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얼굴 - FACADE (2021.1)

공간의 얼굴
FACADE

취재 신은지

공간 콘셉트를 집약한 파사드는 복잡한 도시의 단면에 짜릿한 입체감을 전한다. 사전적으로는 출입구가 위치한 건물의 정면을 일컫지만, 내부를 보호하거나 정보를 노출하는 기능뿐 아니라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디자인 등 복합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공간에 흐르는 이야기와 콘셉트를 가장 먼저 맛볼 수 있는 곳. 파사드는 공간의 얼굴이 된다.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는 현대 상공간의 파사드는 더욱 도전적인 디자인을 받아들여 실험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색다른 소재나 컬러를 적용하는 데서 나아가 본연의 기능과 구조에 본질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파사드의 역할에 대한 기존 인식을 타파하고 존재감을 극대화해 임팩트 있는 포토존이 되며, 반대로 존재감을 완전히 감춰 주변 환경에 녹아드는 비밀스러운 인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스피크이지 스타일이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숨은 공간을 찾는 것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 이러한 경향이 짙어졌다. 한편 독특한 방식으로 이동하는 문, 다채롭게 여닫히는 창 등 기능과 활용성을 향상해 파사드의 경계를 확장하는 모습도 보인다. 콘셉트를 극적으로 표출하고 정보 전달력을 높인 미디어 파사드가 보편화되며, 사용자나 환경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는 인텔리전트 시스템이 도입된다. 때로는 디자인 테마를 응축한 공간의 얼굴로서 브랜드에 대한 이해를 돕고, 때로는 공공 조형물로서 거리 풍경을 다채롭게 만드는 파사드. 인테리어와의 연계성을 충실히 살리며 공간에 힘을 싣는 파사드 디자인을 살펴본다.


  역동적인 레이아웃                                                                                                                                                                                               


Basdban

Space Design / dongqi Architects·JIANG Nan, Yiting Ma, Weijing He
Graphic Design / Lin Tao
Location / 546 Yuyuan Road, Shanghai, China
Area / 200㎡
Photograph / Raitt Liu, Zhou Pinglang

Concept & Interior
상하이의 근현대 역사를 간직한 건물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활용했다. 기존 공간이 지닌 러프한 멋을 보존하기 위해 콘크리트와 스테인리스 스틸을 주로 활용하고, 이를 간결한 형태로 가공해 감각적인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을 완성했다. 방문자 활동을 다채롭게 이끌고자 유연하게 구성한 내부는 중앙을 넓게 비우고 금속 커튼을 단 레일 시스템을 도입해 티타임과 식사, 행사 등 여러 프로그램을 수용한다. 8m 길이의 바 카운터는 건물의 철골 구조와 결합해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아찔하게 연출했으며 초현실적인 감각을 자아낸다.

Focus on Facade
인더스트리얼한 기존 공간과 어우러지도록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12m 길이의 거대한 문을 제작했다. 일체화된 패널이 슬라이드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열린 곳과 막힌 곳을 교차해 개구부를 한꺼번에 가리거나 노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구조다. 닫으면 붉은 벽돌 벽과 이와 엇갈려 배치된 스틸 패널이 강직한 인상을 전하고, 열면 모든 창가가 완전히 열리며 안팎 공간을 통합한다. 이처럼 다이내믹한 이동식 도어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수용하는 카페의 성격을 임팩트 있게 표현하며 공간 정체성과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가꾼다.


  파사드를 품은 내부                                                                                                                                                                                                

HANSCOOL

Design / ARCHIEE·Yusuke Kinoshita, Ruofan Shen
Location / Guangzhou, China
Area / 50㎡
Photograph / Kenshin Horikoshi

Concept & Interior
원단 전문 브랜드가 론칭한 패션 라인이라는 점에 주목해 고품질 직물과 스티치 기술을 모던하게 녹여 낸 쇼룸. 직물의 짜임을 건축적으로 재해석해 디스플레이 패널을 만들었는데, 아시아 전통 건축을 연상시키는 차분한 목재를 선별하고 직물 표면을 확대한 것 같은 격자형 그리드를 제작했다. 또 콤팩트한 공간임에도 패널을 과감히 중앙에 세워 독특한 구성을 이룬 점에 주목할 만하다. 단조로운 일자형 배치가 아니라 패널의 각도를 엇갈리게 틀고 자유로운 레이아웃을 꾀해 나무 사이를 산책하듯 거닐며 제품을 살펴볼 수 있다.

