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따스함이 전달되는 공간 - Fall Comes with Its Colors, Colors that Suit Fall (2024.9)

나무의 따스함이 전달되는 공간

Fall Comes with Its Colors, 

Colors that Suit Fall


역대급으로 길게 이어지는 무더위에 상상으로라도 가을을 찾아본다. 9월에 들어섰지만, 더위의 위세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지구의 기후 위기라는 말을 매해 몸으로 체득하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곧 다가올 겨울의 추위는 또 얼마나 기후 위기를 실감하게 할 것인가 벌써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이 남기는 흔적들을 마음에 새겨야겠다. 곧 색이 변하기 시작할 나뭇잎들과 조금씩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 높아지는 하늘, 조금은 길어진 옷차림. 그리고 집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시원한 파랑과 하얀색의 조합은 노랑, 빨강, 갈색 등 따뜻한 배색의 색감으로 전환된다. 특히, 나무의 따스한 감성은 집안에 온기를 감돌게 한다. 다양한 색감과 패턴의 목재를 마감재로 활용하면 거주자나 디자이너가 의도하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홈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 천장, 벽, 바닥, 가구, 조명, 소품에 이르기까지 공간 전체를 감싸 안을 수 있는 목재의 매력은 가을이라는 계절과 만나 시의성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져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슬며시 다가오는 가을을 맞아 공간 안에서 목재가 뿜어내는 가을의 감성을 느껴보자.




자연의 평온과 우아함

River Island Villa

에디터 이석현


자연환경과 밀접한 주택의 특성을 살려 간결한 구조와 소재의 사용으로 자연과의 호흡을 극대화했다. 리버 아일랜드 빌라에서 목재는 입구부터 자연의 따뜻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Design / Jishang Space Design

Location / 원저우, 중국

Area / 1,000㎡

Photography / Hanmo Visual·Ye Song, A’xuan


리버 아일랜드 빌라는 중국 원저우시의 리버 섬에 위치해 있으며, 물로 둘러싸여 있고 그 너머로 산이 내려다보인다. 독특한 위치와 인상적인 전망은 지상 스페이스 디자인(Jishang Space Design)에게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고 자연환경의 정신과 형태를 출발점으로 삼아 대담하면서도 감각적인 편안함을 주는 세련된 주거 공간으로 재창조했다. 이에 리버 아일랜드 빌라는 자연의 깊은 에너지와 내적 경험의 진정성을 표현하고 통합했다. 재설계하기 전 건물은 전통적인 유럽 스타일로 설계되었으나 공간이 과도하게 나뉘어져 자연환경과 잘 통합되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건물의 구조와 외관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어 폐쇄된 공간을 열어 기능적 요구에 부응하고 시각적 흐름과 순환을 개선했다. 대형 창문을 통해 빌라가 상쾌한 경치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실내와 실외 환경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입구는 풍부한 색조의 티크 패널로 분위기 있게 연출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크 바닥과 무늬목으로 장식된 벽이 펼쳐지며 자연스럽게 시선이 안쪽으로 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의 복도는 목재의 안정감 있는 색조와 분위기로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배가한다. 크고 좁은 비율의 창문은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도 외부 경관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공간은 일관된 공간 비율과 소재의 조합으로 명확하고 간결한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건물 구조는 공간의 형태와 배치를 결정짓고, 다양한 기능적 구역을 형성한다. 실용적인 논리에서 파생된 공간 구성은 일상생활에서 변화하는 요구를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수용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추고 있다.

