와 석재, 음지 식물로 빛의 유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소박한 자연이 마음을 위로하게 의도했다.



Interaction in Sense
POST SERVICE

Design / TABLEAU
Location / Copenhagen, Denmark
Area / 300㎡
Photograph / MICHAEL RYGAARD

인생은 양면적이다. 삶은 반드시 죽음과 맞닿아 있고 만남은 이별로 끝나며 기쁨과 슬픔은 번갈아 찾아온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감정과 현상인 슬픔, 죽음 등 삶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곤 한다. 덴마크의 POST SERVICE는 사람들이 삶의 어두운 사건과 감정들을 직면하고 자유롭게 토론함으로써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마음의 균형을 찾도록 돕는 심리 소통 스튜디오다.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죽음과 슬픔에 대해 타인과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궁극적 치유에 도달하고자 했다. 특히 정신 건강 관련 시설에서 흔히 보이는 차분하고 안락한 풍경을 완전히 탈피한 공간이 흥미로운데, 차가운 색조, 날카로운 선, 울퉁불퉁한 형태, 딱딱한 촉감 등으로 감각을 다각적으로 자극해 내담자가 긴장을 완화하고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도록 했다.

스튜디오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개인 프로그램과 영화의 밤, 저녁 식사 등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다인원이 모여 대화하는 방부터 적외선 사우나 방, 발레실, 신체 활동실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영역을 구성해 내담자가 감정적, 지적, 육체적, 영적으로 스스로를 경험하고 타인과 교류하도록 유도했다. 각 실에 연하고 서늘한 색감의 연두색, 푸른색, 보라색 등을 입혀 들어서는 순간부터 감각이 예민하게 살아나게 했는데, 벽보다 천장의 톤을 조금 더 어둡게 해 큰 담요에 덮이는 느낌을 이끌어냈으며 커다란 창에 투과성 높은 커튼을 드리워 신비로운 분위기로 아울렀다. 실마다 각기 다른 가구와 조명, 소품을 두어 시퀀스를 다채롭게 짠 점도 내담자의 공간 몰입도를 높인다. ‘치유의 디자인’ 을 목표로 여러 예술가, 디자이너와 협업해 제작한 집기는 각양각색의 재료를 이용하고 기계적 형태와 익살맞은 형태 등을 자유분방하게 구현해 흥미로운 미감을 보여준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탁자와 의자, 푸른 석영을 사용한 대형 탁자, 기계 문명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조명, 스티로폼 소파, 다각형을 장난스럽게 풀어낸 책상과 의자 등을 치밀하게 배치해 내담자가 감각과 감정을 충분히 이완하고 발산할 수 있는 안전한 쉼터를 탄생시켰다.



Experience a New Tea Culture
WILLchá Flagship Store

Design / CUN DESIGN
Location / Beijing,China
Area / 120㎡
Photograph / Jia Bin, Si You

일정한 격식에 따라 차를 우리고 정결히 손님을 대접하는 일, 다도. 예로부터 동양권에서는 차를 내리는 과정을 마음을 갈고 닦는 수양 행위라 여겨왔다. 현대에는 수많은 새 음료의 등장으로 차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듯했으나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다시금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차 브랜드 WILLchá는 이 흐름에 힘입어 차의 기본은 지키되 색다른 시도를 통해 차의 역사를 새롭게 이어가도록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느끼고 색다른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목할 만하다. 베이징에 오픈한 WILLchá Flagship Store에서는 찻잎을 직접 판매하는 일을 넘어 중국 다례를 직접 체험하게 했으며 자연과 동양이라는 차의 근간 요소를 재해석한 디자인을 적용해 차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선물한다.