Focus on Facade
요철 없이 매끈하게 갈무리한 외벽을 따라 출입구와 창도 수평을 이룬다. 내부를 완전히 내보이는 반듯한 직사각형 창은 안쪽에 어긋나게 배치된 디스플레이 패널을 더욱 입체적으로 부각한다. 단순한 구성을 통해 오히려 안으로 깊게 뻗은 공간의 소실점을 강조하며, 깊이 빨려 들어가듯 생생한 몰입감을 전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테리어에 사용된 패널은 내부를 절묘하게 가리면서 브랜드 특징을 집약한 짜임 패턴을 부각해 파사드의 일부로 거듭난다. 한편 문은 외벽과 동일한 소재로 평평하게 마감하고 존재감을 낮춰 디자인 강약을 조절했다.


  공간 경계를 허물다                                                                                                                                                                                                

Coffee No.9

Design / PHTAA Living Design
Location / Bangkok, Thailand
Area / 35㎡
Photograph / Jinnawat B.

Concept & Interior
거리 일부에 카페의 장소성을 부여해 쉽게 머물고 떠나게 함으로써 협소한 면적을 기회로 삼았다. 내부 좌석은 통로를 따라 일자로 마련했는데, 벤치에 홈을 내고 이동 가능한 U자형 스틸 테이블을 제작해 유연한 활용성을 자랑한다. 주 영역이 되는 외부 좌석은 작은 스툴과 벽면에 부착된 선반, 이동식 문으로 구성된다. 벽면에 작은 대리석 선반을 일정한 간격으로 돌출해 이색적인 디자인 요소이자 간이 테이블로 활용했으며, 큼직한 이동식 문은 외부 좌석을 재미있게 구획할 뿐 아니라 공간감을 다이내믹하게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Focus on Facade
거대한 이동식 문은 하단에 바퀴를 달아 카페 건물과 옆 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며, 폴딩 도어처럼 중간을 접고 펼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파티션으로 기능한다. 개폐감을 손쉽게 조절해 카페의 운영 여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여러 각도로 꺾이는 구조로 다채로운 영역을 조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벽면 캐노피와 고정형 벤치, 돌출된 대리석 선반과 충돌하지 않도록 여러 개의 홈을 내 기능 요소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재미있는 형태를 통해 잔잔한 거리 풍경에 활기를 더하며, 러스틱한 질감의 목재로 편안한 머무름을 선사한다.



The Arena – Papi restaurant

Design / Neri&Hu Design and Research Office
Location / 46 rue Richer, 75009 Paris, France
Area / 52㎡
Photograph / Simone Bossi

Concept & Interior
Neri&Hu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내외부 경계를 적절히 허물어 19세기 후반 파리의 건축 유산을 보존하는 동시에 공간과 거리를 탐험하듯 둘러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건물 1층의 기존 벽을 최대한 유지하고 안쪽은 둥근 벽으로 감싸 공연장 같은 홀을 창조했다. 특히 오래된 석회암과 벽돌 벽, 기둥 등 시간의 흔적을 되살리면서 타일, 유리 등 새로운 재료를 병치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안쪽 벽은 자작나무로 마감해 산뜻하게 디자인했는데, 목재가 벤치와 의자로 이어져 내부를 부드럽게 아우른다.