디자이너는 빌라의 모든 측면을 센티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설계했다. 건축 구조를 조각하고 세부 사항에서 정교한 장인 정신을 발휘해 미니멀리스트적 미학의 세련된 인테리어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그 결과 단순히 형태와 공간의 연속이 아니라 이상적인 느낌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리듬을 지닌 생활환경이 탄생했다. 능숙하게 설계된 구조 시스템은 빌라의 공간들이 다목적으로 개방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배치되었으며, 넓은 레이아웃은 공기와 빛이 모든 방에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도와 야외 분위기를 선사한다. 신선한 공기와 주변 자연경관은 내부의 사람들과 어우러져 평화롭고 지속적인 연결의 공간을 만든다. 미묘한 바람이 속삭이면 여운이 부드럽게 사라지고 불꽃이 깜빡이며, 나비가 날아다닌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식당 공간에서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통창에 소설책의 표지 그림이 박히는 듯하다. 창문을 열면 자연의 소리와 향기가 실내를 가득 채운다.

빌라의 유동적인 공간 배치는 마치 비밀의 공간처럼 내부의 모든 면을 관통하고 있다. 흐르는 듯한 디자인 덕분에 공간은 개방과 폐쇄를 자유롭게 번갈아 가며 사용할 수 있다. 문을 열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문을 닫으면 편안함과 미적 감흥을 느낄 수 있는 독립적인 세계를 형성한다. 2층에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대형 창문이 거실에 풍부한 자연채광을 비춘다. 거주자는 마치 방의 연장선인 것처럼, 강과 먼 산의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자연의 평온함을 빌라 안으로 직접 가져올 수 있다. 전설적인 루이스 칸(Louis Kahn)은 우주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험할 때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묘사한 적이 있다. “나는 자연속에서 숨을 쉬고 빛과 그림자 사이를 여행하고 무한한 하늘과 무한한 땅을 여행하고 마음을 열어 자연의 리듬을 느낀다.” 나선형 계단은 단순히 서로 다른 층을 연결하는 기능적 요소가 아니라 구조와 질서, 흐르는 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조형적 인테리어 요소로 공간의 전체 배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2층과 3층을 연결하는 가위 계단도 시각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다.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채광과 조망을 확보하며 현대 계단 디자인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요한 마스터 침실은 디자이너가 휴식을 위한 친밀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꾸밈없는 우아한 벽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과 아침 안개를 반사하여 명상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창가에 걸려 있는 흰색 반투명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실내에 부드럽고 은은한 느낌을 더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복잡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하고 개인적인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서재와 다실은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공간인 동시에 주인의 문화적 취향을 전달하고 정신적 위안을 누릴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되는 등 공간 디자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서재에서는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의 시적인 풍경이 높은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그림자와 반사 효과로 투영되어 추가적인 레이어와 깊이를 더한다.

또한 다실은 갓 우려낸 차의 향기가 가득한 선한 평온함의 공간이자 명상을 위한 공간, 문화와 예술, 개성을 표현하는 공간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지하실은 시각적으로 개방적이고 위에서부터 자연광이 들어오는 구조로 모든 표면이 마이크로 시멘트로 마감되어 있다. 공간에는 개인 체육관, 바, 라운지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조했다. 자연스레 햇빛이 들어와 공간의 밝기가 향상되고 부드러운 반사광이 편안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을의 따스함에 고하다

용인 신봉자이 아파트 리모델링

에디터 장영남


가을빛은 여름의 강렬한 햇볕과 달리 따스하고 포근하다. 검은 그림자마저 부드러워진다. 깊이 있으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의 집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색감으로 가을빛만 한 게 없었다.

디자인 / 디자인플랑

시공 / (주)르플랑

위치 /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 자이1차아파트

면적 / 197㎡(59평)