쇼핑몰 안을 걷다 보면 푸른 초목에 둘러싸인 WILLchá Flagship Store의 파사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외벽이 없는 대신 영역을 따라 짙은 녹색 나무를 심고 모서리에 ㄱ자로 전시대를 설치해 내부 모습을 은근히 가렸다. 전시대는 두터운 박스를 안쪽으로 파낸 뒤 넓은 조명을 매립해 존재감을 더했으며 간판 아래 전통 처마가 연상되도록 연녹색 창살을 내려 숨겨진 공간을 찾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반면 내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의도해 방문객이 공간 전환을 극적으로 체감하게 된다. 먼저 창살로 높이를 낮춘 입구와 달리 천장 높이를 한껏 높여 개방감을 주었다. 중앙의 사각 조명을 향해 약 5.5m 올린 층고에 반사체를 사용한 일부 벽과 광택 도는 바닥재로 빛을 산란함으로써 우주 같이 환상적인 이미지를 입혔다. 이곳에서 다층적인 경험을 하도록 협소한 면적을 조밀하게 구분했다. 먼저 내벽을 활용해 직원 영역과 방문객 체험 영역을 나눈 뒤 내벽 전체를 진열장으로 꾸미고 주방과 연결된 창을 한쪽에 낸 것이다. 투명 아크릴로 긴 직선, 각진 U자형 선반을 벽에 설치해 진열장을 만든 뒤 조명을 매립했으며 테두리를 작은 사각형 구조를 액자처럼 감쌌다. 사각 구조는 전통 부채살처럼 뾰족이 파내 동양적 아름다움을 담고 조명을 달아 밝은 오크 목과 따스하게 조화해 고급스러운 미감을 자아냈다. 공간 중앙부는 테이블이 영역을 구분한다. 중앙에서 파사드 전시대까지 뻗은 테이블과 둔각으로 꺾인 소통용 카운터 사이를 얇은 상판으로 연결해 사다리꼴을 만들었다. 모서리마다 얹은 원형 상판은 공간 활용은 물론 부드럽고도 독특한 매력도 전한다. 각 면에는 다례 체험, 직원과 소통 등 각기 다른 역할을 부여했으며 카운터 뒤에는 주문한 차의 맛을 볼 수 있는 테이블을 별도로 분리했다. 테이블은 좁고 긴 형태로 방문객끼리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다.



Into the Book, Into the Mind
Chengdu Xinglong Lake CITIC Bookstore

Design / MUDA-Architects
Location / Chengdu, China
Area / 500㎡
Photograph / Arch-Exist, Here Space, Luyun

작은 책 한 권에는 무한한 우주가 담겨 있다.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그 낯선 우주로 빠져들고 깊숙이 들어가면 갈수록 서서히 자신의 내면에 닿게 된다. 독서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서점 Chengdu Xinglong Lake CITIC Bookstore는 호젓한 호숫가에 책을 형상화한 건물을 세우고 빛과 수공간을 극적으로 유입해 방문객이 책 속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서가, 독서를 위한 좌석은 물론이고 회화와 조각을 전시한 갤러리, 명상 구역까지 마련해 책을 매개로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호숫가에 자리한 건물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책’ 을 콘셉트로 설정해 거꾸로 뒤집힌 책 모양을 형상화했다. 직사각형 건물 위에 둥글게 휜 지붕을 얹으면서 앞에서 뒤로 말려 올라가는 형태를 구현한 것이다. 또한 지붕 뒤쪽 능선의 두 끝을 각기 다른 높이로 계획해 한층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 지붕을 어두운색 티타늄 아연 패널로 덮은 것과 달리 건물의 정면과 측면은 유리 커튼월로 둘러싸 내외부의 경계를 흐렸다. 내부는 나무표면을 모사한 알루미늄 패널을 활용해 순수한 바탕을 다졌는데 띠 형태의 패널을 간격을 두고 켜켜이 배열해 직선을 강조한 모습이 지붕의 곡선과 맞물려 은근한 힘을 발산한다. 입구 앞에는 리셉션과 갤러리가 자리해 방문객을 환대한다. 입구 영역과 중앙의 서가 영역을 나누는 내벽을 세워 갤러리로 활용하는데 내벽에 콘크리트 질감을 표현한 페인트를 칠해 공간의 고요함을 심화했다. 서가 영역은 계단으로 내려가는 움푹 파인 형태로 구성해 방문객이 공간에 빠져들게 했다. 널찍한 공간에 책장을 질서 정연하게 배치하는 한편 커튼월 바로 앞에 좌석을 두어 책을 읽을 장소를 마련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건물 하부를 호수에 잠기게 설계해 좌석에 앉으면 푸르고 깊은 물, 헤엄치는 물고기, 물결에 흔들리는 수초 등 신비로운 수면 아래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색적인 물 속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 경험은 자연과 교감하는 느낌을 주어 내면과의 대화를 다채로운 방향으로 이끈다. 한편 서가 뒤쪽으로 가면 명상을 할 수 있어 경험이 더욱 풍부해진다. 서가와 벽 사이에 내벽을 세워 길고 좁은 통로를 조성함으로써 혼자 생각에 집중하게 되는 공간을 선사한 것이다. 내벽에 긴 띠 형태의 가로 창을 내고 외벽에는 작은 창을 여러 개 내 빛을 섬세하게 유입함으로써 명상 효과를 극대화했다.


COPYRIGHT 2022.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