Focus on Facade
평평한 파사드 안에 건물을 관통한 것 같은 원형 구조체를 만들어 이색적인 전이감을 자아낸다. 바깥에 폴딩 도어가 설치돼 내부를 완전히 오픈할 수 있는데, 안쪽의 둥근 벽에는 큰 개구부를 내되 창 없이 마무리함으로써 거리 풍경이 홀 내부로 온전히 흘러들어온다. 거리를 향해 열린 파사드가 무척 외향적이나 건물 안에 웅크린 홀의 모습은 내향적이라 아이러니한 공간감이 펼쳐진다. 신설한 둥근 벽면은 볼록한 세라믹 타일로 조밀하게 마감했으며 외벽 일부와 개구부는 목재로 균일하게 둘러싸안정감 있다.


  벽 너머로 숨어들다                                                                                                                                                                                                

Marsotto Milan Showroom

Design / nendo
Location / Milan, Italy
Photograph / Hiroki Tagma

Concept & Interior
nendo가 진행한 대리석 브랜드 Marsotto의 밀라노 쇼룸. 대리석을 다양한 형상으로 가공하고 공간을 무대처럼 드라마틱하게 연출해 제품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다. 벽처럼 은밀하게 다듬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계단 앞에 대리석으로 만든 망사형 파티션이 나타나 감각의 전환을 꾀한다. 최대한 얇고 가볍게 가공함으로써 우수한 기술력을 보여주며, 묵직한 물성을 해소해 동선을 지하 전시장으로 부드럽게 이끈다. 지하는 4개의 방으로 나뉘는데, 수직 수평이 교차하는 프레임으로 작품처럼 연출하거나 원형 벽으로 빛을 아름답게 확산하는 등 대리석 제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가장 작은 방에는 홈을 낸 벽에 돌 샘플을 삽입해 이를 자유로이 들고 돌아다니게 했다.

Focus on Facade
파사드에 개구부가 있을 거란 고정관념을 깨는 폐쇄적 형태가 오히려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창을 없애고 출입문마저도 벽의 연장선처럼 평면으로 만드는 등 과감할 정도로 모든 면을 막았다. 특히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리석의 물성만으로 외관을 완성한 점에 주목할 만한데, 장식 요소를 최소화할 뿐 아니라 건물 벽과 동일한 브릭 패턴으로 다듬어 극도의 일체감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파사드는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는 비밀스러운 장소로 부상한다. 또 벽 한쪽에는 대리석을 움푹 파 편안한 벤치를 만들고 석재의 단단한 물성을 초현실적인 감각으로 소화했다.


  거리에 유머를 더하다                                                                                                                                                                                            

SHABU LAB

Design / Integrated Field Co.,Ltd.
Location / Bangkok, Thailand
Area / 150㎡
Photograph / Ketsiree Wongwan

Concept & Interior
샤브샤브를 조리하는 과정이 과학 실험과 유사하다는 아이디어를 시각화한 연구실 같은 레스토랑. 화이트 컬러와 스틸 소재를 주로 활용해 음식을 탐구하는 연구실처럼 내부를 꾸몄으며, 장난스러운 그래픽 요소와 삽화를 더해 재치 있고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아울러 작업 효율성을 중시하는 연구 과정을 본떠 공간을 쾌적하게 이용하도록 배려했다. 짐을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는 캐비닛과 냄새 제거 후드를 통합해 좌석마다 배치하고,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편리한 동선을 구축하는 등 다방면으로 즐거운 식사 경험을 선사한다.

Focus on Facade
샤브샤브 랩이라는 콘셉트를 최대한 끌어올린 파사드로 거리 풍경을 위트 있게 가꾼다. 반듯하고 넓게 펼쳐진 벽면은 깔끔한 화이트 컬러로 마감해 연구실을 연상시키며, 벽면 상단에는 레스토랑 이름을 만화적인 로고로 표현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벽 중간에는 문이 열려 거대한 장치의 전자 회로가 노출된 것처럼 꾸몄는데, 그 사이로 케이블 선이 관통하도록 설계해 실험실에 전력을 공급하는 모습을 구현했다. 1층 진입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간결하게 마감하고 창 위에 원소 기호를 그래픽 요소로 입혀 테마를 유머러스하게 이어간다.


COPYRIGHT 2021.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