마감 / 천장-도배, 필름 I 벽체-타일, 필름(공용부), 벽지(방) I 바닥-마루

사진 / 허완


고객은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업가로 집에서만큼은 긴장을 풀며 휴식하고 사춘기 자녀와 일상을 잔잔히 나눌 수 있기를 바랐다. 짙은 색감으로 깊이 있으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며, 집에서 보내는 서로의 일상이 공용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함께 있는 느낌을 주는 집을 원했다. 이런 바람을 담아내기 위해 홈 스타일링은 인테리어 첫 단계에서부터 매우 비중 있게 다뤄졌다. 구조물의 마감재와 잘 어우러지면서도 공간의 포인트가 되는 가구를 목표 단계에서부터 검토했고, 짙은 파랑의 거실 소파는 그 결과물을 대표하는 하나가 되었다. 또한 구조 변경과 시각적 확장성을 불러오는 소재를 활용한 오픈 플랜을 도입해 개방감을 잃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행위가 공용 공간에서 이뤄지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벽으로 나눠진 공간은 심리적 거리감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현관 복도를 지나 마주하는 작은 방은 벽을 허물어 거실과 통합했다. 모처럼 주어지는 휴일에 자녀와 함께 게임을 즐기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로망인 고객에게 소파는 어떤 것보다 중요했다. 입구의 작은 방이 철거됨에 따라 넓어진 거실 한가운데에 이 소파를 배치했다. 정중앙에 소파를 놓아 부모와 자녀 간 감정적 유대감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의도했다. 짙은 파랑의 거실 소파는 따듯한 베이지 톤이 감싸는 벽과 천장,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어두운 마룻바닥과 조화를 이루며 거실에 부드러운 온기를 더하는 오브제로도 기능한다. 소파 뒤로는 커다란 식탁을 배치했다. 이 또한 한 공간에서 시선이 닿는 곳이 맞은편 벽이 아닌 다른 생활공간이 되도록 의도한 것으로, 가족 간 소통을 이끌며 연대감 촉진에 기여할 것이다.

현관과 거실뿐만 아니라 주방과 보조주방에 이르기까지 LDK 공용 공간은 내력벽과 골조 기둥만을 남기고 모두 철거한 다음 유리나 거울 같은 소재를 이용해 오픈 플랜의 개방성을 더 강조했다. 이로써 거실, 식당, 주방, 보조주방까지 그 어느 곳에서도 각각의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고, 소파에서 식탁, 아일랜드까지 동선이 하나로 이어지는 효율도 얻었다. 주방 뒤편 보조 주방도 의도적으로 벽을 통한 공간분할을 피했다. 개방감을 강조한 보조 주방에는 충분한 수납공간을 확보해 수납 부족으로 인한 불편을 겪지 않도록 했다. 아일랜드도 일부분은 식탁을 겸하도록 하부공간을 비워 요리, 대화, 식사 모두 가능하다.

발코니 확장 덕에 안방도 넓어졌다. 넓어진 안방은 침실공간과 수납공간 두 개 영역으로 나눴다. 침대는 창문 바로 앞으로 드리워진 오래된 조경수를 감상할 수 있도록 창문 방향으로 배치했다. 침대 옆 수납공간에는 협탁으로도 쓸 수 있는 책상을 마련해 간단한 메모나 독서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안방은 푸른 색조와 대비를 이루는 주황색 쿠션과 그림, 노란색 라운지 체어와 꽃들이 어우러져 경쾌함을 더한다. 디자인플랑 김남주 대표는 “만물이 여물고 성숙해지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닮은 이 가정에 가을다운 넉넉한 풍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했다”고 전했다.



분리된 공간의 전략적 통합

Apartamento Vila Nova

에디터 이석현


색감은 계절이 바뀌는 시점을 알리는 주요한 요소다. 목재의 부드럽고 안정적인 색감이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는 빌라 노바 아파트를 만나보자.

Design / FCstudio

Location / 상파울루, 브라질

Area / 163㎡

Photograph / André Mortatti, Daniela Magario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빌라 노바(Vila Nova)’ 아파트 프로젝트는 한 가족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한 사업가가 발주한 프로젝트다. FC스튜디오는 새 주인이 일상적인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벽을 없애고 공간을 통합했다. 클라이언트의 성격과 생활 방식의 특수성을 반영해 거실을 확장하고, 주방을 가로막았던 벽도 철거했다. 메인 침실 역시 두 개의 방을 하나로 합쳐 거주자의 삶이 온전히 녹아들도록 계획했다. 현관 영역은 거실과 주방과 맞닿아 있어 영역을 구분하고 시선을 차단할 수 있도록 가벽을 세웠으며, 브라운 계열의 색상 마감으로 안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존 거실은 TV가 놓인 공간과 응접을 위한 소파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으며, 주방은 폐쇄적으로 자리했다. 공용 공간 역시 협소했다. 이에 FC스튜디오는 전략적으로 벽을 제거해 공용 공간을 확장하고 거실과 식당, 주방을 통합했다. 대형 목제 패널은 수평적으로 공간을 확장한다. 거실과 주방을 길게 가로지르는 목제 패널은 확실하게 공용 공간의 영역을 규정짓는다. 패널과 반대편에 자리 잡은 TV 벽면은 브라운 계열에서 더 선명한 오렌지빛으로 박스처리되어 거실 공간의 포인트 색상으로 작용한다.

거실과 주방은 가구와 소품의 배치만으로도 흥미로운 조합을 나타낸다. 그중 거실 메인 테이블 ‘브라질리아(Brasília)’와 ‘필로(Filo)’ 식탁은 FC스튜디오가 맞춤 제작한 것으로 대리석, 목재, 코르텐 강철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되었다. 디자인 측면에서 브라질 국토와 연관된 요소들을 담고 있는데, 예를 들어 브라질리아 테이블은 브라질 수도의 도시적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필로 식탁은 나무의 질감을 통해 자연의 본질을 표현했다. 필로 테이블 상판의 나무 질감은 나뭇잎과 가지가 다양한 방향으로 퍼지는 느낌을 주며, 다리는 자연 생태계의 나무줄기를 상징한다.

빌라 노바 아파트에서 소품은 눈길을 끄는 포인트다. 현관에 들어서서 거실을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는 그네를 타는 어린아이 조각품이 매달려 있고, 바로 앞에는 넓은 원형의 투명 화병이 놓인 사이드 테이블이 자리한다. 사이드 테이블은 독특한 형태와 소재로 디자인된 제품들이 공간 곳곳에 배치되어 흥미로움을 유발한다. 특히, 레이아웃과 벽면 패널과 조화를 이룬 간접조명 계획은 공간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침실은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2개의 침실을 하나의 넓은 침실로 탈바꿈했다. 전체적으로 거실에 사용한 목재를 침실 벽면으로 이어지도록 계획하고 마루를 깔아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침실을 연출했다. 침대는 침실 입구 왼쪽에 자리하며, 침대 앞으로는 책상을 두어 가벼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책상 옆으로는 책장을 설계해 소품이나 책, 일상용품 등을 보관할 수 있다. 침대에 누워서는 천장에 매달린 TV 랙으로 편안하게 TV를 시청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침실은 목재의 차분한 브라운 색상과 그레이 톤을 조합해 안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이어지는 드레스룸과 욕실에서도 이 기조가 유지된다. 드레스룸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벽면을 수납공간으로 채워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ㄱ자로 꺾인 수납장 문을 열면 비밀스러운 욕실이 나타난다. 욕실은 화이트와 그레이 색상으로 마감해 드레스룸과 이어지는 공간으로 이질감이 없다. 모던하게 연출된 메인 침실의 욕실과 달리 공용 욕실은 화려함을 더한다. 정글에 들어온 듯 이질적인 그래픽의 벽지를 벽에 마감해 신선한 충격을 준다. 욕실 가구 역시 욕실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고가구를 배치해 공간의 독특함을 더욱 살려주고 있다.



숲속의 작은 집

Villa Wienberg

에디터 장영남


두 건축가는 자연과 완벽히 조화되면서 일반적인 형태를 벗어난 ‘새로운 틀의 주택’을 완성했다. 분위기는 핵심어였고 대비는 중요한 도구였다.

Architects / Wienberg Architects·Mette and Martin Wienberg

Location / 오르후스, 덴마크

Area / 184㎡

Photograph / Mikkel Rahr Mortensen & Gitte Kjær


덴마크 오르후스(Aarhus) 외곽 해안 교외 지역 호이비에르그(Højbjerg)에 위치한 빌라 윈베르그(Villa Wienberg)는 주변 초목 속에서 요새처럼 서 있다. 소나무, 사철나무, 진달래와 같은 무성한 초목에 둘러싸인 모습은 빌라가 땅에서 초목들과 함께 자란 것 같은 놀라운 인상을 남긴다. 그야말로 주변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광경이다. 작고 구석진 이 부지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1942년 전시 중에 지어진 작은 여름 별장이었다. 빌라 윈베르그 프로젝트는 오르후스에 기반을 둔 윈베르그 건축사무소(Wienberg Architects)가 아름드리 키 큰 나무에 가려졌던 이 별장을 확장 및 개조한 것으로, 자연을 품은 안뜰과 옥상 테라스, 스플릿 레벨 구조를 통한 유기적 공간 연결, 소재의 대비와 대조가 특징인 비전통적인 집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내부는 자연과의 연결 그리고 아늑하고 쾌적한 사적 공간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서 설계되었다. 창문은 이 두 가지 목적을 완벽히 충족하는 비율로 설계되었다. 외부에서도 사각형 섹션으로 깔끔하게 처리한 창문은 오래된 정원의 나무와 자연 채광 등을 고려해 크기와 비례, 위치를 정했다. 실내와 실외를 즉각적으로 연결하는 크고 작은 다양한 창문은 환기와 적절한 그늘 제공으로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며 집 안에서도 자연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바닥은 광택이 도는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오래된 일부 방은 흰색으로 칠하되, 거실은 오일 처리된 참나무 판자를 늘어트려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소박한 양털, 부드러운 갈색 가죽 깔개, 커다란 창문은 목재 마감의 무거움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교공간인 거실에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기 위해 선택된 참나무 판자는 재료와 질감의 대비를 주도하는 역할도 한다. 거실의 참나무 판자는 흰색 콘크리트 바닥과 스테인리스 스틸주방 그리고, 검은색 목제 패널로 덮인 외관과도 대비를 이루며 독특한 미감을 선사한다. 재료의 차이에서 오는 미학은 흰색의 주방과 흰색의 일부 복도 및 방 그리고 검정의 외관과도 연계되어 대조미로 확대된다.

빌라의 스플릿 레벨 구조는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다양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거실에서 주방으로, 주방에서 서재로 이어지는 길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공간마다 다른 높이와 시야가 확보됨에 따라 새로운 풍광이 매 순간 펼쳐진다. 이런 시각적 흥미로움은 외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각도 그리고 약간의 단차가 있는 각 층이 계단으로 연결되는 스플릿 레벨 구조의 신중한 조율로 빌라 윈베르그가 정사각형의 대지 모양을 장난스럽게 깨트리고 있는 것.

1층 평면을 하나로 묶는 중앙 안뜰은 창문과 함께 하루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메인 침실이 안뜰로 연결되며 주방, 서재 및 여분의 침실이 나머지 1층을 구성한다. 거실의 나무 책장과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옥상 테라스로 진입할 수 있는 넓은 서재가 갖춰져 있다. 전체 상층 평면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옥상 테라스에서는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정원의 꽃밭은 ‘숲속의 작은 집’이라는 건축가들의 꿈을 재현하는 공간으로, 모든 화단은 거친 나무껍질 조각으로 덮여 숲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집처럼 보인다.

마틴 윈베르그(Martin Wienberg)는 이 집을 ‘모든 방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집’이라고 표현했다.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파노라마 전망을 추구하기보다 각 공간마다 색다른 매력을 지닌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전망을 건축가들은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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